9화 실버울프
실버울프는 마법만으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놈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직접 목을 베야 한다.
놈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 들었다. 5m까지 좁혀졌을 때, 놈이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머리통을 단번에 물어뜯어 버릴 듯,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무수히 박혀있는 주둥이를 쫘~악 벌리며 내게 덮쳐들었다.
인간 중에서는 덩치가 큰 편인 나도, 실버울프에게는 어른 앞에 어린아이 같았다.
나는 유도 방어 자세 중 좌자연체 자세를 취했다. 오른손에 라쿤을 정상적으로 쥐고, 무릎을 약간 구부려 무게 중심을 낮춘 상태에서 놈과 충돌에 대비했다.
이윽고,
꽝~
첫 번째 쉴드(Shield)가 깨져 나갔다.
꽝~
두 번째 쉴드(Shield)까지 소멸되었다. 놈의 돌격 속도를 견뎌내지 못하고 2개의 쉴드(Shield)가 단번에 깨져 버렸다.
현재 쉴드(Shield) 1개의 방어력은 900이다. 지금 실버울프의 한번 돌격으로 방어력 1,800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크아아앙~
속도감이 사라진 실버울프는 주둥이를 쫘~악 벌리면서 쉴드(Shield)를 물어뜯는 중이다. 아무리 강해도 쉴드(Shield) 3개는 뚫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실버울프는 무리의 죽음에 극도로 분노하여 매우 흥분한 상태다. 일종의 버서커모드라고 할까.
쉴드(Shield)를 하나 더 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마나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쉴드(Shield)는 한번에 3중첩까지 가능하다.
시전자와의 방어 거리 때문에 3중첩 이상은 안 된다. 그러나 쉴드(Shield) 1개가 깨지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마나만 충분하다면 지속해서 쉴드(Shield)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잠깐 흠칫 한 사이, 실버울프는 재차 주둥이를 벌려 마지막 쉴드(Shield)를 물어뜯었다.
꽝~
마지막 쉴드(Shield)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재빠르게 실버울프 주둥이 속으로 마법을 날렸다.
“쇼크웨이브”
3 서클 쇼크웨이브(Shock Wave, 70)가 쩌~억 벌린 놈의 주둥이 속으로 들어가 박히며, 놈의 몸속에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커엉, 컹~
쇼크웨이브(Shock Wave)의 충격파가 뇌와 장기를 흔들어 놓자, 놈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좌자연체 자세를 더욱 낮춘 상태에서 그대로 튀어 오르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라쿤을 놈의 목 깊숙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바깥쪽으로 그어버리려 했지만···
실버울프가 앞발로 내 가슴을 후려치는 것이 더 빨랐다. 순간 내 몸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쿠당당탕~
"컥, 커억, 크으윽"
가슴 부위가 세로로 길게 찢어지며 살점이 뜯겨나갔다.
하얀 뼈가 드러나면서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려졌다.
“주, 주인님, 주인님···”
두리안이 아공간에서 뛰쳐나와 소리치며 나를 불러 댔다.
[매우 큰 물리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400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200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200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200 줄어듭니다.]
[사용자의 생명력 수치가 위험 단계에 접어듭니다]
머릿속에서 시스템이 계속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나는 눈꺼풀이 감기고 아득해져 오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의식이 멀어지는 있었지만, 다행이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치료마법이 튀어나왔다.
“힐, 힐. 힐. 힐”
4번의 힐(heal, 50)마법이 발현되며, 가슴에서 뿜어지던 피가 멈추고 뜯겨나갔던 피부 조직들이 다시 재생되어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상처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아득해져 가던 정신도 다시 돌아왔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마법만 믿고, 정작 내 몸 자체는 약하다는 걸 잊고 있었어.”
나는 죽을뻔한 상황에 대해 아찔함을 느끼며, 신중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했다.
“주인님 괜찮으신 거예요?”
두리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두리안 이제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 여긴 위험하니까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라.”
“네, 주인님”
상처가 회복되자, 시스템도 더 이상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배를 깔고 엎드려 캑캑거리고 있는 실버울프를 쳐다보았다. 내부적인 충격이 상당한지 더 이상 덤벼들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쇼크웨이브(Shock Wave)가 시전 거리 1m밖에 안 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3 서클 마법인 이유는, 내장과 뇌를 녹여버릴 만큼 엄청난 충격파를 체내에서 일으킨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쇼크웨이브(Shock Wave)를 맞고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실버울프라는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놈의 목 깊숙이 박혀있는 라쿤을 쳐다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손을 뻗어 라쿤을 부르자, 라쿤의 손잡이가 부르르 떨더니 놈의 목에서 뽑혀 나와 내 손안으로 들어와 잡혔다.
놈의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저대로 놔둬도 곧 죽을 것 같긴 했지만 나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라쿤을 들어 실버울프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포식”
라쿤은 기다렸다는 듯 뻗어나가 실버울프의 목을 단숨에 꽈~악물어 버렸다. 이리저리 비틀고 또 비틀었다.
라쿤의 행동이 평상시보다 상당히 과격했다.
라쿤은 분노하고 있었다. 주인을 죽일 뻔한 이놈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목뼈가 부러지도록 이리저리 흔들며 절대로 놔주지 않았다.
주인의 음성이 들리기 전까지,
“라쿤 이제 그만해. 그놈 이미 죽었다. 가죽 상하니까 그만하고 돌아와.”
전투가 종료되자 보상에 대한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경험치 11,3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3 /체력 2 /민첩2 /지력 8 /정신 7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장 정리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두리안은 스스로 알아서 사체들을 아공간으로 이동시키고, 해체 작업까지 진행했다. 대부분 새까맣게 타버려서 쓸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가장 가치 있는 실버울프의 사체를 온전하게 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건진 것이 많지 않은 대신 라쿤은 포식으로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사냥에 대한 보상으로 레벨 44를 달성했다. 그리고 라쿤의 1차 진화가 이루어졌다.
[에고무기 라쿤이 숏소드에서 롱소드로 진화합니다.]
[스킬 포식(A)의 등급이 포식자(AA)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라쿤의 몸체에서 금빛이 퍼져 나오더니 외형의 변화가 일어났다.
검체가 길어지고 넓어지면서 검날에 붉은빛 광채가 어렸다. 칼자루도 좀 더 길어지고 붉은색 기하학무늬가 새겨졌다.
칼집 또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으며 상단 부분에 날개를 펼친 드래곤 문양이 양각되어 있었다.
“만세에~, 만세에, 만만세에~”
나는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 그동안 라쿤의 검신이 짧아 아쉬움이 많았었다. 이제는 몬스터들의 심장에 라쿤을 쑤셔 박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뻤다.
오랜만에 시스템 상태 창을 호출했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44
직업 : 4 서클 마법사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46 /체력 : 42 /민첩 : 33/지력 : 97 /정신 : 53
생명력 : 1.210, 마나: 1,500
공격력 : 730 / 방어력 : 510 /회피력 : 330
마법공격력 : 970 / 마법방어력 : 530
소지금액 : 0 , 스텟포인트 : 4
장착장비
무기 : 라쿤(에고무기, 롱소드, 전설)
방어구 : 등산복 상.하의, 등산화
마법스킬
[쉴드] [파이어월] [파이어랜스]
[록버스터] [쇼크웨이브] [힐]
아공간 : 32,000kg 제한
이번 전투에서 죽을뻔했다는 사실이 무척 신경 쓰였다. 남은 스텟 포인트의 배분을 놓고 고심했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지력에 투자했지만, 이젠 힘과 체력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했다. 나는 힘 2, 체력 2로 스텟을 분배했다.
그리고 기대되는 라쿤의 상태 창을 열어보았다.
라쿤 (에고무기, 롱소드, 전설)
공격력 : 270, 방어력 50
포식자(AA) - 패시브 스킬
- 적을 공격할 때마다 적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 적의 사체를 포식하여 대량의 경험치를 습득한다.
“우와~ 미쳤다, 미쳤어. 라쿤아 넌 정말 복덩어리다. 최고다, 최고, 하하하!!”
라쿤을 품에 안고 칼자루에 뽀뽀하려고 하자, 라쿤이 몸을 부르르 떨어댄다.
라쿤의 스킬 포식자(AA)는 생명력에 대한 나의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상대를 공격할 때마다 생명력을 흡수하는 ‘흡혈’ 스킬, 그것도 패시브로 발동하는 최상의 스킬이다. 더구나 사체 포식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 라쿤으로 인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단 거나 다름없었다.
“주인님, 전장 정리는 모두 끝났어요. 어서 여기를 떠나야 해요. 피 냄새를 맡고 다른 포식자들이 몰려올 수 있어요”
“그래, 다른 안전한 야영지를 찾아보자”
한참을 이동하여 그나마 안전할 것 같은 바위산 아래에서 다시 야영 장비를 펼쳤다. 바위산을 등지고 양옆으로 큰 바위들이 있어 몬스터가 온다고 해도 전방만 방어하면 되니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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