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불사의 트윈헤더오우거
다음날, 씩씩거리며 오우거 서식지가 내려다 보이는 협곡 위로 올라갔다.
오우거 새끼들은 배가 고픈지 동굴 앞 공터에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앵앵거리며 울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작지 않았다. 우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동굴 속에서 괴성이 울렸다.
크아아아아앙
트윈헤더오우거의 괴성 소리에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뚝 끊기고, 동굴 밖으로 암컷들이 뛰어나와 자기 새끼들을 안아 들고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부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능이 있는 트윈헤더오우거는 분명 다른 액션을 취할 것이라 생각한다. 트윈헤더오우거가 직접 사냥에 나서기보다 암컷들을 보내 사냥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지능이 있는 우두머리들의 특성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계속 기다리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다. 트윈헤더오우거는 아직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계속 기다려봐라 이자식아, 한 놈이라도 돌아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오우거 서식지를 철수하여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날 밤에도 트윈헤더오우거의 고성방가는 계속됐다.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아아아아악~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심해져서 쉬지도 않고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으으으, 저 자식은 왜 밤만 되면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잠도 없나”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아아아아악~
나는 포기하고 귀를 막아 잠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막아도 미세하게 새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장가라고 생각하고 무시해 버리려 했지만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밤새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다.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바로 오우거 서식지로 달려가 지켜보는데 암컷들 중 3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암컷들이 사냥을 나간 것이다.
나는 즉시 좁은 협곡으로 이동하여 사냥 나간 암컷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컷 오우거 1마리가 아울베어 2마리를 양 어깨에 들쳐 메고 오는 것이 보였다. 무리하게 사냥을 했는지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역하다.
나는 하던 대로 아이스월(Ice Wall)로 얼음벽을 세우고, 아이스포그(Ice Fog)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라이트닝쇼크(Lightning Shock)로 마무리했다.
트윈헤드오우거만 아니라면 새끼 딸린 암컷들은 살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암컷들이 계속 버티고 있으면 트윈헤드오우거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암컷들은 여기서 죽어줘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암컷도 죽었다.
그날 밤,
놈의 괴상하고 지랄 같은 고성방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의아했지만 잠은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곧바로 오우거 서식지가 내려다 보이는 협곡 정상으로 올라갔다. 서식지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새끼들 중 세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혹시 했지만 역시 맞는 것 같았다. 남은 암컷 두 마리가 자기 새끼들을 품에 안고 사시나무 떨듯 떨어 대고 있었다.
“헐, 동족 포식을 했나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인님 저놈 설마 지 새끼를···?”
“그래, 그런 거 같아. 저런 놈은 절대 살려두면 안되겠지?”
“그럼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런 놈은 절대 살려두면 안돼요. 절대로···”
갑자기 두리안이 소리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알았어. 내가 오늘 반드시 죽일 테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라 두리안”
“네.주인님. 꼭 죽이세요. 꼭···”
“응”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암컷 두 마리가 서식지를 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암컷들이 떠나고 1시간이 흐른 후에 등록마법 몇 가지를 수정하고 오우거 서식지로 뛰어내리면서 플라이(Fly)마법을 시전 했다.
서식지 15m 상공에 멈춘 나는 동굴 속에서 대자로 뻗어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트윈헤더오우거를 발견했다. 암컷들은 트윈헤더오우거가 깨어나기 전에 식량을 구해 받쳐야 자기 새끼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것 같다.
새끼 오우거 2마리는 하늘에 떠있는 나를 보고 놀랬는지 공터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울먹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동굴 안에 아이스포그(Ice Fog)를 뿌리고, 가장 강력한 전격마법 한방이면 저놈을 가루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놈에게 그런 행복한(?) 죽음을 선물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의 고통을 주고 싶었다.
“오늘 내가 너에게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이 자식아”
나는 소리 지르며 마법을 시전 했다.
“썬더캐논”
5서클 썬더캐논(Thunder Cannon, 150)이 시전 되자, 한줄기 광선이 내 손에서 발사되어 자고 있던 트윈헤더오우거의 왼쪽 머리통을 강타하며 폭발했다.
꽝!!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는지 놈은 왼쪽 머리를 움켜쥐면 동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상공에 떠있는 나를 발견하고 괴성을 질러댔다.
크아아앙~
크아아아아악~
머리가 2개라 그런지 괴성도 동시에 2번이 들린다. 13m의 트윈헤더오우거가 손을 뻗으면 어쩌면 잡힐 수 있는 높이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마법을 날렸다.
“기가라이트링”
6서클마법 기가라이트닝이 시전 되자, 수만 볼트의 번개 한줄기가 놈의 몸에 내리 꼿혔다.
꽝!! 꽈광! 꽈과과광!
지지지지즈즈즈즈직
지지지지, 지지직
살과 내장을 타는 소리와 냄새가 코와 귓속을 파고 들었다. 미간이 찡그려질 만큼 역겨운 냄새였다.
잠시 후,
마법이 소멸되자 놈이 털썩 땅바닥에 쓰러져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슴은 구멍이 뻥 뚫려 살과 내장이 타 들어가고 있고, 2개의 얼굴은 피부가 녹아내리고 눈알이 다 타 버려서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그 누가 봐도 죽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타들어가던 가슴팍의 피부가, 수만 볼트의 압력에 녹아버렸던 눈알이, 다 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내장들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너 같은 괴물이 그렇게 빨리 죽으면 재미가 없지”
나는 혼자 말을 내 뱉으며 마법을 시전 했다.
“윈드프레스”
6서클 윈드프레스(Wind Fress, 200) 마법이 시전 되자,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거대한 바람의 일어나며 트윈헤더오우거를 사면에서 압착해 들어갔다. 회복 중에 있던 트윈헤더오우거 뼈가 부서지고 장기가 터지며 서로 압착되어, 마치 프레스로 눌린 것처럼 몸이 바닥에 붙어버렸다.
너무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온몸에 뼈라는 뼈는 다 부서져 눌린 오징어가 된 것이다. 나는 징그럽게 변한 놈을 보면서 거만하게 건방을 떨어 댔다.
“기다려 줄 테니까 또 재생시켜봐. 이 정도도 못 버티면 트윈헤더오우거라는 이름값이 아깝잖아. 안그래?”
8분정도 지나자 진짜로 놈의 몸이 다시 재생을 시작하였다.
“두리안? 이놈은 심장이 부서져도 재생이 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요. 트윈헤더오우거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요.”
“흠..그렇단 말이지? 재생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봐서는 재생도 무한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나는 놈의 육체가 80%정도 재생이 되자 다시 마법을 시전 했다.
“자 그럼 다시 하나 날아간다. 아이스포그”
놈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몬스터들과 괘를 달리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은 없는 것, 죽고 또 죽이다 보면 더 이상 재생을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라이트닝블레이드”
지난번 실험에서 썼던 아이스포그와 라이트닝블레이드 조합이다. 그 당시 실험 당했던 오우거는 뼈까지 가루가 되어버렸다.
츠츠츠츠츠 꽝! 꽈광!!
안개 속에서 번개가 치고 전기가 역류했다가 위에서 다시 내려치기를 반복하면서 엄청난 전격 데미지가 가해졌다.
츠츠츠 꽝!! 지지지지직, 지지지직 츠츠 꽝꽝!!
살과 내장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13초가 지나고 갑자기 세상이 고요해 졌다. 그리고 안개가 사라진 자리에 새까맣게 탄 물체가 쓰러져있었다.
나는 또 다시 기다렸다. 놈이 다시 살아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번에는 놈이 재생하여 어느 정도 본모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재생 시간이 얼마나 느려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전 재생에서는 8분정도 걸렸다. 15분이 지나자 놈의 피부가 꿈틀꿈들 하더니 새까맣게 탄 부분이 조금씩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고 새 살이 돋아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참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재생 능력이 있는지, 용언마법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대적하기 힘든 상대일 것이다
다시 10분정도 지나자, 놈의 재생이 90프로 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한번만 더 해보자. 다음에 또 이런 놈을 만날지 모르니 확실한 데이타를 만들어야겠어”
나는 다시 마법을 시전 하기 위해 소리쳤다.
“윈드프레스”
큰 바람이 사방에서 일더니 놈의 뼈와 내장을 부수면서 압착되기 시작했다. 비명도 없었다. 발성 기관은 아직 완성이 안되었는지 뼈와 살이 부서지면서 압착되는데도 괴성을 지르지 못했다.
다시 오징어가 된 트윈헤더오우거는 이번에는 재생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신체의 절반을 재생하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더 마법을 쓰다면 놈도 끝장날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나머지는 라쿤에게 맡겨보자”
라쿤의 포식은 쓸 수 없다. 써봐야 죽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라쿤으로 하여금 트윈헤더오우거의 생명력을 100% 흡수하게 하여 재생 능력을 소멸 시키는 방법이다.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른다. 한번 해 보고 안되면 마법을 써야 할 것이다.
이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놈의 사체가 탐이 나기 때문이다. 가치가 상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라쿤을 뽑아서 트윈헤더오우거의 심장에 온 힘을 다해 쑤셔 박았다.
푹~~
라쿤은 단 한번에 놈의 심장에 박혔다. 라쿤의 검신과 손잡이가 부르르르 떨더니 피 빛 광채를 내 뿜으며 놈의 심장에 깃든 생명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은 쉴 새 없이 라쿤의 생명에너지 흡수에 대한 알림을 보냈다.
에고무기 라쿤이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3%
에고무기 라쿤이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4%
에고무기 라쿤이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5%
.
.
에고무기 라쿤이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44%
에고무기 라쿤이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45%
드디어 라쿤의 생명에너지 흡수가 끝났다.
모든 생명력을 도난 당한 트윈헤더오우거는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죽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상 메시지가 울렸다.
[시스템 사용자가 특수 생명체 ‘불사의 트윈헤더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00,000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받습니다]
[힘 10/체력 10/민첩 10/지력 20/정신 20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5레벨이 올랐다. 한번에 경험치 40만을 획득한 것이다.
“어쩐지 이상했어. 아무리 트윈헤더오우거라도 그런 식으로 재생되는 게 이상했거든”
“주인님 왜요? “
“저놈이 일반 트윈헤더오우거가 아니라, 특수 생명체 불사의 트윈헤더오우거 란다.”
“특수 생명체라고요?”
“그래, 그래서 그렇게 계속 살아났던 거야”
“그랬군요. 그런 불사의 특수 생명체를 그렇게 쉽게 죽이는 주인님은···”
“·····?”
두리안이 스스로 말을 끊자, 나는 또 드래곤 타령인가 싶어 두리안을 째려보았다.
“···최고예요 주인님. 헤헤”
“참 나. 이 자식이 사람 놀리기는, 일단 저놈 잘 챙겨 놔라. 아주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아“
“네, 주인님”
두리안과 나는 농담을 나누며 전장을 정리했다. 2마리의 새끼 오우거들는 내가 트윈헤더오우거를 죽이는 걸 보더니 울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자기들을 째려보자, 한 놈이 사색이 되어 울기 시작했고 곧바로 다른 한 놈도 울어대기 시작했다.
“너희 엄마들은 곧 올 거다. 울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나는 씨~익 한번 웃어주고는 오우거 서식지를 떠났다.
********
야영지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는 휴식 하기로 했다. 시스템 창을 소환하여 스텟포인트를 상대적으로 낮은 민첩에 투자했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80
직업 : 6서클 마법사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115/체력 : 110/민첩 : 95/지력 : 183/정신 : 178
생명력 : 3,140, 마나: 4,970
공격력 : 1,420 / 방어력 : 1,190
마법공격력 : 3,370 / 마법방어력 : 1,600
소지금액 : 0 , 스텟포인트 : 0
‘뭐, 나쁘지는 않지만 마나량이 아직도 부족한 감이 있어. 더 강해져야 돼’
나는 메마른 협곡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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