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매국노를 죽이다
나는 아공간에 보관되어있던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를 꺼내 놓았다. 하이샌드 백작이 소리치자 밖에 있던 기사들이 들어와 갑옷과 무기를 밖으로 옮긴다.
이후 텔레포트로 오스틴공작의 저택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품에서 새소리가 나는 피리를 꺼내 불자, 잠시 후 오스틴공작의 저택을 감시하고 있던 기사 두 명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회담이 시작된 이후로 더 추가된 사람이나 밖으로 빠져나간 자가 있었습니까?”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택 주위로 오스틴공작가 기사 50여 명이 저택을 둘러싸고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것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분은 이제 여기를 벗어나 아지트로 돌아가 다음 계획을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돌아가면 리갈 후작이 설명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충!!”
두 명의 기사가 작게 군례를 취하고 빠른 속도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오스틴공작의 저택을 바라봤다. 깊은 밤이라 주위에 불들은 모두 꺼져 있지만, 회담 장소라고 추측되는 3층에는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애초 계획은 저들 매국노 한 명, 한 명에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주면서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저놈들을 처리하고 빨리 콜튼후작과 마이어백작, 그리고 나머지 별 볼 일 없는 두 놈도 처리해야 한다.
나는 투명 마법을 시전하고,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서 오스틴공작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일단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3층 창문 옆에 붙어 회담 장소가 맞는지 확인했다.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의 있는 인물들의 얼굴은 확인이 안 되지만 대화 내용은 잘 들렸다.
“하면 네이트 백작 영지는 포기하자는 것이오?”
“말도 안 됩니다. 제 영지가 반란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어허, 네이트 백작 일단 자중하시오. 지금은 아무리 빨리 병력을 소집한다고 해도 네이트 영지를 구원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백작도 잘 알지 않소? 일단은 반란군을 진압한 후, 네이트 영지가 입은 피해는 따로 보상해 주겠소. 이번에 반란군을 일소시키면 왕국 영토의 3분의 1이 주인 없는 땅이 되오. 우리가 나눠 먹을 만한 크기이니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마시오.”
“흠흠... 알겠습니다. 빈센트 후작 각하”
“공작 각하, 그럼 변경백인 산토스백작과 에즈워드백작의 병력을 왕성으로 불러드릴 생각이십니까?”
“그렇소, 더하여 오늘 회의가 끝나는 대로 각 영지에 전령을 보내 영지 군과 징집병을 모아 웨이런백작령으로 집결시킬 것이오.”
“산토스백작과 에즈워드백작이 우리 편 이기는 하나 그들은 변경백입니다. 명령서 없이 절대 병력을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까짓 종이 쪼가리 만들어 보내면 될 것이오.”
“하지만 후아킨국왕은 직인을 찍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
“하하, 직인이라면 나에게도 있소. 지금까지 잘만 써먹지 않았소?”
“그것은 가짜 아닙니까? 왕성 내에서야 우리끼리만 알면 되니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외부로 나가면 가짜라는 게 들통날지 모릅니다.”
“웨이란 백작?”
“네, 공작각하”
“백작은 이 왕국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네? 하하, 당연히 공작 각하의 왕국입니다. 저는 언제라도 공작 각하를 폐하로 모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너무 나갔소. 레온왕국이 나의 것이기는 하나, 내가 왕위에 오를 수는 없소. 그랬다가는 당장 페라니아 제국이나 메이나 왕국에서 쳐들어올 것이오. 본국의 폐하께서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오. 다 때가 있는 법이오. 아무튼 레온왕국이 나의 것인데, 내가 후아킨을 대신하여 직인을 사용하는 게 문제가 되오?”
“아닙니다. 공작각하.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좋소, 웨일론 백작. 그대를 외교부 최고 행정관으로 앉힌 것은 그런 것을 하라는 거였소.”
“명심하겠습니다. 공작각하”
“흠, 그건 그렇고 이번에 자이르 왕국을 패퇴시킨 자가 아사달의 군주라는 것이 맞소?”
“그렇다고 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9 서클마법사에 그랜드마스터라고 합니다.”
“후작은 그 말을 믿는 게요? 지난번 귀족 회의에서 리갈 후작과 로엘 후작이 하도 떠들어 대기에 장단을 맞춰준 것뿐이지 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소.
어떻게 인간이 9 서클에 오를 수 있으며, 게다가 소드마스터도 아니고 그랜드마스터? 허무맹랑한 말일 뿐이요. 그자를 이용해 하이샌드 백작을 처치하려고 했었는데 일이 꼬여 버렸소.
처음부터 왕세자 그놈이 아사달의 애송이를 꼭두각시로 부리면서 우리를 압박할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거짓으로 만들어 낸 애송이에 불가하오.”
“하면 그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어떻게 처리하긴, 반란을 진압한 후에 당장 아사달을 날려버려야 하지 않겠소?”
“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생각됩니다. 공작각하”
나는 이들의 대화를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역겹고 화가 나는 것은 둘째 치고,
‘아사달을 날려버려? 니들은 곱게 죽기는 글렀다. 개새끼들아’
나는 지체하지 않고 집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깊은 밤이라 그런지 집안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3층 회담이 열리고 있는 방 앞에 두 명의 기사가 보초를 서고 있을 뿐이다.
콰당, 콰당~
슬립 마법으로 2명의 기사를 재웠다. 그리고 방문을 살짝 열었다. 열띤 회의 중인지 문이 살짝 열린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투명 마법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로 방 안으로 들어온 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소리 차단 마법을 시전했다.
나는 이놈들을 어떻게 쳐 죽일까 생각했다. 그사이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왕세자를 사로잡으면 반역죄를 물어 처형해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오. 듀렐 그놈은 사사건건 우리의 일을 방해해왔소. 이번에야말로 그놈을 죽여야 하오.”
“하지만 후아킨 국왕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국왕이 다른 건 몰라도 가족을 건드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흠, 그건 그렇소. 이번에 왕세자뿐 아니라 후아킨 국왕도 함께 죽이는 것은 어떻소? 2 왕자 바스티안을 허수아비로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소만?”
“좋은 생각이십니다. 공작각하. 그리고 일라이나 공주도 혼기가 차지 않았습니까?”
“일라이나 공주? 그, 그렇지 아주 예쁘게 컸지. 꿀꺽~”
오스틴공작으로 짐작되는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속에 고인 침을 삼켰다.
“바스티안 왕자를 허수아비 국왕에 세우신 후에, 일라이나 공주를 공작 각하의 첩으로 삼는 건 어떠신지요?”
“어험, 공주만 좋다면야 나야 뭐, 꿀꺽~”
오스틴공작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응?? 뭐, 뭐라?”
오스틴 공작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인물을 쳐다봤다.
지목받은 인물이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쳐댔다.
“공작각하, 전 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저, 정말입니다.”
“네이트 백작, 분명 자네의 목소리였는데 아니라고 발뺌할 텐가?”
“어, 억울합니다. 전 진짜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공작각하”
“흠, 그런가? 내가 잘못들은 모양이오. 오늘 무리를 했더니 피곤해서 환청이 들렸나 보오.”
“환청 아니야. 병신아!!”
짝!
컥!!
쿠당탕탕~
나는 투명을 해제하며 오스틴 공작의 귀싸대기를 내리쳤다. 오스틴 공작의 고개가 돌아가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헉, 누, 누구냐?”
“누구냐? 경비병, 밖에 경비병 있느냐?”
“소리쳐봐야 아무도 안 와. 매국노 새끼들아”
나는 라쿤을 뽑아 들었다.
스스슥~
라쿤의 검신에서 핏빛 검기가 뿜어져 나와 삽시간에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쓰러져있던 오스틴 공작을 비롯하여 빈센트 후작, 웨이란 백작, 네이트 백작은 온몸을 짓눌러오는 라쿤의 핏빛 검기에 사로잡혀 꼼짝하지 못한 채 몸을 덜덜 떨어댔다.
나는 쓰러져 신음하는 오스틴공작 앞에 섰다. 딱 봐도 70살은 넘어 보이지만 뭘 얼마나 잘 처먹었는지 몸뚱이는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영감탱이, 남의 집 귀한 딸내미 데려다가 신세 조지려고 했어? 그 나이에 거시기가 스긴 스냐? 나잇값 좀 해라. 이 매국노 새끼야.”
나는 사커킥으로 오스틴공작의 사타구니를 힘껏 차버렸다.
퍽!!!
크아아아아악!!!
X알 두 개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인간의 비명이라 믿기지 않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머지 3명의 매국노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누, 누구시오? 우,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이오?”
그래도 익스퍼트 상급인지 정신을 차린 빈센트 후작이 턱을 덜덜 떨며 묻는다.
“나는 아사달의 군주다.”
“헉!! 아, 아사달의 군주라면···”
빈센트 후작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자기들끼리 아무리 아사달의 군주가 왕세자의 꼭두각시네 뭐네 하며 깎아내려도, 속내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빈센트 후작은 국방성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국내외 병력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실력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 자리이다.
이번 자이르왕국과의 전쟁에서 아사달의 군주가 어떻게 활약했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 앞에 서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으니, 심장이 덜컥 멈춰버린 듯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내가 아사달의 군주 강철민이다. 네 놈들이 후아킨 국왕을 죽이고, 그의 어린 딸년을 첩으로 삼겠다는 말을 들었다. 또 아사달을 무너뜨리고 나를 죽이겠다는 말도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
“그, 그것은...”
빈센트 후작이 뭔가 변명하려 했지만 나는 바로 끊어버렸다.
“변명은 필요 없다. 오늘 여기서 너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또한 매국노와 매국노의 조력자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3족을 멸할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에 매국노의 씨들이 살아 숨 쉬게 하지 않을 것이다. ”
“아!! 흑흑~”
빈센트 후작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걸 직감했는지 몸이 무기력하게 허물어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쉬움인지 후회인지 모를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웨이란 백작과 네이트 백작은 아직까지 라쿤의 검기에 의해 몸이 마비되어 두 눈만 부릅뜬 채 말없이 이 상황을 지켜 보고 있다.
나는 아직 구석에 처박혀 몸이 굼벵이처럼 말린 채 신음을 내고 있는 오스틴공작에게 다가갔다.
“끄으응~~”
“늙은이 이제 뒈질 시간이다. 오스틴이란 너의 이름과 너의 가문은 수천, 수만 년 동안 역사에 기록되어 매국노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어질 것이다.”
나는 라쿤을 치켜들었다. 단번에 오스틴공작의 목을 쳐 버릴 생각이었다.
“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내가 왕이 된다면 약해 빠진 레온왕국보다 훨씬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
오스틴 공작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목이 터져라 외쳤다.
나는 치켜들었던 라쿤은 내리며 오스틴공작에게 물었다.
“네가 왕이 된다면 레온왕국보다 훨씬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그, 그렇다.”
“어떻게?”
“그거야 막강한 군사력을 키워서···”
나는 오스틴공작의 말을 끊어버렸다.
“말 같지 않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네 놈이 군사력을 키우도록 주변 3강이 지켜 보고만 있겠다고 하더냐? 더구나 네 놈은 자이르 왕국에 레온왕국을 넘기려고 했잖느냐. 그런 놈이 무슨 수로 나라를 만들어서 왕이 된다는 것이냐?”
“자이르 왕국의 폐하께서 나에게 이 나라의 통치권을 준다고 약속하셨다.”
“그 말을 진짜 믿고 있는 것이냐? 세상 어느 미친놈이 정복한 나라의 통치권을 그 나라의 공작에게 맡긴다는 것이냐?
설사 자이르 국왕이 미친놈이어서 네 놈에게 레온왕국을 맡긴다고 치자. 네 놈이 다스리는 이 왕국은 자이르 왕국의 속국에 지나지 않는데, 네 놈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을 자이르 왕국에서 보고만 있을 것 같으냐? 언제든 자기들 등에 칼을 꽂을 지 모르는데?”
“아니다. 폐하께서는 독립국의 지위를 인정해 주신다고 하셨다. 레온의 종주국 지위만 넘겨주면 이 땅에 우리 마젤란 가문의 새로운 왕국을 새우도록 지원해 주신다고 하셨다.”
“허~ 네놈은 매국노보다 더 나쁜 놈이로구나. 같잖은 왕 노릇 한번 해 보려고 자신의 나라를 팔아먹는 것도 모자라 1만 년의 역사와 종주국의 권위까지 깡그리 팔아먹을 생각이었구나.”
“역사와 전통이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 허울뿐인 껍데기일 뿐이다. 나약한 레온왕국은 세상의 순리대로 사라져야 한다. 이 땅에 더욱 강력한 새로운 왕국이 새워져야 한다. 나는 새로운 왕국의 주인이 되고자 한 것뿐이다.”
“아직 레온왕국은 멸망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꿋꿋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앞으로도 레온왕국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네 놈의 말처럼 레온왕국은 약해빠진 왕국이 아니다. 이제부터 레온왕국은 주변국 중 가장 강한 나라가 되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무, 무슨···”
“못 믿겠느냐? 하지만 그리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사달의 군주인 내가 지켜줄 테니 말이다. 네 놈들은 지옥에 가서 지켜봐라.”
나는 다시 라쿤을 높이 쳐들었다.
“사, 살려주시오.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소. 살려주시오.”
오스틴공작이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했다.
“그만 꺼져라. 이 빌어먹을 쓰레기야”
쉬이익~서걱~
데구르르르~
오스틴 공작의 잘린 머리가 방안을 굴러 주저앉아있는 빈센트 후작의 발치에 멈춰 섰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오스틴 공작의 부릅뜬 두 눈이 빈센트 후작을 노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놀란 비센트 후작이 앉은 자세 그대로 뒤로 물러나려 헛발질을 해댔다. 나는 빈센트 후작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목젖에 라쿤을 갔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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