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명의도용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방에서 시스템 창을 열고 방어구 부분을 클릭했다.
[방어구]
-오우거 전투갑옷 상의 : 방어력 2,500 , 체력 50
-오우거 전투갑옷 하의 : 방어력 2,000 , 체력 50
-오우거 어깨보호대(좌) : 방어력 500, 체력 50
-오우거 어깨보호대(우) : 방어력 500, 체력 50
-오우거 팔목보호대(좌) : 공격력 500, 힘 50
-오우거 팔목보호대(우) : 공격력 500, 힘 50
-오우거 목 보호대 : 생명력 2,000
-오우거 발목보호대(좌) : 힘 50
-오우거 발목보호대(우) : 힘 50
-오우거 장갑 : 공격력 1,000, 힘 50
-오우거신발 : 회피력 1,000, 민첩 50
-오우거 로브(전신) : 방어력 1,000, 지력 50, 방한,방열 기능
-오우거 방어구세트효과 : 힘 50, 체력 50, 민첩 50, 지력 50, 정신 50
‘우와!! 이건 대박이다. 엄청나다. 거기다 세트효과도 있어, 미쳤다, 미쳤어!!’
나는 메인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211
직업 : 8서클 마법사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660/ 체력 : 572/ 민첩 : 450/ 지력 : 855/ 정신 : 525
생명력 : 12,220, 마나: 13,800
공격력 : 10,600 / 방어력 : 13,720 / 회피력 : 5,500
마법공격력 : 8,550 / 마법방어력 : 5,250
소지금액 : 13,830골드 , 스텟포인트 : 0
‘이 정도면 뭐든지 상대할 수 있다. 군대가 와도 이긴다. 갑옷에 이런 정도의 효과가 있을 줄이야.
그렇다면 레드 와이번으로 세트를 맞춘다면 도대체 얼마나 올라갈까? 빨리 최고의 장인을 찾아야 한다.
하만도 좋은 장인이지만 레드 와이번이나 특수 생명체를 다룰 정도는 아니야 ’
나는 상태창을 닫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헨리 집사에게 3일간 외출을 통보하고 바로 텔레포트로 지난번 오크들을 학살했던 오크부족 마을로 왔다.
텅 빈 마을은 동트기 전이라 그런지 왠지 을씬년스럽다.
땅바닥은 아직도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혈흔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날아서 이동해야 한다.
“플라이”
오랜만에 플라이(Fly)마법을 시전하여 그린마운틴 깊숙한 곳으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동했다.
30분쯤 지나자 동이 터 오기 시작한다.
하늘 위에서 마주하는 일출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장관이다.
끝없이 펼쳐진 숲과 하늘이 맞닿는 지점에서 빠알간 해가 고개를 내밀며 새벽의 어둠을 살라 먹어간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계속 숲의 깊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관찰되는 몬스터 개체가 많아진다. 중형급 몬스터인 샤벨타이거나 블랙베어, 회색늑대같은 몬스터들이 많이 보인다.
‘확실히 미지의 수림에 사는 같은 종보다 몸집이 약간 작은 듯 하네. 두리안의 말처럼 공기 중에 섞여있는 마나의 농도가 미지의 수림보다 낮아서 그런 걸까?’
인간의 발길이 많지 않다 보니 여기도 몬스터들만의 세상이 되어 있다. 축소된 미지의 수림 정도라고 해야 할까. 미지의 수림 정도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느낌을 가진 장소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왠지 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3시간을 내리 비행해도 될 만큼 마나량이 늘었다.
급하면 마나석을 사용해도 되니, 마나 문제 만큼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다.
지금 1시간째 비행하고 있는데도 여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내려가서 1시간만 휴식하면 마나는 다시 만땅이 된다.
‘30분만 더 대형몬스터를 찾아보자. 못 찾으면 내려가서 2시간정도 휴식하면 되지 뭐’
그리고 정확히 28분쯤 지났을 때 오우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온 모양이다.
거대한 몽둥이를 어깨에 척~ 걸치고 마실 가는 것 마냥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다.
이 놈도 마찬가지로 미지의 수림에 사는 오우거보다 몸집이 약간 더 작았다.
‘뭐 작다고 싸움 못하는 건 아니잖아. 작은 고추가 더 매울 수도 있으니 일단 확인해 보자고’
지상으로 내려가 오우거 맞은편 30m 지점에 착륙했다.
오우거는 나를 보고 한참을 노려보더니 그냥 지나치려 했다.
“헉, 이런 씨벌!! 나 오우거에게 한입 거리도 안된다고 무시 당한 거야? 내가? 미지의 수림에서도 당해 본 적 없는 무시를 고작 이 코딱지만 한 숲에 사는 시골 촌놈한테 당한 거야? 이 개 호로쉐끼를, 야! 너 거기 안 서?”
나는 냅다 달려가 뒤돌아 가고 있는 오우거의 등짝을 이단옆차기로 날라 찼다.
쿠당당탕탕
오우거는 4바퀴를 구르며 10m 앞쪽 땅바닥에 처박혔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질러 댄다.
크아아아아, 끄아아아악
나를 향해 거대한 몽둥이를 빙빙 돌리며 달려왔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놈이 뭉둥이를 휘둘러 나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텅!
쉴드(Shield) 방어력이 8,550에서 2,000쯤 소모되었다. 놈이 다시 한번 내려쳤다.
텅!
텅!
3번 연속 내리쳐도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자, 오우거는 몽둥이를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쉴드(Shield)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텅!, 텅!, 텅!,텅!,텅!···.
한참을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두르더니, 제 풀에 지쳤는지 숨을 헐떡이며 나를 쳐다본다.
“왜 더 쳐보지? 더 쳐봐 이새끼야!!, 더 쳐!!”
나는 더 쳐보라고 오우거에게 머리를 내 밀었다. 놈이 열 받았는지 또 사정 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텅!, 텅!, 텅!···.
그러고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뒤로 두 걸음 물러나 무릎에 손을 받치고 거센 숨을 몰아쉰다.
"헉, 헉, 헉"
“왜, 지쳤냐? 고작 이걸로 지쳐 나자빠지면서 네까짓게 나를 무시해? 더 쳐봐 새끼야!, 더 쳐!..엉!!”
나는 계속 오우거에게 다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놈이 뒤로 한두 발 물러 나더니 도망 가려 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 촌놈아!”
나는 바로 달려가서 도망치는 오우거의 궁둥이에 날라차기 했다.
쿠당탕탕
놈이 앞으로 굴러 넘어지며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앙, 끄아아앙
마치 우는 듯한 괴성이었다. 나는 놈에게 달려가 일어나고 있는 놈의 복부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퍽!
오우거는 약 10m를 날아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대로 즉사해 버렸다.
공격력 10,600에서 3,000이 라쿤의 공력력이 더해진 것이니 순수 내 공격력은 7,600짜리 카운터 펀치였다.
오우거의 주먹 공격력이 1,600인데 그것에 5배짜리 주먹을 맞은 것이다. 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것이 까불고 있어. 퉤!!”
“주인님 멋지십니다···헤헤”
“그지? 내가 한 주먹 한다니까. 하하”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상품 아주 좋습니다.”
“몸집이 미지의 수림의 오우거보다 약간 작은 듯 하지?”
“큰 차이는 아니지만 확실히 작기는 하네요.”
“공격력도 좀 부족한 듯 해. 니 말처럼 인간들 영역에 사는 놈들은 좀 약한 거 같다.”
“저도 약간 느끼고 있지만 공기가 미지의 수림의 공기보다 약간 탁해요. 마나도 양도 부족한 것 같고요”
“흠, 그러긴 한 것 같아. 마나의 충전 시간이 미지의 수림 때보다 약간 늘어난 건 사실이니까. 아마도 공기 중에 섞어 있는 마나의 양이 부족하다는 너의 말이 맞는 거 같아”
“마나 충전 시간이 많이 차이나요. 주인님?”
“아니, 큰 차이는 아니고 한 10분정도 차이가 있어. 자자 잡담 그만하고 사냥 계속하자. 뭔가 큰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큰 것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너는 설마하니 내가 이런 촌놈 잡으러 이런 먼 거리를 왔을 거 같냐?”
“사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 치고요”
“이 자식이 요새 왤케 딴지를 걸고 그래, 아무튼 그렇다 치고 생각을 해봐라. 오크 500마리나 되는 대 부족이 이깟 떠돌이 오우거나 트롤 무서워서 밀려났을 것 같아? 막말로 오크 50마리만 죽자 사자 덤벼도 저런 오우거 한 마리는 찜쩌 먹겠다. 안 그래?”
“그, 그렇지요”
“그럼 그놈들이 밀려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이잖아. 예를 들면 지능 있는 우두머리에 의해 무리가 만들어진 오우거라든가, 트롤무리라든가 뭐 그런 거...”
“아하! 그러니까 오크무리가 싸움에 져서 밀려났다는 말이군요. 거대한 무리들에게”
“그래 맞아. 그래야 말이 된단 말이지. 나는 저런 어설픈 깡패놈들 잡으러 온 게 아니야. 이 주인님의 깊은 뜻을 알겠냐 두리안”
“네. 주인님은 언제나 현명하고 똑똑하신 분이십니다. 헤헤”
“큼, 그래. 그럼 이제 그놈들을 찾으러 가보자”
“네, 주인님”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숲을 돌아다니며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봤지만, 잡은 것은 떠돌이 오우거 1마리와 트롤 1마리가 전부였다.
사냥의 성과가 좋기는 하지만 이런 촌놈들 잡으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야영을 하고 다음날 다시 탐색에 나섰다.
다음날에도 더 깊이 들어갔지만 성과는 없었다.
역시 떠돌이 오우거 1마리 트롤 1마리가 전부였다.
나중에는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크들이 밀려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왕 온 거 하루만 더 찾아보자 하며 야영을 하고 다음날에도 탐색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숲이 끝나고 거대한 산맥이 시작하는 초입까지 오고 말았다.
바로 데스산맥의 초입이다. 초입 지역이라 눈이 쌓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온통 바위나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들 뿐이다. 그래서 나무도 자라지 않는다.
“에휴~ 완전 잘못 생각한 거 같네. 암 것도 없어 젠장할!!”
“주인님 그래도 오우거 3마리에 트롤 2마리 획득했잖아요. 기간 대비 사냥 효율은 미지의 수림보다 훨씬 좋았어요”
“그러긴 하지만 기대가 무너지니 갑자기 피곤해진다. 그만 돌아갈까?”
“그러시지요. 원래 3일만 다녀온다고 말해 놓고 온 것이니, 근데 저 쬐끔한 놈들은 뭔데 아까부터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는 거죠?”
“뭐? 어디?”
“저기요. 암벽 중간쯤에 쬐금한 인간들이 있잖아요. 수도 많은데요”
두리안이 가리킨 곳을 보니 진짜 난쟁이 같은 놈들이 하늘에 떠있는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뭐냐 저것들, 생긴 거는 판타지에 나오는 드워프처럼 생겼는데”
“네? 저것들이 드워프라고요? 가만요. 아 찾았다.
드웨프종족, 아인종이고요. 장신구, 무기, 장비를 만드는데 최고의 종족이라고 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과 가죽, 보석을 다룰 수 있다고 하고요.
힘도 세고 전투력도 꽤 뛰어나지만 인간과 별로 친하지 않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성하여 땅속이나 암벽 속에서 살아간다고 나와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주 아주 오래전에 드래곤과 종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나와있어요. 그니까 한마디로 드래곤의 종이라는 거죠”
“호~ 그래? 그랬단 말이지 씨~익”
“주인님, 그 사악한 미소는 무슨 뜻인가요? 설마 저들이 드래곤의 종인지 몰랐어요?
하긴 미지의 수림에만 있었으니 몰랐을 수도 있죠. 저도 몰랐는걸요. 저런 종족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보면 우리도 촌놈이다. 그치?”
“뭐 따지자면 저들보다는 우리가 촌놈인 건 맞는 말이죠.. 헤헤”
“일단 가보자”
“네”
나는 드워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자 전투 준비라도 하듯 사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무기를 꺼내 들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무기라는 게 참 화려하다. 망치와 칼, 창들이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엄청 멋지고 화려하고 강해 보였다.
일단 나는 저들이 보이는 상공에서 소리 질렀다.
“이런 미천한 것들이 주인도 못 알아보고 감히 나에게 무기를 겨누다니, 내 오늘 네놈들의 종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확성마법을 사용한 탓인지 산맥에 쩌렁 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8서클의 헬 파이어(Hell Fire)마법을 시전하여 거대한 지옥의 불덩이를 만들어 높이 띄웠다.
거대한 지옥의 불덩어리가 둥둥 떠서 서서히 드워프들에게 다가가자 드워프들이 난리가 났다.
공격도 못하고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온몸을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드워프 하나가 나오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대는 누구시기에 아무런 죄가 없는 우리 일족을 이리 험하게 대하시오”
내공이 있는 놈인지 목소리가 쩌렁 쩌렁하게 울렸다.
“내가 누군지 보면 모르느냐? 네놈들은 그 옛날 맺은 종속의 계약은 잊었단 말이더냐? 주인도 못 알아보는 미천한 종놈들을 내 어찌 대할 성 싶으냐?”
“헉, 그,그대는 드래곤 이십니까?”
“보고도 모르느냐?”
나는 다시 헬파이어 두 개를 연달아 시전 했다.
“헬파이어, 헬파이어”
연달아 시전 된 헬파이어로 이제 허공에는 거대한 지옥의 불덩어리 3개가 근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둥둥 떠있었다.
“나 말고 누가 있어 이런 마법을 캐스팅도 없이 시전 한단 말이더냐?. 네놈들은 오늘 여기서 모두 뒈질 것이다. 각오하라”
그러자 왕관을 쓴 드워프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더니 머리를 땅에 찍으며 제발 살려 달라 애원을 했다.
“드, 드래곤님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저희 일족을 어여삐 여기시어 살려주십시오. 몰라 뵌 죄는 제가 달게 받겠으니 저를 죽여주시고 제발 저희 일족 만큼은 살려주십시오.”
우두머리가 머리를 찍으며 살려 달라 애원하자 뒤에 있던 모든 드워프들이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하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피가 터지며 온 얼굴을 붉은 피로 적시면서 계속 일족만은 살려 달라 애원하고 있다.
“큼···크흠, 그렇게 애원을 하니 살려는 주도록 하겠다. “
“가.감사합니다. 드래곤님. 감사합니다”
“내가 유희를 즐기고 있지 않았다면 절대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인 줄 알아라”
“네. 감사합니다. 드래곤님 감사합니다.”
나는 공중에 떠있는 헬파이어 3개를 해제하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헬파이어를 보며 드워프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천천히 하강하여 드워프 우두머리 앞에 내렸다.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에 처박고 있다.
땅바닥는 피가 흥건하게 젖어 있고 일부는 바위의 굴곡을 따라 흐르고 있다.
우두머리 뿐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도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이들에게 드래곤이란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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