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고블린 대학살
북쪽을 향해 길을 떠나온 지도 3주일이 흘렀다.
첫 사냥 이후 10일 넘게 회색늑대, 큰 뿔 사슴, 멧돼지 등 주로 동물들을 사냥했다. 대체로 지구의 동물들보다 크기가 두 세배 더 컸다.
레벨도 빠르게 올라 현재 27레벨이 되었다.
어제 사냥한 호랑이는 크기가 1톤 트럭만큼 큰 놈이었다.
생김새는 선사시대 때 살았다는 샤벨타이거와 똑같지 생겼지만 크기가 엄청나게 컸다.
위턱에서 길게 뻗어 나온 송곳니의 길이가 60cm나 되었다. 백색의 몸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크기가 5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놈이었다.
2 서클 마법인 파이어볼(Fire Ball)과 라이트닝(Lightning)을 마나가 소진될 때까지 난사하여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이놈은 아공간 안에 고이 모셔 놔야겠다. 나중에 상인들에게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도 북쪽을 향해 밀림을 뚫고 가고 있는데, 저 멀리 나지막한 언덕 위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재빨리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시야가 확 트여 주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5개나 되는 연기가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마을이다. 마을이야,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야.”
거리상으로 4~5km 정도, 내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프리실란드 대륙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깟 5km, 30분 안에 돌파해 주마”
시간이 1시간 정도 흘렀을 때, 나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껏 달려온 거리는 고작 2km, 평지도 아니고 밀림을 1시간에 5km 간다는 건 욕심이 과한 거였다. 더구나 나는 115kg의 뚱뚱한(?) ···
“에이~씨, 더는 못 가겠다. 헉! 헉!”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2시간 후, 마을을 200m 정도 남겨 놓고 걸음을 멈췄다.
마을은 규모도 작고, 건물들도 이상했다.
몬스터와 거대 포식자가 지천으로 널린 이곳에서 방벽도 없이 나뭇가지와 가죽으로 엮어 만든 엉성한 움막들 10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리고 움막들을 들락거리는 존재들.
“몬스터다. 독침 쏘는 작은 몬스터 고블린”
급히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숫자가 너무 많아”
고블린의 숫자는 못해도 300마리 이상은 되어 보였다.
나는 바로 시스템을 호출하여 마법을 교체했다.
큐어포이즌(30)/쉴드(60)/스파크볼(50)/라스토네이션(50)
큐어포이즌(cure poison, 1서클): 독을 치료하는 마법이다.
쉴드(Shield, 무속성): 마법공격력에 비례하여 방어막의 방어력과 소비 마나의 양이 결정된다.
라스토네이션(restoration, 2서클): 회복과 상처를 치료하는 마법. 힐보다 강하다.
스파크 볼(Sparck Ball, 2서클): 5m 이내 주변을 스파크로 감전 시키는 구체이다.
2서클이 되면서 마법을 4개까지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레벨업 하면서 얻은 스텟 포인트는 모두 지력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마법공격력이 570 이므로, 쉴드(Shield)의 방어력은 570이다.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나는 쉴드(Shield)을 믿고, 마법과 육탄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짰다. 고블린의 숫자가 많아서 마법만으로 상대한다면 마나가 고갈되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블린은 키도 작고 힘도 약한 몬스터, 라쿤과 함께하는 근접전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날아오는 독침은 쉴드(Shield)로 방어하고, 혹시 독침에 노출된다면 큐어포이즌(cure poison)으로 치료하고,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 으로 체력을 채워준다.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마나가 고갈되기 전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현재 내 생명력은 680, 마나는 790, 그리고 10분 동안 충전되는 마나의 양은 50이다. 근접전을 이용해 마나 충전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빨리 전투를 끝내야 한다.
내가 세운 계획은 단 2주 전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할 용기와 배짱이 필요한 계획이다. 지력과 정신 스텟이 올라가면서 생긴 변화일 듯싶다.
숨을 깊게 들어 마시고 천천히 내뱉기를 수차례 하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머릿속으로 전투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다시 한번 전략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체크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해 볼 만해”
나는 라쿤을 뽑아 역수로 쥐고 몸을 낮춘 채, 천천히 고블린 마을을 향해 나아갔다. 마을 입구를 50m 남겨둔 시점에 경계 서던 고블린의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피리 소리와 함께 마을 이곳저곳에서 고블린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몇 마리는 조악하지만, 쇠붙이로 된 칼이나 창을 든 놈도 있었지만 대부분 돌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짧은 창을 들고 있었다.
마을 입구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마을 입구에는 벌써 100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조잡한 무기를 빼 들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그 뒤쪽으로 고블린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스파크볼, 스파크볼”
일단, 고블린이 잔뜩 모여있는 마을 입구에 스파크볼(Sparck Ball) 2발을 선물해줬다. 입구 양쪽에 각각 떨어진 스파크 볼(Sparck Ball)은 직경 5m 이내의 모든 생명체를 전기로 감전시킨다.
치지직, 치지직, 치직~
양쪽에서 20마리 정도의 고블린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감전되어 쓰러진다.
그 모습을 본 고블린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들려온 우렁찬 괴성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마치 로마 군대처럼 칼 든 자와 창 든 자를 구분하며 분주하게 부대 정렬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몸에 쉴드(Shield)을 2중첩 걸고, 고블린 마을로 뛰어들었다.
“쉴드, 쉴드”
나는 무자비하게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왼손에 라쿤을 역수로 쥐고, 한번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의 목과 팔이 잘려서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오른손으로는 고블린의 모가지를 잡아서 집어던졌다.
키에에엑~
키이이이익~
···
고블린들의 고통에 찬 비명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키 185cm, 몸무게 115kg의 덩치, 스치기만 해도 스친 부위가 잘려 나가는 무서운 칼 라쿤, 그리고 마법으로 무장한 나는, 작은 고블린들이 어찌해 볼 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창칼을 든 수많은 고블린이 쓰러지고 있지만, 좀처럼 진영이 무너지지 않는다.
“훈련이 굉장히 잘된 놈들이네”
고블린들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죽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죽었으며, 창 든 놈이 죽으면 뒤에서 또 다른 창 든 놈이 나타나 죽은 놈의 자리를 메꾸면서 계속 내 힘을 빼고 있었다.
그리고 맨 뒷줄에는 독침을 쏘는 고블린들이 있었는데, 입에 막대기 같은 것으로 계속 독침을 쏘아 대고 있다.
물론 쉴드(Shield)에 다 막히고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계속된 독침 공격과 사각지대인 뒤쪽과 옆쪽에서 찔러오는 창칼의 공격에, 쉴드(Shield)가 깨지고 생성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라쿤으로 앞쪽에 버티고 있는 창칼 든 놈들을 상대하고, 마법으로 뒤쪽 독침 부대를 공격했다.
“스파크볼”
츠츠츠츠~
스파크볼(Sparck Ball)이 날아갈 때마다, 그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감전되어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 나갔다.
나는 뛰었다.
조잡한 무기를 든 앞쪽의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보다 독침을 쏘는 놈들이 더 위협적이라 판단하고, 스파크볼(Sparck Ball)에 맞아 뻥 뚫린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으로 다시 모여드는 독침 쏘는 고블린들을 먼저 죽이기로 작전을 변경한 것이다.
내가 갑자기 뛰어들자, 고블린의 진영이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독침 고블린과 창칼 든 전사 고블린이 서로 엉켜서 역할 수행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너희가 그럼 그렇지. 아무리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전격전 전술에 대해 너희가 알아?”
내가 노린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공격을 무시하고 후방에 바로 침투하는 전격전 전술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라쿤도 역수로 쥐지 않고 정상적으로 쥐고 있다. 내 팔이 길다 보니 라쿤의 검신이 짧다고 해도 고블린의 창보다 더 길었다. 그냥 휘두르기만 해도 고블린 두세 마리의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며 죽거나 전투 불능이 되었다.
10분을 한자리에서 싸우면 어김없이 스파크볼(Sparck Ball)을 날리고, 고블린 전사들의 방어벽을 육탄으로 돌파하여 스파크볼(Sparck Ball)로 만들어진 텅 빈 곳을 선점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고블린들의 자중지란, 나는 인정사정없이 놈들에게 라쿤을 휘둘렀다
끼에에에에~
끼익, 끼익, 키이이이이
끼끼긱, 까~악
···
고블린들이 쓰러지면서 지르는 비명. 독침 고블린과 창칼 든 고블린들 사이에 벌어지는 자중지란. 지금 고블린 마을은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체력이 고갈될 때마다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으로 체력을 회복했다. 나머지 마나로는 쉴드(Shield)와 스파크볼(Sparck Ball)에 사용하고 있다.
마나는 10분이면 50정도 충전된다. 그러면 그때마다 체력을 채울 수가 있으므로 몸을 아끼지 않고 고블린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저돌적으로 들어가 찌르고, 베고, 집어던지는 것을 반복했다.
휘이익, 휘익···
푹! 푹! 푹!···
10분 정도 지나면 고블린들의 혼란도 어느 정도 수습되며 또다시 체계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내 뒤와 옆구리를 노리며 창과 칼을 계속 찔러 댔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독침이 날아든다.
텅, 텅텅, 팅팅팅팅···텅텅!!
하지만 모든 공격은 쉴드(Shield)에 막혀서 튕겨 나간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나의 반격이 시작된다.
“스파크볼”
츠츠츠츠칙~치치치치~
스파크볼(Sparck Ball)이 놈들이 몰려있는 곳에 떨어지면 열댓 명의 고블린이 감전되어 쓰러진다. 그리고 나는 또 달려 나간다.
스파크볼(Sparck Ball)로 생긴 공간을 메꾸기 위해 달려드는 독침 고블린과 내 뒤를 쫓아온 창칼 든 고블린들이 서로 엉켜 혼란이 발생한다.
“이놈들에게는 학습효과라는 게 없나? 매번 똑같이 행동하네”
끼아아아~
켁에에,켁~
끼끼끼에에엑~
고블린들은 나의 전술에 매번 똑같이 행동했고 똑같이 당했다. 사람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이지만 이들에게는 전격전 전술을 간파할만한 지능이 없는 것이다. 나는 놈들에게 더욱 큰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라쿤의 포식을 사용했다.
“포식”
라쿤의 검신이 길게 뱀처럼 늘어나며 죽은 고블린 앞에서 검 끝이 쫘-악 벌어졌다.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주둥이가 사체를 한입에 꿀꺽 삼켜버리는 모습에 고블린들은 기겁했다. 암컷 고블린이나 새끼 중에는 라쿤의 기괴한 모습을 보고 기절하는 놈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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