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늪지의 제왕 카이돈
늪지의 섬에 도착 한지도 벌써 5일이 지나가고 있다. 매일 레비탄만 사냥했다. 일일 평균 2천마리를 잡았고 현재까지 10,000마리를 잡았다. 많이 잡고 싶지만 아공간의 제한 때문에 어느 정도 절충을 해야 한다.
오늘 현재 94레벨을 달성했다.
레비탄 개개 경험치는 최악이지만, 대량으로 사냥하니 많은 경험치가 쌓였다. 레비탄을 잡은 경험치와 라쿤이 레비탄 부산물을 먹고 주는 경험치 합하면 300 정도의 경험치를 준다.
레비탄 10,000마리를 사냥하니 경험치가 무려 6백만(특전 2배 적용)이나 되었다. 이곳은 세상 최고의 사냥터이자 보물 창고였다.
90레벨이 넘으면서 아공간의 무게 제한이 1,024톤을 넘었다. 레비탄의 가죽 무게가 50Kg이니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최대 1만 8천마리 정도가 한계이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만약 여기서 100레벨을 넘긴다면 3만 5천마리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레비탄 1만 마리를 포식한 라쿤도 2차 진화를 마쳤다.
라쿤 (에고무기, 소드블레이드, 전설)
공격력 : 1,020, 방어력 400
대포식자(AAA) - 패시브스킬
-적의 모든 공격을 스스로 막는다 .
(방어 강도에 따라 마나 소모)
-적을 공격할 때마다 적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적의 사체를 포식하여 대량의 경험치를 습득한다.
나는 라쿤의 새로운 스킬에 대만족 했다. 이제 검술 교본 같은 것은 필요 없게 되었다.
사냥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섬 전제를 뒤흔드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크라라라라롸~ 크롸라라라라로~
마치 드래곤의 피어를 떠올리게 하는 엄청난 괴성이다.
‘이 섬에 드래곤이 사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골드 드래곤 라쿤이 분명하게 말했다. 프리실란드의 유일한 드래곤은 라쿤 뿐이라고, 그런데 여기에 무슨 드래곤이 있겠는가!
내일은 저 가짜 드래곤의 정체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
늪지의 섬에서 가장 높은 산, 산의 정상에 있는 커다란 분화구에 용암이 들끓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펄펄 끊은 용암 속을 헤엄치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
놈은 늪지대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레드 드레이크였다. 드래곤의 아류종으로 태어나 3,000년을 살아왔다. 드래곤이 아니기에 브레스도 쓸 수 없고, 마법도 쓸 수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드래곤의 것을 흉내 낸 피어 정도이다. 하지만 높은 지능이 있어 레비탄들을 거느리고 늪지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요 며칠 사이에 많은 수의 레비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어제 밤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피어를 뿌려서인지 레비탄들이 섬에서 멀찍이 떨어져 얼씬도 하지 않는다.
레드 드레이크는 그나마 오랜만에 용암 물에 목욕을 하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런 레드 드레이크의 모습을 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았다. 일단 레드 드레이크의 크기를 보고 놀랐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20m는 되어 보였다.
맹세코 저렇게 큰 악어는 본 적이 없다. 지구의 공룡시대에 엄청나게 큰 악어가 살았다고 했는데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리안은 저놈이 레드 드레이크라고 했다. 머리가 상당이 좋다고 한다.
나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내려가 봐야 할 일도 없다. 어째서인지 레비탄들이 섬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하기에 사냥도 못했다. 저놈이 어제 밤에 가짜 드대곤 피어로 사기 친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저놈이 용암 속에서 빠져나와야 두들겨 패든 죽이든 할 것 같았다. 놈이 용암 속에 있다면 접근 자체도 힘들고 마법도 먹히지 않거나 반감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놈을 산 아래로 유인하기로 마음먹고, 2가지 속성의 마법으로 도발을 시도했다. 일단 물, 불, 바람의 3대 속성 마법은 제외하였다. 용암의 특성을 봤을 때 물, 불, 바람은 전혀 데미지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암석 속성 3서클 록스피어(Rock Spear, 70)와 라이트닝스피어(Lightning Spear, 70)를 여러 개 소환하여 놈에게 날렸다. 10개의 록스피어와 라이트닝스피어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 놈의 등과 머리를 강타했다.
꽝! 꽝! 꽈꽈광!!
폭음 소리가 분화구를 뒤흔들었지만 놈에게 데미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록스피어는 놈의 몸에 부딪히자마자 부서지고 용암에 녹아버렸다. 다만 라이트닝스피어만 잠시 놈의 몸에서 파지직 거리며 시퍼런 전기를 발산하더니 사라져버렸다.
‘역시 이놈도 전격마법 밖에 통하지 않는 건가’
놈에게 전격마법을 제외한 다른 4대 속성 마법은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몸을 숨기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산 아래로 달렸다.
레드 드레이크는 갑자기 공격을 받자 잠깐 당황했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자 당황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놈의 눈에 통통한 인간이 급히 산 아래도 도망치고 있는 것이 보여 진 듯
크롸롸롸롸라~ 크라라라라롸~
분노 어린 괴성을 지르면서 곧장 나를 쫓기 시작했다. 놈의 추격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덩치가 커서 느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놈의 속도에 한순간 당황했다.
‘이대론 잡히겠어. 일단 피하자.’
“플라이”
급히 플라이(Fly) 마법으로 날아올라 산 아래로 속력을 높였다. 놈는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 빨리 산을 내려갔다. 앞을 막은 바위들은 모두 부숴버리면서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먼저 산을 내려 온 나는 전장이 될 넓은 평지에 내려 섰다.
“이곳은 늪지와 꽤 떨어진 내륙이야. 설사 늪지로 유인한다고 해도 불 속성인 저놈은 절대 늪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거야. 차라리 시야가 트인 여기서 상대하는 게 좋겠어 “
“조금 전 공격에서 전격마법은 통하지 않았나요. 주인님?”
“아니야, 통하는 듯 보이긴 했지만 3서클 마법 치고는 별 볼 것 없는 데미지였어”
“그럼 어쩌시려고요 주인님?”
“흠, 하던 대로 해야지”
“네? 마법들이 안 통한다고 하셨잖아요”
“안 통한 다기 보다는 아까는 용암 때문에 마법효과가 상쇄되버린 것이지만, 여긴 용암이 없잖아. 그래도 워낙 가죽이 두꺼워 보여서 웬만한 마법은 안 통할 것 같긴 하지만, 물은 전격이 통할 것 같아”
“불의 상극이 물이니, 용암만 아니면 물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시군요? 그러면 주인님이 만드신 마법 조합으로 상대해 볼만 하겠는데요?”
“그래, 두리안. 어쩌면 저놈한테도 물과 전격의 조합이 효과가 있을 거야. 지금까지 물리 방어력이 높은 대부분의 대형 몬스터에게 효과가 있었으니까. “
잠시 후,
레드 드레이크가 전장에 모습을 들어냈다. 지상에서는 거대한 놈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힘들다. 나는 상공 20m 지점으로 부상하여 쉴드(Shield)를 3중첩 시전 했다.
놈은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분노를 담은 피어를 방출했다.
크롸라라라~ 크라라라롸~
“야!! 그런 거 나한테 안 통해 자샤!”
“······??”
레드 드레이크는 자신의 유일한 권능인 드래곤피어가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 것 같았다. 그대로 상공에 떠있는 나를 향해 몸을 일으켜 긴 주둥이로 물어 뜯으려 뛰어올랐다.
나는 어림도 없는 놈의 행동에 그만 실소를 보냈다. 자신의 전체 몸 길이가 20m인데 20m 상공에 떠있는 나를 물겠다고 주둥이를 들고 튀어 오르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것도 땅에 빼 깔고 사는 족속이···.
....라고 생각했는데
“어! 어,어어억!”
꽝!!
아니었다, 주둥이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 몸을 띄운 상태에서 공중에서 반바퀴 돌아
꼬리로 후려친 것이다.
나는 또 방심하다 한데 얻어맞았다. 거의 40m를 날아가 지상에 쳐 박혔다.
꽈다다닥, 데굴 데굴
쉴드(Shield)가 방어하기는 했지만 공중에서는 물리적인 밀림 현상을 제어하지는 못한다.
재빨리 일어나 놈의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공중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놈이 전력으로 돌진해 왔다.
급히 플라이(Fly)로 상공 30m 지점까지 급속 상승을 했다. 상공 20m 지점에서 놈의 꼬리가 다시 한번 공격해왔지만 간발의 차이로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
쉴드(Shield)를 확인해봤다. 2개가 소멸했고 남은 1개는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놈에게 받은 공격과 지상에 추락할 때 받은 충격을 쉴드(Shield)가 막아준 것이다. 쉴드 1개의 방어력이 3,600 정도이니 놈의 꼬리 공격의 데미지는 최소한 6,000이 넘는다는 예측이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공격 데미지였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대형 몬스터 중 단연 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도 비상했다. 어떻게 공격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저런 식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지 새삼 대단해 보였다. 나는 3번째 쉴드(Shield)를 해제하고 다시 쉴드(Shield)를 3중첩 시전 했다.
그리고 레드 드레이크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
“이야..도마뱀 머리 치고는 똑똑한데? 나를 땅에 처박은 대가로 넌 오늘 전기구이 바베큐를 만들어주마···이 도마뱀 시끼야”
“······?”
곧바로 아이스포그(Ice Fog, 70)를 시전 했다. 놈의 중심으로 주변 10m에 낮은 기온의 안개가 퍼지면서 얼음 알갱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음 알갱이들은 놈의 몸에서 방출되는 고온의 열을 견지지 못하고 녹아내리면서 수증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안개에 상공에 떠있는 내가 시야에 보이지 않자, 놈은 위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안개 지역을 벗어났다. 놈의 덩치가 워낙에 거대하여 단 2걸음에 10m 밖에 안되는 아이스포그(Ice Fog) 지대를 벗어나 버렸다.
이제 막 전격마법을 날리려고 했던 나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아이스포그로는 저놈의 몸 절반도 커버가 안되네. 두 번을 써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아. 문제는 안개 때문에 내가 보이지 않자 재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이 문제인데···흠’
시스템 창을 열고 마법을 검색했다.
‘찾았다. 이거라면 저놈을 잠시 잡아둘 수 있을 거야’
즉시 마법을 시전 했다.
“아이스필드”
놈을 중심으로 100*100m 의 거대한 아이스필드(Ice Field, 150) 장벽이 생성되었다. 얼음은 얼기 무섭게 놈이 내뿜은 고열에 녹아 수증기로 기화했고, 안개처럼 아이스필드(Ice Field) 전체를 감싸 안았다.
놈는 또다시 자신의 시야에서 내가 사라지자, 재빨리 자리를 이동하려 했다. 그러다 무엇을 보았는지 이동을 멈추고 한 지점을 계속 응시하였다.
상공 10m 지점에 흐릿한 인간 형상의 실루엣을 감지하자 잠시 동안 자세히 관찰하던 놈의 눈에 나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 것이다. 상공 10m면 꼬리가 아니라 자신의 주둥이로도 충분히 물어 뜯을 수 있는 높이였다. 놈은 지체하지 않고 내 몸을 물어 뜯기 위해 점프를 했다.
그리고 단번에 내 몸을 주둥이로 낚아 채서 지상에 멋지게 착륙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내려치더니 온 세상이 시퍼런 번개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여전히 30m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6서클 전격마법 기가라이트닝(Giga Lightning, 200)를 시전 하면서 끝났다고 확신했다. 아이스필드의 수분과 기가라이트닝의 1만볼트 번개가 만나면 필드 안에는 천지가 개벽하는 상황이 연출 되고 있을 것이다.
놈을 잡아두기 위해 필드 10m 상공에 나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6서클 환영마법 미스리드(Mislead, 200)를 시전 했었다. 나의 환영을 보고 놈은 나를 공격하기 위해 필드를 떠나지 않았고 그 잠깐의 시간에 아이스필드(Ice Field)가 완성되어 바로 전격마법 기가라이트닝을 시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상으로 내려오자 아이스필드(Ice Field)을 뒤집어 엎던 번개와 정전기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이스필드(Ice Field)의 얼음도 모두 녹아내려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스필드(Ice Field) 중심부에는 레드 드레이크가 죽은 듯 엎드려있는데 몸은 그을림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새까맣게 타버렸을 거라고 예상했던 나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두리안의 외침이 들려왔다.
“살아있어요. 주인님, 저놈 아직 살아있어요. 아공간에 들어오지 않아요.”
급히 마법을 시전 하려고 했다.
“이···인···간”
레드 드레이크가 힘겹게 눈을 뜨며 말을 했다.
“헉! 말을 하네.”
“내···가..너희···인간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내 말을 알아..듣는..것이다”
“뭐라고? 아! 통역마법”
골드 드래곤 라쿤이 걸어두었다던 통역마법이 떠올랐다.
“인..간···나는 ..곧..죽을 것이다. ···부탁이..있다..인간”
“부탁?”
“나의..알 만은 ···제발..살려 달라. 레드 드레이크···일족을 ···며..멸족 시키지···말아라···”
“알이 있는 거냐?”
“그, 그렇다. 곧···깨어 날 것이다”
“너도 오래 동안 살아 온 특별한 생명체인가 보구나? 넌 이름이 뭐냐?”
“나..는..이 세상의 ..유일한..레드 드레이크..카이돈이다”
“캬~ 너도 유일하게 한 마리 밖에 없는 드레이크 냐?”
“아니다. 드레이크는..모두 ..레드,..블루···화이드..블랙 네 종족이..있다. 그 중에서···나는..”
나는 카이돈의 말을 끊었다. 말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역했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카이돈. 너의 알은 건들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
“고···고맙다···인···간”
잠시 후, 카이돈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눈을 감았다.
“죽은 거 같아요. 주인님”
두리안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카이돈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스템에서 알림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사용자가
특졀한 생명체 ‘레드 드레이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00,000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12/체력 10/민첩 15/ 지력 21/정신 25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의 레벨이 99 가 되었다.
레드 드레이크 카이돈의 사체를 아공간에 넣고, 용암이 끓고 있는 분화구 속 카이돈의 레어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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