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오픈기념행사
마지막으로 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 위에 아니 동산 위에 지어진 나의 집이다. 일단 경치가 끝내준다. 상단 전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뒤쪽으로는 레이든성의 번화가가 멀리 보인다.
대지가 300평이다. 동산의 꼭대기를 깎아 평탄하게 만든 다음 그곳에 집을 지었다. 원래는 넓은 정원에 잔디와 멋진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야 정상인데 지금은 밭과 논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현미와 보리를 발아 시켜 종자를 얻으려고 내가 일부러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곳에서 오곡세트에서 골라낸 현미와 보리를 마법과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최대한 죽이지 않고 발아 시켜 종자 농사를 지을 것이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헨리 집사가 일하는 사람들은 한데 모아 놓고 다소곳이 인사를 한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호칭을 자꾸 주인님이라고 부르길래 사장님이라고 부르라 했다. 이전 저택보다 3배이상 커지다 보니 추가된 인원도 보인다. 추가된 인원 중에는 당연이 정원에 있는 밭과 논을 관리할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에 살던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하벨남작으로부터 완전히 이관 받았다. 이제 헨리집사를 비롯하여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 사람이다.
처음 헨리집사와 다른 사람들에게 의향을 물었을 때 생각도 안 해 보고 바로 그러겠다고 하기에 깜짝 놀랐다. 다들 나를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농사일과 청소하는 사람이 추가되어 현재 7명의 사람이 헨리 집사의 지시를 받으며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방이 정리되어 내가 쉴 수 있게 배려를 해 준다.
‘헨리 집사가 일은 잘해’
이렇게 모든 준비가 척척 갖춰지며, 나의 새로운 인생이 뉴라이프 상단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집 구경까지 마치고 레이든성 내에 있는 골드방카 지점에서 50만골드의 신용장을 교환했다. 오픈을 위해 이것저것 갖추다 보니 레비탄경매로 번 돈과 오크사체로 번 돈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다시 시스템 창에 현금 500,030 이라고 찍혔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도둑질 한 돈이라 좀 찝찝하긴 하다. 아무리 나쁜놈에게 빼앗은 것이라 해도 지구에서 성장한 나의 상식으로는 도둑질은 도둑질이니 말이다.
‘뭐, 드워프에게 명의도용하여 사기 치고, 미지의 수림에서 특생들에게 사기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하면 안되는 거지. 이왕 버린 몸인데 어쩔 거야. 그냥 이대로 살아야지’
이 돈에서 우선 3만골드를 빼서 가죽제품부서, 무기및장비판매부서, 보석세공품판매부서, 경매부서, 경비대, 그리고 헨리집사 등 각 부서 별로 알아서 쓰라고 적당히 배분해줬다. 최종적으로 차질 없이 오픈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이다.
신용장을 바꾸러 번화가로 나갔을 때 평소보다 사람들이 3배는 더 많아 보였다. 거의 외지인으로 보이는데 혹시 우리 상단 오픈 행사인 경매 때문에 온건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만약 그렇다면 대박이 날 수도 있을 텐데 ···’
결전의 날이 밝았다.
나는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내 방으로 올라와 창밖으로 상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좀 있으면 손님들이 몰려올 것이다. 경매는 오전에 오우거경매, 이른 오후에 트롤 경매, 그리고 해지기 전에 미노타우노스 경매가 예정되어있다. 오전 경매에 참여할 손님들이 몰려올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헨리집사가 가져온 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상단 전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상단으로 들어오는 마차들의 행렬이 보였다. 끌도 없이 이어지는 마차들의 행렬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왠지 오늘 대박이 날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경매 시작 30분을 남겨주고 저택을 나와서 경매장으로 향했다. 경매장은 이미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들 단상 뒤에 전시된 세 마리의 대형 몬스터를 보면서 놀람 반, 기대감 반으로 얼굴 빛이 홍조를 띄고 있었다.
전시된 오우거, 트롤, 미노타우노스는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서로를 응시하면서 마치 당장에라도 싸움을 벌릴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경매 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니 대부분 마탑이나 대형상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 하구려. 어떻게 저렇게 상처 하나 없이 죽일 수 있단 말이오”
“설마 독으로 잡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 소리 마시오. 한 시간 전에 이미 전수 조사를 마쳤소. 독은 커녕 방금 막 잡은 것처럼 몸속에 피가 흐르고 있었소. 지금 당장에라도 일어날듯하여 얼마나 놀랬는지 아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봤던 오우거들보다 덩치가 두 뺌은 더 컸소.”
“허 참으로 신기한 일이요. 저것을 여기 뉴라이프 상단주가 잡았다고 하던데 소문이 사실이오”
“나도 그렇다고 들었소. 소문에는 대마법사라 하기도 하고, 소드마스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소”
“대마법사요? 아무리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어찌 대형몬스터를 혼자서 상처도 없이 처리할 수 있단 말이오. 말도 안되오. 소드마스터는 더더욱 말도 안되고 말이오.”
“맞소. 저런 놈을 잡으려면 강력한 8서클 마법이 필요한데 내장과 가죽이 타버리거나 녹아서 사용할 수가 없소. 저런 정도 사체는 대마법사라도 힘드오. 소드마스터라면 필히 칼자국이 있어야 할텐데 저건 없잖소.”
“허면 어떻게 저럴게 깨끗하게 잡을 수 있단 말이오”
“그걸 낸들 어찌 알겠소.”
“에잉, 궁금증만 더 생기오.”
“그러게나 말이외다.”
경매에 참여하는 마법사들의 대화다. 나는 뒤에서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시치미를 뚝 땐 채 경매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대형상단에서 나온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려왔다.
“내 평생 대형몬스터들의 사체를 많이 봐 왔지만 저렇게 완벽한 사체는 처음이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것을 도대체 얼마를 입찰해야 낙찰 받을 수 있을 것 같소?”
“나도 감이 안 옵니다. 그러나 앞쪽에 있는 마법사들을 보니 눈빛에 탐욕이 가득합니다. 아마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에 전수 조사에 저도 참여했는데 몸속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방금 죽은 것처럼 말입니다.”
“헉!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놀라서 기절할 뻔 했습니다.”
“나는 도저히 이 경매에 이길 자신이 없구려. 다음부터는 상단주보고 직접 오라고 해야 할 듯하오. “
“저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마탑에서 나온 마법사들의 탐욕을 누를 자신이 없습니다.”
“허허, 또 우리 상단들이 마탑에 지겠구려. 쯧쯧.”
‘상인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백기를 들어버리면 안되는데, 마법사들의 탐욕이라 뭘 말하는 걸까. 일단 지켜보자’
때마침 조나단이 앞쪽으로 나오면 경매 시작 멘트를 날리려고 하고 있다.
“자, 저희 뉴라이프상단 발족 기념 경매 행사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뉴라이프 상단의 주력 상품은 제 뒤로 보이는 대형몬스터의 사체와 드워프제 보석세공품, 드워프제 무기 및 방어구, 그리고 뛰어난 장인들이 직접 만들고 그 자리에서 구매 가능한 중형급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가죽 제품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경매장 옆에 보이시는 상단 본관 1층과 2층에서 제가 방금 말씀 드린 상품들을 만나 보실 수 있으니 경매가 끝난 후 꼭 한번 들러보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드워프제 보석세공품과 무기, 방어구를 판다는 말에 장 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경매가 시작하기도 전에 본관으로 달려가는 이도 눈에 보인다. 아무튼 조나단 센스 하나는 끝나준다.
“그리고 앞으로 이 경매장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경매가 진행됩니다. 매주 한 마리의 대형몬스터가 경매 상품으로 올라올 것이며, 그에 더하여 드물기는 하지만 드워프제 미스릴 풀플레이트아머나 미스릴 무기도 경매에 올라올 것입니다. 아무쪼록 저희 상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경매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매주 경매가 열린다는 말에 한번, 드워프제 미스릴 방어구와 무기가 경매에 올라온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면서 경매장은 이미 시장 바닥이 되어 버렸다.
“드워프제 미스릴 장비는 언제 올라오는 것이오”
“무조건 내가 사겠소. 달라는 대로 줄 테니 경매 말고 직접 파시오”
“이 보시오. 정보를 더 주시오”
···.
‘이래서는 경매 진행이 어려워 보이는데, 조나단 어쩌려고?’
“자,자 조용히 해 주세요. 이러시면 오늘 경매 취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정보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조나단이 강수를 뒀다. 그런데 그것이 먹혔다. 시장 바닥 같은 경매장의 소란이 삽시간에 줄어들다 지금은 아예 조용해 졌다.
“여러분 경매 정보는 일주일 전에 상단 계시판과 레이든성 공용 게시판에 게재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누구나 경매 정보를 일주일 전부터 접하실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 오늘의 경매 진행에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기에 앞서 진행 절차에 대해 말씀 드···..”
그 뒤로 간단하게 진행 절차가 설명되었다. 경매 시작가는 5만골드부터 진행하며, 더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이 낙찰되는 방식이며, 낙찰 금액은 방카가 발행한 신용장 및 현금으로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경매를 시작합니다.’
딸랑, 딸랑, 딸랑
종이 세 번 울리며 경매 시작을 알렸다.
“5만골드”
“5만 1천골드”
“5만 2천골드”
···..
끝도 없이 계속 입찰가가 올라가고 있었다.
“10만 골드”
“11만 골드”
“12만 골드”
···
마법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누구도 입찰에 참여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도데체 마법사들의 탐욕이란 뭘 말하는 걸까?’
“19만골드”
“20만골드”
20만골드에서 입찰이 멈췄다. 여기서 끝나나 싶었다.
조나단이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더 없습니까? 더 없으면 여기서 경매를 종료하겠습니다.”
조나단이 막 종을 집으려고 할 때,
“25만골드”
헉, 마법사 한 명이 불쑥 금액을 올리며 튀어 나왔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마법사가 새침한 표정을 짖더니 맞받아쳤다.
“27만골드”
“28만골드”
“29만골드”
여기저기서 마법사들이 입찰가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40만골드”
‘헉!! 누구야? 흑색의 로브? 뭐지? 흑마법사?”
다시 경매장이 조용해 졌다. 모든 마법사들이 흑색의 로브를 입는 마법사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한 마법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흑탑에서 이번에 이를 갈았나 보네. 이쯤에서 물러납시다. 저놈들은 야비해서 금액 올린 다음 뒤로 빠지는 짓을 많이 하는 놈들이니”
“그럽시다. 일주일마다 한번씩 있다고 하니, 아니지 오후에도 트롤과 미노타우노스 2마리나 남아 있으니 무리할 필요 없겠소”
조난단의 말이 울려 퍼졌다
“더 없습니까? 경매 종료합니다.”
딸랑, 딸랑,딸랑
조나단이 급히 종을 쳐버렸다.
40만골드에 오우거가 낙찰된 것이다. 상상 외의 성과다. 15만골드에서 20만골드를 예상했었다. 그 정도 가격이 평균 경매 낙찰가라고 했다.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거기서 조금 올라가는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대박이 터진 거다.
경매장이 환호 소리와 함께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급하게 빠져나갔다. 모두 본관으로 이동한 것이다. 경매보다 더 관심이 가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 본관은 엄청난 인파로 인해 직원들이 녹초가 될 정도도 시달려야 했다. 물건도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갔다.
쏟아지는 골드의 관리가 안돼, 경비대가 출동하여 골드상자와 골드포대(?)를 지켜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오 시간이 되자 상단의 모든 출입문이 잠기며 통제에 들어갔다. 점심시간 1시간는 상단의 모든 영업이 중단된다. 직원들 밥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절대적으로 지키라고 내가 지시했었다.
현재 쇼핑 중인 고개들도 양해를 구하고 모두 내 보냈다.
‘밥은 먹고 해야지 모두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고객들도 이해하고 모두 식당으로 몰려가서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당은 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과 고객들이 이용하는 고객이 따로 있다. 물론 고객들의 테이블이나 분위기가 훨씬 더 고급스럽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바로 2차 경매가 열린다. 대상 품목은 트롤이다. 현재 트롤의 전수 조사가 진행 되고 있다. 밥도 못 먹고, 불쌍하다.
경매 시작 10분을 남겨 놓고 다시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법사들의 표정이 사뭇 심각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대화를 들어봤다.
“그게 사실이오?”
“그렇소.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고 직접 피의 맛을 보기까지 했소”
“믿을 수가 없소. 피의 농도가 2배 이상이라니. 그럼 더 강력한 포션을 제조할 수 있다는 말이잖소”
“이를 말이오. 지금까지 만들었던 포션보다 훨씬 강한 어쩌면 3배이상되는 포션도 가능할지 모르오”
“허허, 어쩐단 말이오. 흑탑에서도 전수 조사에 참여했으니 입찰 가격이 천정 부지로 올라 갈텐데, 마련해온 자금이 부족할 것 같소이다”
‘아! 그런 이야기였구나. 난 또 뭐라고, 그럴 거야. 저 트롤 놈은 하마베 먹고 자란 놈이라 다른 놈들보다 재생이 훨씬 강력하다고 하그리트가 그랬거든. 그게 피의 농도가 진해져서 그런 거였구나’
그러다 한 마법사가 솔깃할 만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공동 연구하면 어떻겠소?”
“공동 연구요?”
“저런 놈을 흑탑 놈들에게 뺏길 수야 없는 거 아니요. 어차피 다들 자금이 간단 간단한 것 같은데 일단 자금을 한 군데로 모아서 낙찰을 받잔 말이오. 그 다음에 공동으로 연구를 하든, 아니면 부위 별로 나눠 갖든 하잔 말이지요”
“흠, 우리는 찬성이오”
“나도 찬성이오”
“나도 찬성이오”
여기저기서 찬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시작된 경매.
“60만골드”
“65만골드”
“70만골드”
···
역시나 흑탑이라고 하는 흑색 로브를 입은 집단과 백색이나 회색 로브를 입은 집단 간에 자금력 대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0만골드”
백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마지막 100만골드를 부르자 흑색 로브를 입은 집단에서 아쉬운 탄성 소리가 나오며 입찰을 포기했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이 울리며 트롤이 100만골드에 낙찰되었다.
오늘 정말 대박의 연속이었다. 경매라는 게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통쾌한 장사인지 예전엔 몰랐다. 너무 재미있다.
몇 시간 뒤에 벌어진 미노다우노스는 큰 반전은 없었다. 낙찰 금액은 11만골드였다. 미노타우노스 평균 낙찰가가 10만골드라하더니 딱 상처 없는 것만큼 붙어서 낙찰되어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떠나자 상인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했던 것이다.
미노타우노스 경매를 끝으로 오늘 상단의 장사는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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