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각개격파!! 게릴라 전술
'오우거 2마리가 사냥감을 어깨에 메고 나란히 이동을 한다? 서로 싸우지 않고? 부부인가?'
나는 저놈들이 훈련된 오우거임을 근방 눈치챘다.
“협곡 근처에 왜 아울베어가 많은가 했더니, 여기서 사육되다가 빠져나간 놈들이었나 봐.”
“그러게요. 어쩌실 거예요?”
“흠···.따라가 보자. 잘하면 저놈들의 서식지가 어딘지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네. 주인님”
나는 급히 산을 내려와 오우거들의 뒤를 쫓아갔다. 2마리 오우거는 숲을 빠져나와 좁은 협곡을 따라 계속 이동했다.
좁은 협곡이 끝나자 굉장히 넓은 공터가 나왔는데 공터 중앙에 여러마리 오우거들이 모여있고 그들이 잡아온 사냥감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대충 봐도 죽은 사냥감이 20마리도 넘을 것 같다.
공터 안쪽으로 암벽을 뚫어 만들어진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높이가 15m는 넘어 보였고 폭도 10m는 돼 보였다.
나는 협곡 중턱에 있는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공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가 오우거 서식지 이구나”
“그런가 봐요. 동굴에서 새끼들이 나오고 있어요. 주인님”
동굴 입구를 바라봤다. 키가 1m 남짓한 새끼 오우거 5마리가 동굴에서 나와 공터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잠시 후 암컷들로 추정되는 오우거 5마리가 동굴에서 나왔다. 숫자를 새어보니 새끼들 빼고 성체 오우거만 17마리였다
갑자기 동굴 속에서 협곡이 쩌렁쩌렁 울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악
동굴 입구로 시선을 돌리자 밖으로 걸어 나오는 거대 몸체의 오우거가 보였다. 머리가 2개 달리고 키가 13m는 되어 보이는 정말 거대한 트윈헤더오우거였다.
놈이 나오자, 암컷들 5마리가 뛰어가 트윈헤더오우거에 안겼다. 공터에 모여있던 오우거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놈 혼자 암컷들을 독식하고 있네.”
“그런가 봐요.주인님. 정말 욕심이 많은 놈이네요”
트윈헤더오우거는 일반 오우거들이 잡아온 21마리 사냥감 중, 맛없어 보이는 아울베어 6마리를 남겨놓고, 나머지 15마리를 암컷들에게 동굴 안으로 옮기게 했다.
일반 오우거 중 한 마리가 트윈헤더오우거에 무언가 항의하는 듯 한 제스쳐를 취하자, 트윈헤더오우거가 그놈의 목을 잡아채더니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13m짜리 오우거가 7m짜리 오우거을 두들겨 패니 녹색 피가 사방에 뿌려지며 난장판이 되었다.
끄에에엑, 끄엑, 끄에에에
맞을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오우거가 불쌍해 보인다. 다른 오우거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엎드려서 벌벌 떨고 있다
한참을 두들겨 패던 트윈헤더오우거는 흥미를 잃었는지 때리던 놈을 휙 잡아 던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저 새끼 완전 깡패 새끼네”
“???”
두리안이 무슨 뜻인지 몰라 나를 쳐다본다. 나는 별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일단 볼 건 다 봤으니 오늘은 이만 철수하자”
“네.. 주인님”
오우거 서식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구덩이를 파고 야영 준비를 했다. 배불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두리안과 나는 오우거를 어떻게 공략 할 것인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두리안,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까?”
“숫자가 너무 많아요, 주인님”
“응, 쪽수가 많아서 대놓고 쳐들어갈 수는 없어. 게릴라전으로 각개격파가 좋을 것 같아”
“게릴라전이요?”
“응, 아까 오우거 서식지에 사냥감 쌓여있는 거 봤지?”
“네”
“대충 봐도 20마리는 넘어 보였어. 그런데 트윈헤더오우거나 암컷들은 사냥을 하지 않는 것 같았어”
“그렇죠 아무래도 우두머리는 사냥을 직접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 맞아, 일반 오우거 12마리가 20마리가 넘은 사냥감들을 사냥해 온 거야. 그럼 그놈들은 최소 하루에 1번 내지 2번은 사냥을 하기 위해 협곡을 빠져나온다는 말이 야. 우리는 서식지로 직접 쳐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협곡에 숨어있다가 사냥하러 나오는 오우거를 한 두마리씩 잡으면 돼.”
“오호, 맞아요. 그렇게 하면 위험하게 서식지로 쳐들어가지 않아도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주인님 역시 최고예요. 엄청 똑똑해요.”
“뭐 그 정도 가지고..하하, 아무튼 이런 게 각개격파라고 하는 거야.”
“네..각개격파···꼭 기억할게요. 주인님”
“응. 그래”
이튿날, 두리안과 나는 새벽 일찍 오우거 서식지로 연결된 좁은 협곡 위에 몸을 숨기고 대기했다. 날이 밝아오자 오우거들이 2마리씩 짝을 지어 서식지를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미지의 수림에 사는 야생 오우거와 달리 훈련이 잘된 모습이다. 12마리 오우거가 순차적으로 모두 빠져나가자,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두리안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주인님? “
“응? 왜?”
“왜 오우거를 그냥 다 보내 주셨어요? 각개격파 할 시간은 충분했던 거 같은데요”
“두리안?”
“네,주인님”
“네가 만약 동일한 조건에 있는 두 마리의 늑대 중 하나를 골라 사냥을 해야 한다면,
맨몸으로 있는 늑대를 사냥할 거야, 아니면 입에 토끼 한 마리를 물고 있는 늑대를 사냥할 거야?”
“그야 당연히 입에 토기를 물고 있는 늑...아!! “
“이제 알겠냐? 어차피 잡을 거 사냥감 하나라도 들고 오는 놈 잡으면 더 좋잖아. 안 그래?”
“맞아요, 맞아요· 역시 우리 주인님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세요. 저 두리안 완전 감탄했어요. “
“하하! 그래 많이 많이 감탄해라.”
나는 휴식을 취하면서 사냥 나간 오우거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등록된 마법 중 하나를 교체했다.
시간이 정오에 이르자, 아침 일찍 나갔던 6개 오우거 팀 중 한 팀이 협곡 안으로 들어왔다. 사냥한 몬스터 3마리를 어깨에 들쳐 메고도 좁은 협곡을 능숙한 움직임으로 지나가고 있다.
오우거들이 내가 지정한 장소를 지나가자 나는 바로 마법을 시전 했다.
"아이스월"
우드드득, 우드드드득
오우거들 앞쪽으로 길이와 높이 각각 10m에 이르는 얼음 장벽이 솟아 올랐다. 좁은 협곡을 빈틈없이 꽉 막아버린 것이다.
4서클 아이스월(Ice Wall)의 방어력은 나의 마법 공격력에 2배가 적용되어 5,400 이다. 오우거의 주먹 네 다섯 번 정도는 충분이 막을 수 있다.
갑자기 솟아난 얼음 장벽에 당황해 하는 오우거들 뒤쪽으로 또 다시 얼음 장벽이 솟아 올랐다.
우드드득, 우두두두두둑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오우거들은 연신 고개를 앞뒤로 흔들어 댔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스포그"
얼음장벽 사이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며 오우거들을 삼켜버렸다. 아이스포그(Ice Fog)가 완성되자마자 전격마법이 시전되었다.
"라이트닝쇼크"
처음엔 스파크가 안개 속에서 방출되었다. 그리고 앞 뒤로 세워진 얼음 장벽이 시퍼런 전기를 머금고 요동치면서 녹아내렸다. 얼음 장벽에서 녹아내린 물이 땅을 적시면서 라이트닝쇼크의 정전기 위력이 배가 되었다.
10여초가 흐른 후, 2마리 오우거는 기절이 아니라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물과 결합한 라이트닝쇼크의 강력한 정전기 공격에 심장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시스템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경험치 60.4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10 /체력 10/민첩 11/지력 13/정신 11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두리안 , 내장이 탄 거는 아니지?”
“아주 깔끔해요. 이보다 더 좋은 상태는 없을 것 같아요. 헤헤”
“좋았어. 덤으로 아울베어 2마리와 샤벨타이거 한 마리 건졌다· 하하!”
“그놈들도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서 죽은 거라 가죽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아요. 특히 샤벨타이거는 고기가 연해져서 맛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오케이, 그럼 다음 선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다시 협곡 위로 올라갔다. 전장은 아주 깨끗했다. 얼음 장벽은 녹아 없어지고 사체들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아 온전한 상태로 아공간에 보관했다.
첫 팀을 잡아내고 1시간도 안되어 두 번째 팀이 도착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얼음 장벽을 세우고 아이스포그(Ice Fog)을 뿌리고, 라이트닝쇼크(Lightning Shock) 시전 하면 끝이다. 두 번째 팀한테도 아울베어 2마리를 선물 받았다.
세 번째 팀이 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들의 사냥감을 주시했다. 놈들은 뭔가 큼지막한 것을 둘이서 들쳐메고 오고 있었다.
사냥감은 넝쿨 같은 것으로 온몸이 칭칭 감겨 결박 당한 채였다. 크기는 5m정도 돼 보였는데 아직 죽지 않았는지 온몸을 흔들어 댔다.
그럴 때마다 앞쪽에 있는 오우거가 몽둥이로 머리통을 사정 없이 내려쳤다. 기절이라도 했는지 잠잠해 졌다가 조금 지나면 또 다시 같은 행동이 반복되었다. 일단 오우거들을 해치운 다음, 저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이스윌, 아이스 월”
오우거의 앞뒤로 동시에 얼음 장벽이 솟아 올랐다.
우드드득 ,우두두두두둑
“아이스포그”
“라이트닝쇼크”
지지직~~~츠츠츠츠츳, 지지지지직
광란의 불꽃 쇼가 끝난 후, 나는 밑으로 내려가 오우거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우거 2마리는 두말할 것 없이 즉사였다. 그런데 묶여있는 놈은 움직임이 없어 죽은 줄 알았는데, 기절만 하고 아직 살아있었다. 심장이 미세하게 뛰고 있었다.
“트롤이에요, 주인님”
“트롤? 이놈이 그 트롤이구나”
“주인님, 어서 죽여야 해요. 이놈은 재생력이 강해서 심장이 파괴되지 않은 이상 계속 살아나요”
두리안의 말에 나는 재빨리 라쿤을 뽑아서 트롤의 심장에 쑤셔 박았다. 트롤의 가죽은 오우거보다 약해 내 공격력만으로도 쉽게 가죽을 뚫을 수 있었다. 트롤은 몇 번 바둥바둥 대더니 이내 몸을 축 늘려 뜨리고 생을 마감했다.
시스템도 트롤에 대한 경험치를 오우거와 동일하게 적용했다. 덩치나 힘은 오우거에 미치지 못하지만 재생능력에 따른 전투력을 높게 평가한 듯 했다.
[경험치 90.6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9 /체력 9/민첩 11/ 지력10/정신 10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야! 엄청난 전리품을 얻었네.”
“운이 좋았어요. 트롤은 오우거보다 훨씬 비싸다고 해요. 특히 트롤의 피와 심장은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팔린데요. 포션을 만드는데 쓰인다네요”
“그래, 확실히 운이 좋았네. 자 빨리 정리하고 다음 선수 기다리자”
“네, .주인님”
두리안과 나는 어둠이 찾아오기 전까지 6개 오우거 사냥팀 12마리를 모두를 잡았다. 오우거 12마리, 트롤 1마리를 사냥하여 7레벨이 더 올라 현재 76레벨을 달성하였고 6서클 마법사가 되었다.
또 다른 전리품으로는 아울베어 8마리, 샤벨타이거 3마리 , 거대멧돼지 3마리, 그리고 특이하게 진짜 곰 한 마리가 있었다. 지구의 곰과 똑같은 생김새지만 크기만 2배정도 큰 회색곰이었다.
“이놈은 몬스터야, 동물이야?”
“그놈은 동물이에요. 주인님”
“두리안, 동물과 몬스터를 어떻게 구분하는 거지?”
“몬스터들은 피 색깔이 달라요. 초록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고, 어떤 몬스터는 검은색 피를 가진 몬스터도 있어요. 지금까지 주인님이 죽인 몬스터들의 피 색깔은 모두 초록색이었어요”
“어? 정말 그러네. 모두 녹색 피였네.”
“인간을 비롯한 일반 동물의 피는 붉은색이에요. 제 피도 붉은색이예요. 주인님”
“응? 그럼 너는 몬스터가 아닌거야”
“저의 종족은 몬스터지만 골드고블린 일족은 신께 선택 받았기에 붉은색 피를 가지고 태어나요”
“신에게 선택 받으면 붉은색 피가 되는 거야?”
“그렇다고 들었어요. 드래곤도 피가 붉은색이라고 했어요”
“응? 드래곤도? “
“네..주인님. 그렇게 적혀있어요”
“그래, 알았어. 그럼 우리가 식량으로 쓰고 있는 멧돼지와 샤벨타이거, 회색 늑대는 붉은피니까 동물이겠네”
“그렇죠. 그놈들은 동물들이에요. 그리고 여기 이놈도요. 보세요. 붉은 피가 흐르잖아요”
두리안은 회색곰에게서 흐르는 붉은색 피를 가리켰다.
“그래 이제 확실히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구분할 수 있겠어.”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어제 야영 했던 구덩이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상당히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울려 퍼지는 고성방가에 잠에서 깼다.
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러러러렁~
트윈헤더오우거가 사냥 간 부하들이 돌아오지 않자, 화가 나서 지르는 괴성이다. 암컷들과 새끼들이 장시간 굶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날만도 할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놈의 고성방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아아아아악~
트윈헤더오우거는 내가 잠들만하면 한번씩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크렁크렁~ 크아아아아악~
“저, 개 쓰벌놈이 뒈질려고 환장했냐? 야!! 이 개잡종놈의 시키야 잠 좀 자자. 엉?”
내가 구덩이 위쪽을 향해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들릴 리가 만무하겠지만, 이렇게라도 욕설을 뱉지 않으면 화가 안 풀릴 것 같았다.
그 후로도, 트윈헤더오우거의 고성방가는 계속되었지만 나는 내일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긴 채 부드러운 가죽 쪼가리로 귀를 막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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