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대박 상품을 팔다
듣고 보니 역사상 가장 큰 레비탄가죽을 일반 레비탄가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더구나 레비탄은 제국에서도 일부 늪지에서만 잡힌다. 수량도 매우 적어서 부르는 게 값이라 하였다. 그런 상품 중 역사상 최고로 큰 가죽이라면?
'금액 산정이 안되겠지. 더구나 박물관의 전시품을 가라 치울 상품이라면 더더욱···'
“도대체 얼마에 파실 생각이시오?”
마틴상회주가 나에게 물었다.
“경매!”
나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리고 연이어 말을 이었다.
“단, 마틴 상회는 경매에 참여할 수 없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왜 우리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오”
마틴상회주가 불끈하며 큰소리를 쳤다.
“내가 말이지. 처음에 이 가죽을 팔려고 저기 있는 당신 상회로 찾아갔는데, 거기 있던 싸가지 없는 여직원이 나를 문전박대 했어. 내가 팔 물건이 있으니 상회주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 그런 사람 없다고 썩 꺼지래, 어때? 설명되었지? 그럼 꺼져!!”
마틴은 얼굴이 빨개져서 자신의 상회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상회 안에서 곡소리가 들렸다.
'고 년 참 쌤통이다. 하하'
나는 모여있는 상인들에게 외쳤다.
“경매는 내일, 이 자리에서, 이 시간에 하겠습니다. 누구든지 돈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이 레비탄가죽을 넘겨 주겠습니다. 하지만 담합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낙찰가가 나올 시 임의로 경매를 중단 하겠습니다. 솔직히 이곳이 아니어도 팔 곳은 많이 있습니다. 직접 왕성에 가서 팔아도 되고, 뭐 제국에 가져간다면 더 좋은 가격에 팔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귀찮아서 내일 경매로 팔려는 것이니 쓸데없는 장난질은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나는 다시 레비탄가죽을 거둬 드렸다. 상인들은 아쉬워하며 조금 더 역사에 남을 레비탄가죽을 보고 싶어했지만 내가 바로 철수하면서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잡화점 거리를 빠져나와 보석 가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새끼 손톱보다 작은 금강석을 감정 받았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작은 금강석이다.
"이것은 최상등품 중에 최상등품 입니다. 특히 가공 기술은 지금까지 본 어떤 기술보다 뛰어납니다. 도대체 어디서 가공하신 겁니까?"
“그래서 얼마에 살 건데요?”
“250골드, 아니 300골드 드리겠소. 이 정도 가공이 잘된 금강석이라면 그만한 가치는 있소”
“콜”
헤이든 촌장에게 듣기로 프리실란드대륙의 화폐는 쿠퍼-실버-골드로 구성되는데 100쿠퍼가 1실버이고, 10실버가 1골드와 가치가 동일하다. 그리고 1실버로 주점에서 식사를 한끼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대략 1실버의 가치는 한국의 1만원 정도 될 것이다. 그럼 1골드는 10만원의 가치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1쿠퍼는 100원의 가치다.
'방금 가장 작은 다이아몬드 하나 팔아서 3천만원을 벌었어. 아공간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다 팔면 얼마나 벌지 상상도 안된다. 하하하!'
300골드를 손에 넣자 시스템 창 소지금 내역에 300골드라고 표시 되었다. 이제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계산할 것이다.
돈이 생긴 나는 처음 가려다 발길을 돌린 의상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옷을 사려 하는데 죄다 화려하게 꾸며진 귀족 취향의 옷이 대부분이다. 값도 더럽게 비쌌다. 저렴한 것은 100골드, 비싼 건 1,000골드짜리도 있다.
돈 많은 자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고가의 제품만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나왔다. 그래도 옷을 사야 하니 마틴상회로 다시 갔다. 그 싸가지 없던 여직원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다, 당신···.”
그 점원이다. 양쪽 얼굴이 부어있는 걸 보니 귀싸대기를 양빵으로 맞은 것 같다.
“응, 뭐? 나 또 나갈까?”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응, 됐고, 내가 입을만한 옷 있으면 종류 별로 다 가져와 봐”
“옷이요? 저희는 일반 옷은 없고, 장비류만 취급 합니다만”
“장비? 어떤 것들이 있는데?”
“가죽으로 된 제품도 있고, 판금로 된 제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님들이 입는 로브 종류도 꽤 되고요”
“판금은 되었고, 가죽과 로브 종류로 좀 보여줄래?”
“네, 고객님!!”
물건 산다고 하니 금새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미소를 짖는다. 큰 실수를 하고도 안 쫓겨나는 걸 보면 마틴의 딸인 것 같기도 하다. 얼굴도 닮았고···
잠시 후, 점원은 이것 저것 많은 물건을 품에 안고 나타났다. 가죽으로 된 제품 중에는 내 체형에 맞는 게 없었다. 다만 로브 중에는 체형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회색 계열 로브로 하나 샀다. 가격이 50골드나 됐다. 옷이 아니고 장비이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로브라서 지력이나 정신력 같은 스텟이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일반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제품에는 그런 것이 붙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방어력만 70정도 올라갔다.
"해밀턴성에서 가장 실력있는 가죽장비 장인이 누군지 알아?"
"가죽장비 만드실 거면 하만씨가 최고예요. 그 분은 한때 왕궁장인으로 뽑혔던 분인데, 딸이 다쳐서 멀리 떠날 수 없다며 왕궁장인을 포기했었어요"
“딸이 다쳐? 어디를?”
“음, 달리는 마차에 치여 허리 아래 하반신이 마비되었다고 해요”
'아, 하반신 마비란 말이지? 잘하면 공짜로 장비 하나 만들 수 있겠다 '
레비탄가죽의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퍼져나가 해밀턴성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돈 좀 있는 귀족과 부자들이 대부분 관심을 보이면서 도시 어디에서나 레비탄가죽 이야기가 흘러 다녔다.
다음날 잡화점 거리에는 때 아닌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저곳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거리 중앙에는 둥그렇게 공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곳은 레비탄가죽의 주인인 내가 레비탄가죽의 전시와 경매를 진행 할 위치였다. 그리고 원 주변으로 온갖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빙 둘러서 의자에 앉아있고, 그 뒤편으로 기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립해 있었다. 상인들은 그 뒤에 서있었는데, 경매 참여자라 해도 기사들을 밀치고 앞쪽으로 나올 수 없는 모양이다.
“허허, 안녕하시오. 이안남작님”
수염이 멋들어지게 난 노인이 이안남작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볼튼자작님, 자작님께서도 경매에 참여 하시려 오셨군요”
나는 두 사람의 인사 소리에 고개를 돌려 이안남작을 바라 봤다.
‘저 새끼가 이곳의 영주라는 놈이야? 새끼 더럽게 욕심 많게 생겼네. 그 옆에 돼지 새끼는 바우보라는 아들놈인가?’
“당연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큰 레비탄가죽인데 그 가치가 어디 금전으로 따질 수 있겠소이까?”
“그렇지요.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이지요. 하하하”
두 사람은 경매 시작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눈빛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중앙 공터에 섰다. 회색 로브를 입고 로브에 달린 두건까지 눌러 써서 얼핏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준비해온 보따리를 풀자 그 안에서 5m짜리 레비탄가죽이 모습을 들어냈다.
“오~, 저것이···”
“소문이 정말이었어. 세상에 저렇게 큰 것이 있었다니”
“우와!! 대단하다.”
“오늘 낙찰 받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큰 레비탄가죽을 소유하게 되는 거야”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저기 봐 바, 영주님에 볼튼자작까지 그 외에도 성내에서 재산가로 이름 있는 사람은 다 온 것 같아”
“낙찰가가 얼마일지 정말 궁금해 진다”
“나도 궁금해. 지켜보자고”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쑥덕거림이 흘러나왔다. 레비탄가죽이 활짝 펼쳐지자 군중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져 갔다. 그러다 내가 오른손을 들자, 거짓말처럼 웅성거림이 사라졌다.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가격은 1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가 1골드라고 하자 사람들은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어제 밤에 하만에게 찾아가 가죽갑옷을 제작 의뢰 했다. 그리고 과거 오우거를 첫 사냥할 때 독으로 죽여 내장을 못쓰고 가죽만 건졌던 오우거의 가죽을 넘겨주었다. 놀라서 뒤로 자빠지는 하만을 보며 한참을 웃어 재꼈다.
"하만씨, 될 수 있으면 내일 경매에 참여하지 말고 의뢰한 갑옷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갑옷이 마음에 들면 남은 오우거가죽 중 일부를 공임비로 지불할게요. 그리고 따님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치료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네, 철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딱 한번밖에 만져보지 못한 오우거가죽을 다시 만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장 훌륭한 가죽갑옷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로 잡아도 1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하만은 가죽갑옷 제작에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딸의 치료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껏 무수히 많이 치료 시도를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을 것이고 이제는 포기한 듯했다.
"예전 제국에서 잡혔다는 4m짜리 레비탄가죽이 얼마에 팔렸는지 아세요?"
"그게 아마 최종적으로 2천골드에 제국 황가에서 사 들였다고 들었습니다. 이후에 박물관에 기증했고···"
나는 오늘 경매에서 최소 2천골드는 넘게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내 물건이 크기도 작고 허접한 4m짜리 레비탄가죽보다 상품성이나 희소성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1골드로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경매 시작을 알렸다.
“이전 입찰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입찰자는 큰 소리로 입찰 가격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경매 시작을 알리자 여기저기서 입찰 금액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높은 금액을 현황판에 적는다. 내 뒤에는 오늘을 위해 큰 보드 판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일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마틴상회의 점원 아가씨가 입찰가를 표기하고 있다. 하루에 1골드짜리 고급 아르바이트다.
“10골드
“15골드”
“30골드”
.
.
.
입찰가가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다들 생각이 비슷비슷 할 것이다. 이 레비탄을 제국 상인에게 팔아도 몇 배 마진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고, 왕이나 권력자에게 바쳐 이권을 노리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 레비탄가죽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뭔가를 가지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안남작과 볼튼자작이란 사람을 주시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번 경매의 낙찰자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천골드”
“1천5백골드”
이쯤 되자 잔챙이 상인들은 떨어져 나가고 굵직한 귀족이나 갑부들만 경쟁하기 시작했다.
“5천골드”
이안남작이 승부수를 띄우기 시작하자.
“5천5백골드”
볼튼 자작이 지지 않겠다는 듯 맞받아 쳤다. 이안남작이 볼튼 자작을 힐끗 쳐다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1만골드”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차이가 크게 입찰가를 부른 것이다. 사람들은 승부가 여기서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볼튼 자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계속 승부를 걸지 여기서 포기 할지 고심하는 것 같다.
‘그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제일 큰 것도 아니고 고작 5m짜리 레비탄가죽 하나에 1만골드 벌었으면 대박 난 거다. 그리고 저 쓰레기 같은 이안남작 놈을 골탕 먹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1만3천골드”
볼튼자작이 소리질렀다.
“헉, 말도 안돼. 1만3천골드라니”
“역시 볼튼 자작님이셔, 돈으로는 저분을 절대 못이기지”
“이 경매도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1만3천골드는 조금 과한 금액이 아닐는지”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가죽 하나에 1만 3천골드를 주고 사겠다니, 이안남작도 미친놈이라 생각했는데 미친놈이 하나 더 있었다.
이안남작은 볼튼자작을 한번 처다 보고는 씨익 웃어 보이며 소리쳤다.
“1만5천골드”
이안남작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1만7천골드”
볼튼자작은 승부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부른 것이다. 여기서 더 올린다면 자신으로서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볼튼자작의 승부수에도 이안남작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2만골드~”
이안남작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헉, 어떻게”
볼튼자작은 패배했다. 그러나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은 오래 동안 해밀턴영지에 머물렀다. 그렇기에 이안남작의 돈 씀씀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남작은 2만골드을 한번에 쓸 위인이 아니다. 2만골드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평민 2백명이 1년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볼튼자작이 소리 지르며 일어섰다.
“이안남작, 당신은 이번 경매의 낙찰가를 지불할 능력이 되시는 거요? 만약 아니라면 아무리 영주라 해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우롱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오”
이안남작이 일어나면 말했다.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됩니다. 이 자리에서 지불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안남작이 오른손을 들어 신호를 주자, 뒤쪽에서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중년인이 앞으로 나왔다
“그,그대는 골드반카의 세무엘이 아니신가? 그대가 왜 여기에···?
“안녕하십니까. 볼튼자작님.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이안남작님께서 낙찰 받으신 레이탄가죽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왔습니다.”
“뭐라? 골드반카가 이안남작에게 돈을 빌려주기라도 한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자작님. 이안남작님과 저희 골드반카는 어제 밤 이 곳 해밀턴영지를 담보로 오늘 경매의 낙찰 금액이 얼마가 되었던 낙찰 금액 전부를 빌려주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허허, 그래서 그리 여유로우셨구려 이안남작님”
“이거 미안하게 됐소이다. 볼튼자작님. 하하하”
이안남작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에 기분이 상했는지 볼튼자작은 휑하니 자리를 떠나버렸다.
나는 지금 찢어질 것 같은 입술을 오므리느라 죽을 맛이다.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잘 받아야 2천~3천골드 정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경매에 이안남작이 참여하자 만약 저놈이 낙찰 받으면 골탕 먹일 수 있겠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왠 횡재란 말인가. 그것도 쓰레기 같은 이안남작이 자기 영지를 담보로 돈까지 빌려서 낙찰을 받다니. 이거 잘하면 크게 골탕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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