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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929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10.14 10:00
조회
466
추천
16
글자
17쪽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7)

DUMMY

‘......미, 미쳤어! 미쳤어! 이 인간이 왜 갑자기 이렇게 돌변하는 건데?!!!’


목채담은 뜬금없이 벌어진 흑의인의 행태를, 광인의 발작증세정도로 밖엔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 중간과정이야 어찌됐든, 강도진은 천우택에게서 원하는 결실을 이미 충분히 이끌어낸 상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던 까닭이었다.


‘서, 설마 나마저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지려고... 떨어지지 말라 했던 거야?!’


이렇듯 스스로 헛다리짚기 시작한 그녀는, 잔혹한 상상의 나래를 부들부들 향유해가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여차하면 경공을 펼쳐낼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잔뜩 경계하며 목채담이 뚫어져라 살피고 있는 강도진에게선, 그녀를 향한 살초대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봐, 혈향.”

“...예? 네!!!”

“그리 긴장할 필요 없어.”

“......네.”


마지못해 대꾸는 했으나 여전히 그가 못미더운 목채담은, 언제고 뛰쳐나갈 태세를 유지하며 강도진에게서 이어지는 말을 귀담아 들었다.


“당장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

"당신과 내가 마지막에 헤어졌던 동굴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뭘 어찌하시려고...”

“흠...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해두지.”

“...왜, 왜죠? 협상이 결렬된 것도 아니고. 전 지금 문제가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어, 어차피 내일이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었잖아요?”

“내 마음이 변했거든.”

“...그게 무슨...”

“매우 안 좋은 쪽으로 말이야.”

“......”

“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아이가 당신 목숨이라고 생각해. 이 아이가 죽으면, 당신 역시 살지 못할 테니까.”

“......알았어요.”


목채담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얼핏 본 저 여아의 몸상태로 짐작컨대 이 야심한 시각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려면, 온 성읍을 방방 돌아다니는 와중에 얼굴 팔리는 것은 둘째치고, 실력만큼 콧대가 높은 명의들을 찾아 잠에서 깨워 통사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마음 한 편에선 또 하나의 결심도 더불어 생겨났다.


‘행여 살아남는다손 쳐도, 이 나라에서 하루속히 떠야한다.’


그녀는 강도진이 무슨 짓을 벌일지 짐작불가였으나, 천우택이 노발대발할 사고가 터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천우택의 고약한 성정과 그가 현재 누리는 권세와 재력으로 가늠하건대, 이 일에 엮여 강도진에게 동조한 자신 또한 이유를 막론하고 일서국 내에선 무사하긴 글렀음이 확실했던 것이다.


반면 다른 볼 일이 있는 듯한 강도진은, 외양간 바깥을 향해 돌아서더니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입술에 걸치곤 휘파람을 휙 불었다.


- 휘익~, 휙-! 휘이익~!


야밤을 틈탄 이 소리는 널리널리 허공을 헤치며 두루두루 퍼져나갔다.


‘이건 또 뭐하는 짓거리인데?!’


좀 전에 비해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한 목채담은, 마지못해 억지로 임장손의 딸을 챙겨 안고 일어나면서 속으로 투덜댔다.


“그대들에게 명한다.”

"...헉?!"


그러나 허공에 대고 운을 땐 강도진의 모습이래로, 그녀는 합죽이가 되어야했다. 그의 음성이 닿은 달빛 아래에서부터 불현듯 일어난 그림자들이 시시각각으로 물결처럼 출렁였던 것이다.


그렇게 목채담의 회복된 기감조차 찾아내지 못한 인영들이 온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 스스스스스.


잠시 후 외양간을 기점으로 에워싼 숫자가 족히 오십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한 그녀는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그것은 저들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이조차 이길 자신이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탓이었다.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하면, 저들보다 우위에 있는 점은 내공 총량이 유일함을 그녀 스스로 깨닫고 인정한 것이라 하겠다.

어쩌면 이런 예리한 안목이 목채담 또한 잡스런 하수가 절대 아니란 반증이기도 했다.


“그대들에게 명한다. 천우택, 그리고 이 저택 내 모든 무인을 말살하라. 그리고 금고 찾아내어 그 안에 있는 값진 보화를 모조리 갈취하라.”


- 척!


강도진 앞에 부복한 그림자들은 우렁찬 목소리대신 깊이 머리 숙인 포권으로써 순명을 표현했다.

그렇게 조용히 당대 회주의 명을 받든 그림자들은,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정적 속으로 다시금 스르르 녹아들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밤하늘 아래 지나쳤던 고요함은 요란하게도 깨어졌다.


“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막아! 막으라고! 막아!!!!!!”

“끄아아아아!!!”

“뭐?! 뭐야?!!! 다, 다 죽여 버....!!! 크허억!!!”

“저, 전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발 살려주십쇼! 전 그저 영감댁에서 푼돈이나 벌려고 왔을... 어컥...!”


목채담은 그녀의 인식범위 내에 있던 인기척들이 삽시간에 쓸려나가는 현실을 마주하며 온몸 찌릿한 두려움을 피부로 실감했다.


“아직 안 갔나?”


그리고 대궐집 중앙에서부터 새어나오는 흉흉한 괴성을 등진 채로 자신을 돌아보는 강도진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의식하게된 나머지, 그녀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푹 숙여졌다.


“네, 네! 차후에 뵙겠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진 목채담은 강도진의 재촉어린 물음에 후다닥 달음질하기 시작했다.


- 다다다다다다...


탈진상태인 아이를 흡사 보물처럼 소중히 끌어안은 목채담의 모습은, 여아의 목숨이 곧 그녀 자신의 목숨이라 했었던 강도진의 경고를 뼈에 깊이 새긴 것처럼 보여졌다.







* * * * *


목채담을 저택 밖으로 내보낸 강도진은, 자신이 귀마회 살수들에게 내린 명령을 상기했다.


‘나중에 살짝... 후회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은 이전처럼 크게 자책하거나, 이미 뭍에서 멀리 떠난 배를 바라보는 사람심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슴 한편에서 자라난 옳은 결정이란 믿음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강도진은 천우택과 그 밑의 떨거지들의 목숨을 자신이 앗아감으로써, 이 지방의 민초들의 고충을 한 움큼 덜어냈다고 확신했다.

지난날 행인들의 돈과 목숨을 빼앗던 악독한 산적들의 머리를 쳐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그의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고 해봐야, 대궐집 내 시종들에게 얼굴이 팔렸다는 정도뿐이었다.

허나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무공을 익힌 이들을 모두 쳐내고 나면, 자신의 얼굴을 본 하인들은 겨우 한두 사람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큭, 나도 좀 변했군.’


강도진의 입가에 자조 섞인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귀마회에게 명령을 내린 일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사실 그가 직접 처리할지라도 어렵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무고한 목격자까지 남김없이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너무나 컸기에, 그는 손에 있는 다른 선택지를 택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나중에 적당히 발뺌하고 추궁을 면하기 위해 남의 손을 빌린 꼴이었다.


‘쩝... 에라~, 모르겠다!’


강도진은 골치 아픈 잡생각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하여 자신에게 볼 일이 있는 듯, 여전히 곁에 남아있는 귀마회 지부장에게 관심을 돌리며 물었다.


“내게 할 말이 있소?”

“예! 회주님!”


그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지부장은, 품에서 손바닥보다 조금 큰 향나무갑을 다가와 바쳤다. 그리고 그것을 강도진이 받아들자, 그 즉시 입술을 떼어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부회주께오서 서신을 통해 지시한 것입니다.”

“세연 낭... 아니, 부회주가?”

“예, 만에 하나 회주님께오서 저희에게 명령을 하달하실 경우에 바치라고 했습니다.”

“음......”


강도진이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귀마회 지부장이 급히 부복하며 변명하듯이 고했다.


“매우 송구하오나 이는 특등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저희 지부가 구할 수 있었던 최상등품 중 으뜸이었습니다! 부디 노여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니... 뭐... 험험, 괜찮으니 그만 일어나시오.”


강도진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용서를 청하는 지부장의 과한 행동에 몹시 부담감을 느끼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 상자 안에는 슬쩍 봐도 장인의 손길이 듬뿍 느껴지는 인피면구가 들어있었다.


‘과연 진세연 낭자의 안배로군. 좋아, 잘 됐군.’


인피면구를 살펴보던 강도진의 머릿속에 문득 잔꾀 하나가 스쳤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심기를 조심히 살피는 중인 지부장를 향해 지시했다.


“지금 당장 가서 천우택과 그 일가족은 살려두라 전하시오. 내 이것만 착용하고 금방 따라가리다.”

“예!”







* * * * *


한 식경 후, 강도진은 안내받아서 걸었던 길을 되돌아 별채에 도착했다.


사실 그는 이보다 훨씬 더 빨리 당도할 수도 있었으나, 생전 보기도 처음 보는 최상등품의 인피면구를 착용하기 위해 끙끙 씨름하느라 이렇게나 늦어진 것이었다.


- 척!


대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지부장이 예를 갖추며 강도진을 맞았다.

아무래도 인피면구의 생김새를 알고 있는 것은 지부장인 그뿐이었으므로, 자칫 생길 수 있는 오해를 방지하고자 취한 행동으로 보였다.


“명하신대로 행했습니다, 회주님!”

“수고하셨소.”

“감사합니다.”

“아, 혹시 금고는 찾아냈소이까?”

“예!”

“금고를 여는데 문제는 없었소?”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회주께오서 당도하셨으니, 이제 주변을 정리하고 보물을 옮기겠습니다.”

“아, 깨끗이 치울 필요는 없소. 시체의 상흔만 우리란 걸 알아보지 못하게끔 처리한 후, 천우택의 금고만 탈탈 털도록 지시하시오.”

“...예?”


언제나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귀마회의 전통이자 규율이었다. 그런 고로 항상 짧게 짧게 대답해오던 지부장의 태도를 망설인 일도 지극히 당연했다.


“아, 내가 따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 그리 이행해주시구려.”

“예! 명 받들겠습니다!”

“음... 그나저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금고에 장부 같은 건 없었소이까?”

“금괴와 패물가지 외에는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오, 그렇군. 일단 천우택 면상부터 봅시다!”

“이쪽입니다.”


강도진이 지부장을 뒤따라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안뜰 한 가운데에서 포박당한 채 무릎 꿇려진 천우택 일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천우택은 자신들을 옭아맨 살수들이 강도진을 보자마자 허리를 깊게 숙이는 모습에서, 그가 이들의 우두머리임을 알아채곤 황급히 입을 놀려 목숨을 구걸했다.


“뉘, 뉘십니까?! 뉘시기에 이런 참극을... 사, 살려주십시오! 대인!”

“하하하, 대인이라... 아까는 새파란 놈이라 부르더니만.”

“예? 제가 언제...... 헛?! 설마?!!!”


천우택은 횃불에 훤히 비치는 인물을 찬찬히 살폈다. 외모는 달랐으나, 체형이, 의복이, 그리고 무엇보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에게 확신을 주었다.


“당신은 아까 그!”

“크크크크크, 역시 눈치 한번 빠르군. 금세 알아보네.”

“우, 우린 거래를 했잖소?!!! 그런데 왜 이런 끔찍한 일을?!!!”

“푸하하하하!”


강도진이 천우택의 애걸을 듣다말고, 돌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이봐. 정말로 그깟 금괴와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임장손의 여식을 내가 원할 것이라 생각했는가?”

“......”

“그보단 네가 꼭꼭 숨겨 놓았을 종이쪼가리 몇 장에 더 관심이 있지.”

“...?!!!”

"으하하하핫!"


강도진은 기염을 토하는 천우택의 표정을 읽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설마설마하며 던진 미끼에 실로 묵직하기 짝이 없는 대어가 덥석 걸려든 꼴이었던 것이다.


반면 강도진의 이런 웃음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천우택의 몸뚱이는, 그 심각한 정도만큼이나 대단히 빳빳해졌다.


“다, 당신은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후후후.”


그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강도진은, 그저 끊임없는 입가의 웃음으로써 천우택을 계속 속일 뿐이었다.


“아, 안 돼! 그것을 내주면, 그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큭, 그럼 내가 여기서 직접 죽여 드릴까?”

“......”


강도진은 궁지에 몰려 뭐라 말도 못하는 천우택을 향해 비웃음 반, 장난 반으로 물음을 던져줬다.


“흐흐, 좋아. 내가 당신에게 금 2만 냥과 안전한 배편을 마련해주도록 하지. 그럼 어떠신가?”

“......크흑......”

“크하하하하하하!!!”


천우택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비아냥거리는 강도진의 제안으로 인해 극심한 굴욕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차마 거부 못하고 수긍하는 데까진 딱히 오래 걸리진 않았다.






* * * * *


해가 뜨고, 아침이 지나 점심 무렵이 되었다. 지금 여느 하늘 아래를 자세히 살피어 본다면,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서 거친 산을 낑낑 헤집고 있는 목채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지 그녀의 두 눈이 극심하게 퀭했다. 반면 그녀의 품에 안긴 채 잠든 임장손의 딸내미인 임정아는 혈색이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


‘아웅... 벌써 시간이... 혹시 늦었다고 난리치는 건 아니겠지? 하기야 언제까지 오라고 시간도 안 정했었고... 진짜 밤새 성읍에 얼굴 팔리면서 의원 찾아 급히 조치 받고, 몸도 깨끗이 씻기고 했던 거니깐... 에이~, 벼룩만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뭐라고는 안 하겠지!’


목채담은 걸음 재촉하며 종종 임정아의 상태를 슬쩍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오묘해졌다.


‘하아~, 어미를 죽인 철천지원수에게 안겨있는 딸이라... 게다가 이제는 아비의 죽음을 사주한 몹쓸 인간의 수양딸이 될 처지라니... 쯧쯧... 너도 참 나 못지않게 기구하구나.’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죽임을 당하고, 덩달아 문파 전체가 글자 그대로 풍비박산 나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르면서 잡념을 훅 스쳤다.


‘아냐, 아냐! 옛 감상에 젖을 여유 없어! 일단 어떻게든 살아남는 일이 최우선이야!’


그러나 금방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흑의인이 억지로 삼키게 한 맹독충을 제거해내지 못하고 죽는다면, 꾸역꾸역 과거를 되새기며 감정 곱씹는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과연 온전히 살려주려 할까? 아이를 건네자마자 죽이려 할지도... 아니야. 그럴 요량이었으면, 부하도 잔뜩 대동했는데 나에게 맡겼을 리가 없어. 어쩌면 의외로 쉽게 보내줄지도 몰라.’


그녀의 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생각이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하기를 반복했다.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에 의한 이 잡념은 꽤나 오래 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지난 경험들이 빠르게 결론지었다.


‘세상에 믿을 놈 없어.’


목채담은 쓸쓸한 눈빛으로 임정아를 내려다보았다. 비록 양심에 가책을 느끼겠지만, 이 아이를 중독 시킨 후 해약을 맞교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편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 어린 것에게 미안하지만...... 나도 살려면...... 끄응...... 하, 하지만 안 그래도 가여운 이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다는 게......’


살수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감정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어릴 적부터 독하게 사육된 목석같은 살인귀, 혹은 살육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광인이 아니라면, 그 인간 속내 한 편에 망설임이란 작은 파편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후천적 선택으로 살수의 길을 택한 목채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


또 다른 내적갈등이 시작되려던 차, 그녀의 시야에 너른 바위 위에 걸터앉은 사내가 드리웠다.


목채담은 겨우 10여 장 거리임에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인기척이기에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사색에 잠긴 채 호리병을 기울이는 미남자의 모습에 그 경계가 저도 모르게 한 꺼풀 흐물흐물해졌다.


‘어머, 어쩜! 너~무~ 잘 생겼다~. 후훗, 이 외딴 산중에서 귀공자를 다 만나다네? ...어라? 그런데 옷차림이랑 체구가...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녀가 전체적으로 낯익은 사내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때 사내의 시선이 목채담에게 옮겨졌다.


“늦었군.”


너무나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소리에 목채담은 격한 충격을 받았다.


‘거짓말!!!’


작가의말

다음화는 5분 후로 예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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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8) - 完 --- [시즌1] 종료 +8 19.10.14 572 16 16쪽
»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7) 19.10.14 467 16 17쪽
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7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9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3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2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4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83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4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1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7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6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7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7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3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5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9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7 16 14쪽
68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8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1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5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30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8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3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1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6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3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9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5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20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6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5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6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1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2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9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1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2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4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3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7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4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70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21 18 11쪽
24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11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9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6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6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7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3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9 18 14쪽
17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2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80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4 16 15쪽
14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4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6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6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30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7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6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40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9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4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6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5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8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8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86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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