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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906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08.13 10:00
조회
1,033
추천
19
글자
17쪽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DUMMY

“오냐, 들어오너라.”

“잉~ 그래. 문 열려 있다. 어여 들어와라, 미랑아.”


그런데 무슨 꿍꿍이인지 헤실헤실 미소 지으며 들어서는 그녀의 뒤로, 회영문의 안주인과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물쭈물 서있는 여인이 함께 보였다.


활짝 열린 방문 사이로 유철진과 눈이 마주친 회영문의 안주인이 깍듯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어디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요?”

“어이구~, 불편이라니요! 저는 이보다 편하게 지내본 역사가 없습니다!”

“예예, 너무나 나무랄 데가 없이 편하고 또 편해서 오히려 마음이 매우 무거울 지경입니다.”


그저 황송하기 만한 그와는 달리, 강도진은 일부러 말투에 뼈를 세웠다. 듣는 이로 하여금 지나친 환대에 석연찮은 의구심이 가득함을 겉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


하지만 그가 예측한 바와 다르게, 어느 누구 하나 그에게 언짢은 심기를 표출하거나 딴죽을 걸지 않았다.


'뭐야, 왜 저놈까지 조용해?'


강도진은 다른 두 사람은 자신과 얽힌 부분이 있어 그렇다손 넘어가겠으나, 툭하면 그의 말실수 끝머리를 붙잡고 늘어지거나 말장난을 서슴없이 내던지던 녹미랑 역시 잠자코 있다는 부분이 너무나 미심쩍었다.


“그리 경계 안하셔도 됩니다. 아까 경황이 없어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기에, 비록 늦은 시각이지만 미랑이에게 부탁하여 이렇게 찾아뵈었을 따름입니다.”

“......”


안주인의 부연설명에도 형님의 표정이 어둑어둑하자, 유철진이 나섰다.


“아휴, 그리 서있지 마시고 어여 들어오십쇼~. 집주인이 자기 집 안에 들어서는 게 어색해선 되겠습니까? ...엇? 찻잔이 모자라겠구나?! 제가 얼른 후딱 가서 몇 개 더 얻어오겠습니다.”

“아냐, 오라버니. 부엌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내가 다녀올게.”

“흐흐, 괜찮다. 미랑이 너도 그냥 여 있거라. 아까 어디서 가져오는지 봐뒀거든. 내 금방 댕겨올 테니 기다려라!”

“헉?! 오, 오라버니~, 나, 나도 같이 가!”


유철진이 사람 좋게 웃으며 방을 나서기가 무섭게, 녹미랑도 후다닥 곧장 그를 뒤따라 나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썰렁한 정적이 방안 가득 휘돌기 시작했다.


“......다임(夛琳)아.”


먼저 침묵을 깬 건 회영문주의 아내였다. 그녀는 강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돌아보지도 않고 손짓했다.

그러자 한두 발 뒤에서 땅만 뚫어져라 보던 손다임이,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종종걸음으로 강도진의 앞으로 바삐 옮겨와 방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소녀, 무지와 경솔함에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우(愚)를 범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가 몸까지 바르르 떨면서 울먹이는 모습에선, 강도진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녀의 앙칼진 언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흐음...”


정말로 깊이 반성하고 있는 것 같기에, 강도진에게 측은한 마음이 조금 생겨났다.


그러나 무심결에 회영문의 안주인을 봤을 적에 왠지 모르게 스며오는 불안감이 있었다. 분명 조심조심 신경 쓰는 그녀의 억양과 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상하게 강도진의 혀를 망설이게 했다.


"...아... ...어... "

“오늘 일을 상세히 추궁하던 중, 제 딸아이가 대협께 가장 큰 결례를 범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니... 뭐 큰 결례라고 표현하긴 좀... 제 처신 또한 약간 과한 면이 있기도 했고..."

"못난 어미로써 대협께 용서를 청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회영문의 안주인은, 딸아이 옆에서 나란히 섰다. 그리곤 머뭇머뭇하는 강도진을 향해 자세를 천천히 낮췄다.


이 모습에 강도진은 더이상 우두커니 서있지 못했다.


“이, 이러시지 마십시오.”


그는 황급히 양 무릎을 꿇으려는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하듯이 붙잡았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어미입니다. 대협께 깊이 사죄드림이 마땅합니다.”

“...그렇다고 연배도 한참 아래인 제게 무릎까지 꿇으시려고 하는 건... 좀...”

“오해가 있었다고는 하나, 회영문에서 제일 모범이 되어야 할 문주의 혈육이 가장 추한 꼴을 보이다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체면을 던져버리는 어머니의 행동은, 딸의 음성마저 애절하게 만들었다.


“아닙니다! 그저 제 잘못일 뿐입니다! 흑흑. 부디 용서해주세요. 대협!”

"...두 분 다 이만 진정하시고..."


이렇듯 한사코 주저 앉으려는 회영문 안주인과 한껏 목소리를 높여 머리를 조아리는 손다임으로 인해 강도진은 굉장히 난감해졌다.


그런데 그 사이. 운명이나 혹은 미리 준비된 계획처럼, 유철진과 녹미랑이 여분의 찻잔과 끓는 물을 가지고 때마침 되돌아왔다.


“혀... 형님?”

“도진... 오라버니...”

"......"


녹미랑의 눈초리가 몹시 좋지 않았다. 아우의 얼굴은 그보다 더 좋지 않았다.

마치 ‘형님,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만 직성이 풀리시겠습니까?’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도진은 새삼 어울리지 않게 이리저리 머리 굴려보는 행위를 뚝 관뒀다.

이 두 여인들을 향한 항복선언만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최선책이라 여긴 것이었다.


“...그만 일어나십시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면 저희 가문에 큰 치부가 될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주시겠다는 말이신지요?”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강대협?”

“다 잊었습니다. 아니, 잊어버리겠습니다.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일어나 주십시오!”


그제야 듣고 싶은 말을 다 들었는지, 회영문의 안주인이 반쯤 꿇었던 몸을 바로 세우곤, 손짓하여 손다임도 일으켰다.


“이렇듯 흔쾌히 마음을 풀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대협.”

“예~, 예~. 오늘 일이 제 입에서 먼저 나오는 일은 없을 터이니, 근심일랑 붙들어 매시고 이제 돌아가셔서 잠을 편히 청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대협의 약속만 믿고 물러가겠습니다."

"네, 이만 쉬십쇼."


강도진은 내심 당했다는 언짢은 기분이 솔솔 들었지만, 괜히 긁어봤자 영양가 없는 부스러기만 양푼으로 떨어질 게 훤했던 고로, 그 이상 생각 않기로 마음 굳혔다.


그렇게 지난 일을 훌훌 털어버린 강도진은, 화제의 초점을 녹미랑에게로 돌렸다.


"아, 미랑이 너는 따로 물어볼 이야기가 있으니, 가지 말고 남거라.”

"으, 응?! 나? 난 왜?"


그녀의 당황한 음색은 금방 콧소리로 전환됐다.


“...으음... 도오진~ 오라~버뉘임~. 지굼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다쉬이~ 이야기하묜~ 아~니~ 될까?”


강도진은 녹미랑의 코맹맹한 말투 듣는 순간, 이전부터 미심쩍었던 마음에 굳은 확신이 생겼다.


“어, 안 돼.”

“아이이이~잉~!”


그녀가 일상에서 거리낌 없이 애교 섞인 말을 던지는 건 오직 세 사람. 아버지인 이서백과, 그녀가 일편단심 바라보는 짝사랑 사내. 그리고 그런 짝사랑 다음으로 잘생겼다고 뇌리에 인식한 유철진 뿐이었다.


만일 그 외의 경우에 저런 억양을 들었다고 한다면, 그건 강도진의 경험상 둘 중 하나였다. 그녀가 굉장히 아쉬운 게 있다거나, 혹은 속에 뭔가 더럽게 켕기는 일이 있는 것.


현재 앞뒤 정황과 함께 쏠려온 감각에 의거하자면, 강도진은 분명 후자라고 판단했다.


“스승님 심부름 겸사겸사해서. 나하국에. 때늦은 단풍구경을. 후딱 다녀오겠다던 인간이. 어째서, 왜, 이곳에 있는 건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할 거다.”

“......”


그런데 녹미랑의 분위기가 그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 그녀가, 침묵을 유지하며 회영문의 안주인의 눈치를 흘끗흘끗 살피는 광경이 눈에 영 거슬렸다.


“다임이 너는 침소로 돌아가거라.”

“...예. 어머니.”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손다임은 어머니의 지시에 순응하여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물론 그녀 또한 녹미랑의 그런 어투를 처음 들어보는 지라, 또 다른 가슴 한편으로 호기심이 샘솟기는 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강도진을 계속 마주해야하는 불편함과 맞바꿀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유 대협, 저도 차 한잔주시겠습니까?”

“아... 예, 여기 앉으십시오.”

“......”


짐짓 밀려온 강도진의 또 다른 직감은, 단순히 녹미랑만 다그치고 짧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 * * * *


8명의 가마꾼이 멘 가마 안. 한 소녀가 바깥 풍경을 가린 발을 뒤젖혔다.

그리곤 알록달록 단풍에 물든 산경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옛 시를 천천히 읊조렸는데,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였다.



『 가다 서니 도랑이요,

멈추어보니 갈림길이어라.


치솟던 해가 때 되어 기울매,

내 그림자 또한 따라 기우노라.


저만치 산 너머 성큼 쫓아온 밤에

힘에 부친 걸음 바삐 재촉해보았건만.


내 찾아온 그곳은 도무지 간 데가 없구나.


퀭한 눈물 달래며 밟아온 길 되돌아보니,

내 여정만큼이나 굽이진 길. 저 강물처럼 휘돌아왔구려.


어떤 길은 곰곰이 눈 여겨 보아도 낯설고,

또 어떤 길은 두 눈 감아도 추억 드리워 마음 한켠 절로 잠기우네.


이제와 돌이킬 수도 없는 아득한 여정,

그리고 그 이어짐에 서서.


잡초 무성한 길.

앞선 이의 흐릿한 옛 흔적을

나도 무심히 택하여 따라가 보리이다.


다급한 마음, 스산한 마음.

여기 이곳에 놓아두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두루두루 거닐다보면.


세상천지 이 내 몸 반기어 쉴 곳이

어딘가엔 꼭 하나 있으리라 한번 믿어보리다. 』



참으로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그러나 가마행렬의 위세만큼은 유독 남달랐다.


이 무리와 어쩌다 이와 마주친 양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길 한편으로 비켜섰고, 그것도 모자라, 땅에 넙죽 엎드려 행렬이 멀찌감치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백성들의 이와 같은 모습은, 이 가마를 호위하고 있는 50여명의 무관들을 보고 오금을 저렸다기보단, 빛깔이 다채로운 주렴(珠簾) 등으로 꼼꼼히 장식된 가마의 ‘구슬덩’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알아본 까닭이었다.


“곽총관, 그대도 내가 너무 청승궂게 보이는 겐가?"


한세아는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여 마차와 나란히 속도를 맞추는 곽우희에게 싱거운 농담을 던졌다.


"호호, 하긴 남 보기엔 내가 딱 날개 꺾인 새 꼴이긴 하지.”

"아, 아니옵니다. 요즘 들어 그 시를 자주 읊으시는 것 같기에..."

"호호호, 농일세."


그녀는 장난인 줄 뻔히 알면서도 항시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아랫사람인 곽우희를 향해 웃음을 환하게 지어보였다.


"이 시는 '여로(旅路)'라고 한다네."

"이름은 몇 번 들어봤습니다. 구산(龜算) 선생의 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네. '서곡(西穀)'이 무너지고 '혜'가 건국되기 몇 해 전, 그러니까... 당시 서곡의 종2품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이자, 백성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학자였던 구산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던 길에 지었다고 하지."

"그렇군요."

"비록 힘에 밀려 내쳐지다시피 하는 나와 처지가 확연히 다르나, 그래도 막연한 희망을 부여잡고자 하는 의지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따금씩 곱씹어보는 것이라네."

"......"


곽우희의 혀끝에 '이제 겨우 약관을 앞두신 옥주께오서, 고희(古稀)를 넘긴 노인처럼 말씀하시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라는 말이 다다랐으나, 끝내 입 밖으로는 내놓지 못했다.


막 피기시작한 꽃같은 나이에, 동문인 위사은과 함께 황후를 따라 은사국 궁궐 안으로 들어와 살벌한 생활을 겪어온 곽우희였다.

그런 그녀의 눈엔, 한세아는 으레 당연하게 누렸어야할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함조차도 냉혹한 세력다툼 사이에서 가차 없이 억눌려온, 여리고 여린 아이에 불과했다.


이제는 더욱이 궁에서 팔려가는 현실. 말이 좋아 양국 간 유대관계를 돈독하게하기 위한 유학일 뿐이지, 실상은 한낱 '볼모'로 끌려가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들, 우울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 황후가 지금도 살아서 버티고 있었다면!

- 투병 중인 초개왕의 왕권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았다면!

- 권력에 눈이 먼 승상 주병한이, 그 속에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었더라면!


아직은 명맥이 꿋꿋이 유지되고 있는 수십만의 병력이 존재감을 과시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세아와 비연(飛演)태자 또한 당금의 수치를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구를 대로 구른 후였다.


"곽총관, 얼마나 더 가야하는가?"


우희의 눈에서 씁쓸함을 읽은 세아가 화제를 돌리려 물음을 던졌다.


“길잡이 말대로라면, 앞으로 한 시진은 더 가야 도착할 듯 싶습니다.”

“음... 태자저하께오선 지금쯤 도착하셨을 터이니, 바삐 서두르면 나흘 안에 합류할 수 있겠구나.”

“저... 마마. 위총관이 있기에 별일 없을 거라 믿지만, 그래도 이런 시기에 따로 움직이는 일은 역시나 우려 되옵니다.”


곽총관의 염려에, 한세아는 한쪽 뺨을 쓸어내리던 손을 가볍게 저었다.

그리고는 다른 이들이 알아듣지 못하게끔, 서역의 대표적 공용어인 ‘루브디(Loubeudi)어’로써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건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네. 폐하께서 나와 태자저하의 안전을 걸고 승상과 언약을 하시기도 했지만, 우리가 아니면 결국 혜국에 볼모로 보내야 하는 건 신월군 뿐. 그러니 승상이 생각 없이 일을 벌이려 하진 않을 것이야."

"하오나..."

"게다가 겨우 옛 신하에게 어명을 전하러 가는 일이 아닌가? 내 결코 노 어의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나, 일국의 태자가 이정도 일에 나서는 건 남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지.”

“마마, 외람되오나 그렇다고 일국의 공주께오서 직접 행차하시는 것 또한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고 보옵니다.”


곽총관은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속내를 이때다 싶어서 따지듯 꺼내 놓았다.


“일전에 말씀 올렸듯 어전 심부름꾼 수준의 일은, 소녀나 위총관이 따로 행하는 것이 맞사옵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이미 태자저...”

“우희야."


한세아는 그녀를 직책이 아닌 이름으로 애틋하게 부르며 말을 이었다.


"난... 행여라도 너와 사은이를 잃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


충의에서 비롯된 불만을 작정하고 터트려보던 곽우희는, 한세아의 이 한마디에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승상이 안전을 약조한 건 어디까지나 나와 태자저하일 뿐. 혹 눈엣가시에 불과한 나의 수족을 잘라 낼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설마하니 그가 한치라도 망설일 성 싶은가?”

“......마마.”

“내가 함께 움직이면, 그 또한 섣불리 손을 쓰진 못할 터. 그깟 내 체면 따위가 무엇이라고, 친언니와 다름없는 이들의 목숨을 걸어가며 챙기겠는가?”

“...용서하옵소서. ...소녀,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괜찮네. 마음 쓰지 말게."


그녀들이 한세아를 주종관계 이상으로 끔찍이 아끼는 것과 같이, 공주 또한 곽우희와 위사은을 가족으로써 여기고 있음이었다.


곽우희는 이런 세아의 애틋한 마음에 새삼 감격하여 촉촉해진 발걸음을 말없이 얼마간 옮겨 떼었다.

그러다가 자신에 의해 비롯된 이 침묵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저 떠오르는 대로 세아에게 질문을 했다.


“으음... 아, 그 권은식이라는 대도호부사의 인물됨됨이는 어떻습니까? 귀동냥에 승상쪽 사람이라고 들긴 했었는데... 혹 쓸데없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허튼 일을 벌이진 않겠습니까?”


한세아도 그녀의 의중을 읽은 듯, 재차 웃음을 피우며 설명을 찬찬히 해줬다.


“호호호, 그쪽도 염려치 말게. 그 사람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기로 유명하거든."

"심성이 박쥐 같은 자로군요."

"그렇지. 허니 딱히 승상의 압박이 없었다라면, 이 지방 그 누구보다 태자저하께 지극 정성을 다할 걸세. 어쩌면 훗날 보위에 오르실 지도 모르는 태자저하께,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흔치 않을 이 기회를 놓칠 인물이 결코 아니니까."

“아...”

"애초에 합류장소를 그곳으로 정한 연유가 다 있다네.”


정말이지 ‘호랑이는 호랑이새끼를 낳는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곽우희는 공주의 모습에 짙게 베어있는 황후의 그림자를 못 느낄려야 못 느낄 수가 없었다.


- 차캉~!


그러던 그때, 선두에 있던 무관 몇몇이 허리춤의 칼을 다급히 빼드는 소리가 들렸다.


“웨, 웬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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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사국 한세아 공주


작가의말

중간에 끊기 애매한 맥락이었던 터라, 평소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참고로 1회 분량은 가급적 5~7천 자 내외로 맞춰 작업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까지의 삽화와 앞으로의 그림들은

공지를 하나 파서 따로 모아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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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7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9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3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2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4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83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4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0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6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5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6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7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3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5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9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6 16 14쪽
68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7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1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5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29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8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3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1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6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3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8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4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19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6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5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6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1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1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8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0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0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3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2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6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3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70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20 18 11쪽
24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11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9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6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6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7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3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9 18 14쪽
17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1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80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4 16 15쪽
»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4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6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6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30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7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6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40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9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4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6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5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8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8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85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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