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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916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08.16 10:00
조회
881
추천
21
글자
17쪽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DUMMY

한세아가 자신의 결단에 후회마저 들려고 하던 찰나, 절간 뒤편에서 짤막한 비명이 들려왔다.


"저쪽입니다!"

"어서 서둘러라!"


그녀는 앞장선 무관들을 따라, 소리가 발발한 장소로 달렸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그곳엔 곽우희 무리가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늦지 않았구나! 천지신명이여, 감사합니다!'


한세아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우희를 향해 소리 쳤다.


“곽 총관!”

“헉! 어떻게... 벌써...?!”


한세아는 곽우희가 먼저와 있던 무관들과 함께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에서, 아직 노 어의의 신변이 확보되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노 어의는 어디계시는가?”

“...저... 그게...”


그녀는 황궁 내에서도 정예로 통하는 자들이 지금 이토록 한심한 꼴을 보이자, 신경질이 욱하고 일어났다.


하지만 곽우희가 저렇게 절절매는 모습 또한 일찍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보기로 했다.


“무슨 일인지 똑바로 고하게!”

“...노 어의께선... 정보대로 이 범찰 안에 계시고... 또 아직 무탈하신 것 같습니다만...”

“...같습니다만?”


곽우희는 따지고 드는 공주의 물음에, 곧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우물쭈물대다가 대뜸 무릎을 팍하니 꿇었다.


“...소녀! 실력이 미천하여 명을 이행치 못했나이다! 벌하여 주십시오!”


곽우희의 뒤편에 있던 무관들도, 그녀의 울분 섞인 외침을 따라 엎드리며 합창을 했다.


“벌하여 주십시오!”

“벌하여 주십시오!”

“벌하여 주십시오!”


한세아는 이들이 도대체 하라는 대답은 안하고 당최 뭐하는 짓들인가 싶었다.


“......”


그러다 묘한 기분이 들어 넙죽 엎드린 무관들의 행색을 자세히 살폈는데, 그들 모두 그 비싼 무기들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칼집만 뎅그러니 움켜쥐고 있었다.


‘...설마...?’


그제야 한세아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뒷마당 대문 안을 들여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설마가 마당 한가운데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무기 더미 바로 오른편으론, 색이 바란 흑의를 걸친 사내가 널찍한 평상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 역시 보였다.


'과연 승상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구나. 단순히 내게 경고와 본인의 힘을 과시하는 일조차, 이토록 대단한 무림 고수들을 끌어들여 철저히 행하다니...'


덤덤한 표정의 흑의인은 나물무침 한 접시를 곁에 두고 탁주를 쭈욱 들이켜고 있었으며, 또 그 사내 뒤엔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싼 두 사람이 보였는데, 창고 양 끝머리에 단단히 서 있는 모습에서 그 안에 노 어의가 감금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됐다.


한세아는 묶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되지 않아 머리를 풀어 헤친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보나마나 망나니처럼 산발을 한 저 자가... 아까 우희가 언급했던 그 격이 다르다는 고수이겠지?’


그녀가 이런저런 의구심을 품던 와중에, 문밖의 소란에 고개를 돌린 강도진과 시선이 똑 마주쳐졌다.


“꺼윽... 아! 드디어 제일 높으신 분이 오셨나보군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소이다!”


흑의사내는 들었던 사발을 얼른 내려놓곤, 그녀에게 정겹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을 이었다.


“에... 거 초면에 참으로 미안하오만, 나름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얼마간 거기 문 밖에서 기다려주시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다면... 돌아가서 푸욱 쉬시고 내일 다시 와주면 정말로 고마울 것 같소이다. 으흐흐흐!”


그런데 어디에서나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꼭 하나둘씩 존재하듯, 한세아 뒤에 있던 무관 한 명이 앞으로 성큼 나서며, 무례한 강도진에게 언성을 크게 높였다.


“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 따위 언행을 놀리는 것이냐?!!!”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으련만, 정황 판단을 제대로 못한 그 무관은, 한세아 앞에서 멋들어지게 공을 세워볼까란 욕심에 못 이긴 상태였다.


"거 내가 지은 죄가 있어서 막말 해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내가 허락할 때까진 그 문턱만은 넘지 마쇼."

"시끄럽다, 이 놈!"


강도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기 충만한 무관은 허리춤의 칼을 위협적으로 빼어 들며 문턱을 대뜸 넘어 버렸다.


“전(前) 내의원 정 노위위(魯危衛)는! 속히 나와 명을 받들...”


- 빡!


“윀!!!”


당당함이 넘쳤던 무관은 나머지 한 걸음을 다 옮기지도 못한 채, 발음하기도 힘든 외마디를 뱉어내며 뒤로 고꾸라졌다.

이 매서운 한 수는 창고 양 귀퉁이에 서서 관람 중이던 손다임과 손우빈에게 깊은 감명을 선사했다.


‘금유우지력(金幽又指力)? 아니야,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지 못했어도 풍령세가의 절기와 비교하기엔 술수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걸? ...사마문(司馬門)의 '쇄옥혈장(碎玉血掌)'이 가까스로 비슷하려나? 아니아니 강 대협의 움직임은 그보다 훨씬 단순한 것 같았어. 북천문의 절기는 정말로 오묘하군! 소문 이상이야!'


‘어후,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초절한 고수 옆에 있다 보니 별 진귀한 걸 다 보는군. 과연 내 선택은 탁월했어!’


이렇듯 각자 나름의 감상을 하는 손 남매와는 달리, 구경한 거라곤 쓰러진 이의 등짝 밖에는 없는 세아쪽 무관들 중 절반은 동료의 이마에 볼록 솟아난 혹을 보고 크게 분개했다.


“...이...... 이이이이익! ...저, 저 놈이!!! 쳐라!”


이 첫마디 말이 누구 입에서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세아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과하게 흥분한 10명의 무관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뛰쳐나가는 데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자, 잠깐 멈ㅊ...”


“크아아아!!!”

“으아아아아!”


그들은 자연히 몸에 밴 훈련대로 대문으로 둘, 그 좌우 담벼락을 타고 각각 넷이 뒷마당으로 순식간에 들이쳤다.


- 빠-각-!


이후 들린 둔탁한 소리는 분명 하나였다. 헌데 안으로 진입했던 무관들은, 날아들었던 그 모양새의 역순으로 의식을 잃은 채 되돌아왔다.


물론 당연하게도 무기는 그들 손을 떠나 있었다.


- 촤르르르르...


"에잉~, 다들 성질머리하고는! 그리 급했으면, 어제 오시던가!"


‘이, 이번엔 보이지도 않았어! 저게 정녕 사람이야?’


빼앗은 무기를 평상 옆에 무덤덤하게 쏟아놓는 강도진을 보며 손 남매가 경악하는 가운데, 한세아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병사들이 묵경의 고수라 칭송했던 어마마마께오서도 저런 신기(神奇)는 펼치시지 못했다!’


머리는 비상했어도 근골이 시원찮아 호신술 수준으로 밖에 무예를 익히지 못한 한세아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보아온 것들이 워낙 많았기에, 강도진이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방금 그 광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는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놀라는 와중에, 줄곧 의미도 모르고 외우기만 했던 혜강천경 하편의 구결 중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끊어지는 거친 힘은 갈대를 꺾지 못하는 강풍과 같고, 지나가는 소나기는 메마른 땅을 깊이 적시지 못한... 말도 안 돼! 저 사내가 외조부님과 견줄만한 고수란 말인가?!!!’


한세아에게 잠깐 좌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노 어의를 버리고 떠날 수도 없는 노릇. 그녀는 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그래, 저 자는 무기만 거둬들이고 있을 따름이다. 분명 살의는 없는 게야.'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대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헉! 위험합니다!"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가 이런 그녀의 행동을 보게 된 곽우희가 황급히 일어나 말리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한세아의 입이 열렸다.


“네, 네 놈이 ...워, 원하는 게 무, 무엇이냐?”

“흐음...”


강도진은 기운을 발출하려던 손을 멈춰 세웠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눈빛이 총명하게 살아있는 어린 소녀가 대견해보여서였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써, 왠지 그녀와 대화가 통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일단 이놈 저놈 하는 것부터 하지 맙시다! 듣는 놈 기분 나쁘니까 말이외다."

"......"

"거 보아하니 나보다 연배가 많이 낮은 거 같은데... 뭐 존대까진 바라진 않겠으나, 적어도 하대는 안했으면 좋겠구려.”

“...좋습니다. 그리 하지요.”

“아, 안됩니다! 어찌 감히 그런...”


한세아의 대답에 곽 총관이 언성을 높였으나, 이런 추레한 상황에서 막연한 외침이 통할 리 만무했다.


“듣기 싫네! 지금 우리 꼴에! 무슨 위신을 챙기려 한단 말인가?!!!”


방금 한세아의 역정에 의식을 되찾고 깨어난 무관들은, 속이 뜨끔해져서 곽 총관 무리 뒷줄로 조용히 쭐레쭐레 옮겨가서 나란히 엎드렸다.


“하하하! 이~야~, 이리 강단(剛斷) 있는 여장부는 내 처음이외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비록 누추하고 가진 게 없으나, 내 시원~한 약수 한 사발 정도는 대접하겠소이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한세아가 조심히 한걸음 한걸음 평상으로 다가오는 광경을 지켜보던 손 남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혹시... 최고급 비단... 아냐...? 어째... 기분이 조금... 쎄~하다.'

'이거 보통 신분이 아닌 거 같은데...'


손우빈은 한세아가 걸친 붉은 의복의 곱디 고운 옷감이, 그리고 손다임은 그녀의 기품 서린 태도 하나하나가 마음에 심히 거슬렸다.

그러나 괜히 강도진의 행동을 반대하다 도리어 반감을 사는 우매한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은 터라, 이들은 그냥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이윽고 평상에 살짝 걸터앉은 한세아를 보며, 강도진이 먼저 호쾌하게 웃음지어 주었다.


“흐흐흐,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통성명부터 합시다. 나는 강가 도진이라고 하외다.”

“...은조 한(韓)씨 세아라고 합니다.”


‘뭐?! 누구?!!!’


어렵지 않게 은사국 왕실 족보와 연결이 되며, 한세아의 정체를 여실히 깨달은 손 남매의 두 눈이 붕대를 뜯어내고 나올 기세로 휘둥그레졌다.


‘아오... 어쩐지 껄쩍지근하더라니... 이를 어쩐다...’


왕실 사정이야 어떻든 전혀 관심이 없는 무림이라고는 하나, 각 개개인은 엄연히 나라에 속한 백성이었기에 일단 대역죄로 엮이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가장 가슴 졸여야할 이는, 정작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 같았다.


“아하하! 한 낭자라... 흠... 억양이 조금 이상하니 내가 세아 낭자라고 불러도 되겠소?”

“...예. 그리 하십시오.”

“호탕하고 좋군요. 하하하.”


‘...이 인간... 모르고... 있는 거야? ...야단났네.’

'아니, 세상에! 이 나라가 누구 껀지도 몰라?!'


그의 무지는, 손 남매는 물론 한세아 역시 난감하게 만들었다.


'뭐지? 승상이 아무 것도 모르는 타국의 무림고수를 속이고 꾀어서 데려온 걸까? 단순히 날 골리려는 목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어딘가... 좀 이상해.'


강도진은 그녀의 이런 활발한 두뇌활동이 본인의 무지한 반응 때문이라는 것을 눈꼽만큼도 인지 못한 채로 말을 계속했다.


“서로 피차 바쁜 사람들일 테니, 후딱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세아 낭자.”

“아... 네. 원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어... 음... 그... 염치 없다는 건 정말 잘 알긴 아는데... 곤장 맞고 옥살이하는 건, 나 하나로 끝내면 안 되겠소?”

“...네?”


한세아는 이 사내가 쌩뚱맞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에이~, 다 늙고 고집 센 노인네 잡아다 때려봤자, 얻을 게 뭐 있고 남는 건 또 뭐가 있겠소? 그러니까... 음... 그 왜 있잖소. 죄지은 사람 대신에 벌 받고 그러는 거 말이오.”

“...혹시 대수(代囚)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아, 맞소. 그거 내가 하면 안 되오? 늙은 사람보단 젊은놈 곤장 치는 맛이 확실히 괜찮을 거외다.”

"???"


한세아가 여전히 냉수가 든 사발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채울 때였다.


- 끼이이이...


창고 문이 살곰살곰 열리고 순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자, 그 안에서부터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쾌청하게 새어나왔다.


- 응애~, 응애~.


“도진 오라버니~. 스승님이랑 큰스님께서 봉합도 거의 다 끝나가니까, 금방 나갈 거라고 전해 달라하세요.”

“그래? 산모는?”

“다행히 고비 넘기고 안정됐어요. 아, 그리고 아기는 고추랍니닷! 히힛!”

“흐흐, 그래. 수고했다.”

“예, 그럼 저는 이만 가서 마무리하는 거 도울게요.”

“응, 그래그래~.”


- 끼리릭... 탁.


속삭이듯이 작게 이야기를 다 전하고난 순이가 창고문을 다시 닫았을 때쯤에야, 한세아는 비로소 현 상황이 딱 정리가 됐다.


약간 허탈한 것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밖으로 뿜을 뻔 했다.


'푸훕, 뭐야. 겨우 그런 거였어?'


하지만 머리회전을 재빠르게 끝낸 그녀는, 표정을 다잡아 강도진이 다시금 입을 열 때까지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자자, 시간이 없으니 후딱 정하십시다. 나만 혼쭐나고 끝나는 걸로 결말지으면 안 되겠소?”

“...그리 하기엔 제 입장이 조금 곤란합니다.”

“에헤이~, 그러지 말고, 불쌍한 처지를 헤아려 아량을 좀 베풀어 주시오."

"밖에 있는 아랫사람들의 눈이 있기도 하고..."

"음... 아! 이러면 어떻겠소? 세아 낭자가 내게 부탁하는 한 가지는, 그게 뭐든지 다 들어드리리다!"

"부탁... 말씀이신가요?"

"흐흐, 낭자도 직접 봐서 알겠지만, 내가 싸움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오! 그리고 또 힘도 좋아서, 막일도 써걱써걱 다 잘할 수 있소."

"어떤 소원이든 마다 않고, 전부 들어주시겠다는 의미이신지요?"

"그 뭐... 사람 죽이고 오라는 식의 못된 일만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해주리다. 어떻소? 구미가 마구 당기지 않소?”


강도진이 성급한 마음에서 헛점을 먼저 드러내 보이매, 한세아는 내심 그것이 너무나 달가웠다.


물론 그녀는 옳다구나하며 덥썩 물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 짐짓 뜸을 들였다. 그가 마음 졸이도록, 눈을 내리깔고 잠시 고심하는 척 애태우는 허세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으음... 혹시... 세 가지는... 안 되겠습니까?”

“와~ 세아 낭자, 그건 쫌 과하다 생각지 않소? 내 꼴이 이렇게 보여도 갈 데가 아주 많은 사람이외다.”


모름지기 거래조건이란 상대편에게 손실보다 이득이 더 많아 보이게끔 해야 하는 법. 한세아는 지난날 황후에게 배웠던 협상의 기술을 여지 없이 잘 써먹었다.


“만일 대협께오서 저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주시는 것으로 약조해주신다면, 저 또한 이번 일로 인해 옥살이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언약하겠습니다. 이러면 어떠신지요?”

"캬하~, 세아 낭자. 장사 좀 하실 줄 아시는구려!"


그리고 그런 한세아의 노림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좋소! 까짓꺼 내가 손해 좀 보고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합시다! 대신 말도 안 되는 일 시키면 난 안할 것이외다.”

“호호호, 좋습니다. 강 대협.”

"으흐흐흐."


강도진은 본인의 생각으론 썩 훌륭한 타협이라 여겼다. 고작 허드렛일 3번 해주는 값으로, 곤장과 감옥신세를 면했다고 굳게 믿었던 까닭이었다.


그는 스스로 얼마나 뿌듯했던지, 사발에 탁주를 신나게 꿀렁꿀렁 가득 채워 한세아 두 손에 있는 냉수그릇에 가져다 살짝 퉁기기까지 했다.


- 티잉~!


“자~, 거래 끝! 기념으로 한 잔하십시다!”

“호호호.”


그러나 그는 이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오, 옥주?!”


강도진이 기분 좋게 한 잔 쪼~옥~ 들이켜고 있는데, 창고에서 이제 막 나왔던 노 의원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마!"


단번에 한세아를 알아본 그는,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예를 올렸다.


“죄인 노위위, 옥주의 존안을 뵈옵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노 어의.”


누군가에겐 주체 못할 반가움이었으나, 또 다른 누군가에겐 뒷통수를 후린 철퇴인 모양이었다.


“푸허우훕!”


구수하게 강도진의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던 탁주가, 세차게 무지개를 그리며 도로 뿜어져 나왔다.


작가의말

* 대수(代囚) : 죄인이 어떤 사정으로 복역할 수 없거나 범인이 잡히지 않았을 때 그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근친자를 대신 가두어 두던 일. - (출처: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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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7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9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3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2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4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83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4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0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6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5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7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7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3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5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9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6 16 14쪽
68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7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1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5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30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8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3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1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6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3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8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5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19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6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5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6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1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1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8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0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1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4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3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7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4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70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21 18 11쪽
24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11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9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6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6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7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3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9 18 14쪽
»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2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80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4 16 15쪽
14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4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6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6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30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7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6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40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9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4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6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5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8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8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85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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