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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879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09.29 10:00
조회
553
추천
16
글자
17쪽

17장 피고 지다 (3)

DUMMY

그러던 그때. 해일과도 같은 어마무시한 살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흐, 흐으읍...!”


이 순간 신월군은 유년시절 이후 처음으로, 두려움이란 놈이 심장을 옥죄는 기분을 맛봤다. 만일 그의 내공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더라면, 몸뚱이를 제대로 가누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마저 스쳐지나갔다.


“!!!”


콧구멍에서 씩씩 새어나오는 숨소리, 번개처럼 튀는 안광. 여차하면 살초를 뻗기 위해 까딱까닥 움직이는 손가락.

신월군은 이 엄청난 위압감을 뿜을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정황상 충분히 짐작됐으므로, 살심 가득한 이 안광에 가까스로 맞서며 외쳤다.


“나, 나는 은사국 신월군이라 하오! 이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니 서둘러 의원을!!!”

“......”


- 저벅저벅.


이 말에 거짓말처럼 살기를 지워낸 고수는, 지체 않고 성큼성큼 다가와 그에게서 섭연희를 냉큼 받아 안았다. 그렇게 얼마간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사내는 신월군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일서국 연일위 진영후라 합니다. 이 은혜는 추호도 잊지 않겠습니다.”

“아하하하... 바, 반갑...”

“그럼 이만.”


- 팟!


한시가 급한 진영후의 모습은 신월군의 어색한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


그렇게 뎅그러니 남겨진 신월군은 흡사 귀신에 홀린 표정이 되어 서 있었다.

그 역시 무인을 걷는 자이었던 고로, 존경해 마지않던 묵경의 고수를 만난 것이 믿기지 않아 머릿속이 벙벙해져 정상적인 사고가 잠시 멈춘 것이라 하겠다.


- 피이이이잉~, 팡! 파파팡!


때마침 좀 전에 한세아를 납치해간 놈들이 향했던 방향에서 갑자기 폭죽 하나가 높이 터졌다.


"이,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


이 덕분에 제정신이 돌아오며 아차 싶어진 신월군은, 바닥에 나뒹굴던 적들의 활과 화살을 챙겨 말 위로 급히 뛰어올랐다.






* * * * *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 피유우우우웅~, 파팡!


“이럇! 이랴!”


새로 쏘아진 폭죽방향으로 신월군이 말머리를 틀었다.


‘지원까지 도착한 모양인가? 젠장... 그들이 서로 조우하게 되면 골 아파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세아 년을 어떻게든 중간에서 잡아채야 해.’


그는 첫 번째 폭죽과 방금 전 신호방향을 떠올리며, 납치범들을 따라잡기 위한 최단 경로를 유추했다. 솔직히 혜국의 지리를 명확히 모르기에 불안한 면이 적잖았으나, 그는 아쉬운 대로 타고 있는 말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이 지지리도 따라주질 않았을 뿐더러, 순탄하게 풀릴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제기랄!’


그의 왼쪽 1리(里) 너머로 보이는 먼지구름은 한세아를 납치한 무리가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신월군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강이 문제였다.

현재 아무리 못해도 강폭이 20여 장은 족히 되어 뵈는 이 강물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찾아 우회한다는 말뜻은, 추격을 포기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했다.


“쩝... 혹시 수영은 좀 할 줄 아느냐?”


- 푸드득. 푸드득.


신월군은 말의 갈기를 쓱쓱 문지르며 장난처럼 물었고, 앞발을 또각또각 움직이며 좌우로 투레질하는 말의 행동은 전혀 달갑지 않다는 의사표현을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하하, 미안하구나. 저 년을 무사히 못 데려가면 태자저하께서 많이 슬퍼하실 거거든. 네가 너그러이 이해 좀 해다오. 이럇!”


- 짜-악!


“이히히힝~.”


그가 말을 억지로 부추겨 강을 중간쯤 건넌 시점부턴, 말굽이 강바닥에 가까스로 닿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에 신월군은 말에게 ‘미안’이란 심심한 사과를 외치며, 안장을 박차고 경공을 펼쳐 남은 강폭을 다 건넜다.


‘물살이 세지 않으니, 죽진 않겠지. 부디 좋은 주인을 만나라.’


그가 탔던 말이 허우적대며 떠내려가는 모습을 뒤로한 신월군은, 활에 화살을 메기고 대차게 달려나갔다.


- 두두두두두두...


먼지구름이 예상경로대로 길을 따라 다가오며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하지만 그들의 지원군으로 보이는 반대편 무리와의 거리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신월군은 한시라도 빨리 결착을 내야함을 느끼곤, 적당한 키 큰 나뭇가지 위에서 자세를 잡고 활시위를 당겼다.


- 쭈~욱, 끄드드드득... 퉁!


그의 내력까지 응축되어 있는 화살은 시원한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나갔다.


- 싀이이익! 팍!


“커헉!”


- 이히히히히힝~!


기수가 갑자기 단말마를 뱉어내며 뒤로 넘어가자, 기수와 함께 여인을 싣고 달리던 말이 돌연 앞발을 들고 경기를 했다.


“뭐, 뭐야?!”


임무에 성공했다고 안도했던 찰나에 발생한 돌발상황인지라,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괴한 또한 화들짝 놀라 말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주위를 먼저 경계했어야 했다.


- 빡!


“으헉!”


그 나머지 한 명도 나무의 탄력까지 이용하여 걷어차서 떨어뜨리며 그대로 말을 빼앗아버린 신월군은, 위태롭게 낙마하려는 여인을 재빨리 낚아챘다.


“응? 세아 년이 이렇게 아담했던가...?”

“잡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쳇!”


그는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습격을 목격한 맞은편 패거리들에서 도망치는 것이 더욱 시급했기에, 품에 있는 한세아를 뒤집어 얼굴을 확인하기보단 현재 타고 있는 말을 채근하는 일을 선택했다.


‘폭죽을 나만 본 것은 아닐 터. 맹 사부가 당도할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





* * * * *


장비원성에서 4번째로 크다고 하는 청성루(淸星樓). 그러나 이보다 윗줄에 놓이는 기루들은 고관이나 그에 준하는 거상(巨商)을 상대로만 장사하기 때문에, 성내 뭇 남정네들은 이곳이야말로 알토란같은 첫 번째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했다.


사시정(巳時正, 10~11시). 창기(娼妓)들에겐 그야말로 한밤중이요, 꿈속에서나마 지친 피로를 달래는 시각. 청성루의 건물 뒤편 쪽문 부근에선 노비들이 열심히 식재료와 주류를 창고로 옮겨 나르는 중이었다.


사실 이것은 다른 기루들처럼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로써 특이할 것도 없는 광경이었다. 강도진이 납품수량을 책자에 기록하던 이를 불러 세우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조차, 남 보기엔 상관이 납품목록을 재차 검수하려 들른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그 사람이라면 내가 찾은 이유를 알고 있을 터. 서쪽 별궁 정문 앞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전하시오.”

“예, 명 받들겠습니다.”


강도진은 슬쩍 내보인 명패에 머리 푹 숙였던 점원이 일언반구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을 보면서 잠시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열중하던 일도 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당사자에겐 많이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야, 전부 작업중지! 일단 쉬어!’란 외침 속에 이게 웬 떡이냐며 구슬땀 닦고 쉬는 노비들을 보면 잘됐다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였을 뿐 시간에 마음 쫓기고 있던 강도진은, 그가 진세연과 만나기 전에 다른 용무를 해결하고자 경공을 펼쳐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영후의 상태를 보니 도움 청할 수도 없고... 원창이란 사람은 영후의 명에 따라 노 의원님과 곽 소저를 안전한 초막으로 옮겨왔기에, 순이의 자세한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괴한들의 습격 후 은사국 공주의 행방이 묘연해진 소문이 쫙 퍼진 탓일까? 전체적인 궁궐 경비가 이전에 비해 족히 5배는 강화되어 있었다.

상당히 흉흉해진 타국 황손들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노심초사하는 혜국의 마음씀씀이가 적나라하게 엿보이는 수준이었다.


- 스스스스스......


하지만 결의 단호한 강도진의 잠행을 눈치라도 채려면, 최소한 명지대사와 비견될 수 있는 고수가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

이토록 삼엄하다 못해 살벌한 경비를 유유히 뚫어낸 강도진은, 은사국 시종들의 단체숙소를 향해 걸음을 바삐 옮겨갔다.


- 휘리릭~.


여인이라 특별 취급받은 곽우희와 위사은을 제외한 무관들이 보통 2~3인실을 배정받는 것과는 달리, 시종들은 오로지 남녀 구분만 있을 따름이었다.

막상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편하겠으나, 목적이 분명한 강도진의 입장에선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업?! 누, 누구!”


마당에 떨어진 그의 신형에 여인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비명까진 지르진 못했다. 그녀들이 허기를 채우려 저마다 입에 한가득 집어넣었던 나물비빔밥이, 강도진의 얼굴을 알아볼 때까지 소리를 막아준 덕이 컸다.


“이렇게 갑자기 무례하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그런데 순이는 어디 있습니까? 상당히 안 좋은 소식이 궁궐 밖으로 들려와서요. 순이는 괜찮은 거지요?”

“어... 저... 그, 그게...... 순이도 봉변을...”

“...아니! 이런!”


그녀들은 그에게 밤낮으로 열심히 한세아를 간호하던 순이도 괴한들에게 함께 납치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모른 척 떠봤던 강도진은, 다행히 그간의 행방이 궁녀들에게도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조금은 안심했다.


“흠, 흠. 순이가 입던 옷 같은 거 있습니까? 체취만 묻어있으면 되니, 짚신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일전에 자기가 알아서 세탁하겠다고 놔두라했던 의녀복이 있기는 합니다.”

“오, 잘 됐습니다. 식사 중에 무척 결례인줄 압니다만 그것 좀 부탁드립니다. 전부 주실 필요는 없고, 속치마정도만 주시면 됩니다.”

“아니에요. 하릴없이 대청에서 노닥거렸을 뿐인걸요.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저희가 곧 옥주님 것까지 찾아다드리겠습니다.”

“앗! 아... 그, 그건 이미 갖고 있습니다! 사려가 대단히 깊으시군요. 감사합니다.”

“호호, 별말씀을요.”


강도진은 눈치껏 답하는 시녀 덕분에 순간 당황했지만, 적당한 거짓말과 표정관리로써 위기를 우야무야 대강 넘길 수 있었다.


얼마 후 시녀로부터 옷가지를 받아들고 목적을 달성한 그는 서둘러 별궁에서 벗어났다. 그의 짐작으론 자신의 기별을 받은 진세연이 곧 도착할 시각이 돼서 그런지 발걸음이 더욱 급급해졌다.


‘귀마회의 정보력과 흑구의 뛰어난 후각이면... 희망을 걸어도 될 것이다. 순이야, 살아만 있어라. 이 오라비가 금방 데리러가마.’


이렇듯 결의 굳게 곱씹는 강도진의 손에선 조효린에게서 빌려온 은방울 한 쌍 또한 꾹 쥐어지고 있었다.


“또 뵙습니다. 공자님.”

“......?”


정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그에게 선뜻 다가온 인물은 진세연이 아니었다. 강도진은 눈앞에서 꾸벅 인사 올리는 인물을 일그러진 기분만큼이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접근을 시도했던 여인. 비록 복장이 연분홍색 하늘하늘한 의복에서 남청색 단정한 옷으로 바뀌었다지만, 신록과 같이 산뜻한 저 미모를 쉽게 잊을 리 없었다.

만일 그녀가 자신의 뒤를 캐는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강도진이 지금처럼 혀에 가시를 세우는 대신에 벌꿀이라도 듬뿍 발랐을 것이다.


“일전에 내가 분명 경고하지 않았소?”

“네,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정확히 ‘진짜로 뒈지기 싫으면 작작해라’라고 말씀하셨었지요.”

“그런데 알면서도 왔다?”

“오늘은 거래를 제안코자 온 것입니다. 이렇게 찾아뵌 것은 공자님께서 무척이나 알고 싶어 하시는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 없소.”

“납치되신 은사국 공주님의 최근 행방. 안 궁금하십니까?”

“......”


강도진의 표정과 침묵으로써 자신감 충만해진 여인의 언행이 조금씩 의기양양해졌다.


“이번에 제가 장비원성에 찾아온 이유는, 이 수도 내의 정보수집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이 어수선해지다보니, 여러모로 추가 지원이 필요해서 말이지요.”

“......”

“그런데 세상에나~. 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가 제 귀에 들어오지 뭡니까? 그리고 막 그 진위를 확인하려 알아보던 차에 달려와보니, 그와 관련된 공자님과 이렇게 문득 마주쳤고요. 마치 이런 게 운명이다...라는 것처럼? 오호호호!”

“그래서 소저가 하고픈 말이 대체 뭡니까?”

“어으~, 어쩜 이리 냉랭하실까~.”


그녀가 콧소리 잔뜩 섞어가며 요염을 떨었지만, 최근 들어 미녀들에 대한 면역력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강도진에게선 심심한 콧방귀만 '피쉭'하고 흘러나왔다.


“피차 바쁜 건 알 거라고 보오.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치이~, 좋아요! 알겠습니다. 흠흠, 제겐 공자님께 필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파악된 은사국 공주님의 행방을 알려드리지요. 무려 1시진 전에 당도한 따끈따끈한 소식이랍니다.”

“그것의 반대급부로 내게 무엇을 원하시오?”

“으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없네요. 공자님께서 제게 빚지신 걸로 하지요. 어떻습니까?”

“......”


‘훗, 당신이 거절할 수 있을까? 그토록 의지하는 일서국 연일위도 배우자의 유산으로 인해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오호호호호!!!’


여인은 겉으로 드러난 예쁜 미소와는 다르게 속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강도진에겐 뾰족한 수가 달리 없었다.

하기에 여인의 머릿속은 이 거래를 통해 얻게 될 기회를 이용해 그를 대차게 우려먹을 초안을 계획하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였다.


헌데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2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강도진은 이미 뼈 시린 경험중이라는 것. 순진하게 허투루 언약했다가 코가 제대로 꿰여버린 과거를, 상대의 뻔하디뻔한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할 만큼 그는 바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회주의 연통을 받은 즉각 준비하여 훨훨 날아온 진세연이, 근처에 당도하자마자 강도진과 전음으로써 입을 맞추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꼴랑 정보 하나와 백지전표를 맞바꾸자?”

“어머? 그렇게 들리셨다니 이거 많이 서운한데요? 본래 정보의 가치란 게 상대적...”

“됐소. 비단으로 포장한다한들 똥은 똥일 뿐이지.”


이 말에 여인은 태도를 조금 달리하며, 강도진을 압박하기 위해 눈매를 착 가라앉혔다.


“거래하기 싫으신 모양입니다. 공자님께는 달리 방도가 없을 텐데요?”

“호호호,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


강도진을 몰아세우려던 여인은 뒤에서 들려오는 뜻밖의 인기척과 웃음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보았다.


“당신은 어디의 누구시죠?”

“호호, 그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방갓을 눌러쓴 진세연은 그녀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하며 강도진에게로 쪼르르 옮겨가더니, 무릎을 살짝 굽힌 인사 후에 입을 열었다.


“강 대협, 저희의 제안이 더 마음에 드실 꺼라 생각됩니다.”

“듣고 있소.”

“자, 잠깐!”


다 된 밥. 그것도 주걱으로 밥공기에 옮겨 담기만 하면 끝나는 차에 재가 흩뿌려지는 장면인지라, 여인은 진세연에게 황급히 외쳤다.


“우리가 먼저 거래하는 중이었습니다. 당신네들은 상도덕도 몰라요?!!!”

“훗, 상도덕이라...”


진세연은 비웃음을 찡긋 흘리며 말을 이었다.


“비사문의 배지현(裵至賢)양.”

“!”

“강 대협께서는 저희의 귀빈이십니다. 다시 말해 남의 손님에게 들이댄 건 제가 아니라 당신이란 소리죠. 상도덕을 먼저 운운한 건 당신이었으니까, 이쯤에서 얌전히 물러났으면 좋겠군요.”

“......”


배지현의 눈동자가 복잡하게 요동쳤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핵심은 한 가지였다. 저들은 자신을 알고, 자신은 저들을 모른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정보력에 대한 비교열위에 있음이 명확했다.


반면 진세연은 그런 배지현을 놀리기라도 하듯 강도진과 이야기를 여유롭게 주고받았다.


“강 대협, 저희는 습격한 괴한들의 정체와 세아공주님의 대략의 행방을 준비했습니다. 아, 대략이라고 말씀드린 건, 당도한지 무려 ‘1각’이나 지난 정보라서 그렇습니다.”

“대가는?”

“지난번과 동일합니다. 귀빈께는 언제나 우대해드려야 마땅하지요.”

“좋소. 거래합시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이동하면서 말씀 올리겠습니다.”

“훗, 누구들이랑 다르게 마음에 ‘쏙’ 드는군!”

“호호, 감사합니다. 강 대협.”


진세연은 배지현이 보란 듯이 강도진의 팔짱을 끼며 돌아섰다.


“...이 ...이... 이... 이이이익!!!”


그들이 경공으로 유유히 날아가고 홀로 남겨진 배지현의 두 눈엔, 당장 핏물이라도 줄줄 흐를 것처럼 핏대가 일어나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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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6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8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3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1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4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4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0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6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5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6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6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2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5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8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6 16 14쪽
68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7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0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4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29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8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3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1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6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3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8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4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19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6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4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5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1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1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8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0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0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2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2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5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3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69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19 18 11쪽
24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10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8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5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5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6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2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8 18 14쪽
17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0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79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4 16 15쪽
14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3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6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6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30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7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6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40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9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4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6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5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8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8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83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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