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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877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08.23 10:00
조회
909
추천
19
글자
17쪽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DUMMY

* * * * *


같은 시각, 일서국 배곡(倍穀)지방.


“이 놈이 뒤질라고! 어디서 수작을 부려!”


어느 기방 앞. 어떤 중년 사내를 둘러싼 건장한 몇 명의 장정들이, 먼지가 폴폴 일어날 정도로 몰매를 놓고 있었다.


“아고,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옷차림만 봐도 술 냄새가 퀴퀴하게 풍겨오는 중년사내는 소리를 꽥 질렀다.


“으읔, 그게 아니라 했잖소! 내 말을 좀 들어... 엌, 누가 나 좀 살려주... 컥!”


주정뱅이는 자신의 말 따윈 씨알도 안 먹히고 주먹질과 발길질이 계속 되자, 이러다 정말 골로 가겠다 싶어 본능적으로 몸을 최대한 웅크려 머리와 배를 보호했다.


“멈춰라!”

“......”


패거리들은 그냥 무시하기엔 상당히 신경 쓰이는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험험, 관부 쪽 나리이신가 보군요!"


패거리 중 한 명이 나서서 멀끔하게 생긴 무관에게 굽실거렸다.

그들은 흔히 보던 관졸의 육모방망이가 아닌, 칠성문이 상감된 검이 허리춤에 달려있기에, 반사적으로 꼬리를 살짝 내린 것이라 하겠다.


“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 글쎄 이놈이! 재미 볼 건 다 보고서 가짜 전표를 디밀지 뭡니까요?! 자자, 이거 보십쇼! 여기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표를 건네받아 스윽 살펴본 무관의 반응이 덤덤한 것이,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알겠다.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처리할 터이니, 다들 물러가거라.”

“저희가 이놈 버르장머리 좀 마저 고쳐주고 관아로 데려갈테니, 대인께선 신경 끄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지요.”


뒷골목에서 굵어진 잔뼈를 지닌 녀석이라 그런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무관의 떨떠름한 반응이 한패가 아닐까란 의심을 품게 만들기도 했거니와, 아직 기분이 싹 풀릴 정도로 주정뱅이 녀석을 흠씬 패지 못한 미련도 좀 남아있던 까닭이었다.


“뭐, 뭐라?”


그러나 으레 사람은 욕심을 떨치고 물러나야할 때가 종종 있기 마련인데, 이 불한당 두목에겐 그때가 마침 찾아온 듯 했다.


- 채, 채~앵~!


무관이 얼굴을 찌푸리며 몹시 불쾌한 기분을 표출한 그 순간, 그의 양쪽 측면에서 검이 발출되는 소리가 났다.

분명 칼은 2자루였는데, 소리는 하나처럼 연이어 엮여져 날아왔다.


'...뜨헉!!!'


관복을 잘 갖춰 입은 이 두 사람이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튀어나왔나 하는 건, 패거리의 우두머리에겐 별로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사안이었다.


그저 자신의 목을 가위처럼 싹뚝 잘라낼 준비가 된 두 자루의 날카로운 칠성검과, 그 칼을 쥐고 선 이들의 삭막한 시선.

그리고 방금 대화를 나눈 무관의 손에 들린 명패 속 글씨가, 목숨을 저절로 구걸하도록 자극해왔다.


『 사헌부(司憲府). 』


“...대, 대, 대, 대인! 제가 표현이 조금 서툴렀나 봅니다! 그, 그러니까! 저는 대인께서 번거로우실까봐 나불댔던 말이었습니다요! 불순한 뜻은 결코 아니었으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당장 사라지겠습니다! 아하하하...”

“마한(麻瀚), 조호(曺護). 그만 됐다.”

“예.”


마한과 조호라 불린 이들은 상관의 명에 천천히 칼을 거두곤 그의 뒤로 자리를 옮겨갔다.


이후에 벌어진 광경은 별로 시답잖았다. 패거리들은 고위 관리들도 설설 긴다는 사헌부 소속 무관들에게 바짝 쫄아서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다 후다닥 기루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고, 그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언뜻언뜻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어느새 길거리가 휑해지자, 주정뱅이가 옷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고맙네, 하가경(夏可更). 어이쿠, 이거 내 정신 좀 봐! 이젠 내 처지가 달라졌으니 존칭을 써야 하거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별장(別將) 나리. 헤헤헤.”

"......"


좀 전에 왈패들을 대할 때도 무심하던 하가경의 표정이, 주정뱅이가 꺼낸 감사 몇 마디에 복잡하게 변하였다.

처음에는 화가 난 듯 붉으락푸르락했다가, 또 갑자기 써늘하게 되었다가, 끝내는 연민을 드리웠다.


“...마지막입니다. 한때 ‘교명(喬明)선생'이란 별호가 조금도 아깝지 않았던... 직학사(直學士)께 제가 올리는 마지막 호의가 될 것입니다."

"......"

"술에, 도박에, 심지어 위조 전표로 아편을 사려하시다니요! 제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도무지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 이 전표는 내가 사기를 당해서..."

"진심으로 실망했습니다, 구선웅(龜選熊) 나리! 다음엔... 다음 번엔... 오늘처럼 이렇게 넘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내 조심. 또 조심하겠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쪼록 부디 강녕하십시오.”


목구멍으로 치솟는 감정을 거짓 다 꺼낸 하가경은, 구선웅의 인사도 듣지 않고 뒤돌아 떠나갔다.


'...미안하네. 부디 강녕하시게.’


속에서만 미안함과 작별인사를 외쳐본 구선웅은, 허룩해진 심경만큼이나 멍든 몸을 이끌며 자신의 집으로 터덜터덜 향했다.


성 밖 후미진 변두리. 구선웅은 폐허라 부르면 살짝만 억울할 것 같은 초가집으로 들어섰다.

그는 문득 옷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더러운 진흙을 보곤, 부뚜막 물 항아리 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실망했습니다, 숙부님!”

“...?!”


깜짝 놀란 구선웅은 한 귀퉁이에서 뜬금없이 들려온, 장난스런 목소리를 금방 알아챘다.


“우빈이 너... 혹시 다 본 게야?”

“흐흐흐, 넵! 안타깝게도 기방에서 끌려 나오실 때부터요.”

"햐~, 이거 모양 빠지네..."





* * * * *


그로부터 일각정도 흘렀을까? 더러운 몰골만 대충 면하게끔 씻고 나온 구선웅은, 정말로 별거 없는 좁다란 방 안 탁자에 앉아 조카들과 함께 찾아온 사내를 마주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야기를 선뜻 시작하지 않았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조카들이 삼촌의 집으로 놀러온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삼촌!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 했어요!”


결국 멋쩍은 분위기에서 먼저 운을 뗀 건 손다임이었다.


“허허, 겨우 그 정도로 큰일은 무슨... 그나저나 다임이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옆에 그 총각은?"

"이, 이 분은..."

"...아아, 옳거니! 네 신랑감 소개시키려고 찾아온 게로구나! 거 참, 엄청 듬직하게도 생겼다! 음, 이상하네. 네 취향은 좀 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사내인 줄 알았었는데 꽤 의외...”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강 대협이랑은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그보다 말 돌리지 마세요, 삼촌!”


하지만 대화중에 뺨이 빨개지며 먼저 흥분한 것도 그녀가 되었다.


“잉? 아니라고? 그럼 왜 온 게야? 너희 어미한테 내가 따로 기별할 때까진 연락 끊고 살아야 한다고 단단히 일렀거늘!”

“저도 들은 바가 적어서, 자세한 건 솔직히 몰라요. 다만 어머니께서 삼촌 목숨이 위태로우니, 반드시 저희 집으로 모시고 오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따름이에요.”

“...내가 싫다고 한다면?”


구선웅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자, 미처 손우빈이 끼어들기 전에 강도진의 입이 먼저 열렸다.


“부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


일부러 그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중저음의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는 구선웅의 귀에 상당히 위협적으로 들렸다.


“내가 싫다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겠다는 말이오?”

"처음 보는 사이에 실례인 줄은 알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정말 초면에 터무니가 없군! 연희가 그리 사주하더이까?! 조카들이 이 삼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니, 그쪽한테 끌고 와 달라 부탁한 것이냔 말이외다!"


구선웅의 언성이 상기되고 있는 표정만큼이나 점점 높아져갔다.


“연희한테 가서! 마음씀씀이는 몹시 고마우나, 이 오라비는 할일이 남았으니!!! 내 볼 일 다~ 끝마치고 나면, 오지 말래도 제 발로 찾아가겠다고 전하십시오!"


그의 역정을 다 듣고난 강도진이 당당히 대꾸를 했다.


“음... 저는 회영문의 안주인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부탁 또한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완강한 마음을 버리시길 바랍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세상에 그렇게 일방적이고 무례한 부탁을 누가 또 한답니까?”

“성씨가 다른 '연희'라고 이야기하면, 충분히 알아들으실 거라 했습니다.”

“......”


구선웅이 마흔 한평생 살아오면서 만나온 ‘연희’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그중에서도 현재 자신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품고 있을 사람은, 친동생 '구연희'를 제외하곤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이시오?”

“사실 동생한테 그렇게만 듣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녀석이 틈날 때마다 발이 닳도록 일서국으로 오가는 이유야 안 봐도 뻔하기에, 짐작은 어느 정도하고 있지만요.”

“그렇군요. 허면 동생이란 분의 성명이...”

“녹미랑이라고 하고, 제게 있어선 사매가 됩니다.”

“아아, 역시...”


일서국의 제3황녀 섭연희(攝衍曦). 무림에서 화정옥녀(花靜玉女)로 불리는 녹미랑이 중간에 끼여 있다면, 그녀임에 틀림없었다.

보다 더 정확하게는 그녀의 부마이자, 과거 중추원에서 자신이 상관으로 모셨던 진영후(震瑩煦)가 남몰래 손을 써서 사람을 보낸 것이 확실했다.


‘슬슬 여기저기서 낌새를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거로군! 그 위조 전표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아니야, 그랬다면 실오라기 같은 단서 하나조차도 건지지 못했겠지! 제기랄, 사헌부가 붙인 감시를 떨구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


아무리 진영후가 고평선왕(固平先王)에서 대정왕(大整王)으로 왕권이 교체된 후 실각되었다고는 하나,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정보통까지 말살 당한 건 아니었기에, 이렇게 사람까지 보내어 경고할 정도라고 한다면 상황이 정말로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안 돼! 안 돼!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구선웅은 지난 1년 가까이 폐인행세를 하며 들여온 그 모든 노력이, 일순간 허사가 될 처지에 놓였음을 깨닫고 억울함마저 밀려왔다.


“숙부님, 외람되지만 마음 돌리시고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우빈아, 나는 아직... 아직 떠날 수 없단다! 알잖느냐?! 이대로는 세상 떠난 내 친구가,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저승을 헤맬 게야!”

“......”


사람이 끈끈하게 정든 혈육에게 모질지 못한 건 으레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

이번에도 강도진이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선뜻 나섰다.


“흠, 별 수 없군요. 용서하십시오, 구 대인. 우선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난 강도진을 본 구선웅은, 위압감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 드르륵.


6척? 아니 7척에서 약간 모자라 뵈는 장신, 그리고 조카인 손다임의 허리둘레와 필적하는 두께의 팔 근육.

과연, 여동생 구연희가 작정하고 골라서 보낸 인물답게 남달라 보였다.


"자, 잠깐!"


하지만 구선웅은 강도진이 주섬주섬 꺼내는 저 큼직한 포대에 이대로 담겨 끌려가고픈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다, 당신이 연희한테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챙겨줄 수 있소!”

"?"


그는 평생 골방 안에서 서적만 파며 살아온 자신으로선, 무림인의 괴력을 한순간도 감당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금전으로 꾀는 방법을 택했다. 그의 경험상 무림인치고, 대의명분으로 양념한 돈이 싫다는 사람을 여태껏 만나본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

“금전 10냥! 아니, 아니 인심 팍팍 써서 금전 20냥을 내리다!!!”


구선웅이 제시한 어마어마한 금액에, 강도진의 눈동자가 역동했다.


‘스, 스무 냥?’


금전 스무 냥. 그 액수는 지난번 호랑이를 때려잡고 받은 현상금과는 비할 수가 없는 금액이었다.


'에... 가만... 금전 1냥이 은전 100냥이니까... 허어...'


그는 다른 때 같았으면 이렇게 멈칫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떠도는 나그네 처지에, 그런 큰 재물은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라고 여겼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현재 그의 속내엔, '아우의 혼사'라는 남 모를 고민거리가 상주하는 중이었다.


「 에이~, 그건 우리 마을 전체 예비자금 아닙니까?! 저 장가가겠다고 그걸 꺼내쓴다는 건 말도 안 되죠! 마을 자금을 그렇게 사적으로 쓰느니, 차라리 냉수 한 그릇 떠놓고 언약부터 할 랍니다! 」


미나와의 혼인을 결심한 유철진의 발언이, 강도진의 뇌리에서 당최 지워지질 않았다.


'그 돈이면... 읍내의 꽤 그럴듯한 기와집에다가, 그 주변 비옥한 논밭을 골라서 사도... 오우~, 그게 도대체 몇 마지기야?!'


아우를 남부럽지 않게 장가보내고픈 강도진의 목구멍 안으로 마른침이 꼴깍 삼켜져 들어갔다.


'아니, 아니야. 스승님께선 날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무릇 사람은 신(信)과 의(義)를 재물보다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던 스승 이서백의 잦은 언급이 그의 욕심에 맞섰던 것이다.


하지만 구선웅의 꼬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한 달! 내게 앞으로 한 달만 시간을 주시오! 그 이후엔 내 군말 없이 따라가리다!”

“...?”

"겨우 며칠만 늦어질 뿐인데, 그 돈은 당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것이외다! 사실 생각해볼 것도 없잖소! 당신은 약조를 어기지 않으면서도, 금전 20냥을 날름 챙기는 셈이오!"


바람에 살랑대는 갈대처럼, 강도진의 마음에도 온풍이 팔랑 불었다.


그러나 강도진이 변심하면 이곳의 누구도 막을 수 없음 잘 아는 손우빈은, 그의 내적갈등을 눈치 채자마자 둘 사이에 냉큼 끼어들었다.


“오우, 숙부님! 지난번에 제게 맡기신 거 말고도 더 있었나요?”

“이 녀석이 날 뭐로 보고... 에잉~, 그때 준 건 반절 남짓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재산을 깡그리 날려 먹을 인간으로 보이더냐?”


이미 세아공주의 일로 인해 몇날며칠 어머니의 꾸중을 고문처럼 시달리며 겪은 손우빈이었다.

때문에 제아무리 어머니의 유일한 혈육인 숙부님이라 한들, 자칫 문제라도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만에 하나라도 철저하게 배제하고 싶었다.


“와~, 폐인생활하시면서 거덜난줄 알았는데 저도 깜박 속았네요. 역시 교명선생이십니다!”

“어험, 별호라는 건 사람들이 듣기 좋으라고 그냥 붙여주는 게 아니지!”

“숙부님 근데 어쩌죠? 저희도 처지라는 게 있어서요."

"응?"

"흐흐, 강 대협. 찬찬히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잘은 몰라도 숙부님께서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신다는 건, 그만큼 엮이면 골치 아프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수고비로 30냥 챙겨드릴 테니 서둘러 가시지요.”

“...서, 서른...”


다 된 밥에 재를 한 움큼 뿌리는 조카가 심히 언짢았는지, 난데 없는 배신에 구선웅이 펄펄 뛰었다.


“이, 이 놈이! 상인들 호위해주면서 돈을 받는다하더니만, 그게 푼돈 장사가 아닌 모양이었구나! 조, 좋다! 35냥!!!”

“하하, 저희 집안이 으뜸 문파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면 푼돈 가지고는 어림없지요~. 생각보다 쏠쏠해서 조만간 단체도 꾸려 볼까하고 저울질 중입니다. 자~, 그럼 서른 다섯 받고~, 40냥!”

"...이잌! 내,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흐흐."


철썩 같이 믿었던 조카에게 뒷통수를 맞은 구선웅에게 있어선, 처음부터 불리한 경쟁이었다. 손우빈은 구선웅의 밑천을 훤히 가늠하고 있었고, 반대로 그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한 가지, 몰빵 뿐이었다.


“...이, 이보시게. 저 애들을 막고 내 일을 도와준다면 내가 지금 가진 70냥 전부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겠네!”

"캬~, 이게 말로만 듣던, 도박판 '다걸기'인가요? 그럼 저는..."

“아우 참! 그만들 좀 하세요!!! 동네 어린애들처럼 뭐하시는 거예요!”


보다 못한 손다임이 대뜸 참견했다. 그녀는 이 두 사내들의 허세싸움 가운데 낭비되는 시간이 무척이나 아까웠던 것이다.


“우리 강 대협은, 그깟 돈에...”

“구 대인, 사정을 소상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그녀에겐 씁쓸한 이야기지만, 이미 강도진의 마음은 금 70냥에 끔뻑 넘어가 있었다.


작가의말

지금 시간이면, 아마도 저는 새로 산 예초기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겠네요.

오탈자 수정은 천천히 주말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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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6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8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3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1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4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83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3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0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6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5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6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6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2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5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8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6 16 14쪽
68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7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0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4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29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8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3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1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6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3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8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4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19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6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4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5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1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1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8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0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0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2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2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5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3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69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19 18 11쪽
»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10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7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5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5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6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2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8 18 14쪽
17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0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79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4 16 15쪽
14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3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6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6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30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7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6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40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9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4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6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5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8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8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83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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