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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현지우현(玄之又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완결

느림뱅이
그림/삽화
까마귀작가
작품등록일 :
2019.06.13 23:19
최근연재일 :
2019.10.14 10:0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6,830
추천수 :
1,716
글자수 :
599,890

작성
19.09.21 10:00
조회
522
추천
15
글자
17쪽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DUMMY

* * * * *


용무를 마치고 발길 돌린 건정 스님을 동굴 입구 밖까지 나와서 배웅한 명지대사는, 무척 간만인 쾌청한 밤하늘을 겸사겸사 올려다봤다.


‘달빛 한 번 참, 훠언~하다! ...응?’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 속에 묻어있는 고소한 향내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이 덕분에 무언가 평소와 다름을 눈치 챈 명지대사는 온 신경을 바싹 곤두세워 두루두루 살폈다.


놀랍게도 그로부터 1장 이내의 가까운 곳, 확실히 산자락의 기운과는 조금 다른 미약한 인기척이 한 가닥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분명 살기는 아니었던 터라, 명지대사는 방향을 틀어 나름 굉장히 유하게 말했다.


“바람이 차외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빽빽한 나무 사이에서 큼직한 인영이 스르르르 나타났다. 양손에 빵빵한 보따리를 하나씩 쥐고 있던 그림자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명지 대사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강가 도진이라 합니다.”

“보아하니 내 소개는 필요 없겠구려. 반갑소, 강 시주.”

“비무 전에 한 번 찾아뵙고 싶었습니다. 혹여 결례가 되진 않았는지요?”

“......흐음... 누추하지만 그래도 흙바닥 보단 나을 테니,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십시다.”

“예.”


명지대사는 평상으로 사용 중인 너른 바위로 강도진을 안내했다. 이후 그는 다 해진 멍석을 대충 접어 방석삼아 마련해주고나서 적당히 마주보며 앉았다.


반면 강도진은 예의를 차려 그에게 큰 절을 올린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보따리를 풀어 정성껏 싸온 안주거리와 감주를 차리며 말했다.


“무승들께는 고기와 술을 대접해도 괜찮다 들었습니다.”

“그, 그렇소.”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이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수육, 길쭉길쭉 식재료 가득 썰린 파전.

보기만 해도 입속에 육즙이 한 가득 폭발할 것 같은 모양새는, 명지대사의 침샘을 본능적으로 자극시키며 활발한 준비운동에 돌입시켰다.


“제 양부께오선 무승이 아니신 데도 불구하고, 본래 시주걸립은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먹는 거라 말씀하시며 종종 눈치껏 잡수시곤 하지요. 하하하.”


‘흐음... 듣던 것과는 좀 다른데...’


명지대사는 이렇게 사람 좋게 웃는 강도진에게서, 일찍이 건정대사가 언질해준 악인의 면모를 딱히 찾질 못했다.


그는 일단 선입견은 뒤로 치우고 자신의 눈으로 강도진을 냉정히 판단하기로 했다. 물론 그게 결코 강도진이 사발에 꿀렁꿀렁 채워준 감주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 끄윽.


게 눈 감추듯 일시적으로 혀와 위장을 호로록 만족시킨 명지대사는, 다시금 빈 잔을 메우고 있던 강도진에게 물었다.


“강 시주께 묻고픈 게 있소.”

"네, 대사님."

“거... 강 시주께서...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내 들었소만... 그것이 진정 사실이오리까?”

“...예.”

“그럼... 도대체 몇 명이나...?”

“따로 셈해보진 않았습니다.”

“.......허허...”


명지대사가 쓴 혀를 끌끌 찼다. 우회적으로 표현한 대답이 저러하다면, 최소 두 자리 수 이상의 생명을 끊어버렸다는 의미와 진배없었기 때문이었다.


“끄으응... 내가 사람을 해하라고 남긴 무공이 아니었거늘... 지금껏 하늘을 두고 한 점 후회한 적이 없었건만...”


그의 깊은 회한을 느낀 강도진은 얼마간 이어지려하는 그 한탄에 불쑥 끼어들었다.


"대사님."

"?"


이후 명지대사는 쉼 없이 몰아붙이는 강도진의 발언을 들으면서도 조금도 대꾸하질 못했다.


“관아에 일러바치지 못하게끔, 행인들의 목숨까지 갈취하는 산적들을 죽였느냐고 물으신다면. 예, 그 범인이 접니다.”

“......”

“선량한 사람 등쳐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미망인에게 더한 짓거리를 하는 놈을 죽였냐고 물으신다면. 예, 제가 그리했습니다.”

“......”

“도움을 간절히 청하는 가장에게 빚에 빚을 지워 그 일가족들까지 노비로 팔아치우는 패거리를 죽였느냐고 물으신다면. 네, 그들 또한 제가 죽인 것이 맞습니다.”

“......”

“대사님, 솔직히 저는 하산한 이후로 떳떳하게 살았다곤 못하겠습니다. 허나 그간의 제 잔인한 행실을 부끄럽게 여겨본 적은 없습니다. 자의였건 타의였건 간에 적어도 불쌍하게 울부짖는 이들을 모른 척 지나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흐음......”


강도진의 구구절절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명지대사의 마음 한 편이 조금씩 누그러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는 아마도 명지대사가 맹영단 사람들에게 충각사의 무공을 전수하기로 결심했던 마음의 출발점 또한 강도진의 입장과 상당히 유사했던 탓이리라.


“대사님. 제가 손가락질 받을 행위를 했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제 탓일 뿐입니다. 명지 대사께오선 과거 자신이 연민에 이끌려 소신대로 행하신 일을 책망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말해주어 고맙구려.”

“사실이 그렇습니다. 열심히 일군 텃밭에 이름 모를 잡초가 생겼다고 하여, 그것을 농부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허허허...”


강도진은 명지대사에게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우중충한 침음이 아닌, 소탈한 웃음임을 느끼곤 마음이 놓여졌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의 말솜씨가 예전보다 부쩍 늘었음을 스스로 기특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강 시주. 맹영단 그 아이들은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소이까?”

“음... 저... 그게...”


강도진은 화제를 전환하고자 하는 명지 대사의 이 물음에 난색부터 표했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는 숨김이 없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내 곧 맹영단에게 생긴 아픈 사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나무아미타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술잔을 멍하니 응시하는 명지대사의 얼굴에 그림자가 짙었다. 그가 크게 상심한 모습에 본인도 덩달아 기분 먹먹해진 강도진은, 어떻게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영환도사와의 일화 등의 다른 이야기들도 줄줄이 붙여가며 노력을 기울였다.


“잠깐, 강 시주. 방금... 귀마회라... 하셨소?”


‘아차!’


하지만 그는 꺼내지 말았어야 할 단어를 실수로 내뱉고 말았다.


‘아오... 이놈의 주둥이가....’


달이 휘청 기울며 아침이슬을 재촉하는 동안, 강도진의 해명이 주축이 된 이야기가 침을 튀기며 계속 이어졌다.







* * * * *


이틀 후.


강도진과 명지대사의 비무는, 규율을 어긴 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기에 ‘참회굴’이란 별명이 붙어버린 수련관의 외진 동굴 근처에서 시작됐다.


- 꽝!


“헉! 더, 더 멀찍이 물러나라!”


높은 봉우리 사이에서 엄숙한 자태를 뽐내던 이 자연동굴은, 두 사람의 충돌여파에 못 이겨 우측 외각으로부터 뜯겨나가듯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 쩌적... 쩌저적... 와르르르르!!


더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입구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동굴이 무너지며 발생한 파급이 관망하던 고승들에게까지 미치는 장면을 보고, 이를 의식한 강도진과 명지 대사가 의도적으로 산속 깊은 곳으로 진행방향을 틀며 초식을 나누었다는 사실이었다.


- 쾅! 쾅! 쾅!


“며, 명지가! 어느새 저런 경지에 달했단 말인가?!!!”

“오오, 주지스님! 23년! 무려 23년 만입니다! 이로써 충각사는 명실공이한 묵경의 고수를 또 한 번 배출하게 됐습니다!”


새하얀 눈꽃 핀 절경을 한껏 뽐내던 우곡산맥이 시시각각 곳곳에서 어그러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주변 고승들은 기쁨 섞인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명지 대사는 고조된 감정으로 10성 공력을 연이어 발출시키고 있었다.


‘이 젊은이는 복마백팔장의 구결을 저렇게 해석했군! 신선해! 아! 아니, 세상에!!! 나한일월각이 어찌 저렇게! ...놀랍군, 놀라워! 이 새파란 친구가 정녕 조화경을 이루었단 말인가?!! 단지 허풍에 지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진정 사실이었단 말인가?! 크하하하핫!’


강도진 또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전율을 만끽 중이었다.


‘그래! 자고로 대련이란 이렇듯 흥겨워야 제 맛이지!’


물론 그가 묵경의 고수와 겨뤄본 경험은 대사형을 시작으로 하여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유쾌한 대련은, 일서국으로 떠나기 전 진영후와의 한판 이후 처음이 아닐까 생각됐다.


더할 나위없는 기쁨에 젖어있는 강도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충각사의 모든 절기를 명지 대사의 초식에 맞춰 여과 없이 펼쳐냈다.

만약 비무에 충각사의 비전만을 사용하기로 한 단서만 아니었더라면, 북천문의 무공도 섞어가며 선보였을지도 모르겠다.


- 뎅! 뎅! 뎅!


유시(酉時, 17~19시)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명지 대사의 신법이 멈췄다. 더불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강도진 또한 그제야 태양이 이미 오늘의 안녕을 고했음을 깨달았다.


“강 시주, 안타깝게도 시각이 벌써 다 되었구려.”

“아, 이런... 오늘따라 유난히 해가 짧은 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러게 말이외다!”

“대사님. 이렇게 끝내긴 아쉽습니다."

"나도 꼭 같은 마음이오."


강도진은 자신이 가지고 올라온 큼직한 보따리를 지키는 동자승을 흘끗 보고나서 말했다.


"흠, 제가 혹시나 해서 챙겨온 먹을거리로 저녁을 때우시는 건 어떨는지요? 서로 구결풀이를 나눠보면서 말입니다.”

“오오, 그거 진정 반가운 제안이외다! 오히려 이 소승이 먼저 부탁하거 싶소!”

“잘 익은 매실주가 있는데, 대사님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흐흐.”

“껄껄껄! 이 소승은 그저 나누어주는 데로 먹을 뿐이외다! 크어허허허!”


찰떡처럼 의견이 합치된 두 사람은 음식 보따리와 함께 훨훨 날듯이 사라져버렸다.


“헛?! 어디로 갔는지 봤는가?!”


여기 모인 고승들 중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곤, 이들을 따라가 곁에서 귀동냥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체면은 둘째 치고 유성처럼 반짝하고 사라진 두 사람을 찾을 방도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굴려야했다.


반면, 다른 관전자들과는 마음이 유독 다른 한 사람은 듬성듬성 뭉겨져버린 산맥능선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본인의 경솔한 언행을 뉘우치며 자책하는 중이었다.


‘끄으음... 괜히 사력을 다하라고 말해서......’


이번 비무 중에 철저히 유린당한 산맥에 자연스러운 풍경이라도 깃들라치면, 아마도 사계절이 적어도 서너 바퀴는 돌아야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 * * * *


깨어나는 아침, 으레 이목이 느슨해지는 시각. 강도진의 신형이 홍등가로 은밀하게 녹아들었다. 그는 사전에 알아둔 비밀통로와 예비된 표식을 통해 지난번 밀실에 당도할 수 있었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방 안의 인원들은 강도진의 모습이 눈에 띄자마자,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행하던 모든 행위를 멈추고 예를 올렸다.


“......일어들 나십시오.”


강도진이 다리 절뚝이던 사람마저 벌벌 기는 모양새로 어떻게든 오체투지 하는 광경을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하는 가운데, 이들 중 가장 먼저 일어선 류성우가 다가와 성공적인 철수를 보고했다.


“투입됐던 마흔 아홉 명 모두 무사히 탈주했습니다. 중상자는 없습니다.”


뼈가 부러져 부목을 대고 있는 사람이 몇몇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중상자는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강도진은 귀마회 내에선 사경을 헤매는 수준이 아니면 경상으로 취급한다는 정보를 새삼 획득할 수 있었다.


“그,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회주께오서 세간의 시선을 워낙 잘 끌어주셔서, 우려하시던 마찰 또한 없었습니다.”

“마찰? 아! 살인은 없었다는... 정말 감사합니다.”

“그저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회주님의 뿌리가 북천문에 있었을 줄은...”

“...아하하하... 반드시 비밀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꼭입니다.”

“예, 회주님. 필히 함구토록 하겠습니다.”


허리 깊이 숙인 장읍으로 복명의 의지를 밝힌 류성우는 다음 계획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이제 회주께서 허락해주신다면, 다른 조직들이 저희가 내뺐음을 알아채기 전에 치료가 불필요한 인원들부터 먼저 복귀시키고자 합니다.”

“예예, 물론입니다. 제가 조직의 관리나 통솔 같은 건 해본 경험이 전무하니, 그 부분은 소회주 두 분께 무조건 맡기겠습니다. 아... 그 전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귀마회 일원들을 향해 직접 물음을 던지려던 강도진은, 자신에게 집중된 과한 시선에 얼굴이 뜨뜻해졌음을 인지했다. 확실히 시장바닥 생판 남들이 쳐다보는 것과는 대단히 다른 느낌이었다.


다행히 심광천이 우물쭈물 긴장한 그의 모습을 보곤 피식 웃으며 대신 앞으로 나서줬다.


“일급 이성민과 관계있는 자는 남고, 나머지는 안배한대로 움직인다. 해산!”

“존명!”

“......”


심광천은 강도진의 고마움 가득한 눈짓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목례했다. 그리곤 다음 채비를 위해 류성우와 함께 자리를 피했다.


못 다한 치료를 마무리하려 동료의 부축을 받는 이, 가벼운 행장을 들쳐 메는 이들. 소회주들은 본인들도 솔선수범하여 도울 건 도와가며, 인원들을 이끌어 밀실 밖으로 부산히 떠나갔다.


이제 차대 회주를 앞에 두고 남아있는 귀마회 일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의 세 명의 젊은 여인들뿐이었다.


“흠...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된 점 미리 사과드리오.”


“상공께 무슨 일이...”

“그분께 어떤 변고가...”

“그이가 설마...”


“!”

“?!”

“!!!‘


‘하아... 유 형...’


얼마 전 봉안당에서 생을 달리한 이성민에게 진세연을 제외하면 다른 혈육이 없음은 강도진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의문 가득한 눈망울 세 쌍이 서로 엇갈리며 깜짝 놀라는 것을 흠칫 지켜본 그가, 이내 지끈거리는 본인의 이마에 손을 짚는 일도 전혀 이상치 않았다.


‘유 형, 그대도 참... 죄 많은 사내올시다.’




* * * * *


아홉 날 뒤, 어느 거각(巨閣).


“뭣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많은 책자 빼곡한 서재 안. 빛깔 고운 남청색 비단옷을 잘 차려입은 노사(老士)의 언성이 범상치 않았다. 일순간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종이뭉치는 그의 급변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소, 송구합니다. 가주님.”


그 노사 앞에 무릎 꿇은 중년인은 자신을 향하는 노기가 두려워 고개를 자동으로 떨군 채로 용서를 청했다.


“뭐라? 송구? 인원을 그만큼 끌어다 동원했음에도 한다는 말이 고작 송구?”

“...송구합니다.”

“내가 전부 몰살하라고 시켰더냐? 아니면 동귀어진하라 명했더냐?! 그저 정보를 뜯어낼 귀마회 살수 한 놈! 딱 한 명만 붙잡으라고 명했다! 아니면 하다못해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그 뒤를 밟아 그놈들의 근거지를 추적하라고까지 내가 양보했다.”

“.....”

“헌데 찾아와 지껄이는 말이라는 게 겨우?!!!”

“소, 송구하...”


- 콰곽! 으드드득...!


"커엌...!"


중년 사내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숨통을 옥죄는 노사의 분노에, 방 안 다른 이들 또한 저절로 몸서리치듯 떨었다.


“한 번 더 그 입 밖으로 송구하다고 내뱉으면, 네 놈을 바로 이 자리에서 송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컥... 자, 장인어른... 으읔... 부디... 용... 용서를...”


- 터엉! 쾅!


“끄어어어어...”


내던진 사내의 몸뚱이가 부서진 책장과 벽면 잔해 속에서 꿈틀댔다.


“후우우......”


노사는 홧김에 실수로 다 늙은 데릴사위를 죽이기 전에, 호흡을 조절하며 치솟은 감정을 천천히 추슬렀다.


‘조화경의 고수 강도진. 뭔가 뒤가 수상쩍어. 운태벽라본원이라... 풍령세가가 뒤따르고 있음에 신원은 확실하긴 하다만... 그가 나타나 흘러간 상황이 우연치곤 너무나......’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노사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 중년 사내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강도진, 그 자 뒤를 밟아라.”

“......”

“철저히 조사해! 이번에도 날 실망시켰다간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줄 알아라!”

“...예.”


중년인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격이 다른 고수의 뒤를 캐라는 장인의 지령에 밑도 끝도 없이 암울해져 갔다.


작가의말

다음 화는 오후나 저녁에 올리겠습니다. 급하게 할 일이 생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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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6) 19.10.12 462 16 12쪽
95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5) 19.10.11 476 17 12쪽
94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4) 19.10.10 477 16 14쪽
93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3) 19.10.09 478 17 16쪽
92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2) 19.10.08 508 15 14쪽
91 19장 수즉부족 공즉유여(守則不足 攻則有餘) (1) 19.10.07 521 15 12쪽
90 18장 관계 정립 (2) - 完 19.10.05 522 16 13쪽
89 18장 관계 정립 (1) 19.10.04 533 16 16쪽
88 17장 피고 지다 (8) - 完 19.10.03 541 17 15쪽
87 17장 피고 지다 (7) 19.10.02 763 17 13쪽
86 17장 피고 지다 (6) 19.10.01 525 16 13쪽
85 17장 피고 지다 (5) +2 19.09.30 549 15 11쪽
84 17장 피고 지다 (4) +2 19.09.30 517 15 13쪽
83 17장 피고 지다 (3) 19.09.29 553 16 17쪽
82 17장 피고 지다 (2) 19.09.28 572 16 13쪽
81 17장 피고 지다 (1) 19.09.28 550 15 14쪽
80 16장 고집과 억지 (4) - 完 +2 19.09.27 567 16 17쪽
79 16장 고집과 억지 (3) 19.09.27 496 15 15쪽
78 16장 고집과 억지 (2) +2 19.09.26 515 15 14쪽
77 16장 고집과 억지 (1) 19.09.26 506 16 15쪽
76 15장 선약 (4) - 完 19.09.25 526 17 15쪽
75 15장 선약 (3) 19.09.25 542 17 14쪽
74 15장 선약 (2) 19.09.24 544 17 16쪽
73 15장 선약 (1) 19.09.24 526 17 13쪽
72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4) - 完 19.09.23 565 17 14쪽
71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3) 19.09.23 518 16 12쪽
70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2) 19.09.22 542 16 13쪽
69 14장 교언영색(巧言令色) (1) 19.09.21 556 16 14쪽
» 13장 충각사(忠覺寺) (5) - 完 19.09.21 523 15 17쪽
67 13장 충각사(忠覺寺) (4) 19.09.20 534 15 13쪽
66 13장 충각사(忠覺寺) (3) 19.09.20 531 15 12쪽
65 13장 충각사(忠覺寺) (2) 19.09.19 545 17 12쪽
64 13장 충각사(忠覺寺) (1) 19.09.19 544 15 12쪽
63 12장 귀마회(鬼魔會) (7) - 完 19.09.18 567 19 12쪽
62 12장 귀마회(鬼魔會) (6) 19.09.18 510 17 12쪽
61 12장 귀마회(鬼魔會) (5) +2 19.09.17 584 16 12쪽
60 12장 귀마회(鬼魔會) (4) 19.09.17 529 16 12쪽
59 12장 귀마회(鬼魔會) (3) 19.09.16 547 15 11쪽
58 12장 귀마회(鬼魔會) (2) 19.09.16 545 15 14쪽
57 12장 귀마회(鬼魔會) (1) 19.09.15 567 16 13쪽
56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4) - 完 19.09.14 552 16 12쪽
55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3) +2 19.09.13 577 17 12쪽
54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2) 19.09.12 559 16 14쪽
53 11장 여름에 이는 봄 향기 (1) 19.09.12 592 16 14쪽
52 10장 거상의 자격 (7) - 完 19.09.11 600 17 18쪽
51 10장 거상의 자격 (6) 19.09.11 578 16 12쪽
50 10장 거상의 자격 (5) 19.09.10 580 16 12쪽
49 10장 거상의 자격 (4) 19.09.10 585 17 16쪽
48 10장 거상의 자격 (3) 19.09.09 601 18 12쪽
47 10장 거상의 자격 (2) 19.09.09 602 17 12쪽
46 10장 거상의 자격 (1) +4 19.09.08 672 18 11쪽
45 9장 해우(解憂) (9) - 完 19.09.08 638 18 13쪽
44 9장 해우(解憂) (8) 19.09.07 584 17 12쪽
43 9장 해우(解憂) (7) 19.09.07 619 17 14쪽
42 9장 해우(解憂) (6) 19.09.06 645 18 13쪽
41 9장 해우(解憂) (5) 19.09.06 661 17 15쪽
40 9장 해우(解憂) (4) +2 19.09.05 688 15 12쪽
39 9장 해우(解憂) (3) 19.09.05 724 18 13쪽
38 9장 해우(解憂) (2) 19.09.04 655 17 15쪽
37 9장 해우(解憂) (1) 19.09.04 688 17 15쪽
36 8장 회우(會遇) (3) - 完 +2 19.09.03 720 18 16쪽
35 8장 회우(會遇) (2) 19.09.03 671 18 12쪽
34 8장 회우(會遇) (1) +4 19.09.02 715 16 17쪽
33 7장 맹영단(甿領團) (4) - 完 19.08.31 698 16 18쪽
32 7장 맹영단(甿領團) (3) 19.08.30 700 19 11쪽
31 7장 맹영단(甿領團) (2) +2 19.08.30 700 20 11쪽
30 7장 맹영단(甿領團) (1) 19.08.29 712 20 12쪽
29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6) - 完 19.08.28 731 21 14쪽
28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5) 19.08.28 725 19 13쪽
27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4) 19.08.27 763 18 13쪽
26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3) 19.08.26 769 18 14쪽
25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2) 19.08.24 819 18 11쪽
24 6장 만개일화(滿開一花) (1) 19.08.23 909 19 17쪽
23 5장 첫 번째 부탁 (4) - 完 19.08.22 857 18 15쪽
22 5장 첫 번째 부탁 (3) 19.08.21 825 18 15쪽
21 5장 첫 번째 부탁 (2) 19.08.20 845 20 12쪽
20 5장 첫 번째 부탁 (1) 19.08.20 865 20 13쪽
19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9) - 完 19.08.19 922 17 11쪽
18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8) 19.08.17 868 18 14쪽
17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7) 19.08.16 880 21 17쪽
16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6) 19.08.15 878 18 12쪽
15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5) 19.08.14 942 16 15쪽
14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4) 19.08.13 1,032 19 17쪽
13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3) 19.08.12 1,045 18 12쪽
12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2) 19.08.11 1,075 20 11쪽
11 4장 같은 만남, 다른 마음 (1) 19.08.10 1,128 19 13쪽
10 3장 오래된 불문율 (2) - 完 19.08.09 1,115 19 12쪽
9 3장 오래된 불문율 (1) 19.08.09 1,185 20 14쪽
8 2장 모아지는 인연 (4) - 完 19.08.08 1,339 20 15쪽
7 2장 모아지는 인연 (3) 19.08.08 1,418 19 12쪽
6 2장 모아지는 인연 (2) 19.08.08 1,471 22 13쪽
5 2장 모아지는 인연 (1) +2 19.08.08 1,874 21 12쪽
4 1장 각자의 길 (3) - 完 19.08.07 1,863 20 11쪽
3 1장 각자의 길 (2) 19.08.07 2,133 26 13쪽
2 1장 각자의 길 (1) 19.08.07 2,874 27 12쪽
1 <1부> 서장 +4 19.08.07 4,678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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