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최근연재일 :
2020.11.15 21: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181,829
추천수 :
2,200
글자수 :
842,708

작성
16.11.13 23:05
조회
2,237
추천
28
글자
21쪽

026. 지하로 (성채공략)

DUMMY

지원하길 희망하는 회색엘프중 그나마 온전한 이들로 추려보라고 슈란에게 일임을 하고는 사용할 무구들을 챙겨주라고 한슨에게 일러두었지만 가브의 영향인지 기사들이 그들을 보는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어 천장을 올려다 보았고 장작의 타 들어가는 불빛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그림자들의 향연에 잠시지만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너무도 싶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미 없는 물음을 습관처럼 던져보았다.


누가 사원에 잔류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연하다는 듯이 선임자가 주둔지를 사수해야 된다는 누군가의 여론몰이로 하킴을 포함한 30명의 기사들이 남겨지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신전을 통하는 유일한 입구를 이혁들이 출발하고 나서 막아두기로 하였고 출발에 앞서 지하에 틀어박혀 있던 마법사도 합류를 하였다.


밖으로 발길을 옮겼을 때에는 새벽공기의 차가움과 이름 모를 수풀의 향긋한 내음이 몰려오며 밤이슬에 노출된 얼굴 표면의 차가움이 맑은 정신을 만들어 주었기에 검은 하늘에 떠있는 다섯 개의 위성들이 한층 더 밝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주군, 집합 완료했습니다.”


하니발의 인솔로 공터에 모여든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킴과 일부의 기사들을 제외하고도 106명이란 인원과 일반병사가 200명이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던 슈란을 포함한 57명의 회색엘프들이 석궁과 간단한 경 갑옷을 지급받고는 손에 익지 않은 활시위를 매만지며 모여있었다.


“숲에서의 생활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연습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몸도 회복되지 않은 이들을 데려갈 수는 없어서 기존인원 위주로 추려보니 231명이에요.”


-출발인원: 기사 106명, 일반병사 200명, 회색엘프 57명(석궁), 자칭 실프 궁병단 231명(가브 지휘)-


-잔류인원: 기사 30명, 여인 806명, 회색엘프 48명-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한 가브의 발언을 들으며 이 엘프를 받아들이고 있는 기사들을 탓할 용기가 없었던 이혁으로써는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지만 정작, 하니발을 포함한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아론이 새로운 수하를 인정했다고 인식하였기에 가브의 주변으로 한슨이 다가오더니 말을 붙이고 있었다.


“뾰족귀, 정식기사는 아니더라도 이후로는 막내란 걸 알아야 할 거야.”


“이름도 기억 못하는 주정뱅이 기사의 가르침은 사양이에요.”


서로간의 오해로 한 순간 무리 속으로 동화되어 버린 엘프 가브였다. 한편,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회색엘프들은 그녀가 오래 전부터 아론들과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는 착각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모두 594명이란 인원들이 기사단을 선두로 가도를 들어서고 있었고 군마라도 있었으면 볼만한 풍경이 되었을 것이지만 이 정도의 머릿수로도 압도할 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흠이 있다면 석궁을 둘러메고 뒤를 따르는 여인들의 빈약한 체구가 이혁의 시선에서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여자들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잘한 것인지 자문을 해볼 뿐 별다른 행동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움츠려있는 것보단 오크 한 마리라도 더 잡아보는 게 적응하는 수단에 도움이 될 거에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들은 엘프들보다도 의지가 강하다고 해야 할거 같아요.”


옆을 걸어가던 가브가 재미난 이야기라도 생각났다는 듯이 전날에 있었던 첫 싸움을 예를 들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간접적이라고 해도 생명을 앗아간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물론, 저 같은 경우야 뿔 오크들을 독초로 생각하니 당연하게 그 놈들의 머리를 뽑아주는 것에 손속이 없겠지만, 인간들은 다르잖아요. 직접 찌르는 검보다도 전해지지 않는 감각의 공포가 때로는 사람들을 미치게도 만든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들을 보세요.”


말마따나 조금의 긴장감은 있었지만 간간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들에서 여유가 묻어나 보였다.


“뭐, 따지고 보면 몇 천의 군대로도 토벌하기 어려운 게 몬스터란 걸 생각하면··· 지금의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무감각해진 여인들을 만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아론을 유심히 바라보던 가브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속삭였다.


“도대체 마스터는 얼마나 되는 거에요? 숨기시려고 해도 간간히 비치는 오러를 못 알아 볼 만큼 노안은 아니거든요.”


대답 없는 아론을 바라보던 가브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전에 있던 기사단 35명이 전부 마스터가 아닐까 란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건 회색엘프족의 슈란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는지 자신에게 찾아와 물어보았지만 외부인에게는 알려줄 수 없다는 말로 넘겼던 것이다. 물론, 자신도 부외자 였지만 지금쯤이면 같은 동료로 여기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세상을 여행하다 보면 왕국의 실세들과도 모험을 떠난 적이 있었기에 아론과 같은 성격도 접한 적이 있었다. 범접하기 어려운 힘을 가지고 있는 자일수록 그 자신감에 웬만한 건 사소하게 넘어간다는 진실을 말이다.


그리고 강하면 강하게 받아주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면 넘어오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영웅에게 여자가 많다는 걸 이야기 속에서도 빈번하게 접했던 가브조차도 준비되지 않은 순간, 그가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눕혔을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에 역시나 아론이란 인간도 바람둥이란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엘프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종족들이 아론을 비롯해서 삼백이 넘어가는 기사들 마저, 자신들을 뾰족귀라고 부르며 보통의 인간여자들보다도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선한 느낌에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시선들이 없어지자 왠지 모를 소외감까지 들었던 자신이 이상할 정도였다.


얼마 있지 않아, 소식을 알기 위해 남쪽 산맥부근에 잔류중인 부족에서도 수색 조를 파견할 것이기에 그때까지 이들과의 신뢰를 만들어 두어야 했다.


“근방에서 찾았는데 노블 줄기에요. 씹으시면 단맛이 괜찮아요.”


이혁은 가브가 건네주는 줄기를 받아서는 입안에 넣어 맛을 보았고 사탕수수가 이런 맛이 날까 싶을 정도로 설탕과 같은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표정의 변화를 살피던 엘프의 설명이 이어졌다.


“카파에 넣어서 마셔도 괜찮을 거에요. 이런 곳에 노블 군락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상인이라고 하던 소녀가 있던데 돌아가면 알려줘야 겠어요.”


커피를 말하는 것인 듯 하지만 이정도 단맛이라면 설탕을 만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골들이 가득 찬 언덕을 지나게 되었다.


같은 인간이라는 입장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풍경이었지만 몬스터의 가죽을 벗겨내어 팔아버릴 생각을 하는 자신들을 돌이켜보면 뿔 오크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다가온 마법사의 물음이 들려왔다.


“가브양, 혹여 몬스터와 오크들의 차이가 있는 것이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은발머리를 흔들던 엘프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런 상식적인 것을 물어보실 때는 주의해 주셔야 되요. 타 대륙에서 넘어왔다는 게 알려질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뭐 여기 있는 이들이야 상관없겠지만요.”


그러면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도 데바트라의 왕도나 중부대륙에 위치한 중앙신전을 방문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문헌이니 믿을 것도 못되지만요. 아무튼 이전에 이야기 드렸던가요? 이곳은 다섯 개의 대륙으로 명칭이 나뉘어져 있지만 그것이 바다가 아닌 산맥으로 구분되어있다는 것을요.”


들어본 적이 없었던 이혁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고 있었고 맨탈리온은 흥미롭다는 듯이 가브의 입을 주목하고 하였다. 그런 표정들에 한숨을 내쉰 엘프의 대답이 이어졌다.


“지리에 관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는 무엇인가를 생각 하는 듯 하더니 곤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마정석을 품고 있는 몬스터에 관해서 물으셨지만 그것들이 나타난 시기는 명확하지가 않아요. 어떤 현자들은 신마전쟁 이후 신들이 대지의 종족들에게 내리는 시련으로, 북 대륙에서 시작을 알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무분별한 생식활동은 인간 족들을 능가할 정도이니···”


가브는 불현듯 실수했다는 생각에 아론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식욕의 본능에 이성이 마비되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가브처자, 적어도 천 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아무런 연구가 없었다는 게 이해가 안가는 구려.”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마법사였지만, 그런 반응에 자신도 동의한다는 표정의 엘프가 말을 이어갔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들을 파고들려고 하는 이들을 만나기는 어렵지요. 왜냐하면 잡아 봐야 단세포 같은 본능만을 가지고 있으니 더 알려질 것도 없었지만 실제 피해를 입었던 것이 산맥과 숲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저희 같은 종족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 중에 오크같은 놈들이 포함되긴 했지만요. 아무튼, 배타적인 종족들의 특징이 타 종족들의 일에도 무관심이니 이 정도라도 알고 있는 제가 이상할 정도지요.


그때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맨탈리온의 입이 벌어졌다.


“모르는 선생에게 백 번을 물어 봐야 쓸데없는 문제만 돌아올 뿐, 타향에서 익숙한 명언을 상기시켜보려니 감회가 새롭구려.”


“맨탈리온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지려고 한답니다. 어찌되었든 인간 족들은 꾸준히 연구하는 기관이 있으니 아카데미 같은 곳이나 왕도에 있는 대도서관을 찾으셔도 도움이 되실 거에요.”


결론은 마정석이 존재하는 몬스터들이 북부대륙은 물론 과거에는 경계되는 산맥을 넘어 중부대륙을 관통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고 했다.


“지금의 서대륙의 북부지역도 어느 순간 부터 몬스터 산맥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이니 기존에 터전을 삼았던 트롤같은 상위 개체들이 멸종되는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어요. 생김새도 비슷하니 처음에는 구분도 못했을 거에요.”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많은 종족들이 남부로 내려갔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오크만이 거대부족을 이루고 살아남아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에요. 북부의 뿔 오크와 남부대륙산맥에 그들과는 생김새가 다른 오크들이 인간들과 교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전해들은 말로 정황을 내릴 수는 없겠지요.”


이혁은 저런 말을 하고 있는 엘프들이 그 와중에 명맥을 유지하고 살아남아있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였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성채가 보이는 길목을 들어서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붉은 색상의 타일들이 바닥을 장식하는 거대한 대로는 왕복 3차선에 이르는 폭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과거의 세월도 무색하다는 듯이 일부의 갈라진 틈 사이로 수풀을 이루고 있었을 뿐 대부분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외곽을 이루는 성벽의 언덕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나무들로 가려진 숲이란 인식이 있었을 뿐, 감흥을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돌아온 귀환자와 같은 기분으로 대로를 걸어가고 있으려니 과거의 망령들이 자신을 환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 전에 와보았던 골목처럼 주변에서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였기에, 모르는 장소에 여행을 떠나면 나타나는 효과인가 싶기도 하였다.


어느덧 밝아오는 태양빛을 따라 석조기둥들과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들이 붉게 타오르는 전경을 보여주며 과거의 영광을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내렸던 비의 영향 때문인지 골목마다 이어진 수로에서는 작은 물길들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생명수로 인해 지금까지 죽어있던 잎들이 또 다른 삶을 얻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이름 모를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었고 그런 활발한 기운들을 자신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던지 생각에 빠진 체 말이 없었던 마법사의 입을 열어주었다.


“좋은 장소입니다. 이런 곳이 지금까지 버려져 있었다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지만요.”


한참을 걸어서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상과는 30미터 높이에 지어진 성채였고 성벽의 높이만 따져도 10미터는 가볍게 넘어 보였다. 마치, 작은 산을 깎아서 그 위에 성곽의 도시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볼수록 대단하단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앞서 도착해 있던 싸이키가 성문이 있는 곳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난감하단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주군, 오크들은 보이지 않지만 성문이 강철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가를 수도 있겠지만 좀 아깝지 않습니까?”


성문 앞에 도착한 이혁은 그 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두들 싸이키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기에 차마 의문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만들기도 어려운걸 갈라놓을 수는 없겠지요.”


한슨의 말을 들으며 이들은 이미, 싸움은 뒷전이고 성의 가치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채의 주변으로 남아있는 수로의 흔적들은 바람결에 실려온 흙과 풀들에 잠식 되어 버린 지 오래였지만 내부에서는 물결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성문이 위치한 경사로를 따라 걸어가던 마법사가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올라가서 상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혼잣말을 나열하더니 몸을 띄워 성벽위로 도약해 버리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혁은 마법이 있으니 편하게 올라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주변의 분위기도 다르지는 않았다.


“역시! 맨탈리온님이 있으니 저희도 쉽게 올라갈 수 있겠습니다.”


자신만의 기대가 아니었던지 같은 생각을 가진 기사들의 희망적인 말귀를 듣고 있으려니, 잠시 후 위에서 밧줄로 된 사다리가 내려왔던 것이다. 돌아보진 않았지만 모두의 실망한 표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수가 올라서기에는 한정적이라 내부로 들어가 문을 열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였고 그렇게 이혁을 선두로 밧줄로 만들어진 사다리에 타고 10미터 이상을 올라가서야 성벽의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온몸의 땀샘이 활성화된 것을 원망하며 눈길을 보내었지만 그것이 한둘이 아니었던지, 성내를 살피던 마법사가 그런 따가운 시선들을 느끼며 이혁들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주군, 부양마법이란 게 일인용 마법이라···”


모두들 8서클 마법사의 변명 같은 대답을 들으며 뇌리 속에 하나의 사실이 각인되어 버렸다. 마법사란 이들은 마나에 맹세를 하지 않으면 말하는 건 전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말이다.


올라온 성벽을 따라 내부를 바라보았지만 정적만이 감도는 분위기였기에 성문을 열수 있는 장치를 찾아보았다.


“여기 있습니다.”


한 기사의 외침에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들어서자, 사슬을 감아 올리는 도르래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쇠로 만들어진 부분은 이미 오래 전에 부식되어 떨어진 상태였고 끌어올리던 사슬 또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생각이 짧았군요. 건물들이 너무 온전하다 보니, 저희가 유적이란 걸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하니발의 말과 같이 지금까지 버려진 도시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래로 연결된 원형계단을 따라 성문이 있는 내부로 들어서자 강철의 문에는 커다란 바위들만이 지지대로 받혀져 있을 뿐이었기에 이혁을 포함한 기사들은 다소 허무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치워내었고 뒤를 이어, 4미터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문을 외부의 인원들의 힘만으로도 밀어 붙일 수 있었다.


“끼~이~익!”


육중한 마찰음이 들려왔지만, 두 개의 철문이 갈라지면서 병사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외성과 내성으로 나누어진 영역이 뚜렷하였기에 슈란의 안내가 없었어도 어디로 향할지는 정해져 있었고 이미 아침햇살이 내부를 비추어 시야가 넓어져 있었다. 주위를 경계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바닥을 울리는 행진소리 이외에는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이혁은 성벽 높이만한 아치형상의 개선문을 지나면서 천장을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인형들의 조각들이 아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문을 넘어서자 보이는 것은 가도를 따라 무너진 기둥들과 파괴된 건물의 잔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중앙으로 이어지는 가도들도 흙탕물만이 고여있었기에 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얼마 후 온전한 모양을 드러내 보이는 내성의 모습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이혁들이 가야 할 방향은 그곳이 아니었다.


“이쪽이에요.”


슈란과 일부의 회색엘프들에 의해 2,3층의 높이를 보전하고 있는 건물들의 길목을 접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들려오는 불규칙적인 소음과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의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할 쯤 주변을 살피던 기사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수십 개의 기둥들이 받쳐진 회색석재지붕이 건물들의 머리위로 그 거대한 규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골목길을 벗어나기 전, 정찰을 나선 하니발이 돌아와 행진을 멈추게 하고는 이혁을 돌아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군, 조금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온전한 건물의 상층에서 정면을 주시하였지만 높은 흙더미와 부식된 사체들로 이루어진 동산은 제쳐두고라도, 새까맣게 몰려있는 각종 몬스터들의 군락을 바라보며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가브처자, 저것들도 몬스터란 종족이오?”


“겉모습이 비슷하니, 저도 확답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이미 멸종한 걸로 알고 있는 트롤뿐 아니라, 숲의 제왕이라 불렸던 오우거 까지 몇 마리 있는걸 봐서는 몬스터들이 맞을 거에요. 하지만 저렇게 모여있는걸 보는 건 처음인데 보통은 서로가 상극관계여서 잡아먹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움직일 생각이 없는 그것들은 회색의 석조건물의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수도 없으니, 그냥 쓸어버립시다.”


모두들 싸이키의 말은 무시하는 듯 하였지만, 이혁이 보았을 때도 저렇게 빼곡하게 모여있을 때 마법사가 큰 걸로 몇 방 날려주면 상황이 종결될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맨탈리온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몬스터들을 살피고 있다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입을 여는 것이다.


“대단위 마법을 사용하면 저희가 들어가야 할 입구가 막혀버리니··· 저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겠군요.”


게임에서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는 듯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방관자의 입장을 자처할거란 예감이 들어맞았기에 관심을 접고는 이어지는 하니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은 건물들이 움집 한 이곳으로 유인해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소수의 기사단 인원만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좁은 곳으로 너무 많은 인원을 몰고 가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이었고 더군다나 이백이 넘어가는 여인들까지 달고 움직이는 건 무책임한 처사란 것이 기사들의 생각이었다. 그것은 이혁도 동일하였기에 이후로의 진행이 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포함한 기사 서른 명이 골목길을 통해서 회색건물의 뒤편으로 돌아가는 동안, 온전한 구조물들이 남아있는 길목에서 몬스터를 요격하여 유인하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오크들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군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니발의 말류도 있었지만 이런 순간에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언제고, 그 동안 쌓아두었던 신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받아야 했던 이혁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병사들까지 발현되는 오러를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숙지되어있던 검술들에 자신감도 있었고 주변을 지켜주는 기사들까지 있는 상태에서 죽을 걱정자체는 던져 둔지 오래였기에 이렇게라도 인지도를 올리고 노력 하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전체적인 설정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배경으로 했지만 표현력이 부족한 감을 어쩔수는 없는 회차입니다. 


이혁은 기존 기사들에 비하여 약하다는 설정이지만 기본적으로 비교대상이 잘못되었지요... (오러를 장난처럼 사용하는 무리에 있다보니...)


♣이세계 상식

몬스터: 단순히 식욕을 본능으로 하는 종족인듯 하지만 밝혀진것은 그렇게 많지 않은듯. 오크와 같은것들의 도플갱어와 같다는 느낌. 종류는 기존의 종족과 대등하게 여러가지 인듯. (과거 신마 전쟁이후 발견되고 있다는 기록)  


뿔 오크: 오크와 같은 종족이지만, 서대륙의 북쪽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 그들과는 다른 이빨족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정보.(이성이 있는 종족) 


♣참조 인원

-출발인원: 기사 106, 일반병사 200, 회색엘프 57(석궁), 자칭 실프 궁병단 231(가브 지휘) 

-잔류인원: 기사 30, 여인 806, 회색엘프 48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세계 일지 <무료,일반> 20.11.22 385 0 -
공지 작품 변경 관련(동일 내역으로 다시한번 리메이크/가급적이면 욕은 하지마세요) +3 20.10.09 340 0 -
126 125. 던전의 유산 20.11.15 331 1 12쪽
125 124. 소모라의 마도린 20.11.14 118 1 13쪽
124 123. 소모라의 마도린 20.11.13 124 0 12쪽
123 122.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2 123 0 12쪽
122 121.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1 101 0 11쪽
121 120.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0 138 0 14쪽
120 119.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09 101 0 14쪽
119 118. 기억 20.11.08 107 0 14쪽
118 117 기억 20.11.07 88 0 12쪽
117 116 기억 20.11.06 115 0 11쪽
116 115. 기억 20.11.05 101 0 13쪽
115 114. 기억 20.11.04 105 0 11쪽
114 113. 소모라의 전투 20.11.03 94 0 12쪽
113 112. 소모라의 전투 20.11.02 106 0 12쪽
112 111. 소모라 20.11.01 177 0 11쪽
111 110. 소모라 20.10.31 163 0 11쪽
110 109. 소모라 20.10.30 128 0 13쪽
109 108. 소모라 20.10.29 132 1 11쪽
108 107. 소모라 20.10.28 122 1 11쪽
107 106. 소모라 20.10.27 178 1 11쪽
106 105. 소모라 20.10.26 110 2 11쪽
105 104. 소모라 20.10.25 117 2 11쪽
104 103. 갈림길 20.10.24 129 1 12쪽
103 102. 데빌던전. 20.10.23 117 3 13쪽
102 101. 데빌던전. 20.10.22 130 3 12쪽
101 100. 데빌던전. 20.10.21 127 4 15쪽
100 099. 출발 +1 20.10.20 135 6 12쪽
99 098. 단서 +1 20.10.19 151 4 14쪽
98 097. 원정D-3 20.10.18 142 3 12쪽
97 096. 마녀의 아이. (또다른 세상) 20.10.17 121 2 13쪽
96 095. 마녀의 아이. (사고들) 20.10.16 166 0 12쪽
95 094. 마녀의 아이. (재앙의 시작) +2 20.10.15 180 3 13쪽
94 093. 마녀의 아이. 20.10.14 139 2 12쪽
93 092. 각자의 시선 (하). 20.10.13 202 4 13쪽
92 091. 각자의 시선. 20.10.12 155 3 13쪽
91 090. 각자의 시선. 20.10.11 160 3 12쪽
90 089. 모험가들의 행진 20.10.10 140 3 13쪽
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2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6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9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4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7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7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4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9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60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1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3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7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9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3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1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8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4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9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6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3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5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4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6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