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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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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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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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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DUMMY

☆ ☆ ☆


세실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 축제준비를 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뭐 귀족녀석들의 기대는 진작에 버렸으니···’


싸움을 방관하고 있었던 상인길드의 의회앞마당에 보란 듯이 병동을 만들었다. 수십 개의 천막들은 물론 임시침낭과 늦은 밤을 밝히기 위한 모닥불들이, 회색복장의 사제들에 의해 비워지고 정리되고 있었다.


위급한 환자위주로 들것에 실려 도착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어두워진 벌판에 방치된 상태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현실이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 그들 대부분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 적병이었기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백작이 감사하다는 인사와, 치료에 사용할 포션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이 다스리는 도시에서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이 상식이 아닌 세계이다 보니. 저렇게 바할 신관이 호들갑을 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앞에 환자를 살펴보았다.


일반 치료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처로 보였다. 물론, 이곳의 낙후된 의료시스템상 엑스레이가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대체수단이 존재하였다. 그것이 마법이나 기적의 포션. 그렇기에 치료 쪽으로의 발전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법사가 널려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어딜 가서 골드와 바꾼다는 포션을 구하겠냐 말이다.


가진 것들이 삶에 대한 애착심 하나는 바퀴벌레를 능가하기에 그 동안의 의학에 눈부신 발전을 기여한 공이 지대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곳은 그 빌어먹을 마법과 신성력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소수의 권력층들은 시간낭비와 같은 의료분야는 돌팔이 약제사에게 던져준 지, 천 년의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그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간단한 기침을 방치하였다가 죽는 일이 허다하였고. 이곳 페임론처럼 풍족한 곳도 얼마 전 방문했던 강의 반대쪽은 빈민굴과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중부대륙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이 인육을 먹는다는 게 그렇게 나쁘다고 욕할만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부의 불균형. 이 세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이 당연한 일상이었기에 누구 하나 불만을 생각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의 차이. 전체 비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대륙 어를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률이 90%를 넘을 거란 추측이니 무식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요즘은 그냥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절박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는 법인가 란 의문을 던져보지만 그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 가이아가 보살핀다는 이 세계.


당장에 세실 자신도. 눈앞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환자의 어긋난 뼈를 맞추어 주고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사용하여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뼈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의학의 혁명 같았고 전문의 과정 중에 이런 힘을 얻었다면 어떠했을 까란 상상도 해 보았지만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탐험가였다던 아버지가 엘프들의 이야기도 해 주셨지만 18년 인생 동안. 하다못해 귀 큰 이들을 한 명 보지 못했으니 그 발언을 조금 의심하고 있었다.


백색의 빛 무리가 잦아들면서 조각나버린 다리를 자르지 않아도 되었다.


‘그년의 힘은 언제부터인지 사용할수록 계속 늘어나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그 순간, 치료받은 환자는 기력이 다 하여 잠이라도 들려는 듯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기도했다.


“가이아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성녀님.”


‘자신이 누구보다 그 가이아를 증오하고 그년의 썩은 종자들을 이 세계에서 쓸어버리고 싶어한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세실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이런 힘없는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싶었다. 고마움을 아는 이는 답례를 받을 자격이 있었기에 자신이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기 싫은 말을 해 주었다.


“가이아의 은총이 그대와 함께하시길.”


허탈한 세실의 웃음은 의도치 않게도 자애로운 미소로 포장되어 주변을 감싸 안았다. 그런 온기 속에 병상에 누워있던 모두가 손을 모아 저마다의 바램을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욕질이 난다. 은총을 떠나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나의 가족. 그리고 가족들이 된 이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한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을 떠나고 증오만이 남아있을 때 그년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며 원하지도 않았던 힘이 주어졌던 것이다.


-“네 년을 증오한단 말이야!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야!”-


날마다 들려오는 가이아의 목소리에 욕설과 비방을 늘어놓았다.


-“그렇게도 원한다면 네 년의 썩어빠진 종자들을 쓸어주는데 이 힘을 사용해 주마!”-


그렇게 생각하니 가이아의 신도는 너무나 많았다. 결론은 가이아의 이름으로 세상을 파멸시켜 버리면 얼마나 즐거울까?란 생각을 가졌고 그날을 위해 자신을 성녀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인간관계란 건 어쩔 수 없었으니. 유일하게 도움을 받을 이가 한 명 떠올랐다. 어릴 적 본 것이 전부였지만 어려울 때 찾아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던. 작은 상단을 하고 있는 ‘판’아저씨.


자식이 없었던 그가 자신을 양녀로 입적시켜 주었을 땐. 상단을 키울 필요가 있었기에 지구에서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그 이후부터 중부대륙 각지를 돌아다니며 기적을 보여주었으며 얼마 가지 않아 중앙신전에서 부름이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까진 북부의 검은 머리를 마녀라고 매도하던 놈들이. 자신을 신성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이들의 종교란. 끊임없이 반복하면, 빵을 고기라고 해도 대중은 믿는다는 원리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아마, 어머니의 죽음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남작이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거듭 되풀이하면서 가이아의 이름을 넣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마녀가 되어 어린 자신의 눈앞에서 불타버렸던 것이다.


-”가이아. 너의 말이 아닌 그저 너의 이름을 빌린 자들의 뇌와 혀가 진리가 되어버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냐? 불쌍한 년···”-


그렇게 매일 매일 그녀에게 욕을 퍼부어 주었더니, 쌓여있던 앙금이 풀리고 후련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렇게 세실에게는 딱 두 가지 사명 뿐이었다. 어떻게 가이아의 이름으로 그녀의 종자들을 깔끔하게 쓸어줄까? 그것을 실현할 때 까지 자신을 성녀의 이미지로 각인 시키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은 그것을 목표로 충실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들려오는 가이아의 목소리에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는 후련한 기분으로 빈민가와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귀족들의 안이하고 상식 밖의 형태를 보면서 가이아를 욕하였다. 그들에 의해 죽어가는 이들이 자신의 손을 잡고 기도할 때도 같이 앉아 울어주면서 이렇게 불합리한 죽음을 가져다 준 가이아에게 지옥에나 떨어지라며 기도하듯 되뇌었다.


굶주리는 마을에 식량을 가지고 찾았을 때에는 죽은 시체들을 파먹었다는 흔적을 발견하였지만 사제들과 함께 말없이 그들을 묻어주었다. 죄책감에 무덤 곁을 배회하던 이들에게 죄를 사하여 준다는. 권리 없는 회계의 말을 전해주며 이들을 수렁에 빠트린 가이아의 존재이유를 되물어 보았다.


그런 마을에까지 가이아의 사원이 있었고 착취의 주범이었다. 굶주리는 가족에게 돌아갈 빵이 가이아의 이름으로 더러운 사제와 신관에게로 전해졌다. 날로 화려해지는 신전에 비하여 초라하고 결국에는 인육까지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순간에도 그 들은 사람의 기름까지 빨아내었다.


가이아를 믿지 않는 이들을 악마를 신봉한다고 매도하는 그들은. 본능에 충실한 이 세계에서 말하는 몬스터일지도 몰랐다. 그런 몬스터가 몇 백 년 동안 중부대륙을 집어삼키며 수많은 왕국들을 노예국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세실은 그것을 방관하는 가이아가 있는 한 자신을 따르는 사제와 신관들도 언젠가는 저런 몬스터가 되리란 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믿음을 송두리째 지워버리는 것. 그것이 삶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가이아를 원망하며 저주를 위해 살아가지만 정작, 지금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찾아 다녔던 진심 어린 마음이 복수라는 포장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가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후련해야지 정상이었지만 욕과 불만을 배출할 곳이 없어지자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황이 신탁을 받았다며 중앙 신전으로 모두를 소집하였던 것이다.


-“가이아님의 신탁으로 앞으로 다른 차원에서. 모험가들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요.”-


-‘모험가?’-


사제들과 신관들의 웅성거림을 무시하듯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들. 가이아님께 양도받은 육체를 가진 그들을 활용하여, 우리대륙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라는 말씀을 하시였소.”-


교황의 옆에 자리한 백발의 노신사에게 눈길이 갔다.


신관들도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역시나 빵을 고기로 만드는 종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년이 교황에게 신탁을 내렸다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기에 얼마 후, 그들의 실체를 접하고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이전의 삶에서 살았었던 지구. 그곳에 살고 있던 21세기 인류였던 것이다.


놀란 마음도 잠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살펴보았고 확인 했을 때는 황당함을 넘어, 이것을 조장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대단하단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가상게임을 가장한 차원이동이라니.


-‘글로벌 밀레니엄 사’란 곳에서 만들어진 ‘드림 컨티넌트’(The Dream Continent)란 이름으로.’-


그것도 지구의 유저와 동일한. 또 다른 육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세상에 가득한 마나를 이용해 지구인들이 사용 가능한 상태 창과 같은 것을 생성하는 기술은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랄까?’-


천 조각 하나 걸치지도 않은 채. 벌거벗은 몸으로 게이트를 통해 걸어 나오는 것을 보며 그 이외에는 구현이 불가능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란 도구 창을 이용해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세실도 아버지의 수첩을 뒤져보며 알았던 마도시대에서 사용했다는 아공간을 실제로 접하고는 흥분으로 가슴이 떨려오는 것 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몸을 공유하지 않았기에 이쪽 세계의 물질만을 보관할 수 있어, 그나마 대륙인들 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할 수 이었다. 만약에 총기류라도 들고 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결과가 예상되었다.


조사를 하던 중. 얼마 전 교황의 옆을 따르던 노신사가 지구인이란 것을 알았으며 신탁이 내려오기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닐까 란 의심이 들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이들이 무슨 일을 계획하는지는 당장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의 살아가는 사람들을 NPC란 명칭으로 대하면서 사사로이 죽이는 일도 발생했다.


-죄책감 없는 살인.-


단호한 조치보다는 어차피 영혼이 없는 육체가 존재한다면 다시 돌아왔기에 감옥에다 장시간 방치하는 수단을 사용하였다. 그런 것들이 효과를 발휘하여 근래에는 곁으로는 사람같이 대우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그들을 이곳에 보내고 있는 이들의 실체와 의도를 알아야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대륙을 횡단하는 골드 드래곤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야에 목격되었다.-


대부분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하였지만 비밀리에 중앙신전을 방문하고 있었던 데바트라의 여왕이 황급히 귀국하였고 중앙 마탑의 마도사들이 몇 백 년만의 회합을 가졌다.


그 동안 세실은 아버지가 남겨놓았던 노트를 그저 이야기책으로만 여겼던 것이. 지구인들의 등장과 드래곤의 목격담으로 그 모든 것이 실존했다는 근거를 얻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도시대. 죽은 시체를 부활시킨다는 네크로맨서의 힘이 잠들었다는 전설의 서부대륙을 찾아보기로 하였던 것이다.


당장에 불확실적인 요소가 늘어나고 있은 상태에서 보다 확실한 자신만의 카드가 필요했다.


그것이라면 ‘이름없는 평원’에 잠자고 있는 수백만. 과거의 망령들이 자신의 병사들이 되어 전 대륙을 휩쓸어버릴 힘을 안겨줄 것이다.


떠나기 전 정보길드를 통해. 교황과 친분을 나타내는 노신사의 감시를 의뢰하였다. 그리고 중앙신전에는 더 이상 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녀의 직위를 내려놓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대륙의 서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하지만 지위를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지. 그녀를 따라 수많은 사제와 신도들이 중앙신전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파벌을 이루는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처음에는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들은 단순히 자신의 가면을 유지시켜줄 존재들.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상업도시 페임론에 도착해서 본 것은 차별이었다.-


더러운 돈만 아는 상인길드의 버러지들이 타국의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자신들만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무기반입금지란 미명하에 도시 내에서 골드를 자신들의 또 다른 무기로 만들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빠트렸다.


아저씨의 상권도 이곳에 형성되어 있다고 하여 방문해 보았지만 기존의 텃세에 맥을 추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얼마 동안은 주인행세를 할 생각이다.


침략자들이란 이들이 성벽을 두드릴 때는 얼마나 웃었던지. 얼마 되지도 않는 무리들을 보고 몇만이 족히 되는 도시의 시민들이 벌벌 떠는 모습이란. 자신이 생각하기엔 코미디가 따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코미디를 전쟁으로 바꾸어준 이를 보았다.


무너진 성벽에서 한 명의 인형이 침략자의 무리로 뛰어들어 벌어지는 마스터간의 황금 빛 오러의 대결에 전율이 일었고 주변의 이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무기도 없이 성 밖으로 뛰어 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았을 땐. 군중이란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열광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에 감흥을 받았던 세실이었다. 그리고 증폭된 마법사의 음성을 들으며 이것이 계획된 전투임을 알 수 있었다.


제국에서 마스터란 이들을 마주치긴 하였지만. 실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일인 군단이라고도 하는 ‘소드 마스터’를 성안에 대기시켜 두었다가 협공하는 방식으로 지휘부를 점령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힘이 있다면 가장 편한 승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결과로 지금 실려온 이들의 대부분이, 마지막 순간에 흥분하여 성밖으로 몰려 나가 자기들끼리 밟힌 부상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분주한 이들이 어떻게 생각 할까?


단합을 끌어내려던 의도였다면 성공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작이 지원해준 회복포션이 상급이라서 그런지 휴식이 필요한 중상자들을 제외하고는 저녁에 이루어지는 축제는 참석이 가능해 보였고 그것으로 들뜬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


운 없이 죽어버린 이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하지만 백작이 말하던 다짐이라면 충분히 보상을 내려주긴 할거 같았기에 그들의 남겨진 가족걱정은 그만 두려고 했다.


축제를 알리는 축포가 쏘아지고 있었다.


상인길드의 것이라 해도 될 도시를 백작이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대체할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 곳만이 유일한 해답이란 걸 알게 된다면. 자신의 일이 좀더 수월해 질 수 있겠지만···’


세실은 그런 고민들을 날려버리려고 치료병상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근방의 신관에게 물음을 던졌다.


“바할신관님. 성벽 앞에는 몇 분이나 나가계시나요? 너무 느린 것 같은데···”


치료 가능한 환자들을 구분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완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거나 신전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어서 치료할 이들 중에 중상자가 많아 보였기에 병상을 늘렸지만 병상이 채워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지원인력들이 밖으로 나가있는 상태에서 백발의 바할 신관도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성녀님! 큰일났어요.”


“그냥 세실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용병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17세의 소마가 숨이 찰 정도로 뛰어와서는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아무리 사제님의 말씀이라도 저 더러운 버러지 놈들을 도시로 들일 수는 없습니다!”


선임자가 죽었기에 새로운 경비대장이 된 버필만은 열려진 성문에서 병사들과 함께 환자를 실어 나르던 수레를 막아서고 있었다. 사제들을 돕고 있던 용병 자캄이 갈색 수염을 매만지며 타이르듯 입을 열었다.


“버필만. 우리도 좋아서 하는 건 아니잖아. 성녀님께서 저것들도 목숨은 살려놓고 죄를 묻든지 하라시니.”


“자캄. 가이아가 이 자리에 온다 해도 비켜줄 수는 없는 법이야!”


“이사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자캄이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누군가의 등장에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느낀 경비대장도 뒤돌아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왜냐하면 버필만의 죽어가던 동료들이 그녀로 인해 살아나 병상에서 투덜거리며 술을 챙겨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교의 믿음이 자유로웠던 서부대륙의 사정상 웬만한 일로는 신성모독이란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신에 대한 존칭이 생략되더라도 믿음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지 못하는 신보다 가까이 있는 기적을 두려워하고 찬양하는 것이 사람인지라, 경비대장의 사정도 동일하였다.


“성녀님. 이들을 도시로 들인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돌변할지도 모르기에, 정 원하신다면...”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저들은 밖으로 돌려보내주세요.”


‘정말 생각이 짧았다.’


시민들의 치료를 우선한 다음 저들을 수습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렇게 늦은 밤, 축포를 올리는 도시를 바라보며 성밖 시체들과 신음소리가 혼전하는 벌판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하였기에. 세실은 그런 울분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에 손을 올려 중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이거나 먹어라!’


그 동안 욕하던 대상이 사라져 버리고 나자. 가이아의 목소리가 어쩐지 그리울 정도였다.


작가의말

18살의 세실리아는 전혀 나이에 맞지않는 케릭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의학적인 지식도 있고. 분명이 이 세상의 인물은 맞는것 같지만... 뭔가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듯.

이어지는 편에 누군가의 만남이 있지 않을지...


신관과 사제의 차이는 .말을 듣는자와 그렇지 않은자로 서열이 나누어졌지만 어느순간부터 계급으로 정의를 내리는 듯.


♣참고 내역.

신관: 신의 말을 전달하는자.  

사제: 섬기는자.

 

♣등장인물

버필만: 페임론의 경비대장

소마(남):17세. 신참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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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1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6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9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4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7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7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4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9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1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7 15 16쪽
»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9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1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8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4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6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3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5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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