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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최근연재일 :
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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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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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049. 페임론 공방전

DUMMY

☆ ☆ ☆


상업도시 페임론. 일명 자유무역지구 라고도 불리고 있었다.


달로스가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행정관 말단으로 들어왔을 당시만하여도 책으로도 접하지 못한 도시의 문화와 분위기에 한동안 적응이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페임론의 역사는 관련학과나 이야기책으로도 유명하니 생략하도록 하지. 우선 자유무역지구란 명칭이 붙은 것은 지금으로 부터 78년 전, 그 사건 이후 17년이 지난 시점이라네. 물론 반복적인 내용이지만 형식상의 규정이니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들어보게나.”


도시의 의회를 돌아보기 전, 신입 행정관들을 모아놓고 선임 관료의 연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페임론은 서부대륙을 관통하는 레아강의 마지막 종착지에 위치하는 지리적 특성과 독점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기에 과거부터 골드가 쌓이는 기회의 도시로 알려졌지만 그 원천을 상실하고 잃어버린 17년이란 기간을 보내면서 죽음의 도시란 오명을 써야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북부대륙에 서식하던 몬스터들의 준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다행이라면 수만의 몬스터 무리들이 중부대륙을 횡단하여 대부분이 산악과 밀림지대인 남부대륙으로 넘어가 버렸단 사실이었다.


몬스터들의 움직임에 수많은 억측들이 있었지만 밝혀진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중부대륙을 흐르는 대부분의 강줄기들이 모이는 남부대륙의 시작점인 아나크 지방. 그곳에 형성된 거대한 운하를 상실했다는 점이 충격으로 받아들여 졌던 것이다.


마도시대 만들어진 유물. 남부대륙을 가르는 대운하의 존재는 바다로 연결되어 서부와 동부의 장거리 항구들을 이어주고 있었기에 운집되어있던 중앙대륙의 숨통을 터주는 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 곳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으니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육로를 이용한 상행이었고 서부대륙의 페임론이 주목 받게 되었다.-


“지금의 제도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늘날 왕국을 지탱하는 황금주머니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점이라네. 그 중에 하나인 페임론 의회를 오늘 견학할 것이니 관심이 있는 행정관들은 돌아가는 길에 신청서를 넣도록 하게나.”


새끼병아리마냥 석조건물 내부로 들어서는 십여 명의 무리 사이에 청년 달로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페임론 의회란 도시를 구성하는 상인들의 자치기구였다. 이곳을 다스리는 군주조차도 정책의 진행에 간섭을 받았고 특히,상업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는 의회의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받아내야만 했다.


전체 24만을 상회하는 인구 중 절반이 넘어가는 17만 가량이 외부의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였고 그 대부분이 서남부 왕국에 본적을 가지고 있는 인원들이었다.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대륙에도 이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체 16세 이상 세금을 부담하는 인원에 한하여 의회인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과정 중 ‘서남부 상인연맹’으로 과반수의 의석이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군다나 문맹비율이 80%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상업계열에 종사하는 인원과 기존 페임론의 도시민들도 그들이 알려주는 인물에게 투표하는 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어딜 가나 활기가 넘쳤지만 그만큼 문제점도 가지고 있었다.-


현안논의가 한창인 회의장으로 들어 서기 전,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이 있었지만 솔직히 귀에는 들어오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장에 답이 있으니 모두들 직접 보고 느끼며 판단해야 할 것이란 말로 훈시가 끝이 났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방청석으로, 2층에 설치되어 있었기에 아래에서 벌어지는 설전을 경청할 수 있었다.


“이번 안건은 도시경비 관련입니다. 총관은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의 발언이 끝나자 중앙 단상에 마련된 흑판에 미연에 작성된 나무 패가 걸어졌고 중년의 남성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투석기 도입안-


-도시 내 무기류 규제방안-


“여러 왕국에서 장거리 투석기 계발이 과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장에 페임론의 방어시설이라고는 노후화된 백색거성 뿐이니 하루빨리 대응이 가능한 투석기 도입이 시급한 현안이란 것을···”


“그건 당신들 사정이지 않은가? 지난번 군부비리도 해결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챙겨먹으려고 그러는 거야.”


“토스키의원! 그 발언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더군다나 이번에 감찰에 걸린 당사자는 ‘서남부 상인연맹’에서 추천했던 자가 아니요.”


중앙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100여명의 의원들이 내려보는 구조였고 그 과반수가 붉어진 얼굴의 총관에게 비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즐기던 토스키는 회색 수염을 쓸어 가면서 대답을 받았다.


“자신들이 똑바로 일을 못하면서 이제는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심보로군. 증거도 없는 일을 이런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발언하여 연맹의 대표. 나 데이비드 토스키를 모독하려는 것이요?


그 순간, 회의 진행을 지켜보던 의장이 나무망치를 내려치며 내부의 소란을 잠재웠다.


‘탕!~탕!~탕!’


“두 분다 흥분을 가라앉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발언에 예의를 치켜주시고 총관은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사실로 회의진행에 소란을 피우지 마시기 바라오. 한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내 직접 군주께 총관의 사직을 건의하겠소. 안건 설명이 끝난 것 같으니 의원들의 질의를 시작하시오.”


발언권을 빼앗겨 버린 총관은 황당한 심정으로 할말을 잊어버렸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청년이 손을 들어 말을 이어갔다.


“굳건한 팔콘 관문이 있는 상태서 저희 세금이 필요도 없는 군비에 들어간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구를 드나드는 남부왕국들을 견제하자는 소리입니까? 그들을 자극해서 무엇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얼마 전 항구에 있는 낡은 창고를 증축하자는 제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의외였던 것이 젊은 의원이 소속되어 있던 곳이’데바트라 상인연합’이었기에 배신감을 느끼던 총관이 해당 당수에게 눈길을 보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포즈를 취할 뿐이었다.


“물론,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남부 왕국들이 영원한 우방으로 존재할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최소한의 방어는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요. 몬스터는 둘째 치더라도 고요의 평원 서남쪽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니···”


“총관은 지금 벌어지지도 않고 추정하는 것에 거액의 예산을 투자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그런 위기론으로 저희 같은 젊은 층들을 회유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고 건에 대해서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층 방청석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달로스는 그 청년 의원의 발언에 주변동료들의 열광하는 눈빛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젊은 혈기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들을 즐기는 어린아이로 비춰 보일 뿐이었다.


달로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마에 땀을 닦아내는 이름도 모르는 총관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은 그렇게 장악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항구의 창고야 엄연히 상인길드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도시자금으로 개인 창고에 투자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은 이렇게 힘이 넘쳤지만 말이다.


“총관! 당신이야 말로 왕국의 의도를 벗어난 생각을 하고 있소!”


발언의 주인공은 역시나 토스키의원 이었고 자신의 앞에 놓인 물잔을 들이키더니, 한층 격양된 음성으로 쏘아 붙였다.


“우리 상업도시 페임론은 왕국의 황금 줄이라고 보아도 족하오. 저 서부대륙을 가르는 레아강을 통해 지금도 얼마나 많은 배들과 상인들이 거쳐가는지 모른다곤 하지 않을 것이요. 지금 우리 상인길드에선 보다 공격적인 투자 정책의 일환으로 각 왕국에 길드를 신설하고 거래상품을 선정하기에도 자금이 모자란 상태란 말이요. 따지고 보면 도시차원에서 투자를 해야지 경기가 활성화되고 실업률이 더 낮아질 것 아니요.”


“토스키의원! 올해만 해도 왕국에 올라가는 세금을 제외하고 6할 가량이 재투자되고 있다는 걸 모르시오?”


“그러니, 지금도 아까운 자금들이 있지도 않은 적을 향해 돌멩이를 날리려는 걸 막으려는 게 아니겠소.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안건의 통과를 적극 주장하는 바이오.”


-도시 내 무기류 규제방안-


‘탕!~탕!~탕!’


또다시 의장의 망치소리가 넓은 내부를 울렸다.


“계속해서 현안 하나로 시간을 끌 수도 없으니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총관은 규제 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세요.”


죽고 싶은 심정이란 게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참담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애써 펴가며 입을 여는 총관이었다.


“개인무기의 휴대를 외부에서 부터 차단한다는 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경비부대에까지 적용한다는 건 당치않습니다. 치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만약의 경우. 그것을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무기고를 외부에 배치하자는 의견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그 순간,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앞서 보다는 차분한 진행이 이루어 졌다.


-”상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에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용병들의 위협이 심심치 않게 발생됩니다. 총관도 그 의견에 동의하여 반입자체를 차단 한다고 했으니 그럼, 경비대에서는 무기도 없는 이들을 상대로 검과 화살을 쏘겠다는 말입니까?”-


-”성 내부에 무기고가 있다면 총관이 말하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 그곳이 괴한들에게 탈취되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설마 남부에서 올라오는 우리들의 우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들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됩니다. 하다못해 항구지구를 설정하여 도시로 들어오기 전에 무기들을 수거하는 장소를 별도로 만들면 됩니다.”-


-”안전이 확보되면 보다 많은 상권을 형성할 수 있으니 일거 양득이 아니겠습니까?”-


-”팔콘 관문의 경비를 강화하여 그곳에서 무기회수의 전담을 맡겨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도 몬스터의 침입에 굳건하지 않습니까.”-


-”경비대의 무력이면 목검으로도 내부 치한은 충분할거로 판단됩니다.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포화상태인 병력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상업에 종사할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의장이 망치를 내려치며 중재에 나선다.


“이렇게 가다간 결론을 내지 못할 듯 하니, 2가지 안건을 거수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군비는 줄어들었고 무기 규제안도 통과되어 버렸다. 1년이란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무기가 교체되었으며 도시내부를 지키는 병사들은 목검과 목 창들을 휴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업도시란 특징과 결합되어 외부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는지 관광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만들었다.그렇게 상인들의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골드의 유입은 그만큼 많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지나 달로스에게 백작의 보좌관이란 직책이 주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성벽에서 들려오는 굉음의 소음들을 들어야 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를 수천에 이르는 병사들이 성벽 앞 개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상태에서 수십 대의 투석기를 이용하여 바위덩어리들이 백색의 석벽을 향해 날아왔다. 정확하게 벽의 아랫단을 가격하였고 날아오른 파편들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콰~앙!’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그곳에 모여있던 이들의 면면이 달로스의 눈 안에 들어왔다.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 이들이 몇몇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무 봉에 조리용 칼등을 박아 넣어 창을 만들었거나 찌르기는 가능해 보일 정도로 끝을 뾰족하게 만든 청소용 자루 등 처참한 모습 자체였다. 그나마 농기구를 들고 온 이들은 양호한 편일 정도로.


‘쾅!~콰쾅!’


또다시 암석들이 성벽을 향해 날아와 부딪치거나 박혀 들면서 굉음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충돌되는 마찰로 인해 떨려오는 진동.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다수였고 비산되는 흙 가루와 먼지 사이로 파편들이 튀어 올랐기에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날아오는 몇 개의 바위들은 높은 확률로 그 방향을 상실하여 더 위쪽을 향해 날아들기도 하였다.


“멍청이들아! 숙여! 또 날아온다!”


여러 대의 투석기를 사용하여서 그런지, 한동안 멈출지 모르고 계속해서 도시의 벽을 두드렸고 대다수는 내부로 날아들어 목검이나 숨겨두었던 무기를 휴대하던 병사들과 지원을 자처했던 사람들의 머리 위를 지나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끝까지 오는 걸 보고 피해야···”


그런 발언도 무색하게 방금 전 날아든 암석이 성벽에 맞아. 갈라진 석벽의 조각이 비산되어 고함을 지르던 지휘관의 머리 흔적을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무작위로 날아오던 돌덩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유독 한곳에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으로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성벽을 지탱할 지지대가 더 필요해!”


누군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균열과 흙먼지를 일으키는 벽. 얼마를 더 버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성벽 위에 포진했던 병사들도 내부로 모여들었다. 벽이 무너질 것을 모두들 예감하였기에 수백의 병사와 사람들이 웅크린 상태에서 난전을 준비하며 갈라지려는 백석의 거성을 지켜볼 뿐이었다.


“저 미친 놈들!”


성벽 위에서 백작의 음성이 들려왔기에 달로스는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하였다. 관서를 나오기 전, 통신마법사에게 전달받은 사항을 알리기 위해서. 사람들을 헤집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날아오르는 파편들이 그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달로스를 지나친, 그 조각이 그와는 상반되는 목적으로 성벽을 오르던 병사의 가슴을 꿰 뚫어 버리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대신 죽었어야 하는 건가?’


짧은 생각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고개를 흔들며 투석기들에 의해 계속해서 돌덩이가 날아오는 성백 옆.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중년의 사내. 숨차 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백작에게로 달려갔다.


“헉. 헉. 백작님 방금 전, 수도에서 지원병이 출발했다는 통신이 왔습니다.”


그 말을 듣던 백작은 도시 앞마당에서 마치,무너지면 들어오겠다는 심보로 화살의 범의를 벗어난 거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관전 하고 있는 수천이 넘을 듯한 무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빠르면 이틀이라. 지금 당장이라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달로스는 얼마 전 비밀리에 방문한 여왕을 백작과 함께 대면하였을 때만하여도 희망이 보였었다.


이 도시의 불합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다는 의견을 함께하고는 수도로 돌아가 그 동안, 비밀리에 추진 중이었던 잃어버린 백 년이란 기간의 회복을 공표할 예정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실패할 확률이 다분하였지만 그 만큼 자신의 심장을 전율케 하는 사건이었고 어린 나이에 등극하셨다지만 총명하고 단호한 성품을 접하고는 왕국의 밝은 미래를 점쳐보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계획자체를 사전에 막으려는 듯이 지금의 사태가 생겨버린 것이다. 소음들 속에 생각에 빠져있던 달로스의 귓가로 백작의 음성이 들려왔다.


“남아있는 시민들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


“일부 상인들은 이미 뱃길로 빠져나간 상태이고 나머지는 생활권이 모두 이곳에 있으니 상황을 보자는 심산인 듯 합니다. 그리고 바다가 열려있으니 그때 피해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들을 하는지도 모르지요. 소문으로는 의회인원들 몇몇이 개인 전망대에서 지금의 상황을 경치 삼아 술잔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울분을 못 이겨 눈물이 나려고 했기에 달로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평화가 길다 보니 모두들 무사태평인 것인지 아님, 저들이 이 같은 상황을 동조하였던 건지도···그나마 겁을 망각해 버린 시민들이, 혼란이 없다는 게 좋은 점이라고 해야겠군. 그런 면에서 저들의 의표를 찔려주어서 웃어주어야 하는 상황인가?”


백작은 정말로 웃어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잠시나마 감정들이 휘둘린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이 숨을 들이키고는 한쪽 편에서 돌들에게 얻어맞으며 먼지와 파편이 피어 오르는 와중에도 힘겹게 버텨주고 있는 성벽을 돌아보았다.


“우선 노약자부터 강 건너편 선착장으로 실어 나르게!”


“지원병을 더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면 시가전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백작은 달로스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이라는 듯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주었다.


“달로스, 자네가 보기에 여기 성벽을 지키려고 모여있는 자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침부터 혼란스러울 거란 예상과는 반대로 상인길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서남부 상인연맹’에서 방관하는 자세로 평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였다. 다만, 달로스의 말대로 어떻게 될지 흥미롭다는 입장으로 관전하는 모습이었고 인구의 대부분이 그들과 관련되는 직종이다 보니 그날의 일과를 시작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데바트라의 백성이자 페임론의 주인이었던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원병의 모집이 있자 집에 있는 싸울만한 무구들을 챙겨 성벽으로 모여들었다. 상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늘렸지만 정작 데바트라의 백성들은 상인길드와는 관계가 없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방관자를 자처하는 이중국적자들의 인구가 70%를 넘어서는 도시. 그것이 바로 상업도시 페임폴의 실체인 것이다.


도시의 주인이 바뀐다면 그 주인에게 세금을 내면 그만인 외부인과, 데바트라 왕국의 백성들로 나누어진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병사가 경비병 오백이 고작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고정 인구만 따지면 24만이 넘는 도시에서 17만의 구경꾼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버려두었던 데바트라의 백성들이 성벽으로 모여들었네 하지만 싸울 무기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가 자네를 보내는 사유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개활지를 차지하는 중무장한 병사들의 수효만 따져도 5천이 넘어가고 있었고 성을 방어하는 쪽은 부녀자와 노약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모인 것 같았다.


5만대 5천의 10배의 차이. 이 상태에서 머릿수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재대로 된 검 앞에서 전쟁자체가 형성될 리가 없었다. 그나마 돌팔매질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재수가 좋아 돌출된 머리를 겨냥할 수 있겠지만 학살을 당하는 입장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 부족한 화살이라도 만들고 싶은 웃기는 상황이지만 이미 팔콘 관문이 떨어진 상태. 용기를 내어 모여들었지만 겁먹은 저들의 표정들을 보게나 희망은 없다고 봐야 한다네.”


백작의 마지막 당부에도 불구하고 달로스에게 떨어진 지시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였다.


“조만간 무너진다! 들어오는 것만 막으면 된다!“


경비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바락 바락 고함을 지르더니 성벽의 인원들을 남겨두고 육중한 돌 덩어리들의 공격이 집중된 내부로 달려 내려갔다.

공격하는 이들도 공성 보다는 성벽을 뚫고 들어오려고 하였기에 무너진 곳만 사수해도 가망이 있을 거라는 부질없는 기대를 하였던 것인지도 몰랐다.


“백작님 이제 무너질 겁니다.”


“나도 알고 있다네.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도 있고···저들이 내 자식들을 잡고 있다고 하더군. 귀족연합의 잭슨 장군이라면 거짓부렁은 하지 않을 것이니 아들놈의 자리는 남겨주겠지.”


“백작님··· 지금 내란이라도 났다는 이야기십니까?”


“목소리를 낮추게. 괜한 소리로 있지도 않는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으니. 그리고 자네에게 하는 마지막 부탁이자 명령이 있다네.”


‘콰~앙!’


그때 또 한번의 충격으로 성벽의 균열이 퍼져 나가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성벽 아래로 내려가는 백작의 발걸음을 쫓던 달로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야. 여왕을 끌어내릴 먹이 감으로 제격이니 말이지···자네는 그 순간 백기를 흔들기만 하면 된다네. 이런 우습지도 않은 장난에 목 하나로 마무리 짖는다면 좋은 장사 아니겠나?”


뒤따르던 달로스는 반박할 시간을 놓쳐버렸다.


다음 충격으로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 명백한 석벽을 바라보며 백작이 웅크리고 있는 수백의 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나 마기코스 티모! 도시의 군주로써 무능함에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저 잔악한 놈들은 그 동안 우리 왕국을 좀 먹던 산적과 같은 무리들이기에 오늘 이곳이 무너지면 삶의 터전은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강은 열려있기에 달아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귀족들의 입은 정말이지 더럽다는 것을 느끼는 티모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으로 만들어진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저들은 같은 왕국의 병사들이 아닌 도적들이 되어야 했으니 원하는 데로 해줄 뿐이다. 그렇게만 되면 자신의 후계를 보장해 준다지 않는가. 빌어먹을 희극의 주연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평화도 그 안락함도 끝나버린 상태에서 이곳이 도적들에게 불타버린다면 우리와 이 왕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어지는 말과 함께 또 한번의 충격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성벽의 일부 파편들이 비산되어 내부의 건물로 날아들었다.


‘콰~아~앙!’


다행이 건물의 벽에 틀어박혀 날아오르는 벽 가루로 인해, 웅크린 이들의 머리를 백색으로 만들어 줄 뿐이었다.


“성벽이 무너지고 죽는 이가 있다면 맨 처음은 이 티모가 될 것이다!”


그것은 백작의 진심이었다. 그리고 한 놈이라도 저승길로 동반하고 싶었다.


그 순간,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굉음의 진동과 파편무리가 그들을 덮쳤다. 그리고 성벽이 마지막을 고하듯이 무너져 내렸다.


귀를 울리는 소음에 모두들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기사 하니발은 먼지가 가라 앉기를 기다리며 입을 가린 채, 정면을 주시했다. 그때 수천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이 대지를 울리기 시작했고 백작의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이곳이 무너지면 끝장이다! 무기를 든 자 모두 나를 따라라!”


서로가 성벽을 사이에 두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과거부터 왕국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고있었기에  의회란 조직을 일부의 상인단체가 장악하는 것을 방관하였던 듯...뭔가 수도에서의 복잡한 관계가 있을듯.

너무 힘을 뺀 회차이기에 이만...



페임론의 인구비율: 데바트라 국적 7만(29.1%), 이중 국적자 17만, 총24만


상인길드: 페임론의 중요 상인단이 가입된 길드.

페임론 의회: 페임론만의 상인 의회. 상권 비율에 따라 투표로 선출됨.


♣등장인물

마기코스 티모: 페임론의 군주. 백작. 여왕의 후원세력.

달로스:  티모 백작의 보좌관(관료 5년차).

데이비드 토스키: 서남부 상인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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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변경 관련(동일 내역으로 다시한번 리메이크/가급적이면 욕은 하지마세요) +3 20.10.09 340 0 -
126 125. 던전의 유산 20.11.15 331 1 12쪽
125 124. 소모라의 마도린 20.11.14 118 1 13쪽
124 123. 소모라의 마도린 20.11.13 124 0 12쪽
123 122.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2 123 0 12쪽
122 121.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1 101 0 11쪽
121 120.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0 138 0 14쪽
120 119.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09 101 0 14쪽
119 118. 기억 20.11.08 107 0 14쪽
118 117 기억 20.11.07 88 0 12쪽
117 116 기억 20.11.06 115 0 11쪽
116 115. 기억 20.11.05 101 0 13쪽
115 114. 기억 20.11.04 105 0 11쪽
114 113. 소모라의 전투 20.11.03 94 0 12쪽
113 112. 소모라의 전투 20.11.02 106 0 12쪽
112 111. 소모라 20.11.01 177 0 11쪽
111 110. 소모라 20.10.31 163 0 11쪽
110 109. 소모라 20.10.30 128 0 13쪽
109 108. 소모라 20.10.29 132 1 11쪽
108 107. 소모라 20.10.28 122 1 11쪽
107 106. 소모라 20.10.27 178 1 11쪽
106 105. 소모라 20.10.26 110 2 11쪽
105 104. 소모라 20.10.25 116 2 11쪽
104 103. 갈림길 20.10.24 129 1 12쪽
103 102. 데빌던전. 20.10.23 116 3 13쪽
102 101. 데빌던전. 20.10.22 129 3 12쪽
101 100. 데빌던전. 20.10.21 127 4 15쪽
100 099. 출발 +1 20.10.20 135 6 12쪽
99 098. 단서 +1 20.10.19 151 4 14쪽
98 097. 원정D-3 20.10.18 142 3 12쪽
97 096. 마녀의 아이. (또다른 세상) 20.10.17 121 2 13쪽
96 095. 마녀의 아이. (사고들) 20.10.16 166 0 12쪽
95 094. 마녀의 아이. (재앙의 시작) +2 20.10.15 179 3 13쪽
94 093. 마녀의 아이. 20.10.14 138 2 12쪽
93 092. 각자의 시선 (하). 20.10.13 201 4 13쪽
92 091. 각자의 시선. 20.10.12 155 3 13쪽
91 090. 각자의 시선. 20.10.11 160 3 12쪽
90 089. 모험가들의 행진 20.10.10 140 3 13쪽
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1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5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8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3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6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7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4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8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1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6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8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1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8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4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6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2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5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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