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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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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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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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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040. 영웅 출현

DUMMY

★ ★ ★


페임론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바할 신관일행들과는 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의뢰주가 사라진 시점에서 유라가 소지한 금액으로는 용병과의 재계약에 문제가 있었기에 서쪽평원을 향하는 상단행렬에 몸을 맡겼던 것이다.


물론, 자캄의 소개로 짐마차의 호위 역을 배정받아 약간의 수고 비와 함께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모험가?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백색의 성벽만을 구경하면서 지나쳤던 수도 데바트라에 살고 있다는 순진한 표정의 NPC용병의 대답이었다.


이미 중부대륙에선 신탁이란 이름으로 죽어도 또다시 소환이 가능한 이들을 모험가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이곳에선 NPC들에게 생소한 단어일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공인되지 않은 신분 패는 무용지물이었기에 걱정스러워하던 바할신관이 성녀가 있다는 페임론으로 동행할 의사를 물었지만 정중하게 거절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NPC란 단순한 데이터의 집합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하면 우스운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지나온 거리만큼 쌓여버린 정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끝이 없이 펼쳐진 평원으로 들어서는 마차의 한 켠에서 녹화모드를 실행시키고 있었지만 지나쳐온 풍경들을 찍어둔 영상만으로도 미공개 지역이란 이점을 충분할 만큼 챙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좀더 욕심을 부려보기로 한 유라가 작업을 시작한 것이 지금 말을 걸고 있는 용병 ‘하디’였다.


“이번에 돌아가시면 다시 한번 노력해 보세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발되는 시기가 문제이지 아직까지 늦은 건 아니잖아요.”


유라의 위로에 젊은 용병이 힘을 얻는 것 같았지만 정작 NPC를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왕국의 이름과 동일한, 데바트라로 불리는 수도의 문지기가 아무리 어렵다지만 4년 동안 번번히 낙방을 하던 중에 생활자금도 떨어져 이렇게 용병으로 상행을 따라 나서고 있다고 하니 그 실력을 짐작하고도 남았던 것이다.


-용병 ‘하디’는 패큐니아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호감도의 상승에 따라 차후 수도 데바트라의 초대가능성이 높음.-


얼마 전부터 이런 안내문구가 뜨고 있었기 때문에 가이아의 품속으로 가기 전에는 한번쯤 가봐야 할 장소 백경에 포함된 물의도시라고 알려진 그 배일에 싸여있는 데바트라의 영상을 담을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디는 홀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패큐니아란 검은 머릿결 여성의 이야기가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보지 못한 동화와 특히, 몬스터에 관해서도 주변의 용병들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에서 축척 되어진 그녀의 지식에 하디의 마음이 붙잡혀 버린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요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마도시대 유적을 조사하는 중이에요. 코발숲이란 곳에 자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어떻게 되지 않겠어요?”


그곳에서는 하루도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와 하물며 혼자서 어떻게 들어가냐며 만류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저한테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에 이곳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보다는 하디님도 이번에 돌아가시면 다시 한번 도전하셔서 제가 방문할 때 쯤에는 어엿한 수문장이 되어 있기를 바란답니다.”


신탁을 받은 모험가라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목숨을 거는 그녀의 행동에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 할 정도였다.


‘진정으로 지금까지 노력이란 것을 해 보았던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마을에 당도하면 그녀와는 해어져야 하지만 이별을 맞이하기 전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보려고 한다. 그녀의 느껴지는 감정이 자신만의 착각인지도 몰랐지만 패큐니아를 잡고 싶었다.


평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야영이 결정되었고 상단인원들과 보초를 돌고 있는 일부의 용병들을 제외하고 그녀와 모닥불을 마주하고 있던 하디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패큐니아, 내가 동행한다면 패가되지는 않을까?”


‘띠링!’


-용병 하디는 패큐니아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무보수 용병 1명 획득. 승낙하시겠습니까?-


유라는 알림 음과 함께 설명 창을 확인하는 순간 기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PNC수하가 생긴다는 마음에 대답을 뒤로하고 용병을 끌어안았다. 붉어진 하디의 얼굴이 귀엽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으려니 그의 말이 이어졌다.


“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수도로···.”


그녀의 마음을 확신한 하디는 망설이던 청혼의 말을 하려는 순간, 그들이 나타나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여자와 물건만 남겨라!”


백 여명을 헤아리는 산적 단의 칼날에 상단호위들이 하나 둘 쓰러지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려는 용병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패큐니아는 자신을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보더니 근방에 있다는 마을로 달아나라고 하는 것이다.


“하디, 나중에 데바트라로 찾아 갈게요. 저는 가이아님의 축복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유라는 여기에서 얻은 NPC를 잃을 수는 없었기에 떠날 것을 종용하였다. 만날 장소만 정해놓으면 로그아웃 당하더라도 찾아가면 그만이었지만 융통성 없는 NPC는 자신의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그 동안 휘두르기 연습을 하며 레벨을 15까지는 올렸지만 산적들을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가 미지수였다. 더러운 웃음기를 머금고 달려드는 NPC를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편은 여자란 외형으로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주춤거렸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유라가 몸을 숙여 산적의 발 밑으로 파고들어 한쪽 다리를 날려버렸다.


“카~앙!”


하지만 묵직한 뼈에 걸려버린 소드의 날이 금이 가는 것과 동시에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검의 앞머리만이 NPC의 정강이에 박아두고는 주춤거리며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바닥을 뒹구는 산적의 고통소리가 주변의 난장판 속에 묻혀버렸고 유라는 첫 전투의 흥분 감이 심장의 고동을 빠르게 하였기에 손에 쥐어진 동강난 검 자루를 놓쳐버렸다. 그 순간 한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려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패큐니아는 죽음이란 두려움보다. 죽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자신과 같은 나약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용병들이 쓰러진 상태였기에 산적들을 당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은 상관 없으니 나에게 달아나라고 말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소드를 쥐고 뛰어들려고 하였지만 다시 한번 그녀는 도망 가라고 소리를 질렸다.


만 난지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을 위하는 마음에, 여기에서 죽는다고 해도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그녀를 향해 겨눠진 활을 보았다. 망설일 것도 없이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고 이어지는 가슴의 통증은 그녀를 나의 손으로 지켜내었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녀의 놀란 눈동자를 지켜보며, 잠시 나마의 짧은 사랑을 눈 안에 담아보려 하였지만 흐려지는 시야는 어쩔 수가 없었다.


수하가 될 수도 있었던 NPC가 눈앞에서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칼부림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허탈한 마음에 웃음을 터트렸다.


‘긍정적인 성격이 이럴 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줄이야’


여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죽었지만 일부의 상인들은 그나마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숲이 우거진 산채에 잡혀오는 와중에도 녹화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몇몇의 인터뷰를 따다 보니 자신이 불운한 여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순간 촬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힘없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싸우다가 결국에는 그를 잃어버렸다는 설정이 만들어 진 것이다. 유라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남자를 향해 도망가라는 외침이 산적들까지도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잡혀있는 와중에도 별다른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그냥 로그아웃 해버릴 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죽지 않는 한 몸체가 그대로 있었기에 노예로 팔려가는 것도 영상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 좀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디···”


만난 지는 얼마 안되지만 순진한 NPC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전의 가상게임과는 뭔가가 틀리다는 느낌을 가지며 알 수 없는 눈물자국을 지워보았다.


★ ★ ★


이른 아침부터 34대의 마차들이 출발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마을의 공터를 벗어나고 있었고 그 행렬의 맨 마지막에 위치한 짐마차의 열려진 휘장 안으로 아론의 잠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일부터 수상한 인형들이 근방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한슨은 산적일지도 모르니 주시하라는 전달을 받았기에 지금과 같이 몇몇이 도보로 이동하며 마차를 주시하였다. 그때, 잠을 청하고 있던 아론의 곁으로 다가선 하르파스가 자신의 무릎 위에 그의 얼굴을 올려놓고는 한동안 머리 결을 어루만지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슨은 너무나 흐뭇한 광경이란 생각과 함께 저런 평화를 지켜드리는 것이 기사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품으며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진행하는 방향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 신호를 받고는 대기하던 인원들을 불러들였다.


산적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낮은 언덕 위에 매복한 채, 마차의 행렬이 지나가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한 순간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볼트의 소리만을 들었을 뿐 이후의 동작은 취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만, 수십 명의 널브러진 이마에는 박혀있는 볼트의 자국만이 남겨진 이후였다.


“한슨경, 언덕 위에 놈들은 처리했고 볼트수거까지 완료했습니다. 계곡을 벗어나는 지점에 숨어있는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수풀에 매복중인 산적 150명(오차범위 ±7명)-


전부 처리하고 싶었지만 본거지를 알아 내야 한다는 하나발의 말을 상기하며 석궁의 지원 사격만을 하기로 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 ※ ※


이혁은 무릎베개의 중독성이 심하였기에 그것에 너무 빠져 버리는 것이 아닌 가란 두려움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행렬의 눈앞에 보이는 언덕에서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기에 정신을 차리고 마족 여인의 마수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고 그때를 맞추어 하니발이 말을 몰아 다가왔다.


“언덕 위에서 숨어있는 놈들을 처리하겠다는 신호가 왔기에 이후,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는 산적들은 본거지도 알아내야 하니 장거리 타격만 지원 하라고 했습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던 부분이라 알았다는 시늉만 해주었다.


“변경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얼마 후 언덕 위의 기운들이 거짓말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계곡 사이로 만들어진 가도로 접어들어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넓은 개활지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광활한 크기만큼 가슴을 뚫어버리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하니발과 이야기를 나누던 슈란이 망토 사이로 눈빛을 밝히며 이동하는 마차의 한편에 말을 몰아가더니 그 지붕위로 뛰어올랐다.


“어이쿠!”


그곳에 엎드려 대기하던 몇몇 용병들의 놀람도 잠시 웃음을 머금은 용병단장 토마일이 아는 채를 한다.


“슈란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마음에 안든 다는 표정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놈이 하니발경께 뭐하고 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분께 능력을 보일 기회는 주겠다고 했으니 알아서 준비해라.”


이미 전설로만 들어왔던 엘프들의 존재를 알아버린 용병들은 그들을 수하처럼 여기는 아론들의 무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동경의 대상일수 밖에 없었다.


남작들이 지하로 잡혀갔던 관계로 엘프들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점이 오해를 부풀렸기에 황금동아줄을 눈앞에 두고, 잡으려는 시도도하지 않는다면 살아있을 자격도 없다면서 용병들끼리 의기투합이 끝난 상태였기에 자신들이 쓸모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었고 기사 하니발에게도 말 딴 병사로도 좋으니 받아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넣고 있던 중이었다.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엘프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와중에도 다부진 표정을 지은 토마일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의 경험도 있고 나름 전쟁터의 잔뼈가 굵은 놈들이니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지원사격의 인원에 포함되었던 용병들이 각자의 소드를 어루만지며 마차의 내부로 모습을 감추었고 그 자리를 회색엘프들이 대신하였다.


이혁은 이미 인원들에게 대략적인 상황이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단순한 도둑들이 아닌 사람을 헤치고 물건은 물론 부녀자까지 납치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들의 말로 또한 예견하고 있을 거라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나름의 핑계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허리 높이에 이르는 갈대와 흡사한 수풀 속에서 인간형상의 머리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차 위에서도 그 수효를 헤아릴 정도였으니 보고와 같이 정확하게 150명 내외였다.


“저러면 매복의 의미가 없건만···”


이혁은 마차의 상단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하루 종일 얼굴을 보이지 않던 마법사의 음성이 놀랍지 만은 않았다. 일반 마차로 34대를 주문했지만 당초부터 천막으로 쉬워진 지붕이 아니었고 나름 방어벽을 형성할 정도의 윤곽을 가지고 있었고 몇 대는 내부가 개조되었기에 그 중 하나를 실험실로 사용하던 맨탈리온이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한달 가량을 두문불출 하고 있는지 물어보려는 찰나에 풀숲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쓸어버려라!”


두목으로 보이는 털북숭이의 발언과 함께 사방에서 도적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평야로 들어서는 마차를 향해 달려 들었다.


“와~아!”


그 순간, 마차의 휘장이 열어젖히면서 무기를 뽑아 든 용병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밥 값은 해야지! 숫자로도 비슷하니 방어는 필요 없이 돌격이다!”


용병단장 토마일의 외침이 있었지만 결코 비슷한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도 없이 달려드는 산적무리를 향해 기세 좋게 뛰어나갔다.


산적들도 나름의 무구는 들려있었지만 용병들의 것만 못하였다. 첫 번의 마주침으로 검이 갈라지는 쪽은 그들이었으니 난전으로 치닫기 전부터 이름 모를 비명과 갈라지는 살점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토마일은 아수라장 속에서 동료들의 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눈먼 검 자루가 날아오기도 전에 주인의 이마를 꿰뚫어 버리는 화살촉의 날개만을 보아야 했기에 두목으로 보이는 이를 찾기 시작했다.


당황하는 와중에도 소리를 높이는 털북숭이 덩치가 눈길을 끌었다.


“네놈이구나!”


토마일은 함성을 지르며 고개를 돌리려는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앞을 막아서는 이들은 검 날이 닫기도 전에 볼트에 의해 쓰러지고 있었기에 뒷걸음 치며 자세를 흩트린 그의 목을 너무도 쉽게 바닥으로 떨어트려 놓았다.


오크들의 도시에서 수집했다고 하지만 무구의 질에서 차이를 불허했고 장거리에서 쏘아지는 볼트의 지원도 있었기에 사기는 처음부터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한 숫자라도 질적 차이에서 발생되는 격차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목의 목을 집어 들어 흔들고 있는 토마일의 모습에, 결판이 나버린 상황을 인식하고는 산적들이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개활지를 벗어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였다.


그 중에 하나였던 산적 단의 부 두목은 살기 위해 숲 속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두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산채에 숨겨진 보물이 자기 차지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본거지를 향해 방향을 바꾸어 달렸지만 머리를 굴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용병 단이 저렇게 전력이 높았던가?’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였다. 소굴에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은 수하들과 그 보다 많을 수 밖에 없는 여자와 보물들을 생각하면 숨이 차는 와중에도 미소가 절로 나왔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두목은 모아두었던 자금을 반란군에게 전달한다고 했지만 그 놈이 사라진 지금은 나의 황금일 뿐이지.’


산적은 달리는 와중에도 나오려는 웃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혁과 대기하던 기사들은 말을 몰아 산길을 오르고 있었고 험준한 지대가 아니기에 이동에는 무리가 없었다.


“주군, 저 녀석 미친 것은 아닐까요? 웃으면서 뛰어가고 있습니다.”


한슨의 말을 들으며 너무 충격을 받으면 저럴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려주는 이혁이었다. 저런 정신으로 본거지나 재대로 안내 할 지가 의문이 들었지만 칠십의 기마들이 산 아래에서부터 둘러싸고 뒤를 따라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산적은 주변의 상황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은 폭소를 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광경에 고개를 흔들면서 뒤따르자, 작은 마을의 규모와 같은 산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모든 기마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함성소리도 필요 없다는 듯이 산토스를 몰아 울타리가 둘러쳐진 마을로 달려 들어 미쳐버린 산적에게 휴식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입구를 들어서던 부 두목은 자신의 뒤로 무엇인가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머리를 떨어뜨렸다.


이혁은 그자의 목을 베어버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성을 포기하긴 싫었던 것일까?’


갑작스러운 소음소리에 몰려나오는 산적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항복해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이혁의 목소리와 함께 앞발을 들어올린 백마의 포효소리가 산채의 내부에 울려 퍼졌다. 방금 전까지 기세 좋게 몰려나오던 산적들은 그 모습에 공포를 집어먹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기사단의 모습에 대응할 의욕을 잃은 것인지, 들고 있던 무기들을 놓을 생각도 못하고 바닥으로 늘어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산적의 목을 기사 발거스가 날려버렸고 그들의 발 아래 그 멍한 표정 그대로인 채로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선 무기를 던져버렸다.


“살려주십시오!”


살아남은 산적들은 모두들 바닥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소리 질렸다.


이혁은 감옥처럼 만들어진 울타리 내부에 가두어진 사람들의 모습들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표정엔 두려움과 삶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머리에 갈색눈동자로 두려움보단 호기심과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을 짖고 있는 한 여인이 눈에 뛰었다. 그런 인상에 관심이 갈수밖에 없었기에 잠시지만 마주보았고 한국이었다면 미인이란 소리는 들었겠다 는 생각에,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웃음짓고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유라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산적들의 무리에서 백마를 탄 그를 보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앞발을 들어올린 말의 포효소리에 압도되었다. 뒤이어 뛰어든 백여 명에 이르는 기사들은 그 NPC를 돋보여주는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영웅 NPC의 출현에 전율이 일었으며 녹화 모드가 켜져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거 대 박이다!’


작가의말

전체 이야기의 초반, 분기점이라고 보셔도 될듯합니다.

처음부터 예시를 하고 이미 언급되어 반전도 아니지만, 숨겨진 복선이 복잡하기에 미리부터 털어버리고 가려는 장면입니다.


게임이냐, 이세계냐? 누군가는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마지막까지 복선을 깔고있는 주제와도 같기에 보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패큐니아(마유라)여정

바스콘(탈출)→탄티움(신성데바트라의 관문도시/지나침)→수도 데바트라(지나침)→레아강 상류(다리를 건너옴)→상업도시 페임론의 길목(바할 신관,용병 자캄과 해어짐)→거대 평야횡단(상단의 호위로 추천받음)→평야의 끝지점 야영지(산적들의 습격/작업중인 NPC의 죽음)→ 산채로 잡혀옴(아론과의 만남)

  

♣등장인물

하디: 데바트라 출신, (패큐니아를 좋아했던 용병)


하니발: 기사 서열 2인자, 하킴과는 경쟁구도(연한노랑 머리, 키180, 모델외모,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음) 


한슨: 기사 서열3위, 각종 훈련교관 역할 (하니발의 동료)

발거스: 기사 서열 10위 내 (목표: 결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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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소모라의 마도린 20.11.13 124 0 12쪽
123 122.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2 123 0 12쪽
122 121.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1 101 0 11쪽
121 120.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0 138 0 14쪽
120 119.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09 101 0 14쪽
119 118. 기억 20.11.08 107 0 14쪽
118 117 기억 20.11.07 8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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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 소모라 20.10.30 128 0 13쪽
109 108. 소모라 20.10.29 132 1 11쪽
108 107. 소모라 20.10.28 122 1 11쪽
107 106. 소모라 20.10.27 178 1 11쪽
106 105. 소모라 20.10.26 110 2 11쪽
105 104. 소모라 20.10.25 116 2 11쪽
104 103. 갈림길 20.10.24 129 1 12쪽
103 102. 데빌던전. 20.10.23 117 3 13쪽
102 101. 데빌던전. 20.10.22 130 3 12쪽
101 100. 데빌던전. 20.10.21 12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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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098. 단서 +1 20.10.19 151 4 14쪽
98 097. 원정D-3 20.10.18 142 3 12쪽
97 096. 마녀의 아이. (또다른 세상) 20.10.17 121 2 13쪽
96 095. 마녀의 아이. (사고들) 20.10.16 166 0 12쪽
95 094. 마녀의 아이. (재앙의 시작) +2 20.10.15 179 3 13쪽
94 093. 마녀의 아이. 20.10.14 139 2 12쪽
93 092. 각자의 시선 (하). 20.10.13 202 4 13쪽
92 091. 각자의 시선. 20.10.12 155 3 13쪽
91 090. 각자의 시선. 20.10.11 160 3 12쪽
90 089. 모험가들의 행진 20.10.10 140 3 13쪽
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1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6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8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3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6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7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4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8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1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7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8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1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8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4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6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3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5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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