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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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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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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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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DUMMY

쿠루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머지 유저들은 당면한 현실을 외면하기라도 하듯이 물기가 도달하지 않는 바위 틈세로 자리를 잡고 어둠이 내려앉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뭔가를 확인하던 유저 한 명이 잊어버렸던 것을 상기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지도에 표기된 지점이 건너편인 것 같은데··· 건너갈 방법은 있을까요?”

“··· ···”


-새로운 가상게임 서버를 구축하고 베타 사용자들의 모집이 있기 전. 비공개적으로 모집된 대규모의 인원들에게 게임 테스터 자격이 주어졌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GM으로 입사하는 정식 조건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서버의 전체적인 밸런스확인을 실제 유저를 통해서 점검한다는 의도가 크다 할 수 있었고 부수적으로 잠재력 있는 사원선발이 목적이라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표면상의 명목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각지의 1만 5천명의 테스터 인원들이 가림막이 설치된 차량에 탑승하여 모종의 장소로 모여들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기나긴 통로를 지난 상당한 규모의 지하의 공간. 과거 핵무기의 저장고로 사용되었던 곳이란 추정만을 조심스럽게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비밀 서약과 인당 삼십만 달러라는 상당량의 계약금은 1년이란 기간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었고 대부분 편의시설이 완비된 곳이었기에 바깥세상과의 단절이 별다른 불편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2만 개에 가까운 캡슐이 빼곡하게 들어찬 원형의 방을 돌아보던 테스터유저들은 GM의 자금력에 감탄 성을 터트리며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소개한 안젤라란 짧은 이름의 여성에게 당부의 말을 들으며 상황의 심각성을 느껴야만 했다.


“여러분은 3개월간 별도의 팀을 이루어 생존 훈련을 받으실 거에요.

물론, 테스터유저로 선정된 조건에 따라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지만 개인적인 돌발행동은 언제나 심사에 반영된다는 것을 상기하시기 바란답니다.

신설되는 서버의 위험도를 고려하더라도 NPC 문명을 확인하고 그들과의 접점을 마련하시는 분들은 추가 보상은 물론, 우선순위로 정식사원으로 확정될 예정이니 유저들께서는 분발해 주세요.

참조사항으로 저희 캡슐의 접속시간은 최소 1년간 해제를 하지 않아도 신체조건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자신들도 게임을 즐겼던 ‘로스트 월드’에서 훈련이 시작되었으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알몸으로 진행되는 서바이벌 생존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위주로 신설 서버로의 접속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미션은

1. 접속하게 될 게이트의 주변을 확인하라.

2. 만약, 그곳이 서부대륙일 경우에는 고대 마도 시대의 유적에 대한 아주 사소한 단서라도 상관없으니 확보하라는 것.


현실의 2배란 시간 개념. GM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최소 2년간 접속을 해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였으니 테스터유저들은 가상 게임 내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접속과 동시에 80%가량의 유저들이 반나절도 되지 않아 게임 내에서 목숨을 잃으며 로그아웃을 당하였다.


어려움 속에서 중앙신전의 발견과 교황이란 NPC와의 만남이란 결과는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되었다. GM의 관계자들이 그것을 확인하면서 확인자들에게 거금의 격려금이 전달될 정도였으니 테스터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만들어 놓은 게임을 개발사에서도 통제하지 않는. 인공지능들이 지배한다는 게임의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얼마 되지 않아 가이아의 신탁으로 모험가란 이름이 부여되었다. 신전의 도움을 받아 정착할 수 있었지만 테스터유저들의 목적은 게이트가 설치된 좌표. 미지의 장소로의 탐사였다.


하지만 새로운 게이트로의 접속은 캐릭터의 초기화를 의미했고. 벌거벗은 몸으로 지급 받은 기본 장비와 초기레벨의 빈털터리 유저들이 장거리 탐사를 떠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상황. 더군다나 굶주리지 않고 하루를 버티는 것이 그날의 마감 보고서에 작성된 내용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좌표로 몇 개의 팀이 접속을 시도 하였다.


“인원이 좀··· 줄어든 거 같은데?”

“지금부터 탈락자가 나오는 거겠지. 며칠 전부터 엘런 그룹들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우리 팀도 긴장하라고.”


지하의 층수마다 정해진 식당 동이 있기에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테스터유저들이 전반적인 수효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성과를 보고하고 일정 체크를 위해서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접속을 해제해야만 했다.


그렇게 육안으로도 확연히 줄어드는 테스터 유저들.

얼마 있지 않아 그들의 대부분이 신생 게이트에 접속했었다는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마지막 테스트 관문일 줄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도 언제 탈락할지.”


그 순간, 조심스럽지만 식당에 모여있는 모두가 들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는 남성.

“쿠루소 그룹이 이번에 그곳으로 접속한다고 하던데. 우리도 같이하면 어떨까 하는데.”

그들은 여타 테스터 유저와는 격차를 달리하며 지금까지 1위를 차지하던 팀이었다. 그렇게 대규모 유저들의 접속 이후 그들의 모습 또한 식당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오백 명 남짓이란 테스터유저들만이 남겨졌을 무렵이었다.

어떤 이가 GM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해산하는 절차를 밟게 되었고 각종 비밀 서약서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사용하던 캡슐을 인도받게 된다.

물론, 그 대부분이 정식으로 GM의 사원이 되었지만,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사라졌던 이들.

그들 테스터 유저들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새로운 드림 컨티넌트(The Dream Continent )란 서버가 오픈되고 지금까지 접속이 해제되지 못하고 캡슐이 들어찬 공간에서 생명유지를 위한 영양을 공급받으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캡슐의 연결을 해제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단순한 해결책 같았지만 무슨 연유 때문인지 그런 간단한 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은 채. 처음부터 모든 정보가 차단되었기에 공식적으로 실종자로 처리된 1만 4천525명의 돌아오지 못한 유저들. 그들의 존재는 세상에서 숨겨졌다.-


13명의 유저들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시간의 경과를 파악하기는 어려웠고 그저 깨어나기 전, 은발 머릿결을 나부끼는 가면의 여인에게 앞으로 수행할 미션에 따라 로그아웃의 단서를 준다는 것이 전부였다.


“우선은 지나가는 배라도 얻어 타야 되겠지···”

쿠루소의 대답이 이어졌지만 곧이어 자신감 없이 고개를 돌려버린 모습에, 신뢰성이 빠져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기에 막연한 불만보다는 해결방안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빈민굴 같은 도시라고 하지만 경비병 놈들을 건드렸으니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더군다나 저기 보라고.”

조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유저들이 목격한 것은 강의 건너편. 항구마다 들어찬 헤아리기 어려운 범선들의 무리였다. 누군가의 의문이 이어지기 전에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 발언자의 입이 떨어졌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곳에만 몰려있는 배들과 도시의 규모를 보라고.”

그때야 유저들은 이질감의 정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버려진 곳이란 거야. 우리 같은 무리를 보면 이상하게 여길 거란 이야기지···”


조지는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중형의 범선 하나가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강물을 거슬러서 자신들이 위치한 선착장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마유라는 유저들의 등장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접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만이 특혜를 받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런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지만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이후로의 행동을 결정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유라는 얼마 전, GM으로부터 업그레이드된 캡슐로 교환 받으면서 유저 특유의 아이디 표기가 보이지 않게 되었기에 일반 유저들이 자신을 알아보기란 어렵다는 판단도 적용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추적마법-

맨탈리온이 저들에게 걸어둔 마법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부류 중 경비병 복장의 이들은 대부분이 죽어있는 시체로 강 하류로 떠내려가던 상태였고 움직이는 몇몇이 자신들의 아지트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당연하게도 경비대장 판토임에게 일임한 상태로 위치만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기사 하니발이 영웅취급을 받고 있다지만 아론들은 이방인일 따름이었기에 제삼자의 입장에서 방관자를 자처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경비병으로 변장한 이들에게서 빈민들을 구하고 그들의 추적을 받았던 13명의 정체불명의 집단. 레아강의 상류. 사용하지 않는 선착장에 몸을 숨긴 채, 저녁노을이 드리우는 반나절 가까운 시간을 웅크리고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흥미를 느낀 마법사와 이혁에 의해 우연을 가장하여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었다.


“주군, 저들이 빈민들을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정체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금이라도 경비대에게 알려 잡아들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뭐, 저희가 처리해서 넘겨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하니발경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저들에게도 사정이 있지 않겠나. 그것을 살펴보고서 결정하여도 늦지 않다는 말일세. 그렇지 않은가 패큐니아경?”


그 순간, 마법사가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던 유라를 돌아보았기에 갑작스럽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정하지 못한 그녀의 입은 벌어진 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


이혁은 곤란한 표정의 패큐니아에게 답변을 강요하는 장난기 가득한 맨탈리온을 돌아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백작이 지금은 호의를 가지고 있다지만 사소한 행동으로 이후로의 대우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저들이 악인 같지는 않았으니 맨탈리온의 말마따나 이유라도 알아보고 행동해도 늦지는 않겠지.”


변복한 경비병에게조차도 상대되지 않았던 무리였기에 모두 위협이란 생각은 애초부터 가지지 않았다. 이혁의 말에 동조하듯 범선의 키를 잡고 있던 선장의 음성이 뱃전을 울렸다.


“아론님의 명령이다! 낡아빠진 선착장에 닻을 내려라!”


콜란트 선장의 명이 떨어지자, 펼쳐졌던 돛대를 끌어올리는 선원들의 분주한 손길이 이루어졌다. 예인선이 없이도 속도를 줄이며 선착장에 도달하는 산토나스호. 범선을 운용하는 이들의 실력이 없었다면 충돌을 고려한 위험천만한 운행이었지만 항해에 문외한이었던 이혁과 기사들은 알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다.


이혁은 범선이 다가가면서 만들어지는 물결이 선착장의 하단을 들이치는 풍경과 그 물살에 몸을 어렵게 가누면서도 상단을 올려다보며 놀란 표정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짧은 항해로 상한가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콜란트 선장이 과장된 몸짓으로 물음을 던졌다.


“여보게!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면 말해보게나!”


선착장을 유지하던 나무 기둥 중 하나가 산토나스호의 선수 앞부분에 부딪히면서 무너져 내렸고 천장의 잔류물들이 쿠루소를 비롯한 유저들의 머리를 덮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갑판에서 짧은 파랑 머리를 들이밀며 무엇인가를 외치고 있는 남성의 대륙 공영 어는 외계어와 같이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 모여있던 유저들 중 통역 아이템을 휴대한 인원이 전무 하였기에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던 중에 답답함을 참지 못한 조지가 NPC들을 올려다보며 대답을 돌려주었다.


“Can you speak English?”

의미 없는 물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쿠루소에게는 간절한 눈빛으로 NPC들에게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대화를 걸었다.

그리고 보면 말도 통하지 않는 NPC들을 상대로 해당 인물을 찾아 나선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이란 사실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를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

뱃전에서 사다리가 떨어졌고 몇몇 이들이 선착장으로 뛰어내리며 발길을 분주하게 옮겼다. 그나마 온전한 기둥에 밧줄을 고정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뚫어진 나무판자의 틈새로 자신들을 내려다보던 회색 로브의 남성.

“우선은 위쪽으로 올라와 보시게나.”

그의 입에서 쿠루소가 사용한 영국식 억양과 동일한 발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 선착장으로 내려와 그들과 마주하게 된 이혁은 다소나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저희는 모험가라고 합니다. 길을 잃어 이렇게 헤매게 되었습니다.”

맨탈리온이 자신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말문을 열기 시작했고 모여있는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였다.


“저도 대륙을 돌아보았다고 자부하지만, 생소한 언어군요.”

그들의 대화하던 모양을 지켜보던 콜란트의 발언이 없었어도 이혁과 일부의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모험가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패큐니아의 표정을 살펴보던 이혁으로써는 그녀에게서 곤란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모른 척해주기로 마음먹고서 마법사의 대처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모험가들은 익히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런 곳까지 어인 일이신가?”

“의뢰를 받고 수행하던 중이라··· 산맥을 넘어오며 이곳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초행이었던 이혁도 대륙을 가르는 산맥의 특성은 백작 영애에게 들어 알고 있던 상태였고 그렇기에 이들이 페임론의 지리에 어둡다는 것과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네스 산맥을 넘어 왔다라···”

답변은 없었지만, 마법사의 혼잣말에 무엇인가의 희망을 얻었는지 조지의 공손한 말이 이어졌다.


“혹시, 저희를 반대쪽까지 태워주실 수는 있겠습니까? 지금은 가진 것이 없지만 모험가 길드와 연락이 된다면 사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은 맨탈리온을 선주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고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이가 마법사로만 국한되었다는 것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일까? 떨어진 이혁들에게 그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귓속으로 들려왔다.


“공복 도가 바닥인 것 같은데, 먹을거리는 얻을 수 있을까?”

“그보다 잠이라도 푹 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경비병들과 같은 무리는 아니겠지?”

“그런 걱정보다 하루빨리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보다 통역 아이템은 어디에서 잊어버린 거야. 더군다나 저 NPC는 우리말을 어떻게 알아듣는 걸까?”


맨탈리온이란 인물과 대화를 나누던 쿠루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신들을 주시하는 검은 머리의 NPC가 이곳의 우두머리란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자신들과의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가 마법 아이템이란 통역 반지 때문이란 걸 듣고는 쿠루소를 포함한 유저들의 눈길이 마법사의 손가락으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몇 개의 손마디가 사라져 있는 모양새에 난처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맨탈리온은 그런 모습에 웃음을 삼키며 이들의 긴장감을 풀어줄 요량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볼일이 끝나는 대로 자네들을 옮겨주도록 하겠네. 하지만 우리 또한 이곳에선 이방인과 같은 처지이기에 행동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알아주었으면 한다네. 더군다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가 경비병 복장으로 빈민들에게 난동을 부렸다고 해서···”

“··· 혹시 그들은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가요?”


“다행히 어느 모험가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넘겼다고 하더군. 물론, 부상자들은 사제님들의 도움으로 치료하였다지만 그 경비병을 자칭한 이들은 꼬리를 밟고 있다네.”

“··· ···”


대화의 주제가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었기에 쿠루소와 유저들은 주변을 돌아보는 행동과 동시에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미 목 언저리에 기사들의 번쩍이는 검 날들이 들이 밀어진 상태였기에 검의 손잡이를 잡아보기도 전에 동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마법사의 음성에 부드러움은 사라져 있었다.


“하던 이야기는 더 들어봐야지 되지 않겠나? 그러니 불필요한 행동은 말았으면 한다네.”

그 순간 쿠루소의 머릿속으로 지나왔던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 모험가들이군. 소문은 들었다네.”

붉은 탑이라 불린 성채에서 자신들은 반갑게 맞아주던 NPC 병사들. 그들 또한 이곳에서 발이 묶여 버린 듯하였다.


“자네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과거의 생존자가 귀환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네. 하지만 이곳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니.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이러면 어떻겠나?”


병사들이 처한 지금의 고립된 상황을 페임론의 군주인 백작에게 전해준다면 보상과 함께 쿠루소들이 원하는 그 물건을 받게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


“자네들은 신탁 때문에 죽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하더군. 그렇다면 이곳 붉은 탑으로 온 것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이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거야. 그곳에선 아무도 믿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우여곡절 끝에 마굴에서 기어 올라오던 길에 백여 명의 인원이 변해버리면서 그룹에서 이탈했다. 남겨진 53명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지만 퀘스트 창이 생성된 건 그녀 이후 처음이었기에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 페임론의 군주에게 전서구를 전달하라!

▷ 보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험가들에게 희망의 단서가 전해질 것이다.


붉은 탑에서 병사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일으키며 시선을 끄는 사이 30명을 그곳에 남겨두고 밖으로 향하는 통로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13명만이 어둠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통역아이템을 갖추었던 유저를 포함한 10명을 잃어버렸다.-


기사들에 의해 13명의 유저들은 무구들이 수거된 상태에서 범선의 선실로 안내됐다. 입구를 지키는 기사만 없었다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풍경으로 보일 정도였다. 더불어 배고픔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풍성한 음식까지 제공되었으니.


“패큐니아.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이혁은 데바트라로 왔다는 유저가 그녀뿐이란 사실을 알았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저들의 존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착장에 범선을 고정한 채 이혁을 포함한 일부의 인원만이 주변을 돌아보던 중이었고 그 옆자리를 유라가 따르고 있었다. 조금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그녀.


“저도 자세한 사정은 돌아가서 알아봐야겠지만 모험가 길드에서 사람들을 임의로 투입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더군다나 현재는 들어오는 길도 막혀있는 상태잖아요.”


데바트라의 길목에 위치한 관문 도시 탄티움을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에 잠겨있던 이혁의 귓가로 하니발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군. 빈민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던 이혁은 무너진 폐허 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눈동자들에서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의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저녁 무렵이었지만 광장에서 발생한 사건의 여파는 그 소문이 솜사탕과 같이 부풀려진 채, 페임론의 동쪽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간 상태란 것을 알려주는 현상일지도 몰랐다.


작게는 빈민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민들. 묵혀진 원한들이 한순간 폭발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뿜어져 나오는 도시의 열기에 늦은 가을의 싸늘한 공기를 데워주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아직도 잠시타는 중이기에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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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093. 마녀의 아이. 20.10.14 138 2 12쪽
93 092. 각자의 시선 (하). 20.10.13 201 4 13쪽
92 091. 각자의 시선. 20.10.12 155 3 13쪽
91 090. 각자의 시선. 20.10.11 160 3 12쪽
90 089. 모험가들의 행진 20.10.10 140 3 13쪽
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1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5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8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3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6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6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3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8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0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6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8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0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7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3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5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2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4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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