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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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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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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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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030. 의도된 고립

DUMMY

☆ ☆ ☆


신전의 지하와 마족이 봉인되어있던 장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원형 홀의 반대편 출구는 맨탈리온이 막아두기로 하였기에 다소 놀란 표정으로 대기하던 하킴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지하에서 소음이 들려온다고 해서 확인하고 있었더니, 이런 방법으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어서 다른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주군이 지하 통로를 내려가시면서 소란을 피워주셔서 철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신전주변으로 몬스터들이 몰려들어서···”


실수에 의한 사고들이 작전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정정해줄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몰려드는 몬스터의 수효가 너무 많았기에 입구는 막아둔 상태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지만 하킴의 다음 말에 이들에게서 걱정이나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너무 일찍 잡아버리면 가죽이 상할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지하이지만 우물이 위치한 공간자체가 넓은 편이었기 때문에 이백이 넘어가는 생존자들이 그곳에서 갈증을 달래는 동안 남작과 이야기를 나누던 하니발이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남작일행들은 당분간이지만 기존 인원들과는 떨어진 장소에 머무르도록 조치할까 합니다.”


안면이 없는 여인들과 섞어놓아서 필요 없는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슨의 목소리가 지하의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무구들은 회수하기 전에 나누어드리는 헝겊으로 닦아주셔야 합니다.”


크게 사용하지 않았던 무구들이지만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을 뿐 수거하는 작업에 따라주고 있는 모습들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존재감 없이 한쪽 편에서 마족을 곁눈질 하던 슈란을 볼 수 있었다.


이혁은 그때서야 이곳의 애매한 인간관계를 대략적이나마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천명이 넘어가는 여인들에게 해야 될 말들을 고민하는 사이, 하킴과 같은 기사들에 의해 신전내의 공간들이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남작의 병사들은 모르지만 용병들의 경우는 직업의 특성상 굶주린 상태에서 여자들을 접하고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다분하였지만 정작 그런 의견들을 피력하는 이들도 혈기왕성한 남자들이란 이유로 딜레마에 빠져버린, 기사들의 토론현장을 지나치던 가브의 말에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지난번 약속도 있었으니, 회색엘프족들을 놀릴 필요성은 없잖아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처음 하니발의 말마따나 서로간에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 구역을 나누었고 여인들이 있는 내부의 통로를 엘프들이 생활하며 경계를 서게 되었다.


그때서야 남작의 무리들도 지하에서 올라와 햇볕의 줄기들이 스며드는 넓은 내실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우물이 있던 장소에서 더러워진 때들을 씻어 버릴 수 있었기에 빨아서 젖은 바지들을 대충이나마 입고는 편안한 표정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를 선점하고 잠을 청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남작님, 저희는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백인 장을 담당하던 병사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타푼은 주변에 있던 용병단장 토마일을 불렀다.


“토마일, 용병들의 상태는 좀 어떤가?”


“상급의 포션이라 그런지 굶어서 줄어든 근육 이외에는. 더군다나 마도사님이 팔다리가 부러진 녀석들도 멀쩡하게 만들어 주셔서 불구로 귀환하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보다 한 장소에서 삼십이 넘어가는 소드마스터를 보았다는 소리를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백인장의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타푼남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튼 모두들 행동거지에 조심하라고 이르도록 하게, 입들을 잘못 놀렸다가는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야.”


-토벌대 생존자: 215명(타푼 남작의 병사 147명+불락 용병대 68명)-


온전한 음식들과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지만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란, 뿔오크들에게 잡혀있을 때에 비하면 그 비교를 달리하는 전혀 다른 위압감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이혁은 여인들이 몰려있는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몇몇의 엘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슈란이 이혁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일어나 아는 체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찾는 듯이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다가, 다소 기죽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인간 여인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모두들 모아놓았어요.”


통로에는 저마다 석궁을 둘러메고 간단한 무구들을 착용한, 동일한 회색 머리결의 엘프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내부의 넓은 공간 속에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거의 회복된 상태의 여인들이, 긴장과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들어서는 이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이혁을 그들의 눈빛을 감당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지 현기증이 몰려오는 것 같았기에 이 자리를 빠르게 벗어날 요량으로 지하에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확인했을 때에는 토벌군으로 잡혀있던 병사와 용병 이외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사실들을 알고 있었을 뿐 이니라, 각오한 모양이었던지 담담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었기에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곳의 상황이 마무리되는 데로, 갈 곳이 있다면 보내어 주겠지만 의탁할 곳이 없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도록 해라.”


자신이 아니더라도 기사들의 분위기를 봐서는 살아갈 방도가 생길 때 까지는 챙겨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민에 잠겨있는 이들을 남겨두고는 이혁은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달아나야만 했다.


이제는 익숙해 질 법도 했지만 떨려오는 손등을 진정시키며 작은 내실로 들어서려니 타오르는 장작을 사이에 두고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돌려 이혁을 반기고 있었다.


못다한 보고와 앞으로의 일 때문이라고 하지만 난감한 마음으로 그곳으로 다가가자, 이혁의 앉을 자리를 가리키고 있는 마족을 내려다 보며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마침 한슨이 주전자를 가져와 장작 위에 만들어둔 고리에 손잡이를 걸어두면서 이혁의 곁에 붙어있는 여인에게 눈길을 주며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물음을 던졌다.


“주군! 이분은 누구 십니까?”


하킴을 비롯한 모두가 궁금하였던지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르파스라고 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도록 하자.”


그러면서 내미는 그녀의 손을 모두들 얼떨결에 잡더니 바라지 않았던 악수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족이란 존재는 그냥 넘어가는 듯 하였기에 어이없던 마음을 삼키던 이혁에 비하여, 조금 당황할 법도 하지만 크게 상관없다는 표정의 하킴의 보고가 이어졌다.


“입구는 막아 놓았지만 식량의 여유가 있으니 상황을 보고 행동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인들과 엘프들의 인원이 1’142명에 방금 전 합류한 215명을 포함해도 먹고 자는 것에는 한동안 문제가 없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그 동안의 인원을 기사들과 함께 정리해 보았다.


-여인 1’037명, 회색엘프 105명, 남작의 토벌군 215명, 총 1357명-


-기사 136명, 일반 병사 200명, 엘프 궁수 1명, 마법사 1명, 총 338명(이혁 제외)-


-주둔지 잔류인원: 기사 114명, 일반 병사 620명, 대장장이 257명, 총 987명(나타샤 제외 숫자)-


그리고 모두의 분위기로 봐서는 엘프 1명은 이미 전력에 포함된 상태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만큼 적극적이기도 했고 자칭 궁병단을 만들어서는 여인들을 가르치고 기사들과도 친숙하게 지내면서 돌아갈 생각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칭, 실프 궁병단 361명(지원자 증가추세)-


지금도 혹시나 모른다면서 남작일행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주변에서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며 한슨의 칭찬이 이혁의 귀를 아프게 하였다. 그렇게 낯선 이를 경계하는 엘프의 습성은 누군가에 의해 열정이란 단어로 포장되어 버렸다.


당분간이지만 이곳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하니발에게 남작일행에 대한 관리를 일임하고는 개인적으로도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마지막 말을 끝으로 자리를 물릴 수 있었다.


“우선은 개인정비에 힘쓰도록 하고 차후에 다시 자리를 가지겠다.”


거만한 말투가 이젠 입에 굳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군의 뜻대로!”


모여있던 기사들의 선창에 작은 내실이 울리는 것 같았고 보이지 않는 시선들 또한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아 몰려오는 민망함에 얼굴을 굳히며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까지 잘 견뎌주는 자신의 모습에 격려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마족 여인은, 마법사가 다가와 고대문자에 관한 조사를 하고 싶다며 하르파스의 도움을 부탁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뿌리칠 수 있었다.


혼자가 된 이혁은 불현듯 한쪽 편에 두었던 소드를 꺼내 들어 천 조각으로 더러워진 검의 면을 닦아내었다. 기사들이 손질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하얀 가루를 뿌려서 광택을 내는 듯 하였지만, 한번 닦아내고 보니 그럴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세어 들어오는 햇살에 반사되어, 눈을 감아야 할 정도였다.


그 동안 관심이 없었지만 지하에서 있었던 몬스터로 변해버린 오크들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검 면에 발하던 백색의 오러를 경험하고는 이후로는 반응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성검 제라늄’이란 이름답게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힘을 발한다는 확신을 가지며, 혹시나 이빨이 나간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손잡이 부근에 새겨진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문양들이 부담스러워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검이었지만, 나머지 또 다른 미스릴로 만들어진 소드를 찬밥으로 만들어버리기엔 충분하였다.


은빛을 발하는 미스릴이란 금속은 강철보다도 몇 배의 강함을 자랑하였고 그만큼 가볍기도 했기에 방어구의 내부를 구성하는 재료와 검과 같은 무기류의 주 성분을 이루었다.


화살촉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 보유분이 많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모든 가치는 희소성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처럼, 황금도 길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로 많다면 돌멩이에 지나지 않듯이 이들도 그저 강한 금속의 하나로 받아들였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혁이 ‘미스릴’이란 금속자체를 구분할 안목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떨지 변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한 검의 힘만을 의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관심에서 접어두었던 검을 챙겨 들고 휘두를 만한 장소를 찾아 신전의 내부를 돌아보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혁이 있는 곳은, 기사들이나 엠마들에 의해 놓여진 가구들과 장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기에 가운데 놓여진 모닥불 자리만 아니라면 편안한 거실의 분위기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 검술을 한다고 설치는 용기 따위가 자신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크고 작은 내실들이 여러 곳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자체적으로 훈련을 겸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둔 모양이었다.그곳에서 몇몇의 회색엘프들이 기사들에게 검술지도와 대련을 받고 있었고 그 한편에서는 석궁의 조작법을 연습하거나 손질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여인들에게 과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도와주던 가브가 이혁을 보고는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론님이 회색엘프족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자신의 문의사항이 알지 못하는 결론이 되어버린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이어지는 말귀에 물음표를 달수밖에 없었다.


“저희 부족의 경우는 장로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해서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요. 워낙 고지식한 분들이 많아서 말이지요.”


왜 전혀 모르는 부족까지 자신이 챙겨야 되는지에 대해 알수가 없었던 이혁은 가브의 이야기를 끊으려고 했지만 검술을 지도하던 한슨이 엘프의 대화내용을 듣고는 그것에 동조하기 시작한 순간, 방향성을 틀기에는 너무도 늦었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주군의 결정으로 하킴경이 신원파악 등으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지만 저녁 무렵까지는 보고드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엘프들도 어느 정도의 기본기는 되는 것 같으니 석궁을 겸하면 전력에 많이 도움이···”


한슨의 이야기를 들어볼수록 자신이 모든 이들을 거둬들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천 여명이 넘어가는 여인들이 이혁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떠나, 그 자리에 없었던 기사들이 이미 그 결정에 따라 당장이라도 주변일대에 살아남은 산악부족들의 수색을 위한 인원배정을 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신전 앞을 메우고 있는 몬스터란 존재는 모두의 기억 속에 잊혀는 것 같았다.


☆ ☆ ☆


“개인적인 관심에 이번 미팅에 함께하게 된 ’안젤라’라고 해요. 유라씨 되시지요.”


반갑게 손을 내미는 한국계이지만 이국적인 미모가 느껴지는 그녀에게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유라였다. 가볍게 악수를 하면서도 옆자리를 차지한 강PD를 노려보았더니, 방송국의 관계자답게 눈치가 빨랐다.


“오해하지 말라고, 스폰서대행으로 참석한 거니 말이야. 어디까지나 이번 컨셉의 메인은 ‘마유라’란 건 변화가 없으니깐.”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는 하지 마세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 어디 가고 저희만 있는 거에요?”


유라의 넘어가는 말에 미소를 지어 보이던 안젤라가 서류를 꺼내어 자신의 앞에 전해주고는 입을 열었다.


“유라씨에게 이야기 드릴 것이 있어서 시간보다는 일찍 나오시라고 제가 강PD님께 부탁 드렸어요.”


-Security Memorandum (보안 각서)-


서류를 살펴보던 유라는 눈살이 찡그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모두 영문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번역본을 준비를 못했지만 간단한 내용이니 설명만 들으셔도 될 거에요. 물론 비공식적인 각서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답니다. 기껏해야 게임접속을 제한 받는 것 뿐이니 말이에요.”


그리고는 손목에 차고 있는 휴대용 단말기의 녹음기능을 실행시키는 걸 보여주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2가지 사항만 지켜주시면 된답니다. 하나는 지금부터 들어가게 될 미공개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촬영하신 모든 자료들은 지금 계약을 맺으신 KOM이외에는 방송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게임 내에서 NPC라는 용어나 그들을 인공지능 프로세스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같은 인간으로 대하여 달라는 것이지요. 물론 앞선 내용은 공개지역으로 변경되면 모두 무효가 될 거고 두 번째는 저희의 권고사항이라고 보시면 된답니다.”


유라는 안젤라의 말을 듣고는 할말이 없어졌다. 단지 저 내용을 지켜달라고 각서를 써달라는 게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번역본 자체가 필요 없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어떠세요 내용에 동의하시겠어요?”


‘글로벌 밀레니엄 사’의 신작게임‘드림 컨트넌트’가 정식 오픈 된지도 30일이 되어가는 시점이었고 실제 베타서비스 기간이 4달 전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가상게임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이슈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서버 전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NPC들 때문이다.


어느덧 몇 명의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신입PD가 가져다 주는 차를 서로의 옆자리로 옮겨주고 있었고 상냥하게 꾸며진 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훈PD님, 커피 잘 마실게요.”


“쏘는 건 내가 하는 건데 인사를 그쪽에다 하면 어쩌라는 거야. 너는 그렇게 서서 웃지 말고 회의내용 중에 쓸만한 멘트 있으면 받아 적고.”


“강PD님, 신입이라고 너무 구박하신다.”


그렇게 서로간에 잡담 섞인 이야기를 주고받기를 얼마 있지 않아 자료를 나누어주던 청년이 유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유저 개인이 활성화가 가능한 녹화기능은 아시겠지요. 편집은 저희가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픈 된 지역이 중부대륙을 중심으로 각 왕국의 수도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며 저희가 유라씨와 마지막으로 동행할 장소가 중서부에 위치한 ‘아틀란 왕국’소속의 ‘바스콘’이란 도시입니다.”


“그럼 거기까지만 서PD님과 함께하는 건가요?”


“이제 PD도 아니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리고 안젤라씨께 미리 들으셨겠지만 GM(글로벌 밀레니엄 사)에서 공식적으로 허가가 떨어진 것도 아니라, 거기부터는 그쪽 관계자들이 담당하기로 했으니 유라씨는 강제로 로그아웃만 당하지 않으시면 되요. 그 순간 이번 편은 끝나는 것과 같으니까요.”


기존과 같이 한번 생성된 캐릭터가 죽어버리는 순간, 게이트가 활성화 된 최초 접속한 왕국에서 초기화된 상태로 유저의 몸이 생성된다. 더군다나 현실의 지구를 기준으로 할당된 왕국들이 정해져 있었기에 장거리 여행시 숙박은 필수였고, 장시간 접속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게임 내에서 NPC들에 의해 병자로 취급 받아 신전이나 땅속에 묻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렇다 보니 오랜만에 접속했던 베타유저가 눈을 뜨는 순간 흙더미를 먹으며 질식사로 로그아웃을 당하거나 이미 죽어버려 캐릭터가 소멸한 경우가 많았다. 최초 1만 명의 베타 유저들의 능력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발표자체도 그런 사유로 인해. 이미 반수 이상이 초기화 된 상태였기에 결정이 가능했던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우선은 이동하는 동안 레벨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지요.”


첫 미팅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도착한 유라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계획에도 없던 일인 방송으로 진행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기에, 물론 게임 사에서 보내주기로 한 유저들이 동행하기로 했다지만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자 전해 들었던 것과 같이, 한 쪽 켠에 새로운 접속용 캡슐이 도착해 있었다. 생리작용을 대비한 우주복과 같은 구조로 베타유저로는 최장 85일까지 로그아웃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영양공급기가 있다지만 인간이 할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게임 내에서 서강훈과 만나기로 한 장소를 떠올리며 샤워를 하고 나서는 여유롭게 설명서를 읽어보았다.


마도 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 세계관을 형성하여, 마도왕국의 멸망 후 일천 년이 넘어가는 대륙력 1146년 가이아의 신탁이란 이름으로 모험가들이 소환된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


주의사항도 있었지만 약속한 시간이 되었기에 벌거벗은 몸으로 캡슐 내부로 들어가 표현하기가 부끄러운 부위가 연결되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흐~음”


작은 신음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지만 이전의 게임에서도 경험이 있었기에 연결이 이루어지길 기다렸고 얼마 있지 않아, 편안히 잠든 표정 그대로 가상현실의 세계 ’드림 컨트넌트’에 접속이 이루어 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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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 소모라의 마도린 20.11.14 118 1 13쪽
124 123. 소모라의 마도린 20.11.13 124 0 12쪽
123 122.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2 123 0 12쪽
122 121.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1 100 0 11쪽
121 120.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10 138 0 14쪽
120 119. 기억(황녀의 마지막 피난처) 20.11.09 101 0 14쪽
119 118. 기억 20.11.08 107 0 14쪽
118 117 기억 20.11.07 88 0 12쪽
117 116 기억 20.11.06 115 0 11쪽
116 115. 기억 20.11.05 101 0 13쪽
115 114. 기억 20.11.04 105 0 11쪽
114 113. 소모라의 전투 20.11.03 93 0 12쪽
113 112. 소모라의 전투 20.11.02 106 0 12쪽
112 111. 소모라 20.11.01 177 0 11쪽
111 110. 소모라 20.10.31 163 0 11쪽
110 109. 소모라 20.10.30 128 0 13쪽
109 108. 소모라 20.10.29 1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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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소모라 20.10.27 17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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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4. 소모라 20.10.25 116 2 11쪽
104 103. 갈림길 20.10.24 129 1 12쪽
103 102. 데빌던전. 20.10.23 11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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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 데빌던전. 20.10.21 126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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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098. 단서 +1 20.10.19 150 4 14쪽
98 097. 원정D-3 20.10.18 1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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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088. 모험가들의 행진 20.10.09 176 2 11쪽
88 087. 모험가들의 행진 19.02.07 347 2 13쪽
87 086. 원정의 준비. 19.01.31 318 2 12쪽
86 085. 폭동. 18.01.11 642 3 12쪽
85 등장인물 소개(휴제이후 워밍업타임) +1 17.12.10 770 1 11쪽
84 084. 폭동 +1 17.07.08 1,151 5 16쪽
83 083. 폭동 17.07.01 704 7 11쪽
82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5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8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8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3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6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6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3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8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0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7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79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6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8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0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7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7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3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5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2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4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8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2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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