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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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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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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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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 이사하던 날(하)

DUMMY

정형적인 초인종의 울림을 따라 간편한 옷차림과 맨발만으로 현관으로 향하던 유라는 1층으로 내려서는 계단의 시작점에서 동작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새벽녘의 짧은 이사와 더불어 적응할 겨를도 없이 게임 속으로 접속했었기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방이 유리 벽면으로 감싸여 있는 건물의 중심부. 뚫어진 그 천장의 높이와 엇비슷한 모과나무 한 그루가 열려진 지붕의 햇살을 가려주고 있었기에 대기 중에 피어 오르던 이름 모를 꽃가루들을 반짝여 주어 그림 같은 광경을 연출하는 50평 남짓한 정원의 모습.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유리 벽면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손을 뻗어보았지만 2층을 돌아가며 만들어진 난간들이 그것을 방해하였기에 빠른 단념을 하면서도 장막이 걷어진 아래로 눈길이 돌아갔다.

층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층의 넓은 거실을 한눈에 담아보던 유라는 발끝에 전해지는 나무의 재질을 느끼며 또다시 들려오는 초인종의 짧은 음률의 재촉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겨간다.

~띵~ 동 ♬~

‘가고 있단다.’

스피커와 투영되는 사람의 형상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다른 카메라를 통해서 주변에 다른 인형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작게 열려진 문을 통해 그 동장이란 자와 마주하였다.

그때서야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보는 그 노신사가 백인으로 통칭되는 외국인이란 걸 인식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쪽 말이 워낙 에 유창하다 보니 처음에는 다들 새댁 같은 반응들이라. 흠 흠···”

자기 자랑이 쑥스럽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던 노인이 잊어버렸던 용건을 이어갔다.


“그보다. 바깥양반은 어디 갔는가? 전달할 것도 있고···.”

상채만을 내밀어 밖을 내다보던 유라의 모습을 지나 집안 내부를 엿보던 노인의 입가로 순간이지만 음흉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였다. 성욕에는 나이가 무의미하단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유라의 입이 벌어졌다.


“이삿짐 정리가 늦어져서 좀 전에 잠이 들었거든요. 저한테 전해주시면 이야기해 놓을게요.”

노년층에게는 가상게임이란 것 자체가 생소하였을 뿐 하니라 인식자체도 좋지 않다는 것이 보편적이었기에 자신의 맨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할 거란 생각도 한몫작용하였다. 그렇게 있지도 않은 동거인을 만들어 버린 유라.

노인은 의미전달이 와전되어 뭔가 다른 뜻으로 오해를 한 모양인지 유라의 말에 잠시지만 아쉽다는 듯이 고민스런 주름을 만들어 보이더니 체념이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입을 때었다.


“동장이라고 해봐야 할만한 이들이 없다 보니 그나마 말 잘하는 외국인에게 직함만 달아놓은 것에 불가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네.”


전망대가 있던 자리를 철거하고 별장과 같은 주택단지를 조성한 곳이라 10채 남짓한 집들이 전부. 휴양림의 느낌이 묻어나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지만 그만큼 외떨어져 있기에 위험하다는 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행사일정들이 적혀있는 복사용지를 내밀었다.


“적적한 사람들끼리 운동이나 하자는 핑계로 모이고는 있지만 없는 시간 쪼개어서 나올 필요는 없다네. 그리고 말이야···”

불현듯 옆으로 시선을 돌리던 노인이 말귀를 이어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온지 3년이 넘어가는 나도 저곳에서 사람이 나오는 걸 본적이 없다네. 더군다나 피서객 중에 실종자들도 더러 나오는 것 같던데···아무튼, 미연에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나.”

“요즘 같은 세상에 별일이야 있겠어요.”

“새댁은 아직 모르겠지만 당장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믿지 못할 일들이야 이 시각에도 일어나는 것이 세상사라네. 따지고 보면 십 년 가까이 방치된 집이 이제야 주인을 찾았다는 것도 그 범주에 속하는 것이 되겠지만 말이야.”


이장이란 직함 이외에는 서로간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돌아서는 노인이었다.


☆ ☆ ☆


“아론님 굳이 옮기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지금까지 배려해 주신 것도 과분할 정도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더 이상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시종인들 만이라도.”


결심을 굳힌 이혁이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화의 주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지난번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제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모두가 여왕폐하의 뜻이지요.”


다른 이들을 비교하더라도 처음부터 저자세의 백작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에선 그것이 타고난 인격이란 착각에 빠진 이혁이었다.


백작에게 유저의 참여를 건의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여왕의 칙령이 떨어졌다. 통신구를 통하여 전해진 내용들은 행정관의 손을 통해 간결하고도 정확하게 작성되었다.


▷신성 데바트라왕국 여왕의 칙령_ 218호.

하나. 카마쟌 아론을 데빌 원정 지원군의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하나. 임시직이 되겠지만 데빌 던전 내에선 원정군 총사령관의 권한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나. 조건(모험가 길드에서 선정된 자로 이동에 필요한 말과 식량을 구비)이 충족되는 모험가들의 참여를 허용한다.

하나. 원정군은 출발 3일전까지 모집가능하며 상기 조건에 부합된다면 그 인원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하나. 원정 시 발생되는 모든 부산물은 사령관 개인에게 귀속되며 분배 또한 그 권한에 속한다.

하나. 지휘관의 권한은 데바트라의 여왕폐하의 알현 시 회수여부가 결정된다.◁



그 동안 하니발의 주군이란 타이틀이 유일했던, 베일에 싸여있던 아론이란 인물이 이 사건을 계기로 페임론을 넘어 데바트라의 고위 귀족사회에서 파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이혁은 전달된 내용들이 너무도 파격적이었기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요인들과 결합되어 소심함의 발로이기도 한 이사의 결정은 노예들의 관리와 다리보수란 보다 의미 높은 목표로 포장되어갔다.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제 딸자식을 딸려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하르파스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백작영애였기에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이혁이지만 뒤늦은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펠리아의 시중을 든다는 명목으로 수십의 사용인들이 강변 가에 마련된 저택으로 밀려들어왔기에.


※ ※ ※

나른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이제는 수백의 천막들이 들어찬, 평지였었던 들판을 거닐던 콘란트는 목재를 나르며 다듬는 작업에 열을 올리는 수백의 노예들을 지나치며 그 한편에 자리한 저택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들에 고개를 돌렸다.


아론들이 생활하려는 곳이 원래는 콘란트가 물려받은 저택이지만 애착을 가질 만큼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던지 소파아의 이름으로 매각되고부터 보수와 신축공사가 한창인 와중에도 그에게선 그늘진 표정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집이란 나에게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금에서도 항해를 떠난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으니 집을 허물어 버린다 해도 아쉬움이란 감정을 사치와 동일선상에 놓았을 것이다.


“콜란트 임시선장님!”

상념을 지워버리기라도 하듯이 쾌활한 목소리가 자신을 지칭하고 있었기에 다가오는 빨강머리의 숙녀를 위해 모자를 벗어 멋들어진 동작으로 인사를 건네는 콜란트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에서 그 결실을 확인하기란 어려웠다.


“이렇게 빈둥거리시라고 그 비싼 계약금을 지불한 건 아니랍니다.”

“소피아 단주. 그렇게 섭섭한 말씀을··· 이 콜란트 좀 전까지도 공사현장을 지원하고 오는 길이라오.”

“어련하시겠어요. 그보다 추가로 구입하기로 한 배들은 어떻게 되어가나요?”


조금은 난처한 표정의 콜란트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골드가 넘쳐난다 해도 소형범선 하나 구하기 어렵다오. 오죽했으면 이 콜란트가 상인길드 놈들에게 아부를 떨러야 할 정도이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불만이 아니라 결과를 가져오셔야죠. 내일이면 돌아가는 상단도 꾸려야 하는데···”

“코발숲 근방에 위치한다는 타푼 남작의 영지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 않는구려. 그 촌구석에 볼 것이 뭐가 있다고.”

“말 돌리지 마시고 내일까지 결과를 가져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니! 저분은 아론님이 아니시오?”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요.”

“숙녀께서 이 콜란트와의 만남을 그렇게 원하신다면···”


콜란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당하다는 표정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소피아였다.


“영웅들에겐 여인들이 넘쳐나기 마련인가?”

씁쓸한 미소를 뒤로하고 낮잠을 만끽하려던 발길을 술집들이 들어찬 변화가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일정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아론들이 공사 착수를 서두르고 있었기에 나오 급 범선 한 척으로는 물살을 오가며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고 더구나 상인길드에서 예의 주시하는 장소였기에 소형 선박 하나 재대로 수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정상적인 방법이 안 된다면 뒷구멍이라도 알아봐야지 않겠냐 이 말이지.’


그 순간, 업무용 마차들이 대기중인 마구간으로 향하던 콜란트의 뇌리로 스치는 의문.

‘도시를 다스리는 군주란 자가 이렇게 까지 상인연합에 맥을 추지 못하는 게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

왕권아래 모든 것이 통치되는 시대는 제국 이외에는 지나간 과거의 유산과도 같은 개념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지역패권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근접하는. 한 도시의 군주는 왕과 같은 권력을 발휘하는 시기였기에 그 권력의 범주는 이전 보다 높아 진 것이 현실.


외부인들과도 같은 서남부 상인연맹이 차지하고 있는 상인길드. 그들을 방치하는 백작의 모습은 기나긴 여행에서 돌아온 콜란트의 시선에선 이해할 수 없는 먹이사슬의 구조였다.

처음 선착장의 흙을 밟으며 귀향이란 막연한 향수에 젖기도 전, 무기 없이 그저 방망이만 휴대하고 있었던 경비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일어나지 않는 전쟁을 대비하는 어리석은 행동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생활을 위축시킨다. 그 반면 평화를 말하며 풍족하게 배를 불리던 이들은 결국엔 침략자의 성 노예로 전략하는 것이 보편적인 관념이자 현실이란 것을 여행을 통해 경험했던 콜란트였기에 도시의 군주, 백작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뭐, 이곳이야 또다시 미련 없이 떠나버리면 그만이지.”


고민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대기하던 마차에 올라서며 목적지를 말하였다.

“하산. 은퇴한 음유시인의 주점으로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남작 각하.”

장난스런 용병하산의 말과 함께 이륜마차의 출발을 알렸다.

‘귀족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병들이라···’

아론들을 따르는 용병들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무리들이다.


※ ※ ※


“주군께서 백작의 저택에서 나오기로 한 결정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했습니다.”

마치, 정답을 알아맞힌 제자를 바라보는 눈빛을 발하던 맨탈리온이 이혁이 궁금해하던 대답을 이어갔다.


“얼마 전부터 동쪽에서 붉어지기 시작한 폭동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요.”

이혁도 그 사건의 배경은 알고 있었고 그 원인을 만들어낸 이들 또한 길드연합으로 숨어드는 것을 맨탈리온의 추적마법으로 확인했을 정도였으니 경비대의 보고를 받은 백작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백작이 상인길드에게 칼을 빼 들지 않는 저의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번 진압부분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봐야 될 겁니다.”

“맨탈이온님. 백작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앞으로의 저희 행보에도 이로웠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잠자코 이야기를 경청하던 하니발이 의문을 제기하자 이혁 또한 그 물음에 편승하여 이어지는 마법사의 대답을 주시하였다.


“하니발경. 이번 원정에서 백작이 취하게 될 이익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데빌 던전이란 곳이 철광석의 보고라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왕국의 지배자에게 돌아갈 그림 속 파이이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니발경의 본대 선봉 역할과 주군이 지원군의 형식으로 참여하는 부분은 모두가 여왕과 대면했을 당시 협상의 근거가 되겠지만 백작의 권한에 관한 문제와 얽혀 들게 된다면 차후라도 어떤 형태로든 빌미를 달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네.”


“백작이야 여왕 측 사람이 아닌가요? 결국, 맨탈리온님은 지금의 백작을 불신한다는 소리입니까?”

“부정은 하지 않겠네.”

하니발의 결론에 이의를 재기할 생각도 없다는 듯이 수긍하는 표정으로 몇 가지의 예를 들어갔다.


-아무리 정치적인 상황으로 여왕의 입지가 공격받고 있다 하지만 절대 왕정국가인 이 세계에서 더군다나 한 지역의 지배자인 이곳 페임론의 백작이란 자가 타국의 상인들이 장악한 길드의 존재를 어찌하지 못하고 방치해야만 하는 이유.-

-병사가 존재하지 않는 영지가 가능했던 사유.-

-자신들이 전해준 정보에도 불구하고 공방전 당시 내부의 동조자들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정녕 칼을 뽑아들 시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주군. 이번 폭동을 도착하기로 한 5천의 병력으로 진압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부터 붉어지기 시작한 페임론의 동쪽. 버려진 도시에서 유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성벽을 감시하던 경비대가 철수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물론, 맨탈리온의 추적마법으로 최초 원인을 제공했던 경비복장의 인물들 중 몇몇이 서남부 상인연맹의 인물들과 접촉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경비대의 보고가 있었던 이후로 백작에게서 떨어진 명령은 이전의 것과 다르지 않았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아론들도 지금의 사건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었기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혁이 생각해도 석연치 않았던 결정이었고 백작의 저택에서 나와야만 될 사유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주군께서도 아시듯이 추정이란 건, 고정관념을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놈이랍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비 없이 뜻밖의 상황을 겪게 된다면 이곳 속담처럼 마족에게 놀아나는 한심한 꼴이 되겠지요.”


테라스의 커튼자락이 하늘거리는 가운데. 그 너머에서 강변의 풍경을 내려다보던 붉은 눈동자가 옹기종기 모여있던 사내들의 무리로 고개를 돌려 마법사를 노려보기를 잠시, 사소한 일이라도 된다는 듯이 쌓여있던 쿠키에 손을 가져갔다.

자신이 챙겨왔던 쿠키 조각들이 지금의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알지 못하던 맨탈리온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론 여왕의 후원자를 자처한다지만 개인의 사정과 속내는 다른 법일 수도 있겠지요. 몇 일전, 백작의 보좌관이기도 한 달로스군이 저에게 자문을 구하더군요.”


-서남부 상인연맹의 창고에서 빠져나가는 곡식들이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장소 또한 어느 정도는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알수가 없다면서 저에게 조언을 구하더군요. 그 당시에는 답안을 내어줄 수가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날 이후부터 달로스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베란다의 방관자를 제외하고는 소파에 앉아있던 3명의 인형들이 침묵에 빠졌지만 이어지는 마법사의 목소리에 그 적막감이 깨어졌다.


“사용인들의 말로는 백작의 명령으로 얼마 동안 출장 중이라지만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상인들이 자신의 창고에 걸어둔 보호약정과 빼돌려진 곡식. 백작의 결정에 의해 진행 될 폭동의 진압. 자칫 발을 잘못 들이다가는 어떤 일에 말려들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 ※ ※


이번 토벌. 원정군 총사령관이기도 한 바록 자작은 백작의 집무실에서 시종인이 가져다 준 찻잔으로 입안을 축이고 있었다.

“앞으로 자네가 고생이 많겠군.”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그보다 내일이면 나머지 병력들도 도착할 예정입니다.”


“수고스럽겠지만 훈련이라 생각하고 앞서 이야기했던 정리도 부탁함세.”

“모두가 여왕폐하를 위한 길. 쓰레기더미를 쓸어버리는 것이야 하루면 족하지요. 이 참에 남부의 상인연맹 놈들도 처리하시는 것이···”


“자네도 알다시피 남부 왕국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걸세. 이번 원정 이후를 생각하자고.”

“뭐, 그 놈들이야 급한 것은 아니지요. 그보다 붉은 탑에서의 연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 보안문제도 있으니 당분간 보고는 자제하라고 지시했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긴장했던 표정을 풀어내는 바록이었다.


“통신마법도 의미 없는 곳이라 녀석들에는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 달로스군은 보이지 않는군요.”

항상 백작의 곁을 따르던 보좌관의 부제가 궁금했던 바록.

“자코란의 상황도 알아봐야 해서 그쪽으로 보내었네. 자네가 출발하고 난 이후에나 돌아올 예정이니 보기는 어렵겠군.”


“문서작업이란 것이 언제나 고역이라···이번 길에 동행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백작님께 부탁을 드려볼 참이었는데 아쉽군요.”

병영이란 관계로 행정관의 숫자가 전무하였기에 똑똑해 보이던 달로스란 청년이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던 바록이었고 곤란스럽다는 그의 표정에 웃음을 짖던 백작이 입을 열었다.


“늦지만 않는다면 출발 이후라도 그쪽으로 보내주도록 하겠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뭐, 나중에라도 섭섭하지 않도록 부족한 것이 있다면 스스럼 없이 말해주게나.”

“백작 각하께서 이렇게 마지막같이 퍼주시다간 남아날것이 없을 겁니다. 하 하 하”


기분 좋은 바록 자작의 웃음에 백작도 따라서 미소 지었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게 말문을 열었다.

“가는 길··· 외롭지는 않도록 하겠네.”


작가의말

잠수로 인해 이어가는 글이 줄어드는 경향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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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 갈림길 20.10.24 1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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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 데빌던전. 20.10.21 127 4 15쪽
100 099. 출발 +1 20.10.20 135 6 12쪽
99 098. 단서 +1 20.10.19 151 4 14쪽
98 097. 원정D-3 20.10.18 142 3 12쪽
97 096. 마녀의 아이. (또다른 세상) 20.10.17 121 2 13쪽
96 095. 마녀의 아이. (사고들) 20.10.16 1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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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2. 이사하던 날(하) 17.06.24 756 9 18쪽
81 081. 이사하던 날(상) 17.06.17 931 8 14쪽
80 080. 실타래. +1 17.06.10 813 9 19쪽
79 079. 실타래. 17.06.03 815 10 14쪽
78 078. 13명의 이방인 +1 17.05.27 978 10 17쪽
77 077. 13명의 이방인 +1 17.05.20 909 8 13쪽
76 076.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13 939 8 20쪽
75 075. 페임론의 동쪽도시 17.05.06 955 10 12쪽
74 074.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5.05 883 10 13쪽
73 073.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 17.04.29 992 5 20쪽
72 072.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8 1,056 8 13쪽
71 071. 늪지대 유적 (마법사의 짧은 회상) 17.04.22 1,170 13 24쪽
70 070. 고민들 (꿈) +2 17.04.21 1,207 13 14쪽
69 069. 고민들 (너를 지켜주마) 17.04.15 1,344 16 17쪽
68 068. 고민들 (소울스톤) +2 17.04.14 1,268 15 19쪽
67 067. 모험가 (계약들) +3 17.04.08 1,442 16 17쪽
66 066. 모험가 (비밀과 공유) 17.04.07 1,155 13 17쪽
65 065. 모험가 (투기. 대화) 17.04.01 1,117 13 15쪽
64 064. 모험가 (드라마) 17.03.31 1,272 14 19쪽
63 063. 백작의 환영무도회 (하. 모험가) 17.03.25 1,159 12 15쪽
62 062. 백작의 환영무도회 (중. 발표) 17.03.24 1,242 14 15쪽
61 061. 백작의 환영무도회 (상) +2 17.03.18 1,281 14 18쪽
60 060. 페임론 (나타샤) +2 17.03.17 1,355 11 18쪽
59 059. 페임론 (여왕의 군대) 17.03.11 1,319 12 16쪽
58 058. 페임론 (정보길드의 자료) 17.03.10 1,298 12 23쪽
57 057. 페임론 (외출) 17.03.04 1,292 13 20쪽
56 056. 백작의 저택 17.03.03 1,263 16 13쪽
55 055. 백작의 저택 +2 17.02.25 1,280 13 18쪽
54 054. 백작의 저택 +2 17.02.24 1,376 15 16쪽
53 053. 치료막사 (세실리아) 17.02.18 1,388 11 19쪽
52 052. 페임론 공방전 17.02.17 1,290 15 16쪽
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472 17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442 15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501 12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392 17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478 17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458 16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514 19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748 19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3 17.01.13 1,712 17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706 19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675 20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532 19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635 15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2,002 16 18쪽
37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929 24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2,143 28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886 24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764 23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855 21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2,032 28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2,082 20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2,022 22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2,063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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