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전장에 핀 꽃 7화 지원군의 본진 합류(12장 인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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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원군의 본진 합류
프델로드 장군은 시선을 들어 좌중에 앉아 있는 부대 사령관들의 얼굴을 쭉 훑었다. 비록 회의 중간에 허락을 받고 들어온 미드프레드는 안타미젤에게 간단한 인사만 올린 후 곧바로 물러갔지만, 이런 분위기로는 도저히 회의를 속개해 나갈 수 없다. 불쾌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 채 앉아 있는 사령관들은 물론,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는 안타미젤까지 어느누구 하나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프델로드 장군은 짧게 숨을 내뱉고는 단조로운 어투로 말을 꺼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안타미젤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느릿하게 옮겨간다. 그의 짙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프델로드 장군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미드프레드가 나간 입구를 눈으로 가리켰다.
"설마 이대로 본진에 수용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
다시 이어진 그의 음성은 처음의 무감각한 어조와는 달리 딱 부러지는 듯한 명확한 울림을 하고 있었다.
"이미 이곳에 온 부대입니다. "
잠깐의 침묵 끝에 회피성이 짙은 대답이 튀어나왔지만, 조용한 안타미젤의 목소리는 이내 그 말을 잡아채는 듯한 클로드 장군의 격한 목소리에 뒤덮여 버렸다.
"어차피 전하의 허락을 구하고 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그래서, 지금 장군들은 그들을 되돌려 보내라 하는 겁니까. "
인형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되묻는 안타미젤을 바라보던 하우저 장군이 숨을 들이키며 상체를 그 쪽으로 조금 내밀었다.
"그들은 하크스 지원군입니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진정 모르시는 겁니까? 전쟁터에서 병사가 전장을 이탈하는 것은 즉결처분이 가능한 중죄지요. 그것은 군부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자신이 맡은 전장이 하크스라면, 그 부대는 그곳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장을 벗어나선 안됩니다. 그래야 다른 부대들도 자신의 임무에 전념하고 전쟁을 수행해 갈 수 있으니까요. "
그 말을 들은 안타미젤의 반듯한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 듯 했다.
"그렇습니다. 설혹 성을 탈환했다면 모를까. 영주를 도와 적과 맞서야 할 부대가 농성 중의 영지를 벗어나 이렇게 나돌아다닌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입니까? 이는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간과하셔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당장 사령관을 불러들여 일벌백계 하신 후 내치십시오. 그래야 차후 이런 불미스러운···"
"그만하세요. "
고개를 가로저으며 카리에른의 말을 잘라낸 안타미젤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부대 사령관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장군들의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지원군은 아직 하크스 영주의 지휘 아래 있고, 내가 전해 들은 바로는 그들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영주로부터 사전 허락을 구했다고 하더군요. 정당한 허가를 받고 움직인 부대에 대해 여러분들이 가타부타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딱딱하게 굳어있는 장수들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어내며 안타미젤은 묵직한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물려있던 아랫입술이 하얗게 변해갈 즈음 그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렵군요. 뮤켄 장군이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던 여러분이, 왜 지원군 사령관의 도착을 기하여 이렇듯 일제히 불만을 표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한 명의 병사라도 늘어난다면, 그것은 전력 증대라 볼 수 있는 일 아닌가요? "
"전쟁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그저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객관적인 전력이 나아지리라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출신 성분도 일정치 않고 훈련조차 제대로 받은 바 없는 병사들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합니다. "
목소리 자체는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었지만 내던지는 듯한 파르젤 장군의 말투에서는 불쾌한 감정이 뚜렷하게 묻어나 있었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여러 장군들의 발언을 듣고만 있던 하르윈 장군마저도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동조를 표하고 나섰다.
"실질적인 도움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원군의 총 병력은 이천 오륙백 명 가량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 수는 늘어봐야 그다지 큰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군사를 얻고자 본진의 기존 병사들이 느낄 사기 저하를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
"그게 무슨 뜻이지요? 지원군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귀한 승리로 남부 영지의 백성들에게 큰 의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카르테를 공격하여 그곳에 있던 적의 후방 기지를 무력화 시켰습니다. 부족한 병력으로 이만큼의 성과를 보인 부대를 받아들이는 일이 어째서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
안타미젤은 단어 하나 하나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끊어내듯 말했다.
"만일 특정 부대가 본진에 합류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면, 남부 영지 전역에 흩어져 있는 부대 중, 그 조건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자들은 지원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세레즈 전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으로서 현재까지 지원군의 본진 편입에 그 어떠한 문제점도 느끼지 않아요. 만일 이 자리에 있는 장군들이 지원군의 수용을 반대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나는 그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
안타미젤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총사령관의 직권으로, 지원군 사령관과 그 부대 참모장을 본관의 직속 보좌로 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별도의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그 부대 역시 본관의 휘하로 편제 하겠습니다. 차후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거론한다면, 그것은 총사령관인 나의 결정을 번복하려 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는 부대 사령관들을 싸늘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짤막하게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예의 출격 건에 한해서는 장군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하지요. 이상입니다. 이만 물러들 가세요. "
<12장 전장에 핀 꽃> 주요 인물 행적
*클리어트*
첸트로빌성 농성전에서 실패한 후 초초해 하던 차에 만난 군창 사비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크스의 본성의 강렬한 저항으로 본진의 대장군인 라콘과 갈등을 일으킨다.
*사비에*
클리어트 휘하의 코네세타군 진지를 따라다니는 군창에 소속된 세레즈 여인. 매혹적인 미모와 당돌한 언행으로 적의 부사령관 클리어트의 마음을 얻게 된다.
*드로와젤*
카르테 후방기지에서 탈출, 클리어트 휘하의 참모진에 소속되어 첸트로빌 공성전에 참여한다.
*카데닐*
클리어트의 부관, 느닷없이 군창을 찾는 젊은 상관의 명에 당혹해한다.
*듀론*
클리어트가 부대를 이끌고 지상군으로 합류하기 전 첸트로빌 공략부대를 지휘하던 부사령관, 뮤켄의 공격으로 파괴된 라셀항 재건에 매진한다.
*라콘*
코네세타 군의 대장군, 카르테 함락 이후 미드프레드의 양동작전과 첸트로빌성의 선전으로 인한 연이은 패배 소식에 크게 분노한다.
*제크로웰*
코네세타의 부대 지휘관, 총사령관인 라콘의 외조카, 부대를 이끌고 카리에른 휘하의 세레즈군을 패퇴시킨다.
*아르닐*
클리어트의 이동으로 후방의 소강상태에 빠진 부대를 이끌고 코네세타 본진으로 이동해온 젊은 장수, 분노한 대장군에 맞서 클리어트를 옹호한다.
*하우제이드*
신중한 코네세타의 장수, 세레즈의 진지이동에 다른 의도가 있을까 의심한다.
*안타미젤*
세레즈의 총사령관, 부대사령관들에게 시달리며 연이은 패배 끝에 그레안까지 후퇴한다. 때마침 도착한 뮤켄의 조언으로 부대의 진형 배치를 명한다. 출격을 원하는 부대사령관들의 닦달에 못 이겨 출격을 허가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하크스 지원군의 본진 편입에 반대하지 말 것을 명한다.
*미드프레드*
페르겐드와 양동작전으로 해상에 있는 코네세타 군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마침내 안타미젤 지휘하의 남부 탈환군에 도착한다.
*뮤켄*
펜데스칼 전선에서 밀려 하크스까지 후퇴한 아군의 진영을 찾아내게 되고, 의욕상실인 안타미젤에게 충고하여 위험한 진영의 재구축을 요구한다.
- 작가의말
12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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