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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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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513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4.26 16:58
조회
585
추천
11
글자
8쪽

6장 개전 8화 승진 거절(6장 인명록)

DUMMY

6장 개전





8. 수도방위사령관의 보직과 승진 거절





여왕 앞에서 물러 나온 밀시언 장군은 복도 끝에서 그윈 재상과 헤어진 뒤 외성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처럼 방위 사령부로 가기 위해 구름 다리 가까이 다다른 그는 문득 쓴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멈췄다. 사령관직을 인수인계하는 와중에 필요한 서류들이 자신의 집무실 책장에 꽂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길고 긴 복도를 되짚어와 조정 신료들의 개인 집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관저에 들어섰다.


지난 4년간 매일 드나들며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기능적으로 조직된 내부가 시야에 가지런히 들어왔다. 밀시언은 마치 처음 들어온 사람마냥 찬찬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동선의 낭비 없이 짜임새 있게 배치된 가구들은 쾌적한 느낌을 주었지만, 대국 세레즈의 수도인 다이레비드의 치안과 안보를 전담하는 신료의 공적 공간이라 보기엔 분명 수수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오랜만에 전선으로 나가려니 그러나. 쓸데없이 감상에 사로잡혀 있었군. ’


밀시언은 실소를 머금은 채 느릿하게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들어가도 좋습니까? ”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집무실 너머 복도로부터 들려왔다. 맑고 깨끗한 느낌의 울림, 수도 방위부 참모진 서열 3위 마세르 라 뮤켄의 음성이다.


“아, 들어오게. ”


밀시언은 서류들을 정리하다 말고, 안으로 들어서는 단정한 용모의 청년에게 시선을 던졌다.


“무슨 일인가? ”


“예. 소관, 사령관 각하께 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


“그런가. 마침 잘 되었군. 나 역시 귀관에게 용건이 있던 참이었거든. 일단 앉게. ”


그는 방 가운데 위치한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자네 용건부터 듣기로 하지. 말해 보시게. ”


“제가 오늘 각하를 찾아뵌 것은 이직 신청에 대한 인가를 받기 위함입니다. ”


뮤켄이 내민 서류를 받아들기 위해 손을 뻗었던 밀시언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이직 신청이라니. ”


“소관, 오늘 오전에 에드윈 그란델이라는 자를 만나보았습니다. ”


밀시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짧게 되물었다.


“혹시 자네, 남부 파견군으로 내려가겠다는 것인가. ”


“그 자로부터 하크스 영지의 상황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의 청이 수용되어 남부 영지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결정되었다 알고 있습니다. 소관 미력한 힘이나마 남부 전선에 보태고 싶으니, 이직을 승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밀시언 장군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네. 그러나 이번 일만큼은 귀관의 뜻을 받아줄 수가 없을 것 같군. ”


“세레즈 전역의 병력이 도성으로 모여들고 있어 사령부의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 하오나 행정 업무라면 비단 소관이 아니더라도, ”


“그게 아니야. 오해하지 말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자네를 말릴 이유도 없지. 최전방에 지원하는 것은 군으로서도 장려해야 마땅한 일이니 말일세. ”


밀시언 장군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귀관의 보직은 이미 정해져 있네. ”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한층 더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무슨 뜻입니까? ”


“내 오늘 폐하로부터 남부 파견군 2진의 선두 지휘를 명 받았네. 공석이 될 수도 있는 방위부 사령관직에 내 자네를 추천했지. ”


“하지만 방위 사령부에는 저보다 서열이 높은 부사령관 한스덴 장군님과 체르크 참모장님이 계십니다. ”


조금의 주저도 없이 예상했던 대답이 곧장 튕겨져 나오는 것을 보고 밀시언은 나직하게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내 어찌 그것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전시이고 군대는 그 어디보다 실력이 우선시되는 곳이네. 내 자넬 추천한 것은 그 자리에 그대가 적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부사령관과 참모장은 내 판단을 믿고 따라줄 사람들이니 염려 말게. ”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를 높이 평가해 주신 점은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약간 주저하는 기색으로 앉아 있던 뮤켄이 드디어 뭔가 결심했다는 듯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설령 부사령관님과 참모장님이 제가 사령관 직위에 오르는 것을 용인하신다 해도, 그 아래 부하들과 사병들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은 군의 기강과 연관된 문제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전군이 한 마음으로 결집되어야 할 비상시국에 제 일이 원인이 되어 단결이 깨지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각하의 말씀을 따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제 출신 성분 때문입니다. ”


“뮤켄! ”


그는 엄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밀시언을 향해 약간 고개를 숙여보였다.


“물론 사령관 각하께서 출신 때문에 저를 선택하셨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씀이 부담스러운 것 이상으로 자랑스러운 것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그 자리를 수락하게 되면 그것은 출신으로 인한 승진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저는 아직 부사령관님과 참모장님을 뛰어넘어 곧바로 사령관직을 맡을 정도로 뚜렷한 전공을 세운 바가 없으니까요. 일반 사병들이 제 지휘권을 달가워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상 두 가지 경우로 미루어보건대 제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이득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곧 재상 각하를 통해 폐하의 명이 전해질 것이고 귀관은 얼마 안 있어 폐하로부터 공식 임명을 받게 될 게야. ”


“군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상명하복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하께서 제 의사를 한 번만 더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


조각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뮤켄을 보며 밀시언은 그가 마음을 굳혀도 아주 단단히 굳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흩뿌리며 무거운 분위기를 쇄신시키듯 깊게 숨을 들이켰다.


“자네의 뜻이 정 그리 단호하다면 먼저 재상 각하를 찾아뵙는 것이 수순일 듯 싶군. 그분께 자네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도움을 청해보도록 하게. ”




---------------


<6장 개전>의 주요인물


*마세르 라 뮤켄*

콜드베폰 대공의 차남으로 무관이 되기 위하여 성을 버리고 군에 자원하여 현재 수도방위사령부 참모부 서열 3위의 수석참모의 자리까지 올랐다. 겸허하고 유능하여 위아래로 신망이 높다. 남부파견대로 지원하였으나 공석이 된 수도방위사령부의 총관으로 물망에 오르는 바람에 희망이 좌절된다.


*레니크 라 밀시언*

수도방위 사령관, 여왕의 명으로 남부 파견대 1진의 지휘를 맡게 되면서 후임으로 뮤켄을 추천하였다.


*에드윈 그란델*

에드윈 그란델, 하크스 영주의 가신. 코네세타의 선제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영지의 구원을 여왕에게 청하였다.


작가의말

6장 개전 끝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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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2장 전장에 핀 꽃 7화 지원군의 본진 합류(12장 인명록) 19.05.23 414 10 9쪽
74 12장 전장에 핀 꽃 6화 출격요청 19.05.22 613 9 8쪽
73 12장 전장에 핀 꽃 5화 전장의 꽃 19.05.21 434 10 7쪽
72 12장 전장에 핀 꽃 3-4화 이반의 조짐 19.05.20 536 12 10쪽
71 12장 전장에 핀 꽃 2화 불꽃 같은 여인 19.05.19 426 8 8쪽
70 12장 전장에 핀 꽃 1화 굳건한 성벽 19.05.18 452 8 8쪽
69 11장 분열의 조짐 7-8화 최종단안(11장 인명록) 19.05.17 440 9 12쪽
68 11장 분열의 조짐 6화 뮤켄의 충고 19.05.16 504 8 9쪽
67 11장 분열의 조짐 5화 패퇴 19.05.15 450 10 7쪽
66 11장 분열의 조짐 3-4화 양동작전 19.05.14 429 10 10쪽
65 1부 11장 분열의 조짐 1-2화 후방기지 괴멸 소식 19.05.13 511 9 11쪽
64 10장 진흙 속의 연꽃 7화 투항 제의 (10장 인명록) 19.05.09 465 8 13쪽
63 10장 진흙 속의 연꽃 5-6화 접전 19.05.08 519 8 7쪽
62 10장 진흙 속의 연꽃 4화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각자의 자세 19.05.07 464 8 8쪽
61 10장 진흙 속의 연꽃 3화 후방기지 카르테 19.05.07 483 7 7쪽
60 10장 진흙 속의 연꽃 2화 이해 19.05.07 480 8 8쪽
59 1부 10장 진흙 속에 핀 연꽃 1화 불만 19.05.07 525 6 7쪽
58 9장 전설의 시작 7화 조력요청(9장 인명록) 19.05.06 523 7 12쪽
57 9장 전설의 시작 5-6화 전후처리 19.05.06 568 8 12쪽
56 9장 전설의 시작 4화 최초의 승리 19.05.06 551 7 11쪽
55 9장 전설의 시작 3화 교전 19.05.05 516 9 9쪽
54 9장 전설의 시작 2화 기습 19.05.04 504 12 9쪽
53 9장 전설의 시작 1화 위장잠입 19.05.03 496 8 10쪽
52 8장 효시 7화 작전계획(8장 인명록) 19.05.02 556 11 12쪽
51 8장 효시 6화 용기, 혹은 이길 수 있다는 신념 19.05.02 539 8 11쪽
50 8장 효시 5화 아나브릴 방어군에서 얻은 정보 19.05.02 486 9 9쪽
49 8장 효시 3-4화 사령관과 참모장 19.05.01 508 11 13쪽
48 8장 효시 2화 전장의 밤 19.05.01 533 10 11쪽
47 8장 효시 1화 행군시작 19.04.30 560 12 11쪽
46 7장 전환점 7화 최초의 동료(7장 인명록) 19.04.30 569 8 11쪽
45 7장 전환점 6화 입바른소리 19.04.29 538 11 8쪽
44 7장 전환점 5화 보이지 않는 벽 19.04.29 558 11 7쪽
43 7장 전환점 4화 출전령 19.04.28 572 10 7쪽
42 7장 전환점 3화 하크스 지원군 19.04.28 647 11 9쪽
41 7장 전환점 2화 정치적 포석 19.04.27 609 12 10쪽
40 1부 7장 전환점 1화 연전연패 19.04.27 579 11 8쪽
» 6장 개전 8화 승진 거절(6장 인명록) 19.04.26 586 11 8쪽
38 6장 개전 7화 뮤켄장군 19.04.26 631 13 9쪽
37 6장 개전 6화 개전 이후 19.04.25 572 9 7쪽
36 6장 개전 5화 선제공격 19.04.25 625 10 7쪽
35 6장 개전 4화 선전포고 19.04.24 638 13 7쪽
34 6장 개전 3화 어머니와 아들 下 19.04.24 572 16 11쪽
33 6장 개전 2화 어머니와 아들 上 19.04.23 597 12 7쪽
32 1부 6장 개전 1화 진상규명요구 19.04.23 631 10 11쪽
31 5장 태풍의 눈 8화 안타미젤의 결심(5장 인명록) +2 19.04.22 696 15 12쪽
30 5장 태풍의 눈 6-7화 안타미젤 왕자 19.04.22 697 10 8쪽
29 5장 태풍의 눈 5화 계륵과도 같은 패 19.04.21 633 12 9쪽
28 5장 태풍의 눈 3-4화 충성서약 19.04.21 734 11 13쪽
27 5장 태풍의 눈 2화 사직서의 파장 19.04.20 743 14 11쪽
26 1부 5장 태풍의 눈 1화 사직원 19.04.19 743 15 7쪽
25 4장 부위정경 7화 생존전략(4장 인명록) 19.04.19 752 16 16쪽
24 4장 부위정경 6화 속고 속이는 싸움 19.04.18 764 19 10쪽
23 4장 부위정경 5화 기만 19.04.18 871 14 13쪽
22 4장 부위정경 4화 공주의 부름 19.04.17 821 19 10쪽
21 4장 부위정경 3화 거리의 아이 19.04.17 852 18 10쪽
20 4장 부위정경 2화 세레즈의 물밑 접촉 19.04.16 829 20 7쪽
19 1부 4장 부위정경 1화 코네세타의 공주 19.04.15 868 19 10쪽
18 3장 폭풍전야 6화 주전론을 위한 막후교섭(3장 인물소개) 19.04.14 906 21 12쪽
17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2 19.04.13 1,013 21 7쪽
16 3장 폭풍전야 3화 밀실정치 上 +2 19.04.12 1,002 23 7쪽
15 3장 폭풍전야 2화 그윈 재상 19.04.11 1,049 23 8쪽
14 1부 3장 폭풍전야 1화 태자의 실종 19.04.10 1,192 21 11쪽
13 2장 애별리고 7화 이별(1-2장 인물소개) +4 19.04.10 1,199 33 8쪽
12 2장 애별리고 6화 고작 마음 하나 +2 19.04.09 1,253 21 9쪽
11 2장 애별리고 5화 이주명령 19.04.09 1,399 26 9쪽
10 2장 애별리고 4화 떨림과 설렘 +4 19.04.07 1,392 25 7쪽
9 2장 애별리고 3화 염색 +2 19.04.05 1,470 24 7쪽
8 2장 애별리고 2화 현기증 +2 19.04.04 1,485 28 7쪽
7 1부 2장 애별리고 1화 마음의 향방 19.04.03 1,535 26 7쪽
6 1장 표류 6화 자각 +2 19.04.03 1,647 32 7쪽
5 1장 표류 5화 바다를 닮은 여인 +6 19.04.02 2,070 33 8쪽
4 1장 표류 4화 슈레디안의 고민 19.04.01 2,285 37 8쪽
3 1장 표류 3화 3년만의 손님 19.04.01 2,634 34 7쪽
2 1장 표류 2화 신분 은폐 19.04.01 3,541 46 7쪽
1 <제1부 펜데스칼 전쟁> 제1장 표류 1화 난파당한 청년 +4 19.04.01 6,791 6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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