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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연

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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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540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4.25 11:27
조회
625
추천
10
글자
7쪽

6장 개전 5화 선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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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개전






5. 선제공격





“소인 하크스 영주의 가신인 에드윈 그란델이라 하옵니다.”


정면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혀 보인 그는 넓은 홀 안 가득 울려 퍼지도록 우렁찬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행한 일이 당장 죽어 마땅한 무도한 행위라는 점은 소인 역시 잘 알고 있나이다.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식으로든 문책받을 각오가 되어 있사오니 잠시만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말을 마친 그란델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입구부터 옥좌에 이르기까지 길게 깔려 있는 붉은 융단 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망설임 없이 홀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아연한 눈빛으로 응시하던 몇몇 신료들이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는 듯 이구동성으로 무도함을 책하라는 주청을 올렸다.


“폐하, 세레즈 사백여 년 역사에도 근위병을 물리치고 회장 안에 난입하여 폐하께서 계신 어전 회의를 작파한 무도한 행위를 자행한 이는 없었사옵니다. 그가 올릴 보고가 무엇인지 들어볼 가치도 없으니 당장 내치십시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작위도 없는 일개 장수 따위가 허락도 없이 어전에 들다니요. 이와 같은 불경이 어디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자를 당장 왕실 예법에 따라 문책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본인을 향한 조정 대신들의 비난 어린 음성이 들리지 않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들어온 그란델은 왕좌에서 근 오십 보가량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한시가 다급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소신이 도착한 시점에 병권을 전담하고 있는 군부대신은 물론, 군사 결정권을 가진 도성 안의 장군들이 모두 회의에 들어 자리에 없다 들은 터라 이와 같은 과격한 방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겉으로는 태연자약 그 자체였으나 그란델의 음성은 오랜 피로와 긴장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렇다면 응당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야지. 이렇게 회장 안에 들어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신료들 중 하나가 퉁명스럽게 일갈했다.


“한가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을 만큼 급한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그 반박에 또 뭐라고 대꾸하려는 다른 신료를 손을 들어 막으며 여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처벌은 언제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그 긴급 사안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말해 보라.”


“예, 소인 하크스 영주 로엘 공의 명으로 폐하께 구원요청을 드리고자 찾아뵌 것이옵니다.”


“대체 그것이 무슨 뜻인가? 구원요청이라니?”


평소보다 고조된 여왕의 목소리에는 짜증스러움이 절로 묻어나고 있었다.


“차분히 설명하라. ”


그녀는 깊숙이 앉아 있던 옥좌에서 상체를 조금 앞으로 내밀며 긴장한 음성으로 덧붙였다.


“코네세타의 대군이 하크스 연안 앞바다에 나타났습니다. 하크스 영주가 적을 맞아 해상 접전을 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해군을 총결집시켜 출병하는 것을 보고 도성으로 출발하여, 소인이 그 이후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오나, 이르면 그들이 벌써 하크스 영내로 진입했을 것이옵고, 늦어도 내주 안으로 상륙 작전을 시도할 것이라 예상되옵니다.”


코네세타의 군대가 벌써 세레즈 근해에 나타났다는 것은 그들이 선전포고문을 보냄과 동시에 병력을 움직였다는 의미 아닌가. 재상은 경악할 만한 보고를 하는 그란델을 거쳐 여왕을 올려다보았다.


“코네세타의 국왕이 군사들을 채근하여 어떻게 이곳까지 데려오긴 하였으나, 내 이러한 사태를 대비하여 남부 영지에 이미 내려보낸 병력이 있으니, 그들과 세레즈 연근해를 방비하고 있는 해군들이 총력을 다하면 그까짓 코네세타의 오합지졸들을 당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대신들과는 달리 여왕은 그 보고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그 정도야 이들이 선전포고문을 보냈을 때부터 이미 예상하던 일이거늘, 하크스 영주는 싸워보기도 전에 구원요청을 보낸단 말인가.”


덧붙이는 그 음성 역시 얼굴과 마찬가지로 여유롭기 그지없었으나 재상은 그녀가 옥좌 한 가장자리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황공하오나 폐하, 남부 영지의 총 병력과 세레즈 전 해군을 동원한다 하여도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중과부적일 것이옵니다.”


“중과부적이라니, 그 무슨 망발인가?”


여왕이 눈썹 한끝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예, 폐하. 워낙 경황이 없이 적을 맞아 그들의 전 병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신이 미처 제대로 살피지는 못하였으나, 해상에 퍼져있는 선박의 크기와 그 수로 미루어 짐작건대 코네세타의 전 병력은 최소한 삼십만은 될 듯 보였습니다.”


그란델의 보고를 접한 여왕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차분했던 그녀의 얼굴에도 어찌할 수 없는 당혹감이 번지고 있었다.


“삼십만··· 지금 그리 말하였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다그쳐 묻는 여왕의 그 음성이 마치 비명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예, 폐하. 적어도 삼십만은 될 듯하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


그란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조정 대신들의 낯빛도 이미 사색으로 변해 있었다. 선전포고문이 도착하기가 무섭게 코네세타가 삼십 만가량의 유례 없는 대병력을 움직였다는 것은, 그들이 이번 전쟁을 그저 가벼운 충돌로 끝내지 않을 결심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홀 안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말문을 연 여왕의 얼굴에는 어느 사이엔가 여유 만만한 미소가 다시 떠올라 있었다.


“코네세타가 그 정도의 병력을 동원하여 세레즈를 방문해 온다면 이쪽에서도 그에 맞는 환영식을 준비해야 하겠지. 가능한 화려하게 말이오.”


여왕의 그 발언은 그저 침착성을 되찾았다는 정도를 지나쳐 일종의 자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군주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때로는 백만 대군보다도 더 큰 힘이 되는 것이었다.


“재상, 현재 도성에 집결해 있는 총 병력이 얼마나 되오?”


“대략 십오만가량 되는 줄 아옵니다.”


“재상은 군부대신과 함께 그 병력을 곧바로 남부로 파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도록 하시오. 그리고 국무대신은 회의가 끝나는 즉시 미리 작성해두라고 명하였던 장수들의 명단과 무기 수입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짐의 집무실로 가져오도록 하시오.”


세느비엔느는 당장 필요한 명을 내리고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상으로 금일 어전 회의를 마치겠소. 재상과 수도방위 사령관은 지금 곧 짐을 따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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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2장 전장에 핀 꽃 7화 지원군의 본진 합류(12장 인명록) 19.05.23 414 10 9쪽
74 12장 전장에 핀 꽃 6화 출격요청 19.05.22 613 9 8쪽
73 12장 전장에 핀 꽃 5화 전장의 꽃 19.05.21 434 10 7쪽
72 12장 전장에 핀 꽃 3-4화 이반의 조짐 19.05.20 536 12 10쪽
71 12장 전장에 핀 꽃 2화 불꽃 같은 여인 19.05.19 426 8 8쪽
70 12장 전장에 핀 꽃 1화 굳건한 성벽 19.05.18 453 8 8쪽
69 11장 분열의 조짐 7-8화 최종단안(11장 인명록) 19.05.17 441 9 12쪽
68 11장 분열의 조짐 6화 뮤켄의 충고 19.05.16 504 8 9쪽
67 11장 분열의 조짐 5화 패퇴 19.05.15 450 10 7쪽
66 11장 분열의 조짐 3-4화 양동작전 19.05.14 429 10 10쪽
65 1부 11장 분열의 조짐 1-2화 후방기지 괴멸 소식 19.05.13 511 9 11쪽
64 10장 진흙 속의 연꽃 7화 투항 제의 (10장 인명록) 19.05.09 465 8 13쪽
63 10장 진흙 속의 연꽃 5-6화 접전 19.05.08 519 8 7쪽
62 10장 진흙 속의 연꽃 4화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각자의 자세 19.05.07 464 8 8쪽
61 10장 진흙 속의 연꽃 3화 후방기지 카르테 19.05.07 483 7 7쪽
60 10장 진흙 속의 연꽃 2화 이해 19.05.07 480 8 8쪽
59 1부 10장 진흙 속에 핀 연꽃 1화 불만 19.05.07 525 6 7쪽
58 9장 전설의 시작 7화 조력요청(9장 인명록) 19.05.06 524 7 12쪽
57 9장 전설의 시작 5-6화 전후처리 19.05.06 569 8 12쪽
56 9장 전설의 시작 4화 최초의 승리 19.05.06 551 7 11쪽
55 9장 전설의 시작 3화 교전 19.05.05 517 9 9쪽
54 9장 전설의 시작 2화 기습 19.05.04 504 12 9쪽
53 9장 전설의 시작 1화 위장잠입 19.05.03 496 8 10쪽
52 8장 효시 7화 작전계획(8장 인명록) 19.05.02 557 11 12쪽
51 8장 효시 6화 용기, 혹은 이길 수 있다는 신념 19.05.02 539 8 11쪽
50 8장 효시 5화 아나브릴 방어군에서 얻은 정보 19.05.02 486 9 9쪽
49 8장 효시 3-4화 사령관과 참모장 19.05.01 508 11 13쪽
48 8장 효시 2화 전장의 밤 19.05.01 534 10 11쪽
47 8장 효시 1화 행군시작 19.04.30 560 12 11쪽
46 7장 전환점 7화 최초의 동료(7장 인명록) 19.04.30 569 8 11쪽
45 7장 전환점 6화 입바른소리 19.04.29 539 11 8쪽
44 7장 전환점 5화 보이지 않는 벽 19.04.29 558 11 7쪽
43 7장 전환점 4화 출전령 19.04.28 572 10 7쪽
42 7장 전환점 3화 하크스 지원군 19.04.28 648 11 9쪽
41 7장 전환점 2화 정치적 포석 19.04.27 609 12 10쪽
40 1부 7장 전환점 1화 연전연패 19.04.27 579 11 8쪽
39 6장 개전 8화 승진 거절(6장 인명록) 19.04.26 586 11 8쪽
38 6장 개전 7화 뮤켄장군 19.04.26 631 13 9쪽
37 6장 개전 6화 개전 이후 19.04.25 573 9 7쪽
» 6장 개전 5화 선제공격 19.04.25 626 10 7쪽
35 6장 개전 4화 선전포고 19.04.24 639 13 7쪽
34 6장 개전 3화 어머니와 아들 下 19.04.24 572 16 11쪽
33 6장 개전 2화 어머니와 아들 上 19.04.23 598 12 7쪽
32 1부 6장 개전 1화 진상규명요구 19.04.23 631 10 11쪽
31 5장 태풍의 눈 8화 안타미젤의 결심(5장 인명록) +2 19.04.22 696 15 12쪽
30 5장 태풍의 눈 6-7화 안타미젤 왕자 19.04.22 697 10 8쪽
29 5장 태풍의 눈 5화 계륵과도 같은 패 19.04.21 633 12 9쪽
28 5장 태풍의 눈 3-4화 충성서약 19.04.21 735 11 13쪽
27 5장 태풍의 눈 2화 사직서의 파장 19.04.20 744 14 11쪽
26 1부 5장 태풍의 눈 1화 사직원 19.04.19 743 15 7쪽
25 4장 부위정경 7화 생존전략(4장 인명록) 19.04.19 752 16 16쪽
24 4장 부위정경 6화 속고 속이는 싸움 19.04.18 764 19 10쪽
23 4장 부위정경 5화 기만 19.04.18 871 14 13쪽
22 4장 부위정경 4화 공주의 부름 19.04.17 822 19 10쪽
21 4장 부위정경 3화 거리의 아이 19.04.17 852 18 10쪽
20 4장 부위정경 2화 세레즈의 물밑 접촉 19.04.16 829 20 7쪽
19 1부 4장 부위정경 1화 코네세타의 공주 19.04.15 869 19 10쪽
18 3장 폭풍전야 6화 주전론을 위한 막후교섭(3장 인물소개) 19.04.14 907 21 12쪽
17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2 19.04.13 1,013 21 7쪽
16 3장 폭풍전야 3화 밀실정치 上 +2 19.04.12 1,002 23 7쪽
15 3장 폭풍전야 2화 그윈 재상 19.04.11 1,049 23 8쪽
14 1부 3장 폭풍전야 1화 태자의 실종 19.04.10 1,193 21 11쪽
13 2장 애별리고 7화 이별(1-2장 인물소개) +4 19.04.10 1,200 33 8쪽
12 2장 애별리고 6화 고작 마음 하나 +2 19.04.09 1,253 21 9쪽
11 2장 애별리고 5화 이주명령 19.04.09 1,400 26 9쪽
10 2장 애별리고 4화 떨림과 설렘 +4 19.04.07 1,393 25 7쪽
9 2장 애별리고 3화 염색 +2 19.04.05 1,471 24 7쪽
8 2장 애별리고 2화 현기증 +2 19.04.04 1,485 28 7쪽
7 1부 2장 애별리고 1화 마음의 향방 19.04.03 1,535 26 7쪽
6 1장 표류 6화 자각 +2 19.04.03 1,647 32 7쪽
5 1장 표류 5화 바다를 닮은 여인 +6 19.04.02 2,070 33 8쪽
4 1장 표류 4화 슈레디안의 고민 19.04.01 2,286 37 8쪽
3 1장 표류 3화 3년만의 손님 19.04.01 2,635 34 7쪽
2 1장 표류 2화 신분 은폐 19.04.01 3,542 46 7쪽
1 <제1부 펜데스칼 전쟁> 제1장 표류 1화 난파당한 청년 +4 19.04.01 6,792 6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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