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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연

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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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506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5.07 09:32
조회
524
추천
6
글자
7쪽

1부 10장 진흙 속에 핀 연꽃 1화 불만

DUMMY

10장 진흙 속의 연꽃



세레즈력 387년 2월,

미드프레드 그론레이와 하크스 지원군

카르테 섬 공략에 연이어 성공하여

코네세타의 보급 루트를 끊고

패색이 짙었던 전쟁에 활로를 열어 주다


- 제국력 연대기 섭정공 세느비엔느 열전 발췌







1. 불만



첸트로빌 성의 수비대장인 레젤니크 라 슈발츠의 얼굴은 여느 때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못마땅한 기색으로 지키고 서서 출항 준비에 여념이 없는 부하들을 노려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서너 시간은 족히 넘은 듯했다.


처음에는 인상을 있는 대로 쓰고 있는 사령관의 험악한 기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불편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던 병사들도 이제는 그러한 그의 존재에 익숙해진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박된 십여 척의 배에 여러 가지 물품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저어, 장군님···. "


평상시 같지 않은 표정의 사령관의 얼굴을 보고 다가온 분대장 하나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슈발츠는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거칠게 풀어 내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노려본다고 생각했나 보다.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시선을 피하는 부하를 보며 그는 다시금 격하게 치솟는 불길을 애써 다독였다.


'이래선 안 된다. 화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성의 사령관으로서의 임무마저 도외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슈발츠는 두 손을 으스러져 움켜쥐었다. 그리고 최대한 감정을 죽인 채 질문했다.


“···화약은 다 실었는가?”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사령관다운 반응에 분대장은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답했다.


"지금 마지막 상자를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


슈발츠의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습기가 안 차도록 단단히 밀봉했겠지? "


차라리 큰 소리로 호통치는 편이 낫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슈발츠의 음성은 듣는 사람을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무언가를 자아내고 있었다.


"예.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만, 승선해서 직접 검시하시겠습니까? "


"됐다. "


상대방의 조심스러운 제안을 일고의 여지도 없이 잘라버린 슈발츠는 다시금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내주는 것도 못마땅한 터에 그렇게까지 오지랖을 발휘할 마음은 없었다.


"도화선은? "


"이미 챙겨 넣었습니다. "


"그 외 다른 사항도 이상 없겠지? "


슈발츠는 상대가 하릴없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것을 보며 낮게 혀를 찼다.


"당장 승선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


"알았다. "


내뱉듯 한 마디 던진 후, 슈발츠는 다시금 험상궂게 인상을 쓰면서 휙 돌아섰다.


'어쨌든 준비가 끝났다 하니 상황 보고를 해야겠지. ;


그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영주의 집무실 쪽으로 떼어놓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연신 혀를 찼다.


‘정말로 이렇게, 다 주어 보내도 되는 것인가.’


이름뿐인 하급 귀족가에서 태어나 군대에 들어온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어려서부터 발육이 좋은 신체조건과 뛰어난 무술 솜씨 덕에 그는 어렵지 않게 그는 첸트로빌 성의 근위대에 입대할 수 있었고, 근위대의 일원으로서 영주인 로엘 공을 모시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8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동안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승진을 거듭해 겨우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이 거성의 수비 대장이 되었다.


하지만 영주를 주공으로 받들기 시작한 이후 그의 행동에 이렇듯 화가 치미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존경하는 주공의 뜻이거니,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슈발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며칠 전 미드프레드가 영주를 찾아와 하크스를 떠나려 하니 허락해 달라고 했을 때도 지금처럼 아연한 기분이었다.


‘지원군 사령관이 지원해야 할 영지를 떠나겠다고?’


하다못해 이후의 행로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은 채로 말이다. 기가 막히는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엘 공은 잠시 그를 쳐다보았을 뿐, 한 마디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날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 터져 나온 미드프레드의 발언은 슈발츠를 경악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배를 빌려달라, 가능하면 화약도 같이. 그는 마치 맡겨두었던 자기 물건을 되찾아 가는 사람처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히 그런 소리를 입에 담았었다.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슈발츠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나직하게 욕설을 되씹었다. 겨우 삼천이라는 병력을 이끌고 온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따위 망발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미드프레드는, 그리고 그의 군대는 겨우 보름 전 입성 때 단 한 번 코네세타 군과 싸웠을 뿐, 그 이후에는 함께 농성한다는 개념조차 서 있지 않은 듯 도와줄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투 이후 성안에 들어온 지원군 소속 부상병들을 그 군의 참모장에게서 인계받아 수습한 것도 자신을 비롯한 첸트로빌의 군사들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손님처럼 쉬던 그가 이제와서 이만 떠날 테니 배와 화약을 내어 달라 하니 슈발츠로서는 노여울 만도 했다.


부족한 병력으로 농성을 하는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항구와 배들을 지켜왔던 것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놈에게 고스란히 건네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화약도 마찬가지다. 기술 원조에 배타적인 커런스와 사사건건 적대적으로 나오는 코네세타에서 화약 제조 기술을 들여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던가. 내줄 수 없다. 아니 내줘서는 안 된다. 그 검은 가루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그는 세차게 머리를 내저었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그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미드프레드의 건방진 요구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을 선선히 받아들인 영주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도대체 왜···?'


어느덧 영주의 집무실 앞에 멈춰선 슈발츠는 그 문을 올려다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모르겠다. 설령 노여움을 사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에야말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대답을 듣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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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2장 전장에 핀 꽃 7화 지원군의 본진 합류(12장 인명록) 19.05.23 414 10 9쪽
74 12장 전장에 핀 꽃 6화 출격요청 19.05.22 613 9 8쪽
73 12장 전장에 핀 꽃 5화 전장의 꽃 19.05.21 434 10 7쪽
72 12장 전장에 핀 꽃 3-4화 이반의 조짐 19.05.20 536 12 10쪽
71 12장 전장에 핀 꽃 2화 불꽃 같은 여인 19.05.19 426 8 8쪽
70 12장 전장에 핀 꽃 1화 굳건한 성벽 19.05.18 452 8 8쪽
69 11장 분열의 조짐 7-8화 최종단안(11장 인명록) 19.05.17 440 9 12쪽
68 11장 분열의 조짐 6화 뮤켄의 충고 19.05.16 504 8 9쪽
67 11장 분열의 조짐 5화 패퇴 19.05.15 450 10 7쪽
66 11장 분열의 조짐 3-4화 양동작전 19.05.14 428 10 10쪽
65 1부 11장 분열의 조짐 1-2화 후방기지 괴멸 소식 19.05.13 511 9 11쪽
64 10장 진흙 속의 연꽃 7화 투항 제의 (10장 인명록) 19.05.09 465 8 13쪽
63 10장 진흙 속의 연꽃 5-6화 접전 19.05.08 518 8 7쪽
62 10장 진흙 속의 연꽃 4화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각자의 자세 19.05.07 464 8 8쪽
61 10장 진흙 속의 연꽃 3화 후방기지 카르테 19.05.07 483 7 7쪽
60 10장 진흙 속의 연꽃 2화 이해 19.05.07 480 8 8쪽
» 1부 10장 진흙 속에 핀 연꽃 1화 불만 19.05.07 525 6 7쪽
58 9장 전설의 시작 7화 조력요청(9장 인명록) 19.05.06 523 7 12쪽
57 9장 전설의 시작 5-6화 전후처리 19.05.06 568 8 12쪽
56 9장 전설의 시작 4화 최초의 승리 19.05.06 550 7 11쪽
55 9장 전설의 시작 3화 교전 19.05.05 516 9 9쪽
54 9장 전설의 시작 2화 기습 19.05.04 504 12 9쪽
53 9장 전설의 시작 1화 위장잠입 19.05.03 496 8 10쪽
52 8장 효시 7화 작전계획(8장 인명록) 19.05.02 556 11 12쪽
51 8장 효시 6화 용기, 혹은 이길 수 있다는 신념 19.05.02 539 8 11쪽
50 8장 효시 5화 아나브릴 방어군에서 얻은 정보 19.05.02 486 9 9쪽
49 8장 효시 3-4화 사령관과 참모장 19.05.01 508 11 13쪽
48 8장 효시 2화 전장의 밤 19.05.01 533 10 11쪽
47 8장 효시 1화 행군시작 19.04.30 560 12 11쪽
46 7장 전환점 7화 최초의 동료(7장 인명록) 19.04.30 569 8 11쪽
45 7장 전환점 6화 입바른소리 19.04.29 538 11 8쪽
44 7장 전환점 5화 보이지 않는 벽 19.04.29 558 11 7쪽
43 7장 전환점 4화 출전령 19.04.28 571 10 7쪽
42 7장 전환점 3화 하크스 지원군 19.04.28 647 11 9쪽
41 7장 전환점 2화 정치적 포석 19.04.27 609 12 10쪽
40 1부 7장 전환점 1화 연전연패 19.04.27 579 11 8쪽
39 6장 개전 8화 승진 거절(6장 인명록) 19.04.26 585 11 8쪽
38 6장 개전 7화 뮤켄장군 19.04.26 631 13 9쪽
37 6장 개전 6화 개전 이후 19.04.25 572 9 7쪽
36 6장 개전 5화 선제공격 19.04.25 625 10 7쪽
35 6장 개전 4화 선전포고 19.04.24 638 13 7쪽
34 6장 개전 3화 어머니와 아들 下 19.04.24 572 16 11쪽
33 6장 개전 2화 어머니와 아들 上 19.04.23 597 12 7쪽
32 1부 6장 개전 1화 진상규명요구 19.04.23 631 10 11쪽
31 5장 태풍의 눈 8화 안타미젤의 결심(5장 인명록) +2 19.04.22 696 15 12쪽
30 5장 태풍의 눈 6-7화 안타미젤 왕자 19.04.22 697 10 8쪽
29 5장 태풍의 눈 5화 계륵과도 같은 패 19.04.21 633 12 9쪽
28 5장 태풍의 눈 3-4화 충성서약 19.04.21 734 11 13쪽
27 5장 태풍의 눈 2화 사직서의 파장 19.04.20 743 14 11쪽
26 1부 5장 태풍의 눈 1화 사직원 19.04.19 743 15 7쪽
25 4장 부위정경 7화 생존전략(4장 인명록) 19.04.19 752 16 16쪽
24 4장 부위정경 6화 속고 속이는 싸움 19.04.18 763 19 10쪽
23 4장 부위정경 5화 기만 19.04.18 871 14 13쪽
22 4장 부위정경 4화 공주의 부름 19.04.17 821 19 10쪽
21 4장 부위정경 3화 거리의 아이 19.04.17 852 18 10쪽
20 4장 부위정경 2화 세레즈의 물밑 접촉 19.04.16 829 20 7쪽
19 1부 4장 부위정경 1화 코네세타의 공주 19.04.15 868 19 10쪽
18 3장 폭풍전야 6화 주전론을 위한 막후교섭(3장 인물소개) 19.04.14 906 21 12쪽
17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2 19.04.13 1,013 21 7쪽
16 3장 폭풍전야 3화 밀실정치 上 +2 19.04.12 1,002 23 7쪽
15 3장 폭풍전야 2화 그윈 재상 19.04.11 1,049 23 8쪽
14 1부 3장 폭풍전야 1화 태자의 실종 19.04.10 1,192 21 11쪽
13 2장 애별리고 7화 이별(1-2장 인물소개) +4 19.04.10 1,199 33 8쪽
12 2장 애별리고 6화 고작 마음 하나 +2 19.04.09 1,252 21 9쪽
11 2장 애별리고 5화 이주명령 19.04.09 1,399 26 9쪽
10 2장 애별리고 4화 떨림과 설렘 +4 19.04.07 1,392 25 7쪽
9 2장 애별리고 3화 염색 +2 19.04.05 1,470 24 7쪽
8 2장 애별리고 2화 현기증 +2 19.04.04 1,485 28 7쪽
7 1부 2장 애별리고 1화 마음의 향방 19.04.03 1,535 26 7쪽
6 1장 표류 6화 자각 +2 19.04.03 1,647 32 7쪽
5 1장 표류 5화 바다를 닮은 여인 +6 19.04.02 2,070 33 8쪽
4 1장 표류 4화 슈레디안의 고민 19.04.01 2,285 37 8쪽
3 1장 표류 3화 3년만의 손님 19.04.01 2,634 34 7쪽
2 1장 표류 2화 신분 은폐 19.04.01 3,541 46 7쪽
1 <제1부 펜데스칼 전쟁> 제1장 표류 1화 난파당한 청년 +4 19.04.01 6,791 6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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