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장. 빛을 향한 어둠의 선언. (3)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Ⅲ
아샤르 제국 그 자체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의 군대와 우주함대도 로사와 영자두뇌, 자동화기계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복잡한 항로계산이나 사격관제는 물론 함의 유지와 수리, 하다못해 청소와 요리까지 인간의 손보다는 기계가 주력이다. 사람은 함을 조종하고 관리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전부다.
그들은 이미, 스스로 만들어낸 고성능 유모차에 누워 풍족한 젖병에 안주하는 아이에 가까웠다.
반란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아샤르의 병사들 대부분은 기간을 둔 순번제 복무다. 그들이 다루는 군함도 마찬가지. 평소에 운용하는 상비군은 전군의 1할에 불과하다.
때문에 긴급 상황에 사람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아샤르의 군함은 무인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전장에선 통신방해가 있는 탓에, 개별적인 전투능력은 정수를 채워 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영자두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인조종을 위해 군의 모든 함정에는, 함을 제어하는 영자두뇌를 조종하는 암호가 있다. 지휘권자의 군용팔찌로 관리하는 이 암호는, 최종적으로 함대 기함에 연결해 단 1척으로도 휘하 모든 함대를 움직일 수 있다.
무인함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란의 위험성은 항시 존재한다. 때문에 함대를 최종 통제하는 암호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코드 모두를 모아야만 가능하다. 이를테면 지그소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함대 전체를 지휘하고 싶으면, 함대사령관은 소속 준함대 사령관 전원의 코드를 위임받아야 한다. 그 전에, 준함대 사령관들은 휘하 분함대 사령관들의 코드를 같은 방식으로 위임받아야 한다.
분함대 이하로는 큰 전력이 아니므로 이 방식은 적용되지 않지만, 단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함대 지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함대사령관이 자종조종만으로 반역을 일으키려면 휘하 분함대 사령관급 이상 전원, 즉 못해도 20인의 장성을 전부 포섭해야 한다.
이 사령관들 중 한 사람이라도 암호를 제공하는데 거부하거나, 포섭에 실패하여 고변하게 되면 반란은 그대로 실패다. 또한 암호를 모으는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반역이니,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렇듯 반란을 일으키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지만, 이번의 그들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전체 지휘는 아나이트 원수가 직접 맡았으며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다.
그것은 기회와 대담함의 절묘한 조화였다.
기회의 측면에서, 이번 행사는 드물게 망향제와 건군기념일 행사가 겹치는 대규모 식전이다. 때문에 아샤르의 고급 군인이 거의 대부분 참여했고, 따라서 이들을 단번에 제압하기엔 이상적인 기회였던 셈이다. 더불어 평시에는 동결인 다수의 장비도 모여드니, 2만 척이 넘는 함대를 동시 장악하기에도 용이했다.
비록 암호 탓에 함대의 단독 장악은 불가능하지만, 병사의 반란 방지를 위해 함내 자동화 병기 상당수는 함대사령관이 임의대로 부릴 수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반란군의 주된 수단이 바로 이것이었다.
식전이 열리고 잠시 후, 반란에 참여한 함대사령관들은 부릴 수 있었던 수천의 자동화 병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일거에 전원을 식장에서 구금한 그들은 장성들의 팔찌에 입력된 코드, 즉 모든 퍼즐 조각을 강제로 빼앗은 고 이어 모든 군 장비를 장악해버렸다.
4개 함대에 소속된 300만의 병사가 있다 해도, 각 함의 영자두뇌들이 함대 사령관에게 쥐어진 이상, 그들이 각자의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저항 수단을 잃어버린 그들은 꼼짝없이 함내에 갇혀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엔 칼스도 있었어야 했다. 강력한 능력자인 그를 상대로는 자동화군단이고 뭐고 실패했을 것이다.
물론 일개 준제독인 그이니, 무언가 명령을 내려 빼돌리면 되니 참석한다 해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지만, 마침 그는 본국에 남아 있어 더욱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거사 일시를 망향제 다음날로 잡은 것도, 식전을 마치고 떠난 현왕들을 우주에서 노리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아나이트 원수가 직접 지휘하는 반란군이 현왕들의 호위 전대를 습격했고, 토성 궤도에 숨겨둔 일부로 유키나 역시 노렸다.
또한 반란의 의지를 세상에 보이기 위해, 눈엣가시이지 이 모든 사태의 씨앗이 된 공중도시 티얀을 확실하게 파괴했다.
그렇게 2척의 전투기동모함과 아샤르 우주함대의 절반. 그토록 거대한 전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반란군의 손에 쥐어졌다.
현왕 습격 및 반란 보고가 황궁에 도착한 직후, 천왕성 궤도의 브루에서 아샤르 본국으로 쏘아진 초광속통신(超光速通信)은 온 세상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공보관으로 지명된 베파트 정제독이 엄숙한 얼굴로 읽어 내린 통신문.
그 발신인은 자칭 우국군인위원회(憂國軍人委員會)의 일원들로, 4함대 사령관인 바네타 샤가페 대제독, 5함대 사령관인 오베르 리페이 대제독, 8함대 사령관인 브제티 도네카 대제독과 함께, 의장(議長)이 된 삼군사령장관 아나이트 프란드 원수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선언문은 다음과 같았다.
‘아샤르 황제 세라비 코에카 쿤세르 폐하, 그리고 황태녀 세라비 세리사 엔야 전하와 그 추종자에게 군이 엄중히 묻는다.
황제, 그리고 황태녀께서는 어찌하여 국가 수호의 의무와 통치의 권리를 저버리고, 저 우매한 지상의 존재들을 긍지 높은 제국군에게 지키라 하시는가? 어찌하여 국민의 위험을 방치하고 외면하시는가?
장대한 역사를 지닌 우리 아샤르의 긍지는, 오로지 우리의 신민을 소중히 수호하는 것에 있다. 군 역시 그를 위한 수단이며, 우리 군인들도 그를 긍지로 삼아왔다. 하지만 황제께서는 그 긍지를 무참히 짓밟으셨다. 이는 장구한 아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다.
그러니, 피를 토하는 우국(憂國)의 심정으로, 우리 군은 폭력에 기대어서라도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 판단한다. 이에 황제 폐하 이하 모든 아샤르 황족께 이상의 요구를 밝힌다.
첫째. 마리칸과 아리칸, 두 분은 이 모든 소요의 책임을 지고 퇴위하여, 나라와 신민에게 사죄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두 현왕 및 일가의 죽음을 확인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그러므로 황제는 왕세자에게 양위하여 오랜 황통을 끊지 않도록 하시라. 또한 왕세자께서도 부디 우리의 대의에 찬동하시어, 그에 합당한 행동을 취해주기시를 간청한다.
둘째. 이후 제국은 지상의 벌레들을 일소, 그 소유권을 영구히 공고하게 한다. 이는 불미스러움의 재래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의 아샤르, 그 낙원의 안정을 영원토록 지키기 위함이다.
친애하는 아샤르 국민들. 여러분의 동조와 저항 역시 우리는 애타게 원하는 바이다. 국가의 주권은 황제가 아닌 그대들 신민에 있다. 우리 아샤르의 빛과 영광을 그대들의 손으로 수호하기 위해, 부디 이 혁명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앙망한다.’
아침 문안 후 이야기를 나누다 급보를 듣고 경악한 터에, 틈도 주지 않고 밀어닥친 이 선언문에 황제 부녀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몇 마디 더 내뱉던 황제가 앉은 몸을 잠시 비틀거렸다. 급히 아버지를 부축한 세리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강인했고 여유로웠던 부황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 딸이 급히 눕히려 했지만 아버지가 버텨 거부했다.
“폐하...”
영상에 나타난 이는 관료들의 수장 가이츠 토도르 총재다. 역시 파랗게 질려 있던 그에게 황제가 물었다.
“상황은 알았다. 일단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정규 함대는? 그 지휘관은?”
“군령본부와 통합지원본부의 수장 및 대부분의 고급 장성, 8개 함대 함대사령관 모두가 브루에 있었고, 3개 함대의 사령관이 반란에 가담했습니다. ...고급군인 대부분이 전멸입니다.”
“...그런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전력도 문제입니다. 라므의 몇 개 분함대는 상비군이니 문제가 없지만, 피의 별(火星)과 달 기지의 전력, 그 지휘관들이 지금 브루에...”
“짐의 암호를 주겠다. 본국의 남은 군함 모두를, 로사에게 지휘시켜 우주로 내보내라. 또한 현재 근무 중인 병사는 그대로 대기. 모든 병력 이동은 반란으로 간주한다고 포고하라.”
황제의 최고사령관 코드는 함대사령관을 대신할 수 있다. 이미 반란군이 장악한 함대는 어쩔 수 없지만, 본국에는 아직 2만 5천척의 함대가 있다. 다만, 추가 반란을 생각하면 사람에게 지휘를 맡길 수는 없었다.
“모든 국민들도 각자 거처에서 대기. 이후 짐의 명령을 기다리라 이르라. 오늘 오후에 짐이 화답하고, 저 반란군 놈들을 크게 꾸짖을 것이다. 이상이다.”
총재가 화면에 사라지자 황제는 다시 머리를 감쌌다.
“망할 놈들...! 이렇게까지 하다니...!”
손끝이 고장 난 드릴처럼 떨리고 있었다.
“군 내부가 술렁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숫제 반란까지 일으킬 정도였던가? 군 간부 거의 전부를 구금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현왕들까지 죽여? 지금...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고는 있는 것인가?”
그 두 손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어갔다.
“퇴위는 그렇다 치고, 거기다가 지상의 벌레들을 일소? 그래서 죄 없는 지상인들까지 그렇게 불태웠다는 거냐? 아무 것도 모르는 라피스와 쟈카, 그 어린 것들까지...? ...그 애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꼬...”
“...아바마마...”
세리사는 어느덧 오열했다.
유키나, 라피스와 쟈카. 많이 예뻐해 주지도 못한 그 아이들은 그 짧은 생을 이리 빼앗겼다.
그 뿐이랴. 따스한 온기와 생명의 느낌, 무엇보다 새로운 각오를 전해주던 그 지상인 아이 역시 죽어버렸다. 사람답게 살수 있다고, 웃으며 감사를 표하던 노인과 즐겁게 손을 흔들던 수만 명의 사람들.
그들 모두가, 엄청난 위력의 무기에 담은 잘못된 의지에 의해 역사에서 지워졌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괴로움은, 악물린 그녀의 입술을 뚫고 신음으로 내뱉어졌다. 황제 역시 신음하며,
“주동자가 하필이면 사령장관...?! 그 충직했던 아나이트가 어찌 이럴 수가...?! 게다가 칼스에게 양위하라고? 녀석은 아나이트의 예비 사위가 아닌가...? 노린 건가?! 아니면 녀석도 이미 가담한 건가...?”
세리사는 입을 벌렸다.
“...설마?!”
“이렇게 되면 칼스도 믿을 수 없지 않은가. 저놈들의 선언에 동조... 아니, 미리 약조하여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그러면 다들 몰살이야.”
황제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너는 피신을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아뇨!!”
세리사는 울부짖었다.
“아바마마를 두고 제가 어디를 가요?”
“하지만, 최악의 경우엔 칼스 손에 죽을 수 있어.”
“저는... 그가 우리들을 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거부했던, 그런 그가 자신을 죽이려 들 거라 볼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라도 목숨만은 보장할 것이다.
황제는 의구심으로 물었다.
“어떻게 장담하느냐.”
한참을 망설이던 딸은 돌연 엎드렸다.
이제 무엇을 망설일까...! 무엇을 더 숨길까...!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
봇물처럼 크나큰 흐느낌과 비명에 가까운 자책이었다.
“저는... 아버지를 오랫동안 속였어요... 감히 속여 왔다고요...!”
단말마를 지르며 죽어가는 듯, 그런 딸을 아버지가 급히 재촉했다.
“...무슨 일인지, 일단 이야기를 해 보거라.”
세리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자신이 금기를 어기고 그를 사랑했으며, 얼마 전 오해를 받고 버림받았던 일을. 그 모든 것을 전부...!
다만 딱 하나만은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것만은 너무나 큰 절망을 안겨드릴 것이기에...
황제는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그랬더냐...”
“벌해주세요. 저는 불효에, 불충에, 그리고 배덕까지 저질렀습니다.”
여전히 엎드린 세리사가 울면서 외쳤지만,
“아니다. ...정말 그럴 줄이야..”
“네?”
눈물로 얼룩진 고개를 든 딸에게 부황이 중얼거렸다.
“...설마 하긴 했지만...”
아아, 그랬던가. 세리사는 이해했다.
속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부황이 어떤 인물인가. 물론 확신은 없었겠지만 의심은 했을 수 있을 터.
“너를 탓하지 않겠다. 오히려... 오랜 세월동안... 참으로 괴로웠겠구나. 불쌍하게도...”
“아바마마...”
“그래서... 너는 아직 그를 신뢰한단 말이냐...?”
“그는 절대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 그도 몰랐을 거에요... 제 목숨을 걸고 보장할게요. 그는 절대...”
“...너만큼 아니더라도, 나 역시 그 녀석을 오래 믿고 아들처럼 사랑해왔다. 타인의 유혈과 부당한 방법... 이걸 그냥 넘길 녀석은 결코 아니지. ...믿어보자꾸나.”
비로소 조금 웃은 황제가 밖에 명령했다.
“아무나 보내서 좌현왕세자를 불러와라. 이 사태에 대해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듣겠다.”
황제는 다시 탄식했다.
“놈도 괴로울 것이다. 부모를 잃고, 아우를 잃고, 하필이면 주동자가 예비 장인이라니.....”
“아바마마...”
“가거라. 네가 직접 맞아 들이거라.”
그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혼자 있겠다. 부디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애비는 항상 네 편이란다.”
간신히 일어선 세리사가 비틀거리며 나간 후, 황제는 비로소 두 손을 뻗어 얼굴을 가렸다.
가려진 손 사이에서 신음 섞인 이름이 불려졌다.
“로페르... 토오르...이 형이 너희들을 죽였구나...”
황제의 작은 흐느낌이 정침을 가득 채웠다.
칼스는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제 막 아미에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그녀가 외출준비를 위해서 왕세자궁을 나간 후, 이어 급보가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모든 상황을 알아버린 그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목에서 걸려버렸다.
그에게 남겨진 가족은 이제 없다. 그저 아미에가 남았을 뿐. 하지만 하필 주동자가... 그녀의 아버지다.
...앞으로는 물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동상처럼 굳어버린 그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처에 돌아가자마자 알았는지, 급하게 달려와 숨은 턱에 차고 안색은 파랗게 질리다 못해, 아예 몸 전체가 하얗게 타버린 듯 처절한 표정의 그녀였다.
말릴 틈도 없이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린 그녀는, 이윽고 울음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전하......”
칼스 역시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녀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혈육의 거대한 죄과에 대한 질책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 슬픔에 대한 위로를 해야 하나.
아미에가 토해내듯 외쳤다.
“절... 죽여줘요...”
“아미에...”
“숨이 막혀서... 견딜 수가 없어서... 차라리 당신 손으로... 죽여줘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통곡이다.
“...닥쳐!”
이미 달려간 칼스는 그 등을 얼싸안았다.
“가족을 전부 잃은 마당에 너까지 죽이란 말이야?”
“하지만... 제 부친이 그랬잖아요... 당신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당신의 동생들도...”
결코 넓지 않은 그 등이, 어깨가 품 안에서 심하게 떨리고 있다. 그는 더욱 힘주어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너랑 상관없어. 네 잘못이 아냐...!”
“그래도...”
“같은 말을 하게 하지 마. ...네 잘못이 아냐.”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가 울기라도 하면 아미에는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유일한 가족은 이제 그녀뿐. 자신만을 믿고 이제껏 따라와 준 그녀다. 함부로 책임을 돌리는 어리석은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지 마.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너를 지켜줄 테니까.”
울먹이는 그녀를 안아 올린 칼스는 이를 악물었다. 전혀 무겁지 않은 그녀였지만 어쩐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거의 실신하듯 쓰러져버린 그녀를 눕히고 나온 칼스는, 자신도 모르게 계단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몇 개인가 머리카락이 쥐어지는 손에 뽑혀 떨어져간다.
‘오빠, 나 하늘로 갈 거야. 별을 볼 거야.’
이제야 낯설음을 조금 벗어던지던 어린 동생. 웃음으로 매달리며 신나게 자랑한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 있듯이 귓가에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겨우, 겨우 다섯 살. 우주란 단어도 이해하지 못해서, 우주도 그저 하늘처럼 파란 줄 알았던...
철없는 그 아이는 정말 하늘로 가 버렸다.
별을 보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별이 되어 버렸다.
그 어린 것이 느꼈을 공포와 절망, 죽음의 고통과 눈물과, 아마도 내질렀을 단발마의 비명.
그 모든 것이, 이 심장을 관통하고 영혼마저 찢는다.
“아버지... 어머니... 라피스... 안 돼...!!”
그는 몸부림치며 어느덧 울었다.
예보대로 초겨울 눈송이가 몇 송이 떨어졌지만, 그 가벼움에도 깔려 죽을 듯 하염없이 어깨가 내려앉았다.
짙어지는 그 신음에도, 겨울 하늘은 그저 무심했다.
인간사, 그 더러움과는 상관없다는 듯,
멀지 않아 자신을 물들일 피와 슬픔도 모른다는 듯.
티 없이 깨끗한 순백의 눈발이 마냥 흩뿌려졌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눈치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1부 3권 5장 파트 2, 오키나와 공격을 앞두고 루이코가 그 앞에 울며 엎드린 장면은 이 파트 마지막의 아미에의 절규의 데자뷰입니다. 제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써서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는 또 모르지만...(끙)
배덕의 창공 2권을 시작하기 앞서서 약간 설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내일 올리죠.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