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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님의 서재입니다.

리어스(R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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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
작품등록일 :
2014.01.14 0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14:54
연재수 :
3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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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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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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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8쪽

Ⓡ 2장. 북해도의 봄.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DUMMY





스무 살이 되었는데도 어머니의 잔소리라니. 루이코는 어쩐지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아침은 아직 춥니, 옷을 잘 입으라니 어쩌니...


걸어서 5분 거리인 도서관에 가는데 무거운 옷차림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말을 들을 걸 후회하는 스스로가 더욱 한심스럽다.


홋카이도(北海道)의 날씨는 4월초임에도 아직 춥다. 지구온난화라고 수십 년째 떠들고 달력에는 꽃이 만발하지만, 역시 이곳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다.


같이 지낼 짝이라도 있으면 좀 따뜻하겠지만, 루이코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혼자다. 설국(雪國)이자 러브레터의 무대에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딱히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중간한 녀석들은 싫어. 엄연히 변명이다 싶어 가벼운 혐오감에 몸을 떨었지만, 그 떨림조차 아직 남은 추위 때문이라고 내심 다시 변명해버렸다.


시끌벅적한 3월이 지나 있다. 재학 중인 대학은 이제 막 신입생의 서클 가입이 정리되고 있다. 줏대 없이 몇 개씩 걸쳐 가입한 이들은 물론, 가볍고 끈기 없는 녀석들도 이제는 떨어져나갔다.


남은 것은 진짜 좋아서 남은 녀석들 뿐. 그녀의 바이크(Bike) 부(部)도 마찬가지다.


사실 바이크 부는 선뜻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하려면 돈도 시간도 제법 잡아먹고, 무엇보다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특히 예전 그 사람처럼...


20세기의 향수를 그리워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그 때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옛 추억을 운운. 글자를 잔뜩 적어놓은 낡아빠진 옷을 입고 바이크를 몰며 밤의 도시를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 옷이란 게, 할아버지 대부터 입었다며 애지중지하지만 루이코가 보기엔 그냥 걸레 직전의 넝마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자신이 갓 들어갔을 때 최고참이었던 선배였다.


첫 인상은 그야말로 나빠서, 부실(部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이대로 토막살해라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가야 한다는 충동이 들었었다. 그가 신입생 모집 당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지도. ...아니, 그게 이유겠지. 확실하다.


하지만 얼마 후 나름 마음을 놓고 조금 친해지고 또 의외로 순정파였다. 그녀에게는 매우 엉뚱한 일이었지만, 반년이나 지난 참에 어색하게 그가 사랑을 고백하고, 루이코가 ‘미안합니다’ 라면서 고개를 숙이자 덩치에 맞지 않게 훌쩍이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바이크 부는 어느 정도 주변의 편견도 있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기름때 묻은 복장으로 스패너를 달고 사는 지저분한 녀석들이다.


사실 그리 편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튜닝 혹은 주말에 달릴 곳을 이야기하는 정도는 지극히 정상. 배기통에 코를 킁킁대며 얼굴을 비비면서 ‘최고의 살결’ 운운하는 바람에 변태로 찍힌 녀석도 나름 평범한 축이다.


그런 곳에, 보기에는 전혀 놀 것 같지도 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을 인상의 그녀가 있다면 다들 십중팔구 놀란다. 실제로 그다지 스피드광도 아니다.


하지만 루이코는 언제나 바람이 좋았다. 특히 무언가를 타고 있을 때, 귓전과 뺨에 스치는 바람이 좋았다.


자신이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쯤, 아버지가 용돈을 쪼개어 혼다의 50cc 스쿠터를 구입했었다. 그리고 마치 최고급 스포츠카라도 구입한 것처럼 밤새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던 아버지는, 결국 보다 못한 어머니에게 잔소리로 포장한 야단 선물세트 일체를 맞았었다.


하지만 다음날 여전히 웃는, 아마도 밤새도록 지었을 표정으로 어머니의 잔소리를 메아리처럼 뒤로 한 채, 잘 맞지도 않는 어른의 헬멧을 딸에게 씌우고 뒤에 태워 달려준 적이 있었다.


동네 골목길을 다니면서도 마치 전용 서킷을 달리는 듯이 흥분하고, 괜히 입으로 바이크의 엔진음을 덧붙이고, 위험천만하게도 뒤를 돌아보면서 속도를 느껴보라느니 바람이 시원하다느니.


마치 소년 같았던 아버지였지.


물론 아직 어렸던 루이코는, 마치 실직한 샐러리맨이 최후의 희망을 담아 산 복권에 매달리듯 아버지의 허리를 붙잡을 뿐이었다. 그리고, 빠르지도 않은 스쿠터가 마치 광속처럼 느껴지며 눈도 뜨지 못한 채 덜덜 떨던 그 와중에서도,


자신을 감싸 안는 바람과 풍경. 그것은 예사롭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종종 아버지의 뒤에 매달려 골목을 달리곤 했고, 고교에 들어서서는 나쁜 짓인지는 알지만 잠시 좋아하던 소년의 바이크 뒷좌석에도 매달렸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 면허를 따고, 홋카이도 전매특허라고는 하지만 별로 먹어본 적도 없는 동네 게요리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해, 저축과 합쳐서 올해 들어 드디어 자기 소유의 스쿠터를 샀을 때, 바이트로 바이크를 샀다는 썰렁한 언어유희에 내심 키득대기도 했다.


그 스쿠터는 통학용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슬슬 도로도 괜찮아지니 또 고생시킬까.


아냐, 아직은 춥다. 너무 일찍 코타츠(炬燵)를 집어넣어버렸나.


신세를 단단히 졌던, 세월에 낡은 그 녀석에게 그녀는 내심 인사를 했다.


금방 다시 만날 거야. 여긴 다른 계절은 짧으니까.




40년 묵은 동네 도서관은 근처의 주민들에게는 단비나 다름없다.


도서관은 영원한 지식의 보고이며 무엇보다 공짜다. 또한 학생의 주머니가 풍요로운 때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기는 지금도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자신의 부모님 세대는 잃어버린 00년 식의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건 자기도 마찬가지다. 어른의 추억은 항상 과장해서 회자된다.


그나마 약간 살림살이들이 회복된 수준이 되었을 때, 한 직장에 다녔던 부모님은 사내연애를 거쳐 결혼, 루이코를 낳았다고 한다.


몇 년 동안은 빚에 시달리며 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루이코를 가진 것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뻤다고, 그래서 딸의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풍족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난감이 모자라도, 히나마츠리(雛祭り)의 제단 인형이 변변찮았어도 루이코는 상관하지 않았다. 형제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때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름 사랑받고 자랐고, 평온하고 변화 없는 이 삶에 충분히 만족하니까.


리포트를 위해 한 권의 책을 대출했다. 학교 도서관의 책은 발 빠른 녀석들이 선점, 이 책도 한번 대기한 끝에 받아내었지만 그래도 빌릴 수 있으니 다행이다.


단 몇 구절을 찾기 위해 이 추운 길을 걸어오다니. 어쩐지 꿋꿋이 걸어온 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심하다. 그리고 아직 약간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는 순간, 입구의 커피 자판기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루이코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싱글이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그다지 믿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친구 때문에.


남자치고는 좀 가냘프고 여리고, 유독 추위를 타는 그. 덕분에 계절을 역행하는 듯 한겨울에나 입을만한 엄청 두터운 점퍼로 무장하고 있었다.


먼저 발견하든 하지 못하든, 얼굴을 보았을 때 인사를 하는 쪽은 정해져있다.


“아키라 짱? 안녕?”


뜨거운 커피를 훅훅 불어 마시다가, 아직은 뜨거운지 얼굴을 찌푸리던 남자, 미야시타 아키라(宮下あきら).


두 집 건너 이웃이자 고교 동창에 같은 대학. 그녀는 문학부, 그는 공학부지만 똑같은 홋카이도 대학(北海道大學). 또한 똑같은 바이크부이기도 하다.


교토(京都)에서 태어났다던 그는 고교 1학년 때 삿포로로 이사 왔다. 이사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앞으로 살 집을 살피던 그는 이어 이웃의 루이코와 마주쳤다. 그리고 빨개진 표정으로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간 그, 그것이 서로의 첫 추억이다.


다음날, 전학생이라고 담임선생의 뒤를 따라 들어왔지만, 그 가녀림과 자신 없는 말투 및 외모는 아무 인상도 존재감도 없다. 덕분에 전학생에 들뜨던 몇몇 여학생들도 빠르게 관심을 끊었다.


이후 가끔씩 불량한 녀석들에게 쓸데없는 시비가 걸려 얻어맞기도 하고, 문화제(文華祭)때는 분명 내켜하진 않았지만 기계를 잘 다루는 것을 인정받아 강제로 무대의 조명 설비를 맡아, 낑낑대며 전선을 설치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사다리를 올라가곤 했다.


처음에는 루이코도 굳이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이웃이라 통학로도 같다. 마침 이사 국수도 얻어먹었고... 지나다니며 몇 번 얼굴을 마주치다 결국 그녀 쪽에서 말을 건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여자애랑 길을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처음에는 그는 같이 다니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란히 걸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대화의 9할은 루이코가 다 했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그녀는 남에게 얕보이고 살진 않았다. 스스로도 보통은 넘는 성질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부당한 것이 있으면 참지 않는 편. 여자치곤 기가 세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반면에 이 남자, 참 어지간히 기가 약한 남자도 다 있지. 항상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름을 보면 더하다.


원래 그의 이름은, 지금은 죽고 없지만 어떤 만화가의 이름이다. 마침 성이 같았던 그의 아버지가 그 광팬이라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만화의 종류는 엄청 마초적인 배틀물이 많았다는데 이 남자는 어떻지? 배틀을 하기는커녕 만화를 접하면 도색잡지를 접하듯 던져버릴 거 같다.


하지만 딱히 싫진 않다. 오히려 주변에서 떠벌리는 녀석들보다는 낫다. 말은 없지만 딱히 어색하지 않다.


친구들은 이상한 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루이코를 놀려댔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연애감정이 아니니까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친해져서, 그녀는 그를 이름으로 불렀지만 그는 아직도 그녀를 성으로 불렀다. 몇 번 고쳐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다.


“스무 살이 넘으면...”


아키라는 여전히 말을 끊어 이야기한다. 소심한 면도 있겠지만, 타인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도록 신중한 것일 수도 있다.


잘도 이런 성격으로 바이크부에 들어왔지.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것... 아니...었어?”


“그랬던가.”


루이코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랬을지도.


“그래도 나는 편하니까 그렇게 부를래.”


“...알았어.”


그는 딱히 항의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평소처럼 금방 포기해버리지.


“어쩐 일이야. 리포트...?”


“아냐. 좀 읽고 싶은 게 있어서.”


“흐음? 야한 책?”


짓궂은 말에도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녀의 웃음이 무색할 정도다.


“그런 게 도서관에 있을 리가. 아사카와 상은...?”


루이코는 전공 책답게 양장이 된, 쓸데없이 무거운 책을 들어보였다.


찾고 싶은 페이지는 애매하게도 3페이지. 베껴 가려니 손이 아프고 들고 가려니 무거운 딜레마다.


“다 쓴 줄 알았는데 좀 더할 게 있어서. 고문(古文)은 해놓고 나면 항상 어딘가 틀려 있으니 맞는지 확인하려고. 우리 사이토(齊藤) 교수는 깐깐하시거든.”


네트(Net)가 만연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교수들도 그 시대를 살아왔겠지만 리포트에 대해서만은 너무 구식이다.


인간은 앞선 세대를 구식이라 경멸하지만, 막상 자기가 그 세대가 되어서는 그리 신식이 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욕하던 이들처럼 스스로도, 그저 좋았던 시절이나 늘어놓을 뿐이지. ...뒷사람들은 힘들다니깐.


돌아가는 길인가. 그럼 선심 정도는 베풀어 줄까. 미인과 같이 걸을 수 있는 찬스를.


아, 미인은 물론 나... 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뻔할까.


스스로 아주 예쁜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래봬도 몇 번 정도는 고백 받았다고. 눈앞의 남자는 전혀 생각이 없는 듯 하지만 또 모르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받아들이려면 고민해야겠지...


“아키라 짱, 집에 안 갈 거야? 같이 돌아갈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여기 있으려 해. 아직 못 읽은 게 있고, 또 빌려간 사람이 오후에 반납 예정. 그거 빌려서...”


...책에 패배했다.


그가 원래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패배감을 감추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보이려 애를 쓰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그러면 나는 먼저 돌아갈게. 아주머니에게 안부 전해줘.”


그는 대답대신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어차피 오늘은 토요일. 이틀만 지나면 다시 보겠지.


“잘 있어. 모레 보자. 추우니까 감기 조심해.”


숫기 없이 그저 끄덕인 그는 두터운 점퍼의 옷깃을 새삼 여몄다.








리포트의 마지막 글자에 회심의 마침표가 찍힌다. 기지개를 실컷 켠 루이코는 책상위에 엎드렸다. 피곤이 몰려오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 사이토 교수... 또 무슨 험담을 달아주려고 해도, 이번만은 쉽지 않을 걸!


고교 때의 루이코는 국어도 고문도 성적은 좋았다. 하지만 작년 첫 리포트를 작문으로 제출했을 때, 말미에 빨간 글씨로 ‘상상력을 키우세요. 글씨는 훌륭하니 이 점수를 주겠습니다.’ 라는 평가와 함께 B를 받았을 때, 첫 작문으로 노벨상을 일본에 하나 더 수상해줄 수 있을 듯 들떴던 기분이 엉망이 된 기억도 난다.


어느덧 저녁때다. 노을과 함께 간신히 남은 온기가 사라져 다시 날씨는 좀 더 차가운 공기로 바뀐다.


더 추워지기 전에 환기해야지. 그녀는 자신의 2층 창문을 조금 열었다.


가로등이 켜지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있지만, 바로 이때가 지평선에 거의 다 떨어진 태양과 아직 채 켜지지 않는 조명이 맞물려 가장 어둡다.


그리고 그 어두운 골목길을 한 사람의 인영(人影)이 걸어가고 있다. 비록 어두워서 보이지 않지만 저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는 이미 익숙하다.


“이제 돌아가는 거야?”


들리지 않을까봐 조금 크게, 창틀에 팔을 놓고 턱을 괸 채 루이코가 말했다. 흠칫 멈춘 그림자는 그녀의 방을 향해 시선을 준다. 아키라였다.


“책은 다 읽었어?”


“조금...”


그의 집은 오른쪽으로 꺾어 두 집 건너. 택지개발로 만든 곳이라 모든 집의 구조는 거의 비슷해. 일본인의 주택답게 목재로 짓고 다다미를 깐 전형적인 2층 주택이다.


사는 사람들도 거의 비슷해서 3~4인 가족에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주부 혹은 파트타임 바이트를 뛰는 정도의 다소 가난한 서민층이다. 그러니 그녀의 방도 다다미 여섯 장의 작은 것이지만, 그래도 미닫이 장이 붙어 그나마 정돈은 할 수 있다.


반면, 몇 번 들어가 보지 않은 아키라의 방은 난잡하다. 처음으로 그녀가 그 방에 들어섰을 때, 아키라는 느닷없는 외계 침공이라도 받은 것처럼, 개미집이 나무막대로 쑤셔진 것처럼 당황했었다.


루이코에게도 스팀펑크의 별세계다. 부팅만 했을 뿐인데도 엄청난 소음과 함께 창문 밖으로 이륙할 기세였던 구형 컴퓨터에, 지금은 고물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잡다한 부품으로 가득 찬 그의 방이었다.


그 나이 또래에 응당 있을법한 여자 연예인이나, 눈이 너무 큰 만화 캐릭터의 포스터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대신 기계에 대한 설명이 가득한 책이라던가, 뭔가의 공구 등이 그 작은 공간을 잔뜩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바이크 부에서도 메카 담당이고, 바이크 부를 지원한 것도 타려는 것이 아니라 뜯어보고 고쳐보려는 이유가 더 크겠지. 루이코는 그리 판단했다.


“내일 일요일인데, 딱히 예정 없어?”


“별로... 도서관도 휴일이니까... 빌려온 것이나 읽으려고...”


원하던 책을 손에 넣었는지 옆구리에 끼고 있다.


...저것이 나와의 동행을 거절하게 한, 그 대단하신 분이란 말이지.


“스무 살 청춘이...”


루이코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휴일에 방안에서 책만 읽으면 안 돼. 그녀라도 만들어서 좀 다녀야지.”


과연 그 말에는 조금 울컥했는지, 아키라는 평소답지 않게 바로 되받아쳤다.


“그러는 아사카와 상은 뭐가 있어?”


“내일의 예정? 아니면 사랑스런 그이? 유감이지만 둘 다 없네요. 원래는 하루짱이라도 만나서 놀아볼까 했지만...”


루이코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짱은 어제부터 감기로 아프거든요. 병문안도 거절당했고. 옮는다나 뭐래나.”


에노모토 하루(榎本春). 아키라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여리고 존재감이 없다.


사는 곳은 세 블록 떨어져 있는 고급 아파트. 루이코와 같은 문학부지만 딱히 좋아해서 진학한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무려 바이크부다...!


루이코는 별종, 아키라는 기계 때문이라 납득할 수 있지만, 하루가 바이크부인 사실은 창립 이래 최대의 미스터리라고 누군가가 쑥덕댔었다. 루이코도 물어본 적이 있지만 시원한 대답은 돌아온 적이 없다.


바이크 부이니 바이크는 필수다. 루이코의 보통이륜 면허는 본시험이 끝난 후에 바로 땄고, 얼마 전에 산 것은 스쿠터라 해도 배기량이 큰 빅모델이다. 선배들의 몇 년간의 튜닝을 거친 어마어마한 것들과는 비교를 불허해도, 꽤 괜찮은 속도로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


지난 1년간은 ‘슬슬 나 아파요’ 라면서 배기음으로 항의하던 아버지의 혼다 구형 모델을 탔었지만, 아무래도 아버지가 일이 있으면 빼앗기게 된다. 피는 못 속이는지, 그녀도 구입 당일의 밤중까지 어설픈 기름칠을 하다가 어머니에게 야단맞았고, 반면 아버지는 회심의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었다.


하지만 하루는 간신히 면허를 땄고, 그것도 보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125cc다. 속도가 딸려 매번 간신히 따라오는지라, 보다 못한 선배들이 퇴부를 권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녀가 꼭 있게 해달라고 고개 숙인 탓에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탓에, 부원들끼리 주말에 외곽도로를 달리거나 할 때는 루이코가 하루를 돌봐가며 달렸다.


물론 내심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돌봐주고 싶고, 내가 아니면 그녀는 견뎌내지 못하겠지. 그러니 달리다가 기다려주고, 일부러 속도를 줄여 옆에 붙어 달리고, 선배들을 쫒아가며 말없이 서로 웃기도 했었다.


“많이 아파?”


그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착하고 여린 남자이긴 하지. 그 점이 좋은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약아빠진, 머릿속에 자동차와 옷과 섹스밖에 없는 녀석들보다는 훨씬 나아.


“그 집 아버님이 대신 전화를 받았는데, 약 먹고 자면 나을 거래.”


보통의 아버지답게, 아침에 나가서 일하고 저녁에 돌아와 삿포로 맥주 캔을 따면서 ‘오늘 하루 이것을 위해 살았었지’ 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 집 아버지. 특히 집에서 입고 있는, 붉은 색의 센스 없는 트레이닝복은 참기 힘들다고 하루가 웃으며 이야기한 적도 있다.


그래도 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면 되도록 근엄한 목소리로 이것저것을 묻고, 역시 그 목소리로 끊으니 왠지 웃음이 났다. 집이니까 그 옷을 입고 계시겠지.


하지만 굳이 보고 싶진 않다. 내 안구는 소중하니까.


“그렇구나.”


“올라갔다 갈래? 우리 어머니는 계시니까.”


관광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주말 일정으로 바쁘다. 눈축제 때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어머니도 같은 직종이었던지라 익숙한지, 딱히 그가 늦어도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걱정하지 않는 척 했다. 딸이 같이 걱정할까봐.


아냐. 그것도 아니려나.


언젠가의 겨울밤. 두터운 솜을 넣은 한텐(袢纏)을 입고, 코타츠와 귤을 담은 그릇을 벗 삼으며 뒹굴던 루이코가 아빠가 언제 오시는지 묻자, 네가 말을 안 들으면 아빠는 밤새 눈의 나라로 가버릴지 모른다는 말에, 어린 마음에 말을 잘 듣겠다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두고 봐요. 엄마. 딸의 동심에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입히다니.


모처럼의 권유에도 아키라는 당황한 채 고개를 젓는다. 어둠이 짙어지지만 오히려 그 표정은 더 뚜렷하다. 그에게 있어 루이코의 방은, 어쩌면 마왕의 성이나 달나라보다 더 가기 힘들지도 모른다.


“집에 갈게. 학교에서 봐.”


“으응.”


실제로 그가 올라올 것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뿐.


루이코는 가볍게 웃었다. 저렇게 기가 약해서야...


하지만 기계를 만질 때의 그는 매우 진지하고, 나름 실력도 인정받고 있었다. 몇몇 선배들에게는 귀여움도 받고 있다.


일단 인건비는 공짜니까. 게다가 실력이 좋다. 이만한 인재는 드물다고.


짧은 흥미와 회상은 이제 끝났다. 좋아하는 주말 드라마가 시작될 시간이다.


어머니는 점심 드라마의 불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지만, 아이돌이 많이 나오는 주말 드라마는 그녀의 것.


아아, 사랑하는 내 꽃미남들이 기다린다고.


그녀는 조금 쿵쾅거리며 거실로 내려갔다.








월요일 아침. 루이코는 회심의 리포트를 강의실의 단상, 정확히는 사이토 교수 앞에 내놓았다.


초로의 머리를 잘 빗어 넘기고, 고대 동전에서 튀어나온 듯 근엄한 얼굴에 피라미드에서 발굴했대도 믿을 구식 안경을 쓴... 그야말로 고압적인 인상이다.


하지만 우수한 학자임은 틀림없어서, 농학과 공학이 유명한 이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문학부 교수임에도 중요한 취급을 받는다.


그가 학장이 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실력보다는 정치력에 가까우리라. 인상만으로도 아군보다는 적을 더 많이 만드는 타입이니까.


연배를 반영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리포트와 루이코를 번갈아 쳐다본다. 별 말 없이 다음 학생을 눈짓함에, 살았다 싶은 루이코는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옆 자리에는 하루가 앉아 있다. 열은 떨어지고 기침도 멎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 루이코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괜찮아? 하루짱?”


“응. 고마워. 루이코짱.”


짧은 보브컷의 그녀는 마스크를 살짝 내리면서 웃었다. 매력점이라고 루이코가 생각하는, 작은 송곳니의 덧니가 입술 사이로 보인다.


그녀와는 중학 동창이다. 고등학교는 각자 다른 곳을 갔지만, 사는 곳이 멀지 않다보니 쇼핑센터나 다른 문화적 여가를 즐길 때도 자주 같이 했다. 다만 루이코와는 달리 집도 부자고, 원체 몸이 건강하지는 않아서 아르바이트는 함께 하지 못했다.


하루는 친구가 적고, 만사가 수줍고, 지극히 여성스러운 성격이었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고 체구가 작았다. 중학교 때도 작았지만 이후로도 별로 자라지 않았다.


실수도 많고 흔히 말하는 덤벙이다. 입학식 당일, 미끄러져 발목을 삐어 일주일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는 바람에, 루이코는 걱정하면서도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하루가 미인 부류라고는 루이코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신 귀엽고 여린 느낌이 있다. 그것에 넘어간 학부의 남자들이 초반에는 잘 대해주었지만 오래지않아 흥미를 잃었다.


일단 너무 애교가 없다.


반면 역시 애교와는 담을 쌓은 루이코지만, 일부에서는 호평이다. 이때까지 부의 선배들에게서 2번, 다른 학부생에게서 2번, ‘사귀어 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친구들은 신입생 시절에 그이를 만들지 않으면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며 부추겼지만, 원래 그녀는 고등학교 때 잠시 좋아했던, 좀 불량했지만 운동을 잘했던 소년 이후로는 딱히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련한 인상이라면 모를까, 상세한 얼굴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때 애를 태운 것치고는 너무도 쉽게 잊어버렸다.


사람의 기억력은 친절하기도 하지. 실연의 상처를 줄이려 망각을 선사해주다니.


딱히 연인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에노모토에게도 일부 있을지 모른다. 아직 조금쯤은 더 지켜주고 싶고, 그러니 자신이 연인에게 빠진다면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교수에게 이야기했어?”


“응. 대신 리포트가 충실하지 않으면 학점 위험할 텐데... 라면서... 두고 보자고.”


루이코는 과장되게 몸을 떨어보였다.


“무섭다. 힘들면 도와줄게.”


“정말...?”


“응. 아직 책도 반납하지 않았고, 다 낫거든 우리 집에 와. 자고 가도 좋으니까.”


“와아, 고마워.”


하루는 환하게 웃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좀 컸는지, 이어 사이토 교수의 질책이 맹렬하게 귀를 공격했다.


“거기. 수업 시작 전이라도 떠들면 되나.”


하루는 급하게 책을 펴고 얼굴을 파묻었다. 루이코 역시 책을 폈다. 하지만 급한 나머지 거꾸로 펴서 재빨리 다시 뒤집는다.


“예고한대로, 이번 리포트는 성적에 중요하게 반영하니, 모두들 기대하도록.”


기대라뇨. 각오를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모든 강의가 끝났다. 아직 조금 차갑지만 풍향은 남풍. 북해도의 봄도 분명 성큼 다가왔다.


아직 체력은 돌아오지 않았는지, 부실로 향하는 하루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느렸다. 그 걸음에 맞추어 루이코는 나란히 걷는다.


바이크 부실은 무슨 구룡성(九龍城)을 연상케 한다. 상당한 부품이 복도에 나와 있고 멀리서부터 기름 냄새와 금속향이 코를 괴롭힌다. 또한 가끔은 뭔가의 기름때 섞인 부품이 자주 오가고, 때로는 바이크 한 대가 온갖 시선을 받아가며 통째로 들어오곤 한다.


덕분에 아주 예전에는 생도회장에게까지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그 잔소리는 회장이 부실을 들어서는 순간 다시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가 묻자 그는 엄청 질린 얼굴로 답했다고 한다.


‘부실이 아니라, 무슨 한밤중의 편의점 앞 같더군.’


다들 십분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한다. 부원 일부는 인상이 정말 험악하니까.


루이코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처음엔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예정된 활동을 빼먹고 말았었다. 그리고 혹시 찾아오지나 않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었다.


그런데 다음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부실 문을 열자, 그 험악한 얼굴들에게서 진짜로 걱정스러운 표정이 지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었다. 외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느끼며.


하지만 에노모토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했다. 역시 궁금하다. 그녀는 대체 왜 바이크부에 있을까.


“아키라 짱?”


복도 구석, 부실의 문에서 약간 비껴 주저앉은 아키라는 몇몇 부품들을 기름을 묻힌 천으로 닦고 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루이코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


“뭐하고 있었어?”


“정리정돈... 사토(佐藤) 선배 명령... 주말에 갖고 갈 스페어를 손보라고 해서.”


“그런데 왜 이걸 네가 해? 신입생들 있잖아.”


잡일은 신입생의 몫. 루이코와 아키라, 하루 모두 지금 2학년이다. 물론 아키라는 루이코나 하루가 거친 일에 손대지 않도록 했었다. 대신 그녀들은 차를 준비하고 부비(部費)의 회계 등의 일을 했었다.


“그게...”


아키라는 조금 주눅든 표정을 지었다.


“그 신입생들에게 시켰는데, 빼먹었나봐. 야단 실컷 맞고, ...지금 아베(阿部) 선배가...”


사토와 아베 모두 공학부 4학년으로 부에서 최고참. 그리고 전대(前代)의 선배들이 신입생 때부터도 건드리지 못한 험악한 인상 1위와 2위이다. 아니, 그 외에는 다들 멀쩡하니까 3위 이하로는 의미 없다.


물론 둘 다 심성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인상만은 어찌할 수 없어, 많지 않은 방문객의 대부분을 입구에서 돌려보내는 초절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 그에게 야단이라. 불쌍한 신입생들.


그녀는 내심 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아키라가 할 일은 아닌지라 조금은 울컥했다.


아키라는 메카 전담이지만, 왠지 잡일도 도맡아 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는 말없이 수리하고 손보고, 다른 녀석들은 즐겁게 탄다. 이것이 최근 1년간의 부의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왜 아키라가 이것을 하냐고.”


“그건...”


“안 돼.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1학년 때도 우리 일은 도맡아 해놓고, 지금에 와서까지...”


아키라는 조금 웃었다. 남자지만 선이 가늘고, 어딘가 파리해 보이는 얼굴이다.


“좋아하니까...”


“응...?”


느닷없는 소리에 잠시 혼란스럽지만, 짧은 착각은 바로 부서진다.


“부품 만지는 거... 좋아하니까, 괜찮아. 그리고 여행에 쓸 물건이잖아. 신입생들에게 맡길 만큼... 만만하지 않아서 그래.”


아, 그런 뜻이셨어요. 하기야 그의 입에서 그런 뜻으로 말이 나올 일은 영원히 없을 거야.


...하지만, 내가 뭘 실망한 거지?


이번 주말에는 연례행사로 신입부원 입부 기념 바이크 여행이 있다. 아직 상당히 추우니 옷을 단단히 입고, 당일 예정으로 니세코(ニセコ)의 요테이 산(羊蹄山)쪽으로 간다.


약 100km 정도 거리니 편도 두 시간 이하로 충분하다. 다만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도 있으니, 되도록 속도는 줄여가며 아침에 출발하여 풍경을 감상하며 저녁에 돌아온다.


바이크를 탄다고 해서 폭주족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의 바이크 부는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여행으로 이름이 높다.


날씨가 좋다면 라이더 하우스까지 이용하는 장기 여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입생을 맞이하고 여는 첫 행사인데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구간도 있다. 때문에 당일 코스는 의외로 전통이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스페어 부품도 어느 정도는 챙겨가야 한다. 그 비용은 부비로 정산한다.


“좋아서 하는 거야. 이런 건...”


“그건 그래도, 아키라 짱도 앞으로는 선배니까, 너무 약하게 보이면 신입들이 의지할 수 없잖아. 안 그래?”


하지만 그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하루짱은...? 이라는 표정이었다. 시선은 하루에게 잠시 주었지만, 곧 이내 고개를 숙여 남은 정리를 이어갔다.


평소처럼 하루는 루이코의 뒤에 반쯤 숨어 있었다. 말은 서로 편히 하고 있었지만, 아키라와 하루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키라는 언제나 담담했고 하루는 언제나 조용했다. 루이코가 사이에 없었다면 그들의 대화는 거의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듯 답답한 남녀다.


하루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부실에 앉아 바쁜 사람들을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여행과 회의에는 참가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전혀 없었고, 의견을 물어도 침묵하며 그저 조금 웃기만 했다. 처음에는 답답해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수긍했다.


아키라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주어진 일은 하고 딱히 남을 시키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솜씨는 꼼꼼해서, 고장이 난 바이크는 금방 고쳐졌고 낡은 바이크도 새 것처럼 되었다. 분명 자랑해도 좋을 솜씨다.


하지만 누군가 칭찬을 할 경우라도 생기면, 그저 어색한 듯 웃음만 지으며 ‘다음에 또 말해줘...’ 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아키라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점이 사람을 감동시켜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오래지 않아 답답해서인지 물러났지만.


루이코의 경우에는 부내에서 나름 발언권이 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 학년을 통틀어 하루와 그녀가 유이한 여자니까.


하루의 손을 잡고 조용하게 부실 문을 열자 세 명의, 아직 신입생 티를 채 벗지 못한 남자들이 벽에 몰려 있다. 그리고 무서운 고참, 아베 신이치(阿部新一)가 역시 전통의 체벌을 내리고 있었다.


체벌이라고 해봤자 별 것 아니다. 벽에 붙여 사람을 세워놓고, 질릴 정도로 침묵을 지키며 쳐다보는 것.


하지만 그걸 누가 하느냐가 문제다. 루이코는 내심 가련한 신입들을 애도했다.


180cm가 넘는 큰 키와 그에 맞는 덩치, 짧게 깎은 스포츠머리에 여름이고 겨울이고 밖으로 다녀 태양에 탄 피부. 그런 그가 매서운 눈매로 쏘아보며 조금은 두꺼운 입술을 한껏 내밀고, 언제까지나 험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것이 체벌이다.


한 마디 말도 없지만 표정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것 같다. 처음 당했을 신입들의 얼굴은 공포 그 자체이다.


“뭘 잘못했는지 알겠느냐, 제군들?”


“네, 넷!”


차렷, 그리고 부동자세로 일제히 정렬한다.


“잘 듣도록 하라!”


굵은 목소리가 신입들을 질타해갔다.


“병사에게 있어 총이 생명이듯, 부품은 바이크의 생명이며 우리의 생명이기도 하다. 비록 우리가 극한의 속도를 전제하지는 않지만, 단 한 번의 실수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냉혹한 세계에 몸담고 있는 것이다.”


과장된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그런 중요한 생명을 담보하는 부품을, 비록 스페어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단 하나뿐인 인생,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현실에서, 이 중요한 것을 잊어먹고 바닥에 나뒹굴게 두었다면 그것은 즉...!!”


“참수에 해당하는 큰 죄이노라.”


루이코가 헛기침을 하며 첨언했다. 뒤를 돌아본 아베는 표정을 풀고 빙긋 웃었다. 마치 곰이 웃는 것 같다.


“남이 할 말을 가로채면 안 되지. 아사카와.”


“아베 선배도...”


루이코는 천천히 다가가며 팔짱을 끼었다.


“너무 고전적인 말투만 쓰지 말아요.”


“그게 어때서.”


“선배는 여기서 태어나는 게 아니었어요, 교토(京都)나 나라(奈良)에서 태어나, 바이크 군단을 끌고 도심을 달리며 소리치는 게 더 어울려요. 예를 들어 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노라~! 라던가. 아니면 울어라 두견새야, 울지 않으면 죽이겠다~! 라던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광팬인 이 남자는 그저 혀를 찼다.


“정말로 적은 이 안에 있었네. 모처럼 체벌 중인데, 끊으면 내 체면이 뭐가 되지?”


“그만하면 충분히 벌 받았어요. 표정들 보세요.”


루이코가 오니 살았다는 표정이었지만, 아베가 쳐다보자 다시 죽는다는 표정이다. 한숨을 가볍게 쉰 루이코가 말했다.


“다들 나와.”


“어이...”


불만의 아베에게 루이코가 눈을 흘겼다.


“덕분에 지금 밖에서 아키라가 다 하고 있잖아요. 야단치는 것은 선배 자유지만, 빨리 내보내서 거들게 하는 게 훨씬 좋은 벌이에요. 모르시겠어요?”


아베는 별로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한 두 달이 더 지나면, 다들 익숙해져서 이런 전통의 체벌을 할 경우가 별로 없다. 할 수 있을 때에 해 두어야 나름 재미있을 테지만.


하지만 루이코의 말이 틀리지도 않고, 그녀와 실랑이라도 하다간 신입들 사이에서 평판이 깎일 판이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아베는 양손을 들며 말했다.


“다들 나가서 도와.”


“감사합니다!”


아베, 그리고 루이코에게 번갈아 고개를 숙인 세 바보는 빛의 속도로 밖으로 나간다. 이윽고 밖이 시끄러워지고, 조금은 당황한 듯 아키라의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이리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그런 소란이다.


하루가 마실 차를 준비하는 사이 주말의 여행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주고받은 루이코. 이어 생각이 미친 그녀는 고개를 빼 문틈으로 아키라를 바라보았다.


소란은 잦아들고 어느새 네 명의 남자는 그대로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말투는 조용하지만, 하나하나의 부품을 들고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차근차근 낮은 목소리로 아키라가 설명해간다. 이럴 때는 딱히 말을 끊지도 않고 오히려 침착하다.


아직은 천방지축 고교생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들이지만, 의외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웃거리고 질문하며 때로는 감탄해간다.


바이크가 좋아서 온 녀석들인 만큼, 그 열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오히려 오래된 사람들을 능가하겠지.


조금 흐뭇해진 루이코는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아키라는 항상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 하지만 자신의 일과 취미, 그리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이 저렇게 명확하다.


그러니 조금 여리면 어떠하리. 그는 이미 충분히 성숙한 남자인 것을...








병원에 예약을 잡아놓은 하루가, 그녀의 어머니 차로 하교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다 했어요.”


드디어 부실로 들어온 아키라. 깨끗하게 닦인 몇 개의 부품을 건네받은 아베가 스포츠 백에 넣는다. 확인도 하지 않는 것은 그의 솜씨를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


“수고했어.”


루이코가 치하하며 따라놓은 찻잔에 손을 대려던 아키라는, 아직 자신의 손이 기름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부실 밖으로 나갔다. 아베와 마주앉은 이와 눈이 마주치자 짧은 눈인사가 오갔지만, 타인과 거의 말을 나누지 않는 그는 역시 그대로 나가버린다.


“그래. 돌아간다고.”


마주 앉은 이에게 아베가 섭섭한 손을 내민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호청년인 리(李)도 마주 악수했다.


“1년도 되지 않은 터에 면목 없습니다, 부장이 부재중이시니 대신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아베와 같은 공학부에 있지만 그 신분은 교환학생. 일본식으로는 남한(南韓)이라 부르는 나라에서 온 자로 본명은 이영(李英)이다. 부내에서의 호칭은 리 군이다.


작년 초여름.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한정판매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와, ‘입부해도 될까요?’ 라면서 천연덕스럽게 물었던 이였다.


“솔직히 가기 싫습니다. 그냥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징집이니까요.”


리는 싫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동족끼리 100년간이나 반 전쟁 상태로 대치하는 나라다. 최근에는 동족이자 적국이 4대째의 세습 과정이 진행 중이라 긴장이 더욱 심해졌다. 일본과 공통된 출산율 저하로 지금은 현저히 군인이 부족해져, 리도 연기신청을 했지만 나라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수도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최고 명문에서 왔으며, 비싼 바이크에 어울리는 갑부의 자제이다. 그런 그도 종이에 적힌 몇 글자에 꼼짝없이 속박되어, 한 달 후 입대가 잡혀있다고 들었다.


아베가 입맛을 다시며 투덜댔다.


“아아. 우리도 좋은 돈줄, 아니 동료를 잃게 되는 셈인가.”


“떠나는 마당이니 은근슬쩍 본심을 드러내는 겁니까?”


“농담일세.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여행할 일이 있을 겁니다. 바이크를 타기에는 이만한 곳이 거의 없어요.”


부원에게 거두는 월 1만 엔의 부비(部費)는 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그걸 무려 2년 어치를 미리 내고 들어왔고, 신세를 진다면서 은근슬쩍 들여놓은 비싼 비품도 적지가 않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는 문화적인 차이가 크다. 가진 부에 상관없이 골고루 내는 문화와는 달리, 그들은 있는 자가 많이 부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의 나라의 상당한 빈부격차가 한 몫을 한다. 몇 명의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국민의 눈에는 하나같이 변변찮았다는, 일본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또 하나 닮은 점이 더 있다면, 으르렁대는 사이지만 정책만은 사이좋게 실패해서 다 같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좀 더 유익한 부분에서 사이가 좋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먼저 나서지는 않았지만, 막상 돈을 쓸 일이 있을 때에는 그는 씀씀이가 큰 편이이었다.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그것도 동맹국이면서 분쟁국인 옆 나라 출신으로 미리 선심을 쓰려 했을지도 모른다.


제길, 부자놈들이란...! 조센징에 춍 주제에...! 그렇게 그를 편견으로 경계하며 대한 자가 아마 없지는 않았겠지만, 젊은이의 장점은 술자리 한 번으로도 서로 친해지기 쉽다는 점에 있다.


반년 조금 넘는 동안 알게 된 것은, 그가 계산으로 주변에 베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자신이 좀 더 가졌으니까 나누겠다는 것에 불과했다.


일례로,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누구나 감탄하는 그의 한정판 바이크는 잠시나마 바꿔서 타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는 흔쾌히 자신의 애마를 남의 손에 맡겼다.


한동안은 즐거운 동료로 남을 줄 알았건만...


“출발은 언제지?”


“모레입니다. 아쉽지만 신입생 환영 주행에는 참석하지 못하겠어요.”


리는 문득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울 겁니다. 모두.”


“남자의 그리움 따위는 바라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거라도 필요해.”


아베의 표정이 어쩐지 우울하다.


“줄곧 외톨이 인생이니까... 제길, 내가 말해 놓고도 우울하네. 주변에는 사내놈들밖에 없으니 개선될 여지도 없고...”


“응?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루이코를 곁눈질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시선을 눈치 챈 그녀가 반문한다.


“어라. 부원이 아닌 여자로 보아온 거야?”


아베가 말을 보탰다.


“맞아. 저 녀석은 그저 스커트만 걸쳤지...”


“그만. 그건 그거대로 기분 나빠요.”


잠시 움츠렸지만 아베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아사카와는 미야시타가 있잖아.”


“에...”


역시 그렇게 생각되고 있었나. 바로 부정하지 않으면...


아키라가 있었다면 엄청 당혹했겠지. 큰일 날 뻔 했다고 생각하며, 루이코는 평소처럼 웃었다.


“친구에요. 몇 번씩 말했지만.”


“보통의 친구는 그만큼은 같이 붙어 다니지 않아. 통학도 하교도, 그리고 몇 번의 외부 목격담도 있고...”


“그거야 이웃이고... 고교 동창이고.”


리가 말을 보탰다.


“하지만... 미야시타 상이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것은 대학 입학 이후라고 알고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전공은 자동차잖아. 주행 솜씨도 솔직히 좋다고는 하기 힘들고...”


“메카잖아. 바이크 수리가 좋아서 있는 거 아냐?”


리는 조금 깊게 파고들었다, 그런 후회를 얼굴에 드리운다.


“나는 단지... 솔직히 미야시타 군이 말이야. 나이에 비해서 솜씨도 좋고, 과묵한 점이 마음에 들어서 친해지려고도 했지만 실패했거든? 내 친화능력이 이 아베 선배만큼도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었는데...”


“잠깐만... 왜 내가 허들이 되어야 하지? 그리고 ‘만큼도’ 라니? 그건 높은 건가, 낮은 건가?”


아베의 항의 섞인 의문을 무시하고 리가 말했다.


“그런데 몇 달 보지는 않았지만, 남자를 상대로도 이렇게 어려운 사람인데, 여자인데도 용케 아사카와 상에는 그만큼은 아니다 싶어서. 아, 그냥 느낌이야.”


“하기야 나만큼 챙겨주는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아키라는 내게까지 그러면 안 되지. 그건 배신.”


“아사카와 상도 마음 정도는 있는 거 아냐? 이런 질문은 실례겠지만...”


“설마.”


루이코는 웃었다.


“아키라는 그냥 두면 위태한 사람이라서 그럴 뿐.”


“하지만 솜씨가 워낙 확실해서, 앞으로 독립도 취직도 문제없어. 어디가 위태하다는 거지?”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루이코는 거듭 웃었다.


“고교 때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지메 일보 직전이었어. 먼저 말을 건다든지, 그런 식으로 수렁에서 건져준 건 내가 맞지만, 아마도 그런 게 쭉 이어졌을지도...?”


“그런가? 하지만 그는 이제 성인이고...”


“뜻을 잘 모르겠어.”


루이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웃으며 얼버무린다.


“아니, 나도 깊은 뜻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니까.”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일어섰다.


“인사를 나눌 사람은 거의 나눈 것 같고, 이사를 위해서 불러놓은 약속도 있고... 이만 물러가옵니다. 평안하소서. 아베 선배.”


현대 일본어는 상당히 잘하지만, 일부러 어색한 고풍스런 말투로 인사를 한다. 아베도 손을 내밀며,


“잘 가게. 빠른 여울이 바위에 부딪히고 갈라진대도, 끝내는 다시 만나 하나가 되어 흐르리.”


전통 시(詩)인 햐쿠닌잇슈(百人一首)의 한 구절.


“제가 와카(和歌)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것 아니었던가요?”


“솔직히 말해서 외롭다고오오~”


일부러 울상을 지은 아베가 팔을 벌린다.


“나중에 혹시라도 결혼을 못하게 되면 돌아와라. 나와 결혼하자.”


리는 정색하며 손을 내젓는다.


“사양하겠습니다. 제 집이 엄격해서요. 아쉽지만 선배는 한국인도 아니니까...”


“하다못해 이별의 키스라도...!”


“됐거든요.”


이어진 아웅다웅에 루이코는 내심 질색을 했지만, 이게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라 생각하며 약간 납득했다.


서로의 팔을 밀어내며 웃는 그 감정은, 비록 거칠지만 매우 뜨겁다.


“리군. 아키라를 빼먹었어.”


루이코의 지적에 그는 잠시 멈칫거린다.


“그렇지. 없는 바람에 잊을 뻔했네. 잠시 기다릴게.”


리는 끈기 있게 기다렸고, 조금 있다가 약간은 숨이 차고 얼굴이 붉어진 아키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어, 미야시타. 어딜 갔다 늦었냐?”


아베의 질문에 아키라는 대답 대신 잠시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행이다. 아직 가지 않았네. ...이거... 리 군에게 줄게...”


그가 내미는 손에는 무언가가 올려져있다. 리 뿐만 아니라 루이코와 아베의 눈도 커졌다.


그것은 수호부(守護符)다. 그들의 집에서 가까운 마루야마 공원 안의 홋카이도 신사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종이 부적을 몇 번 접어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것이다.


이것은 바이크에 다는 것. 안전을 기원하는 부적은 오래된 것이면 좋고 아키라의 것은 그러했다. 익히 아는 리도 손을 내저었다.


“안 돼. 받을 수 없어. 이건...”


리의 귀국은 상당히 갑작스러웠다. 루이코조차도 오늘부실에 들어와서야 알았다. 아베는 어제 알았다지만 뭔가 해주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가난한 부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리도 없으니 그냥 보내는가 싶었지만, 뜻밖에도 아키라가 이걸 내놓은 것이다. 그것도 공학부 건물에서 한참 내려가야 하는 자신의 바이크까지 이 짧은 시간에 뛰어서 왕복했다는 거다. 귓전으로 흘려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이다.


리의 정색에 아키라도 정색했다.


“아주 주는 거 아니야. 다시 돌아 왔을 때, 그때까지 갖고 있으라고... 그리고 그때 돌려줘. 이거 영험하다고 하니까, 죽지 않게 지켜줄 거야...”


그는 군대로 간다. 다른 나라의 부적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담긴 마음이 조금이나마 효력을 발휘한다면 심장에 직격할 총알이 어깨 정도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걸.”


리는 즐거운 표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런 대접은 몇 번 없어서... 정말이지...”


아키라의 손바닥에서 수호부를 들어 올린 그는 다짐하듯 말한다.


“반드시 돌려줄게. 2년뿐이니까. 그리고...”


점퍼의 주머니를 뒤적거린 리가 내민 것. 이번에는 아키라가 놀랐고 아베도 꿀꺽 침을 삼켰다.


“갖고 가. 어차피 나는 탈 일이 없으니까.”


그의 애마의 고삐다. 지면을 달리지만 하늘로 솟구쳐도 이상하지 않는 천마(天馬). 갖은 바이크가 판을 치는 홋카이도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다.


“나도 아주 주는 것 아니야.”


아키라가 거부하기 전에 리가 선수를 쳤다..


“우리 집에서는 나밖에 타지 않아. 그대로 두면 손질도 할 수 없겠지. 미야시타 상의 솜씨라면 유지 정도는 잘 해 주겠지. 조금은 망가뜨려도 되니까 마음껏 다뤄주라고...”


이 특별한 바이크는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메카닉 지망인 아키라에겐 너무나 큰 선물일 것이다. 아키라는 어느새 젖은 눈으로 끄덕였다.


“...그럼 감사히...”


“잘 있어.”


리가 손을 내밀었고, 조금은 주저했지만 아키라도 손을 내밀었다. 쥐어지는 서로의 손이 흔들리면서 각자의 안녕을 기원한다.


루이코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자신도 여자니 여기 있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거칠지 않다고 말하기도 힘들지만, 즐겁고 재미있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이리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것만으로 있을 가치는 충분하다.


단번에 친구가 된 두 사람이 마침내 손을 놓고, 리 군은 웃으면서 그들을 떠났다.


루이코는 훗날 회상하고, 또한 후회했다.


만약 이 때 아키라가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그는 좀 더 오래 살 수도 있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수고하셨어요.


작가의말

< 다음화 예고 >

 

모처럼의 봄날, 즐거운 외유는 피와 고통의 향연이 되었다.

 

그들을 습격한 자, 그리고 그들을 물리친 그의 안의 또 다른 그가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 작성자
    Lv.53 나범
    작성일
    14.02.25 18:02
    No. 1

    문장 하나하나가... 뭔가 참 정갈하다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한 문장마다 장면 장면이 연상되네요.. 멋집니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2.25 18:43
    No. 2

    감사드립니다. 굉장한 SF적 스케일을 기대하고 오셨다가 여기서부터 연독률이 급강하하는데... 이런 평가 들어보기 처음이에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나범
    작성일
    14.02.26 09:58
    No. 3

    한편한편이..굉장히 ...길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하루에 한편씩 보고 있어요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2.26 13:11
    No. 4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길긴 좀 길죠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부기우
    작성일
    14.04.01 12:15
    No. 5

    이별 장면인데 더 큰 슬픔을 예고하고있다니 슬프네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4.01 18:38
    No. 6

    이별은 새로운 만남이리니~ 라는 걸까요 음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원사성랑
    작성일
    14.06.24 22:07
    No. 7

    길다.. 오늘은 여기까지... SF 는 맞겟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6.25 08:54
    No. 8

    일단 SF 맞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더마냐
    작성일
    14.10.31 16:40
    No. 9

    기네요.. 정말 각오를 하고 열어야 합니다. ㅋㅋ
    하지만 길어도 지루함 없이 쭉쭉 읽힙니다.
    잘 쓰시네요.

    그리고 슬픈 건... 이때까지도 이 땅의 젊은이들은 징집되는 건가요... 아... ㅠㅠ

    분명 일본인을 앞에 세우신 건 작가님의 어떤 의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이라서 싫다, 거나 왜 일본이냐 바꿔라.. 라는 것은 절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대체로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서 궁금한 것이죠.
    대개 한국인이거나 아니면 백인이 주인공이 되거나 하니까요.

    그리고... 그 특유의 일본인식 대화는... 하하... 좀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만...
    진짜 일본인의 느낌이 나네요.

    잘 보았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10.31 16:49
    No. 10

    여러가지가 있지만 3부 1권 8장의, 덴노에게 사과시키는 장면과 3부 2권의 독살기도사건에 쓰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한국인 캐릭터로는 절대 만들 수가 없는 장면입니다. 더불어... 세 메인 주인공 중 하나인 그녀의 성격도 인품도 살아온 세월도 아니고 '국적' 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면 그 독자분은 뭐랄까요... 이 글에서 전반적으로 노리는 주제를 버티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국적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이건 초반의 가장 큰 장벽입니다만 노리는 바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씀드리면서...
    번역체입니다만 화자가 일본인이니 한국식 서술을 할 수 없기에 그렇게 넣었고, 화자가 한국인일 경우 한국체를 씁니다. 외계는 비교적 나레이션에 가까운 서사구조입니다. 노린 것이니 불편해도... 실감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입니다.
    고생하셨고 장문 평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in*****
    작성일
    16.10.09 15:21
    No. 11

    이런 명필의 보석이 숨어있었군요. 일본에서 살다오셨나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되고 문체가 유명 일본여류작가 몹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달려볼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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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 11장. 연전(連戰) : 욜스 전투. (1) +6 14.07.08 1,501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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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 8장. 빛을 향한 어둠의 선언. (2) +10 14.06.27 1,915 27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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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7장. 잃은 것과 얻은 것. (3) +8 14.06.25 1,868 29 19쪽
122 Ⓡ 7장. 잃은 것과 얻은 것. (2) +6 14.06.24 1,271 2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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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 2장. 추억의 계단. (1) +2 14.06.08 1,532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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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 1장. 여름날의 책봉식. (1) +2 14.06.04 2,557 9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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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 5장. 날 수 없는 작은 새. (1) +2 14.05.19 1,710 31 16쪽
88 Ⓡ 4장. 인연의 대지. (3) +2 14.05.17 1,535 29 15쪽
87 Ⓡ 4장. 인연의 대지. (2) +2 14.05.16 1,387 30 20쪽
86 Ⓡ 4장. 인연의 대지. (1) +2 14.05.15 1,343 33 13쪽
85 Ⓡ 3장. 황야, 두 번째 만남. (3) +4 14.05.14 1,631 41 14쪽
84 Ⓡ 3장. 황야, 두 번째 만남. (2) +2 14.05.13 1,529 3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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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 8장. 사람의 길, 왕의 길. (2) +2 14.04.27 1,547 28 22쪽
72 Ⓡ 8장. 사람의 길, 왕의 길. (1) +4 14.04.26 1,577 37 19쪽
71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3) +4 14.04.25 1,559 27 23쪽
70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2) +4 14.04.24 1,326 34 21쪽
69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1) +4 14.04.23 1,547 32 23쪽
68 Ⓡ 6장. 불어오는 바람. (3) +4 14.04.22 1,707 30 21쪽
67 Ⓡ 6장. 불어오는 바람. (2) +4 14.04.21 1,419 32 21쪽
66 Ⓡ 6장. 불어오는 바람. (1) +4 14.04.20 1,407 37 21쪽
65 Ⓡ 5장. 장막 속에서. (3) +4 14.04.19 1,528 33 21쪽
64 Ⓡ 5장. 장막 속에서. (2) +2 14.04.18 1,570 35 19쪽
63 Ⓡ 5장. 장막 속에서. (1) +6 14.04.17 1,726 41 21쪽
62 Ⓡ 4장. 같은 길을 가다. (3) +6 14.04.16 2,010 44 21쪽
61 Ⓡ 4장. 같은 길을 가다. (2) +6 14.04.15 2,324 44 20쪽
60 Ⓡ 4장. 같은 길을 가다. (1) +4 14.04.14 1,667 43 21쪽
59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3) +2 14.04.13 1,833 36 21쪽
58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2) +2 14.04.12 1,957 33 18쪽
57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1) +2 14.04.11 2,406 38 23쪽
56 Ⓡ 2장. 탄생과 죽음. (3) +4 14.04.10 1,500 41 13쪽
55 Ⓡ 2장. 탄생과 죽음. (2) +4 14.04.09 1,829 39 16쪽
54 Ⓡ 2장. 탄생과 죽음. (1) +4 14.04.08 2,018 70 13쪽
53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3) +2 14.04.07 2,200 50 18쪽
52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2) +2 14.04.06 2,013 36 15쪽
51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1) +2 14.04.05 2,313 40 17쪽
50 Ⓡ <4권. 전장(戰場)의 소년> 프롤로그 : 심야(深夜)의 자객 +8 14.04.03 2,206 37 12쪽
49 ------- 2부 아샤르 연대기 시작합니다. ------- +6 14.04.03 1,779 38 2쪽
48 1부 종료 및 후기. +4 14.04.01 2,537 97 3쪽
47 Ⓡ <3권. 홍염(紅炎)의 연회> 에필로그 : 내 사랑스런 세상 (1부完) +10 14.03.31 2,352 44 14쪽
46 Ⓡ 8장. 대타협. (3) +8 14.03.29 2,001 48 14쪽
45 Ⓡ 8장. 대타협. (2) +8 14.03.28 2,131 38 25쪽
44 Ⓡ 8장. 대타협. (1) +4 14.03.27 2,146 42 22쪽
43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3) +7 14.03.26 2,056 36 23쪽
42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2) +4 14.03.25 2,076 47 18쪽
41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1) +4 14.03.24 2,343 56 21쪽
40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3) +10 14.03.22 2,298 46 26쪽
39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2) +11 14.03.21 2,517 106 18쪽
38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1) +11 14.03.20 2,143 43 20쪽
37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3) +12 14.03.19 2,775 55 27쪽
36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2) +4 14.03.18 3,158 88 19쪽
35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1) +6 14.03.17 2,599 45 20쪽
34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3) +4 14.03.15 2,373 42 19쪽
33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2) +4 14.03.14 2,576 54 21쪽
32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1) +7 14.03.13 2,390 48 19쪽
31 Ⓡ 3장. 각자의 전장. (3) +8 14.03.12 2,170 48 23쪽
30 Ⓡ 3장. 각자의 전장. (2) +2 14.03.11 2,314 50 21쪽
29 Ⓡ 3장. 각자의 전장. (1) +5 14.03.10 2,197 44 19쪽
28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3) +4 14.03.09 2,235 49 16쪽
27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2) +6 14.03.08 3,003 50 20쪽
26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1) +4 14.03.05 2,700 53 17쪽
25 Ⓡ 1장. 전야제(前夜祭). (3) +6 14.03.01 2,502 100 15쪽
24 Ⓡ 1장. 전야제(前夜祭). (2) +4 14.02.26 2,120 46 19쪽
23 Ⓡ 1장. 전야제(前夜祭). (1) 14.02.22 2,282 37 14쪽
22 Ⓡ <3권. 홍염(紅炎)의 연회> 프롤로그 : 미지의 전장으로 +4 14.02.19 2,097 41 9쪽
21 2권까지 쓰고 후기. +10 14.02.08 2,156 44 13쪽
20 Ⓡ <2권. 구궁(九宮)의 황녀> 에필로그 : 천년의 정원 +6 14.02.08 2,334 47 22쪽
19 Ⓡ 8장. 세상의 끝에서 진심을 외치다. +12 14.02.08 2,041 54 66쪽
18 Ⓡ 7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 +4 14.02.05 2,415 50 72쪽
17 Ⓡ 6장. 부당거래(不當去來). +8 14.01.29 2,182 48 59쪽
16 Ⓡ 5장. 투쟁남녀(鬪爭男女). +2 14.01.25 2,532 47 43쪽
15 Ⓡ 4장. 부유하는 마음. +10 14.01.21 2,447 44 45쪽
14 Ⓡ 3장. 내일의 날씨는 태풍. +9 14.01.19 3,014 47 53쪽
13 Ⓡ 2장. 진짜 악마는 꼬리가 없다. +19 14.01.18 3,209 123 49쪽
12 Ⓡ 1장. 여우 집에 간 두루미. +8 14.01.18 3,651 107 38쪽
11 Ⓡ <2권. 구궁(九宮)의 황녀> 프롤로그 : 우주 저 너머에서 +4 14.01.18 2,911 52 3쪽
10 Ⓡ <1권. 일상(日常)의 파괴> 에필로그 : 가장 좋아하는 나 +14 14.01.14 3,091 64 9쪽
9 Ⓡ 8장. 나의 이름은... +10 14.01.14 3,020 67 36쪽
8 Ⓡ 7장. 생(生)과 사(死). +4 14.01.14 3,318 105 44쪽
7 Ⓡ 6장. 지키는 이들의 싸움 +7 14.01.14 3,382 55 33쪽
6 Ⓡ 5장. 불편한 동행. +10 14.01.14 3,485 59 37쪽
5 Ⓡ 4장. 나는 왕이로소이다. +6 14.01.14 3,845 70 45쪽
4 Ⓡ 3장. 미지와의 조우. +7 14.01.14 4,648 64 40쪽
» Ⓡ 2장. 북해도의 봄. +11 14.01.14 9,763 95 48쪽
2 Ⓡ 1장. 무너지는 세상. +30 14.01.14 16,564 179 23쪽
1 Ⓡ<1권. 일상(日常)의 파괴> 프롤로그 : 어느 연설 +33 14.01.14 24,073 24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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