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백제에서 넘어간) 일왕가의 시조도 칼스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봤었는데, 글의 내용과 작가의 말을 더하면 이것도 아닌게 됐군요.
제가 통찰력이 좋은게 아니고, 이 글의 개연성이 정말 좋은 겁니다.
글의 개연성이라 함은 전 두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하는데요.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과 작중 인물 성격의 개연성입니다.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은 복선과 타당한 인과관계 등으로, 인물 성격의 개연성은 성격의 개성과 일관성 그리고 현실성 등으로 만들어 가는 편이지요. 보통 개연성이 좋다는 글 중 대부분은 이 두가지 중 한가지를 차근차근 쌓아갑니다. 왜냐하면 둘다 쌓으려면 모순이 생기기 정말 쉽거든요.
아이작 이시모프의 '파운데이션'같은 경우에는 아주 긴 시간의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을 무기로 삼은 SF계의 명작이죠. 이런 글은 보통 훌륭한 서사와 독특한 큰 세계관 등으로 흥미를 일으킵니다. (영화로 치자면 매트릭스가 이런 방식이죠.)
반대로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인물 성격의 개연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SF계의 명작이지요. (이 두가지 소설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SF 소설입니다.) 이런 방식의 글은 좌충우돌하면서 갑작스럽고 어이없어보일 때도 있지만, 그 속의 인물들이 살아서 중심을 잡고 글을 끌어갑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이 글 'Re Earth!'는 놀랍게도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한쪽만 봐서 최고라하긴 힘들어도 둘 모두를 이 정도로 보여주는 작품은 별로 없거든요. (물론 그래서 양쪽다 엄청 치밀하다고 하긴 조금 힘든 단점도 약간은 있지만요. 그리고 제가 보기엔 대마왕k님은 둘 중에서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을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듯 합니다. 그 쪽이 조금 더 좋아요.) 이렇게 양쪽으로 개연성이 보장되는 글은 신경써서 읽으면 많은 사람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어느 정도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것이 어찌보면 작품의 개연성을 높이려다가 작품이 뻔해져서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죠. (다행히 이 글은 뻔한 수준은 아닙니다.) 인물들의 성격이 개성있고 분명하며 이야기 진행의 인과관계가 뚜렷한 점을 감안하면, 이어질 내용에서 이런 점들을 작가가 생각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반대의 경우가 미드 로스트... 6년간의 떡밥은 모두 어디로 팔아먹은 거냐!!!! 뻔하지 않기 위해서 개연성을 포기해 버렸죠 ㅠㅠ)
결론은 제 통찰력이 뛰어난게 아니고, 그만큼 이 글이 잘 짜여져있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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