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일상(日常)의 파괴> 프롤로그 : 어느 연설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에 한 때 인류가 있었다. 우리와는 잠시나마 같이 살아간 또 다른 인류였다.
그들은,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높은 수준의 문명을 이미 이룩했으며, 바라마지 않던 풍요를 통해 기아와 질병을 몰아내었으며 수많은 정치가와 대중과 몽상가들이 꿈꾸던, 그런 낙원에 보다 근접한 사회를 구축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존재를 좀 더 오래 허락했다면, 어쩌면 지구는 앞으로도 어쩌면 풍요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환영하지 않고, 반발하고, 급기야 떠나보낸 것은, 그들이 가져다준 가치와 풍요와 미래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우리들 사람에게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는 향상심과, 스스로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제 떠났다. 그들이 있었던 과거의 세상은 또다시 바뀌었다. 혼란은 분명히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인류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은 단순하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기술을 접했고, 그동안 가능한지 의아해했던 많은 영역에 대한 의심도 함께 풀었다. 언젠가 우리도 그들처럼 이 태양계를 정복하고 성간을 날아다닐 것이다. 남은 것은 부단한 노력뿐이다.
우리는 이미 모든 국가를 통합했고 서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 지구가 통합하여 대적할 유일하고도 강대한 적도 경험했다. 앞으로의 우리는 저 멀리 떠난,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들을 대비하기 위해 전례 없이 뭉치게 될 것이다.
인류는 최초로 나무에서 내려와 지상에 두 발로 섰을 때, 불을 사용했을 때, 도구를 사용했을 때, 언어를 사용했을 때, 글자를 사용했을 때, 철을 사용했을 때, 동력기관을 사용했을 때,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했을 때, 그 때마다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스스로의 세상을 넓혀왔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외계 종족을 접했었다. 이 또한 우리의 세상을 넓힐 기회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리고, 자존심에 거대한 상처를 입었지만, 이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의 계기를 얻었다고, 그리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열정의 불꽃과 의지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저들이 이룩했던, 우리가 이룩하지 못할 리 없는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자.
그것이 이제, 이 별에서 살고 있는 오직 유일한 지성체, 우리들 인간의 숭고한 의무인 것이다.
2124년 7월 16일, 지구통합연방 초대의장
제임스 에버튼의 연설 중에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별에서 온 자들의 후손. 하지만 지구에서 태어났고 누구보다 이 별과 사람들을 사랑했던 한 남자.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것보다 조금쯤은 더욱 그를 사랑했던 한 여자.
또한 역시 그를 사랑하고 많은 것을 나누었지만, 기꺼이 떠나보낸 또 한 여자의,
그들의 아주 긴 이야기다.
마냥 웃지 못하고, 마냥 슬퍼하지도 못하고, 때로는 화내고 탄식하는 이야기겠지만...
서로 다른 두 인류의 만남과 애증(愛憎)이 담긴, 아주 긴 이야기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장르는 SF로 들어갑니다만, 복합장르입니다. 그리 어려운 설정은 없을 겁니다.
한 권이 종료되면 잔잔한 여운이 남을 작품이 되고 싶네요.
호불호는 좀 갈릴 타입일 듯 합니다만, 마음에 드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Comment '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