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북한침공전Ⅰ: 용의자 Y의 헌신. (2)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Ⅱ
11월 13일 오전 8시를 기해 휴전선을 넘은, 아샤르 제 5함대의 첫 공격목표는 개성직할시였다.
대남(對南) 전선의 핵심이자 불편한 교류의 창구이기도 한 이 곳은, 그동안 말뿐인 친교와 뚜렷한 경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비벼졌던 오묘한 곳이기도 하다.
개성이 공격목표가 된 이유는 중요한 군사거점인 것뿐만 아니다. 바로 아샤르 수도인 베라 아샤르의, 장차 강하지점이자 수도권으로 내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샤르의 국토 분할 안은 완성된 상태다. 공언한대로 한반도는 황제 직할령이 되고 일본은 동과 서로 갈라진다. 가장 면적이 넓은 구 만주와 러시아 지역에는 다섯 개 왕국에 맞추어 그에 따른 공중도시가 강하할 예정이었다.
한반도가 수도국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신영토의 가운데이자 만주와 일본열도를 잇는 가교역할이라는 지리적 영향이 크다. 국토의 정 가운데라면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겠으나, 기후 문제는 물론 현재 남은 인구 비율로는 오히려 극북에 해당되어 의미를 잃었다.
수도인 베라는 직경 35㎞이고 가장 작은 공중도시도 20㎞를 넘는다. 산지가 많은 한반도에선 그만한 크기를 강하시킬 장소는 많지 않다.
또한 공중도시가 강하할 기단부의 대규모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공중도시들이 볼록렌즈 형태이니, 오목렌즈처럼 만든 기단부 위에 도시를 강하시켜 이후 도로를 연결하는 형식이었다.
개성은 두 나라의 수도였던 서울과 평양에서 모두 가깝고, 한 번 수도였던 전력이 있는데다가 분단 당시에 어느 쪽의 수도도 아니었다.
더불어 모든 영역이 공산 정권의 국유지이기 때문에, 혹여나 있을지 모를 토지 보상 문제에서 자유로움은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평양과 동등한 비중의 전술 점령 목표가 되었다.
대규모의 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라 방어는 나름 철저했다. 그러나 그 철저함도 상식 외의 상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폭을 유발하기 위해 흙과 돌을 쌓아올리고 기둥을 박아 전차처럼 위장한 것이 다수 있었지만, 개미수준의 물체도 온전히 식별하는 아샤르의 지상 조사 능력 앞에서는 그저 조소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북한군의 화력 역시 장난감 수준의 평가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휴전선 이남 지역은 엄연히 아샤르 령이니 포탄 한발도 떨어지게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도트로이가 지휘하는 제 4함대가 휴전선에 골고루 배치되어 날아오는 공격을 막았다.
군령본부에서 제출한 침공루트는 세 갈래. 주력이 되는 제 5함대의 전력은 군함 5,140척에 70만 병력.
이 중 개성을 거쳐 황해북도를 통해 평양을 노리는 주력 3천척으로 이루어진 제 1군과, 황해 방면으로 나가서 주력군을 보조하며 서북 지방을 반 바퀴 돌게 되는 1천척의 제 2군. 그리고 동해 방면으로 나가 원산을 거쳐 청진과 나진 방면으로 향하는 동수의 제 3군이 있다. 이 중 제 3군은, 동북지방에 집중적으로 위치하는 수용소들을 우선적으로 해방시키도록 명령받았다.
제 5함대 사령관, 야베타 칸타이 대제독은 모처럼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지난 전쟁에서 궤도상에 머물렀던 그의 함대는 실전 참가의 기회가 적은 편이었다. 오키나와 전투 이후로 전선이 확대되었다면 기회가 있었겠으나, 그러기 전에 전쟁이 끝나버린 탓이다.
비록 평화는 환영하지만 개인으로는 아쉬운 점은 많았다. 그러니 황제가 자신의 함대에게 기회를 부여함은 배려이자 감사한 일이다.
휴전선을 넘자마자 방사포의 격렬한 공격을 받았지만, 선두로 나선 전함들의 방어막 앞에서는 전혀 무력했다.
그리고 이쪽의 반격은, 이번에도 전함 주포가 아닌 자동화 지상군이 주력이다.
“당장 반격하지는 마. 포탄을 실컷 쏘도록 내버려둬.”
사령부의 지시는 이유가 있었다.
화력도 부실하지만 저들의 화포는 너무 다양하다. 전력이 풍부해서 다양한 게 아니라,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 모은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이니 탄약 수급 역시 어려울 것이다.
그 예상대로, 오후 2시에 이르러 화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야베타 대제독은 알로프들의 전진을 명령했다.
10여척의 공격항모에서 뿌려진 이 이족보행병기들은, 마치 개미떼처럼 산과 들과 언덕을 넘어 돌격했다. 이어 참호와 토치카의 병사를 끌어냄은 물론, 힘을 모아 방사포차량을 뒤집거나 전차의 포탑을 뜯어내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제 1군을 상대하게 된 북한군은, 황해북도 평산군을 주둔지로 했던 2군단과 황해남도 해주시를 근거지로 삼았던 4군단, 그리고 사리원에 있던 820전차군단과 815 기계화 군단의 약 11만 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애처롭게도, 지금 뿌려진 알로프만 20만기 이상이다.
“이거, 지난 내전에 비하면 너무...”
긴박감이 결여된 전장에 야베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땐 거의 대등한 전력에 상대 장수도 모두 출중했건만, 이건 너무 싱겁지 않은가.
물론 부하들을 함부로 사지로 내몰지 않아도 됨은 다행이지만, 강한 적과 싸워보고 싶은 무인의 감성은 조금 다르다. 대제독은 연방 입맛을 다셨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지만, 한국전쟁 도중 철저하게 파괴되어 이후 새롭게 건설한 도시이다. 오죽하면 초대 주석인 김일성이 ‘남은 건물은 초가 두 채’ 라고 운운했을까.
그렇듯 글자 그대로 평지가 되도록 박살난 과거 탓에, 이 도시는 손꼽히게 촘촘한 대공포망을 자랑한다. 물론 구닥다리 대공미사일과 낡아빠진 대공포지만 배치된 물량만은 엄청나게 많고, 지하철을 이용한 대민 방공호와 각종 지하벙커도 무수하다.
그 중 최대의 벙커는 평양 북단 중화군(中和郡)의 야산에 있었다. 무려 730명이 2년 이상 은거할 수 있는 것으로 깊이는 지하 200m, 넓이로는 1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자체 발전 시설과 공기정화시설을 갖추고 갖은 공격에 충분히 대비한 시설이다. 평양 지하철의 비밀노선도 연결되어 있어 여차할 경우 도피에도 유리했다.
“우짜실 겝네까?”
말은 없어도 그렇게 물어오는 듯, 다수의 불편한 시선에 나이든 거한이 푹신한 소파에서 팔짱을 꼈다.
실제 신장은 그리 크지 않으나, 일부러 만든 비대한 몸집이 그렇게 보이게 한다. 바로 현 북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인물, 김정은이었다.
올해 그는 66세. 서른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전례 없는 속도로 정권을 이양 받은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권력을 공고히 한 인물이다.
초창기 불안정을 이유삼아, 그의 이른 실각과 민중 봉기를 예상한 타국 및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는 빠르게 정권을 장악했다.
친척을 죽이고 부하를 몰아내고 자식까지 유폐한 결과이긴 하지만, 30년 넘는 철권통치를 이어온 정치적 수완은 보통이 넘는다.
그렇게 당연해진 지배는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었다. 역시 국민은 굶어죽기 일보 직전이어야 통치가 쉬운 법. 산발적인 폭동도 있고 원망도 짙었지만, 행동으로 옮길 여력은 인민에게 남아 있지 않다.
공포와 억압으로 짓눌러온 지난 세월. 그들 일족은 강대한 권력을 구축했다. 그런데 말년에 이르러 최대 최강의 적을 맞이한 셈이다.
지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보는 꾸준히 수집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맞붙는다고 하면 승산은 전혀 없다. 때문에 그들도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견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저 자식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고작 다섯 명이 맨손으로 들어온 주제에, 배치시킨 일개 대대 병력을 모두 때려눕히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잠든 성지를 3할이나 부수고 갔다.
대체 저들이 가진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분노 이전에 공포가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굉장히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군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이다. 오대룡은 인민무력부장에서 바로 잘리고 부상치료도 하지 못한 채 수용소로 직행했지만, 이제는 몇 명을 숙청한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당해야 하나...?!
하지만 정권을 놓친다는 것은 곧 죽음. 아무리 상대가 생명을 보장한다 해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권좌는 의심만 키웠다.
평생 차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허리춤의 권총을 매만지며 그는 노회하고 불안한 몸을 떨었다.
절대 이대로 끝나진 않는다며 이를 갈아도, 그동안 베푼 은혜는 적고 원한은 넘친다.
적이 아닌 아군의 총탄을 항상 경계했음에도, 지금은 그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있음을 느끼며,
그는 더더욱 움츠려 숨어들었다.
11월 14일. 침공 2일째로 접어든 제 5함대는 개성을 코앞에 두고 하룻밤을 보냈다. 이미 목전의 북한군은 일소했고, 무려 5만 이상의 포로를 잡고 대부분의 전투 장비를 소모시켰다.
“죽이지 않습네다. 안심하시라요.”
만약 이 자리에 남한 사람이 있었다면 묘했을, 외계인의 입에서 북한어가 바쁘게 내뱉어졌다.
전투용인 알로프들은 간단한 언어기능은 달려있지만 유려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지능은 아니다. 때문에 보급 및 지원팀은 전투부서보다 훨씬 바빴고, 몇 번이고 진땀을 빼가면서 겁먹은 포로들을 다루고 있었다.
잡을 포로에 덧붙여 앞으로 해방시킬 북한 주민들. 그들을 위해 2천만 명 분의 3개월분 식량과 의복, 의약품을 준비했다.
다만 절기상으로는 겨울에 접어들고 북한의 추위는 빠르고 무척 혹독하다. 때문에 해방한 주민을 후방으로 대피시킬 필요가 있어, 대형 수송선 160척과 중형 540척 및 소형정도 다수 준비했다.
이렇게 후퇴시킨 주민을 어찌 할 것인가. 공중도시도 대안이 되었지만 수용한 이들, 그리고 이들과 섞인 자국 국민들이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른다. 때문에 아직은 자치를 유지하고 있는 남한 정부에 경기도 일대의 농지를 비우도록 요청했다.
마침 수확 이후라 상당한 논밭이 비어 있다. 만약 전쟁이 길어진다면 농지 안에 간이 주택을 준비해 밀려드는 인원을 수용할 것이다.
아직 이틀째지만 순조롭다. 다만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진짜로 인간방패를 쓸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절히 압박하면서 물량으로 밀어내면 내부에서 무너질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고, 가능하면 그 쪽으로 결과를 내고 싶은 것이 군령본부의 방침이었다.
배고픈 군대가 사기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개성 함락과 동시에, 평양에서 군사 쿠데타나 민중봉기라도 일어나면 전쟁은 그날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대량의 탈영, 탈북은 전투에 지장이 올 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진군 자체는 신중해야 했다.
당면 과제로, 5만의 적을 놓친 상황에서 대규모의 시가전이 예상되는 바다. 덕분에 하루를 미뤄왔던 조르프의 투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묘하군요. 최고사령부의 지침은...”
참모장인 보에른 정제독이 의문을 표했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평양 및 각 대도시들에 대한 포격을 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솔직히 적의 수뇌부만 궤멸시키는 싸움 아닙니까. 그렇다면 소수 부대, 이를테면 친위기사대를 보내어 암살 같은 것을 해도 무방할 터인데...”
사령관 야베타 대제독이 긍정의 고갯짓을 했다.
“그게 정석이지. 그리고 군령본부에서도 생각한 내용이네. 하지만 폐하께서 거부하셨네.”
“이유가 뭡니까?”
“향후 통치를 위해서... 라는군.”
황제가 바라는 것은, 아군은 물론 적에게도 큰 피해가 없는 북한의 완전 병탄이다.
그렇다면 친위기사를 이용한 북한 수뇌부 암살이 가장 좋다. 애당초 저번에 북한에 간 우현왕이 직접 힘을 썼다면 전쟁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채택되지 않는 이유는 있었다. 그것은 황제 본인이 암살 같은 수단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앞으로 아샤르는 군사력의 투사를 줄이고, 대신 외교력과 기술력으로 지구권 국가들과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엉망진창의 국가에 전 세계가 그 멸망을 바라는 집단의 수장이라 해도, 지구인이 납득할 수 있는 기술이나 군사력이 아닌 인간을 초월한 자의 손에 죽어서는 곤란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 대통령 브라이언, 국제연합의장 캠퍼나 영국 국왕 윌리엄 5세는, 혹여 아샤르와 척진다면 언제든지 거처에 침입한 친위기사에 의해 목이 날아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누가 진심으로 손을 뻗을 것인가.
“덕분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잖은가. 부러 불평할 처지가 아니지.”
“그래도, 가장 쉬운 길을 놓아두시는군요. 황상께선...”
“정치는 우리가 알 바 아니네.”
“하지만 이래서는 지난 전쟁과 다를 바가 없지요. 인간방패를 쓰면 어찌하실 겁니까?”
“그 점을 대비해서, 통합지원본부에서 이미 준비한 수가 있지 않은가?”
“아, 그거요...”
보에른 참모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싫은 수단입니다. 우리가 자장가 불러주는 애들 보모도 아니고... 화끈하게 무기로 붙는 편이 좋은데요.”
“나도 그렇다네. 하지만 준엄한 칙명이네. 참자고.”
이미 공격 1군이 개성 진입을 시작했다.
약간 들떴던 탓에 어젯밤 잠을 설친 대제독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전황을 주시했다.
하품은 간신히 참았다.
...오늘도 보람 없는 싸움을 하게 되었다.
서로가 말이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이번 장은 서사 형식이라... 대화가 극히 부실하군요 ㅎ;;
아무튼 수도시는 개성으로 확정. 더불어... 만약 저 나이대의 김정은이 이런 공격을 받으면 심정이 어떨지... 조금 예상해봤습니다만 저는 그가 아닙니다. 될 생각도 없고...
이 전쟁은 공식 시작일자는 2050년 11월 13일, 공식 종료는 11월 19일, 실제로는 11월 17일 저녁에 종료됩니다. 7일짜리 전쟁이지만... 되도록 있을 법하게 묘사해보죠. 그런 의미에서 가상역사는 어렵네요. (근데 앞으로가 다 가상역사... 살려;;;)
다음 장에서 유키나의 행동은... 똘끼일지 각오일지...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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