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3)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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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아메리카 방면의 적이 파나마로 들어왔습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드디어...!
통합작전 사령부는, 미국 네바다 주에 위치한 방공호 하나를 지정해 들어서 있다. 원래는 대통령의 전시 비상 대피소 중 하나지만, 적성국이 아닌 외계인 상대로 쓰게 될 줄 예상한 사람은 없었으리라. 영화에서는 종종 나오지만 현실이 되고나니 다들 묘한 기분이었다.
“파나마 정부는 항복하기로 했다지요?”
“네. 형식적인 저항도 없습니다. 다음 목표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역시 카리브 해로 나와서 진격하겠죠.”
“쿠바 방면이면 좋은데... 해상루트일 테니까. 다행히 적은 전부 해상 루트이고... 다른 방면의 상황은?”
“수마트라 섬 남방 200㎞ 해상에 위치한 태평양 방면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프리카 방면, 골드 코스트 쪽으로의 이동도 확인 되었고요.”
“좋네요. 무슨 행운인지, 적의 3개 집단이 모두 동시에 움직이고 있으니... 발을 묶기 위해서 투입하는 전력이 의외로 크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항공 전력은 이미 대기 중이니... 적의 감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시다. 정찰 및 경계는 절대 틈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건곤일척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8월 26일 아침, 아샤르의 3개 함대가 발맞추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노림 받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큰 시차를 두지 않고 일부러 모여서 이동한 것은, 공격해올 지구군이 모든 핵미사일을 이 싸움에서 소모해주기 바라기 때문이었다.
이에 맞추어 지구측도 움직였다. 그 시작은, 인도 공화국에 위치한 138개의 군용 공항 중 동부에 위치한 57개소에 집결되어 있던 공중 전력이었다.
니코바르 제도(諸島)를 우측으로 끼고 출발한 약 4천여기의 전투기가, 인도의 동부 600㎞까지 들어온 1함대를 향해 진격했다. 멕시코와 쿠바 등 카리브 해 연안 국가에서도 역시 4천여기의 전투기가, 대(大) 앤틸리스 제도 인근까지 진공한 제 4함대를 맞아 출격했다.
아프리카 방면군인 2함대는 조금 독특했다. 응당 공격해야 할 나이지리아 대신, 이미 개전 이전부터 항복한 인구 13만의 소국이자 섬나라인 상투메 프린시페를 우회하여 코트디부아르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작은 도서국가인 이 나라가 핵폭발에 휘말리면 안 되니 일부러 크게 우회한 것이다. 이 방면의 적을 맞이하는 지구측 전투기의 수도 물경 3천여기에 달했다.
3개 방면의 전투기는 약 1만 1천. 하지만 이들의 임무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핵미사일이 도착할 때까지 발을 묶고 같이 산화하는 것이다.
물론 희생양이 될 조종사들은 이 작전의 진짜 목적을 모른다. 그저 핵공격기들이 도착하는 사이 발을 묶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래도 다들 사기는 충천했다.
너무나 거대한 적에게 맞서는 두려움은 크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작전, 그리고 어쩌면 온 지구 인류가 처음으로 하나 된 이 싸움이다.
파일럿들은 망설임 없이 전진해나갔고 그 결과 제 1함대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아, 무려 4천기에 이르는 전투기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둥지를 방어하는 벌떼를 연상케 했다.
아샤르도 요격을 개시했다. 수마트라에 일부 전력을 남겨둔 제 1함대의 모든 전력, 약 3,000여 척이 1만 기의 무인 전투기와 600기 가까운 조르프를 쏟아냈다.
인도양의 푸른 하늘과 바다는 곧이어 피로 물들었다.
“측방 1-37, 3테라프 방면에 적기 다섯, 주의해라.”
“데르트(무인 전투기) 편대의 길을 열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마. 어이, 거기 너 바보. 그래, 너 말이다...!”
통신 회선은 갖은 목소리로 뒤덮였고, 아레아는 눈앞에 펼쳐진 불꽃쇼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르프는 탑승자의 뇌파와 연결, 모든 감각과 의지를 기체로 집결시킨다. 몸이 커지고 팔다리가 길어지는 느낌이라고 탑승자들은 공통의 감상을 표한다. 즉 조르프는 또 다른 나이다. 실감은 두드러졌다.
“비켜, 비켜, 이 허접한 놈들이! 죽는단 말이다...!”
동료이자 선임인 테페르 소사가 모함의 상판 위, 자신의 기체 안에서 소리쳤다. 동료가 아닌, 무모할 정도로 거세게 달려드는 F-22랩터와 라팔을 향해 한 말이다.
역시 지금 달려드는 적들은 우리의 발을 묶기 위함이며 이는 예상한 바이다. 하지만 이 집요함은 예상을 넘었다. 지구군의 전의는 달아오르다 못해 불타올랐다.
대부분의 조르프들은 자신의 모함의 함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핵미사일이 날아오고 함대가 그것들을 처리하면, 이후의 핵탄두 발사 역량을 줄이기 위해 그들은 발사 차량 및 잠수함들을 처리한다.
과다 살육의 방지를 위해 파괴력이 큰 병기들은 모두 봉인 당했지만, 사실 전투기들로도 충분하니 별 문제는 없다. 대기권 하에서 둔중하긴 이 쪽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병기의 격은 적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지만 이런 진흙탕 싸움이나 하느니, 그냥 화력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은 이도 충분히 많다. 그러나 칙명은 엄중했고, 어긴 이는 군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엄명까지 덧붙여져 있다.
덕분에 일거에 섬멸할 수 있음에도, 그들의 전투 방식은 스스로도 답답하게 지저분하고 난잡해져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달려드는군. 하기야 저 쪽은 필사적이려나...”
조프르의 통신회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날아오는 기관포의 탄알 덕분에, 이미 전장의 하늘은 공기 반 총알 반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 직접 전투는 없지만 눈앞에서 검은 연기와 붉은 섬광이 번쩍이는 것을 보면, 적의 화력이 대단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은 움츠려들고 때로는 흥분된다.
탈출하는 적병과 낙하산들은 쏘지 않도록 엄명이 내려져, 대신 짧은 비행이 가능한 소형 인간형 병기인 알로프들이 그들을 낚아채 포로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폭이나 눈 먼 총알에 죽는 이는 적지 않다.
그리고... 저 불꽃 하나하나는 적의 목숨을 품고 있다. 역시 마냥 기분 좋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아레아도 마찬가지였다.
3년 전의 내전에서는, 그녀는 갓 초경을 시작한 열두 살 애송이였을 뿐이었다. 몸은 빠르게 성장해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정신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이 터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현장이 우주에서 벌어진다고 들었지만, 두 언니가 군인으로 참가했었지만 소녀에게는 직접적인 실감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말로만 들었던 죽음이 코앞에서 난무한다.
그녀는 문득 몇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왕래는 많지 않았지만 볼 때마다 친근하게 대해주었던 육촌 오라버니인 황제 폐하. 마찬가지로 육촌 언니인 우현왕 전하.
지난 내전에서... 과연 두 분은 어떤 마음으로 병사들을 사지로 내보내고 동족이었던 이들을 쳐왔을까요. 그리 하찮게 여기던 저 지구인들조차도, 하나의 목숨이 덧없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우울한데 말이죠.
당신들은 대체,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짊어졌을까요.
그리고...
“훌륭한 군인이 되려면 싸움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법도 알아야 해.”
봉인 전의 시대. 사관학교 입학 직전에, 축하와 격려차 잠시 만나러 와주었던 황제는 그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상대를 미워하면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아. 이해를 할 수 없다면 알지 못하고, 적을 알지 못하면 승리는 없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눈으로도 그는 매섭게 말했었다.
“한번 증오를 맛보고 해소해본 인간은 그 쾌락을 알아. 그러니 항상 새롭게 증오할 대상을 찾기 마련이야. 본 적 없는 사람조차 이유를 붙여 쉬이 공격하는... 결국은 자기 자신도 망가뜨리기 때문이지.”
“...하지만, 미워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할 수 있어요?”
“...어렵지.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거니까.”
순순히 인정한 그는 그래도 꿈꾸듯,
“...하지만 노력하려무나. 설령 승리하더라도, 다시금 평화를 찾더라도 네가 누릴 그 평화가 여전히 증오로 물들었다면... 나중에는 왜 싸웠었는지도 모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어렸던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자라니 알 수 있었다.
그 큰 슬픔을 겪고도 지금 그가 웃을 수 있음은, 그가 자신의 말처럼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역시 쉽지 않겠지. 귀족이니 공녀니 해도, 나는 그냥 보통 사람이니까...
“각 기는 주의를. 시작인 것 같으니.”
전투기가 아닌 다수의 물체가 감지에 잡혔다. 방향은 북서와 서, 그리고 북쪽이다. 각 방향에 150기 이상으로, 속도는 전투기보다 훨씬 빠르다.
“핵탄두로 판별되었다. 전원 충격 및 섬광 대비.”
적외선을 제외하고는 광학적인 모든 시야가 어두워진다. 어둠 속의 아레아는 잔뜩 긴장했다.
사령부는 핵탄두를 터트리지 않고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어떤 방법을 쓸까.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자신과 자신의 기체가 올라타 있던 함의 갑판의 일부가 열리면서 드러난 탄두들이었다.
통상의 전함에는 48개의 사출구가 있고 함의 상반부에는 12개가 있다. 비행폭뢰창과는 별도이지만 넓이로는 상당해, 벌집처럼 입을 벌린 사출지대는 작은 축구 경기장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다.
하늘로 치솟은 수많은 탄두들. 그것은 포물선을 그리며 적의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제 6전대의 두 척의 강습전함도, 다른 전대에서도 전함 클래스들은 동일 행동을 취하고 있다.
미끼(Decoy)탄두다. 전자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들은 전혀 쓰지 않는 병기이지만, 이번을 위해 특별히 제조해서 긴급히 각 함대로 실어 나른 물건이다. 일단 이것이 일차적 대응인 모양이다.
전함들이 발사한 840기의 디코이들은 3개 방향으로 흩어져서 무리를 이룬 핵미사일을 향해 접근, 교란 전파를 발사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 반응이 없다.
“역시 이건 안 되는가...”
기함 아라에르 함교. 1함대 사령관 아코르 미를레인 대제독이 혀를 찼다. 생각보다는 지구군의 대처도 기술도 괜찮다. 또한 그것은 사실이었다.
모든 결과를 검토한 지구군은, 일반적인 레이저 및 전파 유도나 탑재 카메라를 이용한 원격 조종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전파방해에 대비해 항법, 지형, 일반 유도도 배제되었다.
그 대신, 지금은 구형이지만 타이머를 맞추어 폭발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어차피 다량의 핵탄두를 좁은 지역에 발사하는 것이니 정밀한 정확도는 필요 없다.
“사령관 각하. 다음 지시를...”
참모장 오겔 쿠프리 정제독(正提督)의 독촉에, 아코르 대제독은 성가시다는 듯 손을 휘둘렀다.
“할 수 없네. 2차 작전 개시. 이어 3차의 준비도...”
이것으로 종료시킬 수 있으면 좋겠는데. 3번째 작전은 결국 핵탄두의 대기권 내 폭발을 감수해야 하니까.
대부분의 아샤르 군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던, 미리 공격항모의 갑판에 나와 있던 무인 6족 보행병기인 엔로프. 그들은 마치 딱정벌레가 등갑을 열고 날개를 펴듯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함대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전기로 총수는 9천 정도다.
다목적 전투차량 엔로프들은 지상에 안정적으로 착지, 보행하기 위해 6족의 다리를 갖고 있다. 이 다리를 이용해 추진 중인 미사일에 우르르 달라붙은 그들은, 다시금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미사일의 궤도를 비틀었다.
예정된 정상 궤도가 아님에, 탑재된 제어장치들은 궤도를 몇 번이고 수정하려 했다. 하지만 안정성을 위해 고체연료를 탑재한 미사일들은 섬세한 수정은 불가능하며 자세 제어를 위한 추진력도 너무 미약했다.
미사일과 일체화, 이어 최대 추진력으로 미사일을 강제로 당긴 엔로프들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단 4분. 그것으로 그들은 대류권을 돌파하여 성층권, 그리고 중간권을 넘는 150㎞를 돌파해버렸다.
위성궤도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 정도라면 대규모의 핵폭발에도 지상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다. 개개의 탄두는 400~500kt 급이며 메가를 넘는 것은 많지 않다. 방사능 정도가 걱정이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2차 대응이자 핵심 대처였다.
적도 바보는 아니니 EMP나 전자전에 대한 대비는 했을 것이고, 디코이가 통하지 않을 확률도 있으니 남은 것은 물리력을 이용한 강제 궤도 수정이었다.
함대가 보유한 엔로프를 전투 없이 잃는 것이지만, 대신 당분간 유인 조르프로 모자라는 육상 전력을 채울 생각이었다. 무인병기 따위야 차츰 보충될 것이고.
이게 실패한다면, 마지막 작전은 핵탄두를 그냥 요격하는 것이었다. 지상에 대폭발을 일으킬 일이지만, 전대 단위로 방어막을 구성하면 거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함대의 전반부는 강력한 방어막을 지닌 전함들로 편성하고 방어막도 미리 공유했다.
이어 제 2파가 날아오자 남은 엔로프들은 같은 행위를 반복했고, 그렇게 4개 파로 나뉜 미사일의 집단을 그들이 모두 처리해버렸다.
지상에서 무인 병기들이 열심히 미사일을 포획하고 있는 동안, 상공에서는 먼저 끌려간 미사일들의 폭발이 몇 번이나 관측되었다. 통신 회선을 점령한 환호와 안도의 목소리. 아레아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이 광경을 무인정찰기의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하던 지구군 장성들은 연달아 책상을 내리치거나 머리를 쥐어뜯었다.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는 실패다. 그들은 깊이 절감했고 또한 절망했다.
“개새끼들...! 빌어먹을 자식들 같으니라고...!”
미사일의 궤도를 힘으로 바꿔버린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저놈들이나 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떤 작전계획대로, 지상에 핵병기를 묻어 지나갈 때 터트리는 방법도 써 볼 것을. 하지만 매몰 루트에서 벗어나버리면 아무 소용없는지라 애당초 무시 되었다.
남은 핵탄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상이 대부분인 북반구에서 사용하기에는 이제 부담이 너무 크다. 또, 대부분의 대형 발사체를 이 작전에 사용해버렸다. 적들도 핵병기의 대량 소모를 알았을 터이니 더욱 거리낌 없이 침공하겠지.
이어 2함대와 4함대, 지구군의 인식으로는 아프리카 집단과 아메리카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대응했다.
“그나저나, 역시 지구인 녀석들은... 진짜 해버렸네.”
2함대 사령관 쿠라프 대제독이, 기함인 중장전함 오르겔의 함교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함대는 골드 코스트이자 예전에는 노예 해안이라고 불렸던, 코트디부아르 남방 800㎞해역에서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를 상대했다.
참모장 시휴르 프라이토 정제독이 돌아보며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정말로 아군도 희생시킬 각오로 쏴버렸잖아. 독한 놈들 같으니... 아니, 이렇게 되면 오히려 불쌍하군.”
아무리 예상은 했어도,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그 절박함에 쿠라프 대제독은 강한 동정을 보냈다.
한편, 미친 작전을 통과시킨 멍청이들을 조소하면서, 또한 끝까지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브랜든 중장은 출격한 파일럿들, 떼죽음을 당할 그들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그러나...
“...추격이 없다고? 정말로?”
통합사 사령부가 의아함에 물들었다.
“네. 공격받은 곳은 미사일 발사지, 즉 아비장과 킹스턴과 마드라스 정도이고, 발사차량 및 발사대가 공격받았을 뿐 대부분의 전투기들이 무사 귀환했습니다. 이미 격추당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이건... 동정이냐?! 동정인 것인가...?! 아니면 무시?”
“우린 죽일 가치도 없다는 건가...!”
몇 명이 분노했지만 브랜든 중장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파일럿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의문은 그대로 마음에 남았다. 대체 저 녀석들은 왜 적극적으로 치지 않는 거냐. 충분히 우리를 궤멸시킬 수 있는 찬스를 몇 번이나 날리면서, 그저 병기의 숫자와 규모로 밀어내고만 있다.
혹시, 정말 봐주는 거냐? 우리들 목숨이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겠다는 거냐? 너희들의 방식을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오만이라 폄하하기 이전에, 적이라고 증오하기 이전에... 솔직히 감사할 수밖에.
브랜든 중장은 눈을 깊이 감은 채, 진정 그렇다면 아마 이 명령을 내렸을 적의 총사령관이나 황제를 생각했다. 총사령관이라는 그 아가씨는 얼굴 정도는 알지만, 아직 황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만나게 될 일이 있다면, 우선 지구 침공에 대해 죄를 물어 황제나 총사령관의 턱을 힘껏 갈겨 준 다음, 오늘의 자비를 고개 숙여 감사라도 해야 할까... 그런 자신에게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어쩐지 당연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한편 지구 상공에 포진했던 제 3함대도 무사했다. 다수의 ICBM이 날아들었지만 함포로 요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대신 최대 방어 진형을 짜 여과 없이 날아오는 핵폭풍을 막아냈다.
이어 각 함대의 공작함에서 방사능 제거 조치를 실행했다. 미생물 특성을 지닌 특수한 란포르, 즉 나노머신을 탑재한 탄두가 다량 발사되어 핵탄두가 터진 공역에 내용물을 뿌려버렸다.
특정 미생물은 원소 변환 능력이 있다. 모든 물질의 기본인 원소를 고작 미생물이 다른 원소로 바꾸는, 즉 방사성 동위원소를 방사성이 없는 동일한 원소로 바꾼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이것은 이미 21세기 초반에 독일과 프랑스의 기초과학연구소에도 발견한 사실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지구에서는 아직 실용화되지 못했지만, 이 강대한 적수는 역시 달랐다.
“저놈들이 싸지른 걸 닦아주기까지 해야 하다니.”
라티카르 함교에서 우현왕 유키나가 쓰게 웃었다.
오라버니. 성공해서 다행이지만 역시 너무 온건하세요. 하기야 그런 일견 물렁한, 하지만 속 깊은 점이 제가 당신을 따르는 이유 중 하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극히 적을 겁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아이도... 아직은 전혀 알아주지 않잖아요.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안타까운 오른손을 힘주어 쥐었다.
수고하셨어요.
- 작가의말
지도는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즉 지구군 반격 지점입니다.
순서대로 1함대, 2함대, 4함대가 각각 핵미사일을 상대한 곳.
다음 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편, 월요일날 올라갑니다.
중요 이벤트 시작... 꽤 불편한 글이 될 지도...
< 부연 설정 >
아샤르의 신분제도 및 작위
황족 - 귀족 - 평민의 3개 계층이 존재하는 아샤르의 신분제는 건국 이래로 전혀 바뀌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 이는 귀족 및 특권층의 숫자가 도를 넘지 않도록 신중히 조절하며, 더불어 특권의 경우를 극도로 제한함으로서 부작용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신분과 지위로서 민중을 핍박하는 경우와, 신분 상승을 위해 비윤리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국의 신분제는 엄중하게 짜여 있으며,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서 각 신분간의 이동은 거의 없지만, 동일 신분간의 권리는 평준화시키며 신분 차에 따른 권리에 맞추어 제약도 같이 상승시키는 것이 존재한다.
황족
: 황실 직계 및 현왕가로서 구성되는 황족은, 태생 황족과 비태생 황족으로 이루어진다. 황족은 귀족 및 평민과는 인종적으로 상당히 다른, 생체병기로서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이에 황족의 유전 특징을 가지는 소체는 다른 유전 소체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자식은 부모의 허용된 범위 내에서의 클론과 흡사하다. 이를 태생 황족이라 한다. 비태생 황족은 배우자나 양자 등의 경우로 황족에 편입된 경우를 뜻한다.
황족의 권리는 상당하여, 정계나 군부로 진출할 경우 특혜가 주어지나, 실제로 실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위 혹은 왕위를 잇지 못하는 황족은 3대까지 황족으로 인정되며, 이후 4대부터는 평민으로 격하된다. 또한 4대부터는 황족 소체의 특성을 타고나지 않는데, 이는 영자력의 수련 여부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기술한다.
왕족
: 제후왕(諸侯王)에 해당하는 지위로, 정식 신분은 아니다. 8개 도시 중 황제 직할인 베라 아샤르를 제외한 7개 도시의 종신 시장인 왕들은, 왕의 칭호를 가지고 있고 전하의 호칭을 받지만, 그 지위를 자녀에게 세습하진 못한다. 자녀가 뛰어나다면 특별히 세습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도 당대에 한할 뿐이다. 자녀들은 왕자와 왕녀 칭호를 받지만, 왕족이라고 해서 귀족보다 높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궁중 서열은 귀족보다 높다.
귀족
: 기본적으로 오등작 제도이며, 작위 귀족과 일대 귀족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위 귀족은 대대로 작위를 계승하며, 제국 상원의 의원직을 세습한다. 또한 궁중 서열을 부여받아, 연령에 상관없이 평민 대비 존대를 받게 된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시설, 인력, 서비스 등에서도 특혜가 있다. 다만 작위를 잇지 못하는 귀족은 3대째부터는 역시 평민으로 격하된다. 귀족의 자녀는 모두 공자, 공녀로 호칭되어, 공작 공자, 후작 공녀 등이 있게 된다.
일대 귀족은 계승이 인정되지 않지만, 본인이 공을 세우거나 고위직에 있을 경우 받게 되는 지위이다. 상원의원직을 제외하고는 작위 귀족과 권리가 같으며, 자녀는 역시 공자나 공녀 칭호를 받게 된다. 작위 귀족은 제국 전체에 40가문, 가문에 딸린 귀족은 200명 정도가 존재하며, 이는 건국 이후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평민
: 대부분의 국민이 이 계층이며, 법적 권리와 의무는 황족과는 다르지만 귀족과는 같다. 다만 궁중 서열이 부여되지 않아, 귀족에 대한 존대 의무가 주어진다. 평민이 신분 상승을 하는 경우는 황족 및 귀족과 결혼하거나, 본인이 관계나 군부에서 일대 귀족이 되던가, 국가적인 대공을 세워 황제에게 작위를 하사받아 귀족이 되는 수밖에 없다. 가장 간편한 방법이 결혼이나, 당연히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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