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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님의 서재입니다.

리어스(R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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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
작품등록일 :
2014.01.14 0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14:54
연재수 :
380 회
조회수 :
574,032
추천수 :
9,808
글자수 :
3,615,518

작성
14.01.14 00:31
조회
3,485
추천
59
글자
37쪽

Ⓡ 5장. 불편한 동행.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DUMMY





토요일 저녁답게 도심을 점령한 차들. 가족 나들이와 데이트족들을 이리저리 뚫고, 말 그대로 남쪽인 미나미 구(南区)로 들어선 그들은 다시 한참을 달렸다.


이대로 가면 시코쓰토야(支笏洞爺) 국립공원, 그 중에서도 다루마에樽前)산 방면이다. 숲길 1차선인 453번 국도에 접어들자, 그동안 울분을 삭이려 애써 창밖을 바라보던 루이코가 비로소 물었다.


“저기 말이야. 지금 갈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는 없어?”


“멀지 않아. 다행스럽게도 이 곳은 산지가 많아.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우주선이 내릴 곳은 얼마든지 있지.”


“그런 게 뜨고 내리면... 안 들켜? 사람들 눈은 그렇다 쳐도 레이더 정도라면...”


인근 도시인 치토세(千歲)에는 항공자위대가 있고 인구 10만 명의 3할이 그 관계자다.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정도라면 삿포로에서도 종종 보여, 군사 문외한인 그녀도 알고 있다.


전투기 기지이니 레이더 정도는 당연히 있을 터. 하지만 코웃음이 돌아왔다.


“항공자위대 말인가. 그 따위에 들킬 리가 있나.”


‘그 따위’라는 말이 매우 거슬린다. 하지만 성간을 여행하는 자들의 눈에는 지구의 것 따윈 정말로 그 따위로 보일 것이다. 잘 만든 돌도끼처럼 조금은 신기한, 그저 기특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원래는 그냥 타면 되지만...”


백미러에 시선을 주던 그가 문득 혀를 찼다.


“그게 쉽지 않을 테니까 이게 문제야... 이미 꼬리에 붙은 것 같은데. 부지런한 녀석들 같으니.”


깜짝 놀란 루이코가 뒤를 돌아보니, 하코다테(函館)에서 자주 보이는 수산물 운반용 냉동차가 2대 보인다. 명물인 오징어 캐릭터가 전면에 그려져 있다.


진짜 얼굴을 뜯어보면 오징어를 닮았을지도 모르는, 이 이성인을 오징어 대신 넣어주지 않으려나. 루이코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속도를 맞춰 따라오곤 있지만 당장 덮칠 기미는 없다. 루이코가 물었다.


“물어보는 걸 잊었는데, 대체 저 사람들 누구야?”


“슈고카이(수호회:守護會)라는 녀석들이야.”


“슈고카이?”


문학부인 그녀에겐 용납하기 힘든 작명 센스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든 자들이 뭘 지킨단 말이지?


마찬가지인 듯 그도 말끝마다 코웃음이 쳐진다.


“일본 쪽 이름이 붙었지만, 몇 개 국가에 걸친 것이 확실한 조직이야. 창립도 200년 정도는 된 듯 하고, 인원도 수백 명 이상은 확실해. 150년 전에 처음 만났고 그 목적 역시 단 하나, 이 몸의 포획 혹은 죽음이지.”


“그럼 우리까지 죽이려 든 건... 역시 목격자라서?”


“내 동족(同族)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어. 남아있는 우리 동족이 나 이외에 둘이 더 있다 했지? 하필 둘 다 여자니까... 내 동료로 판단할 가능성은 조금 있어.”


이 녀석을 싫어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그런데... 방금 뭐라 그랬지?!


“잠깐만, 아까... 150년 전부터 쫓기고 있다고?”


루이코는 부지불식 좌석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곧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럼 당신... 설마 수백 살이 넘었다는 거야?!”


“그래. 일단 난 전국시대(戰國時代) 경험자니까...”


전국시대인가. 아무리 못해도 700년 전이다.


잔뜩 질린 루이코에게 그가 바로 덧붙였다.


“참. 착각하겠네. 내가 말하는 건 훨씬 오래전.”


그 전국시대가 아니다. 역사상으로 그 외에 전국시대라 불리는 시절은...


중국...?! 루이코의 눈이 커져갔다.


“설마...?! 기원전...? 그럼 최소 2천살이라는 거야?”


“그렇지. 내가 태어난 때가, 여기 기준으로 기원전 274년인가, 275년이던가. 아무튼 그래.”


담담한 대답에 루이코는 더욱 놀랐다.


외계인에 초능력자도 이상한데 이번엔 수천 년이나 살아온 자? 아무리 신화와 전설이 넘치고 800만의 신(神)이 있다 일컬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산타클로스의 부재와 그 진짜 정체를 꽤 일찍 알아버리기도 했었다.


아빠. 그 변장은 솔직히 너무 어설펐어요.


또래 중에서 순수한 편일지는 몰라도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하진 않다. 세상에 신기한 일이 아예 없다면 그것도 재미없겠지만, 비상식을 겪고도 쉬이 긍정할 만큼 어린아이도 아니다.


백미러에 비친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웃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존대를 하도록. 너보다 훠어얼씬 어르신이니까.”


남은 심각하고 두려운데도 혼자 즐거워하는, 그 모습이 어쩐지 얄미운 루이코도 자신도 모르게 빈정댔다.


“그 말 그대로라면... 당신, ...엄청 늙었네.”


“윽.”


그는 어깨를 움츠렸다.


“취소. 취소다. 그냥 말 놓아. 갑자기 늙은 것 같잖아. 난 아직 내 인생의 반도 살지 않았는데...”


“그럼 아직도 수천 년이나 남은 거야? 이성인은 그렇게 다들 오래 살아?”


“아직도... 라니, 뭔가 어감이 미묘한걸. 남의 목숨이라고 함부로 말하네.”


말과는 달리 그는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은 것 같다.


“수명 자체는 인류와 다르지 않은데... 대신 좀 특별한 처치를 받았지.”


“특별한 처치...?”


“그래. 영자력(靈子力)이라고 부르지. 설명은 끝.”


“...너무 짧아...!”


“그럼 이렇게 생각해. 전 우주, 전 차원에 걸친 거대한 힘의 흐름. 그것을 이용한 거야. 비행능력이나 널 치료한 능력 등, 내 모든 힘이 거기서 비롯된 거야. 물론 싸움 이외에도 활용 능력은 많아. 훨씬 심오하기도 하고...


초능력 같은 것이겠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해하자.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


“혹시... 당신 동족은 다 그런 초능력자야?”


그렇다면 지구 입장에서는 큰 문제다.


“아냐. 군대를 대적하는 능력자라면 30인에도 못 미쳐. 내 수준이라면 더 적어서 깨어있는 동족 3명 뿐. 그 중에선 내가 제일 강하지.”


불행 중 다행이다. 안도하는 그녀에게 그는 다시,


“지구인을 포함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는 있으니, 동족 중에서도 우리에게만 허락된 힘이야.”


루이코는 문득 구미가 당겼다. 자명종이 울릴 때 손을 뻗기 귀찮은 경험 정도는 누구나 해 봤을 터이다. 그녀가 조금 관심을 보이자 이성인이 웃는다.


“왜, 배우고 싶어? 하지만 그 나이에 마법소녀는 좀 늦지 않았을까...”


순간 루이코는 내심 부끄러웠다. 팬티를 다 드러낸 치마를 입고, 번쩍이는 요술봉을 휘두르며 간드러진 대사를 외치는 자신을 순간 상상해버렸다.


그건 그렇고, 이 한물 간 여자 취급은 뭐지?


“그 나이라니, 나는 아직 스물이라고...! 그리고 생각도 없어. 마법 같은 걸 배우느니 그냥 평범하게 살래.”


“마법이 아니라 엄연히 과학 영역이야. 정확히는 영자역학(靈子力學). 이론 체계도 두텁게 존재하고 실생활에서 쓸 수도 있어.”


“말도 안 돼...”


루이코가 알고 있는 과학은, 복잡한 회로와 숫자 같은 무언가 현실적이고 눈에 띄는 것이다.


“사람이 하늘을 날고, 손도 대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게 과학이라는 거야?”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같다. 여기서도 누군가 그리 말했지. 원시인에게 총을 설명할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겠지.”


잠시 생각하던 루이코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들에게만 허락된 힘이라면서...? 하지만 우릴 습격한 그 사람들은 비슷한 힘을 썼잖아...?”


그의 뒤통수가 까딱까딱 움직인다.


“나도 그게 이상하단 말이야. 지구인이 영자력이라.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는 몇 번 혀를 찼다. 그 입장에서는 원숭이가 총을 만들어 인간에게 겨눈 느낌일까. 루이코가 물었다.


“그렇게 어이가 없는 일이라면, 결국 열등한 지구인, 원숭이 주제에 당신들 힘을 갖고 있는 것이 꼴사납다...? 그런 걸까?”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 강력한 만큼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정도로... 그나저나 너, 아까부터 꽤나 날카롭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내가 당신에게 부드럽게 대해야 할 이유가 있어? 그것도 이 상황에?”


“충분히 이해해.”


쓴웃음을 지은 그는 사이드미러를 눈짓했다. 노골적인 미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잘 따라오는군. 어지간히 내 목숨이 갖고 싶은 모양이야. 짝사랑을 받는 입장은 피곤하다고.”


“역시 당신, 나쁜 짓을 많이 했구나...?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대체 무슨 원한을 샀던 거야?”


“말하자면 좀 길다. ...아무튼 나도 이런 처지라 캘 처지는 아니었고, 백년 이상 못 본 차에 좀 괜찮을까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니 정신이 번쩍 드네.”


흘겨보는 눈매를 눈치 챈 그는 급히 변명했다.


“왜 내가 나쁜 쪽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놈들은 너희들까지 싸잡아 죽이려 들었고, 일단 난 아니잖아? 사실 말이다,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흴 죽이고 그냥 도망치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거야...”


그러고 보면... 그의 말이 맞다. 살려준 그 자체로 이미 호의다. ...진의가 대체 뭘까?


비로소 헷갈리기 시작하는 자신을 느끼며 루이코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의 행동에 생각이 미치자 다른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양심일까. 어쩌면 변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도 너희들 목숨은 건져 주었다는 자기 합리화 같은 것...?


...대체 뭘까? 의문에 빠진 그녀는 절로 침묵해버렸다.


북해도의 밤은 길다. 먼 밤하늘로 옅게 비치던 도시의 불빛은 사라지고, 이미 어두워진 도로를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비추고 있다.


속력은 상당히 내고 있지만 굉장히 정확하게 운전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열어,


“만약을 위해서 너희들의 신체 보호는 해 두었어. 1시간 정도 유지되겠지만 권총 탄환 정도는 막아낼 거야.”


“뭐? 언제?”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조금 살피지만 딱히 신체적 변화는 없다. 설마 등에서 촉수라도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입에서 화염을 뿜는다던가.


“아까 이마를 부딪쳤을 때, 남은 내 힘의 1할 정도씩을 각자에게 부었지. 내려서 달려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빨라질 거야. ...체력은 자신 있어?”


“뛰는 것 만이라면... 하지만...”


체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루는 장담하지 못한다. 예상했다는 듯 그가 바로 말했다.


“여차하면 내가 업고 뛰어야지. 하여튼 너무 약하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그랬지...”


즐거운 듯 목소리가 이어졌다.


“빙판에 조금 넘어진 것 가지고도 도움도 못 청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어쩔 줄을 몰라 했지.”


“응? 무슨 말이야?”


“작년 입학식 때, 아키라가 식장에 안 왔었지?”


그러고 보니. 학부는 다르지만 식장은 동일한데, 사람이 많아서 못 보았나 싶었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서두르다가 정문에서 와당탕. 지나가던 아키라가 바이크로 병원에 데려다 준 적이 있어.”


“왜 나는 처음 듣지?”


“아키라는 이야기할 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고, 하루는 이유가 있으니까...”


“이유?”


하지만 그는 딴청을 피우듯 미러를 곁눈질했다.


“대충 다 왔는데, 조금 처리해 둘까.”


창문을 연 그가 밖으로 팔을 뻗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뻗는 그 동작에, 잠시 주시하던 루이코의 눈에 빛이 튀었다.


“아얏...!!”


강렬한 섬광, 이어 금속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놀란 눈을 억지로 떠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던 냉동차량 두 대가 동시에 뒹굴며 아스팔트에 갈려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고속 주행 중에, 그것도 완만하다고는 해도 커브를 빠져나온 직후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도로 밖으로 튕겨나가 어두운 숲에 파묻힌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가 쓴 수법으로 차량 두 대의 앞바퀴 타이어가 거의 동시에 터져버린 것은 확실하다. 이성인은 즐겁게 웃었다.


“사고다. 안전 속도는 준수하셔야지.”


자기는... 루이코는 생각했다. 지금 자신들도 통상보다 상당히 오버다. 하기야 살인도 했는데 과속 정도야...


“이걸로 숫자를 줄이고, 시간을 벌었다면 좋겠지만...”


그는 비로소 천천히 차를 세웠다.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453번 국도인 것은 틀림없다.


길가에 붙은 숲은 어두워 인외마경(人外魔境) 그 자체. 상당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혹시 저 안으로 들어갈 셈인가...?!


“내려. 하루는 내가 업을 테니까.”


역시나. 낙담한 루이코가 내리자마자 발끝에 묘한 감각이 느껴진다. 어쩐지 허공을 밟는 듯 기묘한 저항감. 게다가 별로 힘을 준 것 같지도 않는데, 순간 과도하게 몸이 앞으로 쏠려 이내 넘어지고 말았다.


“아얏!!”


아픔보다는 놀라운 비명이다. 신기하게도, 얇은 타이즈로밖에 보호되지 않은 무릎이 아프지 않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적응을 좀 해야 할 걸.”


아키라는 170㎝미만의 크지 않는 체구고, 하루는 자기 입으로는 150㎝라고 했지만 분명 그것보다 더 작다. 작은 남자가 작은 여자를 업으니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는 솜이불이라도 짊어진 듯 태연하다.


“앞서 갈 테니 그대로만 따라와.”


이어 그는 숲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업었음에도 달리는 뒷모습은 제법 빠르다. 쫓아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웬걸. 한발 한발이 힘이 있고, 갑자기 일류의 육상선수가 된 기분이다.


바이크를 타고 있기 때문에 고속(高速)에는 익숙한 몸이다. 평소보다 많이 빨라진 것 같지만 딱히 애를 먹지 않는다.


오히려, 의외로 재미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쫓기는 상황에다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임에도,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무심코 발을 뻗으면 생각보다 몇 배 더 나아가고 힘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몸이 붕 뜨며 날아가는,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버리는 기분이다.


신기하다. 지면을 밟는 충격조차도 발에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바이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만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느낄 수 있다니.


숲은 그리 울창하진 않지만 나무 사이의 공간이 좁고, 눈이 녹은 물이 불편한 진창을 만든다. 하지만 그는 밤눈도 밝은지 애당초 지나가지 못하는 공간을 노리지는 않는다. 그러니 따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추적자다.








고요한 밤의 숲은 작은 소리도 크게 전달한다. 정적을 깨우듯 휘파람처럼 높고 길게 메아리치는 목소리가 바로 뒤처럼 들린다.


“거기 서! 이 개자식!!”


진짜로 화가 난 듯 남자의 격한 목소리. 게다가 조금씩이지만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 그들도 낮의 이들과 같은 부류겠지. 그렇다면 신체적 능력도 높을 것이다.


반면 이쪽은, 아무리 가벼운 여자라도 사람을 업고 스스로도 다친 남자에, 평소에 딱히 운동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여자 하나. 금방 따라잡히겠지.


...하필이면 바이크용 숏부츠를 그대로 신고 있다. 운동화로 바꿀 걸.


뭘 후회하고 있지. 루이코는 달리면서도 스스로를 비웃고 말았다. 그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온 셈이다. 만약 저들에게 잡혀도 별 일은 없다면?


그럴 리도 없다. 팔뚝에 조인 목과 맞은 뺨의 통증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저 추적자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똑똑히 알려준다.


등 뒤의 외침은 그 결론에 한 표를 더하며 더더욱 루이코의 등을 떠밀었다.


“사지를 토막 내서 불곰의 먹이로 주겠어! 개자식!!”


이번엔 이성인도 맞받아 크게 소리쳤다.


“자신 있으면 따라와 보라고! 허접한 놈들이!!”


“당신 미쳤어?!”


질겁한 루이코가 소리쳤다.


“화를 돋우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고? 게다가 위치를 스스로 알려주다니...?!”


“두고 보면 알아.”


달리고 있음에도 그는 별로 숨을 헐떡이지 않는다.


10초, 아니 20초쯤 지났나... 갑자기 바람소리가 거세지더니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무언가.


하지만 눈앞에서 달리던 하루의 등, 정확히는 그의 등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느새 뒤로 빠져 있다.


“컥!!”


그에게 걷어 채인 남자는, 쫓아오던 가속과 맞물려져 숲을 뚫고 나무에 부딪히며 날아가 버린다. 거친 나뭇잎 소리와 가지가 격렬하게 부러지는 소리가 연이은 비명과 함께 멀어져간다.


이어 빠르게 교차하는 발걸음 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언제 왔는지 그가 처음처럼 바로 옆에 붙었다.


“고작 이 정도냐?! 이 삼류 놈들아...?!”


어쩐지 즐거운 듯 그의 도발에 몇몇의 노호성이 답하여 다시금 숲을 울린다. 전력으로 질주한 누군가가 날아왔지만, 역시 뒤쳐진 그에게 걷어차여 같은 꼴을 당했다. 이번엔 진창에 박힌 듯 물과 흙이 격렬하게 튀는 소리가 난다.


다시 그녀를 따라잡은 그는 빙긋 웃었다.


“성질 급한 놈부터 처리해둬야 나중이 편해.”


루이코는 그제야 깨달았다.


일부러 약을 올려 조직적인 추격 대신, 성질이 뻗쳐서 앞서 나오는 성급한 자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들이라고 해도 발이 빠른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있을 터. 속도가 빠른 순서대로 쫓아오게 되면 뒤돌아서 해치우고 다시 달린다. 그것을 반복하는, 그런 싸움법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싸우고 있다가는 금방 포위당할 것이다. 때문에 상대를 압도하는 속력 및 체력, 달려오는 상대를 일격에 처리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동족 중 가장 강하다고 스스로 말한, 그 편린을 엿본 루이코는 달리면서도 숨을 삼켰다.


그의 의도를 알았는지 이후로는 앞서서 달려오는 자가 없고, 오히려 추격이 뜸해져 시끌벅적한 소리도 멀어진다. 겁이 난 걸까. 아니면 작전을 바꾼 걸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차에 타고 있을 때 미리 처치하지 않은 거야? 그럼 시간을 더 벌었을 텐데.”


“아 그거. 그럼 녀석들은 뛰어서라도 쫓아올 건데, 아무리 인적 없는 국도라도 자동차만큼 빠르게 뛰는 다수의 인간이 있다면? 지나가는 차량에 목격이라도 되면 그건 곤란하지.”


“...아.”


“그리고 최악의 경우, 목격자를 없앤답시고 지나가는 차량도 공격할 수 있잖아. 애꿎은 사람이 쓸데없이 죽는다고. 그럴 바에는 이게 낫지.”


의외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루이코는 오늘 처음으로 그의 입장을 납득했다.


“으응...”


문득 하루의 가벼운 신음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자고 있어주면 좋았을까 아닐까. 루이코는 판단할 수 없었다.


“...여기는...?!”


급히 주변을 돌아본 하루. 하지만 이내 찢어지는 비명이 숲속 공기를 울린다.


“싫어! 내려줘...! 날 내려줘, 이 망할 놈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그녀의 두 손바닥이 아키라의 머리와 어깨를 수차례 내려쳤다.


루이코도 놀라고 말았다. 폭력은 보는 것과도 인연이 없던 그녀가 대체 왜?!


“가만있어...! 떨어진다고!”


그녀의 요동에 그의 몸이 심하게 비틀거렸다. 자칫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용케 균형을 잡은 그가 처음으로 화를 냈다.


“적당히 해...! 그만두란 말이다...!”


루이코는 의아했다. 어째서? 하루의 연약한 손으로 맞는다 해도, 그만한 폭발을 맨몸으로 맞고 견딘 그에게는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에 생각이 미쳤다. 잠시 주입받았다는 힘만으로도 이리도 빨리 뛸 수 있고, 지금껏 숲속 산길을 못해도 2㎞이상을 뛰었지만 그렇게 숨이 차지 않는다.


하루에게도 동등한 힘이 주어졌다면 그 주먹도 꽤 아플 것이다. 그 증거로 그는 진짜로 얼굴을 찌푸렸다.


“기분은 알겠지만 상황도 알 거 아냐. 지금은 네 목숨이나 걱정하라고...!”


비꼬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어이없는 표정이다.


업힌 하루의 두 다리를 끼고 있는 팔에는 더더욱 힘이 들어간다.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그녀는 내려놓거나 달리는 발을 늦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구릉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척 보아도 경사가 만만치 않은 산길이다.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다.


“...기분을 알아?! 당신이...?! 그를 죽인 당신이?!”


머리카락이 움켜잡힌 이성인도 마주 소리쳤다.


“...그렇게 소중했다면, 그를 사랑했다면 더더욱 이러지 마라. ...그 임종을 지켜줄 수가 없을 테니까.”


루이코의 심장고동이 순간 빨라졌다. 소중...? 사랑...?


순간 흠칫했던 하루가 이내 야차처럼 울부짖었다.


“이 나쁜 놈아! 그를 살려내! 당신 때문에 그가 이런 꼴이 된 거잖아?!”


아마도 일생동안, 큰 목소리는커녕 타인에 대한 비난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던 그녀.


그녀도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이성인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폭력을 휘둘러서까지 아키라를 돌려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녀의 눈물이 달빛을 받으며 흩뿌려졌다.


“제발 돌려줘. 난 아직... 제대로 된 대답도 못 들었단 말야... 부탁이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하지만 침묵한 그는 그저 달리기만 했다. 3인의 서로 다른, 거칠고 힘들고 괴로운 호흡소리만 울리고 있다.


“무슨 소리야...?! 무슨 일이 있었어?”


힘들기도 하지만 마음이 답답해진 루이코가 소리쳤다.


“하여튼 호기심은 공포를 이긴다더니...!”


그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 녀석, 지난주에 아키라에게 차였어. 감기 운운 했지만, 사실은 상심해서 드러누워 버린 거겠지.”


“...그런 거였어?”


거듭 믿기가 힘들었다. 숫기 없는 남자에게 더더욱 숫기 없는 그녀가... 정녕...?


“그래. 하지만 아키라 녀석은 그저 미안하다고만 말했지.”


“하지만...!!”


등 뒤의 하루가 소리쳤다.


“알 수가 없는 걸...! 그저 미안하다고만 말하고, 내가 싫은 거냐고 하니까 그건 아니라고 그러고...! 정말 알 수가 없었던 걸...”


“그렇다면 더더욱 그 마지막을 지켜줘야지? 그리고 그 진심을 물어봐야 할 거 아냐?!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은 거야? 정말 그런 거야?!”


울먹이던 하루가 마침내 얌전해졌다. 살짝 혀를 차던 이성인이 다시금 말했다.


“...너희의 목숨도, 이 몸도...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그러니 지금은... 지금만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 ...알았지?”


흡사 아이를 달래는 듯, 처음으로 듣는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루이코는 흠칫 놀랐다.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표정은 거짓 같지 않다.


루이코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힐문했다.


“새삼 무슨 상냥함이야?”


“못 믿어도 상관없어. 너희들을 지켜준다고 아키라에게 장담했고, 설령 부탁이 없었더라도 지켜줬을 거야.”


“악당의 말을 믿으라는 거야...?!”


“믿지 않아도 좋아. ...이번엔 반드시 지켜낼 거다. 나는 말이다...”


그는 달리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일족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누군가를 지켜야 할 때 제대로 지켜준 적은 없었어...!”


숙여진 정수리에서 알 수 없는 고뇌가 피어오른다.


“라피스, 아미에, 세리사... 내 부모님까지... 하지만 전혀 지키지 못했어. ...이번에도 그럴 순 없어...!”


모르는 이름들이 쏟아졌지만, 그에게 있어 그 이름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쩐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불리어지고, 진하고 진한 아픔이 묻어나오는 이름들이었다.


“사정은 있었지만, 아키라의 몸을 차지한 건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 대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지켜 줄게. 믿어주지 않아도, ...그리 해 줄게.”


여전히 여린 아키라의 얼굴. 하지만 그 결의와 각오는 보통을 넘는다. 그 입술이 깨물림은 그녀가 처음 보는 지치고 괴로운 것이었지만, 어쩐지 모르게 타오르는 패기와 의지도 같이 느껴졌다.


대체 이 태도의 변화는 뭘까. 물어보려 했지만 말할 힘도 없을 정도로 이제는 숨이 턱에 닿았다. 대체 어디까지 가야 할까.


이미 구릉의 거의 정상부에 올라온 루이코의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넣어주었다던 힘도 다 써버렸는지 이제는 몇 번이고 휘청거리고 있다. 쓰러진 나무를 넘으려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려는 순간, 그가 손을 뻗어 루이코의 손을 잡는다.


시체가 움직이는 것이라 그런지 차갑지만, 그리고 혐오감에 뿌리치려 했지만 어쩐지 온기를 느낀 착각이 들었다. 그의 각오라든가, 알 수 없는 이 투지가 흘러들어와서일까. 이제는 두 명을 끌고 가는 그가 외쳤다.


“앞으로 조금 더!”


성간을 날아다니는 그들. 그 조금은 의외로 긴 거리일지도 모르지. 기왕이면 가까웠으면...


낮지만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자식들이 머리를 쓰는데... 조금 전부터 직접적인 추격이 뜸한 이유가 있네. 몇 놈이 우회해서 돌고 있어.”


“...그럼?! 포위당한 거야?!”


“그래. 하지만 이제 끝이야. ...다 왔어...!!”


한 덩어리가 되어 점프한 그들이 마침내 착지했다.


루이코는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나무가 많지 않은 공터다. 작은 학교의 운동장 정도는 될까.


시계를 보니 7시 43분. 하늘을 바라보지만 수많은 별뿐. 분명 아름답지만 대신 그 무엇도 없다.


“우주선은 어디 있어?”


입안에 날아든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실망감과 부끄러움이 입가에 맴돌았다.


“이 녀석, ...늦잖아...!”








“뭐야? 늦다고...?”


루이코는 화가 났지만, 또한 자신이 한심했다. 적어도 문학부인데 이 상황을 비꼴, 그렇게 읽었던 수많은 명문장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력이 나쁜 것이 아니라 산소가 모자라서 그런 거다. 억지로 자기변호를 하는 동시에, 그에게 영문과 책임을 묻기 위해 쥐를 앞에 둔 뱀과 같이 쏘아봤다.


“나도 이건 예상 못했어.”


어깨를 으쓱한 그는 손을 풀어 하루를 내려놓았다. 아직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는 조금은 진정한 듯했지만, 성격상 루이코의 옆으로 달려오고도 남았을 텐데도 어쩐지 그의 옆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보다도 적이 접근하고 있어. 아직 거리는 좀 있지만 이미 포위당했어. ...싸울 수밖에 없겠는걸.”


각오를 다지듯 주먹을 꺾는 그에게 루이코가 물었다.


“우주선이 정말 오긴 오는 거야?”


“반드시. 녀석은 날 실망시킨 적이 없어.”


워낙 단호하니 믿음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솔직히 물을게. ...승산은 어느 정도?”


그는 별로 뜸도 들이지 않고,


“절반. 아니 그 이하.”


“그렇게 낮아?”


루이코는 심히 아찔했다. 어쩌면 이 언덕은 구명(求命)의 장소가 아니라 골고다가 될지도 모른다.


“이 상태로 싸운다면 그렇다는 말이야. 본래 몸이라면 전혀 문제없지만...”


“그 본래 몸이 어디 있는데?”


“이 안에.”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응집된 혼의 형식으로 있는 거야. 잠재된 내 혼과 힘을 완전 개방하면 내 육체도 실체화되는 거야.”


“그럼 그렇게 하면...”


“그렇게 되면 아키라의 몸은 완전히 부서져버려. 한줌 남은 아키라의 의지도, 영혼도 같이 사라진다고. 그러니 원래는 절차를 지켜 분리해내야 하지만, 여기선 그럴 여유도 없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고.”


“그런...”


“그러니 이 몸으로 최대한 버텨볼게.”


“차라리 그냥 항복하면...!!”


“녀석들의 목적을 알면, 내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할까?”


“대체 왜 이렇게나 당신을 노리는 건데?”


“...말하자면 길다고 말했을 텐데...?”


“모르고 죽는 것보단 낫잖아.”


“...할 수 없군.”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우선 이유 하나. 우리는 일대 문명을 건설하고도 지구를 떠난, 그것도 이계 종족이다. 그런데 아주 떠난 건 아냐.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그렇게 되면 인류 문명에 있어 엄청난 위협이겠지.”


“그러니까 당신들 별로 돌아가면?”


“모성은 못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 셋 중에서 황태녀는, 언젠가 다시 지구로 돌아올 그 때를 위해 동결된 우리 국민과 장비를 지키고 있어. 우리들 셋 전부를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하다못해 나라도 죽일 수 있다면 동결의 해제 자체가 불가능하지. 그것을 건 것은 우리 셋이니까 말이야. 즉 녀석들은, 현재의 인류 문명을 지키기 위해 나를 노리는 거지.”


“그럼...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일지도?”


의외로 그 목적은 스케일이 크다. 그들은 지구를 위해 이성인과 싸우는 투사인 셈이다. 어쩌면 말이 통할지도 모르고 자신이나 하루도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가 바로 부정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데도? 힘없는 민간인 여자도 죽이려 하는데도...? 네 말대로 그들이 좋은 사람이면, 숭고한 희생으로 넌 기꺼이 죽어주겠니?”


“...그렇게는. 아니, 아니겠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었나...


“두 번째로 우리의 기술. 이건 위협인 동시에 엄청나게 탐이 나는 거지. 나를 잡을 수 있다면 최선이고 시체라도 좋아. 죽은 자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기술 정도는 녀석들도 있어. 날 잡는다면 문명의 일대 혁신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 생각하는 거야.”


외계인을 고문했다. 시대를 초월할 정도로 잘 만든 무언가를 말할 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외계인 입장에서는 절대 당하고 싶지 않겠지.


“그럼 나머지 하나는?”


“이게 결정적일 수도 있어. 우리 민족은 지구 인류에 대해 불가촉천민 정도로 취급해왔고, 그 편견과 우월감으로 저지른 범죄도 역사상 없지 않아. 그리고 나는 왕이고 황족의 일원이야. 그런 날 잡아서 그 죄를 묻고, 그동안의 분풀이를 하고 싶은 것도 있을 거야.”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당신을 보니 그 정도가 약하지는 않은 거라고 생각해.”


명백한 힐난에도 그는 분노 대신 한숨을 지었다.


“...사정을 알아달라고는 하지 않아. 어쨌든, 녀석들은 날 절대 살려두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럼 당신 말고 우리들이 항복하면...?”


“죽이려 들 거다.”


“어떻게 확신해?”


“비밀결사니까. 이 정도의 목적이라면 어딘가의 정부와 손을 잡거나 그 산하로 들어가도 돼. 어느 나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조직이니까 결탁은 어렵지 않아. 그런데 그런 흔적은 전혀 없어. 그런 비밀조직이 잘도 목격자를 살려두겠다. 이미 너도 충분히 체감했잖아?”


“...그럼 어떻게 해?”


“다짐해 둘 것이 있는데, 일단은 이 몸으로 최대한 승부하겠지만 여차할 경우 본체를 꺼내겠어.”


“그럼 아키라는...”


“내가 죽는다면 너희들은 살수 없어. 아키라를 죽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추적자 전원을 죽이더라도 너희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어?”


“...왜 그렇게 우리 목숨을 신경 써? 우리가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데 그렇게 많은 이유가 필요한 거야? 너는 뭔가 거창한 걸 기대하고 아키라와 하루의 친구가 된 거야?”


너무 단호한 말에 루이코는 말문이 막혔다. 이성인은 내뱉듯이 말했다.


“종족이 다르다고, 신분이 높다고 내가 너희들을 하찮게 여긴다... 그리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따라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했었잖아...?!”


“그렇게라도 안 하면 따라왔겠니? 아키라를 정확하게 알고 습격한 녀석들이야. 교우 관계 정도는 금방 파악할 거고, 너희들이 잡혀가서 죽거나 고문을 당하는 걸 두고 보라고...?”


“그럼... 당신, 일부러 그랬다는 거야?”


이건 무슨 뚱딴지인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놀랍게도 조금 고개를 숙이며,


“미안...”


이성인은 굉장히 쓴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위협은 설명해봤자 잘 안 먹혀. 게다가 나는 네 눈앞에서 수많은 이들을 죽였어. 아무리 위험하다 말해도 너흰 따라오지 않을지도 몰랐지. 그래서 아키라를 들먹인 거야. 너희의 우정을, 추억을 믿고... 그 마지막을 지켜줄... 너희의 마음을 믿고 말이야...”


낮은 한숨이 다시 따라붙었다.


“그리고 말이야, 아무래도 사람은 자기 목숨이 소중한 거잖아. 친구의, 아키라의 마지막 말을 들어 달라... 그런 게 안 먹힐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 나에 대한 증오로라도 열심히 움직여 줘야지.”


그는 하루에게 시선을 주며,


“에노모토, 너는 내가 밉겠지? 내가 파멸하고 죽는 것, 꼭 보고 싶지 않아?”


이제 울먹이지는 않지만, 대신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내며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미워... 난 당신이 싫어. 그의 얼굴, 그의 목소리로... 그인 척 하는 것이 너무 싫어.”


그녀가 오늘처럼 좋다 싫다를 말한 적이 또 있었을까. 하지만 이성인은 옅게 웃었다.


“좋아. 기운은 아직 있네. ...안심했어.”


“...우릴 구해주려고 공갈 협박을 일삼았다...?”


허탈해진 루이코가 말했다.


“당신... 어쩐지 몹시 피곤한 성격 같아.”


“그런 말 종종 들었어.”


그는 모처럼 겸연쩍은 웃음으로,


“일단은 살아남고 보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싸우다가 안 되면 본체는 쓸 거야. 대신 최대한 버텨볼 거야. ...믿어 줘.”


루이코는 깊이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몸을 쓴다는 것은, 그 육체 안에 있는 아키라의 혼을 부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아키라의 완전한 죽음이다. 그래도...


설령 아키라가 내일의 아침 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정해졌다 해도, 남은 짧은 시간이 무의미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지금은... 지금은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하루가 먼저 말했다.


“그렇다면... 부디 이겨줘...”


“흐음...?”


“난 여전히 당신이 싫어.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를 빼앗아간 당신이 여전히 싫어. 하지만...!!”


항상 수줍고 순박했던 얼굴이 처절해진다.


“한번만 더... 아키라를...만나게 해줘... 부탁이니까...”


이성인은 알았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든다.


루이코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나도 부탁해. ...그리고, 당신도 살아주길 바래.”


“드디어 태도가 바뀌네?”


“면책시켜줄 마음은 없어. 그래도, 타인에게 그냥 죽어버리라고 말할 정도로 모질고 나쁘게 살진 않았어.”


“...그렇겠지.”


“그리고 실망이야. 그동안 아키라의 안에 있었다면 최소 4년 정도는 날 겪은 건데, 내가 친구를 버릴 그럴 위인으로 보였어...? 솔직하게 말했다면 좀 더 즐겁게 따라왔을 거라고...!”


“기분이 나빴다면 그건 사과하지.”


그는 악당보다는 악동처럼 웃는다.


“분발해야겠는걸. 여자가 둘이나 응원하고 있어.”


“왜? 여자의 격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어...? 인기 많았다며, 그거 거짓말이었어?”


처음으로 그를 놀릴 기회를 얻은 루이코. 그 웃음을 본 그의 입술 꼬리가 가늘게 말린다.


“거짓말 아냐. 그보다도... 다들 고작 말로만 격려라. 조금 부족한데...”


“...뭐가 더 필요한 거야?”


“이를테면 격려의 키스는 없는 거야? 입술이 힘들다면 볼 정도라도 좋은데...”


“뭐야, 그건...”


“한 번 해 주면 죽을힘을 다할 것 같기도 하고... 아아, 말로만 하니 어쩐지 힘이 빠지려고 한다고오...!”


그는 엄살처럼 뺨을 슬쩍 들이민다. 당혹하면서도 그녀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항상 수줍고 조용했던 생전의 아키라가, 한번쯤은 내게 그렇게 대해주기 바랬을까. 서로 웃고 놀리고 장난도 치며, 가끔은 남자랍시고 우위에 서보려고 하는, 그렇게 괘씸하지만 귀여운 도전도 해 주었다면...


하루는 아키라를 많이 좋아했다. 그 사실을 오늘 깨닫자, 이번엔 자신은 어땠을지 비로소 돌아본다.


...그가 다쳤을 때, 죽을 거라 들었을 때. ...많이 아팠다.


물론 사랑했다 자신할 수는 없다. 그저 날뛰는 철없는 남자도 싫었지만 너무 조용한 그도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조금만 더 밝았더라면 혹시 몰랐을까. 아니면 세월이 조금 더,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소중한 것. 루이코는 순간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수고하셨어요.


작가의말

< 다음화 예고 >

 

서로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죽어서는 안 되는 작은 두 생명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절망하는 전 세계 인류 중

 

각자에게 무거운 것은 따로 있다.

 

피튀기는 전장에서 그들은 서로의 지켜야 할 것, 그 무게를 서로에게 강요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57 li*****
    작성일
    14.01.22 00:37
    No. 1

    살짝 어색한 문장입니다: 시체가 움직이는 것이라 그런지 차갑지만, 그리고 혐오감에 뿌리치려 했지만 어쩐지 온기를 느낀 착각이 들었다. -> ~어쩐지 온기를 느낀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로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1.22 00:48
    No. 2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감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나범
    작성일
    14.03.07 14:41
    No. 3

    음...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지..
    오랜만에 이걸 읽어서인지..뭔가 헷갈려요.

    1. 아키라가 죽어간다...
    2. 저 외계인(?)이 아키라의 몸속에 들어와 거래를 한다.

    ...? .. 그..그럼 수호회 애들은 왜 첨에 아키라를 공격한거지?!
    아니면 저 외계인은 계속 아키라의 몸속에 기생해 있었던 건가요... 그럼 본체는?....;;;

    아니면 아키라 자체가 저 외계인이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3.07 16:45
    No. 4

    6장에서 밝혀집니다. 스포니까 상세 설명은 못해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부기우
    작성일
    14.04.05 20:02
    No. 5

    아키라 좀 괜찮은 녀석이군요.. 지구편을 들어야하는데 갈등이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04.05 22:46
    No. 6

    갈등을 하셨다면 저는 성공한 셈입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더마냐
    작성일
    14.11.01 09:51
    No. 7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4.11.01 14:46
    No. 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Ikass
    작성일
    15.04.12 23:09
    No. 9

    다른 것보다 루이코가 거슬리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5.04.12 23:52
    No. 10

    음... 어떤 부분일까요? 다만... 고작 스물 먹은, 고생 별로 안해본 여자에게 해탈급 각성 이벤트는 조금 무리일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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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 15장. 천국과 지옥의 경계. (1) +6 14.08.04 1,472 34 18쪽
145 Ⓡ 14장. 진정한 승리. (3) +12 14.08.02 1,428 29 24쪽
144 Ⓡ 14장. 진정한 승리. (2) +10 14.07.31 1,402 33 25쪽
143 Ⓡ 14장. 진정한 승리. (1) +6 14.07.29 1,306 21 19쪽
142 Ⓡ 13장. 끊어진 실. (3) +4 14.07.26 1,191 26 18쪽
141 Ⓡ 13장. 끊어진 실. (2) +8 14.07.24 1,554 33 18쪽
140 Ⓡ 13장. 끊어진 실. (1) +8 14.07.22 1,536 27 17쪽
139 Ⓡ 12장. 대전(大戰) : 모함(母艦) 대 모함. (3) +6 14.07.19 1,536 31 20쪽
138 Ⓡ 12장. 대전(大戰) : 모함(母艦) 대 모함. (2) +8 14.07.17 1,610 31 18쪽
137 Ⓡ 12장. 대전(大戰) : 모함(母艦) 대 모함. (1) +6 14.07.15 1,345 22 18쪽
136 Ⓡ 11장. 연전(連戰) : 욜스 전투. (3) +10 14.07.12 1,782 27 21쪽
135 Ⓡ 11장. 연전(連戰) : 욜스 전투. (2) +10 14.07.10 1,631 32 18쪽
134 Ⓡ 11장. 연전(連戰) : 욜스 전투. (1) +6 14.07.08 1,501 32 15쪽
133 Ⓡ 10장. 초전(初戰) : 비로스 731 전투. (3) +8 14.07.07 1,832 29 24쪽
132 Ⓡ 10장. 초전(初戰) : 비로스 731 전투. (2) +8 14.07.06 1,743 27 18쪽
131 Ⓡ 10장. 초전(初戰) : 비로스 731 전투. (1) +4 14.07.05 1,785 30 17쪽
130 Ⓡ 9장. 검(劍)을 손에 쥐고. (3) +8 14.07.04 974 26 20쪽
129 Ⓡ 9장. 검(劍)을 손에 쥐고. (2) +8 14.06.30 1,416 27 17쪽
128 Ⓡ <7권. 배덕(背德)의 창공 後> 9장. 검(劍)을 손에 쥐고. (1) +6 14.06.29 1,310 32 18쪽
127 <7권. 배덕(背德)의 창공 後> - 시작합니다. 그 전에 설문. +16 14.06.29 1,442 23 3쪽
126 Ⓡ 8장. 빛을 향한 어둠의 선언. (3) +6 14.06.28 1,698 31 18쪽
125 Ⓡ 8장. 빛을 향한 어둠의 선언. (2) +10 14.06.27 1,915 27 29쪽
124 Ⓡ 8장. 빛을 향한 어둠의 선언. (1) +6 14.06.26 1,737 86 25쪽
123 Ⓡ 7장. 잃은 것과 얻은 것. (3) +8 14.06.25 1,870 29 19쪽
122 Ⓡ 7장. 잃은 것과 얻은 것. (2) +6 14.06.24 1,271 24 22쪽
121 Ⓡ 7장. 잃은 것과 얻은 것. (1) +6 14.06.23 1,502 24 15쪽
120 Ⓡ 6장. 벌어진 간극. (3) +8 14.06.22 1,679 30 21쪽
119 Ⓡ 6장. 벌어진 간극. (2) +8 14.06.21 1,451 38 21쪽
118 Ⓡ 6장. 벌어진 간극. (1) +4 14.06.20 1,668 28 19쪽
117 Ⓡ 5장. 보다 중요한 것. (3) +10 14.06.19 1,968 30 23쪽
116 Ⓡ 5장. 보다 중요한 것. (2) +8 14.06.18 1,804 29 18쪽
115 Ⓡ 5장. 보다 중요한 것. (1) +8 14.06.17 1,590 28 15쪽
114 Ⓡ 4장. 분열의 조짐. (3) +2 14.06.16 1,984 35 16쪽
113 Ⓡ 4장. 분열의 조짐. (2) +6 14.06.15 1,369 32 18쪽
112 Ⓡ 4장. 분열의 조짐. (1) +8 14.06.14 1,420 29 20쪽
111 Ⓡ 3장. 엇갈린 인연. (3) +6 14.06.13 1,592 28 18쪽
110 Ⓡ 3장. 엇갈린 인연. (2) +8 14.06.12 1,666 23 17쪽
109 Ⓡ 3장. 엇갈린 인연. (1) +6 14.06.11 1,720 27 18쪽
108 Ⓡ 2장. 추억의 계단. (3) +4 14.06.10 1,607 33 16쪽
107 Ⓡ 2장. 추억의 계단. (2) +2 14.06.09 1,476 28 17쪽
106 Ⓡ 2장. 추억의 계단. (1) +2 14.06.08 1,532 28 16쪽
105 Ⓡ 1장. 여름날의 책봉식. (3) +6 14.06.06 1,442 22 16쪽
104 Ⓡ 1장. 여름날의 책봉식. (2) +2 14.06.05 1,991 36 16쪽
103 Ⓡ 1장. 여름날의 책봉식. (1) +2 14.06.04 2,557 93 17쪽
102 Ⓡ <6권. 배덕(背德)의 창공 前> 프롤로그 : 암흑의 우주, 빛의 창(槍) +2 14.06.02 1,921 36 5쪽
101 Ⓡ <5권. 인연(因緣)의 대지> 에필로그 : 정원, 세 번째 만남 +6 14.05.31 1,705 32 8쪽
100 Ⓡ 8장. 내가 감히 그대를... (3) +2 14.05.31 1,741 31 14쪽
99 Ⓡ 8장. 내가 감히 그대를... (2) +4 14.05.30 1,580 31 22쪽
98 Ⓡ 8장. 내가 감히 그대를... (1) +10 14.05.29 1,614 30 19쪽
97 Ⓡ 7장. 상처가 준 상처. (3) +4 14.05.28 1,623 29 24쪽
96 Ⓡ 7장. 상처가 준 상처. (2) +6 14.05.27 1,523 33 24쪽
95 Ⓡ 7장. 상처가 준 상처. (1) +2 14.05.26 1,631 44 20쪽
94 Ⓡ 6장. 지켜야 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 (3) +2 14.05.24 1,794 27 23쪽
93 Ⓡ 6장. 지켜야 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 (2) +2 14.05.23 1,512 35 23쪽
92 Ⓡ 6장. 지켜야 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 (1) +2 14.05.22 1,575 33 18쪽
91 Ⓡ 5장. 날 수 없는 작은 새. (3) +2 14.05.21 1,595 37 22쪽
90 Ⓡ 5장. 날 수 없는 작은 새. (2) +2 14.05.20 1,448 27 18쪽
89 Ⓡ 5장. 날 수 없는 작은 새. (1) +2 14.05.19 1,711 31 16쪽
88 Ⓡ 4장. 인연의 대지. (3) +2 14.05.17 1,536 29 15쪽
87 Ⓡ 4장. 인연의 대지. (2) +2 14.05.16 1,387 30 20쪽
86 Ⓡ 4장. 인연의 대지. (1) +2 14.05.15 1,343 33 13쪽
85 Ⓡ 3장. 황야, 두 번째 만남. (3) +4 14.05.14 1,632 41 14쪽
84 Ⓡ 3장. 황야, 두 번째 만남. (2) +2 14.05.13 1,529 31 19쪽
83 Ⓡ 3장. 황야, 두 번째 만남. (1) +2 14.05.12 1,633 34 17쪽
82 Ⓡ 2장. 그것이 알고 싶다. (3) +2 14.05.09 1,338 32 22쪽
81 Ⓡ 2장. 그것이 알고 싶다. (2) +5 14.05.08 2,247 33 19쪽
80 Ⓡ 2장. 그것이 알고 싶다. (1) +4 14.05.07 1,462 41 21쪽
79 Ⓡ 1장. 상처입은 고양이. (3) +2 14.05.06 1,558 36 21쪽
78 Ⓡ 1장. 상처입은 고양이. (2) +2 14.05.05 1,724 39 17쪽
77 Ⓡ 1장. 상처입은 고양이. (1) +2 14.05.04 1,728 34 18쪽
76 Ⓡ <5권. 인연(因緣)의 대지> 프롤로그 : 인연, 첫 번째 만남 +2 14.05.03 1,608 41 12쪽
75 Ⓡ <4권. 전장(戰場)의 소년> 에필로그 : 너에게로 가는 길 +6 14.04.29 1,929 42 24쪽
74 Ⓡ 8장. 사람의 길, 왕의 길. (3) +4 14.04.28 1,455 32 25쪽
73 Ⓡ 8장. 사람의 길, 왕의 길. (2) +2 14.04.27 1,548 28 22쪽
72 Ⓡ 8장. 사람의 길, 왕의 길. (1) +4 14.04.26 1,577 37 19쪽
71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3) +4 14.04.25 1,559 27 23쪽
70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2) +4 14.04.24 1,326 34 21쪽
69 Ⓡ 7장. 갈라진 길 : 장평대전(長平大戰). (1) +4 14.04.23 1,547 32 23쪽
68 Ⓡ 6장. 불어오는 바람. (3) +4 14.04.22 1,708 30 21쪽
67 Ⓡ 6장. 불어오는 바람. (2) +4 14.04.21 1,419 32 21쪽
66 Ⓡ 6장. 불어오는 바람. (1) +4 14.04.20 1,408 37 21쪽
65 Ⓡ 5장. 장막 속에서. (3) +4 14.04.19 1,528 33 21쪽
64 Ⓡ 5장. 장막 속에서. (2) +2 14.04.18 1,570 35 19쪽
63 Ⓡ 5장. 장막 속에서. (1) +6 14.04.17 1,726 41 21쪽
62 Ⓡ 4장. 같은 길을 가다. (3) +6 14.04.16 2,010 44 21쪽
61 Ⓡ 4장. 같은 길을 가다. (2) +6 14.04.15 2,324 44 20쪽
60 Ⓡ 4장. 같은 길을 가다. (1) +4 14.04.14 1,667 43 21쪽
59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3) +2 14.04.13 1,833 36 21쪽
58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2) +2 14.04.12 1,958 33 18쪽
57 Ⓡ 3장. 인연을 맺는 여로(旅路). (1) +2 14.04.11 2,406 38 23쪽
56 Ⓡ 2장. 탄생과 죽음. (3) +4 14.04.10 1,500 41 13쪽
55 Ⓡ 2장. 탄생과 죽음. (2) +4 14.04.09 1,829 39 16쪽
54 Ⓡ 2장. 탄생과 죽음. (1) +4 14.04.08 2,019 70 13쪽
53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3) +2 14.04.07 2,201 50 18쪽
52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2) +2 14.04.06 2,013 36 15쪽
51 Ⓡ 1장. 하늘과 바람이 만난 곳. (1) +2 14.04.05 2,313 40 17쪽
50 Ⓡ <4권. 전장(戰場)의 소년> 프롤로그 : 심야(深夜)의 자객 +8 14.04.03 2,207 37 12쪽
49 ------- 2부 아샤르 연대기 시작합니다. ------- +6 14.04.03 1,779 38 2쪽
48 1부 종료 및 후기. +4 14.04.01 2,539 97 3쪽
47 Ⓡ <3권. 홍염(紅炎)의 연회> 에필로그 : 내 사랑스런 세상 (1부完) +10 14.03.31 2,352 44 14쪽
46 Ⓡ 8장. 대타협. (3) +8 14.03.29 2,001 48 14쪽
45 Ⓡ 8장. 대타협. (2) +8 14.03.28 2,132 38 25쪽
44 Ⓡ 8장. 대타협. (1) +4 14.03.27 2,146 42 22쪽
43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3) +7 14.03.26 2,057 36 23쪽
42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2) +4 14.03.25 2,078 47 18쪽
41 Ⓡ 7장. 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1) +4 14.03.24 2,343 56 21쪽
40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3) +10 14.03.22 2,299 46 26쪽
39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2) +11 14.03.21 2,519 106 18쪽
38 Ⓡ 6장. 지옥을 만드는 것. (1) +11 14.03.20 2,143 43 20쪽
37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3) +12 14.03.19 2,775 55 27쪽
36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2) +4 14.03.18 3,159 88 19쪽
35 Ⓡ 5장. 푸른 바다, 붉은 하늘. (1) +6 14.03.17 2,599 45 20쪽
34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3) +4 14.03.15 2,374 42 19쪽
33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2) +4 14.03.14 2,577 54 21쪽
32 Ⓡ 4장. 증오와 편견 : 오퍼레이션 트리아이나. (1) +7 14.03.13 2,391 48 19쪽
31 Ⓡ 3장. 각자의 전장. (3) +8 14.03.12 2,170 48 23쪽
30 Ⓡ 3장. 각자의 전장. (2) +2 14.03.11 2,314 50 21쪽
29 Ⓡ 3장. 각자의 전장. (1) +5 14.03.10 2,197 44 19쪽
28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3) +4 14.03.09 2,236 49 16쪽
27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2) +6 14.03.08 3,003 50 20쪽
26 Ⓡ 2장. 최강 대 최강 : 일본해구 전투. (1) +4 14.03.05 2,700 53 17쪽
25 Ⓡ 1장. 전야제(前夜祭). (3) +6 14.03.01 2,502 100 15쪽
24 Ⓡ 1장. 전야제(前夜祭). (2) +4 14.02.26 2,120 46 19쪽
23 Ⓡ 1장. 전야제(前夜祭). (1) 14.02.22 2,283 37 14쪽
22 Ⓡ <3권. 홍염(紅炎)의 연회> 프롤로그 : 미지의 전장으로 +4 14.02.19 2,098 41 9쪽
21 2권까지 쓰고 후기. +10 14.02.08 2,156 44 13쪽
20 Ⓡ <2권. 구궁(九宮)의 황녀> 에필로그 : 천년의 정원 +6 14.02.08 2,335 47 22쪽
19 Ⓡ 8장. 세상의 끝에서 진심을 외치다. +12 14.02.08 2,042 54 66쪽
18 Ⓡ 7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 +4 14.02.05 2,415 50 72쪽
17 Ⓡ 6장. 부당거래(不當去來). +8 14.01.29 2,182 48 59쪽
16 Ⓡ 5장. 투쟁남녀(鬪爭男女). +2 14.01.25 2,532 47 43쪽
15 Ⓡ 4장. 부유하는 마음. +10 14.01.21 2,447 44 45쪽
14 Ⓡ 3장. 내일의 날씨는 태풍. +9 14.01.19 3,014 47 53쪽
13 Ⓡ 2장. 진짜 악마는 꼬리가 없다. +19 14.01.18 3,209 123 49쪽
12 Ⓡ 1장. 여우 집에 간 두루미. +8 14.01.18 3,652 107 38쪽
11 Ⓡ <2권. 구궁(九宮)의 황녀> 프롤로그 : 우주 저 너머에서 +4 14.01.18 2,911 52 3쪽
10 Ⓡ <1권. 일상(日常)의 파괴> 에필로그 : 가장 좋아하는 나 +14 14.01.14 3,091 64 9쪽
9 Ⓡ 8장. 나의 이름은... +10 14.01.14 3,020 67 36쪽
8 Ⓡ 7장. 생(生)과 사(死). +4 14.01.14 3,318 105 44쪽
7 Ⓡ 6장. 지키는 이들의 싸움 +7 14.01.14 3,382 55 33쪽
» Ⓡ 5장. 불편한 동행. +10 14.01.14 3,486 59 37쪽
5 Ⓡ 4장. 나는 왕이로소이다. +6 14.01.14 3,848 70 45쪽
4 Ⓡ 3장. 미지와의 조우. +7 14.01.14 4,648 64 40쪽
3 Ⓡ 2장. 북해도의 봄. +11 14.01.14 9,763 95 48쪽
2 Ⓡ 1장. 무너지는 세상. +30 14.01.14 16,565 179 23쪽
1 Ⓡ<1권. 일상(日常)의 파괴> 프롤로그 : 어느 연설 +33 14.01.14 24,075 24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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