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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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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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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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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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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8쪽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DUMMY

유미르네의 적나라한 매력에 비하면 레미나의 그것은 순진함과 청초함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드레스는 쇄골 부분이 살짝 드러나긴 했으나 일반 귀부인들이 착용하는 것과 같이 하체의 몸매를 대부분 가려주었다. 또한 시폰 소재로 새긴 수십 개의 프릴이 그녀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좌우로 물결 쳤다. 그것 때문인지 그녀는 마치 홀로 물속을 유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지낼 때에도 그녀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공주님의 신분으로 마주하고 나니 그녀가 지닌 매력이 더욱 날개를 얻는 듯했다. 자신을 향한 그 수줍은 미소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서, 루도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무슨...일이신지요, 레미나 공주님.”


“으음~글쎄요. 저도 여자랍니다 클로람씨.”


루도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무리 막 자랐다고는 해도,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레미나가 일부러 그의 곁까지 온 것도 나름 큰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니, 그녀가 말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루도 쪽에서 먼저 요청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오늘따라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공주님. 당신과 춤 한 곡 출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말을 더듬지 않은 건 실로 다행이었다. 루도는 스스로도 그런 멘트를 읊었다는 사실에 놀라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레미나는 그런 그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손등이 위로 향하도록 우아하게 왼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좋아요. 왕가를 구한 영웅이신데 오히려 제가 영광이죠.”


루도는 자칫 부러질세라 그녀의 자그마한 손을 조심스럽게 받아 쥐었다. 파티장 중앙으로 향하며 그는 자신에게 꽂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란도스와 지스카르, 이칼롯을 비롯한 로샤단 동료들, 음식을 나르는 궁녀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귀족까지.

다만 부러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관심 사이에서 그는 유독 살기를 내뿜는 몇몇 남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곁눈질로 그들의 용모를 확인하자 곧 조금 전까지 레미나와 대화를 주고받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살기는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기도, 레미나에게 향하는 것이기도 했다. 루도는 그 남자들이 지금까지 레미나에게 정치적인 수작을 부리고 있었고, 이에 진저리가 난 그녀가 자신에게 도망쳐온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유추해냈다.

반(反)왕당파라고 하던가. 정계에서 밀려난 귀족들에게 레미나의 귀환은 그야말로 꿀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류의 개수작(제리온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러나 실로 적절한 비유였다)을 끔찍할 정도로 혐오하고 있었다.


“미안. 시간 좀 내줘. 이런 걸 부탁할 수 있는 것도 로샤단 뿐이야.”


“응? 아아...”


그의 의중을 눈치채고 레미나 쪽에서 먼저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루도는 그런 뒷배경이 있었나 싶었을 뿐 기분이 나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의지하고 도움을 청해준 게 고맙기까지 했다. 뭐, 어느 쪽이든 제리온의 대용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지금 그가 전전긍긍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저기, 그런데 나 춤 한 번도 춰본 적 없는데.”


“에에 정말? 시골에서도 신년제 같은 때 되면 한 번씩은 춰보지 않나?”


“공주...여기서 그런 막춤 췄다간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


“우웅~곤란하네. 뭐, 그래도 스텝 밟을 줄은 알잖아? 그냥 내 발맞춰서 대충 움직이면 돼.”


둘은 파티장 중앙에 자리를 잡고 섰다. 준비가 끝나자 궁중음악대가 부드러운 선율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의 템포가 대단히 느리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루도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하나둘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른발에 맞춰서 왼발, 살포시 치켜드는 뒤꿈치에 맞추어 왼발, 허리를 감은 오른손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깃털을 감은 듯이.

그러다 음악대의 후렴구와 맞추어 레미나가 갑자기 몸을 밀착시켜왔다. 순간 화들짝 놀라 스텝이 엉킬 뻔했지만, 루도는 침착하게 박자를 맞추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춤보다 더 어려운 것이 표정관리였다. 레미나는 당황한 그 얼굴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너무 그렇게 뻣뻣하게 움직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 둘이 사이 나쁜가 하고.”


“어...어, 미안.”


그녀의 지적에 루도는 과장되게 움직이려고 동작을 크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너무 스텝을 크게 밟다가 그만 레미나의 발가락을 밟고 만 것이다.


“....!”


순간 레미나의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다. 그러나 변화는 이것뿐으로, 그녀는 이내 온화한 얼굴로 돌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루도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차라리 발등 째로 밟았으면 모를까, 새끼발가락 부분만 집어 밟았으니 그 통증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미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오히려 그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전과 다름없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공주...”


“그럴 땐 아무 일도 없는 척 넘어가 줘야지. 설마 내가 뺨이라도 때려주길 바란 거야? 그럼 둘 다 이만저만 망신이 아니라구우.”


“미, 미안.”


루도는 하나하나 지적해주는 그녀를 보며 겸연쩍은 느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마치 나이 지긋한 누나와 마주한 기분이랄까? 하긴, 실제 출생연도로 치면 그녀가 5살 위이니 그것도 꼭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았다.

이윽고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끝나고, 춤의 마무리를 장식할 때가 왔다. 그러나 한껏 흥을 낸 레미나와 달리 주변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공주의 춤사위에 비해 루도의 리액션이 너무 볼품없었던 것이다. 특히 앞서 그녀에게 수작을 부리던 반왕당파 귀족들은 노골적으로 루도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 실제로 자신의 춤이 꼴사나웠던 것은 사실이니 -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오히려 레미나 쪽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 나쁜 사람들. 군인이 춤을 얼마나 춰봤다고. 자기들은 칼 손잡이도 쥐어본 적 없으면서.”


“뭐어...어찌 됐든 여기는 파티장이니까. 미안해 공주, 내가 너무 못 맞춰준 거 같네.”


“아니야. 루도는 아주 잘 췄어. 그러니까 내 말에 따라.”


“응?”


악단의 연주가 끝나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루도의 조악한 댄스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곧 레미나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경의를 표하자 그녀를 따라 힘차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반왕당파의 입가에 띤 조소는 여전히 두 사람을 모욕하고 있었다.

레미나는 그 사람들이 보라는 듯이 루도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즐거웠습니다, 클로람씨. 다음번에는 좀 더 경쾌한 곡으로 추도록 하죠.”


루도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머뭇거렸다. 그러나 눈짓으로 이칼롯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가 손등에 입을 비비는 것을 보곤 귓불이 확 달아올랐다. 주변의 귀족들도 다소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 초간의 망설임이 끝나자, 루도는 한쪽 무릎을 꿇어 레미나의 손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근엄한 표정을 짓고서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공주님.”


쪽. 단순한 키스였지만 그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리크나이츠의 남성에게 있어 여왕, 혹은 공주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은 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 중 하나였다. 왕국 내에서 가장 고결한 여성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물며 레미나같이 아름다운 공주님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를 탐내고 있던 귀족 몇몇의 얼굴이 금세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겠지만, 레미나의 그것 또한 발갛게 물들어갔다.


“그,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응...아니, 네.”


배운 적도 없는 파티인사를 올리고서 루도는 황급히 눈에 띄지 않는 테이블로 물러났다. 레미나 역시 잠시 머뭇거리다 란도스 국왕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궁중악단이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두 사람에게 꽂혀 있던 관심 역시 서서히 흩어져 버렸다. 뭐, 비록 반왕당파의 증오 어린 시선은 오랫동안 루도의 뒤통수에 꽂혀 있었지만 말이다.

그 살기가 버거워 루도는 잠시 밤바람도 쐴 겸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 난간에 손을 짚고 있자니 몸 안의 열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와인의 취기, 따스한 미트볼의 온기, 그리고 또 다른 두근거리는 무언가...

루도는 저녁공기를 들이마시며 한때의 정적을 즐겼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묘한 해방감에 그는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성곽을 타고 내려온 밤바람이 상쾌하게 그의 앞머리를 쓸어내리고 지나갔다.


“오, 루도! 다 봤어 다 봤어.”


고즈넉한 침묵을 깬 것은 유미르네였다. 그녀는 양손에 와인이 가득 담긴 글라스를 든 채로 낑낑거리며 어깨로 문을 열고 나왔다. 루도는 그녀에게 잔을 받긴 했지만 더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아 살짝 입만 댔다 뗐다. 반면 유미르네는 단숨에 글라스의 1/3을 비우고는, 루도와 어깨가 나란히 되게 난간을 짚고 섰다.


“그런 고풍스러운 춤도 출 줄 알고 말이야, 다시 봤어. 뭐어 썩 잘 춘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깔깔!”


“사람 놀리긴. 나도 내 춤 실력 아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셔.”


“으음? '춤'이랑 '실력'은 별개지. 요는 어떻게 상대방을 매료시키느냐야. 하긴, 너는 둘 다 허접하긴 했지.”


유미르네는 이미 혀가 반쯤 꼬여 있었다. 공짜라고 주는 술을 거절도 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 마신 것이다.

루도는 그녀의 해롱거리는 말투가 영 듣기에 거슬렸다. 그녀가 쉽게 취할 정도로 무절제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치밀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을 알기에 더욱 그녀의 흐트러진 옷매무시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유미르네는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귀족남성들에게 둘러싸여 러브콜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쉬기 위해 테라스로 나온 지금, 그녀의 목 언저리에는 벌레에 물린 것처럼 불그스름한 멍울이 생겨 있었다. 루도도 그게 무엇인지 몰라볼 정도로 순진하진 않았다.


“너...설마 처음 보는 남자랑 키스한 거야?”


“응? 아아, 이거? 좀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떤 사람은 나한테 50골드 부르더라. 오호호, 역시 있는 사람은 통이 커. 그렇지?”


루도는 뭔가 막막한 기분이 들어 그녀의 옆얼굴을 응시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갸름한 턱선은 누가 봐도 감탄을 터뜨릴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옆모습에서 더 이상 그 옛날 까르르 웃던 뚱뚱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문득 얼마 전 카이안과 있었던 트러블이 생각나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미르네는...너무 변해버렸다.


“그...웬만해선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시집도 안 간 처녀가 그렇게 몸 함부로 굴리는 거 좋지 않다.”


유미르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난간을 톡톡 두드렸다. 그녀의 몸짓은 경박했지만, 한편으로는 규칙적인 리듬감마저 느껴졌다.


“괜찮아 괜찮아. 피임만 확실히 하면 돼. 오늘은 안전일이기도 하고.”


“그런 말이 아니라 임마...너 전번에 카이안이랑 싸웠던 일도 그렇고...너무 염세적이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네, 잔소리는 됐어요. 아니면 뭐야? 너도 나랑 한번 하고 싶니?”


유미르네는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며 루도에게 바짝 밀착했다. 대놓고 드러난 가슴골에 당황해하는 한편, 루도는 그녀의 반응에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명백하게 대답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재회한 이래로 그녀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항상 서글서글한 태도로 루도를 대했지만, 이는 농담을 던질 때나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때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전투에 돌입했을 때는 어떠한가?

장난을 치는 그녀와,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그녀.

두 유미르네 사이에는 가식이라는 가면이 씌어 있었다.

루도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라키시아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유미르네는 몇 번 실없는 농담을 던지다가 루도가 반응하지 않자 곧 싫증을 내곤 파티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루도는 연회에 복귀하자마자 남자들에게 둘러싸이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티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젊은 층이 제법 빠져나가 군데군데 빈 테이블이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장내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귀족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란도스가 의도한 야합의 대상들이었다. 그들은 국왕과, 지스카르 재상과, 혹은 그네들끼리 어울리며 앞으로의 방침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그 틈새에는 물론 레미나와 이칼롯도 있었다. 루도는 배가 찬 시점에서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들을 기다리느라 의미 없이 파티장 안을 서성이고 다녔다. 디리터는 여전히 귀부인들을 상대하는 중이었고, 마리네는 한 귀족처녀에게 희롱당하다가 조금 전에 화장실로 달아났다. 어느 쪽이든 쉽게 자리를 뜨기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파티장을 떠날 기회는 예상 외로 빨리 다가왔다. 구석 으슥진 곳에 앉아 복숭아 샤베트를 우물거리고 있자니 이칼롯이 그를 불렀다.


“어이, 루도. 잠깐 괜찮겠냐.”


“응? 왜 갑자기...엇.”


이칼롯의 어깨에는 유미르네가 곤드레만드레 취해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뒤로도 얼마나 퍼마셔 댄 것인지, 그녀는 자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연방 비틀거렸다.


“이 아가씨 좀 부탁한다. 숙소 어딘지 알지?”


“어어. 알았어.”


루도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들쳐 업었다. 사실 처리가 귀찮다면 하인들을 부르는 방법도 있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거만한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고, 또 만취한 유미르네를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기도 애매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몇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고서, 루도는 유미르네가 묵고 있는 여성용 별채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동안 유미르네는 쉴 새 없이 혀 꼬인 말을 내뱉었다.


“아앙~루도, 나 안 취했는데. 아직 더 마실 수 있다고오오오.”


“...거기까지 하셔. 우아한 자리에서 웬 추태냐.”


“먹으라니까 먹은 건데 뭐얼~. 지금 안 돌아가면 네 머리 위에 토해버린다?”


“토를 하든 똥을 싸든 너는 여기서 퇴장입니다.”


“깔깔깔! 똥? 깔깔!”


별채에 도착하자 루도는 유미르네의 숙소를 찾아 가까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숙소는 최고귀빈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개인에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감이 있었다. 거실과 침실은 물론이요, 응접실과 식당, 화장실과 욕실까지 따로 구비되어 있었고, 비록 지금은 퇴근하고 없지만 식당 언저리에는 수발을 드는 메이드가 머무르는 대기실도 존재했다.

이런 거창한 구조 덕에 루도는 침실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야 했다. 가까스로 유미르네를 침대에 눕히고서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진탕 마시다니, 이칼롯이 아니었음 진짜 어디 귀족한테 끌려갔겠네.”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미르네는 벌러덩 드러누운 자세로 곯아떨어졌다. 루도는 어떻게 옷을 갈아입혀야 할지 고민하다가, 드레스를 벗기는 방법도 모르겠고 또 괜히 잠든 여자에게 손을 댄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이불만 덮어주고 나왔다.

거실에 나서자 검푸른 달빛이 창문을 뚫고 새어 들어왔다. 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파티장 쪽에서 밝힌 샹들리에에서 시시각각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멀리 별채까지 전해져 올 정도로 시끌시끌한 열기였지만,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슬금슬금 자리를 파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게 느껴졌다. 사실 무언가를 먹고 마시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다 루도는 커튼을 치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막 커튼자락을 붙잡았을 때 거실 귀퉁이에 놓인 검은 물체가 눈에 띠었다.

아마 달빛의 잔영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고 넘어갔을 것이다. 루도는 그 물체가 곧 유미르네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그녀의 소지품 따위 관심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미르네가 보여왔던 행보가, 과거와의 괴리감이 루도의 안타까운 호기심을 자극했다.

달빛은 고요하게, 그리고 을씨년스럽게 유미르네의 가방을 비추고 있었다. 루도는 조심스레 그녀의 가방을 들어 거실 탁자로 가지고 왔다.

그녀는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 걸까? 어떤 연유로 현상금 사냥꾼이 된 것일까? 루도는 왠지 그 가방을 열면 지금까지의 궁금증이 해소될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받은 보수는 어디다 때려 박은 거야? 딱히 뭘 산 거 같지는 않던데...’


조심스럽게 단추를 풀었을 때 가장 먼저 풍겨온 것은 화장파우더 냄새에 섞인 피비린내였다.


“아니...?”


딱히 소지품을 식별하기 위해 밝은 곳으로 나올 필요는 없었다.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유미르네의 물건들이 달빛을 반사해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댔기 때문이다. 루도는 너무 놀라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깨진 유리조각 따위가 아니다.

비취와 루비, 다이아몬드에서 스타사파이어에 이르기까지 - 수십 개에 이르는 보석들이 한데 뒤엉켜 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천 골드는 호가할 만한 규모였다.

그때 뒤통수를 덮는 아찔한 살기에 루도는 황급히 등을 돌렸다. 돌아본 그 자리에는 유미르네가 침실 문가에 어깨를 기댄 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고. 그러나 그 맹렬한 적개심만은 피부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루도는 그녀와 마주한 순간 숨이 턱 막혀 자기도 모르게 오른팔을 휘저었다. 그런데 그게 하필 가방끈을 건드려 안에 있던 보석이 일제히 거실바닥에 쏟아졌다.

좌르르륵 - 한밤의 정적을 찢는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루도는 유미르네의 시선을 받느라 채 떨어진 것을 주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들켰다’라는 단순한 죄책감이 아니다. 수십 개의 보석이 지닌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너 이거...”


“매너가 없네 정말. 숙녀의 물건을 마음대로 훔쳐보고 말이야.”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서 유미르네가 땅바닥의 보석을 줍기 시작했다. 술이 다 깬 것인지 그녀의 말투는 절도까지 느껴질 정도로 또렷했다.

그 무덤덤한 태도에 순간 루도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많은 보석들 - 아마 현상금 사냥을 통해 벌어들인 재화일 것이다. 그럼 그녀는...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온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정도의 재산이 있으면서 왜 아직도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부를 축적하려 하는가?

루도는 스쳐지나가는 유미르네의 팔뚝을 강하게 낚아챘다. 이런 것까지 본 이상, 더는 모른 체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녀의 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너...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보석은 다 뭐고.”


“에구, 궁금한 것도 많으셔라. 자고로 여자의 비밀이란 함부로...”


“말 돌리지 마! 왜 자꾸 그런 식으로 피해 가려는 건데?!”


유미르네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리고 루도는 그녀의 거부를 다시 한 번 거부했다. 그가 물러서지 않자 유미르네는 반쯤 감은 눈으로 자신을 옭아맨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는 어떠한 것도 비치지 않았다. 단지 공허함만이 있을 뿐.

짧은 침묵 후에 유미르네는 붙잡힌 팔을 풀려고 힘을 줬다. 그러나 루도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술을 너무 마셨나 봐. 몸에 힘이 안 들어가네. 좀...놔줘. 나 자러 갈 테니까.”


루도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대체 왜 그러냐 너!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올래?”


“그만, 그만해. 당사자가 이야기하기 싫다잖아. 그럼 끝난 거 아니냐고!”


“그거 진담이냐? 내가 너한테 고작 그런 것밖에 안 됐었어?”


유미르네의 아래턱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로 힐책하는 듯한 표정이 되어 루도에게 바짝 다가갔다. 조금만 앞으로 움직이면 코가 닿을 거리에서, 그녀는 말없이 루도를 응시했다.

그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붙잡은 유미르네의 팔이 축 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는 너한테 무슨 존재인데? 동업자? 프리랜서?”


“웃기는 소리 마. 친구잖아.”


“친구라...재밌는 소릴 하네. 그럼 말이지 너. 너는 숨기는 게 뭐야? 피차 비밀이 많은 것 같은데 나한테만 감 내놔라 배추 내놔라 하는 건 비겁하지 않니?”


루도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로샤단 역시 비밀을 지니고 있었고, 이중에는 유미르네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많았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이칼롯의 조언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루도 또한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여전히 유미르네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까닭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를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와서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녀와의 괴리감을 느끼는 데에 자신의 선택도 일조한 것이다. 때문에 그녀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이 가진 것부터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내가 신의 아이야. 그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이라는 펠아람의 아이지. 가린워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나고, 지금 당장 폭주해서 학살을 자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야. 너에게 말하지 않은 건...그래, 미안하다. 너를 믿지 못했어. 하지만 너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어. 그러니 이건 내 사과라고 생각해줘.”


유미르네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녀는 의외라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이내 허탈한 실소를 터뜨렸다.


“농담은...아닌 거 같고. 조금 당황스럽네. 신의 아이라니.”


“믿든 믿지 못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게 나의 진실이야.”


“아니 뭐, 믿지 못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지금까지의 의문이 풀리네. 제랄드의 집착도 그렇고, 안개송곳니가 너희를 쫓는 것도 그렇고.”


유미르네는 다시금 붙잡힌 팔을 풀려고 힘을 줬다. 루도는 흠칫 놀랐지만,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고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사뿐사뿐 걸어 창가 옆 소파에 걸터앉았다. 여전히 파티복 차림이었기 때문에 다리를 꼬고 앉은 것만으로도 그녀의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달빛에 젖은 드레스는 어두운 핏빛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게 다야? '루도 클로람은 펠아람의 아이다'라는 명제만이 전부냐고.”


“...솔직히 말할게. 우리는 루프리모의 아이가 누군지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녀석은 자기가 신의 아이인지도 모르고, 또 우리 같은 사람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야말로 일반 소시민이야. 그 녀석의 정체를 아는 건 우리를 포함해도 극소수에 불과해. 하지만 루프리모에 관한 건...아무리 너라도 알려줄 수 없어.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녀석을 위해서야.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평범하게 살면 되는 거니까.”


“그럼 너는? 너는 어떻게 되는 건데.”


“각성에는 '자각'과 '충격'이 필요해. 펠아람의 아이는 이미 자신의 본질을 자각한 상태이니...적당한 충격만 가해진다면 언제든 각성하겠지. 그럼 ‘나’라는 숙주는 사라지고, 신의 아이만이 남게 될 거야.”


“...죽는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나도 잘 모르겠어. 어떤 형태가 되든 좋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지. 어쩌면 나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는지도 몰라.”


“.....”


유미르네는 말없이 드레스 자락을 매만졌다. 나름 루도의 이야기가 충격이었는지 그녀는 시선을 피한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아마도, 루도가 정말 비밀을 털어놓으리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계속 머뭇거리자 루도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게 내 비밀이야. 자, 이제 네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응? 너는...상인이었잖아. 청부업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을 텐데.”


“내...과거라...후.”


그녀는 체념한 듯 시원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야기에 앞서, 갑자기 루도를 끌어당겨 입술을 포갰다. 갑작스런 키스에 그는 눈만 크게 뜰 뿐,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우붑...너어!”


루도는 또 무슨 장난인가 싶어 화를 내려 했다. 그러나 유미르네의 얼굴에서 평소와 같은 짓궂은 미소나 교태 어린 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서글프게 입꼬리를 올린 채로, 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어땠니? 좋았어?”


“좋았...냐니 너 임마...”


“진지하게 묻는 거야. 그럼 기분 나빴어?”


“그야 뭐 나쁘진 않았다만....”


이미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 야간근무를 서러 가는 근위대의 행렬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 들린 횃불의 잔영이 유미르네의 동공에 들어와 맺혔다.


“다시 만났을 때 마리네가 그랬지. 몰라보게 예뻐졌다고. 넌 어떻게 생각해?”


루도는 떠듬거리며 답했다.


“예...예뻐. 친구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아주 아름다워.”


“쿡쿡...그래...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 정도면...아주 수준급의 외모지.”


그녀는 루도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가만히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옆얼굴은 우수에 찬 듯 가라앉아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고요 속에 루도는 그녀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넌 모를 거야. 내가 이 얼굴을 얼마나 저주했는지...얼마나 쥐어뜯고 싶었는지를.”


“....”


감정이 올라오는지 말을 꺼내는 그녀의 어조에는 억눌린 분노마저 깃들어 있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유미르네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나는 델키아 토박이가 아니야. 원래는 마드리고에서 살았었어.”


“마드리고...”


어째서 유년기의 이야기를 늘어놓는지 알 수 없었으나, 루도는 일단 잠자코 듣기로 했다.


“조금 거친 동네지. 민간인보다 군인이 많은 곳이니까. 우리 부모님은 군인들을 상대로 물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었어. 착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도를 지키며 사는 분들이었어. 벌이도 괜찮았지. 대신 일이 너무 바빠서 난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어. 하지만 내 동생은 아니었지...그래, 내겐 동생이 하나 있었어. 우리 부모님은 낳은 첫째가 딸이었던 게 그렇게 실망이셨나봐. 힘든 일은 나만 시키고, 뒤늦게 태어난 동생은 늘 애지중지하셨지. 그래도 난 동생을 사랑했어. 그 아이는 정말이지....인형처럼 귀여웠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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