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169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07 04:15
조회
889
추천
23
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DUMMY

유미르네는 밟고 앉은 검의 폼멜 부분에 짐승의 입이 달려있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히야, 정말 악마란 별게 다 있구나. 얍삽하기도 해라.”


“이, 이년이...”


블레이드 댄서가 이를 갈았지만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1분여가량을 있으니 녀석도 버둥대길 포기하고 잠잠해졌다. 그사이 유미르네는 뭔가 둔기로 쓸 것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석실 안에는 작달막한 돌멩이 따위를 제외하곤 딱히 무기로 쓸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블레이드 댄서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쳇, 재수도 더럽지. 이딴 굴욕이나 당하려고 계약한 게 아닌데. 그 소환사, 다시 만나면 반드시 죽여 버릴 테다.”


“계약이라니? 제 발로 온 거 아니었어?”


“내가 뭐 때문에 군인이 득시글대는 곳으로 쳐들어와? 깡촌이 오히려 방비도 허술하고 맛있는 처녀도 많은데.”


“흐음, 그럼 너를 소환한 건 누군데?”


“그 빌어먹을 리치지 누구야! 에 또, 이름이 뭐였더라...”


그때 마리네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악마의 칼등을 밟고 그 아래 쪼그려 앉았다. 자세히 보니 칼등의 가장자리엔 좁쌀만 하게 눈동자도 뚫려 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블레이드 댄서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리네가 말했다.


“안다바리엘 뷘더. 맞지?”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혹시...제스터도 안다바리엘이 소환한 거야? 아니, 대체 그자는 악마를 몇이나 부리고 있는 거지?”


그러자 블레이드 댄서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낄낄 웃기 시작했다. 놈의 기분 나쁜 폭소는 빈정 상한 유미르네가 에스터크를 입안에 찔러 넣을 때까지 계속됐다. 놈이 말했다.


“우리가 무슨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줄 아는군. 나는 단지 놈의 장단에 어울려줬을 뿐이야. 애초에 녀석이 제공한 에센스는 말 그대로 구미를 당기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지. 제스터? 뭐하는 녀석인지는 몰라도 그냥 이해관계가 맞은 것뿐일 걸?”


놈의 말이 맞다면 슬러터급의 악마는 더 이상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에센스.

에센스란 신의 정수이자 신의 아이가 권능을 행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연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에센스를 안다바리엘이 제공했다니? 에센스란 모두 아루의 수정에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안다바리엘과 악마. 단순한 적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신의 아이와의 연관성이 너무나도 많았다. 마리네가 말했다.


“에센스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대체 악마에게 에센스가 왜 필요한 건데?”


“흐음. 글쎄.”


“말 돌리지 마!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킬킬. 이제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을 텐데?”


부스럭. 불현듯 느껴진 인기척에 마리네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널브러져 있어야 할 무희가 몸을 일으켜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


놀라기는 유미르네도 마찬가지였다. 무희는 단지 적을 속이는 미끼에 불과하다 생각했고, 또 실제로 그것은 본체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자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었다.

하지만 악마의 신체구조를 너무 안일하게 이해하고 있던 게 실수였다. 마리네는 놈의 손잡이에서 돋아난 돌기가 어느새 무희의 정강이까지 닿아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걸었던 건 단지 두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고, 그사이 조심스레 분체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블레이드 댄서는 즉각 분체를 조종해 두 사람을 걷어찼다. 유미르네가 뒤로 밀려나자 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져나왔다. 놈이 말했다.


“캬하하! 멍청한 놈들, 잘 있어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유미르네와 마리네가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블레이드 댄서의 도주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놈은 분체에게 안긴 채 미끄러지듯 석실 복도를 가로질렀다. 마리네는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악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쫓아가긴 이미 늦었거니와, 온몸이 만신창이라 쫓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미르네는 좀 달랐다. 의외의 일격을 먹은 것에 열이 뻗쳤는지 그녀는 보폭을 크게 잡더니 에스터크를 그대로 집어던졌다. 검은 그대로 원호를 그리며 날아갔는데, 놀랍게도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따앙-하는 금속 뚫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던진 유미르네도 설마 진짜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블레이드에 박힌 건가? 진즉에 이럴 걸 그랬네.”


둘은 서둘러 악마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석실 복도에는 무희의 발자국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을 뿐, 블레이드 댄서는 물론 유미르네의 에스터크도 남아있지 않았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출입문 앞에 서서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도망갔나? 그런데 내 칼은 어디로 갔대.”


“...몸에 꽂힌 채로 도망간 거 아니야?”


“뭐어? 말도 안 돼! 그게 얼마짜린데.”


그녀는 사색이 되어 별채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품을 팔아본들 블레이드 댄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이없게 무기를 잃어버린 꼴이 되자 그녀는 성이 나 발을 쾅쾅 굴렀다. 하지만 그런다고 악마가 도로 나타날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곧 화풀이에 싫증을 내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마리네는 석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통로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참았던 피로가 억지로 몰려온 것이다. 임무를 완수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돌바닥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있는데도 깃털침대에 몸을 뉘인 것처럼 포근하기만 했다. 아련히 귓전을 울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는 사르륵 긴 잠에 빠졌다.



***


“으와악?! 놔, 놔아! 내 발로 간다고!!”


“발목 분질러진 놈이 말이 많다.”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루도는 연방 비명을 토했다. 부축방식이 워낙 안전이 아닌 속도에 중점을 둔 탓에, 조금이라도 솟아오른 둔덕이 있으면 여지없이 발목이 채이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꼭 병사들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뒤에 나이트셰이드가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이라 발걸음이 느긋해질 수가 없었다.

루도는 놈과 멀리 떨어진 기둥에 몸을 기대어 섰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근위대의 벽이 형성되었다. 루도는 이런 상황에서까지 오와 열을 맞추는 데 집착하는 그들을 보며 길게 혀를 찼다. 하여간 정규군들이란 - 자신도 정규군 소속이었지만 - 구색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그의 한심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근위대 병사 하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낚시 작전도 실패했는데...이러다 악마가 밖으로 도망치기라도 하면.”


그러자 루도는 입술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쳇, 창도 제대로 못 던지는 인간이 수두룩한데 성공할 리가 있나.”


금세 쏘아보는 눈길이 따가웠지만 루도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진 않았다. 솔직히 조금 전 근위대의 지원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만약 레미나의 마법이 없었다면 루도는 거기서 상어밥이 되었을 게 틀림없었다.

루도의 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나이트셰이드를 토벌하기가 더욱 요원해져 버리고 말았다. 녀석은 루도에게 눈을 공격당한 이후 쭉 그림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워낙 제대로 한방을 먹은 탓인지 실체를 드러내길 극히 꺼려하고 있었다.

근위대는 녀석이 도망칠 것을 대비해 문이란 문은 모두 꼭꼭 틀어막았다. 그런다고 녀석을 붙잡아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나가달라고 길을 터주는 것보다는 모양새가 났다.

일단 편전이 폐쇄되고 나자 내부는 피와 땀 냄새로 금세 뒤덮여 버리고 말았다. 그 매캐한 악취가 오히려 식욕을 자극했는지, 나이트셰이드가 꾸물거리고 움직임을 재개했다. 놈이 다시 다가오자 병사들은 겁에 질려 후다닥 뒤로 산개했다. 편전의 중앙 출입문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쾅쾅쾅쾅. 워낙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갑작스러운 소음에 다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에 누구 없소? 도우러 왔습니다.”


평범한 사람 목소리에 - 어째서 문을 두드린 게 악마라고 착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사람들은 그제야 맥 빠진 탄성을 내질렀다. 문 가까이에 있던 병사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누, 누구시오? 근위대 소속입니까?”


“...그건 아니고. 루도 클로람을 만나러 왔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루도는 비틀거리며 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나이트셰이드와의 거리를 거듭 확인한 후 손잡이를 돌렸다. 문밖에는 비에 쫄딱 젖은 이칼롯이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루도는 말없이 문을 열어 그를 맞이했다. 이칼롯이 들어오자 병사들은 젖은 머리에 안경을 쓴, 무언가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의 등장에 위축되어 자기도 모르게 길을 터주고 말았다. 그는 레미나에게 짧게 목례하고는 바로 나이트셰이드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메디치의 안경은 그에게 적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적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출력해주고 있었다.

루도가 그의 꼬랑지에 따라붙으며 말했다.


“용케 살아 있었네. 다른 사람들은?”


“무사하다. 제리온은 조금 지친 모양이지만. 너는?”


“그저 그래.”


‘그저 그래’라는 말에 이칼롯은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아무리 봐도 부러진 게 분명한, 루도의 퉁퉁 부은 발목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루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검을 뽑아 자세를 취했다.


“안개송곳니는 전부 퇴각했다. 이제 저 악마들만 쓰러뜨리면 끝이라는 거지.”


“악마들이라니?”


“저거 말고도 두 마리가 더 있어. 하나는 디리터와 알룬도가 막으러 갔고. 아무래도 데루루피아를 노리는 모양이던데.”


“어어? 그럼 큰일이잖아.”


“그래. 그러니까 저건 되도록 빨리 처리하도록 하지.”


“에....그게 좀 쉽지 않은데.”


루도는 계면쩍게 웃고는 상황설명에 들어갔다. 이칼롯 쪽은 이미 메디치의 안경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트셰이드의 특성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조금 전까지 미끼를 던져 녀석을 붙잡는 작전을 시도했으며, 이게 보기 좋게 실패해 지금과 같은 구도가 성립되었다고 말을 맺었다.

이칼롯은 루도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그럼 다시 한 번 그 작전을 써보도록 하지. 실패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루도는 대답 대신 야멸치게 근위대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근위대 병사들도 이에 지지 않고 루도를 압박했다. 루도에게 있어 근위대는 무능함의 결집체였고, 근위대에게 루도는 갑자기 굴러들어와 텃세 부리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한 근위대 병사가 말했다.


“어이 꼬마. 아까부터 계속 우리 잘못으로 돌리는데, 저 물고기가 실체화하는 시간은 2초가 채 안 돼. 거기다 고속으로 움직이기까지 하는데 대체 어떻게 맞추라는 거냐?”


“2초 가지고도 무리라니, 이거 밧줄로 포박이라도 해놔야 좀 수가 나오겠네요.”


“너...자꾸 그렇게 빈정거리다간...”


둘 사이에 슬금슬금 냉전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보다 못한 레미나가 이에 개입하고 나섰다.


“다들 그만 해요!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그녀의 제지에 물러서긴 했지만 루도와 근위대는 한동안 샐쭉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한편 전방의 분대는 나이트셰이드를 상대로 여전히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악마가 레미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형으로 감싼 채 진형을 유지했다. 특히 나이트셰이드가 발밑에서부터 집어삼키며 도약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창끝을 바닥에 향한 채 언제든 녀석을 찌를 수 있게 준비했다.

한편 이칼롯은 그림자 형태로 꾸물대는 녀석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이트셰이드는 그림자로 변했을 땐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고, 오로지 물고기 모양으로 실체화했을 때만 타격이 가능한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악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체화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공격 타이밍을 재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칼롯은 이 문제를 단 한 방에 해결해버렸다.


“요는 튀어 올랐을 때만이 기회라는 거군. 튀어 오른다는 건 결국 공중에 떠 있다는 뜻 아닌가?”


“응? 그야 그렇지.”


“그럼 페더폴(Feather fall)을 쓰면 되잖아.”

.

.

.

"...에?!“


루도는 물론이요, 마법사인 레미나마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실히 낙하속도를 급감시키는 페더폴이라면, 나이트셰이드의 실체화시간을 강제로 늘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그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루도와 레미나가 어이없어하는 것도 비단 자신들의 고지식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료의 능력을 정확히 분석하고 활용하는 이칼롯의 판단이 대단한 것뿐.

레미나가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되, 될 것 같은데요? 1미터 정도만 점프해도 실체화시간이 3~4초는 늘어날 거예요.”


마법사가 성공을 가늠할 정도니 더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이칼롯은 즉시 페더폴 작전을 채택해 실행에 옮겼다. 그는 먼저 쭈뼛거리는 병사들에게 지시해 놈이 튀어 오르는 순간 일제히 달려들도록 손을 맞추었다. 루도에게는 그렇게 퉁명스럽던 근위대도 그의 명령에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마된 지휘력이라고 해야 할까? 과거 기사단에 있었던 까닭인지 그는 병사들을 다루는 데에 능숙했다.

놈을 유인하는 역할은 이칼롯이 직접 맡았다. 그는 텔슈피드를 땅바닥이 향하게 늘어뜨린 채 천천히 편전 중앙으로 걸어갔다.

한편 발목 골절로 전투에서 빠진 루도는 초조한 심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칼롯의 실력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레미나의 보호마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나이트셰이드의 진홍빛 눈동자가 이칼롯을 향해 돌아갔다. 놈은 표표히 다가오는 인간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지만, 루도 때와는 달리 섣불리 공격하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대신 놈은 이칼롯의 검에 시선을 둔 채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조금 전 루도에게 당할 때의 영향인지 놈은 날붙이 든 인간을 더욱 경계하고 있었다.


“페더폴(Feather fall)"


이윽고 레미나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이걸로 3회째, 연발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로서는 정신적 피로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진맥진해하는 와중에도 엄지손가락을 척 추어올렸다.


“제대로 들어갔어요. 지속시간은 앞으로 1분 정도...”


1분이면 충분했다.

그녀의 외침을 듣자마자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집어던졌다. 검은 노오란 궤적을 그리며 왕좌 옆 기둥에 꽂혔다. 나이트셰이드의 시선이 검을 향했다가, 다시 이칼롯에게로 돌아왔다.

손을 툭툭 털며 도움닫기를 준비하고 있는 인간. 아무리 약해진 상태라곤 하나 무방비한 인간을 앞에 두고 망설일 정도는 아니었다. 나이트셰이드는 먹잇감을 목표로 그림자의 바다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음...!”


일단 유인이 성공하자 이칼롯은 곧장 반대편으로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촤촤촥. 물살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진홍색 눈동자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루도가 녀석을 ‘상어’라고 표현한 것은 실로 절묘했다. 이칼롯은 과거 뱃전에서 시서펜트와 싸우던 때가 생각나 등골이 서늘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트셰이드의 추격속도가 무시무시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뒤를 돌아보며 녀석과의 거리를 쟀다. 이윽고 텔슈피드가 꽂힌 기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칼등을 밟고 수직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나이트셰이드가 그를 노리고 실체화했다. 사냥감이 공중에 높이 떠 있었기 때문에 녀석 또한 힘차게 몸을 날렸다. 칠흑의 악마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앗...이칼롯!”


루도가 탄성을 터뜨렸다. 이 궤도라면 페더폴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이칼롯이 녀석에게 잡아먹힐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녀석의 이빨이 닿기 직전, 이칼롯은 기둥을 박차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나이트셰이드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막 땅에 착지하기 직전, 이칼롯은 마주친 놈의 눈동자가 계속해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피식 미소 지었다. 놈은 곧장 추격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허공에 뜬 몸은 생각과 달리 땅에 내려앉지 않았다. 페더폴의 효과로 신체의 낙하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고, 공격! 지금이다!”


이칼롯의 곡예에 혼이 팔려있던 병사들은 그가 땅에 착지한 다음에야 비로소 공격을 개시했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이칼롯이 일부러 높이 도약하도록 유도한 탓에 녀석이 땅에 착지하기까진 10초 가까이 여유가 있었다. 병사들이 나이트셰이드를 난도질하기 직전,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뽑아 놈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사실 그 시점에서 토벌은 끝난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시잇, 샤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녀석은 그림자 형태로 돌아가려 발버둥쳤다. 그러나 녀석이 땅에 떨어지는 것보다 근위대의 도착이 더 빨랐다. 뒤이어 십여 개의 창이 녀석의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푸욱, 푹.


“시야아아...”


창에 찔릴 때마다 놈의 몸에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는 비릿한 악취를 머금고 있었는데, 병사들은 그 연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구토를 느꼈다.

이칼롯은 침을 탁 뱉고는 검을 휘둘러 나이트셰이드의 나머지 눈알을 뽑아냈다.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녀석은 바닥에 닿은 뒤에도 형태를 바꾸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정적이 이어지고, 한 병사가 창을 추어올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승리의 열기는 이내 궁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오...오오오오!”


“잡았다, 이 괴물을 우리가 잡았어!!”


한편 루도는 맥이 풀려 스르륵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태연하게 걸어오는 이칼롯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슬러터와 싸우고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다니, 애간장이 다 탄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신의 아이는 얼어죽을...내가 우리 길드에서 가장 평범한 인간이라고.”



***



“구석으로 가지 마요! 넓게 퍼지라고!”


“방패는 소용없소. 전부 무장을 가볍게 해요.”


“거기, 의자 좀 그만 던져요. 괜히 빗나가면 우리만 위험하잖아!”


“디리터, 앞 앞!”


“후끼약!!!”


황급히 상체를 뒤로 젖힌 순간, 코앞으로 거대한 물체가 스쳐지나갔다. 아머드원이 팔을 횡으로 넓게 휘두른 것이다. 녀석의 주먹은 탁자는 물론이요, 장식용으로 놓아진 청동상 따위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디리터는 가슴 위가 완전히 사라진 청동상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상반신이 저렇게 되었으리라!

발리스타를 기다리는 요 몇 분 사이 디리터와 알룬도는 수도 없이 사선을 넘기고 있었다. 상대가 일부러 전투를 회피하고 있음을 깨닫자 아머드원은 더욱 사납게 공격해 들어왔다. 녀석의 공격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근위대는 녀석의 사정거리 밖에서 둥그렇게 포위했다. 그 상태로 방패나 투구 따위를 던져 시선을 끌고, 녀석이 돌진하면 냅다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희생도 있었다. 근위대 병사 둘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녀석의 주먹에 맞은 것이다. 처참하게 으스러진 동료의 시체를 보며 병사들은 다시 한 번 치를 떨었다.

알룬도가 눈두덩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어이, 디리터. 시간 얼마나 지났냐?”


“일주일 정도 지난 거 같은데.”


“큭큭, 그놈의 발리스타 만들어서 올 생각인가.”


극도의 긴장상태로 말미암아 병사들은 하나둘 지쳐가고 있었다. 하필 이 시점에서 대부분의 병력이 나이트셰이드와 맞붙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군을 바라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디리터는 그렇게 투척세례를 맞고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녀석의 피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슬러터와 맞붙고 있으니 고르딘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지 되짚어볼 정도였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드디어 무기고 쪽에서 요란한 바퀴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견된 병사들이 발리스타를 끌고 돌아온 것이었다.

병사들의 눈동자에 다시금 희망이 어렸다.


“어...왔다 왔어! 이제 된 거야!”


“아니, 아직 끝난 건 아니야. 녀석을 조준할 수 있게 움직임을 봉쇄해야 돼.”


늙은 병사의 말대로였다. 원래 발리스타가 공성용으로 사용하는 무기인 만큼, 아머드원이 날뛰고 있으면 조준에 애를 먹을 게 분명했다. 그러므로 적중시키려면 적어도 몇 초가량은 녀석의 발을 묶어놓아야 했다.

이윽고 부서진 외벽 너머로 발리스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 접근했다간 아머드원이 눈치챌지도 몰랐으므로 병사들은 대략 외곽 30m부근에 발리스터를 세우고 쇠뇌를 장전했다.

끼리리릭-. 병사들이 도르래를 돌릴 때마다 쇠뇌가 걸린 밧줄이 더욱 팽팽하게 몸을 수축시켰다. 발사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조준이었다. 발리스타가 건물 밖에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맞추려면 최소한 아머드원을 부서진 외벽 근처로 유인해야 했다.


“발사 준비 끝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놈이 보이질 않아요!”


타격대의 외침을 듣자마자 디리터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는 아머드원의 옆구리를 가볍게 훑고는, 그대로 지나쳐 무너진 건물 외벽으로 달려갔다. 밖을 보니 역시나 발리스타가 그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와우, 진짜 왔네? 거 잘 좀 쏴봐요.”


“그러니까 조준을...앗, 뒤!!”


콰지직! 어느새 다가온 악마가 그 거대한 팔을 내리찍었다. 다행히 디리터는 뭉개지기 직전 몸을 날려 피했고, 녀석의 공격은 애꿎은 연회장 바닥만 박살 내며 끝났다.

한편 그 시점에서 바깥에 있던 타격대 병사들의 눈이 번뜩였다. 건물 틈새로 녀석의 육중한 팔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디리터가 녀석을 유인해낸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직, 아직 쇠뇌를 발사할 수는 없었다. 노린다면 몸통을 맞추어 일발필살을 꾀해야지, 팔이나 다리 같은 부위는 맞추어봐야 쇠뇌만 낭비할 뿐이었다. 특히나 첫 발사가 실패했을 경우 녀석이 작전을 눈치채고 발리스타를 파괴할 우려도 있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타격대의 병사가 디리터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보시오, 거기 용병! 달아나지 말고 놈을 조금만 더 유인해 봐요. 지금 녀석의 팔이 보입니다. 1m 정도만 움직이게 하면 몸통을 노릴 수 있을 거요.”


“뭐? 미친, 방금 나 죽을 뻔한 거 못 봤어요?”


“어찌 됐든 지금 상태로는 시야가 안 나옵니다!”


“아이구, 빌어먹을...”


디리터는 울상이 되어 아머드원의 앞에 섰다. 하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팔뚝 때문인지 녀석은 한 팔을 땅에 짚은 채로 디리터를 쏘아보았다. 여기서 그대로 주먹을 날려도 되고, 여차하면 네발짐승처럼 달려들어도 디리터로선 손쓸 도리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1m만 움직이게 하라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2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8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0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7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2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4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90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3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1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7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2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3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1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6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5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10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5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4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0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