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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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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6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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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9쪽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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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 오브 어나이얼레이션(절멸의 불꽃)


랭카스터 후작과 늙은 마법사 바그너의 자존심 대결은, 아무리 봐도 후작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다. 그만큼 그레이홀의 성벽은 튼튼했고, 6클래스도 넘기지 못한 마법사가 그 두터운 벽을 일격에 무너뜨리기란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노쇠한 마법사가 얼마나 정열적인 성격인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바그너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대신, 불과 3개월 만에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해내고야 말았다. 사정거리를 제로단계까지 줄이고, 여기에 채널링 기술을 도입해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이 마법은, 도저히 5클래스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혹시 바그너가 성공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던 후작은 기묘한 꾀를 냈다. 그는 비밀리에 7클래스의 마법사를 고용하여, 바그너가 마법을 사용할 때 그 반대편에서 보호마법을 걸어 성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내기 당일, 그레이홀의 성벽 앞에는 후작뿐 아니라 수많은 구경꾼이 몰려와 마법사의 몰락을 기대하고 있었다. 야유 섞인 환호를 받으며 바그너는 당당히 그레이홀의 성벽 앞에 섰다. 그는 가장 커다란 대리석을 골라 정을 박고는, 손을 단단히 묶어 절대 풀어지지 않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법이 시전되었다.

사실 성벽이 무너지기까진 십여 번의 폭발로도 충분했고, 바그너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폭발에 놀란 후작의 마법사가 재빨리 보호마법을 걸었고, 경도가 극한으로 끌어올려진 석벽은 무려 15회의 폭발을 견뎌내기에 이르렀다. 위기를 느낀 바그너는 재빨리 달아나려 했으나, 손을 묶어둔 까닭에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강화된 석벽을 가루로 만들기까지 장장 21회에 걸쳐 폭발을 일으킨 뒤에야 마법은 사라졌다.

내기는 바그너의 승리였지만, 그런 것에 관심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전자인 바그너를 포함하여, 고용된 마법사, 랭카스터 후작, 구경하던 백여 명의 행인들이 전부 폭발에 휘말려 사라진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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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첫 번째 폭발의 위력은 보잘 것 없었다. 웅덩이의 물이 약간 튀고, 손바닥이 뜨끈해질 정도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약한 화력에 제스터 쪽이 어리둥절해할 정도였다.

물론 그게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리온은 잘 알고 있었다.


“케헷, 내 어깨가 찢어지든지, 네 머리통이 가루가 되든지 둘 중 하나다!”


퍼벙. 두 번째 폭발은 전번의 것보다 좀 더 강력했다. 땅이 반달 모양으로 패였고, 제스터의 상체도 이에 맞춰 꾸부정하게 꺾였다. 세 번째는 이보다 더 강해서, 반작용으로 제리온의 상체가 순간적으로 공중에 뜰 정도였다.

움켜쥔 오른손이 얼얼해져왔다. 마치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쥔 것 같은 열기였다. 폭발의 방향은 제스터를 향해있지만, 불꽃의 열기나 폭압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전부 시전자인 제리온이 감내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비효율적이고 무모하다며 기피된 마법이었다.

그러나 열기가 얼굴을 덮어올수록, 통증이 강해질수록 제리온의 면면이 희열로 들끓었다. 고작 세 번 만에 이 정도 고통이라니, 정말 끝내주는 마법이다. 자신이 이 정도인데, 맞는 제스터는 얼마나 아플까?

네 번째 폭발이 시작되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 제리온은 녀석의 가면 너머로 전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손목 위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푸른빛의 마법진, 그리고 그 마법진 위로 하나 둘 피어오르는 불덩어리들. 이전의 것보다 더 커다랗고, 밝은 빛을 띠고 있다. 제리온은 이를 악물었다. 그 미친 듯이 돌아가는 마법진의 회전이 이제부터는 장난이 아니라고, 그러니 살고 싶으면 어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손을 놓는다는 건 채널링의 조건이 사라짐을 의미하고, 이는 곧 주문의 종결과도 귀결된다.

물론, 제리온은 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콰콰콰콰....!!

횟수가 거듭될수록 폭발의 위력은 상승했고, 이와 반비례하여 발동주기는 짧아졌다. 여섯 번째 이후로는 어느 게 먼저 터진 건지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연쇄폭발의 향연이었다.

그 순간 제리온은 말하자면 폭발의 진원지에 서 있었다. 이미 눈을 뜰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왼팔만을 이용해 몸을 보호했다. 기본적으로 시전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기본적’인 것일 뿐이었다. 피부에 와 닿는 뜨끈한 열기와 뺨을 스치고 가는 돌파편의 감촉,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허공에 치솟는 신체. 오른손은 이미 뜨겁다는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제스터의 가면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죽어라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낭떠러지에서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게 이런 기분일지도 몰랐다. 물론, 목적은 전혀 상반되지만 말이다.

앞서 말한 건 자신이 살기 위함이고, 그가 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그랬다간 제스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씨이바알-좋아 죽는다아!!”


퍼퍼퍼퍼펑!!

결국 폭압으로 손가락 마디가 부러지고 나서야 제리온은 손을 놓았다. 마지막 폭발의 여파로 그의 몸이 허공으로 3미터 가량 치솟았는데, 그때 그는 눈을 떠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직경이 15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낙하할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땅이 질척해져 쿠션 역할을 해주었고, 또 구덩이로 물이 스며들어 허벅지까지 차오른 까닭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몸이 공중에 뜬 그 몇 초 사이 마비되었던 감각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구덩이에 처박히는 순간 제리온은 고통에 겨운 신음을 토했다.


“으아으크...악...젠장!”


물웅덩이에 오른팔을 담그자 치익, 하고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려고 살짝 물 밖으로 꺼내자 다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에 엄습해왔다. 제스터에게 찔린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로 화상의 고통은 대단했다. 서둘러 다시 물에 담그기 전, 제리온은 팔뚝이 푹 익어 시뻘겋게 달아있고, 손목 위로는 살갗이 벗겨져 근육이 훤히 드러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니,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허리 아래로는 이미 불구가 된 것인지 꼼짝도 하질 않았다.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다’라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몰랐다.

때문에 그는 숨을 죽인 채 구덩이의 정중앙에 놓인, 제스터의 것으로 보이는 덩어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렇게 당하고도 살아있다면,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목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놈은 얼핏 보기엔 다 타버린 잿더미처럼 보였다. 망토자락엔 아직도 불이 남아 타들어가고 있었고, 빗물이 묻을 때마다 시커먼 것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던 광대가면도 두 개로 쪼개어져 웅덩이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주, 죽었나?’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시신을 확인할 기력도 없어 망연히 바라만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잿더미가 우수수 떨어지더니, 제스터가 기다란 비명을 토해냈다.


“끼이이이익!!”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날카로운 고음의 목소리였다. 제스터는 고통에 겨워 마구 몸부림을 쳐댔다. 제리온은 그때 처음으로 그의 본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기랄...진짜 괴물이었잖아...”


‘저런 것’과 싸웠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을 지경이었다.

제스터의 얼굴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는 얼굴부분도 수십 개의 촉수로 이루어진, 거의 말미잘과 흡사한 생명체였다. 그가 신음을 토할 때마다 안면부의 촉수가 동시에 똬리를 틀어댔는데, 그 실루엣이 불빛에 반사되어 소름끼치는 잔영을 만들어냈다. 이런 신체구조였다니, 지금껏 그렇게 마법을 때려 박아도 죽지 않았던 게 이해가 갔다.


“끄히익, 끼이이히익-!”


제스터는 다시 한 번 기다랗게 절규하고는, 멈칫거리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제리온은 끝장인가 싶어 눈을 감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악마는 이미 제리온의 생사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비록 죽이지는 못했더라도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인지, 그는 본능에 이끌려 필사적으로 전장을 이탈하는 중이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 부분은 물론이요, 주요 촉수가 전부 불에 타 그가 움직일 때마다 뚝뚝 바스러졌다. 저런 수준이 되어서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크...후욱, 하악! 빌어먹겠네...”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고 몸에 힘을 주었으나 움직이는 것은 얄궂게도 가장 망가진 오른팔뿐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다리는 꿈쩍도 하질 않았다. 도망치는 적을 망연히 바라봐야만 하는 입장이라는 게 이렇게 비통할 수도 없었다. 제리온은 침을 튀겨가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 오징어 구더기 같은 새끼, 더럽게 안 죽네. 이리 안 와?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주겠어, 빨리, 덤벼 이 새끼야!! 윽...쿨럭 쿨럭...”


그러나 그의 도발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제스터는 구덩이를 올라 사라져갔다. 제리온은 그가 떠나간 자리를 향해 욕설을 내뱉다가, 결국 목이 쉬어 쓰러지고 말았다. 구덩이로 물이 스며들어 가슴까지 차오른 상황이었지만 그는 피할 생각도 않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지겨운 소나기도 이제는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폭발음을 듣고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젠장, 어쨌든 나는 이겼도다.”



***



“크아아악?! 빌어먹으을...이 같잖은 꼬마가!”


마인드컨트롤이 풀리자 안다바리엘인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날카로운 고함을 질렀다. 그는 마리네의 공격을 정통으로 받아 왼쪽 어깨부터 횡격막 부근까지 깨끗하게 절단되었다. 일반인이라면 절명할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이 고대의 리치는 고통에 찬 신음만 흘릴 뿐 여전히 살아 움직였다.

그런데 안다바리엘이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동안, 마리네는 결정타를 날릴 생각도 않고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인드컨트롤이 깨지는 순간 벽을 뚫고 튀어나온 칠흑빛의 마법진을.


“크, 하악! 제기라알..!! 킷, 키핫...카카캇...”


안다바리엘은 격통 속에서도 그 마법진을 바라보며 웃음을 토했다. 마법진은 이제 육각형의 형태를 이루며 기괴한 룬문자를 허공에 띄우는 중이었다. 그가 말했다.


“키...키킥! 설마 네놈들에게 발목을 붙잡히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건 최후의 피날레를 장식하려고 준비해놓았던 건데!”


“...뭐라고?”


“네 번째의 함정이다! 마인드컨트롤이 풀리는 순간 작동하도록 설정해 놓았지. 부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큭큭큭...”


그렇게 말하며 안다바리엘은 품속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게 스크롤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마리네는 다급히 그를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아직 라이트닝 볼트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건지 발을 내딛자 한쪽 무릎이 푹 꺾였다. 그사이 안다바리엘은 무사히 스크롤을 사용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마리네가 말했다.


“으...너 이 놈...기다려!”


“히히히...쿨럭! 네놈만은 내 손으로 처리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후욱, 이 마법은 피드백도 어마어마해서 말이지. 아쉽지만 네 최후는 ‘이 녀석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이 녀석들이라니...그게 무슨...”


그는 마리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스크롤을 사용하여 즉각 그 장소를 이탈했다. 마리네는 그가 달아나려는 것을 감지하고 공격을 시도했으나, 몸이 둔해진 탓에 검은 그가 떠나간 자리를 헛되이 휘저을 뿐이었다.


“윽...망할!”


결국 마리네는 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쓰러지고 나서도 기력이 돌아오지 않아 한참을 씩씩거리고 있자니, 안다바리엘이 남기고 간 메시지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조금 전의 마법진을 살폈다.

마법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행여 대폭발을 일으키는 건 아닌가싶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그는, 마법진이 아무런 반응 없이 자취를 감추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어날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누웠다.


“성공...한 건가? 안다바리엘은 놓쳤지만서도...”


살짝 찝찝한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당초 계획한 목적을 이루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안다바리엘이 물러났으니 왕도 원래대로 돌아왔을 테고, 루도와 레미나, 제리온의 안전 또한 확보되었을 게 틀림없었다. 마리네는 땅이 꺼져라 긴 한숨을 토해냈다. 여전히 목구멍이 쓰라려 호흡조차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훨씬 상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승전의 짜릿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방금 전의 검은 마법진이 불발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순간, 마리네는 통증도 잊고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련히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어서, 그만큼 마리네의 치를 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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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밤은 어찌 이리 고달픈지고

내 꽃과 술과 빵을 들고 기다리고 있나니

거기 가는 기사님이시여 한 번만 돌아봐주오


아아아 이를 어찌 할꼬

기사님 깊은 단잠에 빠지셨으니

나는 이 긴 밤을 누구와 지새워야 할까

나는 이 긴 밤을 누구와 지새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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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네는 불길한 예감에 재빨리 방어자세를 취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석실 구석에서 젊은 여인이 몸을 흔들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천으로 가슴과 음부만을 가린 차림새로, 어깨에는 숄을 두르고 한 손에 기괴한 모양의 검무(劍舞)용 검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춤을 출 때마다 검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는데, 그 몸짓이 어찌나 정갈한지 무희와 검이 본래부터 한 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몸매라고는 하나 그 여자에게선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의 형상을 띤, 이를테면 제스터를 마주했을 때와 같은 불쾌한 기분이었다. 마리네는 잔뜩 경계한 채 말했다.


“당신은...누구죠?”


그러자 무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폴짝 뛰어 그의 코앞에 착지했다. 왜소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대단한 도약력이었다. 그녀는 쭈뼛거리는 마리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나. 여기 맛있어 보이는 인간이 있군요. 이런 미소년은 오랜만인데♡”


“뭐...뭐요?”


“하지만, 그 전에 물어볼 건 물어봐야겠죠. 당신, 나를 소환한 인간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소...환? 역시 당신은...!”


그러나 무희는 대답 대신, 돌연 검을 휘둘러 마리네를 공격했다. 은빛 섬광이 시야를 가린다고 느낀 순간, 마리네는 반사적으로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투웅,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리네의 상체가 뒤로 기울어졌다. 그는 무리해서 반격하지 않고 재빨리 무희와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예상했던 연타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희는 공격하던 자세 그대로 느릿하게 어깨춤을 추는 중이었다.


“어라라, 내 정신 좀 봐. 나도 모르게 공격해버리고 말았네? 하지만, 너무 좋은 냄새가 나는 걸 어째.”


“....!”


“아아, 하지만 너무 본능에 이끌리는 건 우아하지 못해. 어쩌지? 일단 다리 하나만 먹어볼까? 그래, 다리 하나쯤이라면!”


무희는 자신이 내뱉은 단어에 도취되어 고혹적으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구렁이 같은 그 곡선에 마리네는 소름이 끼쳐왔다. 일반인을 상회하는 힘과 스피드, 그리고 싸이코패스적인 어투까지. 그 외에도 그녀와 제스터의 유사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간이 아닌 자.

마리네는 그녀의 정체가 악마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



궁성 앞에서 벌어진 안개송곳니와의 혈투는 5분이 넘어가도록 결판이 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전투가 길어진 데에는 서로 간의 기량이 그만큼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칼롯의 기만책이 성공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기세 좋게 달려들긴 했어도 사실 이칼롯은 목숨을 걸고 제폰과 칼부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작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침투조이고, 자신은 적당히 안개송곳니의 발목만 붙잡아두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사라진 제스터가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제폰과 고르딘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퍼시스턴트 퍼슈어가 제대로 사용됐다면 그와 마주칠 일도 없을 테니 일단 그 부문은 제리온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러다보니 전투는 수적 우위를 활용해 지엽적으로 치고 빠지는 양상이 주를 이루었다. 이칼롯이 후퇴하면 알룬도가 압박을 개시하고, 알룬도가 위험에 처하면 이칼롯이 이를 보조하는 식이었다. 가끔 제폰이 무서운 기세로 두 사람 모두를 밀어붙이는 때도 있었지만, 그 틈은 유미르네가 메워주었다.

일찌감치 마체르담을 처리한 그녀는 그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해 제폰의 측, 후방을 이리저리 교란했다. 그녀의 파고드는 솜씨는 실로 일품이었다. 전투가 시작된 이래로 단 한 개의 상처도 입지 않은 사람은 유미르네가 유일했는데, 그 제폰조차 몇몇 검상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와우! 갑옷을 입고도 이 정도의 속도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데. 혹시 당신도 악마 아니야?”


그녀가 제폰의 공격을 피하며 말했다. 그러나 제폰은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압박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사이 알룬도는 재빨리 조금 전 당한 상처를 지혈했다. 대충 붕대를 감아 고정시키는 게 전부일 뿐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진즉에 과다출혈로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 디리터와 고르딘의 1:1구도도 차츰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디리터의 끈덕진 휘두르기가 결국 고르딘의 허벅지를 마비시켰고, 디리터 쪽도 그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느라 손가락 몇 개가 부러진 상황이었다. 디리터는 재빨리 어긋난 뼈마디를 맞추며 말했다.


“하, 하! 어떠냐, 맛이 달달하지? 몸집 믿고 깝치다간 이렇게 되는 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장기간의 싸움으로 진이 빠진데다, 고르딘의 공격을 막느라 검의 내구도도 한계에 달해 있었다.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날이 빠지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가라앉은 두 진영 사이로 검은 비만 추적추적 내릴 뿐이었다. 잠시 전투가 중지된 틈을 타 알룬도가 말했다.


“제폰과 고르딘을 이 정도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너희들 정말 솜씨가 대단한데.”


그것은 칭찬과 동시에 안개송곳니를 향한 비아냥거림이기도 했다. 그러자 뜻밖에도 제폰 쪽에서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예상을 뛰어넘는 기량이다. 경의를 표하지.”


“어, 당신이 웬일이래? 드디어 포기한 건가?”


“적과 아군을 불문하고 실력자는 존중받아야 하지.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알룬도, 그렇다고 너희들이 아직 우위에 선 것은 아니니까.”


“그쯤은 나도 알고 있다고.”


이칼롯은 한숨 돌리는 한편 일행의 전투력을 재점검했다. 자신과 알룬도는 많이 지친 상태고, 디리터 역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유미르네는 아직 태연한 모습이지만, 그게 피로를 감추기 위한 허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싸웠다간 정말 누가 죽어 나자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제폰과 고르딘 쪽도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회전력에 있어서는 로샤단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쯤 됐으면 침투조 쪽에서 기별이 와야 하는데, 여전히 함흥차사였다. 이칼롯은 혹시 일이 잘못된 게 아닌가싶어 제리온이 떠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섬광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쿠구구구...

폭발의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대지가 흔들리고 치솟은 불꽃이 성벽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 압도적인 이변에 적, 아군 할 것 없이 동시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칼롯은 제리온이 뭔가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다바리엘을 만났거나, 아니면 제스터를 만났거나.

전자라면 일이 제대로 풀린 것이고, 후자라면 더할 나위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어느 쪽이 진짜인가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돌연 제폰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끝났군. 고르딘, 우리는 이만 철수한다.”


고르딘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기를 거두었다. 오히려 놀란 쪽은 일행이었다. 조금 전까지 칼부림을 겨누던 자가 돌연 태도를 바꾸니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룬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뭐라고? 철수한다고?”


“오늘은 운이 좋았군, 로샤단. 이 빚은 다음에 갚아주도록 하지.”


이칼롯은 혹시 방금 전의 폭발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싶어 제폰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나 그의 눈은 별채가 아닌 편전을 향해 있었다. 편전이라면 국왕이 있는 곳이다.

그의 낯빛이 대번에 밝아졌다. 안개송곳니가 이유 없이 퇴각할 리는 없고, 분명 궁전 안에서 무슨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제폰의 태도로 보건데, 그 변화는 일행이 바라마지 않던 것임이 틀림없었다.

디리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하하! 그 짜식들이 기어코 해냈구만. 우리가 이겼다 이 늑대 똥 같은 새끼들아!”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다시 안개송곳니와 칼부림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와 이칼롯이 거리를 벌리자 제폰은 표표히 동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유미르네가 뒤통수를 노리려고 발을 내디뎠으나, 그는 눈짓 한 번만으로 그녀를 멈춰 세웠다.


“나대지 마라, 여자. 우리는 물러서는 것이지, 달아나는 게 아니니까.”


“어머, 패잔병치곤 너무 당당하시네. 그건 그렇고 안에 들어간 동료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가요?”


“...악마와 언데드따위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다.”


나름 깔끔한 구분법이었다. 역시 알룬도가 말한 대로 안개송곳니 내부에서도 갈등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제폰과 고르딘이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디리터는 맥이 빠진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은 흙탕물로 진창이 되어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아이고오, 이렇게 또 살아남는구만. 빌어먹을.”


알룬도가 그의 꺾인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손 안 아프냐?”


“존나 아퍼!”


한편 이칼롯은 궁성 너머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마인드컨트롤이 해제됐다면 근위대가 움직이던지, 아니면 침투조 쪽에서 기별이 와야 할 텐데 성 안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조금 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그쪽으로 달려가는 병사 하나 없었다. 이따금 파손된 성문 너머로 고함인지 비명인지 모를 것이 아련히 들려올 뿐이었다.

왠지 아직 끝난 게 아닌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이칼롯은 무기를 거두지도 않고 천천히 별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폭발 건도 있고, 일단은 제리온의 신변이 가장 걱정이었다.

그가 움직이자 디리터가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어디 가? 우린 아직 범죄자라고.”


“마리네와 제리온이 걱정이다. 제폰과 고르딘이 사라졌을 뿐이지, 제스터는 아직 궁 안에 남아있어.”


“아차차, 그랬지! 내 정신 좀 보게.”


디리터가 긴 신음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알룬도와 유미르네도 대충 몸을 추스르고 둘의 뒤를 따랐다.

막 성문을 지나 걷고 있을 때, 디리터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메디치에게 받은 안경 어쨌어? 그걸 쓰면 제스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잖아.”


그러자 이칼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워낙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품 안에 넣어둔 채로 그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깜빡할 뻔했군. 좋은 지적이야.”


그는 곧 안경을 찾아 콧잔등 위로 올렸다. 칼잡이와 안경이라니,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이칼롯만은 예외였다. 그가 안경을 착용하자 본래의 날카로운 눈매와 조화되어 훨씬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풍겼다. 냉철한 귀공자와 같은 느낌이랄까? 유미르네가 혀를 날름 내밀며 말했다.


“훨씬 보기 좋네. 그냥 평소에도 쓰고 다니지 그래요?”


그는 대답 대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는 쥐고 있던 검도 집어던지고 양손으로 안경테를 붙잡은 채 눈을 크게 떴다. 그 표정이 어찌나 심각한지, 유미르네가 자신이 그렇게 심한 말을 한 건가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야 이게...!”


“왜, 왜 그래? 제스터야?”


“아니, 제스터는 사라졌다. 그런데...”


안경테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디리터는 이칼롯의 눈동자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치 글귀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칼롯이 말했다.


“슬러터가 셋...전부 궁 안에 있다.”


“음...어, 뭐?!”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이곳에 악마가...!”


“잠깐, 대체 무슨 소리야? 설명 좀 해달라고!!”


이칼롯은 대답 대신 안경을 벗어 디리터의 눈에 씌워주었다. 그러자 그가 보았던 정보가 그대로 디리터에게도 전해졌다.


“엇...?!”


언젠가 제스터를 보았을 때에도 이런 푸른빛의 잔영이 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 안경은 그의 정체를 완벽하게 간파해냈었다.

지금도 그랬다. 시야가 보이는 좌측 하단에, ‘슬러터’라는 노오란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악마임을 표시하는 푸른 점이 3개라는 것이었다.


“...이거 고장 난거지? 이럴 리가 없잖아...”


디리터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 입을 뻐끔거렸다. 슬러터가 셋이라니, 그 말은 즉 제스터 같은 놈들이 아직도 셋이나 남아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제스터 때와 달리, 안경은 그들의 학명(學名)까지도 정확하게 해석해내고 있었다.

그는 우측 상단에 떠오른 붉은색 글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나이트 셰이드(Night shade), 아머드 원(Armored one), 블레이드 댄서(Blade dancer)."



***



편전 안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했다.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뒤엉켜 있는데도, 이따금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올 뿐 입을 열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미지의 공포와 만났을 때 몸을 움츠리는, 생명체의 본능적인 태도라고 봐도 좋았다.

란도스 국왕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대신들은 대경실색하여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왕은 완전히 의식을 잃은 듯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순간 레미나는 승리를 직감했다. 마인드컨트롤이 풀려 그 피드백으로 왕이 쓰러진 것이다. 그녀는 기적이 일어난 것에 감사하며, 그러한 기적을 일구어낸 마리네와 제리온에게 거듭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태를 설명할 틈도 없이 일진광풍이 휘몰아쳐 사람들을 환기시킨 것이다. 편전에 모인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바람이 지나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칠흑빛의 마법진이 육각형 모양을 그리며 빛나고 있었다.

레미나는 그게 소환계 학파가 사용하는 술식임을 알고 있었다. 이윽고 마법진이 허공으로 흩어졌을 때, 그녀는 서둘러 피소환체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소환된 개체를 찾아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눈 여겨 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눈에 띄는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그때까지는 아무도 편전 안에 소환된 악마, 나이트셰이드의 정체를 간파하지 못했다.


“어...저게 뭐지?”


이윽고 한 병사 하나가 구석에서 꿈틀대는 물체를 포착했다.

그것은 굳이 표현하자면 ‘스스로 움직이는 그림자’였다. 바닥에 착 들러붙은 채 흐물거리는 모양새를 나타낼 단어는 그림자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냥 불빛에 흔들리는 음영으로 치부해도 될 지언데, 굳이 그 병사가 손을 들어 가리킨 이유는 그림자의 양 측면에 붙박여 있는 두 개의 붉은 점 때문이었다.


“이봐, 저것 좀 봐. 저게 뭐지?”


“응? 글쎄...”


병사들이 하나둘 그 그림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반응한 듯, 붉은 점이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게 점이 아닌, 어느 생명체의 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윽고 한 병사와 눈이 마주치자, 그림자가 꾸물대며 움직임을 개시했다. 기분 나쁜 물체가 접근하자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결박당한 채 병사들에게 둘러싸여있던 루도는 자연히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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