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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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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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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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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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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DUMMY

현 국왕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단연 레미나였다. 그녀는 란도스가 매우 현명한 사람이며, 겉치레를 혐오하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만으로 볼 때 그는 왕이 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단편적이지만 최근 5년간의 행보도 나쁘지 않았다. 짧은 치세 동안 무역을 증진시킨 건 물론이거니와, 제위에 오르기까지의 독특한 특성 때문인지 귀족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웠다. 때문에 그는 북부, 중부, 남부지역 중 어느 한 곳에 편중하지 않고 소신 있게 다스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현상금 문제도 그렇고 이번 전쟁도 그렇고, 너무 이해 못 할 결정만 내리고 있군. 혹시 국왕께서 정신적인 지병은 없으신가?”


“설마요.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는 분이세요. 운동을 좋아하셔서 체력도 웬만한 기사 못지않았던 걸요.”


윈프레드는 턱을 괸 채 침묵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니 왕이 괴짜가 아니라는 건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문제의 해답은 국왕에게 있었다. 루도가 말했다.


“뭔가가 이상해요. 아무리 과거의 전력이 있다지만, 이 시기에 아스트리카와 전쟁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워요. 침공을 한다면 당연히 안개송곳니가 있는 브리토리스 쪽에서 쳐들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칼롯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레이시는 아반케즈의 아이를 이용해 대륙을 통일할 거라 했었지. 신의 아이의 힘을 생각하면 나라 하나를 멸망시키는 것도 무리가 없겠지만...아니, 잠깐.”


둘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어부지리! 리크나이츠와 아스트리카가 전쟁을 벌여 양국 모두 국력이 쇠약해졌을 경우, 당연히 득을 보는 쪽은 브리토리스다. 신의 아이가 있는데 뭘 그런 귀찮은 짓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일행은 알고 있었다.

신의 아이는 수정에 담긴 에센스를 대가로 권능을 행한다. 이것은 지극히 소모적인 방식으로, 재충전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에센스의 배분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2차 소환 때 아반케즈의 아이는 리크나이츠를 정복하는 데 다량의 에센스를 소모했고, 그나마도 남은 대부분은 펠아람의 아이와의 전투에 써버렸다. 그 결과 그는 에리안델에게 패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500년 전이 이러한데, 하물며 레이시가 노리는 것은 대륙통일이다. 아스트리카뿐 아니라 텔아단 연맹, 퀴넨 공화국까지 원정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다 그에게 비협조적인 신의 아이 - 루도나 카이안 같은 - 가 가져올 위협까지 고려하면 최소한의 에센스만으로 전쟁을 수행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이번 전쟁으로 득을 볼 나라는 틀림없이 브리토리스다. 그리고 일행에게 걸린 현상금도 안개송곳니가 관여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알룬도의 ‘선물’이 먹혀 어쩔 수 없이 귀환하게 된 레이시가 차선책을 강구한 것이다.


“브리토리스가 원흉이라고? 아니, 다들 뭔가 잊고 있나 본데, 지금 초점은 국왕에게 맞춰져 있다고.”


제리온의 말대로였다. 안개송곳니가 모든 걸 조작했다고 쳐도, 그 중심에는 란도스가 있었다. 차라리 귀족이나 평민이라면 매수당하거나 혹은 협박에 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일국의 왕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자국의 운명을 걸어가면서까지 안개송곳니에게 협력할 리가 없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안트로서는 다락에서 담뱃대를 하나 꺼내왔다. 파이프에 담배를 채워 한 모금 빨자 희뿌연 연기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는 옆에 앉은 아르유가 콜록대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다음에 나올 가설은 두 가지다. 왕이 정말로 미쳤거나, 아니면 지금 왕좌에 앉아있는 놈이 왕이 아니거나.”


“왕이 아니....라뇨?”


레미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트로서는 대답하기에 앞서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물었는데 이번에는 연기가 레미나의 얼굴까지 가 닿았다. 그러나 그녀는 눈이 따가워 눈물을 글썽거리는 와중에도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안트로서가 혀를 차며 말했다.


“누군가가 왕의 흉내를 내고 있는 거지. 아니면...왕을 조종하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마법사가 관여하고 있겠지.”


“억!!”


로샤단 멤버 전원 - 얼마 전 케리아돌의 기억을 보았던 - 은 동시에 일갈을 터뜨렸다. 마법사라면 500년을 살아온 리치가 하나, 안개송곳니에 존재하지 않는가!


“안다바리엘 뷘더. 그 자식!!”


그는 그람과 맞붙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루도와 맞붙었던 그람의 실력을 생각하면 둘이 업솔루트 클래스일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상의 어떤 마법사도 그들보다 뛰어나진 않을 테니 말이다.


“변화계의 폴리모프...아니면 정신계의....마인드컨트롤.”


마법에 무지한 사람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타자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는 마법. 정신계 궁극의 마법이자, 나타니엘이 끝끝내 완성하기를 거부했던 마법. 정신계 학파가 불모지가 된 지금 그 마법이 존재할리 만무하지만, 일행은 두 명의 리치를 목격했다. 500년이나 존재해 왔으니, 마인드컨트롤을 완성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레미나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럴 리 없어요. 폴리모프든, 마인드컨트롤이든.”


그녀는 어째서 금지학파의 마법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대체 어디서 업솔루트급의 마법사가 나타난 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도리질치는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궁전에는 왕실마법친위대가 상시 대기 중이에요. 그런 고위 마법이 행해졌다면, 친위대가 탐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요.”


“...누님, 그게...”


말을 하는 제리온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차가운 납덩이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5년 전의 기억을 되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위그라프 후작의 반란. 누구도 그가 왕가에 칼을 들이댈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소수의 정예부대로 이루어진 반란군은 빠르게 왕성을 제압했다. 그곳에서 레미나는 그람을 만났고, 제리온은 아버지를 잃었다. 결국 왕성은 반란군에 손에 떨어졌고, 위그라프 후작은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했다. 권력을 손에 쥔 그가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마법사는...없어...마법친위대는 전부 죽었다고. 반란이 일어났을 때 위그라프 후작이...전부 처형시켜버렸단 말이야...”


반란이 진압되기까지 일어났던 대대적인 마법사탄압. 그로 인해 아카데미는 물론이거니와 마법친위대까지 정상화가 안 된 게 지금의 현실이었다. 만약 5년 전의 반란도 조작된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마법사만 죽일 생각으로 꾸민 것이었다면! 그리고 지금에 와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국왕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면.

의혹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자 안트로서는 곧바로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그는 지하에서 사람 얼굴만 한 유리구슬을 가져와 탁자 중앙에 올려놓았다. 그는 구슬을 중심으로 전원이 빙 둘러앉게 한 후 자신은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가 말했다.


“네놈들 모두 두 눈 크게 뜨고 있어라. 특히 곱슬양아치랑 공주. 왕을 발견하면 바로 디텍트 매직(Detect magic)으로 살펴봐라.”


“예? 그게 무슨...”


“직접 궁전을 관찰해야지. 난 지금부터 수도에 있는 내 패밀리어에게 접속할 거다. 녀석이 뭘 보고 있는지 그 구슬에 고스란히 나타날 게야. 무슨 말 하는지 알겠냐?”


제리온과 레미나, 마리네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두 명은 마법사여서, 그리고 마리네는 과거의 경험으로 ‘패밀리어’라는 개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셋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사이, 윈프레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아무리 작은 새라도 궁전 안에서는 눈에 띌 텐데.”


“네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판에 그런 소리가 나오냐? 잠자코 보고 있어.”


안트로서는 곧장 캐스팅에 들어갔다. 패밀리어와 정신이 연결되자 그의 눈이 부자연스럽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정좌를 하고 있는데도 하반신이 연방 움찔거렸고, 어깨는 마치 경련이 일어난 듯했다. 그리고 마법이 완전히 끝나자 갑자기 그의 흰자위가 뒤집혀 동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리네는 그걸 보고 기겁하는 사람들을 재빨리 진정시켰다. 안트로서의 모습은 그 옛날 패밀리어를 조종하던 카토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앗, 나온다.”


구슬 안에 희뿌연 빛이 맴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느 도시의 전경을 비추게 되었다. 레미나와 제리온은 그게 수도 라키시아를 그리고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이거 궁전까지 한참 남았는데...”


패밀리어의 위치는 도시 외곽, 어느 건물의 지붕 위인 듯했다. 저 멀리 안개에 가려진 궁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 앉아 날개를 쉬고 있던 패밀리어는, 안트로서가 뭔가 지시하자 궁전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아래로 주거지와 시장 거리, 광장의 분수며 신전 등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점차 궁전이 가까워지자 일행은 바짝 긴장한 채 구슬에 집중했다. 왕성의 성곽을 지나, 근위대, 왕실 기사단의 병영을 거치자 곧장 왕이 기거하는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까지 오자 안트로서도 패밀리어를 근처 나무 위로 보내 날개를 쉬게 했다. 지금까지는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고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통로와 지나다니는 행인의 눈을 피해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작은 새라 해도 건물 안에서는 눈에 띌 테고, 최악의 경우 근위대에게 잡혀 죽을지도 몰랐다.

윈프레드가 걱정하던 게 이거였다. 패밀리어의 죽음은 마법사에게도 엄청난 심적, 물적 충격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자 패밀리어는 곧바로 궁전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창이 열려 있다면 그곳으로 들어가는 게 가장 나을 텐데, 아쉽게도 창이란 창은 전부 꼭꼭 닫혀 있었다. 결국 녀석은 경비병이 딴청을 부리는 틈을 타 1층 중앙으로 잠입했다.

역시 창공을 날아다닐 때와는 다르게 궁전 안은 1미터를 날아가는 데에도 엄청난 주의를 요했다. 조금만 움직일라치면 궁녀가 나타나 몸을 숨겨야 했고, 수시로 돌아다니는 기사와 정무대신들도 문제였다. 보는 이들은 위험이 닥칠 때마다 애가 탔는데, 특히 레미나는 완전히 몰입하여 매 순간마다 탄성을 터뜨렸다.


“앗, 석상 뒤로 숨어요! 아니, 거기 말고 오른쪽으로, 아아...일단 태피스트리 위로 올라가야...아앗!”


안트로서의 패밀리어는 제비였는데, 아무리 조용히 날아다니는 제비라고 해도 뻥 뚫린 복도에서까지 비행을 감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패밀리어는 결국 중간 부분부터는 구석에 붙어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새가 종종걸음으로 걷는 걸 보자니 당연히 보는 사람들은 속이 터졌다.


“어느 세월에 도착하려나...”


“잡혀 죽는 거보다야 낫지. 앗, 사람!”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복도에 나타나자 패밀리어는 재빨리 석상 뒤로 숨었다. 워낙 덩치가 조그만 새이다 보니 움직이지만 않으면 들킬 염려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군인들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구슬 너머로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죽겠구만. 죄수 하나 가지고 한 달이 넘도록 ‘면담’하긴 처음이야.”


“아, 그 여자 말이지? 어쩔 수 없잖은가. 위릭 단장이 친히 부탁했으니...뭐 그렇다곤 해도 그년 정말 여간내기가 아니지.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면서 한 마디도 안 불잖아?”


“말도 말라고. 이제 정들어서 독하게 ‘면담’하기도 힘들다니까. 차라리 목을 치라면 치지, 이거야 원 찝찝해서...”


그들의 대화는 또렷하게 귓가에 파고들었다. 한 달여 전에 붙잡힌 여자, 그리고 케이달 위릭의 언급. 이미 패밀리어를 지나 멀리 사라지고 있는데도 일행의 관심은 그 두 병사에게 쏠렸다. 안트로서도 뭔가 관련이 있다 생각했는지 잠시 패밀리어를 대기시켰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커브를 돌기 전 심드렁하게 뱉은 몇 마디는 모두의 머릿속을 마구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어쩌다 그런 미인이 죄를 지었나 모르겠다니까. 살다 살다 머리카락이 하늘색인 사람은 처음 봤다고.”


루도와 마리네가 동시에 외쳤다.


“루루 아줌마다!!”


뛰는 가슴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로 유추해 보건데 데루루피아는 왕에게 붙잡힌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감옥에 갇힌 모양이고, 또한 케이달의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그가 무슨 수를 부린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은어로 추측되는 ‘면담’의 본 의미는...

아마도 고문일 게 분명했다.


“아아...아직 살아있구나...다행이야.”


그럼에도 윈프레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또 정황으로 보건데 그녀는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안트로서는 데루루피아의 상태가 걱정되긴 했지만 우선은 계속 왕을 찾기로 했다. 군인들이 모두 사라지자 패밀리어는 복도를 지나 드디어 편전(便殿)으로 이동했다. 편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누가 열어주기 전까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패밀리어는 근처 구석에 웅크린 채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문 앞에 선 두 명의 기사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문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을 피해 들어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누님, 준비해.”


“...응.”


제리온과 레미나는 천천히 캐스팅에 들어갔다. 편전에 들어서면 곧바로 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왕을 관찰할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십여 분을 기다렸을까? 수염이 가슴까지 닿은 꼬부랑 노인이 편전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비록 체격은 왜소했으나 차려입은 행색이나 당당한 태도로 보건데 결코 낮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노인은 문을 지키는 기사에게 말했다.


“폐하를 만나러 왔다. 지스카르 공작이 왔다고 아뢰거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기사 하나가 살짝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 동작이 워낙 조심스럽고 재빨랐기 때문에 패밀리어는 들어갈 틈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때를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다.


“지스카르 공작님...”


레미나는 그 노인을 보며 두 손을 꼭 모아 쥐었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다른 이들도 리크나이츠 재상 직을 맡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갔던 기사가 나오며 말했다.


“들어오라 하십니다.”


“음, 수고하게.”


출입이 허락되자 기사들은 아까와는 달리 예를 갖추어 문을 활짝 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편전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구슬을 가득 메웠다. 안트로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지시하자 패밀리어는 지스카르의 발밑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편전 안으로 들어갔다.

란도스는 왕좌에 앉은 채 턱을 괴고 있었다. 그를 확인한 순간 레미나와 제리온이 동시에 외쳤다.


“디텍트 매직.”


한편 루도와 마리네는 구슬 속에 비치는 국왕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분명 처음 봤어야 할 왕의 얼굴이, 그 옛날 만났던 한 남자와 똑같이 겹쳐졌던 것이다.


“저거 아카니스 아저씨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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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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