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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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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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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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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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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DUMMY

별채 복도에는 담청색 융단이 입구부터 물샐 틈 없이 깔려 있었다. 이 융단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 염료를 쏟아 흉측할 정도로 얼룩이 졌다든가 - 분기별로 세탁에 들어갔기 때문에 평소에는 융단 밑의 바닥이 어떤 건축자재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비밀장소로 향하는 문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표면에 난 홈조차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구조니 석 달이 넘게 발견되지 않은 것도 수긍이 갈 만했다.

마리네는 융단을 뒤집어 구석으로 한데 모은 후, 희미하게 패인 문의 경첩 부분에 검을 집어넣었다. 예상대로 검은 가드 부분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쑤욱 들어갔다. 이 지하에 비밀공간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후우우..”


마리네는 꽂아 넣은 검을 지렛대 삼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공간이 트이자 먼지 한 바가지와 함께 퀴퀴한 악취가 얼굴을 덮쳤다. 회랑에 놓인 램프 하나를 집어 들고서 그는 천천히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안으로 이미 확인한 것이지만 지하는 음습하고 불쾌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촛불을 태우기 위한 산소 말고는 환기도 극단적으로 제한해, 몇 걸음 내디딘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여정의 종착지에 안다바리엘이, 500년 묵은 리치가 있다고 생각하자 심장이 격동하여 그는 한참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복도를 따라가자 아까 보았던 불빛이 이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20미터가량을 전진해 코너를 돌기만 하면 바로 안다바리엘과 대면할 판이었다.

마리네는 조심스럽게 검을 고쳐 쥐었다. 제리온의 말대로라면 현재 안다바리엘은 마인드컨트롤에 묶여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물론 마법을 해제하면 행동이 가능해지겠지만, 그럼 왕이 자유로워지니 결국 일행의 작전이 성공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요는 비밀 아지트를 파악한 이상, 로샤단의 승리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끼이이익...그런데 막 코너를 돌기 직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마리네의 발목을 붙잡았다. 단순한 불쾌함과는 다른, 온몸의 세포가 입을 모아 더 이상 다가가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것은 오랜 레인저생활과 실전경험으로 다져진 일종의 직감이라고 봐야 했다. 이렇듯 심상치 않은 감각을 느끼자 사고 또한 신중한 방향으로 돌아섰다.


정말 무방비할까?

그 교활한, 500년을 묵은 괴물이 정말 아무런 대책도 취해놓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리네는 자세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허공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케케묵은 바람 사이로 일련의 규칙적인 진동이 귓가에 와 닿았다.

기잉-기잉-기잉....

그는 그 진동음이 제리온이 마법을 사용할 때, 포스미사일이나 파이어볼 같은 구체가 대기 중에 회전하며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바리엘은 마인드컨트롤 때문에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텐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레인저에게도 익숙한 덫(trap)이었다.


‘마법...으로 함정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들은 기억이 났다. 안트로서의 패밀리어를 통해 왕을 훔쳐봤을 때, 레미나는 왕 주위로 정신계 외에도 여러 계통의 마법이 펼쳐져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게 전부 불의의 사태에 대비한 함정이라면?

마리네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괜한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는 램프의 불을 꺼 땅바닥에 눕히고는, 코너 부분으로 조심스럽게 굴렸다. 도르르르...램프는 경사진 면을 따라 천천히 굴러갔다.

그렇게 5미터 정도를 갔을까? 램프가 돌연 공중에 붕 뜨더니, 양옆의 석벽에서 보랏빛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우왓...”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램프가 수십 조각으로 쪼개졌다. 황급히 몸을 피했는데도 깨진 유리조각이 가슴이며 옆구리를 사정없이 덮쳤다. 가죽갑옷을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튀어나온 자색 안개는 침입자를 잔인하고, 또 철저하게 파괴했다.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황인데도 안개는 램프 잔해를 뜯고 부수고, 재차 할퀴었다. 이윽고 유리조각이 가루가 될 정도로 분해된 다음에야 안개는 허공에 휩쓸려 사라졌다. 만약 램프가 아니라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하자 마리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제리오온~! 함정이 있으면 미리 좀 말해줘야 할 거 아냐!!’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고 나자 식은땀이 흘러 셔츠를 잔뜩 적셨다. 이어 보험으로 돌멩이며 장갑을 몇 번씩 던지고 난 뒤에야 마리네는 코너를 돌았다.


“윽..!!”


자신을 노려보는 살기에 마리네는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안다바리엘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침입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요란법석을 떨었으니 깨어나지 않는 게 이상하지만, 그래도 정말 꼼짝도 않는 ‘산송장’을 기대했던 그로서는 오싹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안다바리엘은 무섭게 노려보기만 할 뿐, 공격을 가하거나 캐스팅을 외우는 따위의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가부좌 자세 그대로 오로지 눈동자만을 굴려 마리네를 위협했다.


‘여...역시 무방비상태라는 건가?’


마리네는 잔뜩 경계 자세를 취한 채 조심스레 검이 닿는 곳까지 접근했다. 물론 제리온의 충고대로 그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인 건 맞지만, 그래도 저렇게 시퍼렇게 뜬 도끼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 일격에 목을 날릴 수 있는 위치까지 다가갔다.

검을 머리 위로 쳐드는 순간까지도 안다바리엘은 반응하지 않았다. 혹시 함정이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수모가, 그리고 터져 나올 듯이 부풀어 오른 녀석의 눈동자가 마리네의 결정을 부추겼다.

이제 정말 끝이다. 란도스 국왕의 복귀도, 데루루피아의 안전도, 자신들에게 걸린 현상금도.

이 녀석만 죽인다면.

마리네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엇...?!”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땐 이미 검이 내찔러진 뒤였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안다바리엘의 눈이 절망이 아닌, 희열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달은 순간 마리네는 경악하여 팔을 뒤로 뺐다. 그러나 공격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파칫, 파지지직!!


“끄아아아악!!”


검이 막 목덜미에 닿은 순간, 엄청난 규모의 전격이 마리네를 덮쳤다. 미처 몸을 가릴 틈도, 전격을 흘려낼 피뢰침조차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리네는 푸른 번개에 직격당하고는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갑옷이며 셔츠는 전격에 지져져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드러난 살결은 시커멓게 그슬려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그를 안다바리엘은 히죽거리며 바라보았다. 그것은 환희에 도취한 승리자의 눈이었다.



***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겪어봤지만, 이 순간만큼 온몸의 감각을 극한으로 곤두세운 적은 없었노라고 루도는 단언할 수 있었다. 눈으로 확인 가능한 범주는 물론이요, 조심스럽게 내디디는 군홧발소리, 화살을 쟁였을 때 아득히 느껴지는 기름 냄새, 그리고 살갗을 두드리는 공기의 파장까지도. 그는 주위를 둘러싼 모든 변화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균형이 흐트러진다면 그 즉시 목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루도는 지금 백여 명의 근위대에게 둘러싸인 채 대전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비록 레미나가 그의 생명줄이 되어주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 그야말로 절대! -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야의 사각에서는 장교들이 호시탐탐 접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후방 끝자락에서는 저격수들이 금방이라도 화살을 날릴 수 있게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루도를 중심으로 비워진 2m가량의 원형공간을 제외하면,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근위대가 포진해 있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포위진도 한 걸음 따라 이동했다. 여기서 그녀의 목에 겨눈 검을 거두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자당할 게 분명했다.


“야아아이! 물러서 물러서! 레미나 공주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너 임마 너, 원형탈모증 너 말야 이 새꺄! 너 아까부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좋은 말할 때 퇴근해라. 이건 명령이야!!”


“꺄아앗! 거기 대머리 기사님 어서 집으로 퇴근하세요. 다른 분들도 제발 허튼짓 좀 하지 말아요. 잘못하면 루...제가 죽는다고요오~!”


“고, 공주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공주님을...”


“아, 쫌 가라고욧!”


레미나의 앙칼진 비명(고함)에 병사 몇몇이 후방으로 빠졌다. 그러나 포위진은 손톱만큼 느슨해졌을 뿐, 여전히 루도를 옥죄고 있었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이 쉬어 협박하기도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왕 쪽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근위대가 루도의 명령에 제법 고분고분하게 응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병사들이 공주의 목숨 따위 어찌 되든 좋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루도로서는 꼼짝없이 화살세례를 받을 판이었다.


‘루도...조금만 참아. 이제 곧 왕이 있는 대전이야.’


레미나가 그의 옷깃을 꼬옥 쥐며 소곤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고무도 루도에게 별반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경계에 너무 기력을 소모한 탓인지 식은땀이 한바가지나 흘러내렸다. 있지도 않은 위염에 배가 따끔따끔 아프고, 다리는 금방이라도 꺾일 것처럼 후들거렸다.


“루, 루도 클로람은 들으라. 지금이라도 공주님을 놓아준다면 네 죄는 최대한...”


“아 입 닥쳐! 너도 퇴근해라.”


급히 초빙된 협상전문가를 돌려보내고서 루도는 빠른 걸음으로 대전 회랑을 가로질렀다. 궁전이 크다크다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향해 황야를 가로지르는 기분이었다.

회랑을 지나 우물쭈물하는 정무대신을 거쳐 1분여가량을 걷자 마침내 왕이 있는 편전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트로서를 통해 이미 한 번 둘러보긴 했지만, 높이 4미터나 되는 거대한 여닫이문은 단지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게 만드는 위압감이 있었다.

루도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편전 문을 열었다. 이런 형태로 왕을 알현하리라고 꿈엔들 예상했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선으로 기다란 융단이 깔려 있었고, 융단이 끝나는 지점에 란도스 국왕이 있었다.


“카핫, 이거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뛰어나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이야.”


란도스, 아니 안다바리엘은 왕좌 팔걸이에 턱을 괸 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의 주위로는 정무대신 몇몇을 포함해 직속 친위기사가 무기를 뽑아든 채 루도를 겨누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편전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고분고분하던 근위대도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왕을 음해하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레미나는 루도의 옷깃을 붙잡고 융단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안다바리엘과의 거리가 10m정도 되는 지점에 이르자 그녀는 자리에 멈춰 서며 말했다.


‘여기까지가 근위대를 붙잡아놓을 수 있는 한계점이야. 이 이상 가면 아무리 내가 인질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 말은 즉 이 거리 안에서 만사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법의 사정거리는 차치하고라도 루도는 레미나가 캐스팅에 들어간 사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밀려오는 병력을 방어하기에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너무 개방적이었다.


‘공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디스펠 매직(Dispell Magic)을 사용할 틈을 만들어야 할 텐데...’


두 사람은 일단 시간을 끌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마법을 쓸 타이밍을 노리는 까닭도 있었지만, 그사이 제리온 쪽이 성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아주 컸다.

둘이 잠자코 있자 안다바리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여전히 거들먹거리는 자세였지만, 어쩐 일인지 조금 전까지 입가에 띠고 있던 불쾌한 미소가 싹 사라져 있었다.


“궁무대신, 저 여자는 누구지? 얼굴 생김새가 심히 불쾌한데.”


“전하...전하의 조카이시자 승하하신 란테리크 성왕의 자재이신 레미나 공주님인 줄로 아룁니다...”


“흐음, 왕족이라 그거군. 킷, 킬킬킬킬! 정말 핏줄이란 무섭군. 클라리스를 쏙 빼닮았는데! 뭐 좋아. 근위대는 들으라.”


그의 명령에 근위대가 동시에 발을 굴렀다. 조금 전까지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과 다른, 실로 정연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의 바싹 잡힌 군기에 루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어째서 외부인이 이 편전까지 들어와 있는 거냐? 그것도 대역죄인인 루도 클로람이 말이야.”


그러자 근위대 장교 하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며, 면목 없습니다 전하! 그러나 저 간악한 자가 공주님을 인질로 잡는 바람에....”


“그럼 명령하지. 지금 당장 루도 클로람을 죽여라.”


“하, 하오나 전하...그랬다간 공주님이...”


“상관없다. 저 녀석은 공주를 베지 못해. 흐흐흐.”


명령을 하달받은 병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명에 따르긴 해야 할 텐데, 그랬다간 공주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근위병들은 주춤거리며 왕의 눈치만 살폈다. 차라리 죽으라고 하면 명예롭게 자살이라도 하지, 자신 때문에 공주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싶진 않았다. 그들은 아직 루도와 레미나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루도와 레미나는 어떻게 상황을 타개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거짓협박이 들통 난 상황이라 당장 화살세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왕이 조종당하고 있노라고, 눈앞의 인물은 허수아비일 뿐이라고 선언하는 게 어떨까 생각도 했지만 병사들이 이를 믿어줄지가 의문이었다. 안다바리엘을 찾지 못하는 이상 마인드컨트롤을 증명해낼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잘못했다간 레미나 쪽이 의심을 살 우려가 있었다.

성격이 변하였다곤 하나 지금껏 쭉 근위대와 함께 해온 왕과, 아무 소식도 없다가 5년 만에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낸 공주. 어느 쪽이 더 존재가 의심스러운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안다바리엘의 눈썹이 살짝 비틀렸다. 병사들이 여전히 공격을 주저하자 그는 히죽 웃으며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킥킥, 그래도 왕족이라는 건가. 뭐, 좋아.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하지.”


그는 갑자기 곁에 있던 친위기사의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아 그대로 집어던졌다. 팽그르르 도는 칼의 역광이 편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눈에 비쳤다. 대신들, 병사들, 루도, 그리고 레미나에게까지도.


“피해 루...!!”


순간 그녀는 대경실색하여 루도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필사적인 행동에 루도의 상체가 크게 기울어졌다. 단도는 크게 빗나가 그의 오른편에 떨어졌다.


“...무슨...”


모든 사람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위기의 순간 레미나는 루도의 이름을 불렀고, 직접 몸을 움직여 그의 목숨을 구하려 했다. 정녕 인질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자 레미나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안다바리엘의 입꼬리가 사방팔방으로 솟구쳤다.


“크하하핫, 저걸 보라고! 두 년놈은 처음부터 한패였어. 둘이 짜고 나를 노리러 온 거란 말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중요한 순간에, 그런 실책을 범할 줄이야.

사실 안다바리엘의 투척공격은 루도 정도의 눈썰미를 지닌 사람이라면 움직이지도 않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한 안다바리엘 쪽도 실수로 레미나가 맞지 않게 각도를 조정한지라, 투척된 순간부터 단도는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궤도선상에 있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빗나가고, 정 불안하면 손으로 쳐내면 되는 그런 조잡한 수준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무술에 젬병인 레미나가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칼이 날아오자 그녀는 당황했고, 루도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고, 공주님...?”


“아...!”


인질과 범인이 한패였다는 사실에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루도는 이를 악물고는 검을 레미나의 목이 아닌, 근위대를 향해 돌렸다.작전은 들통 났고, 레미나는 더 이상 자신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다.지금 당장은 얼떨떨하여 공격을 주저하고 있긴 하지만, 그 짧은 공황상태가 끝나는 순간 수십 개의 칼날이 자신에게 쇄도해올 것을 루도는 알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명한다. 지금 당장, 루도 클로람을, 죽여라.”


안다바리엘의 명령이 이번에는 제대로 먹혔다. 한 병사가 무기를 고쳐 쥐자 다른 병사들도 슬금슬금 루도를 향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루도는 재빨리 보폭을 크게 잡았다. 이대로 개죽음당하느니, 안다바리엘에게 돌진해 재차 그를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다.

물론 성공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 열 명에 가까운 친위기사들을 뚫고 들어가는 것도 문제거니와, - 이 경우 결코 달리는 게 멈춰져선 안 된다. 그랬다간 즉각 뒤에서 몰려온 근위대에게 살해당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 안다바리엘이 순순히 인질로 잡혀줄지도 의문이었다.

만약 여기서 그가 루도에게 죽임을 당하면 그거야말로 안개송곳니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죽은 사람은 실상 란도스 국왕뿐이고, 진짜 안다바리엘은 유유히 궁전을 빠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마인드컨트롤을 증명할 길이 없어진 로샤단은,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게 최악의 범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했다.


“아, 안 돼...루도...이제 정말...어떡하면...”


루도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실책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어찌 됐든 그녀의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문제는 앞으로의 행동이었다. 역시 궁여지책으로라도 안다바리엘을 붙잡는 게 유일한 타개법인 것 같았다. 루도는 왕좌가 있는 곳으로 달려나가며 말했다.


“레미나, 위험하니까 측면으로 빠져!”


“앗...? 안 돼, 루도!”


그와 동시에 근위대도 일제히 루도를 노리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팽팽했던 고무줄이 끊어지자 편전은 일대 피바람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이 레미나의 눈에 각인됐다.

점점 멀어지는 루도의 뒷모습, 피부를 울리는 병사들의 고함소리, 자신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사람들, 그리고 루도를 향해 돌진하는 수십의 창과 칼.

좁은 물웅덩이에 고립된 물고기의 상황이 이와 같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고, 결국 자신을 노리는 작살에 몸을 꿰뚫리고 마는...

그 순간 레미나의 눈동자가 다시금 빛을 되찾았다. 마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일련의 메시지가 그녀의 뇌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한 움큼 남은 웅덩이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 어부도, 물고기도 잠시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멈춰라, 방자한 것들!!!”


작은 체구에서 나온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쩌렁쩌렁한 성량이었다.

효과는 파격적이었다. 그녀가 분출해낸 무형의 파장에 닿을 때마다 병사들은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못박혔다. 근위대도, 친위기사도, 심지어 루도조차도 덫에 걸린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모두가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놔라, 무례한 것.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는 것이냐!”


루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저런 표독스러운 목소리라니! 항상 상냥하고, 다소곳하며, 미소가 끊이지 않던 그녀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레미나는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고, 허리에 한 손을 척 올린 채 왕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했다.


“비켜라, 병사.”


그러자 근위대의 열이 양 방향으로 좌악 이분되었다. 그녀가 지나갈 길을 만들려고 뒷걸음질치다 엉덩방아를 찧은 병사도 있을 정도니, 근위대가 느낀 위압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레미나의 행진을 저지하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안다바리엘조차도 그녀의 기백에 놀라 잠시 말을 잃을 정도였다.

실로 대단한 박력. 루도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처음 케리아돌을 만났을 때 접했던 그것과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과는 다른 차원에 사는 듯한, 그런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함이랄까? 군주의 자질이라는 게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평소의 상냥한 그녀와 지금의 그녀 중 어느 쪽이 본모습이냐고 묻는다면, 루도는 망설임 없이 전자라고 답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막 그의 옆을 지나치기 전, 레미나가 그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소곤거렸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


“공주...”


레미나는 루도를 지나 안다바리엘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다음 순간 병사들은 왜 그녀의 명령에 저절로 몸이 움직였는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왕 흉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요. 그럼 잠시 그쪽 장단에 맞춰 드리도록 하죠.”


그러자 안다바리엘이 입을 이죽거렸다. 그는 눈앞의 소녀가 내뿜어대는 묘한 박력이, 그리고 거기에 위축된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거짓 미소를 지었다.


“레미나 리크나이츠...네가 아무리 왕족이라지만 범죄자와 붙어먹은 이상 죄를 피할 수는 없다.”


“죄? 범죄자? 무슨 말을 하는 거죠? 혹시 루도 클로람이 범죄자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하! 무슨 꿍꿍이인가 했더니,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였군. 루도 클로람은 살인죄로 수배 중인 범죄자다. 무려 4천 골드라는 현상금이 걸려있지.”


“아아, 그거 말이로군요. 미안하지만 현 시간부로 그 수배서는 백지장이 되었답니다. 로샤단에 걸린 죄목도 왕명으로 재수사에 들어갈 생각이고요.”


“...뭐라고?”


안다바리엘의 관자놀이에 굵직한 힘줄이 돋아났다. 눈치 빠른 이들은 레미나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를 재빨리 간파해냈다. 루도도 그녀의 저의를 깨닫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가 말했다.


“지금까지 국왕 ‘대리’로 이 나라를 다스려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란도스 숙부. 하지만 제가 돌아온 이상 숙부는 더 이상 필요 없겠지요. 저, 리크나이츠의 여왕 레미나 리크나이츠, 이곳에서 정식으로 왕관의 반환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편전 안이 일대 경악에 휩싸였다. 근위대는 물론이요, 소란을 듣고 온 수많은 귀족들이 레미나의 선언에 귀를 기울였다.

장교들이 동요하는 병사들을 진정시키는 가운데,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반환? 반환이라고?! 선왕의 딸이라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보군. 그래 봤자 너는 일개 공주에 지나지 않아!”


“무슨 소리죠? 저는 이 나라의 여왕입니다. 5년 전 이 자리에서 대관식을 치렀고, 맹세컨대 왕위를 타인에게 이양한 기억은 없습니다.”


“뭐...뭣이?!”


곳곳에서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레미나의 선언은 일반적인 반정(反正)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관식을 거쳤고, 단 하루뿐이지만 분명히 여왕으로서 이 땅에 군림했다. 때문에 그녀는 지금 왕위를 찬탈하는 것이 아닌, 응당 자신의 소유였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뿐이었다. 말하자면, 정통성과 명분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녀의 주장은 전혀 하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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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2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8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0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7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2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4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90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3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2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7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3 23 28쪽
»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30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3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1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6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5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10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5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4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0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4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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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6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8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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