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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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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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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8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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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DUMMY

일행을 응시하는 대신들의 눈에는 경외나 존경 따위는 일말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죄수라도 쏘아보는 듯한 의혹 섞인 눈초리에 루도는 영 속이 거북해졌다. 그는 대신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레미나의 뒤통수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감지한 분위기와 달리, 알현 자체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일행이 도착하자 대신들은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개중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칭송의 어구를 읊는 이도 있었다.

지스카르 재상이 손짓하자 이칼롯은 절도 있는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뒤이어 마리네와 디리터도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다만 국왕과 동등한 지위에 있는 - 현재로서는 - 레미나와,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루도, 제리온은 목발을 짚고선 채 가볍게 목례만 했다.

다시 만난 란도스 국왕은 잠을 못 잤는지 다소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안다바리엘 때와 같은 비열한 미소를 짓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일행은 마음이 놓였다.

도열이 끝나자 지스카르가 본격적으로 치하문을 읊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모인 대신 여러분, 오늘은 매우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승하하신 줄 알았던 레미나 여왕님이 살아 돌아오시고, 또한 명예로운 용사들과 함께 국왕 폐하를 음해하려는 무리를 토벌하셨으니, 이 어찌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 그럼 모두 이 용사들을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레인저 길드, 로샤단입니다.”


짝짝짝짝...으레 형식적인 환호가 이어졌다. 박수소리가 그치자 레미나가 앞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그 한 발짝이 워낙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신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녀가 말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숙부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국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는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서 레미나를 응시했다. 루도는 그 순간 레미나의 눈꺼풀이 익살스럽게 도드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란도스가 말했다.


“네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겠지. 네 공로를 어찌 치하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레미나.”


“감사의 말씀은 이분들에게. 암살자들로부터 숙부님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이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에서 레미나는 약간의 왜곡을 섞어 넣었다. 즉 안개송곳니의 만행을 폭로하긴 하되, 마인드컨트롤과 신의 아이에 관한 내용은 쏙 빼버린 것이다. 특히 마인드컨트롤에 관한 부분에서는 꽤나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마인드컨트롤을 인정하면 그 순간 음모론이 대두되어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마법계가 한순간에 붕괴될 우려도 있었다.

반면 마인드컨트롤을 은폐하면 지금까지 안다바리엘이 벌여온 실정을 란도스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스트리카와의 외교 문제, 무분별한 국서 발행, 천정기사단의 좌천 등. 지난 3개월의 행실만으로 국왕은 이미지에 뼈아픈 타격을 입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다. 결국 란도스는 이미지 실추를 무릅쓰고 마인드컨트롤을 은폐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요 며칠 간 날밤을 새운 것도 실은 안다바리엘이 저질러 놓은 악행을 바로잡으려 불철주야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의 아이. 레미나는 일단 그들에 관한 사안을 ‘공석에서’ 발표하는 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이유는 류이너스 교단과 똑같았다. 다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웬만한 귀족은 모두 신의 아이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다고 봐야 했다. 대신들이 의혹 섞인 눈초리로 로샤단을 훑어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란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친히 로샤단이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그리고서 그는 맨 앞에 있던 이칼롯부터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칼롯 제르비안. 카로얀의 손자여, 로샤단을 이끌어줘서 고맙네.”


“...망극하옵니다, 폐하.”


“디리터 아쟉스. 돌격대장 케셔의 아들. 그대의 무훈담은 잘 들었네.”


“예...옙! 영광입니다!”


“제르카엘시온 멜피드. 전(前)마법친위대장 로시드의 아들이로군. 돌아와 줘서 기쁘네.”


“예, 뭐.”


“마리네 캄블러, 유미르네 발렌스, 루도 클로람. 우리는 구면이로군?”


루도와 악수를 청하며 그는 익살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와 동시에 대신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두 명은 왕을 상대하느라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맨 뒤에 있던 유미르네는 대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엿들을 수 있었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이런 것이었다.

'저 소년이 람카디스의 아들인가?'


‘....?’


악수를 끝마치고서 란도스는 다시 왕좌에 올라가 앉았다. 그는 지친 기색으로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 뒤에 있던 궁녀가 안부를 묻자 그는 별말 없이 한 손을 들어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말했다.


“이런 영웅들을 살인범으로 착각하다니, 내가 뭐에 씌어도 단단히 씌었나 보군. 자, 로샤단의 업적은 내 친히 상을 내려 보상해줄 터이니, 그때까지 궁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편히 지내도록 하라. 아닌 게 아니라 그대들과 함께 식사라도 해야겠군 그래. 대신들은 들으시오. 어전회의는 점심식사를 끝마친 후 재개하도록 하겠소. 그럼, 다들 식사 후에 보겠소이다.”


그때 상석에 앉아 있던 귀족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이제 막 50줄에 들어선 듯 희끗희끗 새치가 들어선 중년남성이었다. 그는 특유의 가느다란 눈동자로 왕과 레미나를 번갈아 쏘아보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치자 레미나는 불쾌한 듯 고개를 돌렸다.


“폐하, 외람되오나 어전회의 이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는 줄로 아뢰옵니다.”


란도스는 담담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던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말하시오, 로드웰 후작.”


“레미나 여왕의 생환이 알려진 이상, 왕위 승계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정치인치고는 꽤나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즉각 귀족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로드웰 후작의 속셈은 안 봐도 뻔했다. 레미나가 돌아왔으니, 응당 왕위가 그녀에게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란도스의 평형정책 탓에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나 있던, 특히 그간 있었던 왕의 실정을 토대로 반정까지 준비했던 그로서는 당연한 주장이었다.

어떤 귀족들에겐 레미나의 존재가 아주 매력적인 정치도구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레미나는 그네들 손아귀에서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유약하기만 하던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 발언은 좀 문제가 있군요, 후작. 마치 제가 왕위를 찬탈하러 온 사람 같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랬지요. 사흘 전 국왕 폐하와 겨뤘던 설전을 기억하는 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여왕님.”


“재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제 발언이 근위대의 발을 묶어 로샤단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로드웰의 주장을 일축하고는 당차게 뒤돌아 알현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또각, 또각하는 구두 굽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일행은 그 소리에 홀린 듯 엉거주춤하게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레미나가 대화를 회피하려 하자 로드웰이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그런 애매한 발언으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귀환을 기다려온 이가 얼마나 많은데!”


도도하게 걷던 레미나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서 그녀는 야멸치게 뒤로 돌아 로드웰 후작의 정면으로 걸어갔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로, 이마에는 불쾌한 듯 주름이 드리워진 채로.

기다려온 이라 -. 확실히 넘치도록 많을 것이다. 자신을 디딤대로 사용하기 위해, 혹은 깔아뭉개어 그 위에 앉기 위해. 국운이 위태한 상황인데도 자기 앞가림만 생각하는 자들! 역겨워서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래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그러나 대신들 앞에서 일대 선언을 하기 전, 레미나는 고개를 돌려 일행의 표정을 가만히 훑어보았다. 대부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으나, 유독 제리온만은 입꼬리를 샐쭉 올린 채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등을 떠받쳐주는 지지대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서 말했다.


“이곳에는 참 허황된 착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습니다. 나, 레미나 리크나이츠는 여기 계신 란도스 폐하가 살아계시는 한 왕위를 승계하려는 일말의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득이한 상황이었다곤 하나 지난 5년간 국정을 방치했던 것은 명백한 저의 실정, 지금 이 나라의 정통성은 란도스 폐하에게 있다고 보는 게 마땅합니다.”


“뭐...무슨?! 지금 대체...”


“자...잠깐만, 여왕, 아니 공주님!”


그 순간 반(反)란도스파가 느낀 공황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알현실을 일대 아수라장으로 헤집어 놓고서 레미나는 초연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를 따라가면서도 일행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한동안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마침 마리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기, 잘은 모르겠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제리온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뭐긴 뭐야, 줄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선 거지.”



***



일행은 궁녀의 안내에 따라 편전 한쪽에 만들어진 자그마한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은 일반 연회장이나 식당과는 다른 그야말로 왕이 간단히 식사거리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공간으로, 또한 은밀한 사담을 나누기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일행은 익숙한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둥그런 식탁 주위로 일찌감치 도착해 있던 케이달과 데루루피아가 일행을 맞았다.


“아, 영웅들께서 오셨군. 이 건방진 녀석들, 나한테는 일어반구 연락도 없다가 말이야.”


케이달은 란도스가 정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왕실기사단 단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나름 로샤단을 믿고 있었던 지라, 일행이 아무 연락 없이 왕궁 침투작전을 결행한 것에 대해 다소 실망한 눈치였다.

뾰로통해 있는 그를 데루루피아가 위로하고 나섰다. 그녀는 요양이 끝나지 않아 여전히 야윈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나날이 밝아지는 모습으로 보아 더 이상 건강으로 걱정할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무사히 잘 끝났으니 됐잖아요. 하지만 솔직히 놀라긴 했어. 알룬도랑 카이안까지 끌어들이다니.”


루도는 뜨끔하여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로 아직 카이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얼른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텐데.


“아! 말이 나와서 그런데 카이안은 만나봤어요? 아줌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만.”


“방금 전에 보고 왔어.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가지곤, 아직도 애라니까. 후훗, 이쪽은 멋진 사나이가 되어 돌아왔는데 말야.”


“쳇, 놀리지 마요. 가뜩이나 아무것도 한 일없다고 갈굼 당하고 있는데.”


일행은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잠시 정오의 한때를 즐겼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후 란도스와 지스카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레미나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팔짱을 꼈다.


“숙부님! 고생하셨어요.”


“아아, 네 덕분에 당분간 조금 더 고생하게 생겼다.”


“에이, 그래도 반정보다는 낫잖아요.”


“끄응-. 쉽게 흘릴 말이 아닌 거 같은데...”


누누이 느끼는 것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와 사적인 자리에서 보여지는 레미나의 성격은 동일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천양지차였다. 일행도 그녀의 입장을 잘 아는지라 가볍게 웃어넘겼다. 사석에서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상냥하고 애교가 넘쳤다. 조금 전 알현실에서와 달리 그녀는 란도스의 곁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고 있었다.

자리는 란도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지스카르와 레미나, 그리고 차례로 데루루피아와 케이달, 일행이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일단 자리가 마련되자 란도스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훨씬 낫군. 어전회의는 워낙 분위기가 침체되어서 말이지. 아, 자네들도 격식 차리지 말고 편히 있게나. 옛날처럼 대해주면 딱 좋을 텐데 말이야.”


“예...예에...황공합니다.”


아무리 윗사람이 풀어준다 해도 풀어질 수 없는 위치라는 게 있는 법이다. 특히 그 윗사람이 일국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레미나가 그렇게 살갑게 굴어도 말을 놓는데 석 달 가까이 걸렸는데, 국왕을 상대로 긴장을 푼다는 건 과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도 그걸 아는지 란도스는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몇 번 일행의 굳어진 자세를 풀어주려 애쓰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식사준비에 들어갔다.

손님이 모두 모이자 궁녀들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 비록 점심은 간단히 때우는 게 보통이라지만, 그래도 왕실의 식사는 일반인의 연중파티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해물이 들어간 크림수프를 시작으로, 연어 갤런틴과 토마토 카프레제, 닭 가슴살을 곁들인 양상추 샐러드가 차례차례 전채 요리로 나왔다.

그즈음 하여 잠자코 있던 지스카르 재상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참 기묘한 일이로군요, 폐하. 마치 옛 전우가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입니다. 뭐...저들에게 현상금이 걸렸을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요.”


란도스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땐 나도 많이 놀랐다오. 아쟉스에 제르비안, 그리고 멜피드에 클로람이라니.”


알현실에서 느꼈던 귀족들의 경계심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공직에 어느 정도 알이 굵은 자라면 누구든 일행의 성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행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자 데루루피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굳어있지 않아도 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믿어도 좋아. 베른헬트 주교님만큼이나 나를 도와주는 분들이시니까. 뭐, 혹시 하는 말이지만 이 안에 마인드컨트롤당하는 사람은 없겠지?”


란도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건 우습다기보다는 자조적인 의미가 더 컸다. 실제 그 마법의 표적이 된 대상으로서 그가 갖는 경계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게...참,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마인트컨트롤이라...난 지난 석 달간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게 안개송곳니의 계략이었다니. 그건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는 건가?”


제리온이 말했다.


“탐지마법으로 얼마든지 식별이 됩니다. 그 후에는 디스펠매직을 사용하든지, 마법을 건 장본인을 찾아 처리하면 되는 거죠.”


“아아, 그렇군. 하긴 위그라프의 반란 이후로 마법친위대는 해체되었으니...다시금 편성할 필요가 있겠어.”


“이건 추측입니다만, 위그라프 후작도 아마 조종당했을 것입니다.”


“흠?”


제리온은 위그라프 후작에 관한 음모론을 조목조목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실패가 불 보듯 뻔한데도 반란을 도모한 점, 왕성 장악 이후 유독 마법사 척살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 점, 그리고 진압 이후 그가 보여주었던 정신착란적인 증세까지. 그의 의문점을 설명하는데 마인드컨트롤만큼 좋은 물증은 없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란도스의 표정이 차츰 심각해졌다. 일행의 말대로라면, 안개송곳니는 훨씬 전부터 이번 계략을 준비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마인드컨트롤로 신의 아이도 조종할 수 있나?”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레밀리오 사제가 말해준 것도 있고, 만약 가능했다면 일찌감치 신의 아이를 조종했겠죠.”


“과연...나름 제한이 있는 마법인 셈이군.”


요는 적절한 대처만 있다면 그리 위협적인 기술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란도스는 마인드컨트롤 문제는 일단락 짓고 바로 다음 의제로 넘어갔다. 그는 정좌자세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케이달에게 시선을 옮겼다.


“전선은 어찌 되어가고 있나, 케이달? 설마 강등된 동안 술만 마신 건 아니겠지?”


실제 술집에서 그와 마주친 일행으로선 뜨끔해지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케이달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요. 반란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좋아. 변함없이 충직하군. 계속해보게.”


“백천기사단이 흑연기사단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패색이 짙은 모양입니다. 제가 강등된 사이 단장 대리로 승격된 조넬러스 경이 이끄는 왕실기사단이 현재 크렘벨 부근까지 진격했으나 훼창기사단 본대에 가로막혀 발이 묶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병력 숫자에서 밀리는 형편인데, 이렇게 각개전투로 가다간 한 달을 채 버티기 힘들 겁니다. 이미 점령당한 동부 지역의 귀족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언제 반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만, 뭐 오늘 레미나 공주님이 한 건 터뜨려 주셨으니 당분간은 잠잠하겠죠.”


그는 빠른 어투로, 그러나 한 음절 한 음절에 힘을 실어 보고를 마쳤다. 그의 현실적인 - 그래서 더욱 섬짓해지는 - 보고에 란도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보고대로라면 지금 당장 강화를 준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역시 하루라도 빨리 천정기사단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겠군. 지스카르 재상, 기사단 출정안건은 어떻게 되었소?”


지스카르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족회의는 천정기사단의 전선배치를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애초에 폐하의 승인이 없어 지금까지 미뤄져 왔던 것뿐이지요. 그리고 단장 가이잘모 아델하트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지휘편성표도 작성해두었습니다. 이 또한 폐하의 승인이...”


“알았소, 알았소. 뭐든 내 탓이 되는구먼. 결재는 지금 당장 끝낼 테니 천정기사단에 보낼 전령이나 준비해주시오. 전장을 우회해 가려면 오늘 출발해도 시간이 빡빡할 테니.”


그때 잠자코 있던 데루루피아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핏기 없는 손목은 아직도 고문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 따위는 그녀의 의지를 꺾는 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저를 전령으로 써주십시오 폐하.”


“?”


데루루피아가 그런 제안을 하리라곤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그녀를 구하기 위해 섬을 떠나온 일행으로선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경우였다. 당연히 에메랄드 섬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루도는 그제야 안트로서가 데루루피아를 지칭할 때 자주 쓰던 표현을 기억해냈다.

그 역마살 낀 계집애는...


“폐하도 아시다시피 가이잘모는 저와 절친한 사이입니다. 제가 전령으로 간다면 지금까지의 불만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겠지요.”


“어, 하지만 데루루피아, 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갑자기 10대 소년처럼 말투가 경박해지는 국왕이었지만, 지금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데루루피아가 말했다.


“폐하도 참. 우리가 언제 몸이 안 좋다고 집에 틀어박히는 사람이었나요?”


“아니, 그래도, 넌 아직 안개송곳니의 표적인데...”


“전 이미 결정했답니다. 폐하가 거부하셔도 전 제 발로 가이잘모를 만나러 갈 테니까요. 자아, 어쩌시겠습니까?”


“끄응...”


거의 협박에 가까운 그녀의 억지에 란도스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능력을 보면 데루루피아 또한 아망초 가문의 피를(특히 안트로서의) 이어받은 것만은 확실했다.

이걸로 천정기사단에 관한 문제도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었다. 안개송곳니가 존재하는 이상 진정한 위협은 아스트리카 왕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미나가 식탁보에 새겨진 자수를 매만지며 말했다.


“안개송곳니, 그러니까 브리토리스 왕국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아스트리카가 급한 불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그쪽이 가장 위험한 상대지요. 신의 아이를 전쟁도구로 사용할 속셈이니.”


“으음, 북방의 소국이 그런 간계를 꾸밀 줄 누가 알았겠느냐. 특히 그, 레이시라고 했던가? 로샤단의 정보대로라면 정말 빈틈없는 사내로군. 지난 10년은 그 남자 손아귀에 놀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야.”


란도스는 브리토리스 왕국을 ‘북방의 소국’이라 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표현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브리토리스는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긴 하나 그 대부분이 험준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평야도 척박한 기후로 경작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총인구수며 경제력, 군사력 면에서 리크나이츠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

물론 토지의 한계를 상공업으로 극복한 퀴넨 같은 나라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카잘산맥이라는 장애물이 브리토리스를 가로막는다. 대륙을 가로로 이등분하는 이 거대한 산맥은 일반인은커녕 숙련된 레인저도 등반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험준하다. 지난 수백 년간 도로나 터널을 뚫으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 태고의 장벽 앞에 모두 무릎 꿇고 말았다. 유일하게 무역로로써 활용할 수 있는 곳이 ‘폭풍협곡’인데, 이곳은 그 이름처럼 강력한 폭풍이 365일 휘몰아치고 있어 개미 한 마리도 얼씬할 수가 없다. 2차 소환 당시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자신의 에센스를 소모해 결계를 설치한 까닭이다.

결국 브리토리스는 강제적으로 쇄국화된, 어찌 보면 딱하다고도 볼 수 있는 나라였다. 이런 척박한 지형에서 고립된 채 500년을 버텼으니, 산맥 이남의 국가들에 반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스카르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브리토리스와 아스트리카의 관계입니다. 두 나라가 암약을 맺어 리크나이츠를 침공하고 있는 것이라면, 확실히 아스트리카의 기습적인 선전포고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루도가 쭈뼛거리며 그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얼마 전 조우했던 흑연기사단의 사례를 들며 아스트리카와 안개송곳니의 연계는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벤달이 보여주었던 기만적인 태도를 볼 때, 아스트리카 또한 나름의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았다. 그쪽도 바보가 아닌 이상 리크나이츠가 멸망하면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지스카르는 루도의 조곤조곤한 설명에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군. 하지만 안개송곳니에게는 마인드컨트롤이라는 비장의 수가 있지 않은가. 아스트리카의 지그문트 왕이 조종당할 확률은 없나?”


“어...아마도 아닐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란도스 폐하와 지그문트, 두 명을 조종했다는 말이 되는데, 마인드컨트롤은 그 정도로 제약이 널럴한 마법은 아니거든요. 마법사가 두 명일 경우도 있지만, 솔직히 안다바리엘 정도 되는 업솔루트 마법사가 또 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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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1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7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79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6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1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3 24 19쪽
»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89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2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1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6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2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2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0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5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4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09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4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3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7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89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6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5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5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4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0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7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39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6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0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5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29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0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6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6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6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8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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