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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034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0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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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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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21쪽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DUMMY

알룬도는 도시 내부에 조력자가 한 명 있으며, 일만 잘 풀린다면 그가 거주하는 곳에 몸을 숨길 수도 있을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때아닌 낭보에 일행의 표정이 밝아졌다. 도시의 지리에 밝고 여기에 인맥까지 넓은 사람이라면 추후의 작전에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동문 근처로 마차를 옮기고 그가 말한 ‘조력자’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어떤 사람이에요? 류이너스 교단의 사제?”


“그게...보면 알 거다.”


알룬도는 계속 대답을 회피하며 먼 산만 바라보았다. 기별을 보내길 한 시간가량, 이윽고 그가 말한 조력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력자는 인맥이 넓고, 도시 지리에 밝으며, 추가로 일행도 아주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아! 여러분 다들 무사했군요.”


“푸흡!!”


루도는 순간 사레가 들어 먹던 물을 뿜었다. 마리네는 눈썹을 기이하게 비틀다가, 이내 알룬도를 째려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어색하게 휘파람만 불 뿐이었다.

제리온의 행동은 좀 더 과격했다. 그는 알룬도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마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며 말했다.


“어이, 이게 무슨 좆같은 경우야. 왜 여기서 저 자식이 나타나는 건데?”


“그게...그렇게 됐다.”


“씨이팔, 끌어들일 사람이 없어서 루프리모의 아이를 끌어들여?”


알룬도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일행이 납득해주기만을 바랐다. 어쩌겠는가, 자신이 로샤단의 입장이었어도 제리온처럼 행동했을 텐데. 이렇게까지 얽히고설킨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일행의 착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이안은 재회의 기쁨에 취해 눈을 반짝였다.


“정말 다행이야 루도! 갑자기 현상금이 걸렸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어...으응...”


루도는 입가에는 미소를 띠었지만 뒤통수로는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있었다. 반가우면서도 난처한, 실로 기묘한 감정이었다. 하필 그 조력자라는 사람이 카이안일 줄이야!

루도와 마리네가 그를 상대하는 사이 이칼롯이 알룬도를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물었다.


“카이안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신의 아이’라는 키워드만 빼고 전부 다?”


알룬도는 졸지에 생각 없이 움직이는 소인배가 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좀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정녕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루프리모의 아이와 접촉하려 들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다바리엘의 함정에 빠져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준 게 다름 아닌 카이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 총명한 소년은 알룬도가 지니고 있던 몇 가지 소지품만으로 데루루피아의 연관성을 파악해냈다. 그 뒤로는 알룬도가 아무리 떼어놓으려 한들 카이안 쪽에서 놔주지 않았다. 카이안에게 있어 데루루피아는 단순한 은인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알룬도와 카이안의 ‘불편한 협력’ - 불편함이라는 표현은 알룬도에게만 한정되겠지만 - 은 어느새 석 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라키시아 내부에서 은신처를 찾거나 아니면 류니어스 교단 상부와 접촉할 일이 있을 때 카이안의 도움을 받았고, 카이안은 그에게서 데루루피아와 로샤단의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오늘, 그는 기어이 카이안을 로샤단과 대면시키고야 말았다.

카이안의 합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그가 루프리모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5년 전 레인스터의 사건 이후 카이안은 안개송곳니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정체를 숨기고 생활해 왔다. 그런데 여기서 로샤단과 함께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에는 안개송곳니에게 그의 정체가 발각되어, 살해당하거나 혹은 납치될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그가 신의 아이임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도 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루도가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일종의 잡초라면, 카이안은 좋은 사람들 틈에 섞여 좋은 것만 보며 지낸 온실 속의 화초다. 그런데 그가 만약 이번 작전을 통해 ‘충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행여 칼부림을 당하거나 사람이 죽는 장면을 목격하기라도 한다면? 적어도 그의 몸속에 잠든 신의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들 카이안을 거북해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정체를 알 리 없는 두 사람, 레미나와 유미르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유미르네가 말했다.


“누구야? 이 도련님은. 조력자라고 하기에 대단한 분이라도 올 줄 알았더니.”


그러자 카이안은 허리를 펴고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악수를 청했다.


“카이안 루시올라입니다. 여기 로샤단 분들과는 예전에 신세를 진 적이 있지요. 아가씨의 성함은 어찌 되시는지요?”


“나? 그냥 까마귀라고 부르렴.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되니까.”


“네? 아, 네에...”


두 여인이 카이안을 상대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그를 이 일에 끼어들게 해도 좋겠느냐는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일행은 물론이요 알룬도조차 합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 어째 토론을 하다 보니 판도가 점점 카이안 쪽으로 기울어졌다.


“역시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카이안은 빼는 게 좋을 거 같아.”


“나도 같은 생각인데, 그럼 성문은 어떻게 지나가냐?”


“성문은 음...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성문만 통과한다고 다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지. 지금은 도시 전체가 우리의 적이야. 제대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에, 음, 그래도 역시 카이안은 좀...”


요점은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카이안을 받아들이기가 애매하다는 점이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엔 알룬도의 의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 저 녀석을 따돌렸다간 더 큰 혹이 될 거다. 저거, 저렇게 보여도 머리가 엄청 좋아. 루도 너라면 알 테지? 자기만 알지 못하는 비밀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루도는 그 말의 의미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신의 아이임을 몰랐을 때 늘 주위를 휘감고 있던 위화감은, 때때로 자신이 홀로 존재하는 듯한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일행은 카이안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물론 여기에는 신의 아이에 관한 정보는 일절 누설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뒤따랐다. 논의가 끝나자 마리네는 한결 가벼운 얼굴이 되어 카이안에게 다가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몇 년만에 만난 사이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카이안이 그의 어깨를 얼싸안으며 말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야 하죠? 모두 절 따라오세요. 아, 차림은 이대로도 괜찮지만 루도랑 이칼롯 형은 뒤에 숨으시고. 전부 텔아단에서 온 상인인 척해주세요.”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일행을 이끌었다. 뒤를 쫓고 있자니 어깨도 반듯하고 자신감에 찬 모양새가 예전 데루루피아의 치마폭 뒤에 숨어 빌빌대던 꼬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늠름했다. 분명 아카데미에 진학했다고 했던가? 단정하기 빗은 단발에 깨끗이 다려 입은 교복, 발을 내디딜 때마다 뚜벅뚜벅 경쾌한 소리를 내는 구두까지 - 카이안은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성실한 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문에 다다르자 그는 검문을 기다리는 출입객들을 휙 지나치더니 곧장 위병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아까 전 루도가 관찰했던 거드름 피우는 병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게랑펜 하사관님 안녕하세요? 근무 서느라 힘드시겠어요.”


게랑펜이라 불린 병사는 그가 말을 걸어오자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


“여어, 카이안이로구나. 뭐 나야 늘 그렇지.”


“헤헤 그래도 성문을 지킨다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잖아요? 아참, 제가 사과즙을 좀 짜 왔는데 다들 드셔 보시겠어요? 새콤한 게 아주 맛있어요.”


“응? 허, 허허허 뭐 이런 걸 다. 어이, 잠깐 이리 와서 이것 좀 마셔보라고.”


마실 것 얘기에 병사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모여들었다. 병사들은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뜩이나 잦은 검문으로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판에 카이안의 등장은 병사들에게 달콤한 휴식으로 다가왔다. 카이안은 시원한 사과즙을 권하며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웃는 타이밍이나 제스처 정도로 보아 꽤 신명 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병사들은 그의 입담에 시끌벅적하기 웃기 시작했다. 제리온이 그 광경을 보곤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언제 저런 사기꾼이 됐다냐? 그 토끼 같던 꼬맹이가.”


잠시 후 카이안이 손짓으로 일행을 호출했다. 제리온은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성문으로 마차를 몰았다. 줄을 서지 않고 곧장 문으로 직행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이 일행에게 집중됐다. 카이안은 말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분들이에요 하사관님.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호오, 그 텔아단에서 오셨다던? 책 몇 권 때문에 이 먼 길을 와야 하다니, 아카데미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먼.”


카이안이 미리 밑밥을 뿌려놓은 까닭인지 게랑펜은 아무 의심 없이 제리온에게 악수를 청했다. 마차 안으로는 알룬도까지 합쳐 도합 여섯 명이 꾸겨져 있었지만 다행히 마차 문이 열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게랑펜은 대신 제리온의 옆자리에 앉은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눈길을 건넸다.


“흐음, 이 분은?”


이때가 최대의 난관이었다. 거침없이 술술 이야기를 늘어놓던 카이안도 이때만큼은 말문이 막혀 잠시 머뭇거렸다. 미리 유미르네에 관한 사전정보를 알아놓지 못한 탓이다. 여기서는 유미르네의 기지가 빛을 발했다.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그녀는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며 말했다.


“유미르네라고 합니다, 기사님. 라키시아는 소문대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로군요.”


“하하. 라키시아는 처음이시군요. 당신 같은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어울리는 도시라고, 이 게랑펜이 보증하지요.”


기사라는 단어에 우쭐해져서 게랑펜은 낭만적인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카이안은 적당히 기다렸다가 그를 제지했다. 꾸물거렸다간 다른 병사들이 마차에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 아아! 하사관님! 저희 교수님께서 지금 논문 준비로 한시가 급하시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좀 어떻게 다른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검문을 받으면 안 될까요?”


드디어 중요한 멘트가 제시되었다. 마차에 탄 사람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게랑펜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제리온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음속으로 캐스팅을 준비했다.

게랑펜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어? 바쁘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냐. 자, 어서 지나가세요. 뒤에 사람 기다리니까.”


“에...그래도 괜찮을까요? 규정상 검문을 받아야...”


“하핫, 내가 너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규정을 따지겠냐? 자,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손님들 모시고 가거라. 다음에 학회장님 만나면 안부 좀 전해주고.”


루도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카이안의 수완 덕에 정체를 숨긴 채 도시로 잠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병사들은 게랑펜의 독단에 다소 불편한 얼굴이었지만, 그렇다고 상관의 명령에 토를 달 정도로 규정에 얽매이는 사람은 없었다.

통과가 떨어지자 제리온은 신이 나서 말채찍을 휘둘렀다. 이젠 멈추라고 해도 꽁지 빠져라 달아날 생각이었다. 마차가 지나치게 속력을 내자 카이안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위병들에게 차례로 작별인사를 건네고는 마차 뒤꽁무니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기다려요오! 나를 두고 가면 어떻게 해!”


****


일행은 일단 카이안이 머무는 기숙사로 말머리를 돌렸다. 라키시아의 규모란 실로 놀라운 것이어서 몇 블록을 지나도 다시 주택가가 시야를 뒤덮었다. 마차가 지나갈 수 있게 반듯하게 닦인 도로는 폭이 10미터에 달할 정도로 넓었고, 그 가장자리로는 각종 노점상이 모여 호객행위를 하는 중이었다.

상인들은 각자 판매품을 진열해놓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했다. 곡물류는 너무 흔해서 따로 취급하는 구역이 마련되어 있고, 일행이 지나가는 블록은 귀금속이나 액세서리, 그리고 여행자들을 위한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브로치와 목걸이, 손톱만 한 크기로 세공된 생텀가드의 조각상 등등 - 처음 보는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일행을 유혹했다.

루도는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노점을 구경했다. 마침 도로가 정체되어 마차가 가는 둥 마는 둥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행은 창문을 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아이쇼핑하기 시작했다.

유미르네는 흥미 없는 척하면서도 액세서리며 장신구에 연방 시선을 건넸다. 그 모습에 제리온이 피식 조소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도 상인 출신이랬지? 감상이 어떠냐? 상인들은 라키시아에 오면 피가 끓는다고 하던데.”


“뭐, 그저 그러네요...”


그녀는 심드렁하게 팔짱을 끼며 답했다.

한낮의 거리는 무언가를 사려는 사람과 파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마차를 몰아도 눈길이 닿는 곳에서는 누군가가 매매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대규모의 인파가 만들어내는 활기참이랄까, 생명력 같은 게 일행에게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델키아의 시장 따위는 라키시아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는 규모였다.

그렇게 저잣거리를 지나자 차츰 노점이 사라지고 의류점이나 서점 같은, 호객행위에 다소 소극적인 가게들이 블록을 채우기 시작했다. 거리는 자연스레 이런 가게와 어울리는 학자나 예술가들로 채워졌다. 여전히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요해졌다.

자세히 보니 카이안과 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카데미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카데미는 일행이 지나온 동문을 중심으로는 북서쪽, 궁전을 중심으로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벽돌을 층층이 쌓아올린 담벼락 너머로 고층건물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였다. 건물 대부분은 4층이 넘어가는 구조로, 그 중 중앙에 위치한 본관은 무려 6층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얄팍하게 지은 목조건물 따위가 아니다. 아카데미의 건물들은 전부 석조건축물로, 특히 본관은 가로 길이만 40m에 달하는 데다 높이는 20여 미터에 육박했다.

건물의 외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가장 먼저 별처럼 박힌 무수히 많은 창문이 보이고, 중앙에는 거대한 태엽 시계가 그 육중한 분침을 움직이며 허울 좋은 장식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지붕이 점차 뾰족해지는 고딕양식을 따르고 있는데, 그 정점에는 두 종류의 범종이 매달려 각각 아침, 저녁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본관만 개조해도 웬만한 아성 하나가 완성될 정도로 아카데미의 규모는 대단했다. 루도는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의 향연에 연방 감탄사를 토했다. 반면 제리온은 턱을 괴고는 잠시 옛 추억에 잠겼다. 이곳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사란 역시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아카데미. 하나도 안 변했네.”


아직 수업이 진행 중이라 교정을 돌아다니는 행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용하다 못해 경건함까지 느껴지는 교정을 걷고 있자니 말도 평소와 달리 투레질을 참는 듯한 눈치였다. 일행은 본관을 지나 북쪽에 자리 잡은 기숙사로 향했다. 적당한 곳에 마차를 세우고, 마구간에 말을 맡기고 나서 일행은 카이안이 머무는 숙소로 들어갔다.

제리온은 방에 다른 룸메이트가 있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이는 곧 쓸데없는 걱정임이 밝혀졌다. 카이안의 숙소는 1인실로, 아주 성적이 높은 학생에게만 부여되는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이었다. 루도는 일단 누가 방을 찾아올 일이 없다는 데에 안도했다.

하지만 1인실이라고 해도 기숙사는 기숙사다. 총 아홉 명에 달하는 인원이 방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감옥이 따로 없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살갗이 닿을 정도라 휴식을 취하기에는 영 마땅치가 않았다. 제리온과 루도는 아예 사람을 피해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카이안이 말했다.


“여기 있는 한 누가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방문객이 있어도 노크를 하는 게 기본이고, 세 번 이상 노크를 해도 문이 열리지 않을 때에는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도 돌아가는 게 관례죠. 아, 그치만 아침 7시, 저녁 9시가 되면 기숙사 총 점호가 있으니 그때는 몸을 숨기셔야 해요.”


그는 일행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미리 포착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숙소 문제가 해결되자 그는 곧장 책상 서랍에서 양피지 두 장을 꺼내 펼쳤다. 이는 각각 아카데미, 라키시아를 위에서 내려다본 평면도였다.

그의 빠릿빠릿한 준비성에 일행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도가 말했다.


“너 묘하게 의욕에 차 있다? 우리를 숨겨준 게 걸리면 너는 물론이고 루시올라 집안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걸?”


그러자 카이안은 하던 말을 멈추고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 결의에 찬 미소가 그런 문제 따위는 옛적에 털어버렸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믿으면 얻을 것이요, 의심하면 잃을 것이라’ 현상금 따위 거짓말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카이안은 지도를 건네 한 사람씩 돌려보게 했다. 지도에는 친절하게도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최단루트, 여기에 걸리는 소요시간, 은폐 가능 지점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가 말했다.


“로샤단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솔직히, 알룬도와 저 둘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든요. 궁성에는 언제 들어갈 거죠?”


“음, 들어간다기보다는 잠입한다는 말이 맞는데. 일단 성의 구조나 경비 현황 등을 파악해야겠지.”


이번에는 알룬도가 손가락을 꺾으며 말했다.


“잠입한 뒤엔 어떻게? 왕을 죽일 거냐, 아니면 데루루피아만 구출할 거냐?”


“그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죠. 안다바리엘에게 직접 타격을 가하는 거예요. 그럼 왕은 원래대로 돌아올 테고, 루루 아줌마 역시 풀려나겠죠.”


“말은 쉽군. 나도 석 달 동안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도 그놈이 어디 있는지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서는 제리온이 나설 차례였다. 그는 낄낄 웃으며 가방에서 두 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섬을 떠나올 때 안트로서에게서 받은 비장의 카드가, 드디어 쓰일 곳을 찾은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은 정신계의 극한에 다다른 마법이야. 그런 궁극마법을 원거리에서 시전할 수 있을 리 없지. 시전자는 피동체와 맞붙어 있거나, 좋게 쳐줘도 100m 이내로는 거리를 유지해야 해. 즉, 안다바리엘은 지금 궁전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는 거지.”


“그 정도로는 작전 성립이 안 돼. 어느 세월에 녀석을 찾겠다는 거냐?”


“그러니까 이 귀염둥이들이 나서는 거지. 퍼시스턴트 퍼슈어(Persistent Persure), 빌어먹을 섬 할배의 필살기다.”


제리온은 스크롤의 능력을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알룬도조차 이야기를 경청함에 따라 점차 희망에 찬 낯빛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이게 있다면 안다바리엘을 찾아내 그 면상을 후려갈기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그가 말했다.


“정말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스크롤이로군. 그런데 왜 그 마법사는 직접 오지 않은 거지?”


“늙은이가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 한 거지. 제스터한테 한 방 먹고 지금은 오늘내일 하고 있어.”


‘제스터’라는 이름에 디리터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제리온도 자신이 실언을 내뱉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헛기침을 해 이를 무마시켰다. 이 불편한 공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룬도는 품속에서 지도 하나를 꺼내 펼쳤다. 지도의 생김새는 카이안이 건넨 종류와 비슷했지만, 그 안에 적힌 주석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럼 그 스크롤에 기대를 걸기로 하고, 이제 내가 조사한 걸 보여줄 때로군. 잠입할 때 필시 도움이 될 거야.”


지도는 궁성 내부를 상세히 그린 것으로, 그 지역을 담당하는 근위대의 현황과 순찰주기, 잠입할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사각지대 등이 빠짐없이 기입되어 있었다.

거의 군사기밀에 가까운 알룬도의 정보에 일행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석 달 간 이 정도까지 알아내다니, 역시 전(前) 안개송곳니 단원이라 칭할 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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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1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4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3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7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69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89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2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1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6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2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2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0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5 22 23쪽
»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4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09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4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3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7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89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6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5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5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4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39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0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7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8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39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6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0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4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1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5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29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0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29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6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6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6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2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8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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