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194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05 03:52
조회
921
추천
24
글자
23쪽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DUMMY

----------------------------------------

퍼시스턴트 퍼슈어(Persistent Pursuer) - 집요한 추적자

탐지계, 8클래스


창조자 - 안트로서 아망초


이 주문은 탐지계와 소환계를 결합한, 일종의 복합주문 형태를 띠고 있다. 일단 시전자는 주문사용과 동시에 영체 형태로 구성된 마안(魔眼)과 시야가 링크된다. 이 마안은 시전자를 중심으로 상하좌우 200m를 장애물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마안은 결코 탐지되지 않으며, 때문에 파괴되지도 않는다. 시전자는 이 마안을 이용해 어떤 숨어 있는 오브젝트라도 빠르게 찾아낼 수가 있다. 만약 오브젝트를 찾아냈다면, 시전자는 릴리즈(release)를 통해 마안을 차원문(dimension door)의 형태로 재구축할 수 있다. 생성된 차원문은 시전자를 해당 오브젝트의 근처로 신속하게 전송시켜준다.

이 주문의 강점은 아무리 은밀하게 숨은 오브젝트라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며, 바로 그쪽으로 텔레포트(Teleport)해 해당 오브젝트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문레벨이 높다는 게 단점이고, 마법사가 단신으로 오브젝트와 마주해야 한다는 점은 전투상황을 가정할 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마법사보다는, 도굴꾼이나 특수 잠입부대에 어울리는 주문이 아닐까싶다.


‘마법사협회 비평과 담론’, 레저드 블란쳇, 476년, pp35-36,

------------------------------------------



루도가 술집에서 케이달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을 무렵, 디리터는 아카데미 정원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병이라도 걸린 듯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등에 걸친 투핸드소드가 오히려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가 향한 곳은 기숙사 맞은편에 위치한 관리인 숙소였다. 기숙사가 학생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라면, 관리인 숙소는 아카데미 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물이었다. 보통 교수나 행정관은 따로 기거하는 자택이 있었기 때문에 관리인 숙소는 대부분 군인이나 요리사, 메이드들로 채워졌다. 디리터의 발걸음은 메이드들이 거주하는 3층 복도에서 멈춰졌다. 그는 음영이 짙게 드리워진 얼굴로 천천히 셀린느가 사는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이안이 그녀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점은 뜻밖의 사실이었다. 그가 말하길 셀린느는 아카데미 1학년 교사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로, 주로 청소나 빨래 등 잡일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으로, 고된 업무 속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어렸을 적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여의었지만, 시골 어느 마을에 친언니가 살고 있다고, 그래서 돈을 모아 언젠가 언니와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녀를 만나려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디리터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셀린느가 사는 장소를 재차 되물을 뿐이었다. 카이안은 미심쩍었지만 워낙 뒤에서 레미나와 제리온이 눈치를 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묻지 않았다.

디리터는 현관 앞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카이안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직 홀로 그녀를 찾아 나섰다. 레미나도, 제리온도, 이칼롯도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운 얼굴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308호 문 앞에서 그는 우뚝 멈춰 섰다. 문패에 귀여운 글씨로 '제이나 데로사, 메리 론, 셀린느 그웬드린'이라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아마 셋이서 한방을 쓰는 것이리라. 방 안에 그녀 말고 다른 사람도 함께 있다는 사실에 손을 뻗기가 망설여졌지만, 이내 그는 마음을 다잡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안쪽에서 여자의 가벼운 탄성이 터지더니, 누군가가 일어나 헐레벌떡 현관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디리터의 귀에 그대로 전해졌다.

손잡이가 돌아가더니 문이 아주 살짝, 얼굴만 빼꼼 내밀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열렸다. 이내 붉은 생머리를 부스스하게 내려뜨린 여자가 문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디리터를 발견하자 흠칫 놀라 하마터면 그대로 문을 닫아버릴 뻔했다. 여자들만 사는 층에 웬 거구의 남자가, 그것도 무기를 척 차고 나타났으니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 조금 더 경박한 아가씨였다면 즉각 비명을 지르며 경비병을 불렀을지도 모를 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란을 피우기에 앞서 일단 눈앞의 불청객을 상대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말했다.


“누구...시죠? 아카데미 쪽 사람은 아니신 것 같은데.”


디리터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셀린느...그웬드린을 만나러 왔습니다.”


“...셀린느요? 셀린느는 무슨 일로?”


그러자 그녀는 조금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디리터의 위아래를 구석구석 훑어보는 것이었다. 아마 그를 질 나쁜 깡패이거나, 아니면 청혼을 하러 온 주책없는 사내로 본 모양이었다. 그녀의 눈초리가 즉각 냉담해졌다. 일단 행패를 부리러 온 게 아니라는 걸 알자 그녀는 집주인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려 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오다니, 그리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그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름은 그녀를 만나게 해주기 전까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어머머, 더 수상해지려고 하네? 두 번 말하지 않겠어요. 당신 누구에요?”


“...그쪽하곤 할 얘기 없습니다. 그냥 셀린느나 불러주시죠.”


“그래요? 그럼 저도 그쪽하곤 할 얘기 없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문을 닫으려고 표독스럽게 어깨를 뺐다. 그러자 디리터는 문고리를 붙잡는 한편 문 틈바구니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놀라 비명을 지르려 하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스럽게 말했다.


“에레이시아 그웬드린...의 일로 왔다고 말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자 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것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눈앞의 남자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 진중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한 눈동자를 보자, 그녀도 그가 결코 가벼운 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 잠깐 기다려요. 애가 지금 옷을 제대로 안 걸치고 있어서...”


그녀는 문을 닫고는 큰 소리로 셀린느의 이름을 불렀다. 안쪽에서 다소 소란이 일었다. 약 3분 정도가 흐르자 갈색 머리의 소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 디리터는 말문이 콱 막혀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에레이시아와 똑 닮은 얼굴이다. 약간 체구가 왜소하고 양 볼이 발그스름해 앳되어 보이는 점만 빼면, 에레이시아의 몇 년 전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비슷했다. 그녀와 마주한 순간 죽은 에레이시아의 얼굴이 겹쳐져 디리터는 순간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저어...제가 셀린느인데요. 언니 일로 오셨다고요?”


셀린느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한 저녁에 다짜고짜 모르는 남자가 집을 찾아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녀가 걱정됐는지 어깨너머로 예의 아가씨가 디리터를 감시하고 있었다.


“당신이...”


잔뜩 쉰 소리가 나와 디리터는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눈두덩을 꾹꾹 주물렀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셀린느 그웬드린입니까? 에레이시아의 동생인?”


“그런데요...무슨 일로?”


“저는...에레이시아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셀린느뿐 아니라 뒤에 있던 아가씨들도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가만히 선 채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실상은 현기증이 일어나려는 것을 문고리를 붙잡아 간신히 자세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지난 몇 달간 셀린느가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는 건 그의 룸메이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늘 쾌활하게 돌아다니는 그녀였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언제나 커다란 응어리가 고여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하나뿐인 혈육이 하루아침에 현상수배자가 되어 쫓기는 몸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카데미의 입김이 작용하여 셀린느에게까지 그 화가 미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늘 언니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남편이라는 남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혼란스러워했다. 갑자기 언니의 혼사가 전해진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형부와 마주하고 나자 무엇보다도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런데 형부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무리 에레이시아의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라곤 하지만, 처제와의 첫 상견례치곤 눈빛이 너무 비통하지 않은가.

마치 부고라도 전하러 온 사람처럼.


“겨...결혼이라니...그럼 언니는, 언니는 지금 어디 있죠? 그리고 당신은 누구예요?”


“제 이름은...디리터 아쟉스입니다.”


이번엔 그녀보다 뒤쪽의 룸메이트 사이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에레이시아와의 연관성 탓에 그들은 로샤단 멤버의 이름을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디리터 아쟉스, 목에 걸린 현상금은 무려 400골드. 물론 그녀들은 돈에 환장한 사냥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400골드라는 금액이 웬만한 연쇄살인범 뺨치는 규모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즉각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셀린느는 디리터의 현상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본명을 밝혀주었기 때문에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더욱 에레이시아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함께 도망치며 어울리다 보면 정분이 나 결혼을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런데 왜 언니만 남겨두고 남편 혼자 이렇게 우두커니 찾아온 것인지, 그 점이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정통으로 맞아떨어졌다.

디리터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무릎 꿇었다. 버팀목이 무너지자 눈물이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렀다. 인정하자고, 이제는 떠나보내자고 결심했는데도, 그 사실을 입에 담기가 끔찍하게 괴로웠다.

어찌나 주먹을 꽉 움켜쥐었는지 살갗이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 그가 말했다.


“에레이시아는...죽었습니다...죄송합니다. 제가 그녀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순간 셀린느의 무릎이 푹 꺾였다. 만약 뒤에서 룸메이트가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코를 찧고 말았을 것이다. 그녀는 망치로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얼굴이었다. 뒤편에서 룸메이트가 입을 가리며 경악하는 가운데, 그녀는 떠듬거리며 되물었다.


“저...기...뭐라고..요? 어, 언니가...”


“.....”


디리터는 두 번 말하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따름이었다. 그것으로 조금 전 자신이 잘못 들었던 게 아님을, 눈앞의 상황이 악몽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자 그녀의 입에서 뒤틀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충격으로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으...아으...언...에레이시아 언니가...”


그때 뒤에 있던 룸메이트가 그녀를 끌고 들어가는 한편, 나머지 한 명이 재빨리 현관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셀린느의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문밖까지 여실히 전해졌다. 만약 문이 열린 채였다면 그 층뿐 아니라 건물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울음소리를 들었을 게 틀림없었다.

셀린느의 오열은 구슬프다 못해 서럽기까지 했다. 억지로 감정을 절제하던 일행과 달리, 그녀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출시켰다. 소리를 듣고 근처에 사는 메이드들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디리터는 무릎을 꿇은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 예의 붉은 머리 아가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아직도 남아 있는 디리터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이내 침착하게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요령 좋게도 군인으로 일하던 셀린느의 소꿉친구가 죽었으며, 그 동료가 부고를 전하러 온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나서 그녀는 복도에 홀로 남은 디리터를 보곤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했다.


“제기랄,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애한테 전한다는 소식이...제기랄, 당신 정말 최악이에요.”


“.....”


그녀는 손수건 하나를 꺼내 디리터의 얼굴에 던졌다. 그러나 그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수건은 그의 코를 때리고는 그대로 땅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세요. 애가 지금 진정을 못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문을 쾅 닫았다. 하지만 디리터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니건만, 그는 문 앞에 못 박힌 채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후 건물의 모든 불이 소등되었고, 웅크린 그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늘은 샛별 하나 없이 을씨년스럽게 꿈틀대고 있었다. 밤하늘 멀리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았다.



****


아침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던 하늘은 정오를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빗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어찌나 큰지 이불을 뒤집어써도 귓가에 웅웅거릴 정도였다. 창 너머로 보니 사위는 초저녁이라도 된 것처럼 어두워진 상태였다. 갑작스런 기상변화에 레미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제리온과 이칼롯은 오히려 이런 날씨가 더 적합하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빗소리가 우리를 숨겨줄 거야. 순찰하는 근위대도 마음 놓고 횃불을 가지고 다니진 못할 테고.”


사실 가장 염려되는 건 날씨가 아니었다.

디리터. 그는 셀린느를 찾아간 지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때문에 일행은 그에 관한 걱정으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제리온은 억지로라도 데려오자는 의견이었지만 이칼롯이 이를 묵살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간다. 지금의 녀석은 방해만 될 뿐이야.”


일행은 카이안의 기숙사에 모여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비는 그치지 않았고, 디리터도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 어느새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결행까지 두 시간. 정찰을 나갔던 알룬도가 돌아온 건 그즈음이었다.


“으, 씨발, 젠장! 허억...”


그는 들어오자마자 갖가지 욕설을 내뱉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는 게 보였다. 단지 장대비를 오래 맞아서 그런 게 아님은 분명했다. 그가 워낙 심각한 표정이었기 때문에 일행은 덩달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알룬도는 다짜고짜 루도의 팔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빌어먹을, ‘저것’들이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냐?”


“에...? 무슨 소리예요?”


“분명 너희를 찾아온 모양인데, 아, 꼬이는군.”


그는 물에 젖은 로브를 벗어 던지고는 곧장 제리온에게 다가갔다.


“제리온, 위저드아이(Wizard Eye)나, 그런 비슷한 탐지마법 쓸 수 있나? 밖을 좀 내다봐야겠는데.”


“음? 뭐 안 될 거 없지. 누님, 부탁해.”


제리온은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자신이 아닌 레미나의 등을 밀었다. 갑자기 정중앙으로 오게 된 레미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밖을 내다보다니, 어디쯤이요?”


“아카데미 밖 사거리 부근인데...벌써 사라졌을지도 모르니 서둘러야 하오.”


“흐응, 잠시만요.”


그녀는 배낭에서 주먹만 한 유리구슬을 꺼내 탁자 위에 척하니 올려놓았다. 구슬은 가만 놔두면 저절로 굴러떨어지려 했기 때문에, 마리네가 붙잡아 이를 고정시켰다. 얼마간의 캐스팅이 있은 후 레미나가 외쳤다.


“일루젼(Illusion), 사이트 링크(Sight Link)"


탁자 위로 기묘한 곡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곡선은 점차 살이 붙고 비늘이 생기더니 이내 한 마리 뱀의 형상을 이루었다. 루도는 그와 똑같은 것을 전에 본 기억이 있었다.


“윽...개눈독사.”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 탓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게 된 뱀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혐오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제리온이 혀를 차며 말했다.


“지난번에 그렇게 욕을 먹고도 또 그러네. 빨랑 눈 바꿔.”


“바꿔? 어떻게?”


“좀 파충류랑 비슷하게. 이게 뭐야 뱀눈깔이.”


“파충류 눈은 어떤 눈인데?”


“그러니까 고양이 눈이랑 비슷하게...아 나 진짜 신생아도 아니고.”


레미나는 한참 입씨름을 벌인 뒤에야 뱀의 눈을 파충류 ‘비슷하게’ 변형시켰다. 준비가 끝나자 제리온이 뱀을 즉각 창밖으로 집어던졌다.


“우왓, 뭐하는 거야!”


루도가 깜짝 놀라 창가로 다가갔다. 추락한 뱀은 여지없이 산산조각이...나지 않았다.

레미나에게 있어 뱀이란 대체 어떤 이미지인 것일까. 양옆으로 날개를 펼치고 천천히 활강하는 녀석을 보며 루도는 입을 떡 벌렸다. 녀석은 그렇게 교정을 가로질러 아카데미 외곽 어느 골목길에 안착했다.


“저거 뱀....맞지?”


“정확히는 누님에 의해 철저히 왜곡된 뱀이지.”


그다음부터는 레미나가 준비한 구슬을 통해 뱀의 시야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알룬도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일루젼을 움직였다. 알룬도가 말한 ‘저것들’을 찾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딱히 몸을 숨기지도 않은 채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뱀이 움직이는 외곽 길은 비가 많이 내려 온통 진창이었다. 구슬 너머로 비와 흙탕물만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녀석이 상체를 일으키자 가까스로 그들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앗...!”


“어떻게 저 새끼들이..”


안개송곳니였다. 며칠 전 만났던 제폰과, 예전 가린워드 마을에서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보여준 고르딘이 나란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둘보다 일행을 경악하게 만드는 것은, 맨 오른쪽에 꾸부정한 자세로 움직이고 있는 남자의 정체였다.


“뭐야 저 새끼! 루치페리아한테 죽은 거 아니었어?”


루도는 처음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확실히 그였다. 그 기분 나쁜 광대가면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에레이시아를 죽인 제스터를.

일행은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그가 어떻게 생텀가드와 싸우고도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점은 그가 지금, 이 도시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제폰과 고르딘, 제스터인가...정말 상대하기 싫은 녀석들만 골라 오셨군.”


알룬도는 골이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연방 주물러댔다. 그냥 궁전에 잠입하는 일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안개송곳니의 방해까지 받는다면 데루루피아 구출은 정말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

마리네가 떠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하지? 저것들 분명 우리를 찾고 있을 텐데.”


이성적으로는 여기서 작전을 중지하고 몸을 숨기는 게 맞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또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이 일행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제리온이 말했다.


“잠깐, 저놈들 방향이 우리가 있는 쪽이랑 정반대잖아. 우릴 죽이러 온 게 아니었어?”


“음...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다든가?”


“누님, 뱀 좀 가까이 접근시킬 수 없어? 녀석들이 뭔가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그러자 레미나는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이리저리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걸릴지도 모르지만...네 말마따나 빗소리가 숨겨주길 기도할게.”


뱀은 근처 상점의 모서리를 타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때로는 오크통 뒤에 숨고, 때로는 돌담 사이에 난 구멍에 엄폐하면서 녀석은 안개송곳니와의 거리를 5미터 이내까지 좁히는 데에 성공했다.

일행은 구슬에 얼굴을 박다시피 하여 놈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요란한 빗소리 너머 가까스로 제폰과 제스터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처는 괜찮은가?”


“솔직히 말하면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촉수 대부분이 불타버려서 말이죠. 그때 바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 빠져도 좋은데. 짐만 되는 녀석은 필요 없어.”


“에구, 야박도 하시군요. 그럼 그 생텀가드에게 얻어맞고 있을 때 좀 도움이라도 주시지 그랬습니까?”


“내가 왜 악마를 도와야 하지?”


“....킥.”


제스터는 휘청거리며 - 마치 그걸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 쓰러질 듯 말 듯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칼부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레미나는 잠시 추적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이번에는 제스터 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다.


“하지만 정말 곤욕이군요. 이 넓은 도시에서 로샤단을 찾으라니.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편이...아, 그래도 이쪽이 좀 더 어렵겠군요.”


“어디에 숨어있든 상관없어. 녀석들은 반드시 국왕을 노릴 테고, 우리는 궁전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돼.”


구구절절 맞는 소리였다. 물론 일행이 여태껏 ‘우리 수도로 갑니다’라는 조짐을 잔뜩 뿌려놓은 것은 맞지만, 이토록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작전을 꿰뚫어 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안개송곳니의 감시를 뚫고 궁전으로 잠입할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그때 제스터가 말했다.


“그런데 저 넓은 궁전을 고작 셋이서 감시한답니까? 인원 부족도 이 정도면 심각한데요.”


그것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둘의 대화로 일행은 라키시아에 들어온 안개송곳니가 고작 셋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케니온은 아마 루도의 폭주로 피해를 입어 이번 임무에서 빠진 모양이었다.

알룬도는 즉각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저 괴물들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지만, 단지 감시를 피해 움직이는 것만이라면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특히 안개송곳니가 몸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호재로 작용했다. 누군가가 녀석들을 감시하며 일행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다면 작전 성공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터였다.

그런데 그 감시역을 누가 맡느냐가 문제였다. 일행은 얼굴이 팔려 접근했다간 즉각 정체를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즉,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며, 안개송곳니와 면식이 없는 사이인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사람이 딱 하나 있긴 했다. 알룬도는 착잡한 심정으로 카이안을 바라보았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2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8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8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0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7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2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2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4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90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3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2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7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3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30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3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1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2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6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5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10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5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4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0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90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4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6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6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8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1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