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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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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6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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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DUMMY

“허, 허튼소리. 네년은 이미 죽었어. 망자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왕좌를 내놓으라고? 염치가 없는 것도 유분수가 있지!”


안다바리엘은 당황하여 본래의 목적을 잊고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란도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반론도 일리가 있었다. 란도스 또한 대관식을 치렀고, 지난 5년 간 국왕으로서 군림해왔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왕위를 주장할 이유가 충분했다.

요점은 지금 이 자리에 두 사람의 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편전 안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 자리에 모인 귀족들 가운데엔 란도스와 레미나의 대관식 모두에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누구의 입장을 지지해야 할지 몰라 공황상태에 빠졌다.

레미나가 지금까지 고인취급 받았던 게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란도스는 그 부문에서 할 말이 없었다. 죽은 게 아니라 단지 실종되었을 뿐이라고,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그녀의 죽음을 부정한 사람이 바로 그이지 않은가.


“에잇, 저년은 가짜다! 공주의 가죽을 쓴 사기꾼이 틀림없어. 근위대는 뭘 하고 있나? 당장 저년의 목을 쳐라!!”


그러나 조금 전과 달리 그의 명에 따르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병사들은 레미나가 째릿 눈을 흘기자 주춤거리며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때 한 노인이 두 사람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공주님. 아, 제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지금은 여왕님이 아니라 공주님이라 부르는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지스카르 재상님...!”


레미나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그의 개입은 그녀로서는 그야말로 구원의 빛줄기와도 같았다. 일평생 리크나이츠를 위해 충성해온 이 늙은 귀족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는 최상의 지원군이었다.

지스카르가 말했다.


“전하, 일단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현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저, 재상 테오도르 지스카르가 간언하는바, 왕위의 정통성은 양쪽 모두에게 있는 줄로 사료됩니다.”


그러자 안다바리엘은 노발대발하여 펄쩍 뛰었다.


“미쳤군! 그래서, 저년을 인정하라고? 두 명의 왕이라도 세우자는 말인가?”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전하. 하지만 이런 일이 지금껏 전례가 없었던 만큼, 귀족회의를 통해 누가 왕이 되어야 마땅할지를 판단해야 함이 옳은 줄로 아룁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왕은 나야! 바로 이 몸이라고!”


“하지만 레미나 공주님은 살아계실 거라고, 자신은 재수 없게 왕이 된 것뿐이라고 말한 건 전하가 아닙니까?”


“....!!”


레미나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지스카르의 말대로라면 적어도 귀족회의가 끝날 때까지 안다바리엘이 그녀를 어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5년간 국정을 비운 게 실정으로 취급될 테고, 근본적으로 여자 국왕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만큼 의견이 란도스 쪽으로 모아질 게 뻔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황금 같은 시간을 벌어 기회를 만들었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자신이 죽거나 왕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 어느 쪽이든 귀족회의가 끝나기 전에 결판이 날 테니 말이다.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조, 좋다. 레미나에 관한 건 뒤로 미뤄두도록 하지. 하지만 루도 클로람 만큼은 가만히 넘어갈 수 없다. 저 녀석은 범죄자야. 어서 죽여!”


그러자 레미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말했듯이 제가 돌아온 이상 지금까지 당신이 내린 어명은 전부 무효화될 것입니다. 국왕도 아닌 자가 어명이라니요.”


“무슨 소리! 나에게도 정통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럼 누가 왕인지 가려질 때까지 모든 어명의 집행은 보류해야겠군요. 루도 클로람은 그때까지 구류하는 걸로 하고. 그럼 문제없겠지요?”


“큭...”


저울추가 슬금슬금 일행 편으로 기울고 있었다. 시간을 벌었으니 이대로 제리온 쪽이 성공하길 기다려도 되고,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틈을 노려 디스펠 매직을 날리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캐스팅을 잠시 보류했다.

근위대는 진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왕의 명령을 따르지도, 레미나의 명령을 따르지도 못했다. 너무 경황이 없으니 몇몇은 루도만 붙잡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레미나의 언변이 정확히 먹혀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바람은 전혀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불어왔다. 언쟁에서 패배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던 안다바리엘의 얼굴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약이라도 한 것처럼 희열로 들끓기 시작했다.

그 괴팍한 미소가 루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하하...크하하하하! 그래, 그랬군. 이걸 노린 거였나?”


“뭐가 그리 웃기죠?”


“큭큭큭. 네년 말대로야. 내가 너무 왕 놀음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군. 사실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몰라도, 나를 너무 우습게 봤군. 내가 설치한 함정은 한두 개가 아니거든. 큭큭,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함정’이란 단어에 레미나가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안다바리엘이 마인드컨트롤 말고도 다른 여러 마법을 펼쳐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조건충족 시에만 발동하는 일종의 매직트랩(Magic Trap)으로, 왕의 주변에 설치됐을 수도, 아니면 안다바리엘 본체에 설치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리온이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입이 바짝바짝 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은 다른 일행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마리네 캄블러 정도로 나를 막으려 하다니, 너무 무리수를 두었군 로샤단.”


루도도, 레미나도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성이 무너지다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검을 쥔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와 정면에 있던 기사는 루도의 눈에서 순간 불꽃이 튀는 걸 볼 수 있었다.

마리네와 제리온이 실패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했다. 레미나가 어떻게든 안다바리엘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작전은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가뜩이나 짊어지지 않아도 될 책임감에 초조해하던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성급하게 디스펠 매직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말았다.

그러나 안다바리엘은 철두철미한 사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체에도 함정을 설치해놨던 그가 왕에게 대비를 해놓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번의 함정은 레미나 같은 마법사에게 가장 치명적인 종류이기도 했다.


“Arnus...아...?!”


레미나가 읊은 첫 번째 룬어에 반응해 포스필드(Forcefield)마법이 전개되었다. 연청색의 역장이 삽시간에 편전 안을 뒤덮었고, 그 빛에 닿자마자 레미나가 준비하던 마법도 스르륵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법을 해제하는 디스펠 매직과, 시전자를 제외한 일대반경을 마법무효화 지대로 만드는 포스필드. 어찌 보면 가위바위보와도 같은 관계지만 포스필드가 먼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다바리엘 쪽이 절대적인 우위에 서 있었다. 이로써 레미나는 디스펠매직은커녕 기본적인 1클래스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레미나는 경악하여 자신을 둘러싼 역장을 바라보았다. 매직트랩이 있으리라는 건 어렴풋이 예상했지만, 설마 그게 대(對)마법사 전용이었을 줄이야! 적의 노림수에 정통으로 당했다는 수치심과 분노로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편 루도와 근위대도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무리 마법에 문외한인 자라도 레미나와 국왕 면면에 떠오른 희비의 양상만은 파악할 수 있었다.


“크...크크큭. 크하하하! 미련한 놈들을 가지고 노는 건 참으로 즐겁군.”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그는 벅차오르는 유쾌함에 마음껏 몸을 꺾으며 웃었다. 반면 레미나는 현기증을 느껴 다리를 비틀거렸다.

다음 수는 어떻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리네 이야기를 통보받은 순간부터 심장이 격동해 멈추지 않고 있었다.

세 번의 실패. 이는 두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횟수였다. 정말 모든 수를 다 썼건만...놈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첫 번째 퍼시스턴트 퍼슈어는 무위로 돌아갔고, 제리온 쪽도 결국 마인드컨트롤을 푸는 데에 실패한 모양이고, 이를 고려해 궁전돌입을 시도한 자신들 역시 디스펠매직을 저지당하고 말았다.

루도는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얼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네 번째는 없음을,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났음을.

그리고 안다바리엘은 희희낙락하여 그들의 종말을 고했다.


“자, 루도 클로람을 감옥으로 끌고 가라! 그리고 공주, 그대는 나와 함께 귀족회의의 결과를 기다리도록 하지. 아, 물론 마법은 봉해둔 채 말이야, 흐흐흐.”


병사들이 루도를 결박하여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레미나는 결국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 네 번째가 남아 있었다.


***


언젠가 루도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고작 8살이었던 마리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를 구해내긴커녕, 도움을 요청하러 달리는 그 몇km가 숨이 차 땅바닥을 굴렀던 그날의 무력감은 씻어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터질 듯 요동치던 심장, 숨이 가빠와 노오랗게 보이던 하늘, 찢어진 이마 사이로 흘러내리던 핏물의 감각.

사실 그날의 기억은 현재 그가 처한 상황과 조금도 비슷한 점이 없었다. 심장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시야를 덮는 건 곰팡이가 잔뜩 낀 석재 천장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날의 풍경이 겹쳐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눈동자를 굴리자 힘없이 널브러진 오른팔이 보였다. 그게 자신의 것임을 깨닫자 마리네의 동공이 조금 커졌다. 벼락을 맞을 때의 충격으로 갑옷은 전부 불타버렸고, 드러난 살결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팔이 아닌, 마치 죽은 고깃덩이의 일부를 보는 것만 같아 덜컥 겁이 나 마리네는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아찔한 통증이 몸을 강타했다.


“으...아으아아악?!”


표면에 꽂혀 있던 바늘이 일제히 뼈를 뚫고 침투한 듯한 느낌이랄까?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더 이상 무리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넋이 나갈 정도의 고통 속에서 마리네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검’이었다.

검은 아직 왼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걸 확인하자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히 떠올랐다. 몸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으....아악....”


안다바리엘을 쓰러뜨려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단 하나의 명령이었다. 루도를 위해, 제리온을 위해, 각지에서 싸우고 있을 동료들을 위해.

그리고 죽은 이들의 복수를 위해.

무력감은 이미 진저리날 만큼 느꼈다. 10년 전 루도가 납치되었던 때를 시작으로, 람카디스가 죽었을 때, 안개송곳니에게 쫓길 때, 그리고 얼마 전 에레이시아를 잃었을 때.

그런 감정을 또다시 느끼고 싶진 않았다. 마리네는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의지를 담아 몸을 일으켰다.


“후우욱, 후욱...”


숨을 내뱉자 입김인지 연기인지 모를 것이 한 움큼 쏟아져 나왔다. 호흡을 할 때마다 목구멍이 쓰라려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격통 속에서도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한편 안다바리엘은 이 모든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는 중이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눈동자가 그가 느낀 충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라이트닝 볼트를 정통으로 맞았을 텐데...어떻게?

마리네가 말했다.


“후욱, 아직도 함정이 남아...있으려나? 젠장,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화염이 덮치든 화살이 날아오든 이젠 개의치 않았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이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도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저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고, 머릿속으로는 맡은 임무가 끊임없이 되뇌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 이제 제발 좀.


“제발 좀...죽어주라...”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안다바리엘을 내리쳤다. 검은 아무런 저항 없이 놈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마치 치즈를 가르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감각이었다.


***


다섯 발의 포스미사일을 날려 다섯 발 전부를 적중시켰다. 그때마다 제스터는 뒤로 밀려났고, 뭉그러진 타격부위를 회복하려고 한참을 가만히 멈춰 서 있곤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보통 인간이라면 한 방만 제대로 맞아도 전투불능에 빠질 정도의 위력이건만, 이 악마에겐 그저 잠시 경직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공격을 개시했을 때, 그는 기어이 여섯 발째를 피해 제리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윽...?”


막 소환한 구체를 전부 써버린 참이라 몸을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제리온은 급한 대로 30cm정도의 숏소드를 뽑아 몸을 가렸다. 운이 따른 건지, 제스터의 촉수는 칼등을 한 번 훑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키히히, 이젠 검까지 휘두르는 겁니까? 마검사라니! 그건 천 년 전에도 대단한 희귀종이었는데요.”


제스터는 재차 접근을 시도하다 제리온이 시전한 일곱 번째 포스미사일에 직격당하곤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한 것인지 뭉그러진 부위를 쓰다듬으며 히죽히죽 웃기까지 했다.


“아직 마법을 쓸 여력이 남아 있는 건가요? 대단한 정신력이로군요.”


“하! 이제 시작인데 무슨 개소리.”


“쿡쿡...그래도 당신은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지랄하네.”


으레 그렇듯 욕설을 내뱉고서 제리온은 재차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리 겉으로 포장하려 한들 정신적인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었다.

마리네를 보내고 4분여가량. 단신으로 제스터를 막아내는 일은 그야말로 한 수 한 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총력전이었다. 요 몇 분간 제리온은 한 번의 매직미사일과 파이어볼, 그리고 두 번의 포스미사일을 사용했다. 세 번까지가 평소 연발로 사용가능한 마법횟수임을 고려할 때, 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간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집중력으로 커버가 됐다. 그러나 세 번째 포스미사일을 시전했을 때, 제리온은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하마터면 캐스팅에 실패할 뻔했다. 제스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큭...이 새끼가!”


갑자기 간격이 좁혀지자 제리온은 급한 마음에 구체 두 발을 사출했다. 그러나 궤도를 잘못 잡은 탓인지, 아니면 의중을 파악당한 것인지 구체는 제스터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찰나의 순간, 제리온의 동공에 비친 건 비틀린 미소를 띠고 있는 제스터의 가면이었다. 아련히 귓가를 울리는 바람 찢는 소리와 함께, 아지랑이 같은 게 일렁이며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빗물은 그 아지랑이에 닿을 때마다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튀겼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완만하게 제리온의 시야에 각인되었다.

주마등이라는 게 어쩌면 이런 것을 말하는 건지도 몰랐다. 죽기 직전 갑자기 사물이 느릿느릿하게 보이는 현상.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지나간 인생을 회고하는 데 사용하는 이 시간을, 제리온은 결코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어금니를 빠드득 갈고서, 그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어긋난 포스미사일의 궤도를 순간적으로 꺾었다.

콰직, 푸욱. 둔탁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날카로운 쇠붙이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동시에 교차했다. 전자는 포스미사일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제스터가 땅바닥에 고꾸라지는 소리였고, 후자는 제리온이 미처 그의 촉수를 피하지 못해 어깨를 꿰뚫린 것이었다.


“으크윽...끄아악...!”


역시 신체를 뚫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충격은 아니었다. 웬만큼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고, 평형감각을 잃은 하반신이 뒤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쓰러지기 직전, 제리온은 이를 악물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환부를 살펴보니 피가 흐르다 못해 철철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혈을 할 시간조차 모자랐다.


“쿡쿡쿡쿡....”


제스터가 촉수를 지팡이 삼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태연자약한 모습에 제리온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몸인지, 아무리 마법을 날려도 흠집조차 나질 않는다. 조금 전의 일격도 일반인이라면두개골이 부서져 즉사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런데 제스터는 단지 몇 초간 경직되는 게 전부일 뿐, 그 이후로는 아파하는 기색조차 보이질 않았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공격적인 제리온이라도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이기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는데도, 또한 승부가 아닌 시간을 버는 게 당초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의 차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제스터가 말했다.


“끝났군요. 제가 이겼습니다. 당신은 죽을 테고요.”


제리온은 억지로 태연을 가장하며 말했다.


“후욱, 어쩌다 한 번 들어갔다고 기고만장하긴.”


“그게 중요한 겁니다. 마법사라는 족속의 한계죠.”


“...너 이 새끼...”


소란을 듣고 별채 안쪽에서 하인들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제스터에게 목이 떨어졌다.

그는 힘의 균형이 무너진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드는지 일부러 결정타를 미루며 말했다.


“마법사라는 족속은 지겹게 상대해봤습니다. 당신 정도 실력이면 아주 우수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마법사죠.”


“그래봤자...라고?”


“후후후, 네. 캐스팅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섬세한 작업입니다. 말을 더듬는 건 물론이요, 티끌만 한 잡생각이라도 들었다간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가죠. 당신도 인정하겠지만 이러한 제약은 급변하는 전장에선 매우 불리한 요소입니다. 저 또한 마법을 거의 완성했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날려버린 대마법사들을 많이 봐왔죠.”


“....”


“자아, 당신은 이미 잇따른 마법사용으로 피로한 상태고, 조금 전의 일격으로 더욱 진정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프죠? 고통이야말로 집중을 저해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죠.”


쉬익-. 제스터가 촉수를 날려 재차 제리온을 공격했다. 잔인하게도 그는 일부러 조금 전 당한 상처를 노려 찔렀다. 촉수는 아무런 저항 없이 제리온의 어깨를 꿰뚫었다.


“크억...”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로 아찔한 통증이었다. 제리온은 결국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걸로 승리를 확신했는지, 제스터는 마구잡이로 촉수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하핫! 그 자랑하던 포스미사일은 어디로 간 거죠? 이래서 마법사가 시시하다는 겁니다. 실전? 실용? 천만에! 마법사란 모름지기 연구실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는 게 어울리죠!”


온몸의 살점이 사방팔방으로 찢겨나갔다. 옆구리, 혹은 허벅지가 뜨끈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뜯겨나간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빗물이 상처로 스며드는 감각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제스터는 일부러 급소만 피해 공격했다. 전의를 잃은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것인지, 그는 수십 개의 잔 상처만을 내며 순간의 희열을 즐겼다. 마침내 제리온이 나머지 무릎을 꺾었을 즈음에야 그는 공격을 멈췄다.


“후우, 조금 흥분했던 것 같군요. 이제 슬슬 끝내기로 하죠.”


그는 투명화까지 해제하고는 촉수를 놀려 높이 치켜들었다. 그 너울대는 촉수의 움직임이 빗속에서 소름 끼치는 잔영을 만들냈다.


‘죽는 건가...’


제리온은 그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에레이시아를 죽일 때처럼 몸의 정중앙을 꿰뚫어버릴 것이다. 아니면 간편하게 심장이나 목을 노릴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지금의 제리온에게 그를 이길 여력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깃털에 둘러싸인 듯한 나른한 감각. 그렇게 요란하던 빗소리도 이제는 달콤한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고, 무릎은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린 까닭인지 얼음 속에 갇힌 것처럼 한기가 엄습해왔다.

여태까지 이렇게 마법을 많이 사용한 적이 있었던가? 연발로 다섯 번이라니, 피드백으로 정신을 잃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 이 정도까지 했으면 할 만큼 한 거다. 자신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이 정도면 시간도 충분히 끌만큼 끌었고, 이제 남은 녀석들에게 뒷일을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

피로감 때문인지 모든 사고가 체념적으로 흘러갔다. 제리온은 담담히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니, 그러려고 했었다.

쿠르릉...

그 순간 한 줄기 번개가 인근에 내리꽂혔고, 그 여파로 사위가 일순 대낮처럼 밝아졌다. 그 눈부신 광휘가 제리온의 의식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스터의 발목까지 차오른 널따란 물웅덩이였다. 하루 종일 지속된 소나기는 이미 궁전 곳곳에 물 얼룩을 남기고 간 뒤였다.

그리고 그 웅덩이 표면에 비친 웃고 있는 제스터의 가면이 똑똑히 시야에 각인됐다. 가면과 마주한 순간 제리온의 심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잊고 있던 투쟁본능이 되살아나자 무뎌졌던 감각도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저 얼마나 여유만만한 작태인가!

배알이 꼴려서라도, 이리 쉽게는 못 죽는다.


캐스팅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술술 외워졌다. 책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평소 속도라면, 지금은 속독하다 못 해 파라락 헤집어버릴 정도의 수준이었다. 어깨의 통증은 지금에 와선 아예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잘 가십쇼. 제르카엘시온 멜피드.”


제스터의 최후멘트와 맞물려 캐스팅이 완료됐다. 제리온은 재빨리 숏소드를 들어 머리를 가리는 한편, 땅을 박차며 뒤쪽으로 크게 점프했다.


“아니?!”


카각! 촉수는 검의 옆면을 때렸고, 그 압력이 오히려 도움이 되어 제리온은 삽시간에 그와 5m가량 거리를 벌렸다.

제스터는 이와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부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제리온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곤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했다. 그러나 이미 시기는 제리온의 편이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반전의 빛이 쏘아져 나갔다.


“쇼크(Shock)!"


한 줄기의 전격이 제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재빨리 몸을 비틀어 피하려 했지만, 제리온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전격은 그의 발치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으어엇?!”


찌지지직! 짜릿한 음향이었다. 웅덩이 안에 발을 담그고 있던 그는 속수무책으로 감전되어 바닥에 처박혔다. 고꾸라지는 악마를 보며 제리온은 유쾌하게 웃었다.


“크하하! 개똥도 약에 쓰이긴 쓰이네. 이 지긋지긋한 비가 내 목숨을 살릴 줄이야.”


그는 비틀거리며 제스터를 향해 걸어갔다. 제스터는 바닥에 쓰러진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자랑하던 촉수도 축 늘어진 채 이따금 경련만 일으킬 뿐 다가오는 제리온을 제지하진 못했다.


“으음...한 방 먹었군요. 전격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따끔하지?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도 없는 모양이고. 내가 이겼다 새끼야.”


제리온이 전격마법을 사용한 데에는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 번개가 내리쳤을 때 그는 이전번 제스터와 조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놈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제리온의 전격마법에 격추되어 일행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붙잡힌 게 과연 의도한 것이었을까? 설마. 아무리 악마라고는 하나 적의 전력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위험행동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요는 일부러가 아닌, 정말로 움직일 수가 없어 붙잡혔다는 것. 실제로 그는 포박되었을 당시 이런저런 말을 걸어 일행을 교란시켰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게 전부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이었다. 전격으로 마비된 근육이 원래대로 회복되기 위한 시간을.

전격이야말로 제스터의 약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존나 당연한 거였어. 니놈 촉수도 일단은 신체의 일부잖아? 그럼 처음부터 번개로 공격했으면 될 것을. 제기랄.”


“음, 부분적으론 맞지만, 부분적으론 틀렸습니다.”


“뭐 임마?”


“확실히 제 몸이 그런 관통류의 공격에 취약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뿐이죠. 공격을 당했다곤 하나, 단지 움직일 수가 없을 뿐이고, 조금만 쉬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상황파악 안 되냐? 그때까지 내가 가만있을 거 같아?”


“큭큭큭, 뭘 어쩔 겁니까? 포스미사일? 파이어볼? 아니면 그 귀여운 장난감 칼? 전부 저를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입니다. 뭐, 조금 아프기는 하겠지만요.”


제리온은 반박 대신 제스터의 얼굴을 세게 걷어찼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고개가 90도로 돌아갔다. 물론 이런다고 데미지가 있을 거란 기대는 안 했고, 그저 단순한 화풀이의 목적이었다. 그가 말했다.


“너 이 씨팔새끼, 아까는 잘도 나불거렸지. 마법사란 족속이 뭐 어쩌고 저째?”


“에구, 겨우 그런 걸로 꽁해 계셨습니까? 그런데 솔직히 맞는 말이잖습니까.”


“맞는 말이지 씨팔. 근데 나는 아니야.”


제리온은 침을 탁 뱉고서 캐스팅에 들어갔다. 침 속에는 살점이며 피가 가득 섞여 있었는데, 웅덩이를 따라 흐르다 제스터의 촉수에 달라붙었다.

제리온은 신중하게,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어 또박또박 주문을 외웠다. 평소 무영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는 지금 준비하는 마법이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무영창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고위마법임을 의미했다.


“뭡니까? 그건. 말씀드렸지만 어쭙잖은 걸로는 절대 저를 죽일 수 없습니다.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포기하시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제스터도 캐스팅을 방해하려 계속 그를 도발했다. 그러나 제리온은 결코 흔들리지 않고 주문에 집중했다. 이 한 방을 쓰고 나면 정말로 그로기 상태다. 그러니까 이 한 방으로, 반드시 놈을 쓰러뜨려야 했다.

이윽고 마법이 완성되자 그의 오른손이 시뻘건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쏘아내는 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이칼롯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정도였다.

제리온이 씨익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넌 이게 어쭙잖은 걸로 보이냐?”


“그건...설마 터치(Touch)계열의 마법입니까? 그런 비효율적인...”


제리온은 마법이 깃든 오른손으로 천천히 그의 가면을 움켜쥐었다. 타겟과 접촉하자 그의 손 주위로 십여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체인 캐스팅(Chain casting). 마법을 소환하는 마법.

찬란한 빛줄기가 가면 전체를 뒤덮었다. 가면의 익살스러운 미소가 지금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허세처럼 느껴졌다. 그는 혹시라도 가면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손마디 하나하나에 힘을 주었다.

그가 말했다.


“자알 봐라 디리터. 너희 머저리 부부를 위한...내 선물이니까.”


“자, 잠깐...”





“플레어 오브 어나이얼레이션(Flare of Annihi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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