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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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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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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2
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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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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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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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DUMMY

“야 너 거기 안 서?! 너 나 모르냐!”


상인, 사냥꾼, 심지어 거리를 시찰하던 경비병들까지도 일제히 루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쩌렁쩌렁한 고함에 반응한 것인지 유미르네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루도는 다시 한번 외쳤다.


“어이, 유미르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등을 돌려 루도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화가 잔뜩 난 듯 보폭을 크게 해 걷는 행동은 5년 전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루도의 손을 붙잡더니 재빨리 인적 드문 골목으로 끌고 갔다. 근처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도 그녀는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네가 정신이 있는 애니? 여기 사방에 깔린 게 너 잡으려고 모인 사람들이란 말이야!”


“뭐 어때? 너도 날 잡으러 온 거잖아. 그런 것치고는 꽤나 친절하다?”


그녀의 잔소리가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벅차오르는 기쁨에 자기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진 모양이었다. 유미르네는 그의 싱글벙글한 표정에 기가 막혀 눈을 질끈 감았다 뗐다.


“그래. 너 잡으러 온 거다. 4천 골드짜리 대박이 얼마나 대단한 위인인지 한번 얼굴이나 보자고. 그러니까 순순히...어맛!”


막 발동 걸리기 시작한 그녀의 바가지는 루도가 갑자기 그녀를 와락 껴안음으로써 멈추고 말았다.


“유미르네, 살아있었구나!!”


그는 팔이 바스러져라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그러자 유미르네는 숨이 막혔는지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버둥거렸다.


“야! 놔! 아퍼! 빨리 안 놔?!”


그러나 루도는 그녀의 불평마저도 황홀하게 느껴졌다. 옛 친구와의 재회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다행이다...정말...살아있어서...”


껴안은 팔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유미르네도 그걸 느꼈는지 저항을 그만두고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유미르네는 루도의 품 안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거...정말이니? 너랑 마리네가 람을 죽였다는 게...”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린 단지 누명을 쓴 것뿐이라고.”


“그래...어쨌든 람이랑 카토르는 죽은 거구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미르네는 수배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듯,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둥켜안고 있자니 뒤편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따라온 이칼롯이 기다리다 못해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루도는 순간 머쓱한 기분이 들어 그녀와 떨어졌다. 대신 그는 유미르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말했다.


“가자. 우리 숙소에 마리네도 함께 있어. 네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네.”


유미르네는 머뭇거렸지만,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숙소로 이동하는 와중 몇 번 이칼롯과 눈이 마주쳤으나 간단한 눈인사만 건넸을 뿐 그녀는 특별히 입을 열거나 하진 않았다.

마리네는 루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자신이 여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유미르네를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왈칵 쏟아진 눈물이 애써 바른 화장을 다 지워 버렸지만 그런 게 어찌 대수랴, 그는 기쁨에 겨워 연방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다.


“유미르네, 유미르네. 무사했구나. 정말, 정말 다행이야!”


“마, 마리 맞지? 옛날보다 더 이뻐졌구나...그러니까...”


그러나 감동적인 재회를 나눈 셋과 달리, 한편에선 불편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루도와 마리네에게 죽마고우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왜 하필 지금 나타난단 말인가. 유미르네를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낯선 불청객이 하나 찾아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리온이 한창 달갑지 않은 눈을 하고 있자 루도가 재빨리 그의 비위를 맞추었다.


“미안 미안, 눈치가 없었지? 소개할게. 이쪽은 유미르네 발렌스. 내 절친한 친구야. 그리고 이쪽은 로샤단 멤버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뭐 어때.”


제리온은 마뜩찮은 얼굴을 여과 없이 그녀와 마주했다. 유미르네는 그런 그를 보곤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유미르네에요.”


“제리온이외다.”


그는 퉁명스럽게 악수를 받았다. 유미르네는 뒤이어 이칼롯과 에레이시아, 레미나와도 인사를 나눴다. 특히 그녀는 레미나와 마주할 때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아무래도 레미나의 범상치 않은 외모에 자못 놀란 눈치였다. 뭐 이렇게 예쁜 애가 다 있냐, 라는 듯 얼떨떨해하는 표정을 보며 루도는 킬킬 웃기만 했다.

그다음은 디리터의 차례였다.


“유미르네라고 해요. 그쪽은?”


“아, 나는 디리터 아쟉스. 디리터라고 불러.”


“...네?”


“디리터 아쟉스라고.”


그녀는 반쯤 입을 벌린 채로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면에 있던 이칼롯은 그녀의 동공이 순간 축소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밖에서 성문을 닫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지만, 허술해진 치안을 메우기 위해 도시는 벌써부터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숙소에 난 창에는 차양이 드리워져 있었다.

유미르네는 일행의 이름을 외우는 것인지 계속 입속에서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밝게 웃으며 디리터에게 말했다.


“잘 부탁해요, 아쟉스씨.”


“응? 그냥 편하게 디리터라고 불러도 되는데.”


그녀는 춤을 추듯 빙글 돌며 일행과 눈을 마주쳤다. 루도와 마리네, 레미나는 헤실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이칼롯과 제리온의 시선은 그녀의 허리춤에 고정된 채였다.

왼쪽에는 숏소드, 그리고 오른쪽에는 에스터크(Estoc). 결코 장식용으로 가지고 다닐만한 것은 아니었다. 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유미르네가 말했다.


“나는 지금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진 텔아단에 있었고, 거기서는 통칭 ‘까마귀’라고 불렸지요. 내가 찬 무기가 그리도 불편한가요?”


이칼롯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대답을 제리온에게 위임했다. 제리온은 팔짱을 낀 채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현상금 사냥꾼이라...그럼 우릴 잡으러 온 거겠네?”


“어머, 눈치도 빠르셔라. 바로 맞췄어요. 마침 이 자리에 7천 골드가 다 모여 있네요. 아, 데루루피아 아망초는 없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겐 농으로 들렸지만, 또 누군가에겐 농이 아니었다. 그녀의 공격적인 발언에 방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해졌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보다 못한 에레이시아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자, 그만. 그쯤 간 봤으니 서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겠지? 하지만 여긴 싸우는 자리가 아니라고.”


그녀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유미르네는 에레이시아의 어깨너머로 제리온을 노려보았다. 그 역시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냉랭히 맞섰다. 그러다 만류하는 에레이시아 때문에 시야가 완벽히 가려졌을 때, 그녀는 혀를 날름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500골드라...”


그녀는 속으로 무언가를 곱씹고는,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는 마리네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뭐, 반가웠어.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그럼 이만.”


유미르네는 어느새 법석 떨던 소녀가 아닌, 주점에서 교태를 부리던 사냥꾼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당연히 루도와 마리네는 화들짝 놀라 그녀를 막아섰다. 이제 막 인사를 나눈 참인데 떠나다니, 어이가 없었다.


“자, 잠깐. 벌써 가려고? 아직 할 얘기가 많은데. 그래! 너 옛날보다 살도 빠지고 엄청 예뻐졌잖아. 그 이야기라도 좀 해줘.”


그러자 유미르네는 눈이 보이지 않도록 모자의 챙을 깊게 내리눌렀다.


“무슨 얘기? 사냥꾼 일을 하면서 사람 죽인 얘기라도 해줄까? 살은 고생을 좀 하니까 저절로 빠지더라.”


“야, 그러지 말고.”


“그만 하자. 남의 개 같은 과거사 듣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데?”


루도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간 살아온 얘기를 듣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는 이를 극렬히 거부한 것이다. 상회에 머무르며 밀가루나 팔던 뚱보 아가씨는 5년 사이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돌아왔다. 말이 좋아 현상금 사냥꾼이지 실상은 살인 청부업자에 지나지 않는다. 5년 동안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인생에 어떤 풍파가 지나갔던 것일까?

루도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외형이 바뀌고 직업이 변했어도 유미르네는 여전히 그가 알던 소꿉친구였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가 말했다.


“가면...어디로 가려고?”


“몰라. 어디든 가면 되지. 나 같은 쓰레기가 되어 있으면 냉큼 죽여 돈이나 챙길 생각이었는데, 흥이 깨졌어. 어쩜 그리 지치지도 않고 어리숙한지...”


“이 도시에는 얼마나 있을 건데?”


그러자 유미르네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내 걱정 말고 너희들 앞가림이나 해. 람이 왜 죽었든 그 죄는 너희들이 덮어썼고,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너네 잡으려고 온 사냥꾼이 당장 요 밖에 나가도 한 무더기야. 오늘 밤에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루도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자 더 이상 유미르네를 붙잡을 명분도 사라져버렸다. 함께 있으면 위험해지는 쪽은 그녀다. 에레이시아를 보라. 단순히 로샤단과 연루되었다는 것만으로 현상금이 걸렸다. 일행의 현 상태를 냉정히 분석해보면 여기서 그녀와 헤어지는 게 가장 올바른 판단일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도는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옛 친구와 재회하고도 술 한 잔 기울일 여유가 자신에겐 없는 것인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과분한 행운이라 여겨야 하는 건지.

그때 가만히 있던 레미나가 입을 열었다. 침대 한쪽에 웅크려 앉아있던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미르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유미르네님.”


그녀의 개입이 못마땅했는지 유미르네는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섰다. 차라리 제리온이나 이칼롯은 로샤단이라는 연관성이라도 있지, 그녀가 볼 때 레미나는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무슨 소리죠?”


“로샤단이 뒤집어쓴 누명은 머지않아 사라질 거예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유미르네는 조소를 띄웠다.


“말이야 쉽네요. 그래 어디, 왕을 찾아가 알현신청이라도 할 건가요?”


“물론 그럴 거예요. 제가 이분들의 무죄를 입증할 거고요.”


“후, 당신이 뭔데요? 고위심판관이라도 되나봐요?”


“심판관은 아니지만 그와 동등한 자격은 가지고 있답니다. 제 이름은 레미나 리크나이츠, 이 나라의 공주입니다.”


유미르네는 처음에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 허풍선이 좀 어떻게 해보라는 듯이 루도를 바라보았을 때 그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 덩달아 입이 굳어졌다. 레미나는 허리를 세운 채 똑바로 그녀를 직시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허풍에서 나오는 떳떳함이 아니었다.


“설마 그 레미나가 이 레미나였다니...하지만 공주는 죽었다고 들었는데?”


“소문이란 왜곡되기 마련이죠. 당신이 보고 있는 게 진실이랍니다.”


유미르네는 몇 차례 뺨을 긁적이더니 선뜻 모자를 벗었다. 그건 레미나를 공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무언가 음모가 있을 거라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누명을 쓴 게 누군가의 모함이라면, 그 누군가가 노리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자가 람과 카토르를 죽인 것일까. 그렇다면 발렌스 상회를 습격했던 것도...?

진상이 어찌됐든 공주와 함께 행동한다는 사실로 보아 꽤 스케일 높은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유미르네가 말했다.


“...단지 그 말을 하려고 저를 불러 세우신 건 아니겠죠?”


“물론이에요. 로샤단은 결코 악한 집단이 아닙니다. 믿어주시겠어요?”


“하아, 믿는다면?”


“당신을 고용하고 싶어요. 어때요?”


방 안이 일제히 술렁였다. 특히 제리온은 즉시 펄쩍 뛰고 나섰다. 그는 레미나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


“누님,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레미나는 대답 대신 제리온의 손을 차갑게 쳐냈다. 그 찰싹, 하는 소리에 제리온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완벽히 공주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를 보며 그는 지금은 자신이 끼어들 시기가 아님을 직감했다. 레미나가 말했다.


“우리의 여정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 될지도 몰라요. 만약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다면 당신에게는 공주를 호위했다는 훌륭한 경력이 덧씌워지겠죠. 그리고 저는 이 일의 보수로 천 골드를 제시하겠어요. 어떤가요? 보수와 명분, 그 어느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천 골드면 웬만한 집 두 채는 살 수 있는 돈이다. 목숨 값치고는 결코 싼 액수가 아니다. 게다가 레미나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개인적인 명예까지 따라온다. 유미르네의 눈동자가 이채롭게 빛났다. 보수의 가치를 헤아리는 건지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주판을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돈, 명예, 그리고....

철커덕. 그러다 그녀는 대답 대신 방문을 열고 나갔다. 막 1층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생각해 봐야겠어요. 내일까지 답을 드리죠. 괜찮겠죠?”


“아, 네. 대신 제 의뢰를 받아들일 거라면 조금 일찍 오셔야 해요. 저흰 정오가 되기 전에 떠날 테니까...”


유미르네는 피식 웃으며 방문을 닫았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가며 내는 발자국 소리가 일행이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뚜벅뚜벅, 그 규칙적인 움직임은 기이하게도 시계침이 돌아가는 소리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일행은 입을 딱 벌린 채 굳게 닫힌 방문과 레미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녀가 보여준 묘한 박력에 다들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해야만 했다. 결국 유미르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즈음에야 제리온이 혀를 차며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레미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글쎄. 이 여정은 장난이 아니니까. 나도 경호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무슨...우리가 못 미덥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난 그냥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야. 로샤단은 너무 폐쇄적이잖아?”


뒤에 있던 에레이시아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제리온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레미나는 얼마 전 그가 자신을 윽박질렀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제리온은 무안했던지 목을 연방 뚜둑뚜둑 꺾었다.

물론 그녀의 행동이 비단 그런 목적에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전력의 강화를 꾀한다는 건 단지 제리온의 관점에서 설명한 것일 뿐이다. 그 증거로 그녀는 얼떨떨해하는 루도를 보며 생긋 미소 지었다.


“친한 친구라 했지? 꼭 올 거야. 걱정하지 마.”


“으...응?”


아마도, 이게 그녀의 진정한 의도였을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추후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정보 수집도, 식량의 구입도 부족하지 않게 이루어졌다. 제리온은 말을 한 필 팔아 4인승 마차를 구입해왔다. 이것으로 더욱 그럴 듯하게 귀족행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출발은 다음날 정오로 정했다. 디리터가 가져온 정보에 따르면 매일 정오마다 피난민들이 열을 지어 도시를 떠난다고 했다. 도적떼의 습격을 막기 위해 무리지어 이동하는 것인데, 일행도 그 틈에 섞여 이동하는 게 안전할 법했다.

그렇게 계획을 수정하는 사이 어느새 밤이 깊어졌다. 일행은 잠을 청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원래대로라면 방을 두 개 얻는 게 맞았지만, 일행은 여관을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주인의 언질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디리터와 에레이시아 부부가 방 하나를 쓰고, 레미나가 방 하나, 그리고 나머지 넷이 원래 있던 방을 사용했다. 제리온과 마리네가 한 침대를 쓰고, 루도와 이칼롯은 적당히 바닥에 담요를 덮고 누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양의 틈새로 고즈넉한 달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곁에 누운 루도의 고른 숨소리를 의식하며 이칼롯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일으킨 미동에 루도와 마리네가 잠시 몸을 움찔거렸으나, 이내 다시 색색대며 숨을 내쉬었다.

이칼롯은 조심스럽게 투구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시간은 이미 자정에 가까워서,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거리는 적막에 물들어 있었다. 등불 하나 켜져 있지 않아 사위는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이칼롯은 달빛을 길잡이 삼아 휙휙 골목을 횡단했다. 목적지는 낮에 갔던 지하주점이었다. 거리를 걷는 동안 그의 머릿속으로는 계속 한 가지 의문이 맴돌았다.


‘우리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루도나 마리네와의 만남을 기뻐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의 코 없는 문지기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침을 삼키는 그를 무시한 채 이칼롯은 곧장 카운터로 가 앉았다. 주점은 여전히 음침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낮과 비교해보자면 확실히 가라앉아 있었다. 큰소리로 잡담을 나누는 취객도, 껄껄대며 폭소하는 양아치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손님은 구석 테이블에 모여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램프는 중앙 천장과 바텐더가 있는 곳에 각각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두 개 가지고는 주점 안을 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구석에 앉은 사람들은 간신히 실루엣만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텐더는 낮에 왔을 때의 그 남자였다. 피로가 쌓였는지 의자에 살짝 늘어져 있었지만, 이칼롯을 보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런 시간에 오다니, 생각보다 주당이셨군.”


이칼롯은 말없이 턱을 괸 채 술을 기다렸다. 바텐더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라비 드 로제’를 한잔 따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칼롯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 모습을 보고 근처에 있던 취객 하나가 낄낄대며 말했다.


“술 속에 이야기가 있는 건가, 아니면 이야기 속에 술이 있는 건가. 킬킬킬.”


늦은 시각이니만큼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이칼롯은 은화 여섯 개를 직접 바텐더에게 건네며 말했다.


“까마귀.”


돈을 챙기려던 바텐더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돈을 도로 밀어 넣었다.


“으음, 이 돈은 받을 수 없겠소.”


“...무슨?”


“말해줄 정보가 없다는 거요.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거라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것뿐인데, 솔직히 그거 말해주고 돈 챙겼다간 칼침이 들어올 거 같으니.”


이칼롯은 그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바텐더는 은화를 보며 입맛을 다실 뿐,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1실버짜리 정보도 없는 거요?”


“글쎄올시다. 여자고, 20대 초반이고, 외모와 몸매가 매우 빼어나다는 거? 솔직히 정보라고 할 만한 게 아니군.”


그때 뒤쪽에서 키들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등을 돌려보니 얼큰하게 취한 남자가 빈 술잔을 180도로 기울이고 있었다. 낮에 유미르네에게 치근대던 그 남자였다. 그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왠지 그 돈은 내가 챙겨야 할 거 같은데? 킬킬킬.”


이칼롯은 즉시 그 남자의 앞에 가 앉았다. 돈을 내밀자 남자는 휘청거리며 그것을 챙겼다. 그가 말했다.


“뭐요. 형씨도 그년이랑 떡 한 번 쳐볼라고? 그런데에..히끅! 그년은 좀 비쌀 텐데.”


남자는 만취하여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현상금을 노리고 왔다면서 이런 꼴이라니, 보는 사람이 한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이칼롯은 그를 의자에 바르게 기대게 하고는 물었다.


“까마귀를 알고 있다고? 그녀에 대해 말해주시오.”


“킥킥킥, 그을세...더럽게 비싸다니까아? 그래놓고 밑구녕이 허벌창이면 돈 아까워서 어쩐다?”


이칼롯은 살짝 이마를 찡그렸다.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찾은 건가 싶어 도로 돈을 가져가려 하는데, 남자가 의자등받이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본명은 몰라. 나이도 몰라. 출신도...몰라.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다녀서 그냥 까마귀라고 부르고 있지. 그년도 그게 마음에 든 모양이고. 사냥꾼 짓을 시작한 건 2년쯤 전부터고, 그 전에는 어느 용병단의 멤버였어.”


“...계속하시오.”


“킬킬. 그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으니 실력이 좋은 건 당연지사지. 사냥꾼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잡은 수배자만 30명은 될 거야. 엄청난 성공률이지. 이제...히끅! 다르무스에서 까마귀를 모르는 놈은 없을 걸?”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술을 달라는 듯 왼팔을 휘저었다. 이칼롯은 술 대신 레몬즙을 얻어와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그걸 마시곤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이칼롯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그녀의 동료인가?”


“도옹료? 킥, 그년은 동료 같은 거 안 키워. 늘 혼자 행동한다고. 난 그냥 어떻게 좀 따먹어볼까 싶어서 들이대는 쓰레기일 뿐이지. 그렇잖아? 자지만 득시글대는 세계에 홍일점 하나가 들어왔는데, 히끅, 씨이팔. 얼굴 이뻐, 몸매는 또 죽여주지, 거기다 하필 솜씨까지 좋단 말이야. 하긴, 실력이 없었다면 진즉에 어딘가의 뒷골목에서 강간당해 죽었겠지. 다르무스에서 그년을 강간하려던 놈들이 몇 있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전부 거시기가 잘리고 눈알이 뽑혔어! 크키키키킥, 미친년.”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정신없이 폭소했다. 어찌나 자지러지게 웃어대는지 투구 사이로 침이 튀었다. 이칼롯은 손수건으로 이를 닦고는 은화 두 개를 그 남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 남자가 말했다.


“킬킬...형씨 씀씀이가 크시구만. 어쨌든 들어봐. 그래서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그래서 말빨로 그년을 꼬시려는 새끼들이 있었는데, 어림도 없었지. 완전 철벽 수비였어. 그래서 이년 혹시 레즈비언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한 새끼가 그년이랑 잤다고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 새끼는 못 생기고, 뚱뚱하고, 잘 씻지도 않아 늘 냄새를 풍기는 놈이었어. 당연히 나는 허풍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허풍이 아니었어.”


“....”


“돈, 돈이야. 아무리 잘생긴 남자가 와도 꿈쩍도 하지 않던 년이 돈에는 가랑이를 벌린 거지. 그렇다고 까마귀를 따먹은 새끼들이 많아진 건 아니었어. 그년이 부르는 액수가 말도 안 되게 비쌌거든. 히끅, 전번에 먹은 새끼가 얼마를 냈더라? 여하튼 일반 매춘부 열댓 명이랑도 할 수 있는 액수였어. 정말 돈에 환장한 년이지. 후우, 젠장.”


남자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 쉴 새 없이 입을 나불대 술이 깬 것일까,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조금 빛이 돌아와 있었다.


“그러니까 형씨도 돈 아까우면 일찌감치 손 떼. 그년은 돈이 있어야만 나긋나긋해지는 년이라고. 킥! 내가 말했지만 정말 그럴싸하네. 돈이 아니면 죽음을? 아니, 돈이 없으면 죽음을? 크크크, 그 자식들도 가진 돈이 다 떨어져서 뒈진 거 아니야?”


이칼롯의 동공이 약간 확대됐다. 그는 비틀거리는 남자의 어깨를 움켜쥔 채 말했다.


“방금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자식들이라니.”


“어? 내가 말 안 했던가? 거 있잖아. 그년 용병단.”


“....?”


남자는 반쯤 입을 벌린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램프의 불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기름이 떨어진 것일까? 그러나 바텐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새 주점 안에 있는 사람 모두가 그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남자는 오한이 이는지 살짝 어깨를 떨며 말했다.


“본명도, 출신도, 나이도...왜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는지 알아? 아는 놈이 없으니까! 크크, 그년이 있던 용병단 이름이 뭐였더라? 여하튼 한 60명쯤 되는 중대 규모의 용병단이었는데.....다 죽었어. 어느 날 갑자기. 그년, 까마귀 하나만 남겨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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