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074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4.18 03:27
조회
668
추천
24
글자
17쪽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DUMMY

로시오의 마도학 강의는 주 2회로 오전 내내 진행되었다. 초보 마법사라면 먹고 자는 일 외의 전부를 학업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래도 공주라는 신분을 감안하면 이 정도 시간을 할애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레미나와 제리온은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둘은 어린 만큼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게다가 재능도 있어 날이 갈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특히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레미나는 그 성취도가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단숨에 제리온을 앞질러나간 것은 아니었다. 전술한 대로 그녀는 공주라는 신분상 마법 외에도 익혀야 할 일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제리온은 정규 수업이 없어도 항상 집에서 연습한 반면, 레미나는 승마나 사교댄스, 기타 교양 학문을 배워야 했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마법사로서의 실력은 제리온이 항상 앞서나갔고, 이는 그에게 마지막 남은 자긍심이기도 했다.

마법에 대한 둘의 인식 또한 차이가 났다. 제리온은 엄청난 경쟁의식을 발휘해 레미나가 따라잡지 못하도록 무진 애를 썼다. 반면 그녀는 마도학은 수업을 하나의 놀이거리, 혹은 궁을 떠날 수 있는 일종의 여흥으로 여겼다. 어쩌면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제리온과 항상 생글거림을 잃지 않는 레미나의 대비되는 모습은 여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둘 사이에 묘한 유대감이 생겨났다. 물론 이도 양자 간에 차이가 있어 제리온은 그녀를 라이벌 및 귀찮은 공주로 여겼지만, 레미나는 그를 귀여운 동생으로 생각하고 아꼈다. 형제가 없는 그녀에게 제리온은 마음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또래이기도 했다.


“예에이, 나는 대(大)모험가 레미나 리크나이츠다! 넌 누구냐!”


그날은 아침부터 레미나의 주도로 상황극 놀이가 한창이었다. 로시오는 마법 친위대장이라는 직분상 급한 용무가 생길 때가 있었는데, 수업과 겹칠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자습시키고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그럼 아이들은 잠자코 책을 읽다가도, 곧 레미나가 땡땡이를 치면 제리온이 이에 휘말리는 게 어느덧 정해진 수순처럼 되어버렸다.


“예~. 전 초급 마법사 제르카엘시온 멜피드올시다.”


제리온은 정원에 팔베개를 하고 누운 채 심드렁하게 답했다. 고귀하신 공주님 앞에서 어찌 이런 무례를 범하냐고 하겠지만, 1년간 서로 단물 쓴물 다 맛본 탓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이다. 물론 이건 단둘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고 제리온도 제삼자가 있을 땐 공주라는 존칭을 깍듯이 사용했다. 그나마 수업 중에 태클을 걸 만한 게 레미나의 호위 기사들인데, 그들도 1년이 지나자 진이 빠졌는지 마도학 수업 땐 거실에 들어가 조용히 대기했다.


“아니지, 제리온! 넌 지금도 초급 마법사잖아. 좀 더 멋지고...응, 동경하는 역할을 해야지.”


그가 상황극 자체에 흥미가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레미나는 목소리를 부르짖으며 그를 질타했다. 그러자 제리온은 풀밭을 두어 바퀴 구르다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귀찮음을 표현했다.


“헤에, 그래요? 그럼 누님은 공주님 하면 되겠네. 세상 모든 계집애들이 누님을 동경하니까.”


“그거야말로 안 되지! 난 지금도 공주니까. 자기 위치를 연기하면 그게 무슨 상황극이니? 어쨌든, 나 대모험가 했으니까 너도 다른 걸로 골라.”


레미나는 막무가내로 놀이를 진행했다. 이쯤 되면 그냥 못이긴 척 어울려주는 게 좋으련만, 원체 모난 성격인 제리온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공주가 무슨 연극이냐고요. 그리고, 대모험가는 또 뭐에요? 마법을 공부하고 있으면 당연히 베너러블(Venerable)이나 업솔루트(Absolute) 마법사를 동경한다고 해야지.”


“응? 근데 마법사는 별로 없어 보이잖아.”


“뭐요?!”


자신 또한 모험가나 기사가 훨씬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마법사를 경시하는 발언에 제리온은 발끈했다. 그가 정색하고 반응하자 레미나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야, 난 절대 대모험가는 못 될 거 같잖아. 그런데 베너러블 클래스 정도는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 같거든. 이룰 수 있는 꿈은 좀 재미없지 않니?”


그녀는 자신의 마력 감응도와 지금까지의 성취도, 앞으로의 가능성 등을 취합해 스스로를 평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녀가 지닌 천부적인 재능을 감안하면 그렇게 과장되게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 없는 제리온은 그 말을 듣자 순간 열이 뻗쳐올랐다. 그는 고개를 슬쩍 돌리고는 땅바닥에 대고 중얼거렸다.


“...건방진 년.”


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공주라는 신분 때문에 그녀를 해코지할 수 없을 때 그가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목소리가 컸는지 레미나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녀는 즉각 볼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앗! 너! 다 들었어! 방금 나한테 건방진 년이라고 했지!”


“...들었어요? 공주가 되가지고 쪼잔하게.”


“그렇게 크게 말하는데 그럼 안 들리겠니? 왜 내가 건방진데!”


그녀는 팔을 휘저으며 제리온을 다그쳤다. 그러나 호박씨를 깐 게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제리온은 태연했다. 앞서 말했듯이 1년간 아옹다옹했기 때문에, 그는 공주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중 그가 알아낸 레미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녀에게 모독죄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제리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안 건방져요?”


“그럼! 안 건방지지! 난 그저 내 현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을 고려해서 말한 것뿐이라고. 그거 가지고 사람을 건방지다고 평하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니? 안 그래?”


“아...그렇군요.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앞으론 조심하죠.”


“흐응, 그치 그치? 잘 생각했어. 남을 평가할 땐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아.”


늘 이런 식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악담을 했다는 사실보단 ‘건방지다’라는 표현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반박을 끝냈다. 그녀의 다소 엉뚱한 성격은 경우에 따라 이렇게 이용해먹을 수도 있었다.


다시 1년이 흘렀다. 멜피드가(家)의 정원에 라일락이 지고 피는 동안, 아이들은 몰라볼 만큼 자라났다. 이쯤 되자 퉁명스러운 제리온도 레미나와 자신이 치고받고 싸웠어도 결국 미운 정이 들었음을 부정하지 못했다. 어느새 그녀와 있는 시간이 아버지나 메이드와 있을 때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고, 레미나 역시 그를 변함없이 친한 동생으로 대했다. 말다툼도 이젠 끝난 직후에 웃어넘길 정도가 되었다. 만약 지나가는 행인이 둘의 모습을 봤다면, 아마 친한 남매일 거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돈독해진 두 사람과 달리 왕국의 정세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략적 요충지인 마드리고를 두고 아스트리카 왕국과 다시 충돌이 불거졌고, 이는 금세 전화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로시오가 집을 비우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주 2회이던 수업은 1회로 줄어들었고, 이조차도 둘이서 자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부친이 떠나 쓸쓸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리온은 늘 요란한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얏호, 제리온! 좋은 아침~.”


“...또 왔어요? 누가 보면 빚 받으러 오는 줄 알겠네.”


“에헤, 너희 집 정원은 향기가 너무 좋거든. 궁전에서도 이렇게 하모니가 이루어진 꽃밭은 드물어.”


이렇듯 레미나 공주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틈틈이 제리온의 집을 찾았다. 이는 그녀가 말한 대로 정원의 여유를 만끽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외로워할 제리온을 생각한 그녀 나름의 마음씀씀이가 더 컸다. 이제 제리온은 국왕과, 그녀를 수행하는 하인들을 제외하면 레미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궁전으로 돌아가기 전 제리온은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어째서 자신에게 그리 관심을 가지는지,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궁금해진 것이었다. 그러자 레미나는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준 도시락, 너어무 맛있었어. 내 평생 그렇게 달콤한 음식은 처음이었을 거야~.”


그 말을 듣자 제리온은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단 말인가. 자신이 폭언을 내뱉은 일은 이미 까맣게 잊었으면서 말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어처구니가 없는 웃음이든, 정말로 호감이 가서 지어지는 웃음이든 간에 말이다.


군사도시 마드리고를 놓고 벌어진 양국 간의 사투는, 엄청난 사상자를 낸 끝에 결국 리크나이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창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하던 그곳에도 점차 새들의 노래가 들려오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당당하게 고향으로 개선했다. 마법 친위대장으로서 전장에 투입됐던 로시오 역시 로브를 펄럭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감격에 겨워 제리온을 꽉 껴안았지만, 제리온은 웬 대수냐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난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올 줄 알고 있었어. 아버지는 불사신이니까.”


“오냐, 이 못난 강아지 녀석아. 불사신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어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얘기나 좀 들어보자꾸나.”


제리온은 그가 떠나있는 동안 조용히 마법 공부를 하며 지냈으며, 가끔 레미나 공주가 들러 자신과 놀아주었다고 말했다. 로시오는 이를 듣고 그녀의 다정함에 다시 한 번 놀랐고, 다음 날 그녀를 알현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로시오가 돌아와 활기를 되찾을 거라 여겼던 마도학 수업은 뜻밖에 레미나의 잦은 결석으로 점차 시들해지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마법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는 건 제리온조차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나이를 먹고 성숙해져감에 따라 정치적인 회합이나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잦아져 마도학 수업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해졌고, 그녀가 14살이 되었을 무렵부턴 결국 수업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공주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리온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려 일부러 기지개를 켜며 웃었다.


“하! 것 보라고. 지체 높은 공주님은 이런 거엔 진즉에 어울리지 않았다니까. 이제야 자기가 있을 곳을 깨달은 거야.”


그렇게 그는 그녀를 타박하는 것으로 아려오는 가슴 한 켠을 설득했다. 그러나 6년간 쌓은 추억을 어찌 그리 쉽게 저버릴 수 있으랴. 아무리 매사에 냉소적인 제리온이라도 그때만큼은 한없이 우울해지는 기분을 어쩌지 못했다. 그날 그는 하루 종일 정원 풀밭에 누운 채, 멀리 보이는 궁전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아마 그곳에선 레미나가 여러 명문가의 귀족들과 만나며 친분을 다지고 있을 터였다.


‘그러면 된 거지, 뭐. 피차 애초에 노는 물이 너무 달랐어. 누님이라는 호칭은 내겐 너무 과분했다고요, 웃기는 공주님.’


그는 해가 질 무렵에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레미나는 찾아오지 않을 정원에 홀로 앉아, 그는 마도학 서적을 파라락 넘기기 시작했다.


14살이 되던 해에 제리온은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로시오의 마도학 수업이 사라진지 꼭 2년째가 되는 봄날이었다. 언제까지 아버지에게 엉겨 시간을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신 또한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자니 좀이 쑤실 지경이었기에 제리온은 망설임 없이 아카데미 입학을 결정했다.

입학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애초에 마도학 전공은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고, 이마저도 제리온은 특채로 뽑혀갔다. 마나스톤 검사도 통과 못한 입문자들이 득시글대는 곳에서 어린 나이에 2클래스 마법까지 구사 가능한 제리온의 경력이 큰 가산점이 된 것이었다.

마도학 전공 수업은 그 수강 인원이 40명 안팎으로, 다른 인기 학과에 비교하면 스산한 분위기가 들 정도였다. 전술학이나 정치외교학 같은 분야는 수업마다 백여 명씩 인원이 몰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마도학이 얼마나 인기 없는 분야인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해줬다.

광활한 강의실에 의자만 한가득, 그러나 인원이 없어 태반이 비어 있는 상태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올해도’ 적은 신입생들을 보며 교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반갑다 학생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마도학이 몰락해가는 전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길 바란다. 인원이 없다는 것은 경쟁자가 없다는 뜻, 학생들은 가까운 미래에 국가를 짊어질 위대한 마법사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마법이야말로 인간이 남긴 가장 강력한 유산 중 하나라는 걸 학생들의 손으로 증명해주길 부탁하는 바이다. 난 한 학기 동안 ‘마도학 입문’ 강좌를 맡게 된 타리남 로독이다.”


‘웩, 말투가 뭐 저따구야.’


마치 군인 같은 딱딱한 말투에 제리온은 혀를 내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눈앞의 교수는 그들이 생각하던 교양 있는 지식인과는 달리 고압적이고 자부심에 찌들어 있었다. 타리남은 신입생들 사이에서 터진 소란을 일축한 뒤, 느닷없이 한 사람씩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자, 그렇다면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과연 마도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해주기 바란다. 단, 세 개의 단어로 말이지. 자신의 의견을 간결히 다듬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야.”


처음 일어난 학생은 쭈뼛거리며 ‘진리, 탐구, 열정’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타리남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정석이지만 훌륭한 답이다. 그러나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해서는 최고의 위치에 다다를 수 없지. 옆의 학생?”


그 뒤로 정진이라든지, 도전, 실험과 같은 실로 왕도적인 대답이 계속되었다. 타리남은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답변의 부재에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건 어쩌면 실망하는 척하여 자신의 교양과 학식을 강조한 것인지도 몰랐다.

마침내 제리온의 차례가 왔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실전, 선공, 분쇄.”


군대에 가서 질문해도 이런 직설적인 대답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마법사가 되길 희망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니. 학생들은 전원 경악하여 말도 안 되는 의견을 피력한 학생의 얼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제리온은 자신이 구경거리가 되자 기분이 언짢아졌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진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마법의 길에, 그 세 단어보다 적합한 용어는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예상대로 타리남의 표정은 붉으락푸르락하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는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물었다.


“자네...어째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겠나?”


“그야 뭐, 저는 마도학이 이 지경에 이른 건 지금까지 실전을 경시하고 이론에만 집착했던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인기 학과들을 보십쇼. 전부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들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마도학은 아직도 책만 읽고 약초나 뒤섞고 있으니 발전이 있을 리가 없죠. 뭐, 그렇게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전 사양입니다. 남자라면 책상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활약하는 게 어울리죠. 그리고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제공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을 격파하는 일이 목적이므로 선공과 분쇄라고 답한 겁니다.”


그를 제외한 전원이 입을 딱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몇몇은 그가 교실을 잘못 찾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검술이나 격투기 전공 안내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타리남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출석부를 미친 듯이 넘겼다. 그가 말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제르카엘시온 멜피드입니다만.”


“멜피드? 자네가 마법 친위대장님의 아들이로군. 그런데 어찌 그런 야만적인...허어~.”


제리온의 페이지를 찾은 타리남은 그의 가용마법 리스트를 발견하곤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리온이 익힌 마법들은 전부 살상 가능한 파괴적인 것들 일색이었다.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아드레노프의 작렬(Adrenoff's burst), 버닝 핸드(Burning hand), 쇼크(Shock)등. 이 정도면 마법사라기보단 걸어다니는 살인병기라고 부르는 게 적합할지도 몰랐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4.18 12:11
    No. 1

    역시 제리온ㅋㅋ
    자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답변의 부재라는 말은 결국 모든 답변이 감동적이라는 뜻이 되어버리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1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7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79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7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1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3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89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2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1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6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2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2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0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5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4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09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4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3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89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5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4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0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39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6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0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5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29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0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6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6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6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