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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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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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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4.23 03:47
조회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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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7쪽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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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나타니엘. 그건 뭐지?”

“어, 이거? 이번에 새로 주문제작한 검이야. 철을 굳히기 전에 녹인 토파즈를 섞어 넣었지. 색깔 괜찮지?”

“그래서 뭐냐고. 네가 검객도 아니고, 그걸 휘두를 생각인가?”

“하하하. 물론 아니지. 리크나이츠 왕실에 기증할 생각이니까. 아, 하지만 보통 검은 아니라고. 내 평생의 지식을 여기다 쏟아 부었으니까.”

“마법검인가. 무슨 능력인데?”

“능력 자체는 대단치 않아. 요는 발동조건이지. 정신계 주문을 스펠트랩(Spell Trap)형식으로 걸었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이지!!”

“흐음...그래서 어떻게 발동하는 거지?”

“간단해. 내 마음에 드는 녀석에게만 검이 반응하도록 설정했지. 오직 내가 인정한 녀석에게만!”

“....잘 나셨군. 요는 눈꼴 시린 놈에겐 안 주겠단 말이잖아.”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내가 이걸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조건이 까다로워서 누가 써줄 지나 모르겠군. 검 이름은 뭔데?”

“이름? 대충 클라리스의 원래 성으로 지었는데.”

“...텔슈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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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쉭, 쉬익! 그의 설명대로 에스터페른의 공격은 도저히 눈으로 읽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느꼈을 땐 이미 몸 어딘가가 찢겨나간 뒤였다. 공격이 끝난 후 수초가 흐른 뒤에야 먼지며 모래가 흩날려 바람의 궤적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어렴풋이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아반케즈의 아이와 에리안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둘의 싸움은 처음부터 결판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펠아람의 아이는 이미 오랜 권능의 남용, 특히 에리안델과의 전투로 인해 에센스를 대부분 소비한 상태였다. 반면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막 각성을 끝낸 상태. 에센스는 차고 넘칠 만큼 많았다.

단순히 막고만 있어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펠아람의 아이는 상처 재생을 포기하고 곧바로 오오라를 방출했다. 사이드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오오라가 맹렬하게 그를 향해 퍼져 나갔다.


“우왓, 절대소거다!”


리카르고를 죽이고, 에리안델의 하반신을 날려버린 그 기술이었다. 그러나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두 번씩이나 손 놓고 있진 않았다. 그가 힘을 주자 회오리가 일순 증폭하더니, 그 안에서 생성된 바람 칼날 몇 개가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바람은 그대로 펠아람의 아이의 손목을 절단하고, 사이드를 멀리 논두렁 밖으로 날려버렸다. 통제에서 벗어난 사이드는 얼마 후 수정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윽...큭...!”


“끝났다, 펠아람. 얌전히 죽어.”


패배를 선고받았을 때 일그러지던 그의 얼굴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분노와 공포, 회한과 굴욕, 증오와 좌절. 힘 있는 자의 추락이란 이런 것일까. 그는 도저히 패배를 수긍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웃기지 마라, 이 쓰레기가!”


그는 무기도 회수하지 않은 채 무작정 도약했다. 그리고 그런 무모한 공격은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날린 바람에 무력하게 가로막혔다. 펠아람의 아이는 풍압에 날려 지면에 곤두박질 쳤다. 부러진 발목 사이로 뼈가 튀어나온 게 보였다.


“끄악...으아아!!”


그는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조금 전까지 광기에 휩싸이다시피 폭소를 연발하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아루의 수정을 되찾으려 했지만, 그건 이미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 버린 뒤였다. 그리고 미처 몸을 일으킬 틈도 없이,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발치까지 다가왔다.


“컥...으...헉...!”


그는 말없이 펠아람의 아이의 목을 밟았다. 그대로 힘을 주어 분질러버릴 생각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일렁이는 아지랑이들은, 오오라라기보다는 차라리 그가 내뿜는 분노의 형상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큭...큭큭큭큭..”


막 숨통을 끊기 직전이었다. 펠아람의 아이의 입에서 신음인지 웃음소리인지 모를 것이 연이어 터졌다. 그의 얼굴도 고통과 환희가 반씩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우습나? 이제 죽을 거라는 사실이?”


“크...킥...크키키킥...”


“자비를 바라진 말아라. 죽음으로도 네 죄를 씻을 수는 없을 테니까.”


“킥킥...즐거워 보이는데.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겨 들떴나? 킥!”


그의 조롱조에 발끈했는지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그 즉시 손가락을 꺾었다. 짧은 비명소리가 이어졌지만 그는 조금 전처럼 심하게 고통스러워하진 않았다.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말했다.


“그래. 널 죽일 수 있어서 아주 기분이 좋아. 어떻게 너 같은 살인마가 신의 아이가 될 수 있었던 거지?”


“크크크...너라고 다를 거 같아? 한 번 해보라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어.”


“미안하군. 난 너처럼 사람을 죽이는 데 에센스를 낭비할 생각은 없어.”


그러자 펠아람의 아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머금었다.


“낭비? 넌 정말 그게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야? 인간을 죽이는 것만큼 생산적인 행위가 어디 있다고!”


우둑. 이번에는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한편 케리아돌은 어째서 빨리 숨통을 끊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수정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그리고 중상을 입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다. 그녀가 외쳤다.


“무얼 하는 게야? 어서 끝장을 내!”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슬쩍 흘겨보았을 뿐 그녀의 명령에 따르지는 않았다. 상대는 여전히 할 말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하, 완전히 사육당하셨군. 난 너 같은 꼭두각시랑은 달라. 반드시 신의 의지를 실현시키고야 말 거다. 키키킥...”


“신의 의지? 무슨 소리지?”


“인간을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거지! 이 썩은 세상을 보라고. 인간이 사라지면 훨씬 평화로울 거란 생각해본 적 없어? 넌...스스로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천만에! 우린 신이다. 그리고 내가 신으로 태어난 이유는 하나지. 내가 받은 힘은, 오직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다!”


미쳤다. 이 녀석은 확실히 미쳤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남자는 그저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마일 뿐이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어서 그를 죽이고,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할 순간이었다.

그러나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서기 시작하더니, 그는 갑자기 펠아람의 아이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런! 개똥 같은 망상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냐! 네놈 때문에, 네놈 때문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런 상황까지 와서도 당당하다니, 이 얼마나 뻔뻔한 작태란 말인가!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눈을 뽑고 혀를 잘라서라도,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데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 와서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용서할 수 없었다. 이대로 편히 눈을 감게 할 수는 없었다.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똥오줌을 지릴 때까지 ‘심판’해야 한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전투가 완전히 끝났다고 착각한 채.


“안 됐구나! 넌 여기서 죽고, 그 거지 같은 꿈도 이제 끝이다. 이 개자식아아!!”


“끄...큭큭...그래...난 여기서 죽겠지...”


퍼억, 퍼억. 건틀렛을 낀 주먹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펠아람의 아이는 저항할 생각도 않은 채 그 공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찢긴 살점과 어금니가 여기저기로 튀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펠아람의 아이의 눈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이상은...끝나지 않았지.”


그 순간 논두렁에 떨어졌던 아루의 수정이 공중에 붕 뜨더니, 그대로 에스터페른의 아이를 노리고 날아왔다. 수정은 날아오는 중간에 사이드의 모습으로 변했고, 빙글빙글 돌며 회전력을 높였다.


“윽...!”


뒤늦게 낌새를 알아차렸지만, 튕겨내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에스터페른은 그대로 바람을 밟고 도약했다.


“크...크카카카카캇!”


“무, 무슨 짓을!”


나타니엘과 케리아돌이 동시에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둘의 공격은 사이드에 의해 간단히 튕겨졌고, 접근하려던 타이달루크도 물결치는 오오라를 보곤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래, 차라리 그때라도 끝냈어야만 했다. 아직 최후의 권능이 행해지지 않은 그때. 그러나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그 순간에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후,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수정이 있다한들 넌 절대 날 이기지 못해.”


“크하하! 그래. 널 이기는 건 무리지. 하지만 아직 에센스는 남아있다!”


펠아람의 아이는 사이드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아직도 연한 자색을 띠고 있는 아루의 수정, 그 안에서는 펠아람의 에센스가 폭발할 듯 물결 치고 있었다.


“아루의 수정은!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지!”


“무슨 짓을...”


수정에서 방출된 풍압에 근처 사물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풍압은 펠아람의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의 발목과 얼굴 상처 등에서 피와 살점이 흩날렸다. 그러나 뒤틀린 그의 얼굴은 고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쾌락이었다.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 카하핫! 이렇게는 안 되고말고. 내게 남은 수정의 힘을 모두 모아 예언하겠다. 다음 소환 때, 누군가가 반드시 나의 유지를 이어받으리라. 하나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아무도 아닐 수는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 종족을 이 땅에서 멸하고 말리라.”


“뭐...뭐라고!!”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뒤늦게 위험을 감지하고 질풍을 날렸다. 그의 공격이 적중함과 동시에 수정의 에센스가 폭발을 일으켰다.

파앗!

빛이 사라지자 나타니엘이 가장 먼저 그의 시신을 살폈다. 바람 칼날에 깔끔하게 목이 잘린, 두말할 것도 없는 즉사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텅 비어버린, 이제는 단순한 유리구슬이 되어버린 아루의 수정이었다.


“서...설마...”


그는 경악했다.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저주를 내릴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나타니엘은 아루의 수정을 보며 몸을 떨었다.

펠아람의 에센스는 모두 사라졌다. 그가 죽었기 때문에? 아니면 저주를 내리는 데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목이 잘린 게 먼저였는가, 아니면 권능이 행해진 게 먼저였는가.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케리아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넋이 빠진 듯 멍한 얼굴이었다.


“행해졌다...”


공기가 어깨를 짓눌렀다. 나타니엘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현기증이 일어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기는 에스터페른의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무...그게 무슨...설마 저주를 내릴 줄은...”


퍼억. 그는 케리아돌의 주먹을 맞고 그대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는 아반케즈의 아이 때만큼이나 분노로 치를 떨고 있었다.


“교만 떨 때부터 알아봤다, 멍청한 놈! 네놈의 어리석음이 이 땅을 파멸로 몰고 간 게야! 다음 소환 때도, 저런 미치광이 신의 아이가 나온다니!”


그러자 나타니엘이 떠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다음 소환이라면 500년 뒤가 아닙니까. 그럼 아직 한참이나...”


“그래! 네놈들은 모두 죽어 먼지조차 안 남은 후겠지. 하지만 난 다시 이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한단 말이다! 오, 아루여, 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단 말입니까!”


‘어차피 우리 세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혹은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낙관론을 펼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500년 뒤에도 이 같은 일이 다시. 신의 아이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었다. 차라리 악마와 부대끼는 게 나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내, 내가 무슨 짓을...그때 바로 죽였더라면...”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심하게 자책했다.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후대에까지 누를 끼쳤다는 데에 그는 대단히 괴로워했다.

그때 에리안델이 입을 열었다.


“...타이달루크...”


“으...음??”


“나를 되살려주세요.”


타이달루크는 선뜻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살려달라니, 이제 와 죽음이 두렵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허리 아래가 완전히 날아간 중상,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는 게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이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을 때 떠오른 것은, 바로 사령술을 이용한 언데드화(化)였다.


“당신, 설마...”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 불가능하오. 언데드로 되살린다 한들, 소멸한 신체까지 되돌릴 수는 없소. 아니, 그것보다 대체 무엇 때문에....설마, 저주를 막을 생각이오?”


“에...에리안델?”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놀라 뛰어왔다. 500년을 기다리겠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죽음이 또 하나의 안식이라면 그녀는 충분히 편안해질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해, 그런 끔찍한 길을 택한단 말인가.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가늘어졌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그녀의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막고 싶다, 막아야 한다. 그 흔들림 없는 결의를 보고 타이달루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심이오?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겠소?”


“안...되나요?”


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타니엘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그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타이달루크는 그녀의 머리맡에 검을 꽂고는 말했다.


“당신의 영혼을 이 검으로 옮기겠소. 당연히 인간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겠지만, 적어도 언데드가 되어 느낄 고통은 감수하지 않아도 될 거요. 그리고 또, 옮기는 건 ‘진짜 에리안델’ 한 명이오. 당신의 영혼은 생텀가드가 직접 거두어갈 테니, 난 거기에 관여할 수 없소.”


그러자 에리안델이 활짝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 따윈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요청을 들어준 타이달루크에게 고마워했다.


“저주는 우리가...막을게요...”


그녀가 누운 땅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끝나면 그녀의 영혼은 검에 옮겨질 것이고, 그렇게 쇠붙이가 되어 500년이란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에스터페른의 아이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대체 누가 그녀에게 이런 의무를 부과한 것인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에리안델...에리안델!!”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가 정한 일에 슬퍼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리카르고에게 안부 전해줘...나중에...”


투웅, 투웅. 마법진에서 파생된 잿빛 섬광이 그녀를 휘감았다. 빛은 타원을 그리며 회전했고, 그녀 머리맡에 놓인 검으로 점차 모여들었다. 나타니엘과 그람은 이 모든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루도 일행이 있던 공간도 점차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엇...또 어디론가 바뀌는 건가?”


-아니, 이게 끝입니다. 슬슬 나가도록 하죠.


“예? 나가다니...”


-케리아돌이 준비한 기억은 여기까지가 다입니다. 지금 나가지 못하면 기억의 홍수에 먹혀버리고 맙니다. 자, 어서.


메디치가 손짓하자 허공에 거울이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일그러지는 공간의 풍경은 마치 붕괴되는 건물의 모습과 닮아있었기 때문에 일행은 앞 다투어 거울 앞으로 모였다.

그러나 한 명, 루도만은 아직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에스터페른의 아이와, 에리안델을.


“루도, 시간 없다잖아. 빨리 와!”


“어, 잠깐만...”


둘의 대화를 뚜렷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공간이 무너지는 소음과, 과거의 타이달루크가 시전하던 마법으로 인해 둘의 목소리가 묻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디리터에게 이끌려 거울에 들어가기 직전, 루도는 에스터페른의 아이가 갑자기 땅을 치며 절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도 막을 거야! 가진 에센스를 전부 소모해서라도! 펠아람의 저주가 실현되는 걸 막아 보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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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4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6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6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8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1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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