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177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06 04:00
조회
731
추천
26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DUMMY

그 순간 막연히 느끼고 있던 병사들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났다.


“으아아?! 칵...”


병사 하나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솟아오른 거대한 입에 삼켜졌다.

편전에 모인 사람들은 그림자가 갑자기 형태를 갖추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도약하여 병사를 물어뜯는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다. 단 몇 번의 우물거림만으로 사람 하나를 꿀꺽 삼킨 녀석은 다시 그림자의 형태로 돌아가 굶주린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데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와, 와아악?! 괴물이다!!”


대다수의 귀족을 포함하여 몇몇 자제력 없는 병사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편전 안은 비상식적으로 많은 인원이 몰려 있었다. 원래 있던 병사를 포함하여 루도를 쫓아온 근위병대, 그리고 소란을 듣고 달려온 귀족들까지, 한 발자국 내디디려면 앞에 부딪히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달아나려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인파에 밀려 넘어지고, 군홧발에 밟혀 의식을 잃는 사태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몇몇 침착한 이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 그들은 겁에 질린 동료를 설득하여 용감하게 앞으로 나섰다.


“자리를 지켜라!! 우리가 달아나면 국왕 폐하와 공주님은 대체 누가 지킨단 말인가?”


그리고 한 분대가 기세 좋게 나이트셰이드를 향해 돌진했다. 병사 하나가 그림자의 한가운데에 정확히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감촉에 병사의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이 무슨...헉!”


죽기 직전 그 병사가 생각한 것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였다. 그는 정확히 그림자를 찔렀다. 말 그대로, 정말 그림자를 찌른 것이다. 대리석 바닥을 찌르는 불쾌한 감각. 나이트셰이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눈만 말똥거렸다. 그리고 병사가 창을 거두었을 때, 녀석을 기다렸다는 듯이 도약해 그를 집어삼켰다.

물고기. 도약할 때 녀석은 거대한 물고기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루도는 놈이 세 명째를 삼키는 장면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녀석은 상어다. 그림자라는 바다에 숨은 채 먹잇감을 찾아 유랑하는 상어. 그 진홍색 눈동자 속에서는 일체의 지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식욕만이 남아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을 뿐.

나이트셰이드는 순식간에 병사 5명을 먹어치우고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알아서 아가리 속으로 들어오는 자들이 사라지자, 놈은 직접 먹이를 찾아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에겐 사방팔방이 먹이 천지였다. 편전 안은 이미 아비규환을 이루어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고 있었다.

순간 녀석이 급가속하여 중앙을 가로질렀다. 무기를 든 자는 위험하다는 자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갑옷을 씹을 때의 감촉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인지, 놈은 일부러 무장하지 않은 자를 향해 돌진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양손이 결박당한 인간에게.

그 시점에서 루도는 나이트셰이드가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대편으로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것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끊임없이 제동을 당한 그가 녀석을 뿌리칠 수 있을 리 없었다.

루도가 다급하게 주위의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이, 이봐, 이봐요! 이 밧줄 좀 풀어줘 봐요 빨리!”


그러나 그에게 다가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이트셰이드가 두려운 탓도 있지만, 아직 공주를 인질로 삼은 납치범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은 탓이었다. 루도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줄행랑을 재개했다.


“우아아악! 공주, 어떻게 좀 해줘!”


그는 급한 대로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즉석에서 떠오른 가설이긴 하지만, 정말 녀석이 그림자라면 기둥에 가로막혀 자신에게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루도의 가설은 정확했다. 다만 나이트셰이드의 본래 완력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녀석이 기둥을 빙 돌아오느라 시간을 지체하리라 예상한 루도는, 그러나 녀석이 ‘철썩’ 하고 튀어 오를 때 내는 특유의 도약음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소리는 분명 기둥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나이트셰이드가 기둥째로 자신을 삼키려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루도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고는 양다리를 쫙 벌렸다. 천운이 따른 것인지 그의 양발이 각각 놈의 아래턱, 윗 입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꺄오와아오!”


루도는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한 채 벌떡 일어나 레미나에게 달려갔다. 그가 말했다.


“밧줄이랑 내 검!”


그러자 레미나가 떠듬거리며 답했다.


“아...응. 거기 병사! 어서 이분의 결박을 풀도록 하세요.”


“예? 하오나 공주님...”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어서 명령대로 하세요!”


“예...옛.”


루도는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작전이 성공했으니 재빨리 레미나를 데리고 달아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악마든 뭐든 일단 흩어진 일행을 찾아 안위를 확인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상황에서조차 어리바리하게 반응하는 근위대의 태도가 그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그는 레미나를 뒤로 밀치는 한편, 왕좌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대체 뭐 하고 있어! 왕을 보호해야 할 것 아냐!!”


루도를 향한 공격이 실패로 끝나자 나이트셰이드는 곧장 다른 인간에게로 눈을 돌렸다. 편한 먹잇감을 찾던 녀석에게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있던 란도스는 더할 나위 없는 타겟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란도스의 주위엔 대여섯 명의 친위기사를 제외하곤 호위 병력이 전무했다. 어떤 자들은 겁에 질려, 어떤 자들은 레미나를 보호하느라 국왕과 거리를 벌린 탓이었다. 음지만 찾아 움직이던 녀석이 돌연 방향을 틀어 왕좌로 돌진하리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폐, 폐하를 지켜라. 어서!”


친위기사들이 재빨리 나이트셰이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녀석은 ‘그림자’였다. 전력을 다한 기사들의 일격도 애꿎은 융단만 베었을 뿐, 놈의 본체에는 생채기 하나 내질 못했다. 그 순간 루도는 재빨리 녀석의 형질을 분석해냈다.

그림자라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킨다면, 대체 병사들은 어떻게 집어삼킨 걸까?

그리고, 조금 전에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그는 녀석의 턱을 밟을 때의 감촉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시서펜트(Sea Serpent)와 비슷한, 비늘 달린 동물의 피부였다.


‘정말 그림자라면 아무도 못 죽이지.’


요컨대 처음 녀석을 보았을 때의 이미지를 대입시키면 되는 문제였다. 바닷속에 숨은 상어와 그림자 속에 숨은 악마. 심해에 숨은 상어는 아무리 작살을 던져본들 잡을 수 없지만, 일단 수면으로 떠오르기만 하면 그물만 던져도 쉽게 잡히고 만다.

그러니 악마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몇몇 대신들이 왕을 들쳐 업고 달아나는 사이, 루도는 죽은 병사의 창을 꼬나 쥔 채 타이밍을 노렸다. 마침 나이트셰이드가 한 귀족을 노리고 모습을 드러낸 순간, 루도는 있는 힘을 다해 창을 투척했다. 창은 정확히 녀석의 등을 꿰뚫었다.


"시이이잇...!“


녀석이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긴 신음을 토했다. 마치 뱀이 내지르는 것 같은, 날카롭고 음산한 비명이었다. 상처를 입자 녀석은 곧장 사냥을 포기하고 그림자 형태로 되돌아갔다. 막 놈에게 삼켜질 뻔하던 귀족은 결국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가설이 확신으로 변하자 루도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는 다시 창 하나를 주워드는 한편, 어리버리해대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무기를 든 사람은 전부 내 곁으로 모여요! 그리고 도망치고 싶은 사람은 지금 당장 문밖으로 빠져나가요. 여기 있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니까!”


순간 사람들은 이 낯선 소년이 뿜어낸 박력에 놀라 눈을 깜박였다. 근위대의 몇몇은 무의식적으로 발을 내디뎠을 정도였다. 하지만 병사들은 이내 지금까지 그가 일으킨 트러블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루도는 중범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냉담한 반응에 루도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어느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지 마라, 루도 클로람. 넌 아직 범죄자의 신분이다. 어이, 어서 저 녀석을 감옥으로 끌고 가라.”


“하, 당신네들이 믿을 만하면 나도 이런 고생 안 하지.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할 거야, 안 할 거야? 설마 내가 저 깜장생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닥쳐라 이놈! 어디서 건방진 입을 놀리느냐!”


“젠장, 융통성 좀 가지라고 당신. 내가 오늘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건 맞지만, 그래도 인간이야. 하지만 저 생선은 악마라고. 무슨 소린지 알아? 지금은 힘을 합쳐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만 생각하자는 소리야!”


“이놈이 그래도!”


지휘관이 검을 뽑아 루도의 목을 겨누려 하자, 루도도 이에 지지 않고 창을 휘둘러 그의 발목을 후려쳤다. 지휘관이 쓰러지자 동시에 수십 개의 칼날이 루도를 향했다. 나이트셰이드가 난동을 부릴 때에도, 동료들이 헛되이 죽어갈 때에도 우왕좌왕하던 이들이 상관의 피격에는 화살보다 빨리 반응했다.

그때 레미나가 기나긴 침묵을 끊고 외쳤다.


“아, 씨갈!!”


그녀의 패악스런 한 마디에 근위대는 물론이요, 달아나던 귀족들까지 우뚝 멈춰 섰다. 뭔가 발음이 잘못된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가 날린 비속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짓는 가운데 그녀가 말했다.


“둘 다 입 다물어요. 명령은 제가 합니다!”


“하, 하오나 공주님...”


“루도 클로람은 아군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보증하지요. 그리고 저기 검은 그림자는, 어떻게 소환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악마입니다. 여러분도 저것에게 병사들이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셨겠지요? 자, 그럼 묻겠습니다. 지금 가장 최우선으로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입니까? 저 괴물입니까, 아니면 루도 클로람입니까?!”


그녀의 어조는 조금 전보다 훨씬 또박또박하고 간결했다. 그 확신에 찬 태도에 병사들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레미나 공주가 루도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병사들은 찍소리 한 번 못하고 무기를 내려놓았다. 루도를 협박하던 지휘관은 무안하여 일어날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사태가 정리되자 레미나는 곧바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최우선은 국왕 폐하의 안전입니다. 일단 친위기사들은 서둘러 폐하를 궁 밖으로 모시도록 하세요. 그리고 근위대는 지금부터 저 악마를 토벌하는 데 주력합니다. 지휘는 루도 클로람이 할 것입니다. 그는 전에도 악마와 싸운 전적이 있고, 이런 비상식적인 전투에 익숙합니다. 여기에 불복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후방으로 빠져주세요. 추후에 죄를 묻진 않을 테니.”


그녀의 언행 속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실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려던 자들이 삼삼오오 주위로 몰려드는 광경을 보며 루도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공주라는 지위를 차치하고라도, 레미나는 타고난 연설가였다.

그즈음 나이트셰이드는 그림자 속에 숨은 채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었다. 예상외의 일격에 놀란 탓인지 녀석은 잔뜩 움츠린 눈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특히 무기를 쥔 상대에겐 과하다 싶을 정도의 경계를 표했는데, 루도는 이를 알아채고 병사들을 8명 단위로 나누어 분산배치했다.

물론 그렇다고 녀석이 사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대열을 이탈한 병사가 보일 때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방심한 기색이 느껴지면 녀석은 여지없이 치고 나와 사람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두 명이 희생되고 나서야 근위대도 녀석의 특성을 알아챘다.

루도가 말했다.


“봐요, 바닷속의 상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고. 그림자 형태일 때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먹이를 먹으려고 실체화했을 때만은 예외죠. 그러니까 해치우려면 놈이 도약했을 때, 공중에 떠 있을 때 해야 돼요.”


“그,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악마가 괜히 악마겠어요? 놈들과 싸우려면 상식을 버려야 해요.”


근위대는 숨을 죽인 채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에게 발목을 맞았던 지휘관도 어느새 머쓱하게 후열로 돌아와 있었다. 한 병사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은 채 2초도 되지 않던데 어떻게 잡는다는 거지?”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타이밍에 끌어내면 되죠. 다행히 저 악마는 머리가 좋지 못한 모양이니까, 생각대로 움직여줄 거예요.”


“그러니까 어떻게?”


“음...이를 테면 낚시라든지...”


루도가 낚시를 떠올린 건 나이트셰이드의 형태가 물고기를 닮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즉흥적인 발상이라곤 해도 그의 제안은 썩 나쁘지 않았다. 미끼를 던져 녀석이 실체화하도록 유도하고, 그때 동시에 창을 던져 숨통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미끼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 미끼라는 게 순교자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나이트셰이드는 또 한 명의 병사를 삼켜 달아나고 있었다.

결국 루도가 미끼를 자처하고 나섰다. 물론 자신이 희생양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나름의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후방에서 지켜보던 레미나에게 말했다.


“공주, 나 그거 좀 걸어줘.”


“응? 그거?”


“거시기 그거 있잖아, 깃털 휘날리는 거.”


“아아~그거? 알았어!”


레미나가 낭랑한 목소리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캐스팅은 천장에 부딪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루도는 그 알 수 없는 언어의 나열에 집중했다. 뜻이야 어쨌든, 그녀의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이 자신이 뛰어들 때이기 때문이었다.


“엑시온의 날개(Wing of Exion)"


허공에서 수십 개의 깃털이 쏟아져 나왔다. 한데 뒤엉켜 순백의 빛을 뿜어내던 깃털들은, 이내 시전자의 명령에 따라 루도 주위를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피대상자를 물리적인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마법. 제리온의 스타일과는 완벽히 대조되는 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이것만큼 효과적인 지원도 없었다.

마법이 걸린 것을 확인하자 루도는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와아아, 야이 놈아!”


예상대로 나이트셰이드 단신으로 접근하는 ‘무모한’ 인간에게 관심을 보였다. 여덟씩 조를 이룬 병사들보다는 훨씬 잡기 쉬운 먹잇감이라 생각했는지, 녀석은 이내 그림자를 헤치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돌진할 때 녀석의 스피드는 대단히 빨라서, 사람은 물론이요 웬만한 네발짐승까지 추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병사들은 창을 조준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루도가 편전 중앙에 멈춰서 녀석을 맞이할 때에도 제대로 각도를 맞춘 이는 채 다섯이 되지 않았다.

촤아악-. 거대한 입이 순식간에 시야를 뒤덮었다. 마법으로 보호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순간 엄습해온 공포에 루도는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그러나 녀석의 이빨은 루도의 목덜미에 닿기 직전 네댓 개의 깃털에 가로막혔다. 루도의 몸이 그 반동으로 순간 공중에 붕 떴다.


“투창, 어서!!”


그러나 지원사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형편없었다. 조준하던 병사 중 태반이 타이밍을 놓쳤고, 그나마 던진 투창도 대부분이 각도를 맞추지 못해 빗나갔다. 두어 개가 간신히 나이트셰이드의 옆구리를 찌르긴 했지만, 치명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모자랐다.

낚시는 성공했으나 낚싯대가 부러질 판이었다. 일단 미끼를 물자 나이트셰이드는 더욱 사납게 루도를 공격했다. 녀석은 공중에 떠오른 그를 정신없이 물어뜯었다.


“와, 와앗?!”


나이트셰이드가 한 번 턱을 놀릴 때마다 깃털이 대여섯 개씩 터져나갔다. 이대로 가다간 5초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근위대의 지원사격을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루도는 직접 녀석을 쓰러뜨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 그는 검을 정확히 녀석의 눈에 찔러 넣었다. 진홍의 눈동자에서 검은 연기가 터져 나왔다.


“시이이잇??!”


확실히 타격을 입은 것인지 나이트셰이드는 그 자리에 널브러진 채 버둥거렸다. 루도는 그대로 입까지 잘라낼 생각으로 검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의 옆구리에서 거대한 손이 돋아났다.


“어?”


마침 깃털이 바닥난 참이었다. 녀석은 루도의 발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벽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우와아악!”


루도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벽에 처박히기 직전까지도 그의 시선은 나이트셰이드의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멍청하긴, 어째서 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물고기와 흡사한 체형 탓에 녀석의 본질을 착각했던 게 실수였다. 놈이 악마라는 사실을 계속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충돌하기 직전 루도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는 발목이 가장 먼저 닿도록 균형을 잡은 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퍼억, 우드득.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부딪히는 충격이 너무 큰 탓에 루도의 발목이 부러지고 만 것이다. 루도는 발목을 부여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너무 아프니 비명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루, 루도!!”


레미나가 허겁지겁 그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왔다. 그사이 나이트셰이드는 그림자 상태로 돌아가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조금 전의 광경에 질린 것인지 침만 꿀꺽 삼킬 뿐 재차 공격하려는 시도는 감히 하지도 못했다. 마법이 없었다면, 이미 루도의 몸은 형체도 남지 않고 찢겨졌을 게 분명했다.

루도는 일단 레미나의 부축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낚시 작전이 실패한 탓에 이제 나이트셰이드의 토벌은 기약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녀석이 이대로 궁 밖으로 도망친다면, 국왕은 물론이요 수많은 민간인까지 휘말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



“...풋, 푸하하하하.”


“킥킥킥킥...”


“파하하하하!!”


“으키키킥...쿨럭, 쿨럭!”


서로 얼굴을 마주한 순간 디리터와 제리온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수 없는 유쾌함에 경쟁적으로까지 번진 두 사람의 폭소는, 그러나 제리온이 고통에 겨운 신음을 토해내며 끝을 맺었다.

디리터는 구덩이 위에 쪼그려 앉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구덩이 안은 물이 고여 연못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차오른 상태였다. 제리온은 그 가장자리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하반신은 이미 물 위에 둥둥 떠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일행은 그 요란한 몰골만으로도 제리온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디리터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화끈하게 벌였구만. 어땠냐?”


“킥킥...불덩이를 원 없이 날려줬지...그렇다고 투덜대진 말라고. 아직 네 몫은 남겨놨으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일행은 일단 제리온을 구덩이 밖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허세를 부린 것과 달리 그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팔의 화상은 차치하고라도 왼쪽 어깨의 관통상을 비롯해 몸 이곳저곳이 찢겨나간 상황이었다. 이대로 두면 과다출혈로 사망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칼롯은 일단 그를 별채 안으로 옮긴 뒤 상처를 지혈했다.

그런데 막 붕대를 감을 즈음 제리온이 입을 열었다.


“아직 뭔가 남아 있지? 대체 뭐야?”


일행의 경직된 분위기가 그에게도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칼롯이 안경을 씌워주며 말했다.


“슬러터가 나타났다. 안개송곳니가 뭔가 일을 벌인 거겠지. 우리는 너를 치료한 뒤 곧장 편전으로 갈 거야.”


“...젠장, 가지가지 하는군. 제스터 같은 놈들이 셋이라니.”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제리온이 갑자기 고개를 툭 떨어뜨리고는 코를 골기 시작한 것이다. 이칼롯은 그의 목숨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몸을 일으켰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싸우다니, 실로 그답다고 할만 했다. 그를 안전한 곳에 옮기고 나서 일행은 편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 떠나려는 찰나, 갑자기 제리온이 의식을 되찾아 말했다.


“아...잠깐, 누가 마리네 좀 찾아봐봐. 그 자식 혼자 안다바리엘을 처리하러 갔는데...아직까지 안 돌아오네. 위치는 내가 알려줄 테니까.”


그러자 유미르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요. 내가 찾으러 가죠. 어디라고요?”


마리네의 위치는 별채 1층의 으슥진 복도로, 루도가 있는 편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갈림길에서 헤어지기 전 디리터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부탁한다, 유미르네.”


“....”


그녀는 대답하지 않은 채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묘하게 퉁명스러운 반응에 디리터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가볍게 흘리는 게 아닌 일부러 무시한다는 느낌이랄까? 알룬도도 그녀의 싸늘한 옆얼굴을 본 것인지 건들거리며 디리터에게 말했다.


“저 아가씨 갑자기 왜 저래? 너 혹시 가슴 만졌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891 25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52 23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2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8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0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7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2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4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90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3 21 24쪽
»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2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7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3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3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1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6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5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10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5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4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0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1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