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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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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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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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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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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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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7쪽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DUMMY

“오라버니...나와 함께 가요...혼자는 너무 외롭답니다...”


유디를 만난 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이칼롯은 그저 아련한 기분이 들어 그녀를 끌어안고만 있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자신 때문에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그 꽃을 생각하며 얼마나 밤잠을 설쳤던가. 그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비록 추하게 더럽혀진 시체라 할지라도 그에겐 사랑스러운 여동생일 따름이었다.

그것은 모두 환상이었지만.

유디를 꽉 끌어안자 그녀의 복부에 꽂혀 있던 검이 이칼롯에게도 파고들었다.


“...피가...”


그러나 이칼롯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순간의 고통 따위 지난 세월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스르륵 눈이 감기고,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띄워졌다. 아픈 재회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디, 미안하구나. 내가 그때 네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그의 목소리엔 더 이상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이 복부를 찌르고 있는데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육체적인 충격 덕에 정신이 더 또렷해진 건지도 몰랐다. 그의 사과에 유디가 몸을 버둥거렸다.


“미안하다면...저와 함께...속죄를....”


“그건 안 돼.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어째서인가요? 오라버니는...저보다 그 사람들이 더 중요한 건가요?”


그녀의 반박에 이칼롯은 싱긋 미소 지었다. 이 ‘환상’에 빠진 지 얼마나 흘렀을까. 아마도,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충분히 지워질 정도는 됐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온 힘을 다해 끌어안은 뒤 작별을 고했다.


“그래. 설령 네가 진짜라고 해도, 아니, 네가 정말 살아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가야 할 때야.”


이칼롯의 발언은 일종의 해답과도 같았다. 그 말을 듣자 유디의 몸에 꽂힌 검이 쑤욱 뽑혀 허공으로 날아갔다. 몸에 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고, 얼굴과 머리카락도 생전의 아름다운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이칼롯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막 그녀의 옷자락이 녹아들기 직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스스로 변화를 인정했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라.”


화악! 커튼이 걷히듯 어둠이 양옆으로 밀려났다. 자신이 있는 장소가 처음 그 석실이란 걸 확인하고 나서 이칼롯은 소파에 촘촘히 붙어 앉아 잠을 청하는 일행을 발견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디리터였다. 감이 뛰어난 그는 이칼롯이 한 걸음 내딛자마자 번쩍 눈을 떴다.


“오, 왔다 왔어! 드디어 오셨다고!”


그의 외침에 루도와 마리네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리온이 깨어났다. 제리온은 졸린 눈을 비비며 헛소리를 해대다가, 돌아온 이칼롯을 발견하고는 히죽 웃었다.


“뒈질 거면 빨랑 뒈지던가, 왜 이도 저도 아니게 사람을 피곤하게 해?”


“그렇게 됐다.”


일행은 잠시 돌아온 이칼롯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마리네는 이칼롯에게 이미 석실에 들어온 지 10시간 가까이 흘렀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식사와 취침을 끝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으니 살짝 배가 고픈 것도 같았지만, 이칼롯은 그런 경험을 한 상태라 그런지 음식이 입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들떠서 잡담을 나누고 있자니 메디치가 건너편 문을 열고 나타났다.


-정말 놀랍군요. 그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환상에서 빠져나오시다니. 이런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만...


그는 얼음을 탄 오렌지 과즙을 머그컵에 듬뿍 담아 이칼롯에게 건넸다. 차갑고 신 것을 마시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러분은 시험을 모두 통과하셨군요. 케리아돌은 이 문 너머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피곤하시다면 좀 더 몸을 쉬게 하고나서 가는 것도 괜찮습니다만...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이칼롯에게 모아졌다. 그들은 쉬다 못해 좀이 쑤실 정도로 휴식을 취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마을을 떠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고려하면 이칼롯은 한 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제리온을 제외한 모두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이칼롯은 가장 먼저 문 앞에 섰다.


“상관없습니다. 그다지 피곤하지도 않고. 어서 그 케리아돌이란 분을 보고 싶군요.”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걸로 만장일치의 답을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메디치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 그는 문고리에 오른손을 대고는, 왼손에 든 책을 보며 - 그건 그의 몸처럼 돌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놀랍게도 책갈피가 넘어갔다! -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연분홍색 마법진이 펼쳐지고, 문은 그가 외는 주문과 공명하여 기이하게 떨렸다. 그 광경을 보고 제리온이 말했다.


“변화계 주문이군. 열쇠처럼, 마법을 쓴 사람만 정해진 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문을 열었다간 아까처럼 난잡한 주방만 보이겠지. 그보다 생텀가드가 마법사라니, 신기한데.”


그의 말대로였다. 음식을 실어 나를 때는 분명히 열고 닫는 문이었을 텐데, 메디치가 주문을 외우자 가운데에 세로로 흠이 생기더니 좌우로 좌악 갈라지는 것이었다. 그 신묘한 광경에 칼잡이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나도 마법사나 될 걸 그랬어.”


일행은 쭈뼛거리며 건너편으로 발을 내디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방을 빼곡히 메운 책장이었다. 책장엔 갖가지 책들이 빨주노초파남보 색색들이 꽂혀있었다. 또한 방은 좀 전의 석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는데, 좌우로는 웬만한 연병장 하나와 맞먹을 만한 넓이에다 천정은 아득히 올려다봐야 그 끝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보일 정도였다. 방 자체는 타원형 구조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폭이 좁아지다 마침내 샹들리에에서 만나게 되는 형태였다. 워낙 멀리 있어 불빛이 미치지 않을 거리인데도, 어찌 된 일인지 그곳은 대낮처럼 환했다. 분명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다만 벽을 중심으로 진열된 책들의 향연과 달리 중앙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텅 빈 채였다. 그러나 가구가 없다고 황망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공간을 가득 채운 빛과 온기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압도당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방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였다. 루도는 저 끝 맞은편에서 느릿느릿하게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방이 워낙 크기 때문인지 너무 멀어 처음에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발목까지 닿는 검은 시폰 드레스가, 허리까지 늘어뜨린 적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오자 일행은 숨이 멎는 신비로움에 주춤,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실버 드래곤 케리아돌...”


옆에서 제리온이 넋 놓은 사람처럼 중얼거렸지만 루도는 눈치 채지 못했다. 바로 앞 몇 미터까지 다가올 때까지도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석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제리온은 삼인방에게 드래곤이란 존재에 대해 귀가 닳도록 설명했었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이런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 경이에 가까운 외모,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루도는 긴장하여 침을 꼴깍 삼켰다. 케리아돌의 자태는 ‘아름답다’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레미나의 용모가 대단히 빼어나다고 말한다면, 그녀의 얼굴은 신이 빚은 것인 양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환영한다, 젊은 인간들이여. 내가 바로 이곳의 주인, 케리아돌이니라. 나를 만나려고 그리 먼 여정을 했더구나.”


루도는 깜짝 놀라 대답하려다가 재빨리 제리온을 찾았다. 그녀의 말에 응대하긴 해야겠는데, 왠지 평범한, 그러니까 인간의 어법으로는 그녀의 화를 돋게 하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라고 드래곤을 만나본 적이 있겠는가. 제리온은는 안절부절못하고 한참 동안 말을 고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오, 위...위대하고 고결한 존재여. 미천한 인간이 당신을 뵙습니다. 가장 위대한 종족을 대할 마땅한 예법을 배우지 못한 저희들을 용서해 주옵소서. 그리고 가장 위대한 종족을 창조하신 절대신 아루께 무한한...”


그러나 그가 평생 써본 일 없는 높임법은 케리아돌이 일언반구에 말을 끊으면서 끝장나고 말았다.


“후후, 격식 차릴 필요 없느니라. 특히 그대는 그러한 성격이 아니지 않은가.”


“예? 저기...그러니까...”


“서서 얘기하긴 불편하겠지? 메디치, 앉을 것을.”


그의 지시에 메디치가 손뼉을 딱 쳤다. 그러자 어디선가 의자가 날아와 각자의 발치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케리아돌이 앉을 흔들의자는 천장에서 떨어졌고, 사이에 놓일 원형 탁자는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리를 딱 편 채 각 잡고 의자에 앉았다. 신병 교육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딱딱히 굳은 일행을 보고 케리아돌은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


“예의는 지나치면 실례가 되지. 몸에 힘을 빼고 편히 있거라.”


그러자 그녀의 명령에 다들 일제히 의자에 몸을 묻었다. 갑자기 단순해진 일행을 보며 메디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생기발랄해서 좋군요.


“자 그럼, 왜 나를 만나러 왔는지 직접 들어볼까? 루도 클로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루도는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그녀와 통성명한 기억은 없었다.


“어...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지...”


“다른 이들의 이름도 전부 알고 있지. 그런데 그게 날 만나러 온 이유인가?”


“앗! 아...아니요.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생고생시킨 것치곤 본론으로 넘어가는 게 빨랐다. 다들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루도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의연하고 싶었지만 그녀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안트로서는 당신이 알고 있다고 했어요. 제가 펠아람의 저주인지 아닌지를.”


그러자 케리아돌은 요염하게 무릎을 꼬더니 그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려놓았다.


“그 아이가 그리 말하던? 유감이구나.”


“...에?”


더 논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깔끔한 부정이었다. 루도는 어안이 벙벙해 메디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 또한 어깨를 으쓱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리아돌이 말했다.


“나는 관망하는 자. 타자의 미래에 관여하는 짓 따위 흥미 없다. 다시 말하면, 그대의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구나.”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를테면 그녀는 루도의 대답을 회피한 것이었다. 루도는 그녀의 말을 한참 곱씹어 본 뒤 말했다.


“그건...적어도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군요.”


“흐음? 맹랑한 꼬마로구나. 그럼 이건 어떨까?”


말을 맺은 순간 케리아돌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너무 갑작스런 상황이라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메디치만이 그녀의 행동을 감지하고 황급히 의자며 테이블이 부서지지 않게 감추었다.

그녀의 팔에 은빛의 비늘이 돋았다. 꼬리와 뿔이 돋아났고, 전신이 굉장한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옆구리에서는 날개가 펼쳐졌고, 튀어나오는 주둥이에 맞춰 송곳니가 비죽이 솟았다. 루도의 눈높이에는 거대한 괴수의 발목이, 그의 검만큼이나 커다란 발톱이 위치했다.

이제 일행은 어째서 방이 그리 넓은 구조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원래 모습이 집 한 채 정도는 우습게 짓밟아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기인 까닭이었다. 그 압도적인 풍채에 어깨가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 이제 본체로 변신한 케리아돌이 루도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답을 주마. 그대는 펠아람의 저주를 받았으니,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신해 내 그대를 멸하겠노라. 그대 또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면, 나의 공격을 겸허히 받아들여라!”


그녀의 거대한 앞발이 샹들리에에 닫을 것처럼 치켜 올려졌다. 루도는 그것이 만든 거대한 그림자에 파묻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대로 앞발을 후려친다면, 찢겨 죽든 밟혀 죽든 형체조차 남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케리아돌은 그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개시했다.


“으아아아!!”


그녀의 발톱이 머리 위 1미터 지점에서 멈춘 것과, 이칼롯, 마리네, 디리터가 일제히 루도의 앞을 막아선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제리온의 반응은 그보다 한 박자 정도 늦었다.


“파이어 볼!!”


불덩어리가 날아가 케리아돌의 가슴팍에서 폭발했다. 그러나 드래곤의 거구는 그 폭발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따끔하군.”


루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행을 바라보았다. 막아서 본들 함께 죽을 거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아니, 그보다 그들은 왜 자신의 앞을 막은 것일까? 자신이 펠아람의 저주라면...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텐데.


“왜...왜 막는 거야? 모두 개죽음당할 뻔 했잖아!”


그러자 디리터가 그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하지만 그 역시 공포 때문인지 팔에 힘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허...허세부리지 마, 임마! 그럼 나더러 네가 짓밟히는 걸 보고 있으라는 거냐?!”


호랑이를 앞에 둔 하룻강아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이칼롯조차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누구도 도망치려는 사람은 없다는 거였다.

케리아돌이 물었다.


“이유를 듣고 싶군.”


이칼롯이 모두를 대표해 말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루도가 저주일 리 없어!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우리들은 루도를 지켰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케리아돌이 그 큰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거대한 괴물의 몸에도 불구하고 좀 전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은 적잖이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렇군. 그대들은 나를 믿지 못하거나, 펠아람의 저주 자체를 부정하고 있구나. 이기적이야. 실로 그러하지. 그대들은 이미 답을 정하고 여기 온 것이야. 내 입에서 ‘루도 클로람은 펠아람의 저주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려고 말이지. 이런 모욕이 또 어디 있을까?”


웃음소리와 함께 케리아돌의 몸이 다시금 쪼그라들었다. 삽시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싱긋 미소 짓더니 다시 일행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일행은 아직도 몸이 떨려 앉기를 주저했지만, 메디치의 강력한 눈짓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디리터와 마리네는 검을 집어넣지 않고 상황을 주시했다.

케리아돌이 앉은 의자가 기분 좋게 흔들거렸다.


“루도 클로람, 이것이 그대의 현실이니라. 그대는 해답을 얻고자 나를 찾아왔지만 사실 문제가 무엇인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그건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지. 안트로서가 그대들을 내게 떠맡긴 것도 그 아이 역시 무지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특유의 무례함이 작용한 거겠지. 루도 클로람, 나와 그대는 지금 처음 만났도다. 그런데도 그대는 나를 신용하는가? 내 발언 한마디에 인생 전체를 걸 각오가 되어있는가?”


대답은 좀 전에 이칼롯이 보여주었다. 그제야 루도는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은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했다. 신의 아이에 대해서도, 펠아람의 저주에 대해서도. 그냥 단편적인 정보를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곱씹어보니 이곳까지 온 것도 데루루피아와 안트로서의 등에 떠밀리다시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케리아돌이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말했다.


“잘...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로 오는 것 외엔 길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하지만 그렇다고 절 여기까지 이끌어준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통감했습니다만...”


“그걸로 된 것이다. 그대들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산봉우리에 도달하려면 그에 적합한 지침서가 필요할 터.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맞다 아니다 식의 결과가 아닌, 스스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다. 신의 아이는 무엇인가? 펠아람의 저주는 무엇인가? 마리네 캄블러, 묻겠다. 신의 아이의 능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거기서 자기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마리네는 대경실색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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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4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1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0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89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3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5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2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6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6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0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2 25 14쪽
»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29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0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6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9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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