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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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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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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DUMMY

“괜찮니? 이 땀 좀 봐.”


“하악, 하악....그런 것보다...!”


카이안은 아직 호흡이 진정되지도 않았으면서 다짜고짜 데루루피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미지로는 그녀의 치마폭에 뛰어드는 것을 상상했지만, 어느새 소년은 그녀를 품에 안고도 두어 뼘 공간이 남을 정도로 훌쩍 성장해 버렸다.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도 그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소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정말 떠나시는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카이안,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렴.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잖니?”


“하지만 감옥에서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후후, 착해라. 하지만 내 몸은 이제 정말 괜찮아. 이 아줌마가 튼튼한 거 하나는 알아주잖니.”


“그게...그래도...”


카이안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물론 그런 것 따위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그냥 데루루피아를 보고 싶었던 것일 뿐. 그녀의 곁에 머물며,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따뜻한 우유를 나눠 마시며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었다. 그에게 있어 데루루피아는 단순한 은인 이상의 존재로, 어린 날의 카이안의 전부인, 어쩌면 엄마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데루루피아 또한 그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그리고 - 그렇기에 더욱 루프리모의 아이와 떨어져야 함을.

그녀는 카이안의 어깨를 토닥이는 한편 로샤단 다섯 명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자신과 알룬도를 포함하여 카이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여기 모인 7명뿐이다. 그러니 이 7명이 입을 닫고 있는 한 안개송곳니가 카이안을 찾아낼 리는 없다.

멀리 첨탑에서 저녁을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나팔소리가 울리고 30분 안에 성문이 닫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데루루피아는 담담히 카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글썽이는 중이었다.


“몸조심하렴. 어쩌면 이제 곧...힘든 시기가 찾아올지도 몰라. 하지만, 알지 카이안? 마음 굳세게 먹고 견디는 거야. 나는 언제까지고 네 편이니까. 알았지?”


“뭐야 그게...난 그런 거 몰라요. 얼마 만에 만난 건데...이렇게 빨리...”


카이안은 떨어지려는 그녀를 억지로 붙들었다. 덕분에 그녀는 그가 진정될 때까지 5분여가량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일행은 두 사람의 작별인사를 덤덤히 바라보았다. 다들 카이안이 그녀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고 있었기에 굳이 그를 떼어놓으려 하진 않았다. 다만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유미르네만은 유독 입을 비죽 내민 채 불평을 늘어놓았다.


“앵앵거리는 게 새끼강아지가 따로 없네. 젖이라도 물려줘야 하는 거 아냐?”


“넌 꼭 말을 해도...카이안은 아직 어리단 말야.”


“네네, 어리죠. 온실 속의 화초는 한 서른 살쯤 되야 수확할 수 있나?”


그녀가 마리네와 소곤거리며 말다툼을 벌이는 사이 카이안이 눈물을 훔치며 데루루피아에게서 떨어졌다. 그도 이제 사춘기의 소년인지라, 울먹였다는 게 부끄러웠는지 애써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어리광부렸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들개 조심하구, 알룬도도요!”


“카이안...”


데루루피아는 가슴이 쓰렸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등을 돌렸다. 카이안은 어색하게 루도의 곁에 가 선 채 떠나는 그녀를 배웅했다. 루도는 머쓱해하는 그에게 어깨동무를 해주었다.


“그럼, 또 봐요. 어린 영웅들!”


떨어지는 태양을 어깨에 받치고서 그녀는 힘차게 말을 몰았다. 일행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일행이 있는 쪽으로 손을 흔들긴 했지만, 적어도 그녀가 탄 말이 속도를 늦추는 일은 결코 없었다.

결국 그녀의 하늘빛 머리색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일행은 터벅터벅 숙소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디리터는 시무룩해진 카이안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걱정마라 카이안! 이 형이 실컷 놀아주마. 어차피 당분간은 할 일도 없을 거 같으니.”


조금 세게 때린 탓인지 카이안의 고개가 푸욱 앞으로 쓰러졌다. 그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으윽...말만 하지 말고 아카데미에 좀 들르라고요. 셀린느가 얼마나 궁금해 하는지도 모르고.”


“아앗차, 깜빡했다!”



****



정치사범이나 전범급 범죄자를 수용하는 라키시아 궁정감옥은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뒤로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감옥에서 안정이라는 단어는 곧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오로지 한 뼘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줄기가 세상과의 접점의 전부인 이곳에서, 이따금 철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올 때면 죄수들은 그것이 설령 자신을 족치러 오는 간수라 하더라도 화색을 띠며 반겼다. 격리된 자들에게 자극이란 때로는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데루루피아라는 여죄수가 석방된 지 사흘, 한 소년이 궁정지하감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간수는 곧 그의 신분을 확인하고서 일지에 '면회인 - 루도 클로람, 죄수명 - 핀들 나젠크루거'라고 크게 기록했다.

감옥 안에 따로 면회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쇠창살을 마주한 채, 한 줄기 빛에 머리를 들이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난 뒤의 면회인지라 사위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가다듬기 힘들 만큼 어두컴컴했다. 루도는 잠시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린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고는 10년 동안 보지 않은 사람인데도, 루도는 정확히 나젠크루거가 앉은 감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10년 전과 다름없이 약간 지친 눈을 한 채로, 달관한 듯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루도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덤덤하게 말했다.


“...나젠크루거?”


“...또 뭐지. 데루루피아의 끄나풀인가?”


“비슷하지만 틀렸어요. 그녀는 나와 당신의 관계를 알지 못하니까. 내가 누군지 기억 안 나요?”


어둠 속에서 나젠크루거의 상체가 약간 들썩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경직된 관절을 풀기 위한 움직임일 뿐, 그는 굳이 면회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수고는 들이지 않았다. 그는 멀리서 소년의 생김새며 목소리를 분석한 뒤에 말했다.


“10대 후반, 잘 쳐줘도 20대 초반이군. 내가 여기 들어앉은 게 10년이니 나를 안다면 생 꼬마 때 만났다는 건데, 상트룸 수도회의 복사인가?”


“틀렸어. 좀 더 머리 좀 굴려 봐요. 그런 지나가는 행인보다 훨씬 중요했던 꼬마가 있을 거 아냐.”


“말장난이라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한평생 무인으로 살아온 내가 어린애와 인연이 있을 리...있을 리....”


그의 손목에 묶인 쇠사슬이 카랑, 하고 녹슨 소리를 냈다. 동요한 듯 그의 눈동자가 부산하게 굴러갔다. 그는 루도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땅바닥을 쳐다보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반면 그를 대하는 루도의 눈동자는 여전히 고요에 파묻혀 있었다. 나젠크루거가 말했다.


“루도...레인폴인가?”


웃음이 나오지도, 그렇다고 화가 치밀지도 않았다. 그의 입에서 다시금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왔건만, 마음속으로 한 점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런 자신이 놀랍기만 했다. 이 남자를 용서한 것은 결코 아닐 텐데. 그가 말했다.


“살아 있는지 몰랐어요. 뭐, 꼴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네요.”


“...이제 와서 복수라도 하러 온 거냐? 쿡쿡, 10년이면 지겹게도 날을 갈았겠군.”


사실은 그 반대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별로 검을 뽑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데. 사실 그때도 당신을 그렇게 싫어한 것은 아니었어요. 뭐, 좋아한 것도 아니지만.”


“그럼 왜 나를 찾아온 거지? 내가 저지른 죗값은...나름 치르고 있다 생각하는데.”


“당신, 광휘의 결사를 이끌었었죠? 당신네들의 추리가 운 좋게도 하나는 들어맞았어요. 빌어먹게도 하나는 꽝이었지만.”


“...역시 네가...!”


“그래요. 아무래도 내가 펠아람의 아이인 모양이더라고. 그래서...내 안의 ‘신’이란 놈을 시험해보러 왔죠.”


루도는 서 있었고, 나젠크루거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내려다보지도, 그렇다고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마주보고 있었지만, 실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어둠이라는 거울 속에서 루도는 어슴푸레하게 뭉그러진 자신의 환영과 대치했다.

그가 말했다.


“가끔...정말 가끔이지만 기억이 끊길 때가 있어요. 그리고 보통 그사이 펠아람이란 놈이 거하게 일을 벌여놓고 가죠. 그걸 각성이라고 하던가...여튼 내 기억이 끊긴 날은 늘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하나의 교집합을 찾아내려고 당신을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내가 틀렸던 모양이네요.”


그러자 나젠크루거가 돌연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몸을 비틀자 습기 찬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너, 설마 스스로 각성하려는 거냐?”


“그 반대죠. 조건을 알면 내 감정을 제어해 각성을 억누를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이 자식과 대면해보기 전엔 절대 내 몸 못 줘요.”


“...그런가. 큭큭, 류이너스 교단답군.”


구름에 가려져 있던 반달이 이윽고 두 사람의 얼굴을 밝혔다. 창살 사이로 내려앉은 한 가닥 달빛이 나젠크루거의 어깨 위에서 부서졌다. 이내 빛 부스러기가 그의 수갑과 족쇄에, 그리고 루도의 롱소드 폼멜장식에 떨어졌다. 그 작은 광원조차 눈이 부셔 나젠크루거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루도 역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에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럼 이만. 다시 만날 일은...아마 없겠죠. 당신이 그 죗값을 다 치르기 전까지는.”


나젠크루거는 떠나는 루도의 등 뒤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소녀의 일은 미안하게 됐다.”


“....”


루도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감옥 문을 나섰다. 궁전 복도에는 곳곳마다 램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으나 루도는 일부러 어두운 곳을 골라 걸어갔다. 때때로 어둠에 몸을 녹이고 있노라면 머릿속의 잡념들이 말끔히 정리되곤 했다.

답은 얻지 못했다. 다시 만난 그에게서 어떠한 분노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기에.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케케묵은 응어리 하나를 태워버린 것 같아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래, 일단은 이대로 족한 것이다. 펠아람의 아이가 어떤 성격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꿈속에서 본 안젤리카는 여전히 햇살 머금은 미소를 활짝 띠우고 있었으니까.



***



데루루피아가 떠난 뒤로도 일행은 궁내에 머물렀다. 그것은 지친 몸을 회복하는 시간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여정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제리온은 데루루피아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새벽발로 나가 국왕에게 알현을 청했다. 그리고서 그는 왕에게 다짜고짜 왕실도서관 금서관리고의 열람권을 요청했다. 시간이 있을 때, 그리고 수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최대한 신의 아이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놓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열람권을 따놓자마자 그는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물론 혼자 고생을 자처한 것은 아니고, 루도와 마리네도 덤으로 끌고 들어갔다. 영문도 모른 채 잡혀 온 두 소년에게 제리온은 깁스 감긴 팔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지식이 곧 전투력이다. 잔말 말고 나 하는 일이나 도와.”


“언제는 실전이 진리라면서...”


“그건 그거고. 모르고 뒈지는 것보다는 알고 뒈지는 게 낫잖냐.”


도서관에 입장하자 오렌지색 턱수염을 멋나게 기른 중년 남성이 그들을 맞았다. 루퍼트라고 이름 밝힌 그 사서는, 열람권에 적힌 루도의 이름을 확인하곤 반색하며 반겼다.


“허어, 자네가 람카디스의 아들인가?”


“예...뭐.”


“소싯적에 그 남자에게 큰 은혜를 입었지.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불러주게. 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줌세.”


셋은 루퍼트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 구석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금서관리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그마한 벽장계단을 거쳐 지하로 내려가자 먼지가 가득 쌓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도 분류하면 일종의 제한구역인지라,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습기 찬 버섯과 거미줄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먼저 청소부터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마리네의 의견을 가볍게 묵살한 채 제리온은 휙휙 책을 골라냈다. 세 사람은 몇 가지 키워드를 정해놓고, 그와 관련된 서적을 전부 끌어 담았다. 열람실로 돌아와 챙겨 온 책을 추리자 자그마치 20여 권에 달했다. 마리네가 책표지를 휙휙 넘기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게 뭐야. 「알테야 제국의 진실」, 「네르크샤이드 악마 토벌기」,「마법금기 - 정신계와 사령계」,「소환과 제물」? 거진 다 마법서잖아. 이런 걸 우리가 어떻게 봐.”


“그건 내가 보면 되고, 니들이 공부할 건 이거다.”


제리온은 서적 중 특히 낡고 헤진 것들만 골라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오랜 풍파를 거쳐 담황색으로 변색해버린 책표지 사이에서 루도는 익숙한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루프리모 백서」,「수정과 에센스」「신정론(神政論)」우와, 나한테 이런 거 보여줘도 되는 거야? 그래도 일단 신의 아이인데.”


“쓴물 단물 다 맛본 주제에 뭘 빼. 케리아돌이 한 말 기억 안 나? 넌 현재 가장 좆같은 신의 아이라고.”


“...예, 예. 하긴 이제 와 이런 거 한두 권 본다고 각성할 놈이 잠잠해지는 건 아니겠지.”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제리온의 지시에 따라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제리온의 의도는 뻔했다. 금서의 기록을 통해 신의 아이를 이해하고, 나아가 안개송곳니의 꿍꿍이를 간파하려는 것이다. 요전번에 운 좋게 한방 먹이긴 했지만 안개송곳니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집단이었다. 단원 중에 악마가 있는 것 하며 안다바리엘이라는 리치의 존재, 그리고 수정에 대한 과도한 집착까지 - 놈들의 행보는 여전히 들쭉날쭉했다. 그들이 진정 노리는 바는 무엇인가, 왜 아직까지 아반케즈의 아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지식이 얇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레이시도 처음부터 전지(全知)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 속에 그 남자의 본의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 그걸 알아낸다면 일행에겐 회심의 패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었다.

만약 그런 정보가 있다면 가능하면 많이,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찾아내기를 기원하면서 세 사람은 열심히 책 속에 몸을 묻었다.


시간은 지루하면서도 덧없이 흘러갔다. 어느덧 낙엽 지던 계절이 지나가고, 차디찬 북풍이 산맥을 넘어 다가오고 있었다. 낮이 짧아지자 사람들의 차림새도 점차 두꺼워져 갔다. 교외의 밭두렁에는 농부들이 한 해의 마지막 수확에 한창이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배추와 무를 수확하고 나면 이제는 이듬해 봄이 돌아올 때까지 집안에 틀어박히면 되는 일이었다.

제리온이 금서관리고에 틀어박힌 사이 디리터와 이칼롯은 각자의 일로 바삐 돌아다녔다. 디리터는 보통 카이안과 어울리거나 아니면 셀린느의 숙소를 찾아가 그녀의 월동준비를 도왔다. 이칼롯은 로샤단의 대표답게 국왕 혹은 지스카르 재상과 빈번하게 만남을 가졌다. 그는 떠난 데루루피아를 대신하여 왕실과 류이너스 교단, 에메랄드 섬을 잇는 중개인 역할도 했다. 알현실에 둘러앉아 귀족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그의 뒷모습에선 제법 정치인의 오오라도 느낄 수 있었다.

일행의 평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왕을 구한 용사’라는 감투를 쓰고도 전혀 거들먹거리지 않았고, 실제로 그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던 근위대 병사들은 이칼롯과 디리터를 ‘용사’라며 높여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고깝지 않은 시선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다. 귀족들 일부, 특히 로드웰 후작을 비롯한 반국왕파 귀족들은 로샤단의 존재에 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들은 갑자기 두각을 드러낸 일행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한 자리 꿰차려고 레미나 공주에게 편승한 무뢰배들이라며 비난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집단이긴 하지만, 왕실기사단 역시 로샤단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정확히는 현재 전장에 나가있는 출정군에서 제외된, 조금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낙오된 사람들이었다. 여기에는 케이달을 두둔하다 함께 좌천되었던 기사들을 포함하여 아직 경험이 모자란 하급기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로샤단이 궁성에 침입하던 밤 대부분의 왕실기사들은 자택에 있었다. 안 그래도 기사단 내에서 좌천되어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웬 어중이떠중이들이 나타나 왕을 구했다느니 악마를 물리쳤다느니 칭송을 받고 있으니 그들이 질투 반, 의심 반의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후에 고위기사 란돌이 직접 사과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날 일어났던 트러블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었다.


궁전에 눌러앉은 지 일주일 째, 마리네와 디리터, 이칼롯은 간만에 궁밖으로 외출에 나섰다. 카잘산맥에 등반하기 위한 장비를 구입하고, 겸사겸사 점심도 해결하고 오자는 이유에서였다. 외출복 차림에 무기까지 척 걸친 일행의 모양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레인저가 따로 없었다.

번화가로 나가려면 남문이 가장 빠르겠지만, 아카데미에 잠깐 들르자는 디리터의 건의에 따라 셋은 동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다 보니 별채의 우측 외곽에 위치한 왕실기사단 본부를 가로지를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 본부는 주력이 대부분 파견 나가 있어 다소 초라한 분위기였다. 일행은 별생각 없이 그 대리석 건물의 중앙 홀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마침 기사 십여 명이 홀 가장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일행을 발견하더니, 막 밖으로 나가려던 마리네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어이, 뭐하는 거야 너희들!”


기사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마리네와 이칼롯이 우뚝 멈춰 섰다(디리터는 몇 걸음 더 걸어간 뒤에야 뒤를 돌아보았다). 마리네가 말했다.


“에...저희 말씀이신가요?”


“여기 너희 말고 또 누가 있어? 누가 그렇게 마음대로 중앙 홀을 가로지르래?”


마리네는 선뜻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흙발로 바닥을 더럽힌 것도 아니고, 크게 떠들어 주위를 산만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당최 왜 그가 자신을 불러 세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앙 홀은 서열 20위 이상의 고위기사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것도 모른단 말이야?”


셋은 그제야 기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예컨대 커스텀이 존재한다는 것. 군대 내에서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습(커스텀)을 설정하는 일은 흔하다. 상등병 이하는 근무 중에 간식을 먹을 수 없다든지, 정식기사 이상만 일과 후 음주가 허용된다는 등이 이런 것이다. 로샤단 역시 이런 커스텀이 존재하였는데, 그 중 ‘비번인 막내가 모든 식사를 준비한다’라는 조항은 길드가 재편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악습의 하나였다.

피차 군인 신분인 만큼 커스텀은 존중해주자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마리네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레인저 출신인지라...그런 제한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그런데 다음 순간, 그 기사는 마리네의 사과가 무색해지게 빽 고함을 쳤다.


“모르면 기사 군홧발도 개발로 보이나?! 눈치 있으면 알아서 돌아가야 할 거 아니야! 어딜 레인저 나부랭이들이.”


중앙 홀에는 기사들뿐 아니라 정원사나 청소부도 있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기웃거렸다. 자신에게 꽂힌 시선이 느껴지자 마리네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들은 단지 로샤단이 눈에 거슬리는 것뿐이었다. 커스텀은 그저 핑계일 뿐, 마리네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거친 욕설이 튀어나올 게 자명했다. 마리네도 이를 알았기에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키려 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한 걸음 물러나는 게 원만한 해결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 특히 디리터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상대가 일부러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자 그는 마리네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거 너무들 하시네. 사람이 실수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애초에 우린 레인저입니다. 기사단 커스텀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기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입가에 같잖다는 듯한 비웃음을 띠운 채 디리터를 둘러쌌다. 개중에는 그보다 훨씬 키가 큰 기사도 있었다.

처음 시비를 걸었던 남자가 말했다.


“넌 또 뭐야? 니네 아버지가 남작 사돈이라도 되냐? 어딜 맞먹으려고 들어!”


“...귀족 작위는 없지만 당신들에게 하대받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피차 소속 부대가 다르지 않습니까.”


“하! 건수 하나 잡았다고 아주 기고만장하구만. 레미나 공주님이 뒤를 봐주신다고 눈에 뵈는 게 없냐? 하여간 평민 새끼들은 틈만 나면 바퀴벌레처럼 기어오른다니까.”


순간 디리터의 오른 팔뚝에 힘줄이 돋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목을 빳빳이 세우고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그 기사를 노려보았다. 불편한 공기에 구경꾼들이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불을 지르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칼롯이 적절히 진화에 나섰다. 그는 디리터의 어깨를 두드려 흥분을 가라앉히게 한 뒤 말했다.


“그만 해라 디리터. 셀린느가 기다리겠다. 경들도 놀리는 건 그쯤 해두시지요.”


시비를 건 기사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철없는 청년이라도 그 유명한 ‘크렘벨의 어밴저’ 앞에서까지 거드름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긍심과 겉멋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이칼롯 역시 소문만큼 대단한 사내는 아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뭐야, 꼴에 대장이라고 따까리 두둔하러 납신 건가?”


“당신들과 말다툼 벌여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길드원이 흥분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사과하지요.”


“흥, 부하교육 좀 똑바로 시키라고.”


이칼롯은 피식 실소를 머금고는 언쟁을 마무리 지었다. 디리터는 아직 언짢은 기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으나 잠자코 그의 명령에 따랐다. 그의 말마따나 여기서 왕실기사단과 싸워봤자 이로울 게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기사들도 일행이 저자세로 나오자 흥을 잃었는지 더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구경하던 청소부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본래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한때의 분쟁은 여기서 종결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경박한 기사가 망언을 지껄이기 전까지는.


“저거 보라고. 로샤단 녀석들, 순 거품이라니까? 그냥 공주님 후광을 등에 업고 으스대는 족속일 뿐이야. 두고 보라고. 얼마 안 있어 그 람카디스 클로람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객사할 테니까.”


말을 꺼낸 기사는 다음 순간, 일행이 내뿜은 압도적인 살기에 눌려 입을 다물고 말았다. 실없이 낄낄대던 다른 기사들도 멈춰 선 일행의 표정을 보고는 얼른 입가에서 미소를 지웠다.

돌아선 세 사람의 분위기는 이전과 명백히 달라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같은 군인으로서 존중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진노한 늑대의 눈을 한 채 날을 세웠다.

기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이야, 왠지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심지어 좀 전까지 나약하기 굴던 마리네까지도 도끼눈을 한 채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당신들...”


“푸하하하하!!”


마리네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디리터의 갑작스런 폭소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는 마리네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리고는 기사들이 있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다가오자 기사들은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이미 기가 한 꺼풀 꺾인 상황임에도 그들은 위엄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어찌 됐든, 상대는 평민 출신의 보잘것없는 레인저일 뿐이었다.

디리터는 망언을 내뱉은 기사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왼손에 아직 붕대가 감겨 있는 걸 깨닫고는 오른손을 바지에 쓱쓱 닦은 후 내밀었다. 기사는 심지어 살갑기까지 한 그의 행동에 휘말려 엉겁결에 악수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디리터가 말했다.


“이야, 이 정도일 줄이야. 저희가 왕실기사단을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입니다. 정식으로 사과드리죠.”


“뭐, 뭐어?”


“역시 고명하신 분들이라 그러지 앞을 내다보는 혜안도 뛰어나시네요. 이참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기백이라는 게 물론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사들은 순간 일행의 머리 위로 아지랑이 같은 게 피어오르는 착각을 느꼈다.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은 다음 순간 디리터가 무슨 말을 꺼낼지 미리 알고 있었으나, 그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안 했다면 오히려 마리네나 이칼롯이 앞으로 나섰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디리터가 다른 네 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벌인 것일지도 몰랐다. 이것은 길드의, 그리고 람카디스의 명예가 걸린 문제였다.

그가 거짓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니들, 그러다 뒈지면 쪽팔려서 어쩌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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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5.13 02:45
    No. 1

    하여튼 그놈의 텃세는... 쯧쯧. 심지어 고인드립까지

    그걸 각성이라도 하던가→각성이라고 하던가
    아반케즈의 아이를 드러나지 않고 있는가?→드러내지 않고 있는가?
    같은 군인이로서→같은 군인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을 애썼다→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이번 화에는 책장을 넘겼지만 이전에는 쭉 책갈피를 넘긴다로 적으셨어요.왜 책갈피를 넘긴다는 거지? 나중에 읽던 부분 빨리 찾으려고 책장 사이에 끼워넣는게 책갈피 아니었나? 하고 줄곧 궁금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12 03:00
    No. 2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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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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