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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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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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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DUMMY

“...저기, 제 말 안 들리시는지?”


“아, 아...네.”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마땅한 타개책이 나오지 않았다. 눈동자만 굴려 바라보니 제리온과 레미나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유미르네가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죽일까?

최악의 경우에는 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순찰대는 총 다섯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지원군을 부를 틈도 없이 처리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은 적이 아니다. 하물며 근처에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한 여자아이는 브란트라는 병사에게 안긴 채 천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다가는 더 의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루도는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키는 것이라면.


“무슨 일인가?”


한껏 응축되어 있던 공기는 멀리서 들려온 한 남자의 목소리로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도 어색한 공기에 긴장했던 모양인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노, 노르드경!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병사의 한 마디에 루도와 제리온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호기사단의 베리어스가 말을 탄 채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둘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베리어스가 말했다.


“순찰 중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모양이군.”


“예? 아뇨, 별문제는 없습니다. 그냥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신분 확인을 좀...”


역시 기사라는 작위가 좋긴 좋은 모양인지, 병사들은 베리어스를 향해 연방 머리를 조아렸다. 베리어스는 뒷짐을 지고 있는 레미나와 망토 사이로 손을 감추고 있는 유미르네를, 그리고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이는 제리온을 차례로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그다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너무 과다한 거 아닌가?”


이럴 수가. 변장이 잘됐다고 기뻐해야 할까? 그는 제리온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단지 수염을 붙이고 옷을 후줄근하게 입은 것만으로 사람을 몰라볼 줄이야, 감격에 겨운 욕설이 흘러나왔다.

한편, 병사들은 베리어스가 은연중에 갈구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어깨를 움츠렸다.


“아니...그게...저 분이 칼을 차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 검사를...”


“음, 그런가? 이보시오.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소?”


베리어스는 뒤돌아선 루도를 향해 외쳤다. 아무리 석 달이 넘게 지났다지만 그의 뒷모습조차 잊었다니, 그도 참 긴장감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제리온 쪽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베리어스를 향해 경쾌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베리어스 노르드경 아니십니까?”


“...? 나를 아시오?”


“알다마다요. 왜, 전에 한 번 뵙지 않았습니까? 가린워드 마을에서.”


제리온은 특별히 ‘가린워드’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어 발음했다. 베리어스도 비로소 그의 정체를 눈치챘는지 황급히 말에서 내렸다.


“당신...설마...”


“여기, 제 친구도 노르드경을 꼭 뵙고 싶다고 했답니다.”


베리어스의 시선이 루도를 향했다. 루도는 여전히 엉거주춤한 자세를 한 채 땀만 흘리고 있었다. 그제야 베리어스도 왜 그가 마냥 등을 돌리고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재빨리 다가가 루도의 앞모습을 확인한 그는 자기도 모르게 ‘으익?’하는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아...하하!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에, 또 그러니까...으하하하.”


그도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명색이 국가수배자라는 사람이 당당하게 얼굴을 깐 채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창백해진 루도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럴 때는 적당히 맞웃음이라도 터뜨려줘야 하건만, 루도는 너무 긴장해서인지 침만 삼키고 있었다.


“이거 옛 친구를 만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자, 저와 함께 가시죠. 아, 이분들은 내 지인들이라네. 신분 확인은 필요 없을 거야.”


“예? 아....”


병사들에게 대충 둘러대고 나서 베리어스는 빠르게 일행을 데리고 움직였다. 루도의 상황을 고려해 걷는 방향은 180도로 병사들을 등진 채였다. 순찰대는 뜬금없는 사태에 영문을 몰라 했지만, 수호기사단이 직접 자신의 지인이라 하니 뭐라 대꾸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자리를 벗어나며 제리온은 베리어스의 혜성 같은 등장에 고마워하는 한편, 주먹으로 끊임없이 루도의 옆구리를 두들겼다.


마차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베리어스가 얼굴을 들이밀자 반색하며 반겼다. 사방천지가 적인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아군을 만나는 것만큼 황홀한 일이 또 있을까. 디리터와 이칼롯은 그와 손마디가 부서져라 악수를 나누었다.


“이야,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 줄이야! 반가워.”


“하하, 아쟉스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다른 분들도 다들 좋아 보이는군요.”


베리어스는 사람 좋게 웃으며 모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못 보던 얼굴, 즉 레미나와 유미르네에게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이야, 이거 못 본 새에 화사한 꽃이 피었군요. 이 어여쁜 숙녀 분들은 누구시죠?”


이칼롯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이름을 밝혀도 된다는 신호였다. 두 아가씨는 생긋 웃으며 베리어스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유미르네 발렌스. 현상금사냥꾼이에요.”


“레미나 리크나이츠입니다. 잘 부탁해요.”


가만히 듣고 있던 베리어스의 목이 살짝 기울어졌다. 그는 가는귀가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몇 번 귀를 후비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레미나 리크나이츠요.”


그는 이번에는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 그는 제리온에게 물었다.


“저기...무슨?”


“댁이 알고 있는 그 사람 맞어. 뒈졌다던 그 공주님.”


이후 베리어스가 땅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무례를 사죄하고, 레미나가 화들짝 놀라 그를 일으키고, 에레이시아가 피멍이 든 그의 이마를 치료하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나서 베리어스는 정식으로 레미나 앞에서 기사의 예를 표했다. 레미나는 부득불 꿇어앉아 있겠다는 그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간신히 레미나 문제가 해결되자 베리어스는 크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여러분은 언제나 제 상상을 초월하시는군요. 클로람군이 당당하게 민가를 돌아다니는 것도 그랬지만...”


루도는 뒤통수로 꽂히는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뭐, 잘 넘어갔으니 그걸로 된 일이다. 덕분에 옛 전우를 만나게 되지 않았는가.

일행은 일단 마차를 출발시켰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리어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마차의 속도는 최대한 늦추었다. 베리어스는 여행객을 안내한다는 명목으로 마차에 따라붙었다.

그 상태로 일행은 이 유쾌한 기사와 함께 그간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리어스는 지난 석 달간 로샤단의 행보가 수호기사단의 최대 관심사였으며, 일행이 배를 타고 달아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노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째서인지 교단을 바라보는 왕실의 눈이 달라져 베른헬트 주교의 머리숱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고도 말했다. 일행은 그동안 있었던 교단의 사정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베리어스는 일행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이곳으로 돌아오신 겁니까? 그 뭐시기 섬에 은거하시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그러자 마리네는 창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데루루피아 아줌마를 구하러 왔어요. 그렇게 도움을 받았는데 모른 체할 수는 없잖아요.”


“...알고 계셨군요. 아망초님은 현재 궁성 지하감옥에 붙잡혀 계십니다. 저희도 알룬도에게 전해들은 내용이 전부지만...”


“엣? 알룬도를 만났어요? 그 사람 무사해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예? 아, 예. 현재 궁성 주위를 맴돌며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수도로 가실 거면 만날 수 있도록 제가 미리 언질을 해놓지요.”


듣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알룬도가 살아 있단 말인가? 안트로서의 수정으로 데루루피아의 상황을 확인했을 때, 당연히 알룬도도 함께 붙잡혔거나 아니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펄펄 살아 돌아다닌다니, 이런 낭보도 없었다.

알룬도의 이야기도 그랬지만, 베리어스가 알려준 정보는 버릴 거 하나 없이 유용한 것 일색이었다. 그는 주변의 지리부터 시작하여 수도까지의 거리, 도시정보 등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마리네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받아 적었다.


“이야아. 정말 고마워요 베리어스.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게 되네요. 어쩜 우연히 거기서 마주치게 되가지고...행운이 따르네요.”


그러자 베리어스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핫. 뭐 우연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지만...사실 저는 그냥 우연히 지나가던 중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을 찾고 있던 거지요.”


순간 공기가 우뚝 정지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한 걸음 내디딘 것처럼 달라진 공기에 베리어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서 지저귀던 울새 소리도 일순 가라앉았다. 말들도 주인의 긴장을 느꼈는지 불안하게 투레질을 해댔다. 하늘의 조각구름도 일행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려는 듯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칼롯이 말했다.


“우리를...찾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못 심각해진 그의 말투에 베리어스는 부산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에...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겁니까? 말 그대로 여러분을 마중하려고 미리 나와 있었던 겁니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해서 조금 의외긴 했습니다만.”


“그럼 우리가 이 부근을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입니까?”


말이 되지 않는다. 일행이 류이너스 교단과 친분이 있다고는 하나, 굳이 류이덴사를 지나갈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걸 이용해 서쪽으로 움직일 거라는 떡밥을 던지고 일부러 이 먼 길을 우회해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미리 마중까지 나와 있었다니, 베리어스는 어떻게 일행이 이리 올 거라고 확신한 것일까?

그가 말했다.


“에, 예 뭐. 베른헬트 주교님께서 저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중부도로가 봉쇄되었으니 로샤단이 류이덴사로 올 거라고, 그러니 미리 기다렸다가 길 안내를 해주라고 말이죠.”


“아니, 씨발! 뭐라고?”


제리온이 놀란 나머지 욕설을 내뱉었다. 전혀 뜬금없는 정보다. 그와 비슷한 이야기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일쿡의 지하주점에서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그런 말은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다. 중부도로가 봉쇄되었다니?

이칼롯이 말했다.


“그 도로 얘기 좀 자세히 해주십시오.”


“그...닷새 전부터입니다. 왕실기사단이 중부도로를 점거하고 피난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천기사단이 패했으니 전선을 재설정한다는 이유에서였죠. 때문에 이미 수복이 어렵다고 생각한 영지들은 포기하고 그 서쪽의 영지 - 에, 루비크, 브륀헤임, 크렘벨입니다. - 이 세 개 요지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태죠. 이런 연유로 그곳을 통과하려는 피난민들은 전부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아니면 텔아단 부근으로 움직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교님은 여러분이 아마 용무가 있어서 돌아온 것일 테니 반드시 이 근처를 지나갈 거라고...”


닷새 전이면 일행이 딱 일쿡을 떠난 날이다. 지하주점에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게 당연하다. 게다가 요 닷새간 인적 드문 숲길만 지나오는 바람에 그런 소문을 접할 기회가 전무했다. 불운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설마 왕실기사단을 동원해 도로를 모조리 점거할 줄이야! 이 정도까지 할 거라고는 이칼롯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행은 즉시 말을 멈추고 마차 옆문에 지도를 폈다. 루도와 마리네가 양쪽 끝에서 지도를 고정시킨 가운데 이칼롯은 주요 도로를 하나씩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베리어스는 일행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칼롯이 말했다.


“루비크, 브륀헤임, 크렘벨. 이 세 곳을 막았으니 서쪽으로 가는 길목은 모조리 차단되었어. 남은 길은 남부의 초원지대를 횡단하거나, 북쪽으로 우회해 돌아가는 것뿐이지. 우리가 선택한 게 바로 이 북쪽 길이고.”


그는 손가락으로 봉쇄된 도로 세 곳에 X표를 쳤다. 잠자코 듣고 있던 마리네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 드디어 문제를 파악한 것이다.


“어? 그럼...”


“맞아. 우리는 서쪽으로 움직일 거란 정보를 흘리고, 일부러 아케니온이 중부도로로 가도록 유도했어. 그사이 북쪽으로 우회해 놈들을 완벽히 따돌린다는 작전이었지. 하지만 아케니온의 입장에서 볼까? 도로가 막혔으니 놈들은 처음부터 우리가 서쪽으로 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럼 남은 게 북쪽과 남쪽인데, 남쪽은 논외 선택지지. 이미 우린 일쿡에서의 일로 텔아단으로 갈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렇다면 제랄드는, 처음부터 일행이 북쪽으로 향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디리터는 등골이 서늘해져 황급히 사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변에는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이렇게 어두웠던가? 구름이 태양을 가린 까닭인지 주변 분위기는 심지어 음산하기까지 했다. 나뭇잎, 잠자리, 다람쥐 -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일행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루도가 잔뜩 위축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진 아무 일 없이 왔잖아? 쫓아왔다면 옛적에 잡혔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칼롯이 거칠게 지도를 접어 넣으며 말했다.


“그 점이 제랄드의 예상외다. 놈의 계획에 따르면 우린 서쪽으로 한참 나아가다가, 길이 막힌 걸 안 다음에야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게 돼.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북쪽으로 향했지. 그 격차는 대략 하루 내지 이틀 정도겠지. 즉 현재 제랄드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만약 일행이 제랄드의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따라잡히는 시점은 아마 하루, 아니면 이틀 전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점에서 보자면, 아무리 말을 달려도 로샤단은 보이지 않는다. 작전이 어긋났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제랄드 정도의 책략가라면, 처음부터 일행이 북쪽을 향한 것은 아닐까, 하고 예상하지 않았을까.

제리온이 말했다.


“그럼 지금쯤 맹추격을 하고 있겠구만. 얘기 다 끝났지?”


그의 말대로다. 지금은 사정없이 말을 달려야 할 때였다. 가능하면 갈림길이 많은 쪽으로, 최대한 흔적을 줄이면서 움직여야 했다. 쫓아야 할 선택지가 너무 많아 결국 추격을 포기할 때까지.


“이랴, 이럇!”


디리터는 단숨에 전속력으로 마차를 몰았다. 거친 지형을 고속으로 달리는 탓에 마차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덕분에 마차 안의 4인조는 한데 뒤엉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다.

베리어스의 설명에 따르면 도로는 당분간 외길로 이어지다, 중간부터 세 방향으로 틀어지는 구조였다. 일단 그곳까지 간다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말을 달리는 한 시간이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맞바람 때문에 눈조차 제대로 뜨기 힘든 상황에서 이칼롯은 끊임없이 후방을 확인했다. 그러나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가 민망할 정도로 주위는 고요했다. 그 작위적인 고요함이 더욱 뒤통수를 서늘하게 했기 때문에 디리터는 수시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때마다 그는 기분 탓으로 돌리며 쉴 새 없이 채찍질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길고 길던 가로수길이 끝나고 갈림길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의 북쪽과 남쪽은 근방의 농촌으로 이어지는 숲길이었고, 서쪽 길은 계곡 가장자리를 닦아 만든 일종의 지름길이었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큰 흐름은 모두 이 서쪽 길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일행 역시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서쪽 길은 막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낙석이 일어나 계곡으로 통하는 경로가 완벽히 봉쇄되어 있었다. 앞서가던 이칼롯이 급히 말을 세웠다. 마차는 쌓인 돌무더기에 부딪히기 직전 간신히 정지했다. 말들도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디리터는 녀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럴 수가...”


베리어스가 돌무더기를 보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마차는커녕 사람이 기어 올라가기도 힘든 높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길이 우연히 막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 며칠 날씨는 대단히 쾌청하여, 비는커녕 돌풍 한 번 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낙석이 일어났다는 건, 누군가 고의적으로 바위를 떨어뜨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칼롯이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마치 북쪽이나 남쪽 길로 유도하려는 것처럼 보이는군.”


제리온이 말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다는 건가? 그럼 왜 진즉에 습격하지 않았지?”


“...앞쪽에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거나...아니면 이렇게 이동을 강제하고 원군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걸지도.”


일행의 계산대로라면 제랄드는 아직 일행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통로가 봉쇄되었다는 건, 누군가 미리 앞서 수를 써놓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케니온에게 협력하면서, 로샤단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인물은 - 대체 누구?

그 순간 머리 위에서 팽그르르-하고 칼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칼롯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채앵. 튕겨 나간 단검은 마차 모서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마차 안에서 레미나가 가벼운 비명을 질렀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제리온은 재빨리 수인을 맺고는 힘차게 손뼉을 치며 외쳤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파앗-. 무형의 파장이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주문시전이 끝나자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뭔...”


반응이 있었다. 아티팩트에서나 감지될 수 있는 정제된 마력이 세 방향에서 감지되었다. 하나는 이칼롯의 텔슈피드였고, 다른 하나는 마차 안에서 느껴졌다. 제리온은 직감적으로 그게 메디치가 준 안경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머리 위, 정확히는 허공에서 느껴졌다. 그것도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서. 하지만 마지막 것은 불꽃이 사그라지듯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제리온은 욕설을 내뱉으며 마차 문을 왈칵 열었다. 그는 마리네를 향해 다짜고짜 외쳤다.


“안경! 메디치가 준 안경 어디 있어?!”


“어? 여, 여기...”


마리네는 쭈뼛거리며 가방에서 안경을 꺼냈다. 제리온은 낚아채듯 이를 받았다. 그때 다시 단검 하나가 날아왔다. 어중간한 투척으로는 일행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두 번째 단검은 말을 노리고 있었다. 단검은 마차를 끌던 말의 목을 정통으로 꿰뚫었다.


“푸히히힝!!”


동료가 쓰러지자 근처의 말들도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씨발, 대체 무슨 일이야?!”


디리터는 에레이시아를 보호하는 한편 흥분한 말들을 추스르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실상 그는 무방비나 다름없었다.

그즈음 제리온이 예의 그 안경을 얼굴에 썼다. 그러자 지금까지 전혀 감지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뭇가지 위에 웅크린 채 마차를 노려보고 있는 시퍼런 괴물이.

그는 수인을 맺으며 말했다.


“누님! 10시 방향 전방 20미터 나뭇가지 위! 매직미사일!”


모두의 시선이 제리온이 가리킨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광대가면 하나가 허공에 뜬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레미나는 즉각 반응했다. 그녀가 만들어낸 연녹색 구체가 가면을 노리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러나 구체에 가격당하기 직전, 가면은 대각선으로 날아 이를 피했다. 베리어스가 이 광경을 보고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 또한 제리온이 노린 바였다. 안경을 쓴 그에겐 가면의 실체가 똑똑하게 보였다. 그자는 매직미사일을 피해 힘껏 도약해 옆의 나뭇가지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허공에 뜬 채 무방비해진 가면을 향해 그가 외쳤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파직, 파지직! 푸른 번개 줄기가 가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으어어...!”


가면은 공중에서 한번 얼굴을 비틀고는,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가면을 기점으로 하여 사람의 형상이 차츰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이 풀린 것이었다.


“제스터!”


디리터와 이칼롯이 재빨리 달려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제스터는 거짓말처럼 버둥대던 것을 멈추고 두 자루의 검을 응시했다. 라이트닝볼트에 정통으로 맞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말끔한 움직임이었다. 경련은커녕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는 디리터와 이칼롯을 차례대로 훑어보고는, 천천히 두 손을 올렸다.


“이런, 제대로 당했군요. 졌습니다.”


일행은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빈틈없이 포박했다. 제스터는 그 와중에도 싱글싱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이거 초면에 인사가 아주 거치시군요. 저는 점잖은 사람을 좋아합니다만.”


“입 닥쳐.”


제리온은 그의 얼굴을 세게 걷어찼다. 그의 고개가 90도로 틀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턱을 박살 낼 작정으로 걷어찬 것인데도 그는 아무런 충격이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가 쓴 가면에는 기스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예, 뭐, 그러죠.”


제스터는 곧 일행이 보는 앞에 꿇어 앉혀졌다. 그의 뒤에는 언제든 목을 칠 수 있도록 디리터가 섰다. 마리네가 그 광대가면을 향해 떠듬거리며 말했다.


“이 사람...안개송곳니...맞지? 암살자 제스터.”


그러자 별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아닌데도 제스터는 활기차게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제스터입지요.”


제리온이 다시 한 번 그의 턱을 걷어찼다. 제스터는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났다.

제리온은 표정이 엉망으로 구겨진 채였다. 그는 메디치의 안경을 썼다 뺐다 하며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말했다.


“미쳤군. 레이시도 미쳤고, 제랄드도 미쳤어. 이걸 준 메디치도 미쳤고. 그리고 나도 왠지 미친 거 같아!”


평소에도 자주 짜증을 내긴 하지만, 이때의 제리온은 평균이상으로 흥분해 있었다. 그는 화를 내고 있었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팔짱을 낀 그의 손목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디리터가 말했다.


“야, 너 왜 그러냐? 위험하긴 했지만 어쨌든 잡았잖아. 그럼 된 거지.”


“그런 문제야 아니야 멍청아! 제기랄, 마력탐지의 안경(Glasses of Magic detecting)인 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제리온은 안경을 벗어 그에게 건넸다. 디리터는 별생각 없이 안경을 콧잔등에 걸쳤다. 그러자 제리온이 보았던 것과 같은, 파아란 빛과, 그것을 둘러싼 문자가 눈앞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경을 벗었다.


“음...”


그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분명히 보긴 봤는데,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단정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했다.


“이 자식 뭐냐? 머리 위로 파랗게 슬러터(Slaughter)라고 뜨는데.”


그러자 루도와 마리네, 제스터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에엑?”


슬러터는 분명, 악마를 지칭하는 고대 용어 중의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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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61 26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49 23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67 24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77 22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7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8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79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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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1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5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1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3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8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89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2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1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6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2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29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2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0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5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1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5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7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4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09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4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3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3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7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89 24 21쪽
»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7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5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5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4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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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0 3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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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599 3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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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8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39 2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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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0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5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7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5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6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0 4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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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6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6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68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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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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