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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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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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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DUMMY

“전부 그녀가 죽인 건가?”


“몰라. 물어봐도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고. 어쨌든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말하고서 남자는 손을 휘휘 저었다. 역한 술 냄새가 이칼롯의 코를 찔렀다.


“내가 아는 건 이게 다야. 혹시라도 돈을 도로 뺏어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취하긴 했어도 내가 형씨 같은 녀석을 몇이나...”


그 이상은 들을 필요도, 시간도 없었다. 이칼롯은 주위 사람들이 흠칫 놀랄 정도로 거세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 꺼진 램프의 심지에서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이칼롯은 그 퀴퀴한 어둠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다. 자정을 넘긴 거리는 달빛에 젖어 온통 습기로 끈적끈적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단순히 과거사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규탄받아야 할 인물은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 그러나 유미르네는 다른 두 명, 에레이시아나 레미나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무언가 이질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를 얼마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그녀는 레미나의 의뢰를 승낙할 것인가.

성문은 굳게 닫혀 있다. 횃불 하나 켜지지 않은 성벽 사이로 고양이가 뛰어가는 게 보였다. 초병들은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밤중에 성을 넘어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법했다. 골목길 한쪽에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죽은 건지 잠든 것인지 - 어느 쪽이든 이칼롯이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어서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 숨 막히는 어둠에 집어 삼켜질 것만 같아 그는 걸음을 빨리했다.


---------------------



떠들썩한 밤이었다. 시끄러운 것이 싫어 일부러 막사 안으로 들어왔건만 두꺼운 천막도 병사들이 내는 오입질 소리를 막아주진 못했다. 제랄드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신발끈을 꼼꼼하게 묶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정성을 들여 매듭을 묶는다. 끈을 묶는 동안 그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레이시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로샤단은 어디 있을까, 만약 붙잡는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루도 클로람, 펠아람의 아이.

안개송곳니와 협력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레이시의 명을 받들어 발렌스 상회를 습격하고, 상트룸 수도회를 초토화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은폐된 정보도 상당수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랄드는 승리에 굶주리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열등감과도 같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결국 시대는 신의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안개송곳니는 이미 로시느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반케즈의 아이 - 그녀가 갖는 상징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반면 아케니온에겐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그와 레이시의 차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본들 들러리밖에 될 수 없는 게, 아케니온의 현실이자 그의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레이시에게 붙어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며 살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그는 세상만사를 낙관적으로 볼 만큼 순진한 성격이 못됐다. 레이시의 힘은 나날이 늘어간다. 이제 그는 브리토리스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위치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리고 그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아케니온의 입지는 줄어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언젠가 분명 아케니온이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때가 되었을 때 레이시는 이 늙은 사냥개를 어떻게 처리하려 할까? 모르긴 몰라도 좋은 대우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이 레이시라도 모두 죽일 테니까.


“후우, 정말 먹고 살기 힘들군.”


요는 늘 비장의 카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카드가 있는 한 레이시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을 테니까. 때문에 요 몇 달간 제랄드의 행보는 그러한 ‘카드’를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메르실에서 로샤단과 조우했던 일을 보고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간이고 쓸개고 빼주다간 비참하게 죽을 뿐이다.


“지금 떠나는 건가? 행동력 하나는 쓸 만하군.”


“앗...오셨습니까? 장군.”


이미 훨씬 전부터 기척을 알아차리고 있었음에도, 제랄드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스벤달을 보며 호들갑 떨었다. 흑연기사단과 스벤달 오빌리크. 이 또한 제랄드가 찾아낸 강력한 카드 중의 하나였다. 물론, ‘대단히 다루기 힘든’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말이다.


“로샤단은 아직 못 찾은 건가? 소재를 알지 못하면 출진해본들 헛걸음만 할 터인데.”


“하하. 워낙 재빠른 녀석들이라 말이죠. 사냥감으로 치면 A급입니다.”


막사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제랄드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스벤달의 시선을 느끼며 쓰읍, 하고 입맛을 다셨다.

정말로 까탈스러운 사내다. 스벤달은 조금이라도 어두운 전망을 말할라치면 어김없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복, 그것이야말로 그가 갈구하는 최상의 가치였다. 스벤달이 말했다.


“작전은 어떻게 되지?”


“...이미 제 부하들을 로샤단이 갔을 법한 도시에 파견해놓았습니다. 장군의 이름을 들어 영주들을 협박, 도시를 폐쇄할 생각입니다. 그럼 로샤단은 발이 묶일 테고, 운이 좋다면 거기서 붙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스벤달을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스벤달의 민간인 학살은 리크나이츠 내에서 엄청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때문에 전선에서 가까운 도시는 앞다투어 시민들을 피신시키거나, 항복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이를 거절하는 영주는 없을 것이다. 만약 스벤달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간 도시가 초토화되고 말 테니까.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나쁜 제안도 아니다. 어찌됐든 중대 범죄자를 잡기 위해 벌인 행동이기 때문에, 추후 리크나이츠 왕실로부터 문책당할 일도 없다. 결국 로샤단만 붙잡는다면, 도시의 안위는 지켜진다는 뜻이다.

물론 스벤달이 그 약속을 지킬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흥, 신의 아이라니...네놈의 허황된 얘기가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그랬다간 너는 물론 네 부하들도 곱게 죽지 못할 테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군.”


용무가 끝나자 스벤달은 휙 돌아 막사 입구로 향했다. 그가 몸을 틀 때 망토가 펄럭여 잔바람이 일어났고, 그 때문인지 램프의 불이 크게 일렁였다. 그림자가 기이하게 뒤틀렸다. 그 형상은 막사 안에 악마가 곰삭이고 있다가, 바람에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기 전 스벤달은 잠시 발을 멈추고 뒤돌아선 채로 말했다.


“발을 묶어놓은 뒤에 붙잡겠다고? 네놈이 로샤단을 상대할 수 있을까?”


제랄드의 입술이 살짝 씰룩였다. 그러나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얕잡아본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 레이시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남자에게도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 몰라 안개송곳니에게도 전갈을 보내놨습니다. 곧 그쪽에서 실력자를 파견하겠지요.”


“브리토리스 촌놈들이 일을 잘해낼지 궁금하군. 레이시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겠어.”


제랄드는 말을 타고 떠나는 스벤달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말발굽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자 그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신발끈 매듭은 중간에 그만둔 탓인지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스벤달이 떠나간 자리를 다시 한 번 응시하고 나서, 그는 매듭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무장이 끝나자 그는 킥, 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정말로...먹고 살기 힘들군. 그 미친놈들과 다시 만나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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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 거리는 푸르름에 잠긴 채 적막했다. 차양 사이로 보니 길가는 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보통은 물을 길러 가는 아낙이나 우유를 파는 목동의 움직임이 분주해야 할 시기이지만, 전시라는 상황은 사람 사는 소리까지 뚝 끊어지게 만들었다. 집에 있는 시민들은 짐을 바리바리 싼 채 어서 성문이 열리기를, 그래서 이 위험천만한 도시를 떠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윽고 해가 뜨고 거리가 햇빛으로 물들자 피난민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재빠른 사람들은 이미 엊그저께 도시를 떠났고, 오늘 모인 이들은 챙길 재산이 많은 이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이들, 그리고 세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이제야 짐을 챙겨 나온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행은 이른 아침을 먹고 나서 거리로 나섰다. 떠나는 시각은 정오로 정해놓았지만, 미리 나가 도시의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디리터와 에레이시아가 마부석에 앉고, 이칼롯과 제리온은 말을 탄 채 마차 양옆을 호위했다. 루도와 마리네는 레미나와 함께 마차 안에서 대기했다.

외곽 성문에 다다르니 예상했던 대로 피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피난민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뉘었다. 북부 지방으로 가 그쪽 유지들의 보호를 받으려는 쪽과, 수도로 가 일신의 안위를 챙기려는 쪽이 그것이다. 일행은 물론 수도로 가려는 부류에 섞였다. 마침 떠나려는 사람들 중에는 부유한 중산층 귀족도 몇 섞여 있는지라 마차를 끌고 있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성문은 아직 굳게 닫힌 채였다. 문 주위에서 병사들이 피난민들을 통솔하고 있는 게 보였다. 최대한 흩어지지 않고 대열을 유지한 채 이동할 수 있게 미리 규율을 정해놓는 것이다. 전날 일행이 얻은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곳 영주도 도적떼에 대비해 방어책을 마련해 놓았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루도는, 아무리 보아도 그 ‘방어책’으로 보이는 어수룩한 십여 명의 병사들을 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의 병력만 시민들에게 할애하고 나머지는 모두 영주를 호위하도록 한 게 분명했다. 머리가 굵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태한 상황을 짐작했는지 각자 개인적인 호위병을 고용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일행의 마차를 연방 주시하고 있었다.


“어이, 저건 어느 가문의 마차지? 경호원도 처음 보는 얼굴인데.”


“흐음, 이 도시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마드리고에서 온 귀족인가?”


타고 갈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보따리를 인 채 삼삼오오 모여 한시라도 빨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진 재산도 변변찮은 평민들이었다. 전쟁을 피해 무작정 고향을 떠나야 하는 그들의 심정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더 암담한 건 이들이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 도시는 전선기지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방어가 조잡하다. 때문에 리크나이츠 측도, 아스트리카 측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흑연기사단이다. 기지로서의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알게 되면, 스벤달은 십중팔구 도시를 초토화할 게 분명했다. 전쟁이 끝나도 이곳 주민들은 되돌아올 고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아이 하나가 일행이 탄 마차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디리터는 그 아이에게 아침에 남긴 과자를 건넸다. 아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냉큼 과자를 받고는, 꾸벅 인사를 한 후 부모에게 돌아갔다. 디리터와 에레이시아는 도도도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쓰게 웃었다. 저들에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백천기사단이 아스트리카의 3개 기사단을 모두 막아낼 수 있을까.

그렇게 피난민들과 부대끼고 있는 사이 30여 분이 흘러갔다. 막 푸른 하늘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 즈음, 랜스를 높이 치켜든 기사들이 일렬종대로 나타났다. 디리터는 호위역을 맡은 병사들을 힐끗 흘겨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기사들이 왜 여기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디리터는 그들의 얼굴에서 무언가 예정에 없던 일이 생겨났음을 직감했다. 신호를 보내자 이칼롯과 제리온이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은 다짜고짜 성문을 가로막고는 움츠러든 피난민들을 향해 외쳤다.


“여기 모인 자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성문을 개방하겠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성문을 이용하려는 자는 예외 없이 우리 경비대의 신원조회에 응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면 문이 닫히고, 내일 오전이 되기까지는 누구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것은 도시를 폐쇄하겠다는 일방적인 선고였다. 시민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도시를 통제하겠다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가만히 추이를 보고 있자니 어느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기사들에게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아니, 지금 언제 아스트리카 군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거요?”


“영주님의 지시입니다. 아무쪼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기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딱 잘라 말했다. 귀족이 다시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기사들은 순식간에 성문을 에워싸고는 가까이 보이는 사람부터 신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는 일행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디리터는 조용히 앞쪽의 상황을 관망하는 한편 마부석의 창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비좁은 창틈으로 마리네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인데?”


“문제가 좀 생긴 거 같다.”


마리네는 재빨리 상황을 루도와 레미나에게 알렸다. 루도는 검문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탄식했다.


“이건 또 뭔...편하게 갈 때가 없어.”


한편 이칼롯은 근처에 있던 기사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투구를 쓰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10m 정도 거리를 벌린 채로 그가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유나 좀 들어봤으면 합니다만.”


기사는 당장 의혹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인물’은 무조건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머무른 채로 말했다.


“당신은? 신분을 밝히시오.”


“우린 텔아단에서 온 휴드랜드 남작가(家)의 사람들입니다. 저 마차 안에는 휴드랜드 남작의 영애께서 타고 계시지요.”


뒤편의 마차를 가리키자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석구석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때 마침 레미나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기사와 눈이 마주치자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었고, 기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황급히 눈을 돌렸다.


“험, 험! 휴드랜드 남작이라고 하셨습니까?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자세한 신분은 저희 차례가 오면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흠...그게...”


레미나의 돌발행동 덕인지 기사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훨씬 누그러졌다. 그런 천진난만한 소녀가 7천 골드짜리 범죄자 무리와 한패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기사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실 지금 영주님의 명으로 현상수배범을 색출하는 중입니다. 로샤단이라고...이 일대에선 유명한 놈들이죠.”


옆에서 듣고 있던 제리온이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디리터는 그가 혼잣말로 ‘씨발’이라고 말하는 걸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기사들은 일행을 찾기 위해 영주가 직접 파견한 부대였다. 하지만 왜?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정규군은 로샤단에 전혀 관심 두지 않았다. 그들의 초점은 어떻게 손실을 줄이며 시민들을 보호하느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현상금 사냥에 나서니 일행은 물론 시민들도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칼롯이 물었다.


“이런 시기에 말입니까? 조금...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게...갑자기 오늘 새벽에 명을 내리셔서 말이죠. 웬 남자 하나가 찾아온 다음부터...”


기사도 영주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 귀를 기울이려는 찰나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를 불렀고, 그는 황급히 기수를 돌려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칼롯은 일단 마차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즉시 긴급회의가 시작됐다. 이칼롯과 제리온은 마차 옆에 말을 딱 붙였고, 디리터와 에레이시아는 뒤쪽의 이야기가 잘 들리도록 최대한 몸을 젖혔다. 마차 안에서 마리네가 말했다.


“기가 막혀. 현상금 사냥꾼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관군까지 우릴 노린다고? 그런데 어째서? 영주가 돈이 궁한가?”


루도가 말했다.


“아니, 현상금을 고스란히 받는 건 민간인이 붙잡았을 경우고. 관군이 잡으면 현상금은 땡, 그냥 공적이 쌓이고 약간의 상여금이 나올 뿐이야. 그리고 애초에 현상금을 다 받는다고 쳐도 하필 이런 시기에?”


그 말대로다. 범죄자를 붙잡는 것이 관군의 마땅한 의무이긴 하지만, 이런 전시에, 그것도 언제 적군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긴급 상황에서까지 검거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행여 검거활동에 나선다 하더라도 민간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영주는 아예 도시를 폐쇄해버렸다. 로샤단을 잡는 일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일행은 물론이거니와 시민들, 심지어 검문을 시작한 기사들조차 영주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7천 골드가 아무리 큰돈이라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내놓을 만큼의 액수는 결코 아니다.

그때 에레이시아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도시를 폐쇄한 건 우리가 여기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잖아. 어떻게 알아낸 걸까? 사냥꾼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는데.”


단지 디리터의 귀에 대고 소곤거린 것뿐이었으나 그녀의 발언은 마차 안까지 똑똑하게 들렸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표정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일순 싸해졌다. 현재 일행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오직 한 명밖에 없었다. 마리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서, 설마...유미르네가...”


그러자 이칼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녀는 아닐 거다. 그녀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는지도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 그렇다면 이렇게 한 명씩 돌아가며 검사할 필요도 없지.”


“하긴. 경비대 놈들 꼬라지를 보니 그냥 우리가 이 도시에 있다, 라는 정도만 아는 모양이네.”


제리온이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미르네가 아니라면 누가? 그 답을 얻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주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성문에 나타난 것이었다.

영주가 나타나자 병사들은 일제히 열을 맞춰 경례했다. 시민들도 모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지만, 그렇다고 얼굴에 나타난 분노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들의 불만을 아는 것인지 영주는 멀리서 피난민 행렬을 관찰하기만 했다. 좁은 어깨를 가리기 위해 두꺼운 망토를 뒤집어쓴 그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체구가 왜소해 보였다. 그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불편한 듯, 일부러 기사 하나를 앞에 세워 자신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의 곁에는 웬 여행자 차림의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는데, 영주의 모습이 가려지자 상대적으로 그가 더욱 부각되었다.

루도는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 나 저 새끼 왠지 누군지 알 거 같은데.”


루도는 마리네를 불러 그 남자를 가리켰다. 덥수룩한 수염, 한쪽 눈을 완전히 덮고 있는 안대, 그리고 허리춤에 보이는 두 개의 쇼텔. 마리네는 그 쇼텔에 농락당하던 기억이 떠올라 왼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게네스...저 자가 어떻게...”


게네스는 영주의 왼편에 선 채 계속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영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연방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딱히 입을 열거나 하진 않았다. 일행은 그 사이 슬그머니 게네스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것으로 영주의 뒤에 아케니온이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 일행은 최대한 게네스와 눈이 안 마주치도록 몸을 움츠렸다. 변장도 면식이 없는 경우에나 통하는 것이지,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보였다간 빼도 박도 못하고 들킬 게 뻔했다.

디리터가 이를 갈며 말했다.


“또 아케니온이냐. 저놈들은 대체 우리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말이 나온 김에 제랄드 그 자식 어디 없냐? 한 방 먹여줘야 되는데.”


제리온은 캐스팅 자세를 취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게네스 이외의 아케니온 멤버는 보이지 않았다. 일행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검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덧 일행의 차례가 훌쩍 다가왔다. 만약 게네스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즉시 체포당할 게 분명했다. 일행은 어떻게든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제리온은 가장 원시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냥 성문을 돌파해버려? 내가 한 방에 최소 열 명은 보내버릴 수 있는데.”


그러자 레미나가 기겁을 하며 그를 말렸다.


“안 돼! 민간인까지 말려들게 할 참이야?”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가 진짜 한대?”


칼잡이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칼집에 손을 가져갔다. 마리네는 움직이기 편하도록 치마의 한쪽을 북 찢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경우였다. 이칼롯이 말했다.


“여기서 난동을 부렸다간 즉시 포위되고 말 거다. 설사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마차를 가지고 기병대를 따돌릴 순 없어.”


그러자 디리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일단 돌아가? 여관에서 기다리다보면 적절한 시기가 오겠지.”


그러나 그 의견 역시 거부되었다. 첫째는 데루루피아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여기서 기수를 돌렸다간 기사들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칼롯은 이 비정상적인 통제에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음을 눈치챘다.

도시를 폐쇄해 일행이 움직일 수 없도록 강제하고, 본격적인 추격대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추격대라면 제랄드 본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역시 여기서 발이 묶일 수는 없어. 도시를 빠져나가야겠다.”


“말은 쉽네. 무슨 수로?”


이칼롯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냥 시간을 끌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성문을 돌파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작전인 데다 자칫 레미나까지 위험해질 염려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문은 기사들이 지키고 있다. 저들만 사라진다면...저들이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순간 이칼롯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검문을 중지시키는 것은 물론, 도시 전체를 공황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


“제리온, 디리터. 잠깐 귀 좀.”


그는 두 사람을 불러다가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제리온이 가래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미친 거지.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야? 완전히 자살행위잖아.”


디리터도 그를 거들고 나섰다.


“제리온 말이 맞아. 그 작전은 너무 위험해. 잊었어? 사방에 깔린 게 현상금 사냥꾼이야.”


이칼롯은 둘이 말을 끝마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그들이 반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만약 디리터나 제리온이 그런 일을 벌인다면 자신이 제일 먼저 뜯어말릴 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자살행위도, 확률 낮은 도박도 아니었다. 이칼롯이 보기에 현 상황에서 그것만큼 효율적인 작전도 없었다. 그가 말했다.


“내 계획이 최선이라곤 말 못하지. 그러니까 더 좋은 생각 있으면 지금 말해. 이젠 정말 시간이 없으니까.”


그의 말대로였다. 이제 일행이 검문을 받기까진 채 십여 분도 남지 않았다. 대열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새 앞쪽으로 나왔고, 일행을 주시하는 눈도 많아졌다. 조금만 더 가면 게네스와 정통으로 마주치게 될 판이었다.

제리온과 디리터는 침묵했다. 그들도 지금이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칼롯은 둘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말을 돌려 시가지 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기사 하나가 막아서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볼일 좀 보러 갑니다.”


막 귀퉁이를 지날 때쯤, 걱정이 됐는지 디리터가 그를 불러 세웠다.


“어이, 이칼롯! 진짜로 할 거야? 그럼 나랑 같이 가.”


“아니. 혼자가 움직이기 편하다. 넌 여자들이나 잘 지켜. 도시를 나가면 대충 이동하다 적당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곧 따라갈 테니까.”


“...조심하라고.”


이칼롯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시가지로 향했다.

거리는 전날보다 훨씬 스산한 분위기였다. 시민들이 모두 피난을 위해 성문으로 몰렸기 때문인지, 상점가는 호객행위 하나 없이 썰렁했다. 이따금 보이는 행인이라곤 전부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주변의 지리를 대강 파악한 후 이칼롯은 인적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적당한 곳에 말을 묶어놓고, 그는 다시 상점가로 향했다. 도시의 중앙에는 사람 크기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동상은 과거 은빛 기사단의 병사를 본따 만든 것으로, 배서닛과 체인메일, 브로드소드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칼롯은 동상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가 조각한 건지는 몰라도, 자세며 보폭이 완전 엉망이었다.

이런 자가 상대라면, 백 명이 와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후우...”


길게 날숨을 뱉자 입김은 입 가리개에 가로막혀 투구 안을 맴돌았다. 이칼롯은 깍지를 껴 손가락 마디를 뚜둑 꺾고는,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땀에 젖은 이마가 대번에 상쾌해졌다.

아침바람이 달아오른 몸을 일순 냉각시킨다. 컨디션은 좋다.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다. 답답한 투구도 벗어버렸다.

이칼롯은 광장 게시판에 걸린 자신의 수배서를 보며 쓰게 웃었다.


"잘 그렸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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